소설리스트

60화 (60/236)

* * *

“정말 이상한 사람도 다 있네, 그치?”

당옥정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한다.

“그러게.”

“근데 너한테 무슨 냄새가 나긴 나는 거야? 난 좋기만 한데.”

당옥정이 말을 하고선 스스로 깜짝 놀라 펄쩍 뛰었다.

“난 네 냄새를 열심히 맡아본 적도 없어! 난 그런 변태가 아니야!”

“왜 그렇게 발끈해?”

“···네가 날 이상하게 볼까 봐.”

“이상하게 안 봐.”

“정말···? 그럼 혹시···.”

“혹시 뭐?”

홀로 무언가를 생각하던 당옥정.

갑자기 찔끔하더니 황급히 화제를 돌린다.

“아냐! 참, 거기는 어떻게 알게 된 거야?”

문득 당옥정에게 장난을 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정보를 샀어. 용봉지회만큼이나 역사가 깊더라고. 이름이 만월이라던가? 이것 말고도 중원의 여러 사업에 손을 대고 있는 것 같더라고. 너도 알아두면 언젠간 쓸 데가 있을 거야. 그 출입패는 네가 가져.”

당옥정이 출입패를 꺼내 두 손으로 꽉 쥔다.

“응! 네가 준 선물이니까 절대 잃어버리지 않을게.”

“너무 애지중지하지 않아도 돼. 어차피···.”

“아냐! 내겐 소중해. 이건 단순한 출입패가 아니야.”

“그래···?”

“응.”

사실 당옥정을 위한 선물이라기보다는 어쩌다 보니 그녀에게 준 것이다. 그런데 저런 반응을 보이니 솔직히 기분이 좋았다. 가끔 당옥정에게 선물을 해주면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 * *

용봉지회 개최 첫날.

저 높은 단상 위에서 화산파의 장문인 환왕(幻王) 군명이 곧은 자세로 개회식의 축사를 읊고 있었다. 이번 용봉지회에는 용(龍)과 봉(鳳)을 따로 선발한다. 즉, 나는 반대편 귀빈석에 앉은 당옥정과 상대로 만날 일이 없다는 말이었다.

‘그래도 우승상품은 똑같이 준다고 하니.’

당연히 당옥정이 우승했으면 좋겠다. 또, 그녀는 그럴 만한 실력이 있었다.

“용봉지회는 차후 무림을 이끌어갈 후기지수들이 서로 경쟁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비무장 아래에선 결코 경쟁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정파의 이름 아래, 의와 협으로 어려운 백성들을 도우며 악인들을 처단할 것이며, 끝으로···.”

‘기네.’

저 끝으로라는 말을 몇 번 들었는지 모르겠다.

들어보면 틀린 말도 아니었고, 대부분 공감이 가는 내용이긴 했다. 그렇지만 너무 길었다. 하지만 용봉지회 본선에 올라온 후기지수들은 모두 환왕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군중들의 시선도 있었지만, 다른 지역에서 온 배분이 높은 고수들도 바로 옆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특히 화산파의 장로들은 이따금 맹렬한 시선으로 후기지수들의 자리를 훑어보곤 했었다. 굳이 엇나간 행동을 하여 찍힐 행동을 할 필요는 없었기에 난 환왕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대략 이 각 정도가 지나자 겨우 연설이 끝났다··· 고 싶었는데, 다음은 화산파의 원로원주가 나타나 화산파가 어떤 문파인지, 화산이 왜 화산이라 불리게 되었는지 등을 구구절절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래서 천룡각을 가지 않았지.’

천룡각이 정파 무림 최고의 후기지수 교육 기관이라는 말을 듣고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언승지나 팽염호 등에게 물어보니 이런 허례허식이 꽤 많다고 들었다. 출신성분으로 급을 나눈다던가 파벌을 만들어 정치 공작을 펼친다던가··· 신경 써야 할 것이 상당히 많았다.

팽염호는 타고난 호탕함으로 친우들과 모두 잘 지냈다고 했는데··· 아마 그가 무림오룡 중 하나가 아니었고, 무공 실력이 강하지 않았다면 조금 의견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곳에 가서 인간군상들을 만나보는 것도 경험이 되겠지만···.

‘아니야.’

언철진 같은 이들이 수두룩할 게 뻔하다.

천룡각의 교육을 마쳤다는 것도 내 명성에 영향을 끼칠 테지만, 이번 용봉지회에 우승하면 그보다 큰 영예를 누리게 된다. 더군다나 운이 좋게도 이번에는 남궁일몽이 참가했다. 정파의 후기지수 중 가장 강하고, 최고의 재능으로 평가받고 있다.

슬쩍 옆을 바라보니 남궁일몽이 산뜻한 미소를 지으며 날 응시한다.

“···.”

그러자 그의 옆에 있던 인물이 눈썹을 찌푸리며 남궁일몽을 바라보더니, 그의 시선을 따라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하여 바라보고 있으니 사내가 전음을 보낸다.

- 원로원주님께서 연설 중이십니다.

- ···.

화산파의 복색.

이번 본선에 진출한 화산파의 제자는 총 세 명이었지만, 붉은색의 수실을 검에 매단 것은 그뿐이다. 붉은빛은 매화검수의 상징. 저리 젊은 나이에 매화검수라면···.

‘저 사내가 무연하로군.’

꾹 다문 입술과 무표정한 얼굴이 그의 성격이 어떤지 보여주는 듯하다.

굳이 분란을 만들 생각은 없었기에 고개를 돌려 단상을 바라본다. 그러자 무연하의 시선도 옅어진다.

지루한 원로원주의 지루한 연설은 거의 반 시진이 지나서야 끝이 났다. 어찌나 화산파의 역사가 깊은지 나도 모르게 정말 대단한 문파였구나, 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길었던 연설이 끝나자 군중들에게서 흥분이 전달되기 시작한다.

드디어 용봉지회가 시작되는 것이다.

오늘 비무는 모용세가의 모용란과 서문세가의 서문향린.

그리고 무당파의 송학과 구궁보의 유건지였다.

각기 다른 출신의 네 명.

모두 명문이라 불리는 곳이다 보니 볼만 한 비무가 될 것이다. 더군다나 모용란은 봉의 지회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이니만큼, 그녀의 비무를 보고 당옥정에게 조금이라도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모용세가 무공의 파훼법을 알려주지 않더라도 가벼운 조언 정도는 당옥정도 수긍하리라.

모용란과 서문향린의 비무가 시작되고, 두 가문의 무공을 찬찬히 살펴보고 있을 때.

누군가 내 옆으로 와서 앉는다.

“반가워요.”

남궁일몽이었다.

각자 배정된 자리가 있었지만, 자리를 옮기지 말라는 규칙은 없었다. 더군다나 남궁일몽은 그런 규칙에 얽매이는 성향은 아닌 듯했다. 그 오랜 기간 천룡각에 머물러 있는 것을 보면 대강 알 수 있었다.

“예, 반갑습니다.”

“절 알고 있나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소개를 하자면···.”

“남궁일몽 소협이지요.”

“알고 있군요.”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행동 하나하나에 여유가 넘친다.

남궁일몽이 비무장에 시선을 옮긴 채로 물었다.

“누가 이길 것 같아요?”

“모용 소저가 이길 것 같습니다.”

“오, 제 생각과 같군요.”

그는 비무를 관전하며 모용세가의 검법은 이렇다. 서문세가의 도법은 저렇다. 짤막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의 말에는 대부분 수긍했다. 무공에 대한 통찰력과 분석력이 상당했다. 은근히 내 반응을 떠본다는 느낌이 든다.

“전 단목 소협에게 기대하고 있어요. 예선전에서 보여줬던 깔끔한 보법. 청야와 쓰던 것과는 꽤 다르더군요.”

“예, 전 형님과 다른 무공을 익혔습니다.”

만약 남궁일몽이 단목청야의 무공을 봐주었다면, 내 보법과 다른 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분명히 내 무공은 단목세가의 천유보를 밑바탕으로 만들어졌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완전 다르다. 사실 이 부분을 끝까지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남궁일몽은 그 찰나의 순간에 그걸 찾아낼 눈썰미를 가지고 있었다.

‘상관없지. 내 재능을 언제까지고 숨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언젠간 내가 단목세가의 무공을 개조했다는 걸 알려야 할 때가 온다.

하지만 어떤 위협에도 나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갈 때까진 그걸 직접 인정하진 않을 것이다.

“추궁할 생각은 없어요. 단지 단목 소협이 나와 같은 과인지 알고 싶으니까. 그리고···.”

남궁일몽이 말을 멈춘다.

어느샌가 또 다른 무림오룡 중 하나인 무연하가 내 왼쪽에 자리를 잡는다.

“단목 소협. 조금 전엔 전음으로 실례를 했습니다. 전 화산의 무연하라 합니다.”

“아닙니다. 제가 한눈을 팔았으니까요.”

남궁일몽은 무연하에게 인사조차 하지 않는다. 마치 이제 넌 내 관심거리가 아니라는 듯하다. 무연하가 그런 남궁일몽을 빤히 쳐다본다. 뜨거운 눈빛. 저런 눈빛을 알고 있었다. 투쟁심. 경쟁심. 무연하는 남궁일몽을 경쟁자로 생각하는 듯했다.

“남궁 소협, 이번엔 확실히 다를 겁니다. 결승에서 보여드리죠.”

“푸훗···.”

그 말에 남궁일몽이 마치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무연하의 한쪽 눈썹이 올라간다.

“남궁 소협?”

“지금 그런 말 하기엔 이르지 않을까요? 옆에 계신 단목 소협도 이기지 못할 것 같은데, 너무 앞서나가는 것 같군요.”

“무슨 말인지 이해했습니다. 다른 이들을 모두 꺾고 올라가겠습니다.”

“그럼 상대는 해드리죠.”

남궁일몽의 말에 무연하가 이글이글 타오르는 시선으로 날 바라본다.

그는 자신에게 오려면 나부터 꺾으라는 말로 알아들은 모양이다.

뭐 난 남궁일몽이나 무연하나 상관없이 둘 다 이기고 우승을 차지할 생각이었지만, 여기서 기 싸움 따위를 하고 싶진 않았다. 입을 다물고 비무장을 바라본다. 모용세가의 무공을 봐 두는 편이 좋았다.

그렇게 모용란과 서문향린의 비무를 관전하고 있을 때.

반대편의 귀빈석에 잠시 작은 소란이 있었다.

그쪽을 바라보니···.

“···!”

하얀 의복을 입은 한 여인이 자리를 잡고 그 먼 거리에서도 날 응시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녀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날 바라보고 있었는데···

분명히 얼굴은 달랐다.

비슷한 점을 꼽으라면 눈, 코, 입이 달려있다는 정도일까? 그만큼 얼굴은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그 여인의 분위기가···.

‘영령.’

그녀와 너무 비슷했다.

제갈교아

첫날의 비무가 모두 끝났다.

하지만 내 신경은 모두 저편에 앉은 여인에게로 향해 있었다.

의문이 든다. 왜 난 저 여인이 영령과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걸까? 닮은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더군다나 저곳에 앉았다는 말은 용봉지회의 참가자란 뜻이었다.

천마신교의 신녀가 용봉지회에 참가한다?

지나가던 개도 코웃음 칠 소리다.

“뭘 그리 보는 건가요?”

정신을 다잡았다.

그에게 빈틈을 보일 정도로 평정심을 잃었다. 아직 영령을 마음에 품고 있는가? 그건 모르겠다. 솔직히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할 때는 아니라 판단했다.

사실 당옥정이 날 향한 마음이 있다는 건 모를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그녀와의 관계가 친우 이상으로 더 나아가지 않는 이유는 결국 내가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

“아, 제갈 소저를 보고 있던 모양이군요.”

제갈 소저?

저 여인이 제갈세가의 인물이란 말인가?

문득 며칠 전 방문했던 만월의 지하 공동의 일이 떠올랐다.

내 냄새를 맡고 싶다며 헛소리를 했던 사람이다. 당시엔 목소리가 변조되어 여인인지 사내인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었지만···.

‘여우 가면을 썼던 인물인가? 확인해봐야겠어.’

오늘의 승자가 모용세가의 모용란인 것과 무당파의 송학이라는 건 이제 딱히 중요하지 않았다. 주변에선 모용세가의 쌍검은 쾌의 극치라느니 무당의 검은 바위마저 가를 수 있다느니 떠들어댔지만, 모두 한 귀로 흘려보낸다.

“그럼 전 이만.”

남궁일몽과 무연하에게 인사하고 일어섰다.

순간 내 뒤에 앉아 있던 언철진과 눈이 마주친다. 그는 흠칫 몸을 떨곤 시선을 내리깔았다. 당시의 패배가 아직 잊히지 않은 모양이다. 뭐 과거처럼 도전적인 눈빛을 보내는 것보단 나았기에 무시하고 자리를 떴다.

내가 향한 곳은 봉의 지회에 참가하는 여인들이 모인 곳. 천천히 걸어가고 있으니 시선이 느껴진다. 비무를 끝내고 의복이 땀에 젖은 모용란이 보이고, 시선을 마주하자 흠칫 몸을 떠는 양주아가 보인다.

그리고 분명히 객관적으로는 미녀라 할 수 있었지만, 무언가 음침한 느낌의 여인. 가까이갈수록 영령의 분위기와 비슷하다. 영령도 처음 보았을 때, 이런 느낌이었나? 그렇게 그곳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

“장룡!”

“···.”

당옥정이 눈을 반짝이며 내게 다가온다.

난 잠시 멈춰선다. 당옥정이 옆에 다가오니 뭔가 혼란스러웠던 마음이 안정되는 듯하다. 난 당옥정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으응? 내 얼굴에 뭐 묻었어?”

당옥정이 볼을 쓱쓱 닦아낸다. 그러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그녀였다.

“아니. 안 묻었어. 가자.”

지금 당장 제갈교아에게 접근해서 무언가를 묻는 것은 하책이다.

제갈교아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지금 당장은 그녀에게 접근하지 않기로 했다. 왜 내가 제갈교아를 보며 영령을 떠올렸는지. 분명히 그런 이유가 있을 것이다. 확실해지기 전에는 그러한 것을 드러낼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한 차례 참아내자 여유가 생긴다.

제갈교아를 무시하고 떠나려고 할 때.

그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내 쪽으로 다가왔다.

“저기.”

“···?”

당옥정은 제갈교아가 먼저 말을 건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이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제갈 소저?”

당옥정이 되물었지만, 제갈교아의 시선은 오직 나만을 향했다.

그녀의 얼굴을 직시한다. 그녀의 시선은 오직 나만을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코끝이 조금씩 움찔하는 게 보인다. 마치 계속 냄새를 맡는 것처럼.

제갈교아가 홀린 듯이 더 가까이 다가오려 했지만, 내가 거리를 벌린다.

저 냄새라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쉽게 거리를 허용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무슨 일이죠?”

“아··· 처음 뵈어요. 전 제갈세가의 제갈교아라 해요.”

“예.”

“제갈 소저, 다른 용무가 있으신 가요?”

“다른 용무요? 그건···.”

제갈교아에게 전음을 보낸다.

- 여우 가면.

- ···.

제갈교아의 흐릿하던 눈동자가 순간 반짝였다. 조금은 오싹한 느낌이 드는 변화였다. 적대적인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마치 무언가를 꿰뚫는 듯한 시선. 그것이 내 몸을 훑는다.

- 알고 계시네요.

- 만월에서 내 냄새를 맡고 싶다고 했던 것도 아직 기억하고 있지.

- 그건··· 죄송했어요. 단목 공자님의 냄새가 워낙 특이해서···.

- 대체 무슨 냄새를 말하는 거지? 난 매일 씻는다고.

- 그건 이 자리에서 설명하긴 꽤 난감한 부분이라서요. 시간을 주신다면···.

- 혼의 냄새라도 맡을 수 있는 겁니까?

슬쩍 반응을 떠본다.

제갈교아의 표정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찰나의 순간 눈동자가 움찔하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천마신교의 신녀만 그런 능력이 있다곤 할 수 없었다. 혼의 냄새를 맡아 언젠간 무림을 뒤흔들 재능과 별자리를 가진 이들을 선택한다. 뭐 그 외에 다른 일이 있는 듯했지만, 나도 그녀의 모든 것을 알지는 못했었다.

- 그 부분은 냄새를 맡은 후에 정확히 말씀드리죠. 지금 시간을 내어주실···.

아직 냄새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한 모양이다.

대체 어떤 냄새가 나기에 저렇게 집착하는 것일까?

‘지금은 보는 눈이 많아.’

난 제갈교아에게 추후 장소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그녀는 당장 냄새를 맡지 못하는 것이 불만인 듯 아미를 찌푸렸지만, 그래도 내 말을 따르기로 했다.

그렇게 제갈교아와의 만남을 뒤로하고, 당옥정과 장원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며 제갈교아에 관한 것을 쭉 물어보았다.

“제갈 소저가 말을 걸었을 때, 왜 놀랐어?”

“아, 사실 제갈 소저는 뭔가 특이한 사람이라 생각했거든. 천룡각에 들어가서도 배울 것이 없다고 한 달 만에 나와버리고, 관심을 가지는 게 없다고 들었어. 특히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거는 법이 없다고 들었거든.”

그렇게 말하는 당옥정은 그리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건 그렇지만, 그녀의 성격은 정말 소문이 좋지 않아. 확실하진 않지만, 사람의 생명을 너무 쉽게 본다고 했던 것 같아. 팽염호나 위지풍한테 들은 거긴 한데···.”

“그렇군.”

“그래도 소문일 뿐이긴 해. 나도 사실 제갈 소저와 직접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거든.”

소문일 뿐이라도 당옥정이 저리 말한다면 무시할 순 없었다.

“알려줘서 고마워.”

“저어기···.”

“응?”

“아, 아니야!”

피식.

당옥정이 무슨 걱정을 하고 있는지는 대강 눈치채고 있다.

나도 모르게 그녀의 손을 잡는다. 요즘 손을 잡는 것까지는 너무 자연스러웠다. 친우끼리는 손을 잡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이랄까? 어쩌면 그것은 변명일 수도 있었다.

“가자. 모용 소저의 비무는 잘 봤지?”

“으응! 봤지!”

“솔직히 확률은 반반이야. 남은 기간에 1푼이라도 확률을 올려야 해.”

“응! 얼른 돌아가서 수련하자.”

당옥정과 함께 장원으로 걸어간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특히 이렇게 손을 잡고 있으면 영령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뭐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그녀의 손은 너무도 따스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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