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8화 (48/236)

* * *

숙연한 분위기.

양씨세가의 두 사람은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단목장룡은 가만히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여기서 뭘 더해야 할까? 만약 신교였다면 양주아를 노예로 삼을 수도 있었겠지만···.

여기는 신교가 아니다.

더군다나 신교를 혐오했던 단목장룡은 신교의 교리를 따르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가 대충 생각을 정리하고 입을 열려는 순간.

땀에 흠뻑 젖은 모용란이 방으로 들어왔다.

“주아야···!”

“언니···.”

잔뜩 기죽은 양주아를 보고 모용란이 당황한다.

탁상 위에 올려진 것은 삼현마금이 맞다. 이미 들어오기 전 그것을 찾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상태였다. 그리고 더 놀라운 일은···.

‘단목 소협이 냉 호위를 순식간에 제압했다고 했어. 물론, 냉 호위가 진심으로 싸우진 않았을 테지만··· 그건 단목 소협도 마찬가지겠지···!’

모용란.

오대세가 중 하나인 모용세가는 힘에 민감하다. 그녀가 남궁일몽을 좋아하는 이유는 딱 하나였다. 언젠간 무림의 패자가 될 인물이라 생각했기에. 사실 소림사의 제자인 정현을 제외하면 모두 혼인 상대로 손색이 없었지만, 그래도 당대 최고와 혼인하는 것이 그녀의 목표였다.

그렇기에 자신의 가치를 꾸준히 올려오고 있던 모용란이다.

최고만이 최고와 이어질 수 있으니까.

‘내 촉이 틀리지 않는다면··· 이 사내는···.’

그녀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고 있을 때.

단목장룡이 입을 연다.

“내게 공격을 했던 것은 문제 삼지 않겠소.”

양주아가 입술을 깨문다.

그녀의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고 있었다. 그녀도 따지고 보면 피해자였다. 억울한 마음이 가득 차 있다. 누구에게라도 이 화를 쏟아내고 싶지만···.

‘저 눈빛을 보니 아무 말도 못 하겠어.’

그리고 상황 자체가 양씨세가에 너무 불리했다.

보물을 되찾아준 은인에게 칼을 겨눈 꼴이었으니까.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양씨세가에서 삼현마금의 가치는 어느 정도요?”

그 말에 대답하는 것은 모용란이다.

“삼현마금은 신병이기로 분류되는 물건 중 하나로, 음공의 위력을 두 배 이상 증폭할 수 있는 악기에요. 모르긴 몰라도 가문의 최고 보물이라 할 수 있겠죠. 더군다나 삼현마금과 같은 물건을 만들려면 화경의 경지이면서 악기의 명장이여야 해요. 지금 중원 무림에 그 정도 경지에 오른 분은 없죠.”

“···.”

양주아가 모용란을 흘끔 바라본다.

갑자기 왜 저리 열성적으로 설명하는 거야? 조금은 서운한 양주아였다.

모용란은 양심에 찔렸지만, 지금이 최고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단목장룡의 호감을 살 기회.

- 주아야, 확실하게 아는 것을 모두 말하는 게 좋아. 단목 소협의 눈빛이 풀어지는 게 보이지?

모용란은 양주아의 마음까지 신경 썼다.

양주아는 썩 내키지 않았지만, 그의 서늘한 눈빛이 조금 풀어진 것을 보니 은근히 마음이 놓인다.

“모용 언니의 말씀이 맞아요. 삼현마금은 본가 최고의 보물이에요.”

“그럼 내가 이 대단한 보물을 찾아줬으니, 양씨세가에선 뭘 줄 수 있겠소?”

“그건···.”

단목장룡은 고개를 휘휘 저었다.

어차피 여기서 얻어낼 것은 거의 없었다. 양주아는 양씨세가의 실권자가 아니었다.

“양씨세가를 믿어보겠소.”

굳이 여기서 받을 필요가 있겠는가?

무림의 은원은 참으로 질기다. 언젠간 양씨세가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때가 있지 않겠는가?

단목장룡이 삼현마금을 건네준다.

양주아는 두 손을 벌벌 떨며 그것을 받아들었다. 이것을 잃어버렸다면, 그녀는 죽은 목숨이었다. 아니, 실제로 죽진 않았지만, 가문에선 그녀를 역적 취급하며 오히려 죽는 것보다 못한 삶을 살아가게 했을 것이다.

자신의 몸이라도 요구하는 거 아닐까?

자의식 과잉이 심했던 양주아는 그런 걱정까지 했었다. 삼현마금을 손에 쥐는 순간 얼음장처럼 굳어있던 마음이 녹아내렸다.

“흐윽···!”

안도와 기쁨.

그 마음으로 삼현마금을 안고 울었다.

단목장룡은 자리에서 일어선다. 여기서 더 할 말이 뭐가 있겠는가? 그리고 그는 우는 여인을 보는 게 참으로 싫었다. 양주아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해도 말이다.

“다, 단모옥··· 공자··· 님··· 감사··· 흐윽··· 해요···.”

뒤에서 양주아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제는 소협이 아니라, 공자라 부르는군.

“쉬시오.”

단목장룡은 그대로 떠나갔으며, 그걸 지켜보는 모용란의 표정은 심란했다.

‘으음, 설마 주아를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 아니야. 주아가 처음에 얼마나 못됐게 굴었는데··· 하지만 그런 것을 좋아하는 사내도 있긴 하지··· 사람 마음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모용란은 양주아의 곁에 다가가 어깨를 토닥인다.

“주아야, 괜찮아. 다 잘 해결된 거야.”

“흐윽, 언니···!”

뒤에서 아무 말 없이 그걸 지켜보던 호위인 냉추가 방을 나선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는 단목장룡이 보인다.

냉추가 자신의 팔뚝을 쓰다듬는다. 단목장룡이 가볍게 때린 것처럼 보였지만, 피멍이 들어 있었다. 양씨세가가 삼현마금의 호위로 냉추로 붙여준 이유는 무공의 실력이 뛰어나서다. 그런데 냉추는 순간적으로 단목장룡의 움직임을 완전히 놓쳐버렸다.

‘저 사내는 위험하다···.’

적이 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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