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7화 (47/236)

* * *

천상루에 되돌아왔다.

당연히 난리가 났다.

언제 불렀는지 종남파의 제자들이 천상루 주변을 수색하고 있었다. 저런 방식으로는 절대 구방을 잡지 못했을 것이다.

천상루의 입구로 가자 이새붕이 달려 나온다.

“도련님!”

“어, 새붕아.”

“어디 갔다가 오셨어요? 저기, 종남파의 문도들이 도련님이 어디로 갔냐고 막 물었어요.”

“그래?”

설마 했지만 날 의심하고 있었나?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별 상관없었다.

천상루의 입구로 걸어가자 주변에서 내 손에 들린 것을 보고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자, 잠시만! 저거 금 아니야?”

“저 빛깔 좀 봐! 삼현마금이 분명해!”

그때 땀과 눈물로 흠뻑 젖은 양주아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주변을 탐색하다 다시 객잔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당신···!”

양주아가 내 손에 있는 삼현마금과 내 얼굴을 번갈아 바라본다.

그녀는 다짜고짜 삼현마금을 뺏으려 들었다.

휙.

“돌려줘···! 그건 본가의 보물이야···!”

양주아의 호위 또한 발끈하며 달려들었다.

“감히! 본가의 보물을 내놓아라!”

어찌 예상에서 하나도 빗나가지 않을까? 보물을 잃어버렸던 불안한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보물을 찾아온 사람에게 도둑놈 취급하는 건 좀 아니지 않을까?

“그만.”

조용히 말했지만, 내공을 담았기에 그 울림이 결코 작지 않았다.

하지만 호위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기에 검을 뽑았다.

짜아아악! 짜아악!

검면으로 호위의 팔뚝과 허리 그리고 허벅지를 후려쳤다. 내공을 담지 않았지만, 놈의 몸이 크게 휘청인다.

마지막으로 발을 걸어 호위를 넘어뜨리고, 검을 그의 목에 겨눈다.

“가문의 보물을 찾아준 은혜도 모르고 허튼수작을 부린다면, 더 이상의 자비는 없다.”

내공을 담은 말에 좌중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달라진 태도

“봤어? 지금 어떻게 움직인 거야?”

“나도 몰라. 대체 저 사람은 누구야?”

술렁이는 좌중 사이에서 종남이라는 글자가 가슴팍에 수놓아진 의복을 입은 30대의 사내가 황급히 다가와 인사한다.

“종남의 16대 제자인 장중경이라 합니다. 단목세가의 단목장룡 소협이 맞으십니까?”

“예.”

하지만 나는 검을 거두지 않았다. 양씨세가의 호위의 눈빛은 아직 죽지 않았다. 그러니 검을 회수할 수는 없지. 이번 기회에 양씨세가와의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 난 삼현마금을 찾아준 은인이었다. 그들에게 은인 대접을 받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니라 부조리를 참지 않으려는 것뿐이다.

“저··· 단목 소협? 검을···.”

“죄송하지만 이건 양주아와 저의 일입니다.”

장중경은 사태 파악이 빠른 인물이었다.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겠다는 듯 포권 지례로 예를 표하고 뒤로 물러섰다.

“무, 무슨 짓이에요? 검을 거두세요···!”

양주아가 당황하여 소리쳤다.

“삼현마금을 되찾아준 은인에게 선공을 날리고, 이제 와선 검을 거두라?”

“그, 그건···!”

양주아가 할 말을 잃어버렸는지 입을 뻐끔거린다.

냉추라는 이름을 가진 호위도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건가?”

“고, 공격하려는 게···.”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보았는데? 그렇지 않습니까? 장 소협.”

“단목 소협의 말씀이 맞습니다···. 양 소저와 호위 무사가 먼저 공격했지요···.”

장중경이 양주아의 시선을 피한 채로 말했다.

상식적으로 내가 삼현마금을 훔쳤으면 이렇게 당당히 나타날 수 없다. 음모론자들은 내가 모종의 계획을 갖고서 그걸 훔치고, 다시 되돌아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마 대부분 사람은 그렇게까지 억측하진 않을 것이다.

양주아가 입술을 깨문다.

“제가 어찌해야 할까요···?”

그녀의 시선은 삼현마금에서 떠나지 않았다.

“뭘 해야 할진 이미 알고 있지 않소?”

내 말뜻을 알아들은 건, 호위 무사인 냉추였다.

“쿨럭··· 죄송합니다···. 은인을 몰라뵙고 실례를 범했습니다.”

냉추가 사과하자 확실히 주변의 분위기가 바뀐다.

날 의심하는 시선이 점차 흩어져간다.

“죄송해요··· 단목 소협··· 제가 너무 급한 마음에··· 보물을 찾고 싶다는 마음에···.”

그녀는 횡설수설하며 사과했다.

일단은 그 사과를 받아주기로 한다. 냉추의 목에 겨눴던 검을 거둔다. 냉추와 양주아의 시선이 삼현마금에 집중되어 있었지만, 바로 그것을 돌려주진 않았다. 이것을 얻은 경위부터 설명해주었다. 다른 이들도 똑똑히 들을 수 있도록.

“무공수련을 하던 도중 누군가 벽면을 타고 뛰어내리는 걸 감지하고, 바로 뒤를 쫓았습니다. 아마 제가 검을 들고 객잔을 뛰쳐나가는 것을 몇몇 분들이 보았을 겁니다.”

“제가 봤습니다! 공자님께선 마치 바람처럼 지나가셨습니다!”

천상루의 점소이가 외친다.

순간 좌중의 시선이 점소이에게 쏠리자, 그는 화들짝 놀라 몸을 움츠린다.

“끈질기게 도둑을 추적했지만, 경공이 워낙 빨라 사로잡진 못했습니다만··· 사천당문의 내당주님께 받았던 작은 가르침을 활용하여 돌을 던져 도둑의 팔을 맞췄습니다. 놈은 결국 이걸 놓치고 도주했습니다. 만약 명중하지 못했다면 삼현마금은 찾을 수 없었겠지요.”

사실 독봉 당용아에게선 암기술을 배웠다기보다, 그녀의 암기를 피하는 수련이었지만··· 지금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혹시 모를 의심을 지우려면 확실한 사람의 이름을 대는 게 낫다.

웅성웅성!

사천당문의 이름이 나오자 나를 향한 시선이 확실히 바뀐다. 또, 날 알아보는 사람도 생겨났다. 중원의 소문이란 무던히도 빨리 퍼지기 마련. 중원의 소식에 관심이 있는 자들이라면 알 법도 했다.

“그러고 보니··· 사천성 성도에 엄청난 후기지수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있었어. 분명히 단목세가였는데?”

“나도 들은 적이 있어···! 청성파가 1년 봉문을 선언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들었는데···?”

“맞아. 성도잠룡! 분명해!”

기어코 내 별호가 튀어나왔다.

“성도잠룡···.”

양주아가 곱씹듯 그 별호를 되뇌고 있었다.

“내 말이 이해되시오, 양 소저?”

그녀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양씨세가는 보물을 되찾아준 은인을 공격한 거야?”

“쯧쯧! 가문의 보물을 잃어버렸다고 그리 생난리를 치더니···!”

대중은 선동당하기 쉬웠다.

내가 어영부영 대응했다면, 오히려 나에 대한 의심이 커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당당하게 행동하니 모두 양씨세가를 손가락질하고 있었다. 무림에선 평판이 중요했다. 굳이 고결한 척하며 누군가가 진심을 알아주길 바라고만 있는 건 미련한 행동이었다.

“강호 동도 여러분, 이번 일은 양씨세가와 저 단목장룡이 마무리 짓겠습니다. 소란을 피워 죄송합니다.”

그렇게까지 말하니 슬금슬금 자리를 뜨는 이들이 늘어났다.

구경거리가 더 남았나 싶어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는 이들이 많았지만, 이젠 구경거리가 될 이유는 없었다.

“방 안으로 들어가서 마저 이야기합시다.”

내 말에 양주아가 화색을 띠며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 좋은 생각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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