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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루의 특실.
은자 다섯 냥을 주고 겨우 얻은 방이다.
모용란과 양주아는 방금 뜨끈한 물로 목욕을 마치고 나와 양 볼이 붉어져 있었다.
“방이 넓어서 둘이서 하나를 써도 괜찮긴 하네. 그렇지, 주아야?”
맞는 말이다.
하지만 양주아는 불만이 가득했다.
“정말 마음이 좁은 사내란 말이죠. 여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하나도 없어요. 보통 같았으면 말을 꺼내기도 전에 특실을 양보해야겠다고 말할 텐데. 대체 언니는 왜 그런 사람에게 사과한 거예요?”
양주아의 말에 모용란이 속으로 웃었다.
그녀가 저러면 저럴수록 모용란의 평가가 올라간다. 상대적으로 못난 여인을 옆에 두어 자신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전략. 더군다나 양주아는 절대적으로 못난 여인이 아니다. 무공이면 무공, 외모면 외모, 음악이면 음악. 어떤 것 하나 빠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무림오화라 불리는 것이다.
하지만 딱 하나. 저 내숭 없는 성격이 문제였다.
모용란은 그녀가 그런 행동을 할 때마다 보듬어주고, 달래주는 역할을 맡았다. 또 같이 다니기에 급이 맞기도 했고 말이다.
“청야 오라버니와 나중에 만나면 또 한소리 들어. 오라버니 성격을 몰라서 그래? 경이를 끔찍이도 아끼는 걸 보면서도 모르겠니?”
단목청야.
그는 외부에서 같은 가문의 사람이 당하고 있는걸 참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게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의도된 행동이든, 진심에서 우러러나오는 행동이든··· 그가 남궁세가의 줄을 탄 이상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건 그렇죠.”
“내일 보면 네가 직접 사과하렴. 면전에서 방계니 뭐니 언급한 것은 네가 너무 무례했어.”
모용란의 말에 양주아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더군다나 처음 인상이 좋지 않았다뿐이지, 곁에 두기 부끄럽게 생긴 것은 아니었다. 되려 흔히 볼 수 없이 잘 생긴 편에 속한다.
“단목 소협의 시종에게 물어보니 내일 떠난다고 하시더라. 같이 화음현까지 간다면 단목세가와 연을 쌓을 수도 있고 더 좋지 않겠니?”
하지만 모용란의 말에 거슬리는 부분이 있는 양주아.
“잠시만요. 시종이요?”
“응?”
모용란조차도 그녀가 이것에 반응할 줄은 몰랐다.
사실 그녀도 시종이라는 걸 알게 되었지만, 요녕성의 모용세가는 시종에게 무공을 알려주는 게 그리 특별한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몸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가 모용세가의 가풍 중 하나였기에.
“어제 분명히 언니가 합석하여 같이 식사하자고 할 때, 그 사람과 할 이야기가 있다면서 거절했잖아요? 근데 시종이라고요?”
“시종과 할 이야기가 있었나 보지.”
“하··· 어이없어. 됐어요. 전 그 사람과 친해지고 싶지 않아요. 차라리 청야 오라버니에게 사과하고 말지.”
“후우···.”
양주아의 고집은 알고 있었기에 모용란은 그들과 동행을 포기했다.
솔직히 그녀도 굳이 단목장룡과 친해질 필요가 있을까 고민하던 차였으니.
‘기분이라도 풀어야겠다.’
모용란이 양주아의 곁으로 다가간다.
종횡무진 제멋대로인 성격의 양주아. 그녀가 무림오화로 불리는 이유는 외모도 외모였지만, 금을 타는 솜씨 때문이다. 사실 모용란도 처음엔 양주아를 그리 좋아하진 않았지만, 그녀의 연주를 듣고 그 마음을 바꿀 정도였다.
“주아야, 언니가 주아의 연주를 듣고 싶은데···.”
“또요? 목욕하기 전에 들려줬잖아요.”
“이제 몸이 노곤하게 풀어졌으니 또 듣고 싶어졌어. 응? 이 언니가 네 연주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잖아. 얼른 들려줘.”
모용란의 애교에 양주아가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모르는 이들에겐 한없이 강한 양주아였지만, 가까운 이들에겐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그녀였다. 가까운 사람만 아는 양주아의 매력이랄까.
“오늘은 정말 마지막이에요.”
그렇게 말하고 양주아가 몸을 돌린다.
악기에겐 습기가 적이었으니 욕탕 앞에 두었던 삼현마금···.
“응? 뭐야?”
“왜?”
“어디? 어디 갔지? 내 삼현마금, 내 삼현마금이··· 어디에···?”
“뭐야? 없어졌다고? 입구는 냉추가 지키고 있잖···.”
휘이잉···!
순간적으로 불어온 바람. 창문이 열려 있었다.
설마 이 높은 층을 벽을 타고 올라왔다고?
“도둑···!”
“도둑이야!”
두 여인의 비명에 호위가 벌컥 문을 열고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