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3화 (33/236)

* * *

청성산인과 유한생 그리고 유가상단주.

모두를 심문한다. 난 사천당문이 고문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다. 잔인할 수도 있다며 굳이 보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잔인한 것에는 면역이 되어 있었다. 난 검을 쥘 수 있을 나이가 되었을 때, 처음 살인을 경험했었다. 자의가 아닌 타의였지만.

처음 유한생은 모든 혐의를 부정했지만, 사천당문의 지독한 고문에 조금씩 사실을 털어놓았다.

“이 미약은 어디서 제조한 거지?”

당문 무인의 질문에 유한생이 말한다.

“서장(西藏)에서···.”

서장이라는 말에 당문 무사가 잠시 입을 다문다.

내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당문요가 앞으로 나선다.

“거짓. 유가상단이 서장과 거래한다고? 그걸 지금 믿으란 말이냐? 청성과 관련이 있나?”

“관련이 없습니다···.”

“꼴에 청성의 속가제자라고 의리를 지켜주겠단 말이냐?”

“정말입니다.”

“안 되겠군. 독을 더 투여하게.”

“예.”

사천당문의 고문은 직접 고통을 주는 것과 약을 투여하는 것으로 나뉜다. 유한생의 반응을 보아하니 후자가 훨씬 고통스러운 것 같았다.

그렇게 독을 이용한 고문에도 유한생은 일관되게 진술했다.

혀를 차며 고개를 젓던 당문요가 내게 다가와 말한다.

“잠시 쉬었다가 하는 게 좋겠어. 청성산인도 심문하고 싶지만 청성에서 괜한 트집을 잡을 수도 있으니··· 청성파의 입회하에 하는 것이 좋겠네.”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사천당문에선 차례대로 유가상단의 인물을 심문했다.

그들은 마치 자신이 당한 것처럼 열심히 나서주었다. 아무리 내가 당옥정을 구해줬다고는 하나 고마운 마음이다. 만약 사천당문이 없었다면 이 일을 해결하는데 꽤 시간을 허비했을 것이다.

‘사천당문에게 언젠간 이 은혜를 갚아야겠군.’

내가 그렇게 행동하려 하면 사천당문은 은혜는 2배로 갚는 법이라며 괜찮다고 할 테지만, 난 이미 사천당문을 은인으로 생각했다. 사실 사천당문엔 약간의 선입견이 있었지만, 지내보니 화통하면서도 의협심이 넘쳤다.

‘이제 곧 청성파도 도착하겠군.’

사천당문에선 유가상단의 인물들을 모두 잡아 온 날, 청성파에 전서구를 보냈다. 청성산과 성도와는 거리가 있었으니 장로급 이상이 이곳에 오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들이 왔을 때부터 진짜 시작이다.

당연히 청성파에선 이 일을 부정할 수도 있다. 되려 나를 탓할 수도 있겠지. 

사천당문과는 달리 청성파는 내 입장에선 확실한 적이었다. 그러니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둬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장룡!”

당옥정이 헐레벌떡 달려온다.

그녀는 사천당문의 직계이고, 무공도 출중한데 왜 달리다가 넘어질 것 같을까? 가끔 맹한 모습을 보여줬기에 내 안에서 인식이 그리 박힌 모양이다.

“그렇게 뛰지··· 아니, 무슨 일인데?”

“응?”

“청성파가 도착했어?”

“아니! 그게 아니라! 그 낭인이 깨어났어!”

낭인의 상태는 심각했다.

외적으로도 상태는 안 좋았지만, 심적으로도 상당히 불안정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깨어났단다.

“가보자.”

당옥정과 함께 의당(醫堂)으로 향했다.

덕지덕지 굳은 피가 묻어있던 그의 얼굴이 깨끗해져 있다. 눈빛도 어느 정도 맑아진 듯하다.

“···감사합니다.”

그는 대뜸 내게 감사를 표했다.

“절 구해주신 분이시지요···.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도 공자님의 얼굴은 왠지 모르게 기억에 남더군요···.”

의원을 돌아본다. 이렇게 말을 많이 해도 괜찮은 건가? 뭐 그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었지만··· 몸 상태도 좋지 않은데 무리해서 물을 생각은 없었다.

의원은 작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만, 대답하기 어려우시면 굳이 지금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예, 뭐든 물어보십시오··· 그 지옥도에서 절 꺼내주신 분이시니 모든 걸 털어놓겠습니다.”

그에게 질문했다.

“뇌왕의 장보도를 발견한 것이 당신입니까?”

“예··· 맞습니다. 사실 처음엔 뇌왕인 줄은 몰랐습니다만···.”

“뇌왕인줄은 몰랐단 말씀입니까?”

“제가 처음 봤을 때, 그분은 이미 죽어있었습니다···. 그리 오래된 것 같진 않았지만···.”

“···!”

그럼 뇌왕의 시체를 처음 발견했던 사람이 이 낭인이라는 말인가?

“부끄럽습니다만, 전 그분의 시체를 뒤져 값이 나가는 것이 있다면 훔쳐 달아나려 했습니다···. 그리고 그분의 품속에는··· 한 장의 지도가 있었지요.”

“장보도!”

당옥정이 외쳤다.

“예, 맞습니다···.”

정말 궁금했던 것 하나.

왜 그걸 직접 찾으려 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찾으려 했지만, 사천당문 여인의 피가 필요해서 포기한 걸까?

“···른 눈의 사내···.”

“른 눈?”

“푸, 푸른··· 눈동자의···.”

그의 얼굴이 공포로 물들었다.

나는 바로 머리에 손을 얹는다. 해우심법은 천마신공의 묘리도 들어가 있었지만, 정종심법 그러니까 도가의 명문이라는 무당의 묘리도 담겨 있다. 살기로 상대를 압박할 수도 있지만, 진기로 기운을 북돋아 줄 수도 있었다.

조금씩 그의 표정이 편안해진다.

“하아악··· 그분의··· 시체를 뒤지고 있을 때··· 그자가 나타났습니다. 처음엔··· 아무런 느낌이 없었습니다만···.”

그는 잠시 쉬었다가 말을 이어나간다.

“정신을 차렸을 땐, 발끝부터 머리까지··· 모든 감각이 마비됐습니다···. 단지 그의 눈을 바라보았을 뿐인데··· 전··· 아무것도···.”

“···.”

푸른 눈동자라···.

특정 무공을 익히면, 그 무공의 성질이 외관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 아마 그런 부류가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당옥정이 궁금증을 가득 담아 묻는다.

“그··· 것은··· 제 손에 들린 장보도를··· 바라보다 떠나갔습니다··· 사실 그 자리에서 죽을 줄 알았지만··· 살아났습니다··· 그리고 평생을, 뇌왕 대협의 장보도를 손에 쥐고도··· 그것을 찾을 시도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만약 그곳에 가면 그··· 것이 있을 것 같아서··· 후우욱···.”

점점 더 많은 진기가 필요해진다.

그의 기맥이 공포로 뒤틀리고 있었다.

“하지만 욕심 때문에··· 그걸··· 포기하지 못했지요··· 10년 동안이나··· 품에 간직한 채로··· 중원을 떠돌았습니다···. 결국 제 마음이 편해지고자··· 당문의 소저께 그걸 팔았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뇌왕의 장보도의 소문을 퍼트린 건···?”

“제가 술에 취해··· 공포를 털어내기 위해 자랑하듯 털어놨습니다··· 그로 인해 이렇게 납치될 줄은 꿈에도 모른 채로···.”

그랬던가.

뇌왕의 죽음을 목격한 낭인이 장보도를 얻게 되었지만, 공포로 그것을 찾지 못하고 결국 당옥정에게 팔아치웠다. 낭인이 술김에 장보도의 존재를 세상에 떠벌려서 당옥정을 처음 만났던 객잔의 손님들이 그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이다.

조금은 허무한 결말.

하지만 아직 의문은 남아있었다.

‘그렇다면 그 푸른 눈동자의 사내가 뇌왕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는 건데···.’

슬쩍 낭인을 바라보자 그는 눈을 감고 혼절해 있었다.

뭐 아마 그에게 물어도 더 아는 것은 없으리라.

“고모님께 이 사실을 말씀드려야겠어.”

내가 알기로 독봉 당용아와 뇌왕은 연인 관계였다.

뇌왕을 죽인 흉수의 단서를 잡았으니 알려주는 것이 당연하다.

확실히 뇌왕의 죽음에 무언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단목 공자님 계십니까?”

바깥으로 나가보니 당문의 무사가 이마의 땀을 훔치며 말했다.

“아, 여기 계셨군요. 청성파의 장문인께서 본가에 도착하셨습니다.”

청성파의 선택

사천당문의 가주전에 들어서자 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처음으로 마주하는 사천당문의 가주 만독왕(萬毒王) 당허도.

그리고 청성파의 장문인 청성신검(靑城神劍).

두 초고수는 서로를 마주 보고 앉아,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기세를 내뿜으며 어떤 대화도 나누고 있지 않았다.

‘저 사람이 사천당문의 가주인가···. 당옥정과 크게 닮진 않았구나.’

그리고 청성파의 장문인.

도가 문파인 청성파의 장문인 답게 딱 봐도 도사의 느낌이 물씬 난다. 길게 기른 하얀 수염이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내가 들어오자 청성파 장문인의 시선이 내게로 향한다.

나는 두 사람에게 다가가 인사한다.

당연히 사천당문의 가주에게 먼저.

“가주님,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단목세가의 단목장룡입니다.”

“자네가 단목장룡이로군. 일전의 일은 참으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네.”

“아닙니다.”

그리고 청성파의 장문인에게 인사했다.

“청성의 장문인께 인사드립니다.”

“반갑다곤··· 하지 못하겠구려.”

천천히 일어서는 청성신검.

나는 살짝 긴장했다. 이미 청성파에 대한 평가는 바닥을 기고 있다. 청성파의 장문인이 홱 돌아서 날 공격할지 누가 알겠는가? 뭐 내 옆에 있는 사천당문의 가주가 가만히 있진 않겠지만.

그는 날 정면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미안하외다. 모두 빈도의 책임이오.”

청성파의 장문인이 깊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솔직히 이곳에 오기 전까지 걱정을 했었다. 혹시 청성파가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적반하장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우릴 습격했던 청성산인을 떠올려보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과한 것은 아니리라.

하지만 청성신검은 한낱 후기지수에 불과한 내게 고개를 숙였다.

명문 거파의 자존심은 하늘을 찌른다고 한다. 더군다나 구파일방의 장문인인이라면 청성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었다. 

뭐 장문인이 내게 인사를 한다고 청성산인이 저질렀던 일이 모두 사라지는 건 아니긴 했지만 말이다.

당허도 또한 나와 같은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장문인, 청성파의 잘못을 모두 인정하는 것이오?”

청성신검이 천천히 허리를 편다.

그는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곡진이 유가상단과 친밀하게 지낸다는 것까지만 알고 있었소. 자세한 것은 당문에서 보낸 서신으로 알게 되었소이다.”

곡진은 청성산인의 도호(道號)인 듯하다.

그의 말에 당허도의 눈썹이 꿈틀한다.

“청성파는 유가상단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걸 말하고 싶은 것이오?”

당허도는 내가 묻고 싶은 말을 대신 물어주었다.

“아니외다. 이제라도 그 잘못을 알았으니··· 그걸 되돌리고자 하외다.”

“어떻게 말이오? 청성산인은 복면을 쓰고 같은 정파인을 습격했소. 또한, 그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겠지.”

청성신검의 인정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일단 곡진을 볼 수 있겠소이까?”

당허도가 손짓하자 당문의 무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잠시 기다리니 포박된 청성산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장문인의 모습을 보자마자 입을 다물고 고개를 푹 숙였다.

청성신검이 그의 앞에서 서서 말한다.

“왜 그런 짓을 했느냐?”

“장문인··· 저는···.”

청성신검이 고개를 젓는다.

“변명하지 말거라.”

물어놓고 변명하지 말라니···.

그런데 장문인의 말에 자극이 되었을까? 갑자기 고개를 쳐드는 청성산인이다.

“저는··· 저는··· 속세에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물론··· 청성의 가르침은 훌륭했습니다. 허나, 속세에선···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면 더 높은 경지로···.”

“그만.”

청성파의 장문인 청성신검.

그의 몸에서 강렬한 기세가 퍼져 나온다. 그리고 그것은 청성산인에게만 집중됐다. 내력의 제어가 상당하다.

“이미 청성에선 너를 파문하기로 결정했다.”

“···!”

청성산인이 두 눈을 부릅뜬다.

그도 그 부분을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닐 거다. 하지만 직접 청성파의 장문인에게 그 말을 들으니 현실로 와닿는 것이다.

“파문이라니요···! 장문인! 장문인···! 전 단지 더 높은 경지에 이르기 위해 그렇게 한 것입니다! 결코···!”

장문인의 손이 청성산인의 복부로 향했다.

단전이 위치한 곳이다.

“장문인! 장문인! 안 됩니다···! 그것만은···! 끄아아아아악!”

강호에서 무림인에게 내려질 수 있는 가장 큰 형벌.

단전을 폐하는 것이다. 평생토록 쌓아온 내력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고통. 당연히 목숨과 단전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목숨이겠지만, 단전을 잃은 무림인은 살아도 산 게 아니라고 한다. 단전을 잃고 생기를 잃어버린 무인을 신교에서도 많이 보아왔다.

“크흐으윽···!”

청성산인이 추하게 눈물을 흘린다.

당허도는 그걸 싸늘하게 바라볼 뿐이다.

“장룡, 자네에게 물어보고 싶네. 이것으로 일이 해결됐다고 보는가?”

“아직인 것 같군요.”

당허도가 만족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장로 하나를 파문하여 이 일을 끝낼 것은 아니겠지요?”

청성신검이 깊은 한숨을 내쉰다.

“이미 청성이 받을 벌은 정했소이다.”

“그게 무엇이오?”

“청성은 1년간 봉문하기로 했소이다.”

봉문은 말 그대로 문파가 문을 걸어잠근다는 말이다. 봉문을 선언하면 일체의 외부활동을 할 수 없다. 강제로 청성산에 틀어박혀 있어야 한다. 사실 도사들이 봉문을 선언하면 마냥 좋아할 것 같지만, 중원의 흐름 속에서 청성파만 도태되는 것이다.

1년이라는 기간이 그리 긴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청성파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속죄인 셈이다.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존재한다.

“장문인께 여쭙겠습니다. 봉문을 한다는 말씀은 청성과 유가상단의 관계를 모두 인정한다는 말입니까?”

“그건 청성파의 이름을 걸고 맹세할 수 있소. 절대 아니외다. 봉문을 하는 것은 곡진의 행동을 미리 막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이외다.”

“그건 더 알아봐야 하지 않겠소?”

“회피할 생각은 없소이다. 모든 의혹이 풀린 후에 봉문할 것이외다.”

애초에 청성파가 마음먹고 부정한다면, 잡음은 있겠지만 청성산인만 쳐내고 일을 해결할 수도 있다.

그래도 봉문까지 한다는 것을 보았을 때, 청성파는 이 일을 회피하지 않고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또 하나.”

하지만 당허도는 더 남은 게 있는 모양이다.

“이곳에 있는 단목장룡은 목숨을 잃을 뻔했소. 뭔가 있어야 하지 않겠소?”

당허도는 슬쩍 고개를 돌려 내게 한쪽 눈을 깜빡였다. 나를 대신하여 보상을 거하게 뜯어내겠다는 것 같다. 사천당문의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성격이 화통한 건가? 내가 하기 힘든 말도 이렇게 알아서 해주니 참으로 고마웠다.

“단목세가 성도지부와 교룡문 그리고 유가상단과 엮어 피해를 본 모든 문파에게 보상해줄 생각이외다. 물론···.”

청성신검이 날 바라보며 말한다.

“시주가 없었다면··· 곡진의 악행도 밝혀지지 않았을 것이외다. 빈도는 장문인직을 걸고 시주에게 충분한 보상을 할 것이외다.”

그리고 그 말을 받는 당허도였다.

“청성의 충분한 보상이라면 태청단(太淸丹) 정도는 되겠구려.”

“···.”

약간 당황한 청성신검이다.

딱 봐도 영약의 이름이었는데··· 이제까지 당황하는 일 없이 말하던 청성신검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보니 대단한 영약인 듯하다.

“장룡이 아니었다면 청성산인은 더 많은 악행을 저질렀지 않겠소? 어쩌면 본가에도 직접 해를 끼쳤을 수도 있지. 만약 그런 상황이었다면, 지금 장문인과 난 이렇게 마주 보고 대화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오. 장룡이 청성의 명성을 지켜준 것인데··· 청성의 보물이라는 태청단 수준은 되어야 하지 않겠소?”

“크흐으음···. 그 말이 맞소이다··· 단목 시주는··· 청성에 큰 은인이지요···.”

“그러면 태청단으로 보상하면 되겠구려?”

“그건···.”

“설마 장문인이 한 입으로 두말하려는 건 아니겠지요?”

“변명처럼 들릴지 모르겠으나··· 현재 본파엔 태청단이 없소이다. 마지막 하나를 대제자가 취하고 새로이 연단중이외다.”

“으음, 태청단이 없으면 적어도 소청단은 주어야 하지 않겠소?”

그 말에 장문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건 빈도의 재량으로 시주에게 줄 수 있소이다.”

태청단이니 소청단이니 들어본 적은 없었다. 정파에서 가장 유명한 영약은 소림사의 대환단이다. 뭐 청성파도 구파일방 중 하나이고, 장문인이 저리 반응하는 것을 보니 태청단도 꽤 대단한 영약일 듯하다. 아마 소청단은 그 바로 아래 등급 정도겠지.

당허도가 슬쩍 나를 바라본다.

이 정도면 괜찮겠냐는 의미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유가상단과 계약한 것도 돈을 벌어 영약이나 영초를 구매해볼까 싶어서였다. 청성파가 연단한 영약을 얻을 수 있다면 나로선 당연히 좋았다.

나는 당허도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그는 한쪽 눈을 찡긋하더니 청성신검에게 말한다.

“일단 이 일은 더 조사할 것이 남아 있소. 유가상단에서 발견된 미약은 본가에서도 구하기 힘든 수준이었소. 유한생의 말로는··· 서장과 거래했다고는 하지만 본인은 그걸 믿지 않소.”

“서장이라니···.”

“그러니 청성에서도 확실히 협조해주길 바라오.”

“그러기 위해 빈도가 직접 온 것이외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