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2화 (32/236)

* * *

습격한 것이 청성파의 장로인 청성산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교룡문의 부문주를 비롯하여 유가상단의 상행을 호위하던 모두는 큰 충격에 빠졌다. 난 그걸 일정 부분 예상했기에 별 감흥은 없었다.

‘도를 닦는다는 도사나 신교의 교도나 똑같은 인간일 뿐이지.’

하지만 걸리는 게 있었다.

유가상단의 유한생은 될 수 있으면 날 납치해오라 했다고 한다. 그 연유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파악해야 한다.

우리는 상행을 파하고 바로 성도로 돌아갔다.

이 상황에서 상행을 마쳐야 한다고 지껄이는 자들은 아무도 없었다. 유가상단이 이번 일과 관련이 있음을 알았으니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청성파는 조금 달랐다. 교룡문의 부문주는 물론 성도지부의 지부원들도 불안감을 숨기지 못했다.

구파일방 중 하나인 청성파라는 이름이 무림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컸다.

더군다나 이곳은 사천성이 아닌가?

다행인 점은 사천성에서 청성파에 밀리지 않는 세력과 연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우리에게 명분이 있었으니 아무리 청성파라 할지라도 막무가내로 나오지 못할 것이다. 뭐 청성산인의 말로는 청성파는 이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곤 하지만···.

적당히 상행을 습격하고, 상품을 훔쳐가는 정도로 생각했다. 이제까지 유가상단에 얽힌 사고는 그 정도 수준이었으니까.

하지만 청성의 장로인 청성산인이 직접 나서 날 납치하려 했다면···.

‘더 관련된 것이 있다.’

성도에 도착한 직후 난 사천당문을 찾아갔다.

내당주는 출타하여 만나지 못했지만, 당옥정은 내가 찾아왔다는 말을 듣고 바로 달려 나왔다.

“흐응···!”

“···?”

왠지 모르게 차가운 반응.

저 멀리서부터 부리나케 달려오다가 적당히 시야에 들어오자 느긋하게 걸어왔던 당옥정이었다. 팔짱을 끼고 콧김을 푹푹 내뿜는 것이···.

‘왜 화난 거지?’

그녀의 기분이 왜 상했는지 궁금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 상황이 더 중요하다.

“당옥정, 부탁할 게 있는데.”

“흥···!”

고개를 홱 돌린 당옥정.

내가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니 슬며시 시선을 준다.

“···뭔 부탁?”

난 그녀에게 유가상단에 의뢰를 받아 상행을 호위했던 것부터 빠르게 설명했다. 괴한의 습격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올 땐, 그녀가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긴장했다. 그리고 괴한 중에 청성산인이 있었다는 말을 들었을 땐···.

“청성파? 내가 아는 그 청성파 말이야?”

“맞아.”

“말도 안 돼···! 넌 괜찮아? 다친 곳은···!”

“멀쩡해. 네게 이런 부탁을 해서 미안하지만, 만약 청성파가 우릴 겁박하려 한다면 세가원들이 위험해져서 말이야. 당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나 혼자라면 어찌어찌 위기라도 도주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성도지부는 다르다.

“당연하지! 당문은 은혜를 두 배로 갚는다고!”

당옥정이 고개를 크게 두어 번 끄덕이며 말했다.

“고맙다. 그럼 지부를 부탁할게.”

“응? 잠시만! 지부를 부탁해? 너 지금 어디 가려는 거야?”

“유가상단.”

“이 바보야! 위험할 수도···.”

그러다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내 옆으로 쓱 다가온다.

“나도 갈래!”

“너도 간다고?”

“너 혼자만 가면 위험하잖아? 나도 최근에 ‘그걸’ 익혀서 강해졌어. 네게 폐가 되진 않을 거야.”

그녀가 말하는 그건 뇌왕의 뇌공검법이다.

아마 독봉이 당옥정에게 그걸 가르치고 있는 듯했다. 확실히 천하에 적수가 몇 없었다는 뇌왕의 무공이니 그녀도 꽤 성장했을 것이다.

‘상관없지.’

어차피 당옥정이 간다면 둘이서만 가진 않는다.

사천당문의 무사들도 따라붙을 것이다. 그녀는 사천당문의 1공녀였으니까.

‘같이 가는 편이 더 낫겠지.’

유가상단에 청성파의 장로들이 막 포진해있진 않겠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다. 당문의 무인들과 함께한다면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대협께서도 같이 가시는 겁니까?”

움찔!

그림자가 흔들린다. 당옥정의 곁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으응? 누구보고 하는 소리···.”

그림자 속에서 호리호리한 중년 사내가 튀어나온다.

“삼촌!”

“크음···! 제법 눈썰미가 좋군! 내 은신을 알아차리다니···.”

겸연쩍은 머리를 긁적이는 사내.

“왜 여기 숨어 있어!”

“그야··· 네가 허겁지겁 얼굴에 분을 처바르더니 달려 나갔··· 꺼억, 왜 그러느냐! 아프다!”

당옥정이 중년 사내의 옆구리를 꼬집어댔다.

그러다가 휙 뒷짐을 지고 말한다.

“음음! 장룡! 오해하지 마! 난 오늘 한 번도 안 뛰었어! 분도 안 칠했고!”

“알겠다.”

“정말이야!”

“그래.”

“···흥!”

나와 당옥정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중년 사내.

그녀의 삼촌이라면 당가 내에서도 꽤 위치가 높으리라. 그런데 이렇게 허물없이 지내는 것을 보면, 당문의 분위기가 참 좋다고 느꼈다. 신교와 다르고, 단목세가와 달랐다. 뭐 그녀가 1공녀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이 정도면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마련했다.’

이제 유한생이 정확히 뭘 의도한 것인지 알아봐야 할 시간이었다.

* * *

바깥에서 기척이 느껴진다.

‘사부님이 오셨나 보군.’

그의 사부인 청성산인은 유한생의 부탁이라면 뭐든 들어주었다. 이번에도 확실히 단목장룡을 잡아 왔을 것이다. 뭐 상태가 성하진 않겠지만.

유한생이 기쁜 마음으로 바깥으로 나선다.

그런데.

‘···!’

유가상단 내부에 포진한 수십의 당문 무사들. 오른쪽 가슴에 당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옷을 입는 이들은 당문밖에 없다. 차가운 눈빛으로 유한생의 전각을 포위한 그들. 그리고 정면에는 단목장룡과 당옥정 그리고 그녀의 삼촌이자 칠독대(七毒隊)의 대주인 당문요가 있었다.

“단목··· 장룡···?”

유한생의 눈을 부릅떴다.

이놈이 어찌 이리 멀쩡하게 서 있단 말인가?

“당 대협, 말씀드린 대로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 자네의 은원이니 직접 풀어야지.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게.”

단목장룡은 유가상단에서 큰 위협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직접 유한생을 심문하고 싶다고 했다. 당연히 당문요는 장룡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았다.

“사천당문의 대협께서 저희 유가상단엔 어인 일로···.”

“나랑 이야기하지.”

유한생은 이미 상황 판단을 마친 상태였다.

‘제기랄···! 당문이 눈치챘구나···!’

청성산인도 당문에게 당했으리라.

유한생은 자신의 과욕이 부른 실수에 피가 거꾸로 솟는 듯했다.

‘이번엔 욕심이 과했다. 그것에 눈이 멀어···!’

하지만 그의 표정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억울하다는 듯이 말한다.

“대체··· 무슨 일입니까? 무슨 일이 있었기에 협의가 넘치는 당문의 무사들이 왜 본 상단에··· 커억!”

유한생의 턱이 돌아간다.

순식간에 접근한 단목장룡이 주먹으로 그의 턱을 돌려버렸다.

“씨··· 지금 무슨 짓···!”

어질!제대로 맞았는지 유한생의 몸이 휘청였다.

뒤에서 단목장룡의 움직임을 지켜본 당문요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누님께 듣긴 했는데···. 이거 참, 물건이군. 움직임에 군더더기가 없어.’

단목장룡은 바닥에 넘어져 일어서려 애쓰는 유한생에게 다가갔다.

“장룡···? 대체 지금···!”

“네 사부를 제압하여 물어보니, 날 납치해오라고 했다면서?”

유한생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외친다.

“그게 무슨 소리냐! 감히 내 사부님을 들먹여! 청성의 이름이 무섭지도 않더냐···!”

“청성이라는 이름이 지금 널 구해줄 수 있다고 생각해?”

유한생도 알고 있었다.

지금은 위기다. 절체절명의 위기. 자칫 잘못하면 이제까지 쌓아왔던 걸 모두 잃어버릴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든 이 상황을 빠져나가면···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 난 할 수 있어.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유한생은 빠르게 머리를 굴린다.

유가상단에 있는 무인의 수준으론 당문의 무사들을 뚫을 수 없다. 만약 그 사내라도 지금 여기에 있었다면···.

따악!

단목장룡이 유한생의 머리통을 갈겨버렸다.

“크읍···!”

“머리 굴리지 말고. 잠시 둘이서 대화를 나눠야겠네.”

단목장룡이 그를 끌고 유한생의 방으로 들어간다. 유한생은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이 멍청한 망나니 놈이 날 살려주는구나···.’

유한생의 방엔 다른 곳으로 나가는 통로가 존재했다.

단목장룡을 제압하고 그곳으로 도망가면 된다. 도망자 신세가 되더라도 죽는 것보단 훨씬 낫다.

‘방에 들어가면 바로···.’

이미 유한생의 머릿속엔 단목장룡을 제압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방 안에 들어가 문을 닫는 순간.

유한생은 내력을 담은 주먹으로 단목장룡의 관자놀이를 노렸다. 잘못 맞는다면 죽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유한생에겐 상관이 없었다.

바로 단목장룡을 바닥에 눕히고, 통로로 몸을 돌리는 순간.

‘···?’

분명히 주먹에 전해져야 할 묵직한 감촉이 없었다.

그리고 단목장룡이 발소리도 내지 않고 유한생의 앞으로 이동했다.

짜아악!

단목장룡이 뺨을 후려친다. 유한생은 또 한 번 쓰러지고 말았다.

“대체 무슨···.”

“여기에 뭔가 있나 보군.”

단목장룡이 유한생이 방으로 들어올 때부터 시선을 떼지 않은 곳으로 다가갔다.

보통의 사내보다 큰 장롱이 있다.

단목장룡이 그곳의 문을 연다.

그리고···.

그 안에 또 하나의 문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뭐지?’

장롱 속의 문을 열자, 아래로 향하는 통로가 있었다.

‘여기로 빠져나가려 했군. 그런데···.’

안에서 지독한 악취가 흘러나온다.

방에 들어올 때부터 뭔가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

‘오물 냄새.’

단목장룡이 유한생의 목덜미를 콱 움켜쥐고 그를 질질 끌어 장롱 속의 문으로 들어갔다. 이미 점혈을 당한 유한생은 마땅한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눈만 끔뻑일 뿐이다. 바닥에 튀어나온 돌부리에 살갗이 찢기는데도 그는 비명을 지르지 못했다.

지하로 내려가자 꽤 넓은 공동이 나온다.

그리고 그곳에는···.

넝마가 된 사내 한 명이 의자에 묶여 있었다.

그는 끊임없이 몸을 떨며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다··· 말했어··· 당문의 여인에게··· 이미 팔았어··· 나한테 없어··· 했어··· 이미··· 뇌왕은 죽어있었어··· 푸른··· 눈동자··· 달과 같은··· 내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끄아아악!”

“···.”

사내의 발작이 더욱 커져만 간다.

단목장룡은 그 모습에 눈을 가늘게 떴다.

‘뇌왕이 죽어있었다···?’

여기서 그 이름을 들을 줄은 단목장룡조차 예측하지 못했다.

장보도에 얽힌 사연

‘뇌왕···?’

일단 의아함이 앞섰다.

유한생의 방 내부에 지하로 통하는 통로가 있다는 사실은 딱히 놀랍지 않았다. 하지만 그곳에서 발견한 사내가 뇌왕을 언급한다? 그는 혼이 나간 듯 눈에 초점이 없었다. 고문을 받은 흔적 또한 발견할 수 있다.

당연히 이 사내를 고문한 것은 유한생이리라.

난 그의 아혈(啞血)을 풀어주었다.

놈은 아직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는지 아득바득 소리를 질러댔다.

“이노오옴! 감히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내가 누군지 아느냐 대 청성파의 제자 유한생이다··· 감히 망나니 따위··· 커헉···!”

“그 망나니 소리를 얼마나 참았던 거냐? 그리고 상황 파악이 안 돼? 네가 왜 내게 끌려왔는지 잊었나 보군.”

허리춤에서 검을 뽑는다.

옅은 등불에 비친 뇌왕검이 예리함을 뽐낸다. 슬그머니 유한생의 귀에 그것을 올려놓는다.

살짝 닿은 것뿐이지만, 그의 귀가 베어 피가 새어 나온다.

이제야 상황을 파악한 유한생이 긴장한다.

“···원하는 게 뭐지?”

“네가 왜 날 납치하려 했는지 알아야겠군. 그리고 이 사람이 누군지도.”

“난 너를 납치하려 했던 적이 없··· 끄아아아아악!”

유한생의 왼쪽 귀를 잘라버렸다.

“다음은 오른쪽 귀다. 다음은 손가락 하나씩 잘라주지.”

“이··· 이 미친···.”

“대답하기 싫지?”

오른쪽 귀 위에 검을 올려놓는다.

이제야 유한생이 입을 열었다.

“뇌왕···. 뇌왕이 가졌던 무공을 네가 익힌 것을 알고 있었다···.”

난 그것을 익힌 적이 없었다.

물끄러미 유한생을 내려다보고 있으니, 그가 침을 꿀꺽 삼키며 말을 이어나간다.

“사부님께선 그걸 내게 익히면 어떻겠냐고 하셨다··· 난 싫다고 했지만··· 사부님은 날 무척이나 아끼셨지···. 난 분명히 사부님을 말렸었어. 이 일은 모두 사부님께서···.”

이런 상황에도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변명을 지껄이는 유한생이다.

이미 청성산인을 심문하여 알고 있다. 그는 뇌왕 따위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뇌왕의 장보도가 발견됐다는 건 객잔에서도 퍼진 소문. 그러니 그리 대단한 비밀은 아니었다.

‘잠시만 그렇다면···?’

의자에 묶여있는 저 사내의 정체는···.

‘설마 당옥정에게 뇌왕의 장보도를 팔았다는 낭인인가?’

분명히 당옥정이 허름한 행색의 낭인에게 장보도를 금화 한 냥에 샀다고 했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대충 상황이 그려진다. 당옥정은 분명히 장보도를 샀다고 온 동네에 자랑하진 않았을 거다. 가끔 어리숙하게 행동하긴 했지만, 그 정도까지 멍청하진 않았다.

‘그렇군. 저 낭인이 소문을 낸 거야. 그걸 알게 된 유한생이 이놈을 가둬 고문해서 정보를 캐내려 했던 거다.’

아직은 내 추측일 뿐. 정확한 것은 유한생을 통해 알아봐야 할 것이다.

“헛소리. 이미 청성산인에게 모두 들었다. 그의 대답과 대조되는 것이 있으면··· 조금 전에 내가 했던 말을 지켜주지.”

귀를 자르고, 손가락을 자른다고 약조했었다.

“청성산에 가서 모두 말하겠다. 그러니···.”

서거걱···.

검이 유한생의 나머지 귀를 반쯤 잘라냈다.

“끄아아아악!”

아혈만 풀었기에 입만 움직일 뿐, 육신은 움직이지 못한다. 놈은 눈만 부릅뜬 채로 비명을 질러댈 뿐이었다.

“말하겠다··· 모두 말하겠··· 다아아!”

그렇게 궁금했던 것을 하나씩 물어본다.

몇 번은 또 머리를 굴려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려 했기에 심문이 끝난 시점에선 유한생의 왼손 검지와 엄지가 잘렸다. 놈은 그 고통에 눈물을 쏟아냈다.

자신만만하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유한생은 뇌왕의 비동에서 만났던 두 마두놈과 같이 뇌공검법을 탐내 일을 벌인 것이다.

‘그게 뭐라고···.’

뭐 나에겐 딱히 대단치 않은 무공이지만, 무림인들에겐 의미가 다를 것이다.

나 또한 그로 인해 한 번 죽은 경험이 있지 않은가?

대충 심문을 마쳤으니 낭인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당문의 무사들이 유가상단을 수색하고 있었다.

“그 사람은 누구···? 어?”

당옥정이 사내를 알아본다.

“이 사내가 너한테 그걸 팔았다는 낭인이 맞아?”

“맞아! 어떻게 이 사람이 여기에?”

“유한생이 납치했어.”

“···!”

“일단 치료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응! 그 사람은 우리한테 맡겨! 여기, 이 사람 좀 본가에 데려가 치료해주세요!”

당문의 무인이 재빨리 달려와 낭인을 부축한다. 그는 이 와중에도 조금 전에 했던 말을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푸른 눈동자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사내의 얼굴이 공포로 물든다. 대체 어떤 것을 보았기에···.

난 다시 지하로 내려가 유한생을 데리고 나왔다.

유한생을 바닥에 내팽개치자 저 멀리서 중년 사내가 소리를 지른다.

“한생아!”

유한생과 똑 닮은 통통한 사내. 아마 이 사람이 유가상단의 상단주이자 유한생의 아버지일 것이다. 그는 당문의 무사들에게 포박당해 있었다.

“알아낼 것은 모두 알아낸 것인가?”

당옥정의 삼촌인 당문요가 다가와 말했다.

“예.”

“그럼 당문으로 돌아가세. 유한생뿐 아니라 유가상단주도 조사해야 할 것 같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무언가를 건넨다.

“이건···?”

“냄새를 맡아보니 술 안에 미약을 탔더군. 정확히 어떤 미약인지 본가에 가서 알아봐야 하겠지만··· 유가상단에서 취급할 수준이 아닐세. 최상급 중에서도 특별한 수준이야.”

“그 말씀은···?”

“정말 청성파와 관련된 것 같군. 일이 커지겠어. 일단 본가로 돌아가지. 자네가 증언해줄 것이 많아. 괜찮겠는가?”

“예, 오히려 제가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청성파에겐 당문이 항의할 것이다.

이게 무슨 짓이냐고. 단목세가가 의창현에서 퍽 이름을 날리긴 하지만, 청성파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사천당문은 그들에게 큰소리를 낼 힘을 가진 곳이었다.

“그럼 가지.”

유가상단의 모두가 당문의 무인들에게 포박당하여 끌려간다.

유한생은 끌려가면서 언제 울었냐는 듯 독기 어린 시선으로 날 노려보고 있었다.

‘청성파를 믿나? 아니면···.’

이런 상황에서도 복수를 꿈꿀 희망이 남아있던가.

‘보면 알겠지.’

그렇게 난 사천당문으로 다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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