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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를 피하는 방법-114화 (114/130)

26화

[레브 게시판] 얘들아 방금 기사 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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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CBM연예뉴스

아 진짜 머리 개띵하고 말도 안나옴 눈물날 거 같은데 내일 중요한 면접이라 걍 참고 자려고...... 솔직히 해체 예상했는데도 계속 내년 서울 콘서트 기대하고 다음 컴백은 여름 전이겠지 궁예했는데.... 막상 기사 보니까 뭐라고 말해야할지 모르겠네

+ 아직 개인활동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야.... 소속사에서는 전원 재계약 안했다고 하는데 다른 엔터로 옮길 수도 있고.... 어쨌든 그룹 해체는 결정된거 맞아

댓글(999+)

└ 솔직히 처음에는 최애 하나만 보고 그룹 전체 다 파기 시작했는데..... 진짜 지금은 얘네 다 같이 있는 거 아니면 안돼

└ 레알 씨발ㅠㅠㅠㅠ 얘네는 같이 있어야돼 제발

└ 낚시지??? 진짜 재계약 안한다고???

└ 실검 도배된거 보니까 맞네ㅋㅋ..... 와 ㅆㅂ..

└ 난리났네 실트도 전부 레브로 도배됨

└ 아니 씨발 왜 이거 지금까지 말안한거지?? 분명 더 전부터 얘기 나왔을텐데

└ 회사에서 지금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나보지.....

└ ㅋㅋㅋㅋ 회사가 대가리 잘굴린거임 활동 전에 재계약 안한다는 소리 나오면 백퍼 팬들 떨어져나가고 앨범 덜팔리고 이것저것 손해보는게 한 두 개가 아니잖아ㅋㅋㅋㅋㅋ

└ 헐 그러네

└ 그리고 추가로 재계약 안한다고 먼저 밝히고 활동했으면 애들도 죽어났을걸

└ 누가 구라라고 말 좀 해줘 나 진짜 죽을 거 같아 제발ㅠㅠㅠㅠ

└ 아이돌 해체한다고 왜 죽어 정신좀차려

└ 내부분열 맞네.... 잘나가는 놈들이 해체하는 이유가 그거밖에 더 있어

└ 내분 없다고ㅋㅋㅋㅋㅋ 와 이런놈들 나올줄 알았다

└ 뭔 내부분열이냐고 모르면 좀 쌉쳐

└ ??? 말투 뭐야;;;

└ 지금 팬들 다 예민하니까 걍 넘어가

└ 난 타팬인데 너네 지금 ㅈㄴ 유난쩔어ㅡㅡ 적당히해 느그들만 해체하냐?

└ 지도 지새끼들 해체하면 지랄할거면서ㅋㅋㅋㅋㅋ

└ 민주주의 국가에서 슬퍼할 권리 뺏는거봐ㅠ

└ 언젠가 올 일이었어... 요즘 애들 공카 자주오고 그러는거 보고 대충 예상도 했고

└ 맞아 해체할거 같았음

└ 다른 엔터랑 계약할거같아?????ㅠㅠ

└ 예준이는 계속 랩할거같음 음원 꾸준히 냈으니까.... 준이는 모르겠다 아직 어리니까 계속 연예계에 있을거 같기도 하고ㅠㅠㅠㅠㅠ

└ 지구랑 하현이는 솔로로 나갈거 같기도 한데ㅠㅠ

└ 휘영이는 연기했으면 좋겠어ㅠㅠㅠ 드라마 재밌기도 했구

└ 이거 다 atm이 좆같아서 이렇게 된거잖아

└ ㄹㅇ 소속사가 저모양인데 재계약 하고 싶겟냐

└ ??? atm 정도면 괜찮지않아?

└ 많이 나아진거임 근데 지금도 일똑바로 못하잖아ㅋㅋㅋㅋ

└ 다른 소속사랑 계약하면 혹시 타돌 새멤버로 들어갈수도 있나??? 시발 그건 싫은데

└ ㄴㄴㄴ 그건 절대아님 레브 짬밥을 생각해

└ 미쳤다고 애들이 타돌에 합류하냐....

└ 그럴거면 해체 안했지

└ 어이없다 예상했다 둘 다 이해감ㅇㅇ 저정도 위치에서 재계약 포기할 리가 당연히 없다고 생각하겠지 근데 좀 빡세게 빨아본 애들은 알았을거임 애들 점점 스트레스 많이 받아하는거.. 애초에 데뷔를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해서 팬들 단합도 잘 안됐고 데뷔하자마자 역대급 신인으로 자리매김 똑바로 했잖아ㅎ.... 중간에 고꾸라지거나 망한 활동 하나도 없고 승승장구해서 타팬들이 동네북처럼 두들겨패고ㅋㅋㅋㅋㅋ

└ 긴글 안읽

└ 근데 난 애들 한두명 나가고 나머지 애들로 계속 유지되는 것도 싫었을거같애ㅠ

└ 엉 나도ㅠㅠㅠㅠ

└ 맞아 차라리 해체가 나음

└ ㅇㅇ 소수정예로 가봤자 팬들 정병와서 다 떨어져나가

└ 진짜 존나 뒤통수 맞은거같음ㅋㅋㅋㅋ 씨발 여름 컴백 엎어먹더니 결론은 해체네ㅋㅋㅋㅋㅋㅋㅋ 개좆같아 앨범 버리러간다

└ 계약기간 원래 7년이잖아 누가보면 조기해체한줄;;;

└ 뭔ㅋㅋㅋㅋ 통수 운운하지마 여름컴백도 건강 때문에 엎은건데ㅋㅋ

└ 기사만으로는 부족함 기자회견 한번 해야돼ㅇㅇ

└ ㄹㅇ 자꾸 이상한 어그로 끌리는 것도 ㅈ같아

└ 나름의 고충이 있었겠거니한다.....

└ 입에 담지도 못할 쌍욕하는 새끼들 보이는데ㅋㅋㅋㅋ 연예인도 직업이잖아 너네 회사에 사표내고 싶다는 생각 안해봤냐??

└ ㄹㅇㅋㅋㅋㅋㅋ

└ 일반 회사랑은 다르지 돈 많이벌고 팬들한테 둥가둥가 받는데;;

└ 그만큼 욕먹고 사생활 뺏기고 정신적으로 괴롭잖아ㅋㅋㅋ

* * *

한 시간 정도 그렇게 가만히 있다가, 다른 집 현관문 열리는 소리에 놀라서 집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바로 정신없이 잠들어서 일어나니까 이미 다음 날이었다. 심지어 시계를 보니 꽤 늦은 오후였다.

밤늦게까지 계단에 앉아 있다가 들어와서인지 목이 답답했다. 따뜻한 물을 한 잔 따라서 마시는데, 커튼이 활짝 열려있는 베란다 밖으로 해가 지는 게 보였다. 같이 술 먹자고 했던 게 생각나서 급히 휴대폰을 찾았다.

[7시]

[넴(이모티콘)]

[넵]

[안보는 두놈은 뭐야]

[스파이냐?]

방금 전에 막 도착한 장난스러운 카톡에 급하게 가겠다며 답장을 보냈다. 먼저 깨끗하게 씻은 다음에, 혹시라도 물이 떨어질까 머리를 침대 밖으로 내놓고 지구를 깨웠다. 작은 흔듦에도 금방 정신을 차린 지구는 순순히 욕실로 들어갔다. 그렇게 조용히 준비를 마치고 곧바로 예준의 집으로 향했다.

“저기, 한 말씀만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바로 앞 동으로 가는 길에 갑작스럽게 기자가 다가왔다. 절로 지어지는 황당한 표정을 감출 길이 없었다. 여기 그냥 사람 사는 집인데. 공항도 아니고…….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이미 기자들을 통해서 다 세어나간 모양이었다. 평소보다 꽁꽁 싸맨 지구가 날카롭게 한마디 했다.

“나오세요. 나중에 정식으로 일정 잡고 찾아오세요.”

그대로 주차장을 쭉 가로질러 예준의 집까지 들어오는데, 얼마 되지 않는 거리가 평소의 두 배는 길게 느껴졌다. 미리 거실에 둘러 앉아 있던 멤버들에게 인사를 하는데, 준이 툭 우리가 겪었던 것과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요즘 기자들은 집 앞에서도 인터뷰 하나 봐요.”

“지금 기사 하나 쓰면 조회수 대박이야.”

쭉 대기타고 있다가 지나가니까 득달같이 달려와서 물었구나. 겉옷을 벗고 앉는데, 문득 살핀 바닥에는 오징어만 잔뜩 깔려 있었다.

“안주가 이거에요?”

“이거 씹으면서 정신 차리라고.”

예준이 강제로 손에 오징어 한 마리를 쥐여 줬다. 첫 잔을 다 같이 부딪치고, 한 잔 마시고, 다리 하나 씹고 하다 보니 생각 없이 술술 들어갔다. 말없이 세 잔쯤 마셨을 때, 역시나 리더답게 예준이 제일 먼저 입을 열었다.

“군대 가기 싫다.”

아주 솔직한 말이었다.

“아, 나 이제 서른인데. 선임들이 한참 동생일 거 아냐.”

“이래서 군대는 빨리 가라는 건가 봐요. 그러니까 우리 그냥 같이 들어갔다가 같이 나와요.”

스물다섯이지만 막내인 준이 슬그머니 제안했다. 다들 술이 좀 들어간 상태라 그런지 기분이 조금씩 업 되어 있었다. 그래서 좋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가면서 하이파이브까지 했다. 제대하면 만나서 다 같이 국밥이나 먹자고.

“좀 섭하긴 한데 이것도 나쁘지 않네.”

“해체하고 연락 끊기기만 해요. 제일 먼저 형들 집 가서 문 두드릴 거야. 연락도 안 하고 갈 거예요.”

준이 으름장을 놓았다. 준의 집 방문의 첫 번째 타자로 선정된 건 우리였다. 언질도 주지 않고 찾아오겠다는 말이 무서워서 자주 연락하겠다고 했다. 그 한 마디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준이 금방 웃었다. 취기 때문에 기분이 쉽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것 같았다.

“리더로서 너희 앞길을 응원한다.”

“형이나 잘하세요.”

그렇게 7년을 함께 활동한 멤버들과 이른 마무리를 지었다. 해체 후에 단체 입대, 그리고 각자 하고 싶은 일 하면서도 꾸준히 연락하기. 단체 회식은 왁자지껄한 분위기에서 끝났다. 그리고 자리가 파한 후에 각자 집에 돌아가서 울었는지, 혼자 한 잔 더 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 * *

폭풍 같은 나날이었다. 정식으로 활동도 끝났고, 해체를 목전에 두고 있어 큰 스케줄은 아무것도 없었다. 대신 매일 인터뷰가 들어왔다. 수없이 찾아오는 기자들에게 묻는 말마다 솔직하게 답해줬지만, 여전히 부족한지 기자회견을 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서 다음 달 해체 직전에 하기로 했다.

그리고 드디어 카메라 앞에 제대로 나서는 날이 왔다. 정식으로 초대받은 시상식 당일이었다. 해체는 1월 말이고, 지금은 연말이니까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어쨌거나 올해 정규 컴백을 한 번 했으니 성적이 쌓인 건 당연했다.

“이번에 컴백도 한 번밖에 안 한 데다가, 활동 기간도 짧아서 작년처럼 대상 세 개 연달아 받진 못 할 거야. 그렇다고 너네 불러놓고 빈손으로 보내겠냐. 상 하나는 무조건 쥐여 주겠지.”

대기실 의자에 앉은 매니저 형이 오늘 진행된 시상식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크게 기대되는 성적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매년 있던 시상식 중에 가장 떨렸다. 난생처음 신인상을 탔던 날보다 더 긴장됐다.

“수상소감은 다 준비했지?”

“그럼요.”

“절대 해체랑 관련된 얘기는 하지 마. 하고 싶으면 기자회견장에서 실컷 해. 거기는 너희가 말 더듬는 거 하나하나 그대로 타이핑하면서 경청해줄 거니까.”

매니저 형이 두 번을 연속해서 강조했다. 눈까지 부릅뜨고, 발음 하나하나에 힘을 줬다. 그 위협적인 모습에 다들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로 눈치가 없진 않은데. 굳이 저렇게 주의를 주지 않아도 먼저 나서서 해체 얘기를 꺼낼 멤버는 없었다.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가수석에 앉았다. 큰 시상식답게 뒤쪽 좌석이 가득 차 있었다. 가까운 곳에서 자꾸만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와 뒤 좀 돌아보라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애써 무시하며 가만히 시상식에만 집중했다.

예상대로 분위기가 잘 진정되지 않고 소란스러웠다. 결국 방송에는 미리 녹화해뒀던 게 송출됐고, 무대 위에서 가볍게 무대를 하는 동안에는 음향이 사람들의 목소리를 찍어 눌렀다.

하지만 그렇게 소란스러움을 무시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다. 본격적으로 시상이 시작되고, 거의 끝쪽에서 퍼포먼스상 수상자로 우리가 호명됐기 때문이었다.

“축하드립니다, 레브!”

데뷔하고 몇 번이나 들었을지 모르는, 익숙한 축하와 그룹 이름을 들으며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무대 위로 올라가서 트로피와 꽃다발을 건네받았다. 트로피는 예준이 받아서 어깨 위로 들어 보여줬다.

“어, 음…….”

“해체하지 마!”

막 소감을 시작하려는 와중에 저 멀리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상식 개인 멘트는 별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는 행동이었다. 그것도 중간에 소감을 끊고. 게다가 부러 언급을 자제하고 있던 지금 별로 좋지 못한 말이기도 했다.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지는 주변을 보며 눈만 이리저리 굴렸다. 이럴 때는 다른 이야기를 꺼내서 자연스럽게 넘기는 게 상책이지만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먼저 움직인 건 지구였다. 옆에서 건네받은 꽃다발을 살짝 아래로 내리고, 마이크에 맞춰 고개를 살짝 내렸다.

“올해의 활동을 응원해주신 팬분들게 순수한 감사의 말씀을 전하는 자리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말들만 하고 싶습니다.”

맞는 말이었다. 다른 가수들도 함께 있는 시상식이지, 우리의 기자회견장이 아니었다. 화려한 꽃다발을 보니 당연하게도 졸업식 날이 떠올랐다. 교복이 정장으로 바뀌고, 자라고, 변하고……. 똑 부러지게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옆모습을 보면서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드리고 싶은 말씀이 많지만 여기서 꺼낼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를 또 이렇게 빛내주신 팬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평소처럼 수상소감을 했다. 고개를 숙여서 인사하고, 멤버들끼리 돌아가면서 한 번씩 마이크를 잡았다. 다른 그룹에 비해 인원이 적은 편이라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길었다. 다들 평소보다 조금씩 길었던 소감을 끝내고 조용히 내려왔다. 다시 가수석으로 내려가는 중에 예준이 웃으며 어깨를 툭툭 쳤다.

“그냥 너네가 리더해라. 이제 말 잘하네.”

7년간 꾸준히 리더를 맡아온 예준에게 칭찬을 받았다. 카메라 앞에 서서 뭔가 말만 하려고 하면 나도 모르게 말을 끌던 버릇이 처음으로 들어갔다. 해체를 코앞에 둔 마지막 시상식이었다.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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