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뷔를 피하는 방법-93화 (93/130)

5화

[BEST] 얘들아 어제 연말뮤페 야외무대 있잖아

작성자 : 닉넴할거없넹

애들 너무너무 추워 보이더라.... 어제 편의점 잠깐 갔다왔는데도 너무 춥던데 그 날씨에 저 의상을 입고 야외무대를....ㅋㅋㅋㅋㅋㅋ 패딩 입고도 덜덜 떠는 날씨에 야외무대는 오바 아냐? 다들 한곡씩 하고 추워서 뛰어 들어가는게 다 보이던뎅ㅠㅠ 안타깝더라 굳이 야외에서 했어야 했는지.... 다른 연말무대들은 다 공연장에서 하던데

댓글

└ 나 갔었는데 롱패딩에 목도리 두르고도 추워서 죽는줄

└ 나도ㅠㅠ 바람 불어서 입 벌리기도 힘들더라

└ 드라이 리허설 직캠 올라온거 봤는데 패딩 입고도 추워보임

└ 직캠에 입김 나오는거 진짜.. 다같이 감기 걸리게 하려고 작정했나

└ 진짜 가수한테도 팬한테도 매너없는거임 이 날씨에ㅋㅋ

└ 우리 애들 패딩 입혀봤어(JPG)

└ 미친놈아ㅋㅋㅋㅋㅋㅋㅋㅋ 합성개잘했다

└ ㅅㅂㅠㅠ 롱패딩 입고하지

└ 다들 노래 부르는데 추우니까 목소리 벌벌 떨리고.. 와중에 레브는 15분 넘게 하던데

└ 와 저 날씨에 야외에서 15분 개오바ㅋㅋㅋㅋ

└ 무대 좀 줄여주지..

로밍

@RoMinG__

안태민 제발 가려서 좀 내보내ㅅㅂ 우리 애들이 저기 필참해야될 짬밥이냐??? 미친놈이 지가 춤추는거 아니라고 지랄 12월 31일에 야외무대에 서는데 안 추울거라고 생각했니?? 너도 같이 벗고 춤춰 시발

RT 2483 ♡ 576

└ 로밍밈 맞말하시네용ㅠㅠ 진짜 우리애들 정도면 골라서 나올 수 있잖아요ㅜ

└ 제말이요ㅋㅋㅋㅋㅋㅋ 좀 걸러서 내보내지 개빡쳐요

└ ㅊㅁ)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고갑니다!!

└ 여돌처럼 치마 입은것도 아니면서 난리ㅋㅋㅋ 남돌빠들 유난지림^^

└ 논점 흐리기 오지네ㅋㅋㅋ 저 날씨에 저 의상이 추운건 팩트자나ㅎㅎ

└ ㅊㅁ) 어제 태민이 롱패딩 입고 애들 무대봤대요..ㅋㅋ

└ ㅅㅂㅋㅋㅋㅋㅋㅋ 인성 오지네요

└ 심지어 무대에 눕고 구르고ㅋㅋㅋㅋ 여기저기서 모셔가려는 애들을.. 그딴 야외무대에 초대해서 덜덜 떨면서 노래 부르게 할 줄은ㅠ 와중에 너무 잘해서 더 마음아픔

└ 초멘)샘 이거 너무 공감되는데 아이디 가리고 카톡 배사해도 될까요??

└ 네넹 하세요~~

└ 감사합니다!!

[레브트친소중♥]하늘

@Sky_Reve_0106

님들.. 방송국 너무 욕하지 마세요 애초에 계획된 일정이었는데 왜 그렇게 욕하세요....? 돈받고 하는건데.. 그리고 사장님은 왜 욕하죠? 욕 먹을 건 없는 것 같은데..

└ ㅊㅁ)인정요.. 애들 추운건 너무 속상한데 그래도 일이잖아요ㅠㅠ

└ 그러니까요.. 방송국이 오늘이 영하 12도일줄 알았겠어요?

└ 추울 줄은 알았겠지 등신아 지금이 여름이야?

└ 태민이가 야외무대 거르지도 않고 들어오는 스케줄마다 걍 덥석덥석 받잖아ㅡㅡ

└ ㅋㅋㅋㅋㅋㅋㅋㅋ 하늘아 방송국 직원이니? 12월 말에 야외무대가 말이됨?

└ 낄끼빠빠 좀 해~~ 욕하든말든 니가 먼 상관이야ㅎㅎ

└ 님 무대의상 입고 영하 12도에서 춤춰봤어요?

└ 애들 의상 똑같이 입혀서 무대 위로 던져버리기 전에 조용히 하셈

└ @Dane1343 야 얘 안태민 딸인가봐ㅋㅋㅋㅋ 실드치는거봐

└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 웃기당

└ 다들 많아봤자 7,8분 하고 들어갔던데 레브만 15분ㅋㅋ 이게 혜택인지 벌칙인지ㅋㅋㅋㅋ

└ 당연 벌칙이죠ㅠ

* * *

눈을 떴을 때는 방안이 온통 캄캄했다. 검은색 커튼을 집안 곳곳에 단단히 쳐둔 탓에 햇빛이 들어오지 않아서였다. 이상하게 눈가가 뜨끈뜨끈하고 몸이 물을 머금은 솜처럼 무거웠다. 몸을 일으켜 앉은 뒤에 방을 쭉 둘러보면서 느꼈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 보니 감기에 걸렸구나.

어제 오자마자 바로 잠든 바람에 몸이 영 찝찝했다. 목이 따갑고, 숨이 뜨거운 것보다 씻지 못한 게 더 마음에 걸려서 바로 욕실에 들어가서 샤워를 하고 나왔다. 햇빛이 들어오질 않으니 시간을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뒤늦게 시계를 보니 놀랍게도 오후 2시였다.

“너 열다섯 시간이나 잤어, 일어나.”

“으음…….”

자정이 되기 전부터 두 잔 마시고 잠들어서는, 지금까지 쭉 자는 게 신기해서 흔들어 깨우자 지구가 답지 않게 앓는 소리를 냈다. 괜히 딱딱한 볼을 손가락으로 한 번 찔렀더니 잠깐 움찔거리다가 금방 눈을 떴다.

곧장 욕실로 들어가 씻고 나온 지구가 이상하게 내 눈치를 보더니 옆에 앉았다. 그리고는 갑자기 변명을 시작했다. 아무래도 음식점에서부터 여기까지 데려오게 만든 게 미안한 모양이었다.

“건배하니까 한두 잔 정도는 마셔야 할 것 같아서. 때려서라도 깨우지 그랬어요.”

“괜찮아, 들을만하던데.”

“형이 들을만했을 리가 없는데.”

“어차피 매니저 형이 앞에서 내려줘서 바로 엘리베이터 타고…… 아, 맞다.”

얘기하다 보니 어제 그 수상한 기척이 다시 떠올랐다. 혹시 사생이면 어쩌지 싶은 마음에 집에 도착하자마자 창문 밖을 내다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예민했나 싶기도 한데 분명히 인기척을 느꼈었다. 물론 어딜 잠시 다녀온 주민이었을 수도 있지만, 뒤를 돌아보자마자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지는 건 말이 안 됐다.

“어제 너 데리고 올라오는데 누가 쳐다보는 거 같았거든.”

“누가요?”

“몰라, 뒤돌아보니까 아무도 없긴 했는데…….”

단순히 내가 예민한 거로 치부될 수도 있는 문제였는데도, 지구는 누구보다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 예민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니에요. 중요한 문제니까요. 혹시 사생일 수도 있고.”

이런 문제에는 우리 그룹 멤버들 모두 예민할 수밖에 없었는데, 재작년에 숙소에 들어왔던 사생 때문이었다.

개인적인 일 때문에 혼자만 녹음하러 못 갔던 날, 방문을 열고 나왔는데 그 넓은 숙소에서 우연히도 딱 마주쳤다. 분명 남자 다섯이 사는 숙소에 웬 여자가 있어서, 처음에는 놀라서 말도 못 하고 멍청히 서 있다가 들고 있던 쇼핑백을 집어던져가면서까지 도망가길래 겨우 뛰어서 잡았다. 바닥으로 떨어진 그 쇼핑백에서는 우리 속옷이 몇 장 나왔다.

이사 간 지 얼마 되지 않은 2층짜리 숙소였는데, 창문을 따고 들어왔다는 말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아직 미성년자인 고등학생이라 부모님이 선처 좀 해달라며 무릎까지 꿇고 난리도 아니었었다.

“우리 여기 사는 거 아마 사생이랑 기자들은 다 알 거예요.”

“알겠지.”

“일단 매니저 형한테 말해둘게요. 혼자 다니지 말고, 문단속도 잘 하고요. 아. 어차피 나랑 같이 있으니까 괜찮겠네요.”

이미 자기 집은 처분한 사람처럼 지구가 웃으며 내 양 볼을 잡고 이마를 살짝 맞댔다. 장난스러운 행동을 마친 지구가 바로 이마를 떼어내고 그 자리에 손을 댔다.

“형 감기 걸렸어요? 좀 뜨거운 것 같은데.”

“어제 추웠잖아. 감기 기운만 조금.”

“감기 기운이 있으면 말을 해야…… 콜록콜록.”

말하다 말고 기침이 터진 지구가 입을 막고 콜록거렸다. 지금 다시 보니 얼굴도 좀 빨갛다.

“너도 감기 걸린 것 같은데?”

그 날씨에 15분 동안 뛰어다니다가 나란히 감기에 걸린 서로를 바라보다가 결국 동시에 웃음이 터졌다.

“등이 좀 많이 차갑긴 하더라.”

“피부가 따갑더라고요.”

“서랍에 감기약 있으니까, 일단 뭐라도 좀 먹을래?”

빈속에 먹을 수는 없으니까 냉장고를 열었는데 뭔가 해 먹을 수 있는 재료가 아무것도 없었다. 바로 옆 찬장도 열어봤으나 상태는 똑같았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아직 뜯지 않은 채로 냉장고에 남아있던 케이크를 꺼내와 식탁 위에 올려놓고, 유통기한이 아슬아슬하게 남은 우유도 꺼내왔다. 전부 크리스마스 날 휘영이 들고 온 거였다. 이거라도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지. 속으로 감사 인사를 하며 포크를 드는 순간,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잠깐만, 전화 좀.”

느린 손길로 케이크에 포크를 꽂아 넣던 지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뒤늦게 확인한 발신인은 형이었다. 저번 활동 때, 이번에도 앨범을 왕창 샀다며 인증하던 전화가 마지막이었으니까 꽤 오랜만이었다.

-야, 이따 저녁에 밥 먹으러 들어와.

역시나 형답게 전화를 받자마자 간단한 인사조차 없이 본론부터 말했다. 그러고 보니까 오늘 1월 1일이구나.

“가고 싶긴 한데, 나 지금 감기 걸려서 못 가.”

-감기 걸렸어? 어? 누구냐고? 박하현인데.

휴대폰 너머에서 형이 누군가와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상대방은 뻔했기에 잠시 가만히 기다렸더니, 곧 형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잔뜩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감기요? 설마 어제 뮤직 페스티벌 때문이에요?

“아, 네. 그거 때문인 것 같아요.”

-진짜…… 그 날씨에 야외에서 하는데 당연히 걸릴만하죠. 도련님, 감기 걸렸다고 팬카페에 써버리세요. 욕 좀 더 먹어야 돼요.

“네?”

-아, 아니에요.

급히 목소리를 다듬은 형수님이 말을 멈췄고, 곧 휴대폰을 넘겨받았는지 다시 형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너 설날에도 못 들어온다며.

“응. 나 그때 해외 투어 나가니까.”

-그럼 오늘 푹 쉬고 내일 들어와. 예진이가 맛있는 거 해주고 싶대.

“아, 응.”

-나도 못 먹는 맛있는 거 먹어서 좋겠다, 야. 아, 알았어. 알았어. 안 할게.

맞고 있기라도 한 건지 앓는 소리를 내던 형이 내일 꼭 오라며 전화를 끊었다. 내가 전화를 하던 사이, 벌써 케이크 한 조각을 해치운 지구가 우유를 마시며 물었다.

“형님이에요?”

“응. 오늘 같이 밥 먹자고 했는데, 감기 걸려서 못 간다고 했어.”

뒤늦게 케이크를 먹으면서 휴대폰을 켰다. 온갖 SNS가 어제 야외무대 이야기로 시끄러웠다. 감기 기운이 있던 상태로 어제 무대를 소화하던 아이돌 하나가 오늘 스케줄에 불참했다는 뉴스 기사도 보였다. 확실히 그 날씨에 야외에서 무대를 한 여파가 크기는 한 모양이었다. 특히 댓글에서 가장 긴 시간 동안 무대를 했던 우리를 걱정하는 팬들이 많이 보였다.

한참 뉴스 기사들을 뒤져보다가 문득 생각난 이야기에 휴대폰을 내려놓고, 얌전히 한 조각을 더 먹기 시작한 지구에게 물었다.

“어제 회식 때 사장님이 재계약 얘기하신 거 알아?”

“네. 그때는 깨어 있었어요.”

“넌 어떻게 생각해?”

그냥 생각을 알고 싶어서 물은 건데, 지구가 진지한 표정으로 포크를 내려놨다.

“음, 재계약…….”

당연히 할 거라고 말할 줄 알았던 지구가 말을 끌었다. 의외의 망설임에 놀라 바라본 얼굴에는 고민이 가득했다.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한참을 머뭇거리다 나온 대답이었다. 잘 모르겠다는 대답처럼 표정도 도무지 읽을 수가 없었다.

“음악을 만드는 것도 재미있고, 무대를 만드는 것도 좋아요. 멤버들도 다 좋고. 그런데 그만큼 힘든 것도 사실이고요.”

“…….”

“형은 어때요?”

역으로 물어오는 질문에 속에서 무언가가 덜컹거렸다. 해체라는 걸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뭐라고 대답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다른 것보다도 활동 내내 형이 많이 힘들어했잖아요.”

삼촌의 부탁으로 서바이벌 ID 촬영에 대타로 참가하고, 그대로 하차하지 않은 채로 데뷔를 한 것은 오로지 내 뜻이었다. 연예인이 보는 것처럼 화려하지만은 않고 그만큼의 고통이 따른다는 것도 충분히 인지하고 시작한 일이었다.

6년이 지난 지금도 학생 때 꿈꿨던 미래처럼 남들 앞에서 무대를 하며 사는 건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그룹이 더 유명해지고, 팬이 늘어나면서 감당하고 포기해야 하는 게 잔뜩 늘어났다.

활동 내내 제일 불안정했던 사람을 고르라면 솔직히 나였다. 온갖 사건들을 겪으면서 잠깐 불면증도 왔었고, 큰 공연만 있으면 자꾸 어디 하나 삐끗하는 것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겨서 한동안 슬럼프가 온 적도 있었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는 동안에도 활동을 쉴 수는 없어서 끊임없이 이리저리 끌려갔다가, 겨우 마음을 다잡고 떨쳐냈던 게 여러 번이었다.

“내년에 계약이 끝나고도 7년을 더 활동해야 하는 거예요.”

내년하고도 7년 더. 그때쯤이면 내가 몇 살이지. 오늘 막 스물일곱이 됐으니까, 재계약이 끝날 때는 30대 중반이었다. 까마득하게 멀게만 느껴지는 숫자에 순간 머리가 살짝 아찔했다. 그때도 이런 격한 춤을 추면서 무대 위를 뛰어다닐 수 있을까.

“아직 1년 더 남았으니까, 멤버들이랑 같이 천천히 생각해보면 되니까요.”

순식간에 진지해진 분위기를 풀려는지 지구가 웃으며 손가락으로 이마를 살짝 튕겼다. 더 깊은 생각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준 행동에, 이마를 문지르며 케이크를 가득 퍼서 지구에게 먹여줬다. 한마디 말도 없이 잘 받아먹는 지구에게 남은 걸 다 먹여주고, 나란히 감기약을 먹은 뒤에는 아무 걱정 없는 사람처럼 느긋하게 낮잠을 잤다.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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