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뷔를 피하는 방법-38화 (38/130)

#38

리허설은 새벽부터 이뤄졌다. 내일도 오전 내내 리허설이 있었지만 7시부터 입장이 이뤄져서 시간이 촉박한 편이었다. 그래서 오늘 안으로 무대 관련한 부분은 완벽하게 끝내야 했다.

지시에 따라 맨 처음으로 무대에 선 1번이 심호흡을 하며 심장 부근을 문질렀다.

“진짜 무대라고 생각해야 해요. 생방이니까.”

생각보다 리허설 현장 분위기는 빡셌다. 촬영 때마다 인자한 미소로, 실수를 해도 너그럽게 ”다시 갈게요.” 하던 피디님은 이미 온데간데없었다.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 얼음 같은 분위기에 참가자들은 단체로 굳어서 조용히 구석에서 본인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크게 떨리진 않는데 목이 조금 탔다.

“드실래요?”

“……너 독심술 하니?”

저 앞에 무더기로 놓여있는 생수통 중에 하나를 집어오려고 몸을 일으키자마자 지구가 지긋이 어깨를 눌러 다시 앉히며 물병을 건넸다. 나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나. 괜히 목을 손으로 더듬으며 물을 입안에 거의 쏟아붓다시피 했다. 덕분에 갈증이 순식간에 해결됐다.

“안 떨려?”

“이런 무대 위에 서는 걸 얼마나 상상했는데요. 설레서 떨리긴 해요.”

그렇게 말하는 지구의 얼굴에는 정말 긴장감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가만히 무대 위를 주시하는 시선에서 여러 가지가 보였다. 놀이공원 개장을 코앞에 둔 아이 같기도 하고, 묘하게 복잡해 보이기도 했다. 일방적으로 쳐다보던 시선이 지구가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바람에 딱 마주쳤다.

“잘할 수 있겠죠?”

“당연하지.”

꼭 데뷔할 수 있을 거야. 다른 참가자들이 주변에 많아서 뒷말은 일단 아껴두기로 했다. 내 확답에 지구가 환하게 웃었다. 계속 함께 연습을 해오며 수없이 본 덕분에 이제 익숙해진 미소에 등을 몇 번 토닥여주려고 손을 드는 순간 고함이 들려왔다.

“장난해? 생방이 장난인 줄 알아? 이런 실수, 전국에 생중계로 나가는 거야!”

옆에서 수군거리는 목소리들을 들어보니 2번이 가사 실수를 한 것 같았다. 항상 정중하게 참가자들에게 존댓말을 써주시던 분이 저렇게 흥분하신 걸 보니 깜짝 놀라서 손이 툭 떨어졌다. 확실히 생방송이 중요하긴 하구나. 의기소침해진 2번은 그 이후로도 몇 번 실수를 반복하다가 겨우 무대를 마치고 내려왔다.

그 뒤로도 참가자들의 실수는 꽤 많이 이어졌다. 하다못해 잘하던 휘영까지 중간에 박자를 한 번 놓쳤고, 덕분에 피디님의 표정은 갈수록 돌이 되어갔다. 무대에 서본 적 없는 일반인들이 단번에 저 큰 무대를 익숙해하는 게 이상한 일이었지만, 긴박한 생방송 현장에서는 완벽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7번 올라와!”

처음보다 훨씬 엄해진 피디님의 목소리에 무대 위로 올라가는 걸음이 빨라졌다. 거의 달리다시피 무대 위로 뛰어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공연장은 생각보다 더 컸고 무대 바로 앞 스탠딩석이 상상 이상으로 넓었다.

이제 곧 추첨으로 뽑힌 시청자분들이 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위쪽의 좌석들까지 가득 차겠지. 절로 마른침이 삼켜졌지만, 다행히 연습한 대로 실수 없이 끝내서 욕까지는 먹지 않았다.

“목소리 조금만 더 크게 하면 될 것 같아.”

“네.”

90도로 허리를 접어서 인사하고 빠르게 무대 밑으로 뛰어내렸다. 계속해서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리허설 속에서 누군가와 떠들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뭔가 설치 작업이 한창인 사람들을 살짝 피해 대기실 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피디님이 가족을 불러도 괜찮다고 했던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맨 앞줄을 내준다고 했으니 허약한 체력을 가진 형도 버틸만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서 결국 번호를 눌렀다.

-여보세요.

목소리가 걸걸했다. 깜짝 놀라서 휴대폰을 잠시 귀에서 뗐다가 이른 아침임을 상기하고 다시 조심스럽게 귀를 가져다 댔다.

“깨웠어?”

-출근 시간인데 뭐.

“근데 목소리가 왜 그래.”

-어제 야근해서 목소리가 맛이 갔어. 내일까지 해야 돼.

목 푸는 소리가 연속해서 들렸다. 야근 소리에 왠지 오라는 말이 안 나왔다. 내일 방송 시간도 엄청 길어서 자정 넘어야 끝날 텐데 보다가 잠드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그래, 그럼 힘내.”

-뭐야. 너 그 소리 하려고 전화했냐?

“힘찬 출근길 되라고……. 응원콜?”

-웃기고 있네. 아, 맞아. 안 그래도 전화하려고 했어. 너 왜 나 안 불러?

“뭐를.”

-내일 마지막 방송이라며. 친형 정도면 가도 되는 거 아니냐?

“어떻게 알았어?”

-동기가 뽑혀서 너 보러 간다고 좋아하더라.

대체 그 동기랑 얼마나 친하면 저런 사소한 일까지 털어놓고 사는 거지. 형의 동기가 내 팬이라고 하니까 갑자기 부끄러워서 괜히 얼굴에 부채질했다.

“형 피곤할까 봐 그냥 오지 말라고 하려고 했는데.”

-뭔 소리야. 가족 부르는 건 기본 아니냐.

“그냥 조금.”

막상 부모님과 형이 내 무대를 맨 앞줄에서 보는 걸 상상해보니 기분이 묘해졌다. 그래도 아들이랑 동생의 중요한 무대인데 부르는 게 나은가? 하지만 부모님과 형은 고등학생 때 빈번히 있던 대회에도 한 번 온 적이 없었다.

“원래 이런 거 잘 안 왔잖아.”

-아, 그래서 지금 가려고 하잖아. 하나뿐인 동생이 제2의 인생을 펴는 날인데 안 가는 그런 쓰레기 같은 형 아니라고.

“……누가 쓰레기래? 그리고 제2의 인생 그거 확정된 것도 아니다.”

-쨌든 가도 되는 거지? 나 간다?

“알았어, 와.”

형은 동기와 같이 가겠다며 꽤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누가 보면 동기랑 같이 덕질하는 줄 알겠네.

-아, 맞다. 부모님도 오실 거야.

“부모님…… 이 왜 오셔? 몇 주 전에 출국하셨잖아.”

-전화로 너 마지막 방송이라고 말씀드렸더니 오신대. 아마 지금쯤 비행기 타셨을 듯?

황당한 소리에 머리가 띵해지며 절로 침묵이 찾아왔다. 비행기 왕복 값이 얼만데? 하다못해 이웃 나라인 일본이나 중국에 계시는 것도 아니고 미국에 계시는데. 너무 엄청난 돈과 시간 낭비라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아니, 그냥 거기서 방송으로 보셔도 되는걸.”

-부모님이 너 실기시험 때 못 챙겨준 거 계속 미안해하고 계셔. 아무리 바빴어도 고3 아들 두고 해외에 있었던 건 너무했다고. 이번에는 꼭 눈앞에서 보신대. 아, 몰라. 나 출근한다. 연습 적당히 하고.

형은 항상 본인이 말해놓고 자꾸 곤란한 사람처럼 회피 식으로 전화를 끊곤 했는데 그게 바로 지금이었다. 동생 걱정해주는 게 그렇게 쑥스럽나.

형과의 통화는 뒤로 밀어놓고 다시 리허설 현장으로 나갔다. 몇 번씩이고 반복된 리허설은 점심시간을 훌쩍 오버해서야 끝났다. 하지만 끝난 건 리허설이었고 연습은 아직이었다. 참가자들은 단 한 명도 빠짐없이 연습실로 향했다.

“너무 많이 사시는 거 아니에요?”

“조금 뺄까?”

“세 개만 사세요.”

중간에 편의점에 들러서 늦은 점심 겸 저녁을 먹고 밤새 연습할 생각으로 커피 우유도 잔뜩 샀다. 그리고 연습실에 도착하자마자 연습을 시작했다. 마지막 날인만큼 서로에게 방해되지 않게 혼자 연습하기로 해서 연습실에는 쭉 나 혼자였다.

“후우.”

너무 오래 연속해서 연습하다 보니 다리에 힘이 풀렸다. 잠깐 쉬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벽에 등을 기대앉아 휴대폰을 꺼냈다. 자정이 거의 가까워지는 시간이었다. 여섯 시도 되기 전에 들어왔는데 시간이 언제 이렇게 갔는지 모르겠다.

“형.”

똑똑. 막 올라온 뉴스 기사들을 대충 눈으로 훑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익숙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뭐 봐달라고 왔나 보다 싶어 들어오라고 말하며 휴대폰을 뒤집어 내려놨다.

“왜?”

“형, 만약에요.”

지구가 이쪽으로 천천히 다가오더니 코앞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앉은 자세가 굉장히 경직되어 보인다고 생각하며 편하게 앉으려고 말하려는데 지구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눈을 맞춰왔다. 이제 슬슬 익숙해진 얼굴은 조금 전까지 연습하다 온 사람치고는 굉장히 평온해 보였다.

“내일 같이 데뷔할 수 있게 되면 놀러 가주세요.”

“어디를?”

“저 수험표 있으니까 어디든요.”

아, 수능 끝났는지 아직 일주일도 안 됐지. 기분 좋게 웃으며 있지도 않은 수험표를 흔드는 제스처를 취하는 지구를 보며 일단 수락의 의미를 담아 고개를 두 번 끄덕였다. 그리고 바로 연이어 물었다.

“근데 왜 나랑?”

“형이랑 가고 싶어서요.”

그래, 나랑 가고 싶어서 나한테 가자고 했겠지. 말꼬리를 잡아서 다시 물어봤자 처음 질문과 같은 질문이었으므로 더는 묻지 않기로 했다.

“그거 말하러 온 거야?”

“그것도 있고 슬슬 배고픈 시간이라.”

그제야 손에 들린 비닐봉지가 눈에 들어왔다.

“조금 전에 잠깐 편의점 가서 사 왔어요.”

아까는 과소비하지 말라며 커피 우유를 마구잡이로 쓸어 담는 내 손길을 막아놓고, 본인은 편의점 하나를 통째로 털어온 것 같았다.

“와, 역시. 예준이 형 음식 냄새 한번 잘 맡네요.”

“편의점 봉지를 흔들면서 가는데 모르는 게 이상하지 않냐.”

그리고 그 음식들이 비닐봉지 밖으로 나왔을 때, 연습실 문이 벌컥 열렸다. 각자 연습실에서 열심히 연습하고 있어야 할 사람들이 우르르 내 연습실로 밀려 들어왔다.

“뭐야?”

다들 본인 집 안방처럼 자리 잡고 앉는 걸 보며 황당함에 절로 입이 벌어졌다. 하다못해 휘영까지 동화된 건지 ”실례 좀 할게요.”하고 한 번 웃어 보이곤 자연스럽게 착석했다.

“지구야 형 마음 알지?”

“……형 먹고 싶은 거 다 들고 나가주면 안 될까?”

“밥은 다 같이 먹어야 맛있잖아. 다음에는 형이 살게.” “아, 그럼 그다음은 제가 살게요!”

자연스럽게 다음 모임 계산을 자처하는 사람들을 차마 내쫓을 수 없어 가만히 내버려 뒀다. 그렇게 마지막 방송 전날의 늦은 저녁 식사는 무려 자정에 시끌시끌하게 이루어졌다.

* * *

제목 : ㅅㅍ글

계자는 아닌데 아는언니가 계자라 들은거 풀고감ㅇㅇ 난 이 프로그램 안봄

1. 마지막 미션은 너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개인무대임

2. 팀 정하는 방식 겁나 간단했다고 들음 그 뱨라 아이스크림 ㅇㅇ 그거 6가지 맛 갖다놓고 마음에 드는 맛 고르라고함 한 맛당 2명씩이고 둘이 같은 곡

3. 뽑은 맛 아이스크림 실제로 줘서 맛있게 먹었다고함

4. 같은 맛 아이스크림 고른 애들이 같은 노래하는데 이걸로 약간 경쟁구도? 만들어서 붙인다고하더라 실력비교 팍팍 될 수 있으니 실력없는멤 팬들은 내새끼랑 같은 노래 고른놈이 실력이 떨어지길 비셈

5. 니네가 인기멤 조아할거같아서 얘네만 말해줌 그 마의 30초로 유명한 애랑 노블 태양 동생인 애랑 같은 곡이래

+ 자꾸 5번 더 알려달라 그래서 언니한테 더 물어봤음 언니가 얘네 둘만 계속 같이 연습해서 듀엣무대로 착각할 정도였다고 했음 분위기 화목하고 청춘청춘한 분위기래

6. 심사위원 3명이고 유명 아이돌 한명 끼어있대

7. 막방 진행 생방송이고 거의 3시간 반 정도 방송한다고함 1시간 정도 애들 연습과정 담긴 VCR 나옴

8. 심사위원 점수 20% 밖에 반영안되니까 다들 문투에 신경쓰라고 했음 영업 빡세게하래

다들 문투 열심히 해서 원하는 픽 데뷔 시키길 바람

+) 자꾸 인증하라고 하는데 그런 거 귀찮아서 안함 ~ 니네가 방송나오고 확인해ㅋㅋ 난 타팬이야

댓글[1674]

└ ㅁㅊ 4번 자세히좀 ;;

└ 뭔 스포가 이렇게 자세함ㅋㅋㅋㅋㅋㅋ

└ ㅇㄱㄹㅇ

└ 구체적인건 거르는게 나음ㅋㅋ

└ 아니 누가 아이스크림으로 노래를 정해줰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내말이 ^^

└ 달지구 연습 같이한다고??? 애덜 글케 친했어??ㅠㅠㅠㅠ??

└ 내말이

└ 음지 움직이겠네,,

└ 지구달 이미 대메이저임 ㅇㅇ

└ 얼굴합이 완-벽

└ 솔직히 데뷔각 나오는애들 보이긴함

└ 22 개인팬덤 큰 애들은 할듯

└ 문투 자체가 팬수 싸움이니까ㅇㅇ 팬이 많아야 영업하고 구걸할 팬도 많잖아

└ 글쓴이 써디 안보는거 확실함 하현이 = 30초로 알고 있잖아 요즘은 좀 늘었는데

└ ㅇㅈㅋㅋㅋㅋ 안보는거 맞는거같음 지구 = 태양 동생으로 아는것도ㅋㅋ

└ 지구 큰일났네 하현이랑 붙으면 비교될텐데ㅠㅠ

└ 그런걸로 치면 박하현 노래는??????

└ 팬코에 넘어가서 같이하는 수준봐 ㅋㄱㅋㄱㅋㅋㅋ

└ 지구 춤 잘추는데..? 설마 하현이보다 못하는게 못함의 기준이냐?

└ 그럼 다 못하잖아ㅋㅋㅋㅋ ;;

└ 하현이 팬코 작작해

└ 너 누구팬이니 주둥이 적당히 털어ㅋㅋㅋ

└ 괜히 이간질 하지마셈 너가 그래봤자 지구하현 같이 데뷔 충성^^7

└ 나 내일 생방가는데ㅜㅜ 집에서 시청하는 하현이 팬들아,, 잘부탁해

└ 헐 부럽다ㅠㅠ 내 몫까지 하현이 일당백으로 응원해줘

└ 방송 포기하고 길거리에서 문투 구걸해봄ㅋㅋㅋㅋㅋㅋ

└ #1369 기억하자ㅜㅜ

└ 지구 팬들아 후반 총공 기억해

└ ㅇㅇ

└ 지나가던 예준픽인데 너네도 후반 총공해??

└ ㅇㅇ 문투 20분 남은 시점부터 보내기로함

└ 진짜 궁금해서 묻는건데 후반 총공 왜함? 박하현네 빼고 다하는듯

└ 실시간으로 문투수 보여준다고 해서ㅇㅇ

└ ??? 미친거 아니냐 싸패임?

└ 22222 애들도 보고 있을텐데 투표수 ;;

└ 이게 공정하다고 해서... 자릿수랑 맨 앞 숫자 두자리만 나오는 걸로암

└ 후반 총공이 유리하다는 말들 있어서ㅇㅇ 휘영이 팬들도 하는 거 같더라

└ 유리한거 맞음 동정표 받음 + 팬들 초조해서 영업력 빡세짐

└ 박하현 온지구 같은 노래면ㅋㅋㅋㅋㅋㅋ 이미 개판 ㅇㅈㄱ?

└ 안그래도 지금 팬들 존나 치고박고 난리남

└ 1,2등이라 ㅋ..

└ 애들끼리 친한데 팬들이 왜 더 난리임

└ ㄹㅇ 1등한테 딱히 혜택있는것도 아닌데ㅋㅋㅋ

└ 걍 온지구 박하현 팬들에게는 서로가 내새끼 1등을 막는 장애물일 뿐임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시바 얼른 데뷔해서 이 짓 좀 끝내자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