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화 (1/7)

00.

몸이 흔들리고 있었다.

아니 흔들고 있는 건지, 흔들리고 있는 건지. 어딘가 몸이 부유하는 느낌과 직접적으로 성기를 자극하고 있는 축축한 압박. 그 느낌은 저절로 이재선의 입에서 신음이 터지게 만들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이었다. 마지막으로 잠자리를 가진 게 언제였더라……. 4개월? 5개월? 날짜를 헤아리는 와중에도 허리는 착실히 움직였다. 흥분하면 어디론가 자신의 성기를 묻는 건 본능이었다. 게이인 자신이 아무 여자에게나 껄떡거릴 일은 없는데. 몽롱한 와중에도 딴 곳으로 새는 생각을 상대가 읽었는지 순간적으로 기둥이 꾹 쥐어짜졌다.

“아, 하으…….”

분명 어젯밤에 맛있는 술을 양껏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오랜만에 흔치 않은 좋은 일이라 기분이 좋았던 것까진 기억이 났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모든 게 흐릿하기만 했다. 취한 걸까 아니면 꿈인 걸까. 그래, 꿈일지도 몰랐다. 애써 눈꺼풀을 들어 올리려던 재선은 도저히 마음대로 되지 않는 몸뚱이에 금방 포기해 버렸다. 도무지 이 상황을 분간할 수 없는 와중에도 몸은 부드럽게 움직이며 충실히 쾌감을 쫓고 있어서였다.

“으……. 방금, 아…….”

“후……. 여기? 이렇게 조여 주는 게 좋아요?”

이미 헤어진 애인에게서도 들어 보지 못한 다정한 말투에 등골이 찌릿하고 울렸다. 그리고 동시에 성기 전체를 감싸고 있던 압박이 귀두로 옮겨 가는 데에 정신이 쏠렸다. 생각을 이어 갈 수가 없었다. 다급하게 몸을 움직이며 지금보다 강한 자극을 갈구했다. 더, 더 느끼고 싶어. 조금만 더. 아래가 온통 달아올라 어딘가에 먹히는 것처럼 자극적이었다. 저절로 목표를 찾아 허리를 움직이면서도 상대가 궁금했다. 이렇게 야릇하고 간지러우면서 노골적이고 강렬한 흥분은 처음이었다. 알 수 없는 상대 앞에서 꼴사납게 신음을 터트리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참을 수가 없었다.

“흐으, 윽. 아……!”

잔뜩 달아오른 귀두 끝이 어딘가에 툭 닿았다. 그 순간 전신의 말단에서부터 전기가 통하듯 몸이 벌떡 튀었다. 조금 전까진 성기를 잔잔히 죄고 있던 것이 더더욱 조여들면서 마지막까지 쥐어짤 기세로 움직였다. 버틸 수 없는 자극에 이재선은 헛숨을 터트리며 잘게 허리를 떨었다. 익숙한 해방감이라 하기엔 폭력적인 감각이었다. 오랜만에 잔뜩 싸질러 버린 탓인지 여운이 길었다. 그리고 많이 쏟아 낸 만큼 아래가 축축해서, 흥건할 정도로 젖은 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만 좀, 씹어요.”

헐떡이는 자신의 숨소리 사이로 아래 있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쩐지 익숙하게 들리는 상대의 음성에 조금 개운해진 눈을 끔벅였다. 꽤나 색이 짙은 목소리였다. 어딘가 모르게 사람을 홀리는 듯한. 흔치 않은 야한 목소리.

분명 자신이 아는 목소리였다.

사정 후라 정신이 조금 들려고 하는지 시야가 좀 개일 것도 같았다. 그러나 잔뜩 흥분했었던 몸은 사정 한 번에 멀쩡해질 리가 없었다.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열기는 피부가 따끔거릴 정도로 여전했고 발기는 사정 한 번으로 가라앉지도 않았다. 문제는 그다음에 일어났다.

“……아, 흐읏! 아!”

찔꺽, 소리와 함께 하체가 거세게 쳐올려졌다. 정확히는 이재선의 다리 사이가 그대로 공중으로 한 뼘쯤 떠오를 정도로 거센 움직임이었다. 이럴, 이럴 일이 뭐가 있지?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엉덩이 사이를 가르고 느껴지는 묵직한 감각이 선명했다. 동시에 발긋하게 부어오른 가슴이 콱 잡혔다. 하얀 피부 주변이 붉어질 정도의 악력이었다.

가슴이 부어올라? 잡혀? 왜? 내, 내가 위였는데.

“아까부터 눈앞에서 잡아 달라고 흔들리는데. 안 잡아 줄 수가 없네. 하아, 더 움직여야죠. 응?”

“아, 잠깐……. 아앗! 제, 제가 언제…… 하으응!”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는 붉은 입술이, 선이 분명한 콧날이, 그리고 처음 봤을 때부터 참 예쁘다고 생각했던 연한 색의 눈동자가 차례대로 눈에 들어왔다.

현관문이 열리는 틈새로 보이던 예쁘장한 남자의 이목구비. 난생처음 겪는 상황이 무섭고 불안했던 와중에도 평생 마주한 적 없었던 아름다운 얼굴에 오히려 넋이 나갔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남자의 얼굴 위로 지독할 정도의 흥분까지 더해져 음란하기까지 했다.

“처음, 이라면서. 이렇게 잘, 벌리고…… 후으. 잘 씹으면 어떡해요……. 응?”

철썩, 철썩. 느릿하게 아래에서 위로 쳐올리는 힘에 몸이 흔들렸다. 살갗이 부딪히는 소리가 재선이 내지르는 신음을 흐트러트렸다.

흠뻑 취한 정신으로 처음 느껴 볼 정도의 쾌감이라 생각했던 건 자신이 박고 있어서가 아니라…….

“흐아……. 그, 그만. 제발…… 하악!”

“당신이 먼저 쌌잖아. 한 번은 버텨요.”

골반과 허리를 양팔로 강하게 틀어쥔 채 단호하게 말하는 남자는 그 말을 끝으로 몸을 흔들던 속도를 높였다. 머릿속이 자글자글 끓었다. 벌어진 아래에서 정수리까지 몰아치는 쾌감이 잔혹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자신이, 남자의 성기를 받아 내고 있었다.

“……아으, 아……. 대표님. 아으흣.”

“하, 이제 좀 술이 깨요? 나 부르면서 조이네.”

180cm가 훌쩍 넘는 재선의 몸을 마음대로 주물럭거리며 신나게 박아 대던 남자가 고개를 들어 눈을 맞췄다. 좀 전에 지적당한 가슴 한쪽을 세게 빨아 재꼈다. 이미 벌겋게 부어올라 있는 다른 쪽 가슴이 누구 작품인지는 안 봐도 뻔했다. 익숙하지 않은 감각에 숨이 거칠어지자 애교를 부리듯 살짝 접히는 눈이 요염했다. 정말 무서울 정도로 예쁜 얼굴이라는 생각을 하며 재선은 과도한 자극에 흐려지는 정신을 아예 놓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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