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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만 하루가 지났다.
마코토는 계속 정조대를 차고 있어야만 했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계속 참고는 있었지만
생리적 욕구라는 것은 참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다.
토우도우 앞에서 몇 번이나 사죄하고 울면서 무릎을 꿇고 토우도우의 발바닥을 핥고서야
겨우 마코토는 화장실에 가는 것을 허락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또 곧바로 정조대가 채워져 마코토는 왜 그 때 츠치토리 미나코를 발견했을까 하고
깊이 후회하는 반면, 토우도우에게 이렇게 괴롭힘 당하는 것에 희열과도 같은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마사노리와 무네노리 때문에 남겨두고 와버린 미나코가 지금 무얼 하고 있는지,
솔직히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도 부끄럽게도 정조대를 차고 있다는 고통과 쾌락쪽이 훨씬 강했다.
‘협박 받아서...그래서 할 수 없이..’
그 때 미나코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확실히 그렇게 말했다.
협박이라니..대체 누구에게?
그 수수께끼의 인물은 왜 미나코 상을 협박하면서까지 고리대금으로 빚을 지게하고,
날 보증인으로 세울 필요가 있었을까?
잠깐...혹시 미나코 상을 협박한 수수께끼의 인물이 진짜로 노리는 것은...혹시 나 였던 건가?
마코토는 고통과 쾌감 사이에서 겨우 거기까지 생각을 더듬어 올라가 침대 위에서 조용히 일어섰다.
침실에 토우도우는 없었다.
옆 거실에서 사쿠라바와 다른 측근들과 뭔가 위험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도박의 승률을 어떻게 한다던가..
최근 가부키쵸 구역을 어지럽히고 있는 블랙마피아들을 어떻게 한다던가 하는.
마코토가 들어봤자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뿐이다.
마코토는 살짝 침대에서 일어나 옆에 있던 실크 하이네크 셔츠에 팔을 꿰며 정조대 위로
트렁크와 바지를 입었다.
“다시 한 번 만나서...확인해야 해. 아무래도 확인하지 않으면...”
마코토는 머리 속에 소용돌이치고 있는 생각을 떨쳐내려 몇 번이나 그렇게 중얼거리고
발소리를 죽여 침실에서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미나코를 만나 사실을 들으면
다시 여기 돌아올 생각이었다.
놀랍게도 마코토는 어느샌가 토우도우를 사랑하기 시작한 것이다.
몸과 마음을 빼앗기고 쾌감을 개척되어 가는 사이에 어느새 인가
토우도우를 좋아하게 되어 버린 것이다.
야쿠자 세계의 정점에 군림하고 있는 토우도우 히로야라는 남자를,
한 사람의 남자로서 사랑하게 되었다.
“돌아오면 괜찮죠? 별로 도망치려고 하는 것도 아니니까...”
마코토는 그렇게 혼잣말을 하곤 침실에서 도망쳐 나가려 했다.
토우도우를 사랑하고 나서부터 어떻게 해서든 확인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었다.
미나코를 만나 어떻게든 확인해야만 해.
하지만 그런 마코토의 얕은 생각을 토우도우는 이미 꿰뚫어보고 있었다.
마코토가 우연히 요코하마의 호텔에서 미나코를 만났다는 말을 들었을때부터
마코토가 미나코를 만나러 갈거라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코토가 갈만한 곳에는 몇 명의 거친 분위기를 풍기는 토우도우의 부하들이 지키고 있었다.
“상당히 끈질긴 녀석이군...너도. 으응? 마코토...”
눈앞으로 끌려나온 마코토를 본 토우도우의 목소리에는 분노를 넘어선 냉랭한 울림이 있었다.
이제 두 번 다시 도망가지 않겠다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큰 소리로 울며 용서를 구했는데.
또 다시 도망치려 한 것이었다.
토우도우의 분노는 틀림없이 화산폭발직전일 것이다.
하지만 마코토는 아무래도 확인해 두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토우도우 히로야라는 한 명의 남성을 사랑하는데 있어, 그것은 굉장히 중요한 것이었다.
마코토는 용기를 내어 머리 속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는 가설을 말했다.
“혹시...혹시...미나코 상을 협박해서 제 고리대금 회사에 빚을 지게해서
제가 보증을 서도록 만든 게 토우도우상 아닌가요?”
마코토의 말에 토우도우의 얼굴이 훨씬 더 잔혹하게 변했다.
“...역시...”
마코토의 말을 듣고 놀란 것은 마사노리와 무네노리, 두 사람 이었다.
어떻게 마코토가 그 사실을 알았을까, 역시 그 때 미나코가 말한 것이다.
모든 것을 꾸민 장본인이 토우도우조의 4대조장인 토우도우 히로야라고.
“역시...역시 그랬군요?! 미나코 상을 협박해서..날 보증인으로 세우고 내 자유를 빼앗은 것이...
토우도우 상?”
마코토는 충격적인 사실 앞에서 망연자실했다.
토우도우는 거액의 빚을 떠맡아준 생명의 은인이라고 믿고 있던 마코토의 마음이 지금이라도
파열될 정도의 쇼크를 받았다.
“하지만...어째서? 왜 그런 지독한 짓을...”
마코토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토우도우를 향해 물었다.
하지만 토우도우는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은 채 표저하나 변하지 않고 마코토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코토는 다시 한 번 물었다.
마코토의 머리로는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다.
마코토를 사랑하기에 미나코를 이용해서 마코토를 정부로 삼은 토우도우의 괴로움을.
“토우도우 상---!”
그 순간 토우도우의 손이 휘둘러지고 철썩 하는 소리와 함께 마코토의 가녀린 몸이 뒤로 날아갔다.
“----왜냐고?”
토우도우는 약간 신경질적인 어조로 말하며 일어섰다.
왜냐는 물음에 토우도우는 속으로 생각했다.
처음 마코토를 만났을 때 토우도우는 굉장한 충격을 받고 운명을 예감했다.
그리고 동시에 생각했다.
마코토를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고.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고.
그리고 어떻게 하면 마코토가 순순히 토우도우 히로야의 것이 될 수 있을지 생각했다.
그래서 그 결과가 미나코라는 여자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토우도우로선 마코토를 소유하는 데 그 나름의 이유가 필요했던 것이다.
마코토는 빚 대신 팔려온 것이다...
그것이 야쿠자 세계에서의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 것은 사쿠라바는 알고 있었지만 다른 간부는 아무도 몰랐다.
물론 마코토 자신도 그런 토우도우의 속마음을 몰랐다.
마코토는 맞은 뺨을 두 손으로 감싸쥐고 방구석에 웅크렸다.
이곳에 끌려오고 나서부터 이상한 기구로 희롱 당하고 무참히 괴롭힘을 당했지만
이런 식으로 맞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토우도우는 야쿠자의 4대 조장이면서 마코토를 굉장히 소중히 대해주었다.
그랬는데---그 토우도우가 얼굴을 때린 것이다.
“또 맞고 싶나? 아직도 도망가고 싶나?”
가까이 다가온 토우도우의 말에 마코토는 흠칫 몸을 떨며 몇 번이나 고개를 저었다.
마코토의 입가에서는 입안이 조금 찢어졌는지 선혈이 흐르고 있었다.
그 피를 본 순간, 토우도우의 눈이 가늘어졌지만, 마코토는 겁에 질려 떨고 있어서
토우도우의 미묘한 표정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죄,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마코토는 정말로 토우도우를 화나게 해버렸다고 생각했다.
다시 도망치려 한 데다 측근들 앞에서 토우도우에게 대든 것이다.
그리고 마코토가 츠치토리 미나코의 보증을 선 것은 사실이었고,
스스로의 의지로 보증서에다 도장을 찍은 것이다.
누가 뭐라 해도 최종적인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
마코토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제...거역하지 않겠습니다. 이제 두 번 다시..도망치지 않겠습니다....그러니 용서해 주세요.”
“그 말도 이제 질렸다....나를 몇 번이나 속일 셈이지?”
토우도우는 그에게 잘 어울리는 수제 더블 수트 차림으로 마코토의 앞에섰다. 넥타이는 아르마니.
검은 가죽 구두는 이태리 제의 세련된 디자인의 것으로 먼지 하나 없다.
그리고 팔에는 번쩍이는 다이아가 박힌 로렉스 시계를 당연하다는 듯 차고 있었다.
토우도우 히로야는 야쿠자인 것이다.
그것도 일본의 암흑가는 물론, 자신의 뜻을 굽힌 적이 없을 정도로
실력을 겸비한 야쿠자의 톱인 것이다.
마코토는 박력있는 토우도우의 모습을 보고 처음으로 야쿠자란 것을 이해한 듯 꿀꺽 침을 삼켰다.
그리고 곧 그의 다리에 매달려 애원했다.
“죄송해요..죄송해요, 저...뭐든지 할 테니까..,
당신의 말이라면...뭐든지 들을 테니..그러니 화내지 마세요..제발.”
“..뭐든지?”
“네, 뭐든지 하겠습니다. 제가 잘못했어요. 죄송합니다.”
마코토는 한심하다던가, 부끄럽다는 생각을 할 겨를조차 없었다.
여기서 화를 자초하면 이제 자신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이 사람의 화를 돋구면 안된다.
이 사람은 정진 정명의 야쿠자 두목이니까.
일본의 암흑가를 통솔하고 있는, 암측 세계에 군림하는 제왕이니까.
귀여움 받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토우도우상에게 사랑 받도록, 귀여움 받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죄송해요...이제 화내지 마세요..제발..”
마코토는 눈물을 흘리며 토우도우의 긴 다리에 필사적으로 엉겨붙었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 머리끝까지 치솟았던 토우도우의 분노가 급속도로 사그라 들었다.
토우도우는 그런 자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마코토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부드러운 기분이 든다.
다정히 대해주고 싶다. 뭐든 생각대로 해주고 싶다는 생소란 감정이
토우도우의 마음속에 샘솟는 것이다.
토우도우는 후우, 하고 크게 한숨을 토해, 기분을 가라앉히고 마코토의 턱을 들어올렸다.
“알몸으로 침대로 돌아가라. 얌전히 있으면 생각해보지.”
토우도우의 말에 마코토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네’라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