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화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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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했습니다.” 

마코토가 눈을 뜨자 그곳은 요코하마의 거대한 관람차가 보이는 장소였다. 

“4대께서 저녁때까지 외출허가를 해주셨습니다. 마음에 드는 것을 사라고도...” 

“외, 외출허가? 정말로?” 

몸차림을 단정히 한 마코토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얼굴로 되물었다. 

“네.” 

마사노리는 약간 웃으며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코토는 뛸 듯이 기뻤다. 

“이곳은...어디지요?” 

“요코하마입니다. 자...도착했습니다. 저희들도 동행하겠습니다.” 

마사노리와 무네노리는 먼저 내려서 주의 깊게 주위를 살피고 나서 마코토를 

롤스로이스에서 내리게 했다. 

마코토는 롤스로이스에서 천천히 내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곳은 고급 호텔의 입구였지만, 검은 롤스로이스에서 내린 검은 수트차림의 남자와 

코발트 블루의 눈동자가 아름다운 마코토의 모습에 사람들은 쇼핑하러 가던 발을 멈추고 

놀람과 선망의 눈초리로 보고 있었다. 

“이쪽입니다.” 

마사노리가 선두에 서서 호텔 안으로 들어가 그대로 백화점까지 걸어갔다. 

마코토는 처음 본 호텔 로비를 두리번거리면서 마사노리의 뒤를 따라걸었다. 

마코토의 뒤에서는 주위를 주의 깊게 살피고 있는 무네노리가 있었다. 

그런 마코토의 눈에 우연히 어떤 인물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것은 호텔 엘리베이터에 타려고 하는 한 사람의 여성이었다. 

“키, 키자마 유리코?” 

그것은 잊을 래야 잊을 수 없는 여성의 이름이었다. 

입고 있는 옷의 센스도 화려했고 화장도 짙고 머리카락도 갈색의 롱웨이브에, 

신고 있는 구두도 핀힐이었다. 

어딜 봐도 청초하고 수수한 인상의 키지마 유리코와는 달랐다. 

하지만 마코토의 육감이 키지마 유리코라고 외치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마코토는 믿을 수 없는 행동을 했다. 

갑자기 달리기 시작해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 키지마 유리코의 팔을 붙잡고 

열린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것이다. 

그리고 두드리듯 단추를 눌러 엘리베이터 문을 닫았다. 

“마, 마코토 님?” 

“쳇 당했다...” 

놀란 것은 마사노리와 무네노리 두 사람이었다. 

마코토의 뒤를 쫓아 엘리베이터에 타려 했지만 직전에 문이 닫혀버렸다. 

마사노리와 무네노리는 급히 가슴 주머니 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호텔을 봉쇄해. 한 사람도,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게 해.” 

마사노리는 일반 서민들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야쿠자들에게 연락해서 일제히 출입문을 닫게 했다.

이 비상사태에 놀란 호텔 지배인이었지만 상대가 그 토우도우 조의 조직원이라는 것을 알고

 ‘30분만이라면...’하고 선선히 승낙했다. 

마사노리와 무네노리, 그리고 일제히 나타난 30명의 야쿠자들은 마코토의 뒤를 쫓아 

일제히 엘리베이터 안에 올라탔다. 

하지만 그런 대소동이 벌어지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한 마코토는 

화려한 모습의 여성의 팔을 잡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청소 중 표지가 붙어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뒤에서 아무토 쫓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문을 닫았다. 

다행히 방은 이미 청소되어 있었고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코토는 급히 문을 잠갔다. 

“뭐, 뭐예요! 당신...누구?” 

갑자기 다짜고짜 끌려온 미니스커트 차임의 여성이 큰 소리로 마코토를 추궁했다. 

하지만 마코토의 얼굴을 보고 곧 얼굴색이 변했다. 

고급스런 흰 면 셔츠, 검은 가죽 조끼와 바지를 귀티나게 있고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은 

확실히 저 싸구려 아파트에 살고 있던 마코토였던 것이다. 

하지만 촌티를 완전히 벗은 도회적인 마코토의 모습은, 유리코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역시 마코토를 알고 있다. 역시 이 여성은 키지마 유리코였던 것이다. 

“당신은...역시 키지마 유리코 상이군요?” 

마코토가 굳은 표정으로 묻자 핑크색의 루즈가 칠해져 있는 입술이 부들부들 떨렸다. 

“모, 몰라요. 사람 잘못 보신 거 아니예요?” 

“아뇨. 당신은 키지마 유리코 상이에요. 난 알 수 있어요. 

아무리 짙은 화장을 하고 자신을 속이려 해도 난 알 수 있어요. 그 눈은 변하지 않았으니까. 

내게 돈을 빌려달라고 말했을 때의 깨끗한 눈동자는 지금도 변하지 않았으니까.” 

마코토는 키지마 유리코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아니라고....아니라고 했잖아요!” 

마코토의 말에 동요를 숨기지 못한 유리코는 눈을 감고 침대 쪽으로 도망치려 했다. 

마코토는 그 뒤를 쫓아가며 말을 이었다. 

“당신에게 속은 거, 나 화 안 났어요. 알았을 때는 굉장히 충격이었지만..

하지만 아무래도 유리코 상의 진지한 눈을 의심할 수 없었어요. 

바보같다는 소리 들어도 어쩔 수 없지만 세상물정 모르는 시골뜨기라고 바보취급 당할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믿고 싶었어요. 유리코 상의 그때의 눈은 진지했다고. 결코 날 속이려 한 게 아니었다고.” 

마코토는 코발트 블루의 올곧은 눈동자로 진지하게 말했다. 

그러자 지금까지 마코토를 노려보고 있던 유리코의 눈에 곤혹의 빛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곤혹이 후회로 바뀌는 데에 그리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다, 당신...바보예요! 정말로 바보예요!” 

유리코는 속눈썹을 붙인 긴 속눈썹을 떨며 울먹였다. 

유리코의 목소리 역시 떨리고 있었다. 

“당신을 속였는데...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 어떻게 그렇게 사람이 좋을 수가 있어요? 

당신, 바보 아냐? 난 당신을 속였어요. 당신에게서 돈을 빼앗은 여자예요. 

그런데 왜 그렇게 상냥한 눈으로 보는 거죠? 이상해요...우웃...” 

유리코의 가느다란 몸도 진실을 숨기지 못하고 떨고 있었다. 

“역시---당신은 유리코 상?” 

마코토가 다시 한 번 묻자 유리코는 참았던 것을 토해내듯이 소리높여 

막 메이킹이 끝난 침대 위에 울며 쓰러졌다. 

“저어...” 

마코토는 이런 때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지 못했다. 

별로 추궁할 생각도 없었고 단지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된 것이 반가웠던 것뿐이었다. 

도쿄에 와서 처음으로 다정하게 말을 걸어준 건 유리코였다. 

속았다는 사실보다도 마코토로서는 그 편이 훨씬 중요했다. 

“지금..어떡하고 있어요?” 

마코토는 울고 있는 유리코를 향해 물었다. 

이대로 조금만 더 울음을 그치길 기다리는 것도 좋았지만 

마사노리와 무네노리가 이 방에 들이닥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생각했다. 

틀림없이 굉장히 화내고 있을테고 그다지 시간이 없는 것이다. 

마코토는 울고 있는 유리코를 향해 아무래도 알고 싶은 것을 물었다. 

“할머니의 수술은...성공했나요?” 

수술얘기를 전혀 의심하지않고 있던 마코토를 눈물로 얼룩진 없굴로 놀란 듯 되돌아보았다. 

마음으로부터 걱정해주고있는 마코토의 얼굴을 보고 유리코의 눈에 또 다시 눈물이 고였다. 

“수술...그 돈으로 했죠?” 

마코토가 다시 한 번 진지한 얼굴로 묻자 유리코는 큰소리로 와앙하고 울기 시작했다. 

“시, 시간이 맞지 않았나요?” 

유리코의 모습을 보고 심상치 않음을 느낀 마코토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유리코에게 다가갔다. 

유리코는 울면서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으으...그게 아니에요. 그게 아니에요...기뻐서...

나 이렇게 다정한 말 들은 거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으니까. 기뻐서 그만..미안해요. 

앗 내 본명은 츠지토리 미나코라고 해요. 키지마 유리코는 거짓말. 

그 때 난 고리대금에 거액의 빚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당신을 속이면 그 빚을 전부 탕감해 주겠다고 협박에...아무래도 거절할 수 없어서...

그래서 그런 거짓말을 한 거예요...하지만 후회하고 있어요. 정말이에요. 

그리고 할머니는 말이죠..벌써 옛날에 돌아가셨어요.

3년전에 심근경색으로...나 그 때 수술비용으로 돈을 빌렸는데..

하지만 할머니는 수술 중에 돌아가셨어요.” 

“그래서..사채를?” 

“...응...” 

“..그랬구나.” 

마코토는 츠치노리 미나코라고 이름을 밝힌 여성이 한 말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면서 

슬픈 듯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역시 그 때의 눈은 거짓이 아니었다. 유리코(미나코)상은 나쁜 여성이 아니었던 것이다. 

빚 때문에 협박받아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할머니 말이 옳았다. 

무심코 그렇게 생각하고 기뻐하던 마코토는 문득 얼굴을 찌푸렸다. 

누구에게? 대체 누구에게 협박받고 있는 것일까. 

날 속이라고 사주하다니 너무해! 

“아, 저기...츠치토리..미나코상? 누가 절 속이라고 했는지...가르쳐 줄래요? 

그 때 보증을 선 300만엔이 한달 새에 1천만엔이 되어서 나 아무래도 갚을 수 없어서..그래서..” 

마코토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입술을 꼬옥 깨물었다. 

뒷말은 절대 말할 수 없었다. 

야쿠자 조장에게 돈에 팔려 정부가 되어 버렸다고는 죽어도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츠치토리 미나코는 그런 마코토의 신상을 알고 있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이상은 말할 수 없어요...이 이상 말하면...난 죽어요.” 

츠치토리 미나코는 갑자기 부들부들 몸을 떨며 굉장히 겁에 질려 말했다.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고 이빨은 딱딱거리는 소리를 내며 부딪치고 있었다. 

굉장히 무서운 사람에게 협박을 받고 있는 모양이었다. 

대체 누구지, 미나코 상을 협박해서 날 덪에 걸리게 만들어 거액의 빚을 지게 만든 것은. 

마코토는 마음속으로 화를 냈다. 

하지만 그 분노의 불길은 곧 사그라 들지 않으면 안되었다. 

마사노리와 무네노리가 마코토가 있는 방에 갑자기 난입했기 때문이었다. 

“..찾았다. 4대께 보고해. 무사히 발견했다고. 마코토님은 무사하다고...” 

처음에 문을 부수고 들어온 마사노리의 손에는 권총이 쥐어져 있었다. 

눈을 휘둥그레 뜨고 놀라고 있는 마코토를 보고 무서운 얼굴의 다른 남자들에게 명령했다. 

“그리고 마코토님을 납치한 건...이 여자다.” 

무네노리도 권총을 든 채 무서운 표정으로 방안으로 들어와 말했다. 

마코토는 그 말을 듣고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이 사람이 절 납치한게 아니라 제가 이사람을 납치한 거예요. 

보세요...제가 고리대금회사에 보증을 서서 빚을 졌잖아요? 

그 때 제가 보증을 선게 이 여자분이에요. 

아까 호텔입구에서 발견해서 아무래도 거짓말을 한 이유를 듣고 싶어서, 

그래서 억지로 여기로 데려온 거예요. 이 사람이 나쁜게 아니에요. 

제가 제먹대로 행동한 거예요. 정말입니다.” 

“마코토님을 밖으로 데려가.” 

마사노리가 부하들에게 명령하자 마코토는 눈 깜짝할 사이에 

체격 좋은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방밖으로 끌려나왔다. 

“기다려요-----!” 

“4대의 분노는 상당한 것입니다. 각오해 두시는 편이 좋을 겁니다.” 

라고 말하며 사쿠라바가 맨션 최상층을 올려다보았다. 토우도우는 이미 돌아와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마코토의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보통 때에도 무섭고 냉혹한 토우도우인데 화가 난 토우도우는 얼마나 무서울까. 

겨우 외출허가를 받았는데, 혹시 이대로 감옥 같은 방에 감금되어 

평생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 그정도라면 그대로 낫다. 

목이 졸려 죽을지도 몰라... 

마코토는 정신을 잃을 것만 같은 공포속에서 서 있는 게 고작이었다. 

마코토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몇 번이나 비틀거리며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심장이 지금이라도 입 밖으로 튀어나올 듯이 벌떡거렸다. 

마코토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혼자서 플로어를 가로질러 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토우도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마코토는 마치 눈 위를 걷는 듯한 감촉으로 카페트 위를 걸어 

안쪽의 사이드 리빙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 토우도우 히로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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