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화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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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알겠다.” 

휴대폰을 끊고 엄격한 표정으로 되돌아온 사쿠라바가 마코토를 향해 말했다. 

“곧 도착하십니다. 준비하고 기다려 주세요.”“네...” 

마코토는 영문을 모르는 채, 사쿠라바의 박력에 밀려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퍼뜩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거품이 다 씻겨진 후였다. 

마코토의 좋은 향기가 나는 알몸을 커다란 바스로브로 감싸고 마치 보물이라도 다루듯이 

마사노리와 무네노리가 정중히 타월로 물기를 닦고 있었다. 

마코토는 이젠 부끄럽다고 조차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저 토우도우 히로야가 온다. 이제 곧 온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 다리가 얼어붙어 버릴 것만 같았다. 

“아, 저기...” 

바스로브에 팔을 꿰고 마코토가 마사노리에게 안내된 장소는 아까까지 자고 있던 침대 위였다. 

마코토는 그런 침대위에 오도카니 앉혀진 채 

지금이라도 폭발해 버릴 것 같이 뛰는 심장을 억누르고 있었다. 

그런 마코토 앞에 문을 연 토우도우가 당당히 나타났다. 

토우도우는 측근들을 1층의 엘리베이터 앞에 대기시키고 혼자서 마코토 곁으로 온 것 이었다. 

“어때?” 

얌전히 침대에 오도카니 앉아 있는 마코토를 보고 만족스러운 듯 두 눈 

을 가늘게 뜬 토우도우가 사쿠라바를 향해 물었다. 그러자 사쿠라바는 

처음으로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착한 아이입니다. 4대께서 보신 대로라고 생각합니다. 거대한 다이아몬드 원석이랄까요...” 

“...그래?” 

토우도우는 측근 가운데에서도 가장 신뢰하고 있는 사쿠라바가 그렇게 말하자 약간 기쁜 듯했다. 

목소리의 톤이 조금 올라간 것이다. 

“목욕 준비를 해 놓았습니다만...” 

사쿠라바의 말에 토우도우는 수트의 상의를 벗고 마코토를 지그시 바라보며 

‘아니, 됐어’라고 대답했다. 

“그럼..저는 사무실로 돌아가겠습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이 사람들을 부르십시오. 

옆 거실에 대기하고 있을 겁니다.” 

“아아.” 

토우도우는 짧게 대답하고 천천히 마코토에게 다가왔다. 

문이 닫히자 침실 안에는 마코토와 토우도우 단 둘만이 남았다. 

“아, 저기...전...사과하려고...” 

“사과? 무얼?” 

토우도우는 약간 긴 듯한 검은 머리를 올백으로 넘기고 포마드로 깨끗하게 빗어 정리하고 있었다. 

벗은 상의는 오더 메이드의 더블 수트로 굉장히 비싼 것이었다. 

토우도우의 몸에서는 희미하게 무스크 향이 났다. 

길게 찢어진 검은 눈동자와 강한 의지를 나타내는 듯한 굵은 눈썹. 약간 두툼한 입술. 

뼈대가 긴 손가락. 두껍고 늠름한 팔뚝과 넓은 어깨. 

키가 크고 균형 잡힌 몸으로부터는 패기가 느껴졌다. 

어딜 봐도 남자답고 완벽했다. 

“그러니까...그..도쿄역에서 부딪친 것 말입니다. 저어..그때는 죄송했습니다. 

용서해 주세요.부디 용서해 주세요. 부탁입니다.” 

마코토는 가까이 다가온 토우도우를 향해 침대 위에 앉은 채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그 머리는 토우도우의 손에 의해 곧 들어올려졌다. 

“확실히 그 만남이 너의 운명을 바꾸어 버렸다 해도 과언은 아니겠군. 

하지만 내가 널 산 이상, 넌 나의 것이다. 구워 먹은 쪄먹든 내 맘이다. 그렇겠지?” 

“하, 하지만...그 빚이라면 제가 열심히 일해서 꼭 갚겠습니다. 

그러니..부디 용서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마코토의 말에 넥타이를 끄르던 토우도우는 코웃음을 쳤다. 

“갚아?천 만 엔이나 되는 빚을 대체 어떻게 갚을 셈이지? 

장기가 싫다면 길거리에서 몸이라도 팔 거야? 아니면 야쿠자가 되고 싶나?” 

토우도우의 말은 마코토의 가슴을 날카롭게 찔렀다. 

실제로 천만 엔이나 되는 금액은 일반서민이 보통 방법으로 일해서 갚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이자가 이자를 낳아 점점 자신의 목을 죄어들 뿐이다. 

마코토는 그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게다가 상대는 일본 뒷 세계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야쿠자의 두령, 토우도우조의 4대조장인 것이다. 일본 어디로 도망쳐도 곧 붙잡혀 버릴 것은 눈에 훤했다. 

“단념하고...내 말대로 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어.” 

토우도우의 말을 듣고 마코토는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이대로는 정말로 야쿠자의 정부가 되어 버린다. 

“시, 싫어...싫어. 날 아파트로 돌려보내 줘...여기에서 나가게 해주세요...제발.” 

마코토는 턱을 잡힌 채 눈물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애원했다. 

하지만 토우도우는 그런 마코토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억지로 입술을 막았다. 

마코토의 두 번째 키스였다. 

“싫어...으응...” 

토우도우가 검고 끈적끈적하게 빛나는 냉혹한 눈동자로 다시 한 번 키스했다. 

이번의 키스는 격렬하고 숨이 막힐 듯한 키스였다. 

숨이 막혀서 마코토는 콜록거리며 기침을 했다. 

그러자 토우도우는 겨우 마코토가 이런 행위에 전혀 익숙치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 입술을 떼었다. 

“마코토는...키스는 처음인가? 아아 그런가...그 사장에게 첫 키스를 빼앗겼었지?” 

“저, 절 마코토라고 함부로 부르지 마세요...” 

마코토는 필사적으로 숨을 들이쉬며 냉혹한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있는 토우도우를 향해 말했다. 

그런 마코토를 재미있다고 생각했는지 토우도우는 마코토의 목을 향해 오른 손을 뻗어 

그대로 가느다란 목을 잡고 뒤로 젖혔다. 

“큭...우...” 

침대 위로 넘어져 토우도우의 오른 손에 목을 졸린 상태의 마코토는 필사적으로 손발을 버둥거렸다. 

하지만 어떻게 해도 토우도우의 오른손은 목에서 떼어낼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발버둥치면 발버둥칠수록 토우도우의 오른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다. 

“우웃...” 

마코토의 코발트 블루의 눈동자로부터는 자연히 눈물이 흘러나왔다. 

괴로움과 이대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로 인한 눈물이었다. 

“나한테 그런 소릴 지껄린 건 네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이대로 네 목을 조르고 있는 손에 힘을 주면 넌 간단히 죽는다. 

죽으면 손발에 추를 달아 도쿄만에라고 가라앉혀 버리면 알 수 없지. 

네 시체는 바다 속에서 불어터지고...물고기 밥이 되어 남는 건 하얀 뼈뿐일걸. 상상해봐...

바다속에서 흐느적흐느적 흔들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토우도우는 냉혹한 눈동자를 잔혹하게 빚내며 말했다. 

마코토는 숨이 막혀서 지금이라도 기절해 버릴 것만 같았지만 토우도우의 오싹한 눈과 그 말만은 

확실히 듣고 있었다. 

“하지만...다행히도..네겐 선택할 권리가 있다. 이건 특별한 경우다. 

내게 그런 말을 지껄일 권리를 가진 녀석은 아무도 없어. 무슨 뜻인 줄 아나?” 

토우도우의 구원의 뜻을 담은 말에 마코토는 괴로워하면서도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마코토는 전신의 털이 곤두서는 이 최악을 상황에서 그것만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죽고 싶지 않다. 

이대로 이런 곳에서 죽고 싶지 않다. 

“내 말대로 할 텐가...아니면 이대로 목이 졸려 죽을 텐가..어느 쪽이 좋아, 마코토?” 

코우도우는 마코토의 귓불을 가볍게 깨물며 그렇게 말했다. 

말을 할 수 없는 마코토는 망설임 없이 코발트 블루의 눈동자로부터 눈물을 흘리며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내 말은 뭐든 듣겠다는 뜻이겠지?” 

토우도우의 확인하는 듯한 물음에도 마코토는 몇 번이나 계속해서 끄덕였다. 

그러자 목을 조이고 있던 토우도우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 

“콜록..콜록..” 

마코토는 그것과 동시에 격한 기침을 하면서 고여있던 침을 토해냈다. 

그런 마코토를 내려다보며 침대 위로 올라온 토우도우가 셔츠를 벗어버리고 

근육질의 알몸을 드러내며 마코토에게로 몸을 겹쳤다. 

그 알몸을 봤을 때 마코토는 깜짝 놀랐다. 

토우도우의 어깨부터 팔, 그리고 옆구리에 새겨진 문신은 본 기억이 있는 것이었다. 

은색으로 빛나는 용의 고리와 비늘. 

은색의 용---그것은 전에 마코토가 꾼 꿈속에서 마코토를 격렬하고 음란하게 범했었다. 

“처음부터 말을 들었으면 이렇게 괴로워하지 않고 끝났을 텐데. 그렇지?” 

마코토의 몸에서 바스로브를 벗겨내어 실 한오라기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만든 토우도우는 

무의식중에 눈을 크게 떴다. 

티없이 섬세하고 하얀 피부가 토우도우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감촉도 최고였다. 

마치 고급스러운 실크같은 촉감을 주는 몸은 여자들 중에서도 그리 많지 않다. 

토우도우는 그런 마코토의 숨겨진 매력을 눈앞에 두고 자시의 눈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살랑거리는 황갈색의 머리칼과 코발트 블루의 눈동자,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직 아무 색으로도 물들지 않은 천진한 마코토를 처음 봤을 때에 토우도우는 

시선을 빼앗겼다. 

밤의 제왕, 일본의 어둠의 제왕이라는 지위에 올라 전부터 관계를 가졌던 여자는 수없이 많았다. 

유명한 여배우든 부잣집 딸이든 남자든 토우도우에게 있는 대로 아양을 떨며 

그 대신 지위나 돈이나 권력을 요구해 왔다. 

토우도우는 그런 여자나 남자들에게 마음이 끌린 적은 없었다. 

몸과 몸뿐인 관계.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그 뿐인 관계 안에서 다정함이나 사랑스러움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였다. 

하지만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토우도우는 발견했던 것이다. 

칠흙같은 광산 안에서 거대한 다이아몬드의 원석을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이었던 

그 때의 흥분을 토우도우는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도쿄역에서 부딪쳤던 시골에서 막 상경한 촌스러운 복장의 청년. 

하지만 코발트 블루의 눈동자는 티없이 맑은, 마치 산 속을 흐르는 깨끗한 물 같았다. 

불안한 듯 두리번거리는 순진무구한 눈동자를 보고, 토우도우는 육감적인 예감을 느꼈다. 

언젠가 가까운 장래에 이 청년은 깊이 자신과 연관될 것이라고. 

그리고 언젠가 자신은 이 코발트 블루의 눈동자의 덪에 걸릴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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