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화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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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코토는 잠시 움직이지도 못하고 망연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영화 속에서라면 야쿠자를 본 적은 있었지만 실제로 눈앞에서 실물을 본적은 없었던 

마코토에게 정진 정명의 야쿠자 단체와의 만남은 몸도 마음 

도 떨릴 정도로 충격적인 것이었다. 

게다가 만약 야쿠자라고 해도 토우도우라고 했던 그 남자는 고만고만한 야쿠자와는 

전혀 격이 다른 것 같았다. 

"만약..어떤 조의 두목이 아닐까? 아냐 설마..틀림없이 영화 촬영같은 걸 거야. 

틀림없이 그럴 거야. 아니면 내 이름을 물어볼 리도 없고. 진짜 야쿠자였다면..

나 같은 촌닭 따윈 무시한 테고..아하하, 생각이 너무 지나쳤어..." 

시골에서 상경하자마자 정진 정명의 야쿠자 단체와 부딪쳐, 

그것도 그 중에서도 가장 무서워 보이는 사람의 이름까지 알게 되다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은 마코토는 지금 있었던 일은 꿈이나 환상일 거라 생각하고 잊자고 생각했다. 

후에 마코토는 토우도우와 만난 이때의 일을 깊이 후회하게 되는 사건에 말려들게 되지만, 

지금 도쿄라는 화려하고 개방적인 도회로 막 나온 마코토의 머리 속에는 꿈과 희망과 의욕밖엔 없었다. 

"후와...짐이 적어서 정리하는 건 간단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네. 

이불하고 선풍기는 벽장 안에 넣고..책은..어디에 놓을까?" 

고생 끝에 겨우 발견할 수 있었던 싸구려 아파트에 도착한 마코토는 좁은 방안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짐을 풀었다. 

보증인이 할머니와 할아버지뿐인 마코토에게 방을 빌려준 건 이곳뿐이었다. 

"이 선풍기..할머니가 도쿄는 덥다고 사주신 거였지..." 

6량정도의 작은 방에 부엌이 딸려있을 뿐인 목조 아파트의 한 방에서 

솜씨 좋게 짐을 풀고 있던 마코토의 손놀림이 멎었다. 

마코토의 손에는 할머니가 사주신 새 선풍기가 들려있었다. 

선풍기를 빤히 쳐다보며 마코토는 방의 하나뿐인 전등 아래에서 

시골에 남아계신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생각했다. 

'도쿄에 가서 성공해서 할아버지랑 할머니에게 효도하고 싶어.' 

그것이 마코토가 도쿄에 오게 된 계기였다. 

시골에 있는 농업에 종사하는 마코토 네 집안 살림은 그다지 넉넉하지 못했다. 

하지만 마코토는 한 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는 양친을 대신해 열심히 키워주신 할머니들을 

어떻게든 자신의 손으로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추천으로 입학한 대학도 톱으로 졸업할 수 있었고, 도쿄에 취직자리도 잡게 되어, 

이제 남은 것은 열심히 일해서 하루라도 빨리 꿈을 이루어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편하게 해드릴 일 뿐이었다. 

"할머니, 저..열심히 노력할게요." 

마코토는 소중한 듯이 선풍기를 벽장안에 넣고 마음을 새롭게 다지듯 맹세했다. 

"열심히 일해서,출세해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깜짝 놀랄 정도로 돈 많이 벌겠어." 

마코토는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그렇게 말하며 한 층 더 열심히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마코토가 들고 온 짐은 밤사이에 정리가 끝나 다음 날에는 취직 자리에 상경했다고 인사를 갔다. 

정식 출근 일은 다음 날부터였지만 너무나 기쁜 나머지 마코토는 가만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아직 본 적이 없었던 회사를 봐 두고 싶었다. 

하지만 실제로 본, 마코토가 내일부터 출근하게 된'휴우가오카 상사'는 마코토의 상상과는 좀 달랐다. 

신쥬쿠의 '휴우가오카 상사'의 네임 플레이트가 걸려있는 

거대 오피스빌딩 앞에 선 마코토의 얼굴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면접을 했던 건 이 오피스 빌딩이 아니었기 때문에 몰랐지만 

이 빌딩안의 회사는 전부 금융회사였던 것이다. 

최상층에서 마코토가 취직한 회사인 '휴우가오카 상사'의 간판이 나와 

있지만 왠지 모르게 수상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엘리베이터에서 나온 샐러리맨들은 극히 평범한 수트를 입은 샐러리맨이었다. 

마코토는 잠시 고민했지만, 내일부터 출근할 회사라 생각하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휴우가오카 상사'가 있는 10층에 도착한 마코토는 새로 산 감색 수트차림으로 

옷깃을 바로 하고 문을 열었다. 

"어서오십시오." 

문을 열자 곧 여사원의 명랑한 목소리가 마코토의 귀에 닿았다. 

그 목소리는 상냥하고 온화했다. 

하지만 창구에서 뭔가 수다를 떨고 있는 몇 명의 일반객과, 

은행 창구같이 늘어서 있는 여사원의 뒤에는 '금융회사 휴우가오카 상사'라고 씌여 

진 플레이트가 걸려있었다. 

"금융..이라니...,역시..고리대금 회사?" 

마코토는 이 때 처음으로 내일부터 일하게 된 회사가 고리대금 회사라는 것을 알고 망연자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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