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1. 일상
최면 속 기억들이 전부 현실로 겹쳐진 직후. 차선오의 섹스 방식은 어딘가 달라졌다.
하진은 솔직히 그게 불만이었다.
그는 머릿속에 새겨진 기억만큼이나 강렬하고 난잡한 섹스를 맨정신으로도 똑같이 경험하고 싶었다. 차라리 전부 잊었다면 모를까. 자신이 겪은 행위를 꿈처럼 아득하게 곱씹어야만 하는 현실이 너무 잔혹하다고 생각했다. 마치 물이 뚝뚝 흐르는 탐스러운 과일을 두고 겉만 겨우 핥아본 것처럼.
…오늘도 해주지 않으려나.
눈에 띄게 다정해진 차선오는 퇴근 후 지극정성으로 하진에게 사랑을 쏟아주었다. 그러니까, 말 그대로 ‘사랑’이었다. 하진이 바라는 섹스가 아니라.
이상한 일이었다. 차선오는 그토록 맹목적인 애정을 보이면서도 지극히 평범하고 적당한 수준의 스킨십만 할 뿐, 그 이상의 하드하고 야한 플레이에는 큰 관심이 없어 보였다.
막상 분위기가 잡히고 나면 이전 같은 모습이 언뜻 보이긴 했지만 절대 선을 넘지 않았다. 게다가 그런 평범한 섹스도 매일 이뤄지는 게 아니었다. 언젠가부터는 나란히 누워도 그냥 잠들 때도 많았다.
“이리 와, 안고 자자.”
바로 지금처럼.
침대에 누워 눈치를 살피던 하진은 제 앞에서 팔을 벌린 차선오에게 재빨리 안겼다.
포옹은 늘 좋았다. 둘만의 일상이 자연스러워진 지금에 와선, 그의 품이 더없이 편안하고 익숙하게 느껴졌다. 모자람 없이 근육으로 들어찬 탄탄한 가슴. 허리를 당겨 안는 안정적인 손. 평온한 숨소리. 맡고 있노라면 가슴이 절로 떨려오는 특유의 체향까지.
그러니까 이 모든 것들이 느껴지는 품속에서 섹스 없이 그냥 잠만 잔다는 건, 하진에게 흡사 고문과도 같았다.
“이제 잘 때도 긴팔 입어야 하지 않겠어?”
“…….”
하진은 유독 품이 넓은 차선오의 커다란 반팔 티셔츠를 원피스처럼 입고 있었다. 드러난 팔뚝의 맨살을 만지작거리는 손길이 여느 때와 같이 다정했다. 그저 다정하기만 한 게 문제였다. 일부러 이렇게 입은 줄도 모르고 긴팔이나 입으라는 말도 그렇고.
“감기 걸릴라. 이불도 제대로 안 덮으면서.”
“…괜찮아. 하나도 안 추워.”
딱딱한 대답에도 차선오는 거대한 벽처럼 고스란했다.
“살도 안 쪄서 큰일이야. 보약이라도 지어 올까?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얘기해 봐, 뭐든.”
먹고 싶은 거라면…. 하진이 사심 가득한 눈을 살며시 내리깔며 침을 꿀꺽 삼켰다. 그래도 여긴 살집이 좀 있어 좋다면서 허벅지를 쓰다듬는 손길에, 은근히 몸을 더 맞붙이고 다리를 얽었다. 그래도 차선오는 달려들지 않았다.
갑자기 무슨 정숙한 신사가 된 것도 아니고.
“…글쎄, 모르겠어.”
하마터면 대놓고 한숨을 내쉴 뻔했다. 혼자만 몸이 달아오른 게 속상했다. 하진은 토라진 얼굴로 몸을 돌렸다.
“없어? 그럼 고민 좀 해봐야겠는데.”
같은 방향으로 겹쳐 누운 자세가 되니, 엉덩이에 차선오의 기둥이 닿을락 말락 했다. 마음만 먹으면 이대로 넣어달라고 티셔츠를 살짝 들쳐 올려 유혹할 수도 있지만, 심술이 났다. 하진은 모른 척 눈을 감아버렸다.
“하진아, 자?”
신사가 된 차선오는 그래도 목덜미와 귓불에 입술만 찍어댈 뿐이었다. 그대로 혀를 내어 농밀하게 핥고 옷을 벗겨주면 좋으련만. 이런 건 그냥 약 올리는 거나 다름없었다.
갑자기 돌변이라도 하면 좋을 텐데. 이런 야해 빠진 자세로 누워 있으니 꼴려서 좆이 터질 것 같다든가, 당장 쑤셔 박아줄 테니 보지나 벌려보라든가….
머릿속에 주입된 상스러운 말과 난잡한 장면들이 망상처럼 떠올랐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젠 정말 한숨이 나올 것 같았다. 꿋꿋하게 입을 닫은 하진은 숨소리도 내지 않고 버텼다.
“푹 자, 하진아. 잠 설치지 말고.”
넘쳐나는 애정 속에서 다정해진 차선오가 미웠다.
*
그런 날이 며칠인가 지나갔다.
하진의 고민은 점점 깊어졌다. 혹시 좋아한다는 건 말뿐이고 애정이 떨어진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생길 지경이었다. 그렇다면 정말 슬플 것 같은데. 이제 와 버려진다면 달리 갈 데도 없는데….
처음엔 일부러 몸 선이 잘 드러나는 자세로 눕기도 하고, 몸을 만지작대며 은근히 차선오를 떠보던 하진은 이제 반쯤 포기한 상태였다. 그저 서러울 뿐이었다. 그는 침실이 어두워지기 무섭게 정자세로 반듯하게 누워 눈을 감았다.
겉으로는 평온을 유지했지만 속은 음탕한 열기가 끓어 넘치기 직전이었다. 속상한 건 속상한 거고, 몸에 쌓인 욕구불만은 어떻게든 해결해야만 했다. 내일은 몰래 성인용품이라도 검색해봐야 하나,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의식이 완전히 가라앉기 직전. 결국 하진은 잠결에 중얼거리고 말았다.
“기구라도 쓰고 싶다….”
그런 푸념과 함께 하진이 곯아떨어진 후.
차선오가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
고작 십여 분이 흐른 뒤였다. 그는 잠든 하진을 소리 내 불러보지 않았다. 감긴 눈앞으로 손바닥을 휘젓지도, 괜스레 몇 차례 몸을 흔들어가며 확실히 잠든 게 맞는지 확인하지도 않았다. 고른 호흡과 잘게 부풀었다 내려앉는 상체만 봐도 충분했다. 수십 번의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하진은 빨리 잠들수록 쉽게 깨지 않았다.
그는 이미 젖어 있는 자지를 꺼내 느긋하게 문질렀다. 침대에 누울 땐 이렇게 곧장 삽입할 수 있게 속옷을 입지 않는다는 걸, 하진은 모르는 듯했다. 예민한 척하지만 어디로 봐도 무디기만 한 그 모습이 무척 사랑스러워서, 차선오는 전혀 바로잡을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고맙기도 하고.
“기구라니, 그런 건 어디서 보고 배워선.”
번들거리는 귀두를 두어 번 쓸어 올린 그가 픽 웃으며 잠든 하진의 티셔츠를 들쳤다. 처음엔 보란 듯이 속옷을 입지 않고 방탕하게 엉덩이를 다 내놓고 자더니, 이젠 거추장스러운 드로어즈를 걸치고 있었다. 심경의 변화가 이런 식으로도 드러나는 게 귀여웠다.
다만 이런 평범한 속옷을 어디서 꺼내 입은 건지는 의문이었다. 다 버린 줄 알았는데 남은 게 있었던 걸까. 고민하던 차선오는 통통한 엉덩이 사이를 파고든 얇은 속옷을 쭉 당겨 보았다. 드로어즈를 입은 게 꼭 불만스럽지만은 않았다. 이런 것도 나름의 즐거움이 있었다.
처음 그를 강간하던 때가 떠올라서.
그는 속옷의 가운데 부분을 옆으로 들춰 구멍이 보이게 하고는, 그 사이에 곧장 딱딱해진 귀두를 짓누르듯 비볐다.
“하아….”
탱탱하고 끈적거리는 살덩이가 뜨끈하고 좁은 하진의 음부에 살짝 뭉개졌다. 그 느낌이 이가 갈릴 만큼 좋았다.
보지가 생긴 이후로 하진의 아래엔 늘상 열이 올라 있었다. 두 구멍 모두 언제 만지고 핥아도 좋을 만큼 따끈하게 젖어선, 꼭 자지를 물기 위해 항시 대기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정말 섹스를 줄였다면 이렇게 먹기 좋게 벌어져 있지도 않을 텐데, 그걸 모르는 건지.
물론 그는 하진의 불만 사항을 익히 알았다. 그러나 모든 변화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그가 자지 뿌리를 움킨 채, 그새 더 부풀어 오른 귀두 끝으로 하진의 보지와 뒷구멍을 골고루 훑어 문질렀다. 찔걱, 찌걱, 찌꺽…. 보지 안쪽에서 배어 나온 애액 때문에 금세 젖은 소리가 났다. 그럼에도 하진은 잠들어 있었다. 제 구멍에 얼마나 물이 오른 줄도 모르고.
좀 더 허리를 가까이 붙였다. 힘줄이 투박하게 돋아난 자지 기둥 전체를 젖은 살갗 위로 포개듯 비볐다. 구멍 안에 넣지 않고 닿기만 할 뿐인데, 하진의 음부에서 새어 나오는 애액이며 황홀한 냄새까지 전부 묻어나는 느낌이었다.
살 치대는 소리가 빨라질수록, 밀어젖힌 속옷의 뭉쳐진 부분만 점차 색이 진해졌다. 순전히 두 사람에게서 흘러나온 음탕한 체액 때문이었다.
차선오는 아침이 되면 허연 얼룩을 남기며 약간 딱딱하게 말라붙을 하진의 드로어즈를 상상했다. 씻으러 들어가기 전에 벗겨서 코를 박고, 그 냄새를 한껏 들이마시고 싶었다.
“큿…!”
상상하기 무섭게 정액이 튀었다. 삽입도 하지 않았는데. 허탈한 숨이 터졌다. 다행히 드로어즈에 완전히 다 튀진 않았고, 대부분이 하진의 허벅지와 엉덩이, 그리고 보지 위에도 조금 튄 듯했다.
자그맣고 색이 옅은 구멍이 허연 좆물을 달고 어둠 속에서 빠끔거렸다. 평소 같았으면 한 번 사정했으니 그대로 뒤처리를 하고 잠들었겠지만…. 차선오는 계획을 바꾸어 잠든 하진의 안을 쑤셔주기로 했다. 정액을 쏟아낸 그의 자지도 전혀 사그라들 기미가 없어 이대로 끝내긴 아쉬웠다.
결정과 동시에 단단한 팔뚝이 좀 더 대담히 하진을 끌어안았다. 순간 힘 조절을 못 한 탓에 하진의 허리가 뒤로 훅 꺾였지만,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그는 엉덩이만 보이도록 들친 하진의 티셔츠를 가슴 위까지 말아 올렸다. 그러고는 곧장 드러난 늘씬한 허리를 꽉 붙잡아 둔부가 완전히 자지에 닿도록 했다.
“후으.”
기둥은 모양이 짓눌려지지 않을 만큼 딱딱했다. 그게 말랑한 엉덩잇살에 닿는 것만으로 황홀했다. 잠결에 움직임을 느낀 건지, 얌전히 잠들어 있던 하진이 몸을 살짝 떨어서 더욱 그랬다. 두 눈은 여전히 감겨 있었고 호흡에도 이상이 없었지만, 그 모습이 꼭 얼른 넣어달라 조르는 것처럼 보였다.
“하진아, 어디가 더 허전해?”
그가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살짝 벌어진 입술이 예뻐서 거기다 손가락 두 개를 다소 강하게 쑤셔 넣고는 다시 물었다.
“기구 말고 생자지 물려줄 테니까 골라 봐. 앞보지랑 뒷보지 중에서… 어딜 쑤셔줄까.”
“…….”
당연히 대답은 없었다. 다만 하진은 아까보다 더 눈에 띄게 허리를 움찔 떨어댔다. 자면서도 손가락을 물고 엉덩이를 흔들어 대다니. 어지간히 씹질이 급한가보다 싶었다.
“오늘따라 이쪽 구멍이 예쁘게 오물거리네. 여기 넣어준 지 오래돼서 그래?”
그가 조곤조곤 말하면서 입에 물려 놓은 손가락을 더 깊이 밀어 넣었다.
“응. 헐렁해서 안 닫힐 때까지 먹여줄 테니까, 손가락 좀 더 적셔봐. 자지 빨 듯이.”
입속에 얌전히 놓인 혀가 살짝 짓눌리며 밀려나는 게 느껴졌다. 실제로 하진이 직접 혀를 움직이며 손가락을 핥는 건 아니지만, 적당히 입속을 헤집고 문지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비슷한 느낌이 났다.
금세 손이 젖어버렸다. 차선오는 여전히 자지 기둥을 하진의 음부 전체에 걸쳐 놓은 채, 축축해진 손가락으로 꽉 다물린 뒷구멍을 벌려보았다.
발긋한 속살이 쉽게 드러났다. 입속에 숨겨진 혀와 색이 비슷해서 무척이나 색정적으로 보였다. 지금은 좀처럼 넣기 힘들어 보여도 사실은 여기로도 잘 받아먹는단 걸 익히 알았다. 그는 벌어진 틈에다 조심성 없이 손가락을 푹 박아 넣었다.
그러자 하진이 다시 허리를 들썩였다.
“하아, 맛있어?”
“…….”
차선오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언제나 겉까지 촉촉하게 젖어 있는 보지와 달리, 뒷구멍은 비교적 빡빡했다. 그럼에도 손가락 두 개 정도는 수월하게 삼켜 물었다. 당연했다. 보지가 없을 땐 좆으로 여기만 끈질기게 넓혀주었으니까.
“오랜만이라 좀 벌려봤는데… 이 정도면 자지도 바로 씹을 수 있겠다. 그치?”
그는 쫀득한 속살을 적당히 헤집어 놓다가 손가락을 빼냈다. 그러고는 아까 하진의 엉덩이에 튄 정액을 귀두로 대충 훑고는, 그대로 구멍 입구에 맞추었다.
시각적인 자극을 위해 일부러 벗기지 않은 드로어즈는 이제 거의 찢어질 듯 한계까지 당겨져 하진의 분홍빛 구멍과 보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양옆에 희고 부드러운 엉덩이까지.
“예쁘게 받아먹어, 하진아.”
짝! 차선오는 가볍게 하진의 엉덩이를 후려쳤다. 손바닥 안에 감기는 살갗이 금세 뜨거워졌다. 다른 덴 다 살이 빠져도 여긴 통통한 게 진심으로 마음에 들었다. 사심 가득한 손찌검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그는 빠끔 벌어진 구멍에 대고 좆을 쑤셔 넣었다.
“…후으.”
빠듯한 속살을 뚫듯이 단번에 절반을 힘주어 넣었다. 손가락에 묻은 침과 약간의 정액만 형식적으로 발랐더니 확실히 빡빡했다. 그 느낌이 정말 처음 여길 뚫어줬을 때와 비슷했다.
“아직도 아다 구멍 같네. 색은 이렇게 진하면서.”
“…….”
“안에 길이 난 줄 알았더니, 다시 뚫어줘야겠다. 그거 좋아하잖아.”
그는 온몸으로 퍼지는 쾌감을 충분히 만끽하며 좆을 앞뒤로 잘게 털 듯이 흔들다가, 이내 나머지까지 전부 박아 넣었다.
“…흑…!”
그때 하진의 목구멍 안에서 짧은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진아.”
그건 오래 물고 있던 숨 같기도, 참지 못한 신음 같기도 했다. 확실한 건 잠꼬대는 아니었다.
그 신음에 더욱 흥분한 차선오가 하진의 턱을 억세게 틀어쥐고 말했다.
“하진아, 자지 맛있어서 깼어? 그래?”
꽉 감긴 하진의 속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차선오는 허리를 숙여 그 눈꺼풀을 주저 없이 핥았다. 츄웁. 혀 놀림은 부드러웠으나 자세 때문에 삽입이 더 깊어져 자지는 이제 뿌리까지 깊이 틀어박혀 버렸다. 잠든 하진의 턱선이 일순 날렵해졌다가 풀렸다.
“더 자야지. 하아, 몸도 약하면서.”
철퍽, 철퍽. 다정한 목소리와 달리 그의 허리 짓이 점점 난폭해졌다. 힘 조절이 안 됐다. 사실 할 마음 자체가 없긴 했다.
한쪽 팔로 하진의 허리를 감싸고 있어 그나마 몸이 앞으로 덜 튕겨 나갔다. 그래도 뒤에서부터 가해지는 힘이 워낙 강해서 가슴까지 들쳐 놓은 티셔츠가 자꾸 내려와 하진의 몸을 가렸다.
아래만 내놓은 것도 예쁘지만 지금은 전부 제대로 보고 싶었다. 기특하게도 좆 맛을 금세 기억하고 벌어진 구멍만큼이나 제게 맞춤처럼 바뀐 하진의 몸을 충분히 눈으로 만끽하고 싶었다. 그가 허리를 더 강하게 쳐올리면서 하진의 입술을 억지로 벌렸다.
“물고 있어. 가슴 잘 보이게.”
이제 다정한 건 말뿐이었다. 그는 성의 없이 구긴 티셔츠 자락을 하진의 입속에 넣고, 턱을 다물려주었다. 그러고는 자세를 살짝 틀어 겨우 익숙해진 방향 대신 다른 곳을 거세게 찍어 눌렀다. 그러자 긴장한 내벽이 처음처럼 다시 쫀득하게 달라붙었다.
“흐… 읍.”
퍽퍽 쑤실 때마다 희미한 소리가 천 조각 사이로 뭉개졌다. 금세 뱉어낼 거라 생각했건만, 잠결에 치아 어딘가에 걸려 고정되기라도 한 건지 하진은 턱이 다물린 그대로 티셔츠를 잘 물고 있었다.
“예쁘긴 한데….”
좀, 이상하네. 응?
차선오는 잠시 그 옆얼굴을 유심히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무언가를 깨닫곤 박아 넣은 좆을 살살 빼냈다. 하아…. 한껏 예민해진 살점이 빠듯하게 들러붙으며 딸려 나왔다. 그대로 다시 안까지 쑤셔 박고 싶었지만 그는 일부러 입구만 적당히 벌어지게 걸쳐 놓은 채로 하진의 자지를 만지작거렸다.
“하진아, 내가 전보다 많이 참고는 있는데.”
“…읏, 흐응.”
“다 널 위해서거든.”
솜씨 좋게 손가락을 세워 요도 구멍을 긁어대자 하진은 아까보다 더 가쁜 숨을 터뜨렸다. 아직까지도 티셔츠를 머금고 있어 발음이 불분명한 게 오히려 더 가학심을 자극했다.
“무슨 말인지 알아?”
그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손으로는 여전히 하진의 기둥을 위아래로 훑으며 한 번씩 움찔대는 요도를 찔렀다.
“아직 나는 확신이 없어.”
그러다 하진의 것이 충분히 발기하자, 거짓말처럼 손을 거두었다.
“가끔 그래서 불안해. 평소에도 이렇게 대하면 네가 놀랄까 봐 걱정도 되고…. 난 정확히 모르니까. 네가 어떻게, 얼마나 변했는지.”
그러고는 입속에 물려 놓은 티셔츠를 빼내 잘 내려주고, 드로어즈도 추슬러주었다. 사정 직전까지 부푼 기둥의 실루엣이 선명했다. 이대로 조금만 더 자극하면 금세 속옷과 티셔츠가 다 젖을 만큼 물이 질질 새어 나올 상태란 걸 알았다. 그렇지만.
“내가 기다릴게.”
천천히, 노력할 거야. 그는 희미하게 웃으며 아래를 훑어보았다. 완벽히 수동적인 자세와 얌전한 얼굴. 반면 제 쪽으로 방탕하게 벌어진 뒷구멍이 예뻤다. 아까 튄 정액이 스며 촉촉한 보지와 비정상적으로 돌출된 가슴팍도.
푹 젖은 자지가 다시 뻐근해졌다. 그는 한껏 달아오른 하진의 위로 길게 정액을 흩뿌리고는 깊이 몸을 묻었다.
*
다음 날 아침이었다.
“다녀올게.”
말끔하게 출근 준비를 마친 차선오가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돌아보았다.
“전화하면 잘 받고. 밥 남기지 말고 다 먹어. 갔다 와서 확인할 거야.”
“으응, 잘 다녀와.”
목소리가 조금 떨렸을까? 다행히 그는 별말 없이 문밖을 나섰다.
“휴우….”
홀로 남은 하진은 현관 앞에서 뛰는 가슴을 내리눌렀다. 몇 번이나 심호흡을 해봐도 좀처럼 진정이 되지 않았다. 자꾸만 지난밤의 기억이 떠오른 탓이었다.
간밤에 잠에서 깬 건 우연이었다.
몸이 거의 반으로 접히는 듯한 이질감에 정신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애초에 선잠이 든 것 같았다. 뒤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서 아직 안 자냐고 물어보려는 순간, 꽉 다물린 뒷구멍으로 무언가 파고드는 게 느껴졌다.
처음엔 꿈인가 싶었다. 그 감각이, 지나치게 좋아서.
애써 눈을 떠 확인하지 않아도 뒤에 붙은 이가 누구인지는 뻔했다. 사실 좀 놀라긴 했다. 신사처럼 굴던 차선오가 잠든 제 아래에 좆을 밀어 넣고 있다는 게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아래가 뻐근하게 열리고 커다란 성기가 몸속을 헤집기 시작하자, 그간 모자랐던 환희가 차올랐다.
아픈 줄도 몰랐다. 몸이 흔들리는 느낌과 아래에서부터 번지는 열기에 그저 황홀하기만 했다. 몇 번인가 참지 못한 신음을 터뜨렸지만, 하진은 계속 눈을 뜨지 않고 자는 척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이전처럼 돌변한 차선오의 모습을 더 만끽하고 싶은 욕심. 그래서 적어도 한 차례 사정할 때까지는 기다렸다가, 그다음에 계속해달라 조를 생각이었다. 직접 구멍을 활짝 열고 허리를 흔들 자신도 있었다.
그러나 차선오는 뜻밖의 말을 속삭였다.
아직 확신이 없다니?
하진은 미간을 구겼다. 듣는 순간 온갖 잡생각이 쏟아졌다. 내가 그렇게나… 표현이 부족했나?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던가? 최면을 풀기 전처럼 욕심껏 섹스해도 된다고, 제대로 얘기한 적이 없었나?
하진은 그 모든 것이 차선오의 계획이라고는 조금도 생각지 못했다. 대신 자신이 그간 소극적이었던 것 같다고, 주어진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일 뿐이었다
“그래도 어떻게 그렇게 모르지….”
애정이 사라진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은 씻은 듯 사라졌지만, 그래도 좀 서운하긴 했다. 차선오가 그냥 알아주길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일까 싶었다. 오기, 혹은 도전 정신이 생겼다. 하진은 오늘 그에게 확신을 심어줄 생각이었다. 조금만 용기를 내면 서로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을 테니까.
현관을 겨우 벗어난 하진은 계획을 꾸리기 시작했다. 사실 방법이야 뻔했다. 대놓고 말로 표현하는 것. 신사답지 않은 네가 좋으니까, 더 이상 기다리고 노력하지 말라고 직접 부탁하는 것.
그렇지만… 기왕이면 무언가 더 자극적인 방법이 필요할 것도 같았다.
“예전엔 어떻게 했더라…?”
하진은 거울 앞에서 중얼거렸다.
예전. 그 기억을 더듬으려니 다시 원점이었다. 몸이 직접 겪은 것과, 머리로 익힌 것의 차이.
저항감이 드는 건 아니었다. 인지 부조화에서 오는 괴리감이라고 하면 비슷했다. 재회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동창의 좆을 목구멍 깊숙이 물고 음탕하게 엉덩이를 들썩이던 건 분명 자신이면서도 동시에 제가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그때 했던 말, 취했던 자세, 내지른 신음은 모두 또렷하게 새겨져 있었다. 제 시야로 보이던 차선오의 난잡한 모습 역시도.
…다시 보고 싶어.
생각만 해도 몸이 동했다. 하진은 재차 속아 넘어갔다. 그는 이제 이번이 둘도 없는 기회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아!”
기억을 되짚다 보니 갑자기 무언가 떠올랐다. 방으로 달려가니 눈에 익은 서랍이 보였다. 그걸 열자 생각한 게 보였다.
이런 걸 입었을 때 좋아했지, 맞아.
뜯지도 않은 란제리 세트들은 이 순간 하진에게 숨겨진 보물과 같았다. 이전에 한꺼번에 많이 샀다가 그대로 방치해둔 게 분명했다. 왜 진작 이 생각을 못 했는지. 뜻밖의 수확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정확히 어떤 디자인이 차선오의 취향인지 헷갈렸다. 그냥 제일 야해 보이는 걸 고르면 되려나? 하지만 어떤 게 야한 거지? 손바닥만 한 천 조각들을 펼쳐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던 하진은, 결국 가장 얇고, 살갗이 비치면서, 노출이 심한 디자인을 선택했다.
그때부터 멀미라도 하는 것처럼 긴장이 됐다.
점심나절에 걸려온 전화는 일부러 받지 않았다. 업무 시간에도 틈틈이 통화하는 게 암묵적인 약속과 같았지만, 오늘은 오후가 되고부터 핸드폰을 멀리 두었다.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대신 평소보다 정성스럽게 뒤를 풀고 안에 젤까지 짜 넣었다.
시간이 흘러 차선오의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갔다. 모든 준비를 마친 하진은 실내복을 벗고 준비한 속옷을 뜯었다. 그런데 막상 뜯고 보니 무언가 이상했다.
잠자리 날개처럼 얇은 팬티의 가운데에 틈이 있었다. 누가 세로로 잘라 칼집을 낸 것처럼, 정확히 가운데만 뻥 뚫려 있었다.
방금 새걸 뜯었으니 누가 자른 것도 아닐 텐데. 하진은 손가락 네 개가 다 들어갈 만큼 꽤나 커다란 그 틈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살폈다. 난처했다. 어딘가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 들 정도로,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은 촉박했고, 다른 좋은 방법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하진은 천천히 그걸 입기 시작했다. 아래가 뚫려 느낌이 생소했다. 날씬한 그의 몸에도 약간 타이트할 만큼 사이즈가 작아서, 자지를 간신히 밀어 넣어 수납해야 했고, 보지는 어떤 가림막 없이 훤히 드러났다. 뒷구멍은 아슬아슬하게 가려지긴 했으나 그 역시 반투명한 천에 겨우 덮이기만 한 수준이라 오히려 더 야릇하게만 보였다.
“…으….”
입고 나니 꼭 다른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다른 사람. 다른 사람…. 현실과 최면의 벽이 사라진 후, 처음으로 자그마한 반발심이 피어올랐다.
나는… 분명 남잔데. 이런 야한 속옷을 입고 차선오를 기다린다는 게, 말이 되는 건가? 정말… 이게 맞나? 이래도 되는 건가?
오래도록 고요하던 머리가 지끈거려왔다. 거울에 비치는 모습이 두 겹, 세 겹으로 유리되어 보였다.
하지만 해야만 해.
무언가 무너지기 직전, 하진은 얼른 고개를 저었다. 할 수 있었다. 사랑하는 마음이 훨씬 크니까. 선오의 마음을 돌리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하니까.
하진은 토기를 내리누르며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팬티의 매무새를 정리했다. 벌써부터 아래가 살짝 젖어든 것처럼 눅눅했다. 이러다 더 난처한 상황이 올 것 같아서 그는 세트로 된 브래지어는 입지 않고 손에 든 채 후다닥 침실로 향했다.
이제 곧 차선오가 올 시간이었다. 그사이 부재중 전화가 얼마나 온 건지 핸드폰은 배터리가 나간 듯했다. 어차피 곧 올 테니까. 대수롭지 않게 넘긴 하진은 침대에 걸터앉아 뒤늦게 브래지어를 살폈다.
이제 보니 그것 역시 가운데에 세로로 긴 절개선이 나 있었다. 입으면 그 사이로 젖꼭지만 톡 튀어나와 무척 음탕해 보일 법한 디자인이었다.
“…….”
다시 마음이 흔들렸다. 이것까진 자신이 없었다. 하진은 꽤 오래 망설이다 결국 브래지어를 구겨 베개 아래 쑤셔 넣고는 팬티만 걸친 맨몸 위로 이불을 끌어 올렸다.
가운데가 트인 속옷을 입고 엎드려 있으려니, 자꾸만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게 됐다. 확실히 기분은 새로웠다. 민감한 부위만 골라 만져달라는 것처럼 노골적인 디자인이 차선오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 생각하니, 손바닥에 땀이 다 고였다.
…보자마자 넣어줄까? 아니면, 직접 벌려보라고 할까?
“어떡해….”
피부를 감싼 이불의 촉감만으로 하진은 서서히 흥분했다. 체온이 올라 덥고, 온통 후끈거렸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 조금만 만지는 건… 괜찮지 않을까. 막연히 숨죽여 기다리려니 자꾸 그런 생각만 들었다. 지난밤 차선오가 그의 온몸을 달구어 놓은 채 그대로 방치해버려서 더더욱 그랬다.
이러다간 그가 넣어주자마자 부끄럽게 가버릴 것만 같았다. 너무 흥분한 것보다 미리 한 번 풀어내는 게 나을지도…. 하진은 쉽게 단정 지었다. 그게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지는 조금도 생각지 않았다.
손을 뒤로 뻗어 아래를 살짝 만져 보았다.
“흐… 으응….”
팬티 가운데의 틈이 넓게 벌어지는 느낌이 선연했다. 그 사이에 노골적으로 드러난 보지 역시 부드럽게 쪼개어졌다.
하필이면 가운데가 뚫려 있어서.
그냥 건드려보려고만 했는데 바로 축축하게 젖은 살갗이 손에 달라붙었다. 하진은 스스로 고른 란제리 디자인에 책임을 떠넘기며 손가락을 더 길게 뻗었다.
젤을 잔뜩 머금은 구멍 안쪽이 기분 좋게 부글거렸다. 안에 든 열기가 너무 뜨거워서 반대로 허전함도 컸다. 게다가 인공적인 윤활제 없이도 이미 축축해진 보지는 어서 뭐라도 넣어보라고 스스로 유혹하는 듯했다.
“아아… 안, 흐읏, 안 되는데….”
의미 없는 혼잣말이 베개에 스미고, 성마르게 달아오른 습한 숨만이 그 자리에 남았다. 곧은 손가락이 엉덩이 사이를 더듬거렸다. 분명 조금 비비기만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안에 고인 끈적한 애액이 느껴지자, 꼭 미끄러지듯 자연스레 물기 가득한 구멍 위를 문지르게 됐다.
아주 살짝 닿았는데도 곧장 쾌감이 솟구쳤다. 흐으, 아… 응…. 야한 속옷을 입어서 그런지, 기대 이상으로 몸이 빠르게 녹아내렸다.
하진은 계속해서 이불 속에서 보지를 비볐다. 한 번씩 손이 미끄러져 뒷구멍을 건드릴 때면 발끝까지 짜릿한 쾌감이 일었다. 어느새 앞을 옥죄는 속옷이 답답하게 느껴질 만큼 자지가 딱딱하게 서 있었다. 그러나 당장의 불씨를 꺼뜨리기 위해 손대야 할 부위는 거기가 아니었다.
“하, 아….”
얇은 속옷이 이미 벌어진 틈을 따라 살짝 찢어졌다. 하진은 조금 망설이다 이내 손가락 두 개를 세워 젖은 입구를 벌렸다. 열기가 느껴졌다. 거길 만지고 싶은 욕망을 참을 수 없었다.
몸에 없었던 여성기가 생긴다는 것. 처음엔 벌벌 떨며 아래를 내려다보지도 못하고 겨우 모양이나 더듬어볼 정도였는데, 이젠 아니었다.
하진은 모든 걸 받아들였다. 그는 차선오를 위해 변한 자신의 몸이 좋았다. 보지가 생겼다고 해서 불편한 것보다 거기로 느끼는 성감이 몇 배나 커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처럼 손가락을 살짝 넣기만 해도.
“흐… 아흣…!”
기다렸단 듯 끈적한 물기를 쏟아내며 삼키기 바쁠 정도로, 그의 보지는 무척이나 민감했다. 뒷구멍을 쑤시는 것과는 사뭇 다른 감각이었다.
한 번 손가락을 밀어 넣고 나니 몸 전체가 저절로 물결치듯 움직였다. 기분 좋은 흥분에 손목이 떨렸다. 하진은 손가락 하나를 더 늘렸다. 이불이 위아래로 풀썩거렸다. 으흣, 흐… 응! 사실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보지를 쑤신 적은 없었는데, 막상 시도하니 무슨 약이라도 삼킨 것처럼 숨이 다 넘어갔다.
끝까지 넣은 손가락을 휘젓듯 흔들었다. 순간 아래를 향한 엄지가 어딘가 기분 좋은 부위를 스쳤다. 평소엔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는 클리토리스가 얇은 속옷에 비벼져 만지기 좋게 부풀어 있었다. 하진은 작은 보지를 들쑤시면서 이끌리듯 그 작은 살점을 꾹 짓이겼다.
“하앗, 아, 흐으… 응!”
물이 왈칵 터졌다. 머리가 고장 난 것 같았다. 이렇게까지 빠져들면 안 되는데. 아직 뭐라 말할지도 정하지 않았으니, 조금은 정신을 차리고서 차선오를 맞아야 하는데….
뚜렷하던 목적이 성욕 앞에 점점 흐릿해졌다. 이성이 하나둘 깎여나가는 느낌이 실은 익숙했다. 손의 움직임은 점점 빨라졌고, 애액이 넘치다 못해 아래로 끈적하게 흘러내렸다. 손가락을 문 보지가 경련할 때마다 물기 어린 소리가 났다.
하진은 어느새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채 시트에 자지를 비벼대며 울먹였다. 그러면서 말랑하게 풀어둔 구멍이 허전하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두 구멍이 채워지면 얼마나 좋을까. 그게 아니면 적어도 둘 다 만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음탕한 욕심으로 정신없이 뒤를 푹푹 쑤셔댔고, 그 탓에 멀리 현관이 열리는 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다.
“하.”
헛숨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목소리는 침실 문 쪽에서 들렸다.
“거기서 뭐 해?”
정확히 하진이 보지에 손가락 두 개를 들쑤시는 순간이었다. 정제되지 않은 발소리가 바닥을 울렸고, 다가온 차선오는 하진이 뭘 어쩔 새도 없이 이불을 들춰버렸다.
“흐아, 아, 잠깐…!”
“너….”
차선오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봉긋하게 솟은 이불의 실루엣이 수상쩍다 싶었는데, 보이는 광경이 가관이었다. 위아래로 바쁘게 움직이던 건 예상대로 하진의 엉덩이였다.
“전화를 그렇게 했는데도 안 받고 뭘 하나 했더니.”
정확히는 사이가 벌어진 속옷을 입고 손가락을 문 채 물을 뚝뚝 흘리는 음부를 완전히 드러낸, 음탕한 엉덩이.
“딸치느라 그랬어?”
“자, 잠깐만. 이불 줘. 이러려던 게 아닌… 흐…!”
“아, 딸치는 게 아니라 쑤셨다고 해야겠네.”
여전히 바깥의 공기를 묻힌 차선오가 단번에 하진의 허리를 잡아채 쑥 끌어 올렸다.
“얼마나 만졌으면 보지가 이렇게 젖었어. 이 속옷은 또 뭐고.”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하진은 점점 긴장하면서도 내심 기대했다. 아… 해주는 건가? 뭐라고 말할지 고민이었는데 차라리 자위하다 들켜서 다행인 것 같기도 했다. 그래도 하진은 부끄러운 척 우는 소리를 냈다.
“놔, 놔줘… 응?”
강제로 들린 엉덩이가 흥분으로 떨렸다. 순간 살짝 벌어진 보지에서 투명한 물줄기가 후두둑 흘러내렸다. 시트엔 하진이 앞을 비비다가 흘린 물기가 묻어 동그란 자국이 남아 있었다. 차선오는 그걸 흘끗 보다가 달래듯 물었다.
“얘기해 봐. 왜 이렇게 됐는지.”
“흐….”
“내가 벌리고만 있어도 물이 질질 흘러?”
난잡한 표현에 하진은 점점 흥분했다.
“나는, 흣, 너 보여주려고….”
차선오가 말할 때마다 숨결이 다리 사이를 간지럽혔다. 엉망이 됐을 뒤를 그의 얼굴 바로 앞에 보여주고 있다는 게 수치스러우면서도 좋았다. 하진은 몸을 뒤틀려다 꼼짝도 할 수 없단 걸 깨닫고 손끝으로 시트를 긁었다.
“너랑 전처럼 하, 하고 싶어서 이랬어.”
“전처럼?”
“모른 척하지 마…! 나 자는 척하면서 다 드, 들었어.”
이렇게 된 이상 그냥 떠오르는 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진은 속에 감췄던 말을 마구 뱉었다.
“너 불안하다며. 그래서 더 기다릴 필요 없다고, 그거 알려주고 싶어서 생각하다가… 읏!”
두서없이 속마음을 꺼내 놓던 하진이 몸을 확 움츠렸다. 보여주고만 있던 보지에 갑자기 단단한 손끝이 닿았다. 그대로 구멍을 쑤시나 싶었는데, 차선오는 아주 천천히 모양과 상태를 살피듯 하진의 부끄러운 부위를 느릿하게 훑어댔다.
“내가 여기다 뭘 해도 괜찮아?”
“하… 아….”
“하진아.”
금방 젖어버린 손가락이 젤을 머금은 뒷구멍과 보지를 차례로 문지르고, 자지를 쥐어 아래로 쓸어내렸다.
“더 제대로 말해봐. 내가 전처럼 네 뒷구멍을 빨고, 이런 걸 입혀서 가슴을 깨물어대고.”
“으, 으응….”
“오줌을 질질 쌀 때까지 좆을 쑤셔 박아도, 괜찮은 거야? 정말 그래?”
“흐으, 아, 아흐….”
그 손길 하나하나에 사정할 것처럼, 하진은 울먹일 정도로 기뻐했다. 아주 살짝만 건드렸을 뿐인데 직접 만질 때와 비교도 못 할 만큼 찌릿했다. 점점 안달이 났다.
“정확히 얘기 안 하면 몰라. 혹시 모르잖아. 무섭고 싫은데, 옛 기억 때문에 억지로 참고 있는 건지.”
“아냐…!”
말도 안 되는 소리에 하진은 왈칵 소리를 내질렀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오히려 더한 것도 하고 싶은데.
“정말이야… 나, 전부 좋아.”
“…….”
“진짜야. 난 오히려… 네가 나한테 질린 줄 알고, 흐윽….”
이런 말까지 하게 되다니. 민망해서 끙끙대던 하진이 고개를 푹 떨구려는데 귀두를 살살 자극하던 손길이 사라졌다. 뭐, 뭐지? 당황해 돌아보려는데 흥건하게 젖은 속옷 사이로 무언가 촉촉한 게 맞붙었다.
“아, 아흣!”
그건 차선오의 입술이었다. 깨달은 순간 이번엔 혀가 밀려들어 왔다.
“아으, 응, 흣, 흐아…!”
그의 손이 엉덩이를 양옆으로 넓게 벌렸다. 하진은 붙잡고 버틸 만한 것도 없이, 침대 위에 무릎을 세운 채 버둥거리며 뒤에서부터 쏟아지는 쾌감을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그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게걸스럽게 혀를 놀렸다. 정갈하고 단정한 가면이 어느 틈엔가 깨져 사라지고, 오로지 탐욕스러운 입술만이 하진의 뒤에 맞붙어 떨어질 줄을 몰랐다. 하진은 버둥대며 겨우 버텼다. 얼마나 강하게 빨아대는지, 이미 젖은 데다가 살짝 찢어진 팬티가 더 망가질까 두려울 정도였다.
“흐, 안돼… 나 이거 입은 거, 보여주고… 아!”
보지를 빠느라 여념이 없던 차선오가 하진을 돌려 침대에 제대로 눕혔다.
“그러게.”
반쯤 이성을 잃은 차선오가 넥타이를 아무렇게나 풀어 헤치면서 음험하게 중얼거렸다. 그의 잘빠진 입술은 하진이 흘린 보짓물로 번들거렸다. 하진은 후들거리는 다리를 아무렇게나 벌린 채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이대로 벗겨버릴 뻔했는데, 기왕 날 위해서 입었다니까 제대로 봐야지.”
“흐….”
어딘가 비틀린 차선오의 모습이 좋았다. 다정한 그도 좋지만, 섹스 앞에선 자비 없이 몰아붙이는 그가 더 반가웠다. 하진은 오늘따라 근사해 보이는 차선오를 홀린 듯 응시하다, 그를 향해 허벅지를 더 넓게 벌려 보였다.
“사실… 이미 좀 찢어졌어. 아까 만지다가….”
차선오는 재킷을 벗으면서 그 모습을 마치 눈으로 핥듯 길게 훑어내렸다. 곳곳이 음탕한 분홍빛으로 물든 날씬한 몸. 어떤 암시나 강요 없이, 스스로 야해 빠진 속옷을 골라 입은 채 흥분한 하진의 모습이 시야에 가득 찼다.
“조금이 아닌 것 같은데.”
그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면서 하진의 음부를 노골적으로 살폈다.
“보지 다 보이잖아, 하진아. 이 정도면 바로 박아달라고 미리 찢어둔 거 아냐?”
“아니야… 원래 디자인이 이래서….”
“그럼 박기 좋은 걸로 골랐단 소린데.”
그 말엔 반박할 수 없었다. 차선오는 위험한 미소를 숨기지 않고서 하진의 위에 올라탔다. 그러자 베개 아래에 수상한 모양으로 구겨진 천 조각이 보였다. 곧바로 잡아당겨 보니 브래지어가 길게 딸려 나왔다. 하진이 입은 것과 세트였다.
“그, 그건…!”
“이건 가슴 빨아줄 때 딱 좋겠네. 여기가 뚫려서.”
이런 게 집에 있었나. 사실 여기까진 예상 못 한 바여서 차선오는 점점 즐거워졌다. 꼭 안에 뭐가 감춰진지 모를 디저트를 혀 위에서 살살 굴려 먹는 느낌이었다.
“…진짜 몰랐어, 이런 건지….”
“젖 오를 때가 되긴 했는데, 오늘은 그보다 중요한 게 있어서.”
“중요한 거?”
그가 침대에서 내려가더니 문 쪽에 놔두었던 상자 하나를 가지고 돌아왔다. 하얗고, 손바닥 두 개 정도 되는 크기의 상자였다. 하진은 멀뚱히 그걸 보다가 겉에 프린팅된 제품 사진을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뭐야, 그게…?”
“어제 그랬지. 기구라도 쓰고 싶다고.”
“…….”
상자가 열리고 안에서 무언가 나왔다. 꼭 자그마한 마사지기나 피부를 관리하는 에스테틱 기기처럼 생긴 그것은, 주둥이 부분에 동그란 실리콘이 달려 있었다.
성인 기구라고 하기엔 모양이 좀 이상했다. 한 번도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잘 모르는 하진이 보기에도 그건 삽입하기 용이한 모양이 아니었다. 차선오 역시 처음 써보는 건지 설명서를 대강 보다가 그 괴상한 기구의 아랫부분을 쥐고 버튼을 눌러 보았다.
지이잉. 주둥이의 실리콘이 진동하며 작은 소음을 냈다.
“선물이야. 보지는 약하니까 넣는 건 안 돼. 대신 이 정도는 너도 좋아할 것 같아서.”
“…어떻게 쓰는 건데…?”
“해볼래?”
차선오는 완전히 사용법을 익혔는지 버튼을 두어 번 더 눌렀다. 진동 소리가 더 커졌다가, 이내 사라졌다. 왠지 그 미세한 소리에 아래가 간지러워져서, 하진은 아무렇게나 벌린 허벅지를 슬그머니 모았다.
“이리와 봐. 기분 좋을 거야.”
손쉽게 그 다리를 다시금 넓게 벌려 놓은 차선오는 하진의 말랑한 보지를 위아래로 살짝 훑었다. 뭘 하는 건가 싶었는데, 안에 감춰진 도톰한 살점을 찾는 것 같았다.
“읏, 거, 거기는 살살 만져….”
“큰일이네. 손만 닿아도 물이 줄줄 흐르는데, 방수 처리는 돼 있겠지?”
무슨 소리지…? 불길한 느낌에 하진이 손을 내려 막으려는 순간, 차가운 실리콘이 클리토리스에 닿았다.
“뭐, 망가지면 또 사면 되니까.”
“무서워, 잠깐… 천천히 좀….”
“다리 더 벌려, 하진아. 손 치우고.”
무서운 얼굴치고는 뺨이 잔뜩 상기되어 있어서 차선오는 멈추지 않고 기구의 각도를 더 세심하게 맞추었다. 동그란 실리콘이 정확히 부푼 살점에 맞물려야 했다. 워낙 젖어 있어서 긴가민가 싶었다. 된 건가? 그가 하진의 긴장한 표정을 한 번 확인하고는 버튼을 다시 눌렀다.
“흐, 으으응…!”
미약한 진동 소리는 하진이 내지른 신음에 묻혀버렸다. 우려한 일이 현실로 벌어졌다. 기구를 쓰기 무섭게 하진의 아래서 투명한 물기가 왈칵 쏟아졌다.
“응, 아흐, 흡!”
다행히 방수 처리는 된 모양이었다. 그는 진동을 두 단계 더 올렸다.
“그, 그만, 아, 힉, 이거 이상, 흐앙!”
몸이 빨려 들어가는 느낌에 하진이 허리를 크게 튕겼다. 온몸의 감각이 보지에 쏠렸다. 입이 제멋대로 벌어지고 혀 아래로 침이 질질 흘렀다. 무릎을 모아 피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차가웠던 실리콘은 어느새 축축하게 젖어서 민감할 살점을 무서울 만큼 집요하게 빨고 자극했다. 진동 때문에 숨이 마구 넘어갔다. 하진은 시트를 찢을 듯 붙잡고 버티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허리를 확 비틀었다.
“…흐…!”
손도 대지 않은 자지 끝에서 정액이 팍 튀었다. 허무하게 웃은 차선오는 그제야 좀 걱정스러워져서 기구를 떼주었다.
“괜찮아? 잘 산 거 맞나.”
“히으… 흐, 흐윽… 너무….”
“여기가 민감해서 좋아할 줄은 알았는데.”
그가 한층 도톰해 보이는 가운데를 다시 건드리자, 하진은 아래 구멍까지 움찔대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만… 힘들어. 잠깐, 나 좀 쉬어야… 흑.”
겨우겨우 손목을 붙잡고 간곡하게 애원하는 하진을 바라보던 차선오는 그 붉은 뺨에 쪽 소리가 나도록 가볍게 키스했다.
“벌써 시트가 푹 젖었어, 하진아. 어때, 싫었어?”
하진은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좋았다. 분명 좋은데….
“그, 그거 대체 뭐야…? 막,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아. 앞이 아무것도 안 보이고… 몸이, 몸이 너무….”
하진은 그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해 발음도 아무렇게나 뭉개졌다. 잠깐 사이에 몸엔 땀이 올라 피부가 촉촉해질 정도였다.
차선오가 구해온 건 흡입형 자위 기구였다. 실리콘으로 된 주둥이가 클리토리스를 빨아들이면서 동시에 진동시키는 방식이었다. 항상 생각했던 거지만 차선오는 자신의 좆이 아닌 다른 게 하진의 안을 헤집는 게 싫었다. 그래서 고르게 된 기구였는데, 이렇게까지 금방 전율할 만큼 반응이 좋을 줄은 몰랐기에. 기분이 좀 묘해졌다.
“근데 난 아직 못 쌌는데.”
“어… 응?”
“빨고 만지기만 했지, 넣지는 못했다고. 벌받을 것도 있는데 이대로 혼자만 싸고 끝내려는 거 아니지? 응?”
“벌이라니, 흐읏.”
아직까지 여운에 떠는 하진의 위로 다시 올라타면서, 차선오는 바지를 내려 좆을 꺼냈다.
“전화도 안 받고, 밥도 깨작거리고.”
“…….”
두툼하게 팽창한 기둥을 확인한 하진이 마른침을 삼켰다. 좀 전에 얼마나 소리를 질렀는지 목구멍이 따끔거렸다.
“…그건 너무 떨려서… 그런 건데….”
“떨렸어? 떡칠 생각에?”
“…….”
“다리 힘 풀어.”
“으, 응.”
방금 사정해서 그새 힘이 들어간 허벅지가 서서히 이완되었다. 차선오는 젖어서 살갗에 완전히 달라붙은 하진의 팬티를 허무할 만큼 쉽게 찢어냈다.
부욱, 하는 소리와 함께 금세 걸레짝처럼 너덜거리는 천 조각을 당황스럽게 내려다본 하진이 긴장한 모습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차선오는 이미 성난 좆을 구멍 근처에 문지르는 중이었다.
“어디로 먹을래.”
지난 새벽처럼 열 오른 음부를 번갈아 건드리면서, 차선오는 나른하게 물었다.
“벌받는 거지만 오늘 예쁜 짓 했으니까, 원하는 구멍에 넣어줄게. 어차피 둘 다 젖어서 한 번에 뿌리까지 씹겠다.”
“하, 아….”
쉬겠다고 헐떡이던 하진은 그 잠깐의 자극에 다시 몸이 달아서 차선오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의 말대로 둘 다 민망할 정도로 축축하게 젖은 상태였다. 애액과 젤을 얼마나 흘렸는지 구멍 겉이 온갖 분비물로 뒤섞여서 투명한 시럽으로 코팅이라도 해 놓은 듯이 보일 정도였다.
아까의 아쉬움이 다시 은근히 피어올랐다. 두 구멍 모두 헤집어 주었으면 하는…. 하진은 망설이다가 살그머니 웃어 보였다.
“그럼 아까 그 기구 쓰면서 뒷보지에… 안 돼?”
“뭐?”
차선오는 조금 황당해하며 되물었다.
“힘들다며.”
“그래도… 좋아.”
“…하.”
“응? 해볼래. 그거 대고 있으니까 구멍이 엄청 조여서… 잘 씹을 수 있을 것 같아, 선오야….”
대놓고 조르기 시작한 하진은 아예 팔을 뻗어 옆에 놓인 기구를 쥐고 그에게 내밀었다. 아까 싼 물기로 손잡이 부분이 축축했다.
“해줘, 망가질 때까지….”
욕심에 젖어 보채는 얼굴이 말도 안 되게 예뻤다. 차선오의 남은 이성이 빠르게 사라져갔다. 거의 빼앗듯 기구를 건네받은 그가, 허리를 약간 낮춰 젤 범벅이 된 뒷구멍에 귀두부터 급히 찔러 넣었다. 하진이 허리를 튕겼다. 따끈하게 좆을 감싸는 내벽의 느낌에 차선오는 짧게 욕을 씹어뱉으면서 말했다.
“하아… 해줄 테니까 보지 제대로 벌려.”
“흐, 으응.”
기다렸단 듯 양손으로 보짓살을 벌리면서 하진은 콧소리 비슷한 걸 냈다. 어디로 봐도 기대에 찬 얼굴이었다. 점점 강한 자극에 길들여진 하진은 진심으로 이런 행위를 즐기게 된 모습이었다.
차선오는 그 인상적인 모습을 내려다보다가, 하진이 의아해할 때쯤 예고 없이 허리를 쳐올렸다.
“아앙…!”
형용할 수 없는 충만감이 그의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순간 그는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잠든 하진의 뒤에 사랑을 쏟아주는 것보다야, 이렇게 서로의 눈을 보면서 하나가 되는 게 몇 배나 좋다는 걸. 오직 제가 일깨워주는 감각에 맞추어 달뜬 숨을 터뜨리고 몸을 떨며 반응하는 하진이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다는 것 역시.
지이잉. 늦지 않게 기구의 버튼을 눌러 보지를 짓눌러주자, 하진이 다급하게 다리를 더 벌렸다. 덕분에 뒷구멍을 들쑤신 좆도 무리 없이 전부 파고들 수 있었다. 뿌리 부분까지 빨려 들어가듯 구멍 안쪽 깊숙이 자리를 잡았다. 하진은 밀려드는 황홀함에 고개를 뒤로 꺾으며 흐느꼈다.
“흐, 흐아, 아, 좋아.”
현실이 아득하게 멀어졌다. 금세 숨이 넘어갈 듯 가빠졌다. 섬세하고도 집요한 진동과 거친 삽입이 동시에 쏟아지자, 미칠 만큼 짜릿했다.
“하아, 맛있어? 어?”
“마, 맛있어. 구멍이 깊어서 너무, 으으응… 아…!”
욕을 씹어뱉은 차선오는 아예 하진의 손에다 기구를 쥐여주었다. 잔뜩 벌어진 골반을 붙잡고 본격적으로 허리 짓을 하기 위함이었다. 하진은 그가 시키는 대로 했다. 넘겨받은 진동기로 욕심껏 스스로 제 보지를 자극하는 하진의 하얀 손이 벌벌 떨렸다.
“아, 아! 응! 흐아, 아!”
입에서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은 신음이 마구잡이로 터졌다. 머리카락이 베개 위로 아무렇게나 흐트러지고 허벅지가 한계까지 벌어졌다. 아랫배에 팽팽하게 올라붙은 자지 끝에서 묽은 선액이 핏, 하고 터져 나왔다.
“하, 벌써 싸면 어떡해. 응?”
“아흐… 아니, 이건… 아, 아아…!”
혹시라도 차선오가 움직임을 멈출까 봐 조바심이 난 하진은 스스로 허리를 들썩였다. 괜찮으니 계속해달라는 적극적인 의사 표현이었다. 귀두에서 줄줄 흐른 물기가 납작한 배를 타고 아무렇게나 흘렀다.
그 모습에 더 흥분한 차선오는 하진의 몸이 점점 밀려 올라갈 정도로 힘주어 좆을 푹푹 밀어 넣고 거칠게 그를 몰아붙였다. 어차피 그도 멈출 생각이 전혀 없었다.
질척질척하게 젖은 뒷구멍에 뜨거운 기둥이 처박힐 때마다 하진의 자세가 흐트러졌다. 진동기의 끝부분이 자꾸만 클리토리스에서 떨어지려 해서, 하진은 아예 양손으로 손잡이를 붙잡고 자위했다.
지이잉. 지이이잉. 미약한 소리가 살 부딪히는 소리 사이로 섞여들었다. 살짝 떨어졌다가 다시 닿을 때마다 온몸이 바닥으로 한없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힘이 들어간 손끝이 버튼을 건드렸다. 딸깍. 버튼이 눌리기 무섭게 진동이 한 단계 더 강해졌다. 응, 읏…! 헤벌어진 하진의 입술 사이로 삼키지 못한 침이 줄줄 샜다.
이제 보지의 진동이 뒷구멍까지 전해졌다. 차선오는 제 아래에서 욕망을 감추지 않는 하진에게서 잠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비현실적인 쾌감에 취한 하진의 야들야들한 살갗이 죄다 붉게 물들어 있었다. 마치 만개한 꽃 같았다. 오직 저에게만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게 어떤 것보다 좋았다.
이성이 끊어지기 직전이었다. 핏줄이 사납게 도드라진 차선오의 양손이 하진의 허벅지를 터뜨릴 듯 강하게 쥐고 당겼다. 퍽, 퍽. 고환까지 넣을 것처럼 무자비한 힘에 하진이 허리를 크게 튕겼다. 기어이 놓쳐버린 기구가 접합부를 지나 침대 위로 떨어졌다.
자극이 사라졌다는 아쉬움도 잠시. 어딘가 위험한 미소를 지어 보인 차선오는 하진의 한쪽 다리를 위로 쳐올리더니 종아리를 자신의 어깨에 걸쳤다.
“아읏, 아, 잠깐!”
한쪽 엉덩이만 공중에 뜬 자세가 되자 성기가 다른 각도로 처박혔다. 어쩔 줄 몰라 하는 하진의 태도에도 차선오는 봐주지 않고 욕심껏 그를 탐했다. 허리를 거칠게 뒤로 물렸다가 새로 길을 뚫을 기세로 구멍 안쪽에 제 것을 짓이겼다. 움직일 때마다 벌어진 틈새로 끈적한 젤이 울컥울컥 새어 나왔다.
“나 갈 거 같, 선오야… 하아, 아! 응!”
생소한 부위를 짓누르는 감각에 하진이 급하게 울부짖었다. 몇 번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무언가 왈칵 터질 것 같았다. 요의가 치미는 건 이제 정해진 수순과 같았다.
시트를 찢을 것처럼 쥐고 있던 하진의 손이 급히 자신의 자지를 붙들었다. 흐읏…! 부푼 기둥을 쥐기 무섭게 다시 투명한 액이 팟, 튀어 올랐다. 그걸로는 모자랐다. 안에 갇힌 걸 전부 내보내도 모자랄 것 같았다. 하진은 제가 뭐라 하는 줄도 모르고 엉엉 울며 성기를 훑고, 동시에 허리를 흔들었다.
움직일 때마다 배와 가슴이 온통 젖어갔다. 경련하는 내벽이 차선오의 성기를 정신없이 씹고 조였다. 머리가 어떻게 돼버리기 직전이었다. 사실 그래도 상관없었다.
배 속을 두드리는 좆이, 온갖 물기로 범벅이 된 아래의 느낌이, 거친 숨을 내쉬며 허리를 쳐올리는 차선오가, 너무 좋아서…. 오직 이런 순간만이 계속되어도 좋을 만큼 지나치게 기뻐서.
“좋아, 좋아해…. 좋아해, 선오야….”
고백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그에 화답하듯, 내벽 안으로 정액이 짙게 흩뿌려졌다. 차선오의 단단한 어깨에 걸쳐진 하진의 발끝이 확 움츠러들었다. 뜨겁고 질척한 게 쉬지 않고 구멍을 적셨다. 그와 동시에 하진도 사정했다. 머리 위에서 배부른 숨이 터졌다.
“하아….”
성기를 빼낸 차선오가 붙잡고 있던 하진의 다리에 키스를 퍼부었다. 허벅지 안쪽과 무릎, 종아리에 연신 입술을 찍으며 그가 한숨처럼 중얼거렸다.
“널 어떡하면 좋지, 하진아.”
벌을 주겠다는 생각은 어느새 씻은 듯이 사라졌다. 애정 표현에 여념이 없던 차선오가 기어이 하진의 발에도 키스했다. 핏줄이 비치는 발등과 움츠러든 발가락. 말랑말랑하고 보드라운 발바닥에까지.
“읏, 가… 간지러워.”
하진이 부끄러워하며 몸을 떨자 아직 완전히 다물리지 않은 구멍에서 흰 정액이 울컥 흘러나왔다.
입술을 뗀 차선오가 그 모습을 유심히 보다가 여전히 팽팽한 좆을 느릿하게 훑었다. 기구에 자극당해 살짝 도톰하게 부어오른 보지가 보였다. 기왕이면, 거기도 똑같이 적셔주고 싶었다. 공평하게.
“아직 더 할 수 있지?”
“어… 어?”
끝난 줄 알고 숨을 고르던 하진은 영문도 모르고 다시 그에게 이끌려 갔다. 상체를 낮춘 차선오가 탐욕스러운 혀를 보지 구멍에 밀어 넣었다.
살 치대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최면과의 괴리를 더는 찾아볼 수 없게 된, 어느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