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화 (9/16)

9.

출근한 하진의 얼굴엔 이전보다 생기가 돌았다. 좀처럼 잠을 자지 못할 만큼 최면 상태로 밤새 섹스에 시달려야 했던 이전과 달리, 하진은 이제 제대로 된 수면을 허락받게 됐다. 물론 잠든 때라고 해서 구멍을 쓰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신체의 피로는 어느 정도 가셨다.

그날 회의실에서 벌어진 일을 입에 담는 직원은 아무도 없었다. 꼭 애초에 일어나지 않은 사건 같았다. 덕분에 하진 역시 별다른 의식 없이 인턴으로서 똑같은 업무를 반복했다.

달라진 건 예전처럼 동료들이 하진에게 살갑게 굴지 않는다는 것뿐이었다. 그게 대놓고 드러나진 않았지만, 이전보다 관계에서 유리되어 있다는 느낌을 떨쳐내기 어려웠다.

오후 3시. 직장인이 가장 괴로운 시간. 키보드 소리가 뜸하고, 스몰 토크도 오가지 않았다. 하진은 가라앉은 사무실 분위기를 살피다가 슬그머니 일어서 탕비실로 향했다.

그는 며칠 전 거래처에서 선물로 들어온 레몬청을 꺼냈다. 아직 아무도 손대지 않은 새것이었다. 뚜껑을 따니 상큼한 향기가 퍼졌다. 그걸 한 잔씩 타서 모두에게 돌릴 생각이었다. 하진은 쟁반을 꺼내 놓고 컵을 세팅했다. 레몬청을 조금씩 덜고 있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뭐 해?”

텀블러를 든 차선오였다. 그 얼굴은 보니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하진은 주변에 듣는 이가 없단 걸 확인하고 소곤거렸다.

“레몬차 한 잔씩 타드리려고. 잠도 깰 겸.”

“…누가 하라고 시켰어?”

“아니. 그냥 내가 하는 거지. 너도 줄까? 거기 넣어서 갖다 줘?”

하진의 질문에 차선오의 표정이 묘해졌다. 확실히 좋은 표정 같진 않았다. 그는 대답 대신 텀블러를 내려놓고 발을 옮겨 하진의 뒤로 다가갔다. 큰 키 때문에 그림자가 졌다. 하진이 어리둥절해 고개만 돌리는데 그대로 몸이 맞붙었다.

“뭐, 뭐 해.”

“계속해. 신경 쓰지 말고.”

차선오는 마치 뒤에서 끌어안듯이 하진의 허리를 감싸 당기고 어깨에 턱을 기댔다. 누가 볼까 걱정부터 된 하진은 몸을 비틀었다. 그러자 정장 바지에 감싸인 엉덩이가 차선오의 두툼한 고간에 비벼졌다.

“읏, 누구 오면… 어떡하려고….”

“계속하라니까.”

거부할 방법은 없었다. 하진은 난처해서 열이 오르는 얼굴을 푹 숙이고 다시 스푼을 들었다. 허리를 얼마나 강하게 끌어안고 있는지, 키 차이 때문에 점점 엉덩이가 뒤로 빠지는 느낌이었다.

벗어날 수 없이 딱 맞붙은 각도가 익숙했다. 집에서 이런 식으로 섹스해본 적이 있으니까. 하진은 둔부에 닿는 노골적인 감촉이 익숙해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계속해서 펼쳐 놓은 컵마다 하나하나 레몬청을 덜었다.

“이, 이제 놔. 물 따라야 해.”

“하진아.”

“어, 어?”

뒤를 붙이고 있는 게 아무렇지도 않은 건지. 차선오는 전혀 흐트러지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언제부터 그렇게 남들 마실 것까지 챙겨줬어.”

“챙기다니. 난 그냥….”

“너 이런 거 못 하잖아. 집에서도 내가 손 하나 까딱 못하게 하는데 네가 왜 이런 걸 해. 전에도 이런 짓 했어?”

“아냐, 안 그랬어. 놓으라니까, 아….”

소리를 낮추지도 않고 묻는 차선오의 태도엔 거리낌이 없었다. 오로지 하진만이 들킬까 봐 안달이었다. 그러면서도 다리 사이엔 차근차근 열이 오르고 있었다.

이러다 정말 누가 들어오기라도 하면…. 위기감을 느낀 하진이 어떻게든 벗어나려 할 때였다. 허리의 손이 가슴으로 올라왔다.

“읏…!”

난폭하고 거친 손이 셔츠 위로 하진의 가슴을 마구 주물렀다. 정확히는 셔츠, 그리고 그 아래 껴입은 브래지어 위로.

“그럼 왜 갑자기.”

“흐아… 아… 거긴, 으응.”

“제대로 말해.”

속옷과 셔츠가 가리고 있음에도 유두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희롱하는 손에는 당해내기가 어려웠다. 엉덩이에 좆이 비벼질 때보다 오히려 더 찌릿찌릿했다. 하진은 기어이 스푼을 놓치고 말았다.

쨍그랑. 소리가 꽤 시끄러웠다. 탕비실 밖까지 들렸을지 모르는데도, 하진은 더 이상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브래지어 안에 잠자코 눌려 있던 유두에서 다시 젖이 나오려 해서 허리를 더 내리고 엉덩이를 흔들 수밖에 없었다.

“하아, 아… 좋아, 가슴 더… 응….”

“왜 갑자기 이런 걸 하냐니까. 하진아.”

쉽게도 무너져 정신없이 몸을 부비는 하진에게 차선오는 다소 쌀쌀맞게 물었다. 그래도 돌아오는 말이 없어서 가슴 전체를 움켜쥐고 젖꼭지를 튕겼더니 하진이 허리를 바르작거리며 겨우 대답했다.

“흐으… 그냥 요즘, 다른 분들 대하기가 어려워서 그래….”

“대하기가 어려워?”

“응, 내가 무슨 실수라도 했는지, 말도 안 걸어 주시고… 흐, 아, 거기….”

“…….”

브래지어가 약간 위로 밀리도록 난폭하게 움직이던 차선오의 손이 일순 뚝 멈추었다. 딱딱하게 부풀어서 꼬집히기만을 기다리던 하진의 유두가 움찔 떨렸다.

“서, 선오야.”

“그거 참 대단한 걱정이네.”

놔달라며? 그가 알 수 없는 목소리로 덧붙이고는 하진의 몸을 돌려 옷매무새를 대강 정리해 주었다.

“왜….”

뾰족하게 선 젖꼭지가 브래지어 캡에 쓸리자 하진이 울먹이며 팔을 붙잡았다. 조금 맺히다 만 젖물이 안쪽에 스며 느낌이 이상했다. 이 정도로는 모자랐다. 손이 닿던 자리가 참을 수 없이 간지러웠다. 여기가 어디건 간에 더 질펀하게 뒹굴고 싶었다.

“더 안 만져줘…? 나 괜찮은데….”

그러나 차선오는 안달 난 하진을 내려다보며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음료나 마저 준비해서 돌려. 한 명도 빠짐없이.”

여상한 목소리가 고막을 파고들어 뇌리에 새겨졌다.

“…….”

저의를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하진은 그대로 돌아서 팀장실로 향하는 차선오를 붙잡지 못했다. 붙잡을 수 없었다. 음료를 돌리라는 말이 명령으로 입력되어 모든 사고가 굳어버렸다.

정신을 차린 하진이 앞을 확인했다.

“…아….”

차를 준비하고 있었지, 참. 깨닫기 무섭게 손이 기계적으로 움직였다. 어쩌다 떨어뜨린 건지 모를 스푼을 주워 씻어 놓고, 컵 하나하나에 물을 받아 레몬차를 마저 탔다. 한껏 예민해진 몸이 그의 신경을 긁었으나 지금 이 순간엔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완성하고 나니 쟁반이 제법 무거웠다. 들어 올리자마자 팔이 떨려서 하진은 급한 대로 가슴으로 그걸 살짝 받쳐 지탱하려 했다.

“하아… 흐.”

즉시 야릇한 숨이 새어 나왔다. 만져졌던 부위에 다시 쾌감이 돋았다. 한 걸음씩 걸을 때마다 도톰한 돌기가 살짝살짝 쓸려서 무척이나 곤란했다.

이대로 음료를 돌리는 건 아무래도 무리였다. 하지만 그걸 인지하면서도 하진의 다리는 충실히 움직였다. 오로지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서.

“저….”

탕비실에서 컵이 가득한 쟁반을 들고 나왔는데도 하진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사이 사무실 분위기는 한층 경직되어 있었다. 아까까지는 그래도 자리에서 일어서는 하진을 쳐다보기라도 했건만, 이젠 아니었다.

꼭 대사 없는 연극 무대를 옮겨 놓은 듯한 모양새였다. 모두가 마치 기계 부품처럼 모니터나 서류를 보고 있었고, 감정이 사라진 눈동자는 어딘가 공허하기까지 했다. 그저 오후의 식곤증이라고 하기엔, 분명 인위적인 데가 있었다.

어떡하지…. 주저하던 하진은 먼저 자신의 자리에서 가장 가까운 박 대리에게 다가갔다.

“바, 박 대리님.”

어깨가 하진이 서 있는 방향으로 서서히 돌아왔다. 그래도 부르니 반응은 해주시는구나. 용기를 얻은 하진이 일부러 더 큰 소리를 냈다. 다른 이들에게도 들리게끔.

“이것 좀 드시겠어요? 레몬차인데요. 상큼한 거 한 잔씩 드시라고 제가 타봤어요.”

흡사 밀랍 인형처럼 굳어 있던 박 대리가 하진을 보았다. 유리구슬을 박아 놓은 것처럼, 속이 텅 빈 눈동자였다. 그러나 흘리지 않고 컵을 내려놓는 데에만 집중한 하진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하진 씨.”

달그락. 떨리는 손으로 겨우 하나를 내려놓으니 그제야 박 대리는 고저 없는 목소리로 하진을 불렀다. 짧은 한숨과 함께.

“이제 그만 해요.”

“네?”

뜬금없는 소리에 하진이 눈을 크게 떴다. 내가… 뭘 잘못했나?

“숨기는 거 그만두라고요. 솔직히 정말 실망입니다.”

실망이라니. 숨기는 거라니. 당황한 하진은 그의 의중을 살피려 애썼다. 혹시 갑자기 모두가 제게 쌀쌀맞아진 이유를 알려주려는 건가 싶었다. 내가 뭘 놓친 거지. 초조해진 하진이 이리저리 머리를 굴렸다.

긴장한 채로 이어질 말을 기다리던 하진은 저도 모르게 양손에 힘을 꽉 주었다. 그러자 자연히 들고 있던 쟁반이 몸쪽으로 당겨졌다. 하필 그 가장자리가 민감해진 유두를 은근히 누르는 바람에, 참지 못하고 신음을 뱉고 말았다.

“흣….”

“쯧, 이렇게 하루 종일 몸이 달아 있으면서.”

“…….”

“뭐가 그렇게 걱정돼서 숨긴 거예요?”

박 대리가 딱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하진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아, 무슨 소리기는! 하진 씨 임신 준비 중이라면서요.”

“네?”

하진은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임신…. 제, 제가요?”

그가 이해 못 한 표정을 짓자 박 대리는 측은해하며 덧붙였다.

“그래요. 상사로서 참 마음이 불편해요. 정말 더 못 봐주겠다 이겁니다. 매일 뒷보지로 씨물 받느라 바쁜 거, 모를 줄 알았어요?”

그렇게 말하는 박 대리의 얼굴엔 확신만이 가득했다.

“…….”

흡사 이해심 넓은 상사나 친한 선배가 보일 법한 일상적인 태도였으나, 박 대리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몹시도 비현실적이었다.

임신이라니. 뒷…보지? 씨물…? 생소하지만 왠지 곱씹으니 처음 듣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상했다. 생각하자마자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하진은 반박할 타이밍도 잊고 그저 듣고만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다들 알고 있을 텐데. 사적인 문제라도 그런 중대한 사항은 함께 나누고 서로 배려해야지. 난 그것도 엄연히 사회생활의 일부라고 봅니다.”

의심 한 점 없어 보이는 박 대리의 모습 때문에 하진의 속이 더 복잡해졌다. 대체 이 기분은 뭘까. 꼭… 제가 잊은 걸 일깨워주는 것만 같은.

“대리님…. 저는 정말 무슨 말씀인지….”

“보고만 있기가 참 답답하네.”

그때 조용하던 표 차장이 덩달아 못 참겠다는 듯 일어났다. 마치 잘 짜인 연극 같은 전개였다.

“하진 씨, 괜찮아요. 우리가 그거 하나 이해 못 할 만큼 꽉 막힌 사람들도 아니고. 진작 얘기했으면 한마음으로 도왔지. 남자가 임신하고 싶어 하는 게 뭐 그렇게 큰 죄예요?”

“…….”

마치 화를 내는 것 같은 태도에 하진이 두어 걸음 물러났다. 표 차장님까지…. 정말 이게 다 무슨 소리지. 어서 털어놓고 인정하라는 듯 내리꽂히는 시선 속에 쟁반 위의 컵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그러는 차장님도 지난번 회의 때 하진 씨 건드렸잖아요? 눈치 없게.”

“아니, 그땐 나도 몰랐지. 하진 씨가 모유까지 나올 정도로 간절한지 알았으면 건드렸겠습니까?”

“뭐야. 오늘 아예 다 얘기하기로 한 건가요? 어휴, 솔직히 너무 답답했는데 박 대리님이 말씀 한번 잘하셨네.”

사무실이 삽시간에 시끌시끌해졌다. 하나둘 대화에 끼어들어 어느새 주변 팀원들 모두가 하진의 임신에 대해 떠들어대고 있었다.

“…….”

오로지 당사자인 하진만 여전히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 갇혀 있었다. 벙찐 그가 아무 말도 못 하고 굳어 있자 가장 가까이 앉은 박 대리가 다시 툴툴거리며 말을 걸었다.

“것 봐요. 역시 다들 알고 계셨네.”

“임신이라니… 저, 전 남잔데. 뭔가 잘못된 게 분명….”

“계속 그렇게 둘러댈 거에요? 지금도 안에 브래지어 입고 있으면서.”

이제는 따지기보다 오히려 걱정스러워진 목소리였다. 하진이 계속 부정하는 게 퍽 안쓰러운 눈치였다. 무언가 벅차올랐다. 하진은 참지 못하고 쟁반을 내려놓으려 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아… 레몬차를 돌려야 하지. 입력된 목적을 깨달은 하진이 급히 말했다.

“우선 이, 이거 한 잔씩들 드세요.”

“드디어 얘기할 마음이 들었어요?”

“잘 마실게요. 고맙기야 하지만 아무리 인턴이라도 명색이 정액받이인데 이제 이런 잡일 하지 마요.”

“그러게요. 몸조심해야지.”

“…….”

팀원들이 컵을 받아 가며 저마다 한마디씩을 보탰다. 그제야 쟁반을 놔둘 수 있었다. 두 손은 가벼워졌지만 마음은 그 반대였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두시라고 해야 하는데, 화를 낼 마음이 들지 않았다. 하진은 그저 응당 그래야 하는 것처럼 자신이 들은 말을 반복해 곱씹었다. 그가 천천히 자신의 가슴께를 더듬거렸다. 셔츠에 감싸인 납작한 가슴엔… 확실히 브래지어가 있었다.

여성용 속옷을 입고 있다는 걸 깨닫자, 물 위에 뜬 기름처럼 또렷하던 경계가 서서히 흐려졌다. 예민한 유두 위에 닿는 천의 감촉. 그 부드러운 감촉이 익숙했다.

하지만… 이건 가끔 입고 자는 잠옷일 뿐인데.

하진은 반쯤 고장 난 머리로 생각했다. 잠깐, 이런 게 잠옷이라고? 그럴 리가 있나…? 언제부터, 누구 때문에 이런 걸 입게 된 거지?

“그래서 요즘 임신 준비는 잘 돼가요? 얘기 좀 해봐요. 하진 씨.”

“저기… 제, 제가 누구랑 임신 준비를 하는 거였죠?”

기억의 미로에 빠진 하진이 크게 혼란스러워하며 다급히 물었다.

“누구긴 누구야. 당연히 팀장님이죠.”

과호흡이라도 온 듯 헐떡이던 하진에게, 누군가 선뜻 답을 건네주었다.

“팀장…님이요?”

“차 팀장님 말이에요. 차선오 팀장님.”

차 팀장. 차선오. 선오….

“…….”

그래. 그였다.

왜 헷갈린 거지? 다른 사람일 리 없잖아. 막다른 길 앞에서 간신히 답을 찾은 사람처럼, 하진의 불안한 낯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아… 그랬죠, 참.”

“그래요. 하진 씨 임신하고 싶어서 안달 났잖아. 차선오 팀장님 때문에.”

쐐기를 박는 목소리가 어디서 들려오는 줄도 몰랐다. 그러나 암시의 효과는 확실했다. 온통 최면에 걸린 사무실 전체에서 혼자만 이물질처럼 존재하던 하진은 그제야 주변 분위기에 녹아들었다. 거칠었던 숨도 차근히 일정한 박자를 되찾았다.

“맞아요…. 이, 임신, 얼른 해야 하는데….”

“이제야 제대로 얘기하네요?”

“죄송합니다. 조금 부끄러워서….”

모든 의구심이 눈 녹듯 사라진 하진이 수줍게 웃었다.

“사실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선오랑 매일 섹스하거든요. 하루에 최소 세 번씩은… 정액 받고 있어요. 흘리지 않게 잘 조이고요.”

복숭아처럼 뺨을 붉히고 목덜미를 만지작대는 하진의 모습에 모두가 평온하게 웃었다. 그제야 불편하던 사무실 분위기가 되돌아오니 하진도 안심했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다들 알고 계신 줄은 몰랐는데….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12년이나 알고 지냈으면 그동안 떡을 얼마나 친 거예요? 하진 씨 안에 팀장님 자지 모양대로 길이 났겠다.”

12년? 그건 아닌 것 같은데…. 하진은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이어진 말에는 확실히 대답할 수 있었다.

“그 정도면 다른 자지는 절대 못 받겠어요.”

“네, 네…. 다른 자지는 싫어요. 어차피 저는 선오 자지가 제일 좋아서….”

“자랑 좀 해 봐요. 어떻길래.”

“음… 일단, 구, 굵고….”

그가 꿈꾸듯 중얼거렸다.

“기분 좋은 곳만 골라서… 쑤셔주거든요. 그럼 전 얼른 씨를 받고 싶어서 물을 줄줄 흘려버려요. 들어오기만 해도 너무 좋아서….”

“속궁합이 좋은가 봐요. 얼른 아기가 생겨야 할 텐데.”

“그러게요.”

걱정하는 목소리들에 하진은 감격한 얼굴을 했다. 이젠 정말로 임신을 간절히 바란다고 완전히 믿게 된 모습이었다. 벅찬 하진이 무의식중에 팔로 가슴 쪽을 감싸자, 또다시 질문이 들려왔다.

“가슴에서 젖 나오는 것도 상상 임신 증상이라던데.”

“우와. 정말 그게 가능해요?”

“규빈 씨는 몰랐구나. 너무 아기가 갖고 싶어서 몸이 임신했다고 착각하는 거지. 좀 힘들긴 할 거예요. 아무 때나 젖이 질질 흐르니까.”

“…….”

그런가. 그랬지, 참. 그게 아니면… 젖꼭지에서 무언가 나올 리 없으니까. 하진은 아까부터 살짝 물을 흘려 촉촉해진 젖꼭지 부분을 의식하다가 이내 완벽히 납득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선오가 젖을 잘 빨아줘서 그렇게 힘들지는….”

“차 팀장님이 그런 건 또 다정하시구나.”

“네에. 어제도 소파에서 젖꼭지가 퉁퉁 부을 때까지 빨아줬거든요. 덕분에 또 흥분해 버렸지만….”

“두 분 정말 보기 좋아요.”

“그럼 하진 씨, 지금도 안에 좆물 담고 있어요?”

질문을 들은 하진은 습관처럼 뒷구멍을 조여보았다. 은연중에 차선오와의 섹스를 되짚으며 수줍게 웃고 있던 그의 얼굴이, 천천히 굳었다. 안이 빡빡했다.

“어… 아니요.”

“세상에, 어쩌다가요.”

하진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어쩌다 비었지? 항상 안이 축축하게 젖어 있어야 하는데.

“얼른 가서 떡 치고 오지 그래요. 차 팀장님 안에 계실 텐데.”

“듬뿍 싸달라고 졸라봐요. 하진 씨한테 그것보다 중요한 게 어딨다고.”

최면에 걸린 팀원들이 제멋대로 지껄인 말에 하진의 마음이 덩달아 급해졌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었다. 어째서 동료들에게 차나 타주면서 한가롭게 시간을 보낸 걸까? 너무 아기가 갖고 싶어서 가슴에서 젖물이 나올 정도인데.

“…그래야겠어요. 저, 지금 바로 다녀와도 될까요?”

“그렇게 해요.”

하진은 더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나 저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도 많으니.

“정 힘들면, 보지 만드는 것도 생각해 보고요.”

“네?”

“차 팀장님이라면 기꺼이 그렇게 해줄 거예요. 하진 씨가 잘 말해 봐요.”

“…아, 네, 네에. 우선은 섹스하러 다녀오겠습니다.”

마지막 암시와 함께 그가 떠밀리듯 팀장실로 향했다. 아… 얼른 임신해야 하는데. 뒤가 비어 있다니 어떻게 이런 걸 잊을 수가. 머릿속엔 오로지 그런 생각만이 가득했다.

하진은 완전히 잠식되었다. 짧은 사이에 다수에게 세뇌당한 나머지, 과거의 차선오가 흘리듯 새겨 넣은 조각조각의 말들이 수십 배나 큰 위력으로 그를 묶고, 짓눌렀다. 도저히 의심할 수 없을 만큼.

똑똑. 그가 초조하게 입술을 핥으며 팀장실 문을 두드렸다.

“팀장님.”

바로 열리지 않자 하진의 마음은 조금 더 불안해졌다.

“팀장… 서, 선오야.”

고작 몇 초의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도 꼭 오피스텔에 홀로 남겨졌을 때처럼 하진은 어쩔 줄 몰라 했다. 참지 못한 그가 다시 문을 두드리려 할 때.

달칵. 문이 열리고 차선오가 나타났다.

“왔어?”

그가 태연히 입을 열었다. 달뜬 하진의 얼굴을 보고도 놀란 척도 하지 않았다.

“미안. 바쁘지? 내가 좀 급해서….”

“무슨 일이야. 일단 들어올래?”

차선오가 어서 들어오라는 듯 문을 활짝 열었다. 팀장실 내부가 다 보일 정도였다.

눈에 익은 의자를 보자마자 거기서 손가락으로 박히던 때가 떠올랐다. 책상 위에서 허벅지를 한껏 벌리고 뒤를 빨리던 순간도.

그러니까… 그게 다 임신하려고 그랬던 거구나. 왜 깜빡하고 있었지. 하진은 차선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들어가 문을 닫고 말할 수도 있었지만 여유가 없어 곧장 묻고 말았다.

“나… 뒷보지에 한 번만 빨리 싸줄 수 있을까? 지금 바로.”

하진이 울먹이려 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차선오가 눈으로 웃었다.

“갑자기 왜 그래. 천천히 말해 봐.”

“나 이, 임신해야 하잖아. 그런데 뒤가 비니까 불안해서…. 바쁘면 내가 빨아줄게. 밑에서 구멍 벌리고 알아서 잘 받을 테니까….”

“얘기 잘 듣고 왔구나.”

커다란 손이 그의 머리를 쓸어내렸다.

“그래. 얼른 임신해야지.”

“그러니까 빨리….”

“그러니까, 다신 아무한테나 음료 갖다 주고 그러지 마.”

“…….”

끙끙대며 채근하던 하진이 입을 다물었다.

“하진이 네가 그럴 여유가 어딨어? 앞으로 회사에선 나랑 붙어먹을 생각만 해. 알았지?”

“응, 응.”

정말로 급한 모양인지 하진은 고개까지 끄덕이며 긍정했다. 벌써 허리를 움찔거리며 몸을 은근히 붙여오는 게 정액을 받지 못해 안달 난 사람처럼 보였다. 차선오는 손을 내밀었다.

“들어와. 나 안 바빠.”

“응. 얼른 싸줘. 최대한 빨리…. 내가 자지 세워줄게.”

“됐어. 바빠도 그렇겐 안 해. 내가 해주면 모를까.”

임신하려면 안까지 축축하게 스며야 하잖아. 보지가 충분히 벌어져야지. 그가 기분 좋게 웃으며 덧붙였다. 손은 이미 하진의 바지를 벗기고 있었다.

“흐응….”

문이 닫히기도 전에 헐거운 바지가 발목까지 내려갔다. 새하얀 작스트랩 팬티를 간신히 걸친 하진의 엉덩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허리 밴드와 다리를 넣는 고리로만 이루어진 그것은 사실상 속옷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몇 개의 끈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이미 온갖 란제리에 익숙해진 하진은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차선오의 손이 말랑한 둔부를 떡처럼 주물렀다.

“마침 넣기 좋게 입었네.”

귓가에 숨결이 닿자 하진이 동의하듯 그의 품에 감겨들었다. 손의 움직임은 급했다. 허리 아래로 내려간 하진의 양손이 차선오의 바지 지퍼에 닿았다. 도드라진 윤곽에 가슴이 빠르게 뛰었다.

“으응, 빨리….”

“여기 조금만 빨고.”

차선오는 하진을 문 쪽으로 밀어두고 그 아래에 기꺼이 무릎을 꿇었다.

“잘 받을 수 있게 풀어줄 테니까. 응? 하진아.”

바지가 더러워지는 건 안중에도 없었다. 그저 시야 가득 보이는 희고 보송보송한 엉덩이를 좌우로 넓게 벌리는 데만 집중했다.

“아, 흐읏.”

쫙 벌어진 살집 사이로 조그만 구멍이 드러나자 거기서 분내가 풍기는 것만 같았다. 그 위로 혀가 닿기 무섭게 하진은 자지러졌다.

“가, 간지러… 흐응….”

차선오는 빡빡한 겉 부분을 마치 아이스크림 핥듯 혀끝으로 문질렀다. 맞닿는 족족 주름이 경련하듯 움찔거리며 자지를 졸랐다.

애태우듯 구멍 겉을 쪽쪽 빨기만 하는 게 반복되니 견디기 힘들었다. 하진은 스스로 허벅지를 더 벌리며 상체를 완전히 문에 맞붙였다.

당장은 얼른 정액을 받아 임신하고 싶다는 충동이 가장 강했다. 그렇지만 민감하게 열이 오르는 구멍을 빨아주는 감촉에도 점점 빠져들었다. 좀 더 넓어진 틈으로 차선오의 콧대와 입술이 맞물리고, 뾰족하게 모인 혀끝이 구멍 가장자리를 핥다 끝내 안으로 삽입되었다.

“하… 앗, 으응…!”

보드라운 살덩이가 안까지 침입하자 기어이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달콤한 희열이 차올랐다. 하진이 엉덩이를 쭉 빼고 차선오의 얼굴에 구멍을 비볐다. 그가 쾌감에 못 이겨 움직일 때마다 닫힌 문과 철제 문고리가 흔들리며 덜컹거리는 소리를 냈다.

차선오는 하진의 구멍을 축축해지도록 빨면서, 밖에 있는 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가늠했다. 사무실에 손을 써둔 건 회의실 사건이 일어난 직후였다. 머릿속에 입력된 프로세스에 따라 앵무새처럼 하진에게 암시를 읊어댔을 그들은, 사실상 생각이란 걸 할 수 없을 터였다.

하진이 팀장실의 경계를 넘어오기 직전, 최면을 풀어주는 게 더 재밌었을까. 격렬하게 흔들리는 문을 보며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장면을 상상케 하는 것도 좋았겠지.

하지만 다시 생각하니 그건 최선이 아니었다. 하진의 입술 새로 흘러나오는 교성. 고막을 황홀하게 적시는 그 소리는, 제가 아닌 그 누구에게도 나눠주고 싶지 않았다.

“아, 아직 멀었어…?”

안까지 스며든 타액으로 구멍이 꽤나 녹진하게 풀리고 나니, 하진은 더 적극적으로 그에게 삽입을 요구했다.

“이제, 흐, 흐응, 축축한데… 충분히… 받을 수 있어.”

그가 엉덩이를 살랑대며 말했다. 핥아주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곧바로 굵고 커다란 좆을 밀어 넣길 바랐다. 듬뿍 싸주길 원했다. 일단 안이 정액으로 축축하게 젖어야만, 이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가실 것 같아서….

그러던 도중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게 보지였다면, 이렇게 안 빨아도 될 텐데. 언제든 자지를 받을 수 있게 항상 안이고 밖이고 촉촉하게 젖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진은 그 덫과 같은 상상에 사로잡혔다.

정 힘들면 보지 만드는 것도 생각해 보라는 말이 떠올랐다. 선오에게 말하면 만들어 줄 거라고도 했지. 그건 무슨 의미일까. 정말일까…? 정말 보지를….

“…흣!”

그때 뒤에서 나온 손이 하진의 성기를 쥐었다.

발기하지 않았을 때의 성기만 간신히 가리는 작은 주머니 위로, 크게 부푼 귀두가 부끄럽게 솟아 있었다. 차선오는 계속해서 뒤를 적셔주면서 동시에 둥글고 빳빳한 하진의 귀두를 손바닥으로 문질렀다.

“자지가 너무 서서 밖까지 나왔네.”

“하아, 거, 거기서 그렇게 말하면… 으으응, 흡….”

두 다리로 선 채 앞뒤로 자극당하니 하진은 곧 무너질 것처럼 허벅지를 발발 떨었다. 그게 얼굴로 느껴질 정도였다. 차선오는 조금 웃으며 쥐어짜듯 귀두를 세게 움켜쥐었다. 손안에서 점점 빳빳해지는 감촉을 즐기며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말하면, 기분 좋다는 거지?”

“흐, 흐아…!”

가뜩이나 민감해진 구멍에 더운 숨이 훅 퍼지자, 하진은 이내 사정하고 말았다. 차선오는 그제야 얼굴을 뗐다. 흠결 하나 없이 매끄러운 이목구비 위로 욕망이 잔뜩 돋아 있었다. 그는 마치 스스로 액을 흘린 것처럼 촉촉해진 구멍 위에다 하진이 흘린 정액을 펴 발랐다.

“이거론 임신 안 하니까 걱정하지 말고.”

“읏, 으응….”

“이제 다 벌어졌네. 넣어도 되겠다, 하진아.”

차선오가 무릎을 세워 일어섰다. 이미 바짝 선 좆은 지퍼를 내리기 무겁게 퉁겨 나와 당장이라도 하진의 뒤를 찢어 놓을 듯 흉흉하게 꺼떡거렸다. 그 거대한 기둥을 내놓고도 차선오는 태연히 하진의 허리를 안았다.

“얼굴 보면서 할까?”

그건 제안이 아니라 결정이었다. 하진은 자연스럽게 몸을 돌려 차선오를 마주 보았다. 사정 직후여서 그런지 보기 좋게 열이 오른 얼굴 위로 어딘가 골몰하는 낌새가 느껴졌다. 뭐 때문에 저런 심각한 표정인지. 차선오는 짐작 가는 바가 있었으나 굳이 먼저 묻지 않았다.

“여기 팔 올려봐. 응, 더 꽉.”

“아, 잠깐…!”

대신 하진이 딴생각하는 틈을 타 그의 몸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음탕한 속옷을 장식처럼 걸친 통통한 엉덩이를 단단하게 받치면서 등을 문에 기대게 했다. 자유를 잃은 하진이 두 팔로 차선오의 어깨를 감싸며 언뜻 겁먹은 눈을 했다. 하지만 찰나였다. 부푼 기둥을 위아래로 몇 번 훑던 차선오가 선단을 그대로 구멍에 찔러 넣었다.

“읏, 으으… 응!”

공중에 들린 자세가 무서웠는지, 구멍의 조임이 평소보다 강했다. 그래도 충분히 핥아 놓은 덕에 뿌리까지 수월히 박혔다. 서로가 틈 없이 맞물렸다.

“하라는 일은 안 하고 떡이나 쳐서 어떡해.”

하진은 엉덩이 사이로 느껴지는 열감과 이물감에 흐느끼며 차선오의 목을 더 꽉 끌어안았다. 떨어지지 않으려면 그 방법뿐이었다. 덕분에 타의로 몸이 위아래로 흔들릴 때마다 마치 꿰뚫리는 듯한 쾌감에 사로잡혀야 했다.

“인턴이 시시때때로 발정이 나서, 한 번만 빨리 싸달라고 하질 않나.”

“흐앗… 흐으, 괜찮, 아. 앗. 깊어….”

“괜찮아? 응?”

“으응, 이게 제일, 중요하니까… 임신하는 게, 아, 아! 응!”

불덩어리가 아래에 찔러 박히는 것처럼 하진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입으로는 착실하게 자신의 목적을 말했다.

“후으… 그래, 맞아. 얼른 아기 가져야 하는데.”

“흐응, 응!”

“잘 받아먹어, 하진아. 착하게 꼭꼭 씹어 삼켜서.”

“응, 조, 좋아… 얼른 줘, 듬뿍, 아, 앗.”

커다란 손이 하진의 엉덩이를 꽉 당겨 안았다. 여린 내벽이 벌어지자 그 상태로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하진은 공중에 달랑거리는 종아리로 차선오의 허리를 껴안았다. 밀착된 접합부가 서로 경련하듯 부르르 떨렸다.

“흐으… 으, 응…!”

이윽고 내벽이 젖어 들었다.

드, 들어와…. 그 선연한 감각에 하진은 입을 헤벌렸다. 아, 안에다 싸주고 있어. 이제 임신할 수 있어…. 목표를 달성한 만족감은 그 무엇과도 비교 불가했다. 전율에 젖어 있던 하진의 몸에서 긴장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싸 줘서 고맙… 흡, 흐아…!”

방금 사정한 좆이 아래로 쑥 빠지더니 다시 끝까지 콱 밀려 들어왔다. 오히려 아까보다 더 커진 느낌이었다. 그 반동으로 등이 다시 문에 부딪혔다. 하진의 양 발가락이 한꺼번에 곱아들었다.

“으으응, 읏!”

“더 먹을 수 있으면서.”

다시 몸이 위아래로 흔들렸다. 접합부에서 젖은 소리가 난잡하게 퍼졌다. 심지어 사정이 끝난 것도 아닌지 구멍 안을 헤집는 성기가 안으로 들어박힐 때마다 그 끝에서 계속 정액이 샜다.

“구멍이 이렇게 깊어서… 배가 터지도록 싸도 모자랄 거야. 그렇지?”

하진은 무의식적으로 그걸 흘리지 않으려 구멍에 한껏 힘을 주었다. 그러나 삽입이 워낙 거칠어 연결된 좆 기둥을 타고 삼키지 못한 정액이 질질 흘렀고, 바닥까지 뚝뚝 떨어졌다.

“안 돼애, 안…. 앗, 흐앗, 너무 빨라서, 응!”

“하아, 나도 좋아.”

“좋… 으응, 그런데 자꾸 떨어져서, 흐으아….”

밖으로 흐르는 정액마저 아깝다는 듯 하진이 진저리쳤다. 그의 벌어진 엉덩이 사이는 마치 크림이라도 묻은 것처럼 흰 거품이 자글거렸다. 어떻게든 흘리지 않으려고 내벽을 조일수록, 성난 기둥을 꽉꽉 씹으면서 서로의 성감을 끌어 올렸다.

철퍽철퍽 살 부딪히는 소리와 문이 삐걱대는 소음이 한 데 엉켜 팀장실 전체에 울렸다. 하진은 이제 공중에 붕 떴다는 자각도 없이 스스로 허리를 돌렸다. 더 듬뿍 싸달라고 온몸으로 졸라댔다.

“헤프게 줄줄 싸면 임신 못 하는데 어쩌지.”

“그건… 읏, 흐아아.”

“자지는 이렇게 잘 물면서.”

안 흘릴 테니 더 넣어달라고 할 만했지만, 아까와는 달리 자신이 없었다. 이번에도 안에 싸자마자 움직이면 영락없이 흘리고 말 게 뻔했다. 불안해하는 하진의 얼굴을 본 차선오는 슬쩍 물었다.

“넣고 움직이지 말까? 그럼 안 흘릴 수 있어?”

“으응, 응. 해, 해볼게.”

“바짝 잘 조여야 해. 오래 머금고 있게 도와줄 테니까.”

하진은 말도 못 하고 고개만 겨우 빠르게 끄덕였다. 순한 낯 위로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차선오는 흥분한 와중에도 그 모습이 보기 좋아 웃고 말았다.

내벽이 끈적하게 조여들었다. 오물대는 느낌이 꼭 성기를 안으로 더 깊이 빨아들이는 느낌이었다. 그가 다시 하진을 꽉 끌어안고, 턱을 핥았다. 정액이 쏟아졌다. 좁고 뜨거운 구멍 안쪽. 아주 깊이까지.

“끄, 끄으, 아….”

하진의 턱이 덜덜 떨렸다. 젖는 느낌이 아까보다 더 강렬했다. 배에 올라붙은 하진의 귀두에서도 다시금 묽은 정액이 힘없이 흘렀다. 차선오는 그걸 빨아먹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면서 하진의 엉덩이를 다시 고쳐 안았다.

“읏, 아앙!”

그 흔들림에 하진은 교성을 내질렀다. 애써 담고 있는 정액이 흐를까 봐 그런 건지, 아니면 기분 좋은 부위가 찔려 그런 건지는 모호했다. 차선오는 하진의 따뜻하고 축축한 구멍에 계속해서 성기를 흠씬 찔러 넣은 채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덜컹댈 때마다 자연히 성기가 들락거렸으나 하진이 힘껏 힘을 준 덕에 삽입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마침내 의자까지 다가가 앉으니, 하진이 얽었던 종아리를 풀며 끅끅거렸다. 분명 구멍 안쪽이며 밖이며 전부 간지러워 참기 어려울 텐데. 용케 그때까지 정액이 흐르지 않았다. 가장자리에 질척하게 남은 흰 거품은 아까 흘린 찌꺼기였다.

“잘했네. 이제 뺄까?”

“아, 안 돼. 또 흐르면…!”

“계속 이러고 있을 수는 없잖아.”

“흐, 흐윽, 그럼 어떡해. 너무, 읍….”

하진은 정말 빼는 게 무서운지 몸을 더 바짝 낮추고 매달렸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차선오의 일을 방해하는 건 아닌지 걱정하기 시작했다. 저는 그 어떤 일보다 임신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해도, 그는 아닐 테니까….

젖은 눈을 꽉 감고 고민하던 하진은 한 가지 방법을 떠올렸다.

“구멍… 막아주면 안 돼?”

“뭐?”

“잘 담고 있게… 다른 거 꽂아주면….”

차선오가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전동칫솔로도 구멍을 쑤셔대더니, 기구에 눈을 뜬 게 아닌가 우려스러웠다.

“글쎄, 난 다른 거 들어가는 거 싫은데.”

“…….”

제 혀나 손가락, 좆이 아닌 다른 게 하진의 좁고 뜨거운 구멍에 들어가는 건 그다지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하진의 풀 죽은 표정을 보고 있으려니… 뭔가 떠올랐다. 그가 책상 위로 손을 뻗어 펜꽂이를 가볍게 헤집었다.

“그럼 이거라도 꽂아줄 테니까.”

그가 고른 건 손가락 하나 길이 정도 되는 은색의 레이저 펜이었다. 아주 굵진 않지만 겉이 매끄러워 다칠 위험이 적었다.

“자기 전까지 빼지 말고 있는 거야. 할 수 있겠어?”

“응…! 좋아. 하, 할 수 있어.”

물건을 확인한 하진은 큰 고민 없이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안을 적신 정액이 금방이라도 흐를까 봐, 오로지 그걸 걱정하느라 정신없는 눈치였다.

“자기 전까지라고 했어, 하진아. 약속한 거지?”

“약속해….”

“내가 허락하기 전까지 계속 물고 있어야 해.”

차선오가 살짝 웃으며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이제 얼른 넣어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가 아직도 팽팽한 성기를 천천히 빼냈다. 대신 잔뜩 오므라든 구멍을 살짝 벌려 레이저 펜을 박아 넣었다. 젖은 소리가 났다.

“읏….”

딱딱하고 차가운 게 들어가니 하진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면서도 더 이상 흘릴 우려가 없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꼭 임신하면 좋겠다. 하진이 네가 이렇게 원하니까.”

“으응… 정말….”

유순하게 아랫배에 손을 올린 하진에게 차선오가 다시금 암시를 새겨 넣었다. 하진은 거부 반응 없이 순순히 동의했다. 하지만 정작 머릿속엔 다시 아까 한 고민이 떠올랐다.

보지를 만들면 더 임신하기 쉬울 거라는 말이었다. 한번 생긴 호기심을 떨쳐내는 건 불가능했다. 물론 그 역시 차선오가 놓은 덫이었다.

“선오야, 있지….”

망설이던 하진이 쌕쌕거리던 숨을 고르며 말했다. 그 사이 차선오는 손수건을 꺼내 하진의 젖은 아래를 정성껏 닦아주고 있었다.

“보, 보지가 있으면… 더 임신하기 쉬울까? 이런 거 안 해도….”

부드럽게 움직이던 손이 멎었다. 공교롭게도 마침 그의 손수건은 하진의 보들보들하고 연한 회음부에 닿아 있었다.

그가 하진을 마주 보았다. 그리고 상냥하게 물었다.

“보지가 생기면 좋겠어?”

꼭 날씨나 저녁 메뉴 따위를 묻듯. 별거 아니라는 투로.

“그냥, 조금 궁금해졌어…. 네가 할 수 있다고 해서…. 그럼 서로 좋잖아….”

손수건이 다시 움직였다.

“감동이네. 그런 생각을 다 하고.”

한참을 문질러 흘린 액체들을 전부 닦아내고도, 그는 집요하리만큼 꼼꼼하게 하진의 성기와 구멍 사이의 좁은 부위를 훑어주었다. 하진은 여전히 마개처럼 펜을 꽂아 놓은 구멍을 한껏 조이면서도 그게 간지럽고 이상해서 허벅지를 안으로 모았다 풀기를 반복했다.

“이번에도 아기가 안 생기면 만들어 줄게.”

“읏… 저, 정말…?”

“그래. 아마 잘 어울릴 거야.”

차선오가 쏟아 넣는 말들은 절대적이었다. 하진은 늘 그렇듯 조금의 의심도 없이 그의 꾐에 넘어갔다. 입가에 살포시 떠오른 미소가 그 증거였다.

*

최면에 걸린 하진이 나긋하고 감미롭다면, 맨정신의 하진은 그 반대였다.

잔뜩 경계하고 낯설어하는 모습. 그러면서도 이미 몸이 길들어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 그 괴리에서 오는 사랑스러움을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 구경하는 맛이란, 황홀하고도 중독적이었다.

섹스 도중에 하진의 두 모습을 취하는 것도 즐거웠으나 오늘은 아주 조금 더, 깊이까지 내려가 볼 생각이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오피스텔 앞에 도착했다. 유려한 손끝이 익숙하게 키패드 비밀번호를 눌렀다. 차선오는 문을 열기 직전, 하진에게 눈길을 던졌다. 사뭇 의미심장한 시선이었다.

손이 문고리를 당겼다. 하진은 예의 그 익숙한 어둠 속으로 선뜻 걸어 들어갔다. 문이 닫혔다. 그러나 정신은 열렸다.

“여기가 어디….”

잠에서 막 깨어난 것처럼 몽롱한 눈을 바로 뜬 하진이 혼잣말했다.

“…집?”

“응, 집이야. 우리 집.”

상냥한 동창으로 돌아간 차선오가 하진의 어깨를 가볍게 쥐었다 놓고서 먼저 구두를 벗고 안으로 들어섰다. 벽에 달린 스위치를 한 번 누르자 차례로 내부가 밝아졌다.

하진의 머릿속도 서서히 또렷해졌다. 밑그림에 색이 물드는 것처럼.

“깜빡 졸았나? 어떻게 온 건지….”

“그래. 너 계속 자다 깨다 하더라. 조수석에서.”

차선오는 지나가는 말로 대답했다. 사실 돌아오는 내내 조수석에 앉은 하진의 셔츠 단추를 풀어두고 젖이 뭉친 유두를 세심히 만져주었다. 덕분에 젖어버린 시트와 하진의 몸을 닦느라 꽤 시간이 걸렸지만, 모두 그 혼자 아는 비밀이었다. 적어도 지금은.

“그, 그랬어? 그거 되게 매너 없는 행동인데.”

“난 그만큼 내가 편해진 줄 알았지.”

“아하하… 하.”

민망하게 웃으며 따라 들어서던 하진의 얼굴이 아주 천천히 굳어갔다. 한 줌 의심 없이 해사하던 낯에 가장 먼저 미소가 사라지고, 얼굴색이 차츰 하얗게 질려갔다.

“…….”

곧 식은땀이라도 흘릴 듯한 하진을 차선오가 느긋하게 지켜보았다.

“왜. 아직은 불편하다고 티 내는 거야? 서운하다. 저녁 직접 해주려고 장까지 봐온 사람한테.”

하진이 떨리는 눈으로 앞을 보았다. 시야가 꼭 희게 물드는 느낌이었다.

“그, 흣, 그게… 아니라….”

멀찍이서 어서 안 들어오고 뭐 하냐는 듯 장 봐온 봉투를 흔들어 보이는 차선오가 보였다. 아니, 실은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진은 다급히 아랫배에 손을 올렸다.

이물감이 느껴졌다. 그것도 아주 생소하고 소름 끼치는 이물감이었다. 하체를 움직일 때마다 짧고 뭉툭한 기둥이 민감한 어딘가를 찌르고 헤집는, 불쾌한 감각이었다.

“배가 아파?”

“…괜찮….”

“내가 좀 봐줘? 문질러 줄까?”

몇 걸음 걷자마자 더는 움직이지 못하는 하진을 향해 차선오는 걱정스레 물었다. 말과 달리 입가에는 모호한 미소가 걸려 있었으나 하진에겐 그걸 볼 정신이 없었다.

“됐어. 화, 화장실 좀 가야겠다….”

“걷기 힘들어 보이는데. 이마에 식은땀 나.”

“아니… 흐, 흐으.”

“이리 와. 부축이라도 해줄게.”

봉투를 내려놓은 차선오가 단숨에 다가가 다시 어깨를 감쌌다. 거부 반응 없이 얌전히 안겨드는 건, 필시 이 품이 익숙하단 증거였다. 차선오는 거의 걷지 못하는 하진을 친절히 화장실 안까지 옮겨주고 문도 닫아주었다.

고작 레이저 펜 하나에 흥분한 하진의 모습을 눈앞에서 보지 못하는 건 아쉬웠지만 괜찮았다. 어차피 오늘 밤은 길었다.

*

“좀 나아졌어?”

하진은 금방이라도 탈진할 것 같은 모습으로 주춤거리며 화장실에서 나왔다. 가뜩이나 색소 옅은 얼굴이 이제 하얗다 못해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그는 떨리는 손을 등 뒤로 감추면서 부엌을 확인했다. 맛있는 냄새가 났다.

“저녁 준비 다 했어. 앉아.”

요리를 마무리하던 차선오가 속마음을 읽은 것처럼 넌지시 말했다. 식탁 위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식기들이 보였다. 하진은 힘없이 말했다.

“어쩌지…. 나 밥 생각 없는데.”

“무슨 소리야. 너 먹으라고 한 건데. 낮에 좋아하는 거 물어보니까 신나서 얘기까지 했으면서.”

“…….”

“설마 기억 안 나?”

전혀 기억에 없었다. 낮이라면 회사였을 텐데…. 둘만 따로 얘기한 적이 있었나? 얼핏 탕비실에서 그를 본 장면이 떠오르긴 했다.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조금도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래도 의아했다. 거짓말인가? 하지만 이런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는데.

“어… 어, 기억나.”

“장난친 거야? 진짜 잊은 줄 알고 서운할 뻔했어.”

하진은 씩 웃고 있는 차선오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다시 발을 디디니 확실해졌다. 아까 느낀 이물감은 조금도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노골적이고 짙어졌다. 난처할 만큼.

“거기 앉아.”

메뉴는 다진 소고기와 송이버섯, 죽순이 올라간 덮밥이었다. 전부 하진이 좋아하는 재료인 데다가, 척 보기에도 맛깔스러웠다. 하진은 쭈뼛대며 차선오가 가리킨 자리에 앉으려다 불현듯 이유 모를 위화감에 사로잡혔다.

“자, 잠깐만.”

“응.”

“나… 여기 앉아?”

그는 물어보면서도 이유를 명확히 알지 못했다. 하지만….

“여기 말고… 네 옆에 앉고 싶은데.”

어쩐지 마주 보는 자리가 아니라 그와 나란히 앉아야 할 것 같았다. 아니, 반드시 그렇게 해야 했다. 하진은 대답을 듣기도 전에 부지런히 그릇과 수저를 옮기려 했다. 그러나 차선오의 말에 그대로 움직임을 멈추었다.

“오늘은 거기 앉아.”

그 말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왜?”

하진은 미간을 찡그리며 되물었다. 차선오는 빙긋 웃고 있었다. 그 얼굴에 더 답답해져서 서둘러 덧붙였다.

“내 자리 거기잖아. 너랑 나란히 앉아야….”

“하진아. 이리 오려는 이유가 뭔데?”

“뭐? 그야 당연히….”

차선오가 묻자 까맣게 죽어 있던 머릿속에 어떤 목소리가 떠올랐다. ‘내 옆에 앉으라고’. ‘만지기 좋게’.

하진의 입은 꼭 그 목소리를 흉내 내듯 대답했다.

“마, 만지기 좋아야 하니까 그렇지.”

…내가 뭐라 한 거지? 하진은 뒤늦게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나 이미 변명할 수 없을 만큼 확신에 차 대답한 뒤였다.

“만진다고?”

“그게….”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방금 떠오른 목소리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하진의 눈동자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마구 흔들렸다.

“오늘은 네가 좀 양보해, 하진아.”

“…….”

“얼굴 보면서 밥 먹고 싶거든.”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면서 차선오는 자신의 덮밥 그릇도 마저 내려놓았다. 앉지 않고 뭐하냐는 눈빛이 스치자, 하진의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도망가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두 사람은 식탁에 마주 보고 앉았다. 이 집에 들어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읏.”

곤란한 일은 또 이어졌다. 서 있을 때도 간신히 버텼는데 의자 위에 앉으니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 배 속의, 정확히는 엉덩이 사이의 이물감이 더 선명해졌다.

도대체 뭐 때문인지 욕실에 들어가 확인하려 했지만 아무 소득도 없었다. 어서 바지 안으로 손을 넣어 만져 보거나, 아니면 아예 바지를 벗어버리려고 한참을 끙끙댔으나 하진은 둘 중 어떤 것도 하지 못했다.

할 수 있는 건 한정적이었다. 그저 무언가 삽입된 엉덩이를 조심스럽게 움직여 보거나 뒤를 조이는 것뿐. 물건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함이었으나, 오래 반복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럴수록 이물감보다도 어떤 뜨거운 열기 같은 게 무섭도록 하체에 몰려든 탓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하진이 가장 궁금한 건 그거였다. 그러나 실마리를 풀고 싶어도 고장 난 전등처럼 깜빡대는 정신이 문제였다. 기억이 나지 않았다. 분명 이런 건 스스로 밀어 넣었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데…. 대체 언제, 왜.

설마….

하진은 차선오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언제나처럼 흐트러짐 없이 단정한 모습이었다. 깔끔히 떨어지는 셔츠의 어깨선. 굵고 남자다운 목선. 직접 요리해서 밥상을 차려줄 정도로 다정다감한 성격과 다시 만났을 때 순간 놀랐을 만큼 완벽한 이목구비까지.

그를 동경하는 마음이 음심으로 변한 거라면. 그래서 내가 모르는 사이에 이런 취향을 갖게 된 거라면.

“왜 그렇게 봐?”

“…….”

하진이 아랫입술을 꾹 물었다. 내가 차선오를 만지고 싶어 한다고…?

“무슨 생각을 하길래 얼굴이 그래.”

도저히 식사할 자신이 없었다. 얼굴이 뜨거웠다. 이대로 있다간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를 것만 같았다. 하진은 의자에 완전히 닿지 않도록 둔부를 살짝 띄웠다. 흐읏…. 그가 후들거리는 다리를 똑바로 세우면서 말했다.

“나 아무래도 안 되겠….”

“어딜 가려고.”

하지만 돌아온 건 답지 않게 차가운 목소리였다. 순간 사지가 묶인 것처럼 팔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찰나, 다시 온기 어린 설명이 덧붙여졌다.

“식기 전에 먹어야지, 하진아.”

“…….”

“제대로 앉아.”

그가 말하는 순간,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하진은 그대로 의자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흣!”

아래에 박혀 있던 무언가가 깊게 들어와 안쪽의 은밀한 지점을 정확히 뭉갰다. 기분 좋은 부위가 비벼지자 하진은 마치 사정할 때처럼 입을 헤벌리고 부들부들 떨었다.

“하으… 흐….”

구멍 안이 정체불명의 액체로 축축했다. 그래서 더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제게서 떨어질 줄 모르는 차선오의 시선 때문에, 그걸 인지할 때마다 아래가 움찔거렸다. 꼭… 주인이라도 만난 것처럼.

정말일까. 정말 차선오 때문에 이런 성욕을 느끼는 걸까. 점점 깊숙하게 들어오는 이물질과 함께 하진의 의심이 짙어졌다.

정작 차선오는 흥분과 혼란에 휩싸여 어쩔 줄 모르는 하진의 모습을 즐겁게 구경했다.

“많이 아파?”

그가 하진의 한쪽 손을 제 쪽으로 당겨 덮듯이 감쌌다.

“손을 너무 떠네.”

“흐… 아니, 그, 그게….”

그는 느긋하게 턱을 괴었다. 평소처럼 옆에 두지 않고 마주 보고 앉은 보람이 있었다. 자신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어디가 간지럽고 곤란한지 한마디도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는 하진의 모습이 애틋할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그럼?”

갇힌 손등이 부드러웠다. 그가 웃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

“기분 좋은 건가.”

“응, 기분 좋….”

순순히 그렇게 말하려던 하진이 놀라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는 중대한 비밀을 발설한 사람처럼 큰 눈을 마구 깜빡이며 변명거리를 찾았다. 허리는 쉼 없이 달싹이면서.

“괜찮아. 나도 그래.”

차선오는 이제 대놓고 그의 손을 쓸어 만지기 시작했다.

“하아….”

“나도 좋다고, 하진아. 이렇게 하루 종일 같이 있는 게 얼마나 고맙고 좋은지, 넌 모를 거야.”

그가 슬며시 눈을 내리깔았다. 상황과 맞지 않는 우수 어린 표정이 순식간에 드리워졌다.

“내가 얘기했던가? 나 졸업식 이후로 12년 동안 아무도 안 만난 거.”

“…….”

“연애도 안 했고 섹스도 안 했어. 너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 하겠더라. 어떻게 들릴지 모르지만 혼자 꽤 힘들었어.”

무슨… 소리지. 하진은 갑자기 들이닥친 폭탄선언에 좀처럼 맥락을 파악하지 못했다. 다만 붙잡힌 손목의 맥박이 무서울 정도로 쿵쿵 뛰었다.

“그래서 난 지금이 좋아, 진심으로.”

“…….”

선뜻 대답할 용기가 나지 않을 만큼 진중한 목소리였다. 하진은 홀린 것처럼 그를 빤히 보았다.

“가끔 그런 생각도 해. 너도 같은 마음이길 바라는 건 욕심일까, 하고.”

마치 어느 청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쓸쓸해 보이는 차선오의 모습이 필름처럼 찍혀 머릿속에 새겨졌다. 하진은 이 순간을 오래 기억하게 되리라고 확신했다.

몇 초의 침묵 뒤로 차선오가 가볍게 픽 웃고선 턱짓했다.

“괜한 소릴 했나 보다.”

“…나는….”

“얼른 먹고 쉬어. 내가 쉬게 해줄게.”

“어, 어. 너도 얼른… 먹어.”

겨우 그 분위기에서 빠져나온 하진이 허겁지겁 덮밥을 크게 떠서 입에 밀어 넣었다. 아무리 상황이 안 좋아도 저런 절절한 고백을 듣고 나니 직접 만들어 준 밥을 거절할 순 없었다. 다행히도 아래의 쾌감은 어느새 몸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스며 있었다.

우물거리며 밥알을 음미하던 하진이 살풋 미간을 찡그렸다.

“맛이 좀….”

“이상해?”

이상하겠지. 수면제를 가득 탔으니까.

차선오는 뒷말을 감추면서 조심스럽게 그의 대답을 기다리는 척했다.

“아, 아니야. 맛있어.”

그러나 어서 밥을 다 먹어야만 쉴 수 있다는 조건에 사로잡힌 하진은 더 빠르게 숟가락을 놀렸다. 앞도 제대로 못 보고 고개를 숙인 자세 때문에, 새빨개진 귀 끝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안에 넣은 펜이 다시 전립선을 찌른 게 분명했다.

“흐….”

차선오는 그대로 하진을 당겨 안아 모조리 핥아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눈물을 펑펑 쏟기 시작하면 그것도 물론. 그는 입맛을 다시면서 깨끗한 제 몫의 덮밥을 뒤적거렸다.

“힘들지, 하진아.”

“…….”

“조금만 참아. 금방 편안해질 거야.”

그가 가면처럼 꾸며진 얼굴 뒤로 타일렀다. 그로부터 정확히 20분 후. 하진은 깊은 무의식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

“반도 못 먹었는데 약발이 잘 받네.”

차선오는 먹다 만 덮밥을 흘끗 확인하고 하진의 몸에 손을 올렸다.

밀려드는 졸음을 숨기려 한 흔적이 역력했다. 이리저리 자세를 바꾸던 하진은 결국 식탁에 엎드린 자세로 완전히 잠들어버렸다. 가로로 겹친 팔에 볼이 짓눌려 말랑한 살이 떡처럼 비어져 나왔다. 그 아래 살짝 벌어진 입술이며 열 오른 눈꺼풀, 귀 끝을 한참 만지작거렸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는 잠든 하진을 일으켜 가뿐히 안아 올렸다. 마치 아기를 안듯이, 늘어진 몸을 소중하게 당겨 안고 욕실로 향했다.

욕조에 물을 받는 차선오의 얼굴은 지극히 평화로웠다. 그러나 숨겨지지 않는 광기가 이따금씩 겉으로 새어 나와 입꼬리와 눈동자에 맺혔다가 사라지곤 했다.

수온은 적당했다. 하진은 수건을 깔아둔 바닥에 욕조를 등지고 앉은 채 편안히 잠들어 있었다. 차선오는 다시 그에게 다가가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자기 전, 그러니까 잠을 허락하기 전까지 뒤에 박힌 마개를 뺄 수 없다는 암시 때문에 하진이 손 하나 까딱 못 했던 바지와 속옷도 그는 손쉽게 끌어 내렸다.

맨몸이 된 하진이 조금 몸을 떨었다. 순간 깨어났나 싶었지만 잠시뿐이었다. 밥을 반만 먹은 게 문제일까. 모자란 수면제를 마저 먹여야 할까 고민하던 차선오는 이내 그만두기로 했다. 하진은 여전히 깊이 잠들어 있었고, 무의식중에 감각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다면 그게 오히려 더 좋았다. 제 손에 반응하는 하진은 언제나 사랑스러웠다.

그가 하진의 무릎을 세워 벌리고, 엉덩이 아래로 손을 넣었다. 구멍은 제법 축축했다. 겉을 살살 만져 봤지만 하진은 아무 반항 없이 얌전히 벽에 기대어 있을 뿐이었다. 차선오는 그 얼굴을 바라보면서 손가락 두 개를 다물린 구멍 사이로 쑥 밀어 넣었다.

“으… 응.”

내내 고른 숨소리만 들려주던 하진이 처음으로 희미한 신음을 흘렸다. 두 눈은 여전히 감겨 있었고, 습기를 머금어 평소보다 더 길고 촘촘해 보이는 속눈썹이 그림자를 만들었다. 손가락이 더 깊이 파고들었다. 제법 거친 움직임이었다. 곧 딱딱한 금속성의 물건이 짧게 깎인 손톱과 부딪히며 소리를 냈다.

은빛 펜은 얌전히 구멍에 박혀 있었다. 손수 밀어 넣어줬을 때보다 한참이나 더 안쪽까지 들어간 걸 보면, 식사 도중 엉덩이를 달싹거릴 때마다 조금씩 더 깊이 박혀 든 모양이었다.

차선오는 깨끗한 맨정신으로 생소한 쾌감에 젖어 허리를 비트는 하진을 다시금 회상했다. 그 순결하고도 헤픈 모습이 무척이나 자극적이었다. 치미는 갈증을 참지 못한 그가 펜을 거칠게 빼냈다.

“흐, 우으….”

이번엔 소리와 함께 엉덩이가 부르르 떨렸다. 세워둔 무릎이 꺾이며 무너지려 해서 다시 바로잡았다. 아예 아래가 잘 보이도록 둔부를 붙잡아 쑥 당겼다. 마개가 사라진 구멍이 보였다. 꽉 다물리지 않고 억지로 벌어졌던 모양 그대로 벌름대며 안쪽의 속살을 내보였다. 몇 시간이나 정액을 담고 있어 흥건하게 젖은, 보드라운 속살이었다.

레이저 펜이 욕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떨어졌다. 차선오는 내내 자신의 정액을 머금고 있어서 축축하고 말랑말랑하게 풀린 하진의 구멍 가장자리를 둥글게 훑어냈다. 음탕한 소리가 났다. 끈적한 액을 머금은 연한 살점이 다치지 않도록, 그는 손에 힘을 빼고 살살 어루만졌다. 그러자 벌어진 틈새로 희뿌연 정액이 꿀렁꿀렁 흘러나와 깔고 앉은 수건을 더럽혔다.

“잘 삼키라고 했더니….”

그가 끈적하고 하얀 분비물을 보며 중얼거렸다.

“임신 못하겠네. 우리 하진이.”

한 번 나오기 시작한 정액은 만지는 족족 계속해서 조금씩 흘러나왔다. 차선오는 조금 더 힘주어 손가락을 쑤셔 넣고 내벽을 긁기 시작했다. 안은 무척이나 뜨거웠다. 그가 잘 아는 지점을 손끝으로 짓눌렀다. 우응, 흐…. 간지러운 델 만져주니 기쁜 건지, 하진이 칭얼거리는 소리를 내며 미간을 구겼다.

“하아.”

차선오는 참지 못하고 몸을 낮추어 곧바로 하진에게 키스했다. 단내가 났다. 입술을 물고 빨면서 동시에 아래를 긁으니 위와 아래가 동시에 흥건히 젖었다.

그는 혀를 내어 이미 살짝 벌어진 하진의 입술 사이를 더 벌려 놓고 본격적으로 안을 탐했다. 삼키지 못한 침이 턱으로 줄줄 흘러내리자 차선오는 그것도 전부 빨고 삼키며 하진의 입술을 마음껏 유린했다.

점점 짙어지는 흥분 속에서 그가 하진의 혀를 강하게 휘감았다. 목울대가 왈칵 진동했다. 마치 하진이 잠에서 깨어 스스로 키스에 응하는 느낌이었다. 그는 그 뜨겁고 좁은 하진의 목구멍 깊숙이 좆을 쑤셔 박고 싶은 충동을 느끼면서, 천천히 입술을 뗐다. 힘 풀린 하진의 혀가 마중 나오듯 살짝 밖으로 비어져 나왔다.

수건에 묻어난 정액의 양이 꽤 많았다. 차선오는 다시금 손가락을 크게 휘돌려 안을 전부 긁어낸 게 맞는지 확인하고, 깨끗한 수건으로 아래를 닦아주었다.

목과 어깨, 겨드랑이와 배에 연신 키스하고서 확인하니 하진의 좆이 어느새 팽팽하게 서 있었다. 앞은 전혀 만지지 않았는데도 발기한 걸 보면, 영락없이 후장 섹스에 길들여진 몸이었다. 피가 몰린 귀두를 흘끗 확인하니 사정도 어렵지 않아 보였다.

비릿한 정액 냄새가 가득 풍겼다. 차선오는 하진을 조심스럽게 욕조 안에 눕히고, 거품이 묻은 스펀지로 온몸을 부드럽게 문질렀다. 하얗고 군데군데 붉은 몸은 쉽게 손안에 감겨왔다. 어디 하나 다치거나 부딪히지 않게 행동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했다. 자신의 옷이 엉망으로 젖는 건 안중에도 없었다.

하진의 전신에 비누 향기가 나도록 꼼꼼하게 씻긴 후, 그는 욕조 밑바닥으로 손을 넣어 다시 구멍 안을 충분히 비워주었다. 일부러 추삽질하듯 앞뒤로 흔들며 자극하니, 하진은 곧 물속에서 몸을 바르르 떨며 사정했다.

“흐으으….”

불투명한 흰 덩어리가 수면 위를 둥둥 떠다녔다. 차선오는 계속 움찔대며 여운에 빠진 하진에게 다시 한참을 키스했다. 입술이 퉁퉁 부어오를 지경이 되어서야 그는 목욕을 마무리했다. 하진의 구멍이 완전히 비었는지, 그 아래의 회음부가 깨끗한지 확인하는 것이 마지막 절차였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몸을 다시 품에 안았다. 그때쯤 차선오의 옷가지는 완전히 젖어 있었다. 셔츠만 입은 상체는 피부색과 근육의 윤곽이 다 비칠 정도였고, 몸에 철썩 달라붙은 바지 역시 팽팽하게 발기한 성기와 그 아래 고환의 실루엣까지 드러냈다.

두 사람이 걷는 궤적을 따라 물방울이 남았다. 그는 하진의 젖은 앞머리를 세심히 넘겨주고, 그를 침대 위에 눕혔다. 조심성 없이 아무렇게나 흐트러진 팔다리를 하나씩 붙잡아 커다란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주고, 가장 중요한 음부도 부드럽게 훑어냈다. 사정한 뒤로 축 늘어져 있던 하진의 성기가 다시 반쯤 일어선 게 보였다.

그가 몸을 일으켜 옷을 하나둘 벗었다. 시선은 잠든 하진에게서 조금도 떼지 않았다. 이 침대에서 잠든 하진을 수없이 안았는데. 새삼 기꺼운 기분이 들었다. 언젠간 하진이 오로지 자신의 의지만으로 사랑한다 말하지 않을까? 오늘 그 가능성을 조금 엿본 게 생각보다 더 벅찼다.

나체가 된 차선오는 제 몸의 물기를 성의 없이 슥 닦고선 다시 하진에게 다가갔다. 무방비한 다리를 V자 형태로 넓게 벌려 그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공중에 뜬 종아리를 한쪽씩 어깨에 걸쳐 놓고 비누 냄새가 나는 보송보송한 구멍을 다시 손가락으로 후비니 하진의 좆이 꺼떡거리는 게 확연히 보였다. 안을 꾹꾹 누를 때마다 더 부풀어 움찔움찔 떨리는 게 눈을 즐겁게 했다. 차선오는 그대로 상체를 숙이고 하진의 것을 빨기 시작했다.

“으… 읏, 응….”

다시 하진이 울먹이듯 신음했다. 뒤로는 구멍을 푹푹 쑤시면서 앞으로는 넓고 힘 있는 혀끝으로 귀두와 그 아래를 마구 핥아 올렸다. 하진은 요도 주변을 빨아주는 것도 좋아했다. 입술을 모아 귀두 전체를 감싸고 혀로 그 조그마한 구멍을 집요하게 핥으니, 뒷구멍이 경련하듯 움찔움찔 떨렸다.

손가락을 씹어대듯 마구 벌렁거리는 구멍은 그야말로 보지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진짜 보지는 아니지만. 그가 좀 더 손목을 돌리며 안을 충분히 만져주었다. 동시에 요도 주변을 흡입하듯 쪽 빨아올리니, 이내 그 끝에서 묽은 정액이 흥건하게 샜다.

자면서 이렇게까지 잘 느낄 수 있을까. 차선오는 하진이 싸지른 정액을 그대로 달게 삼키고는 젖은 선단을 꼼꼼히 핥고 입을 뗐다. 얼굴은 여전히 다리 사이에 파묻은 채 그가 시선만 위로 올렸다.

그런데 아래로 아무렇게나 떨어져 있던 하진의 팔이 아까와 다른 각도로 꺾여 있었다. 한쪽 손은 입가를 애매하게 가렸고, 무엇보다 반대쪽 손이 닿을 법한 위치의 시트가 회오리 모양으로 약간 구겨진 게 보였다.

“하진아.”

“…….”

차선오가 그를 불렀다. 대답은 없었다. 하진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모양이 예쁜 눈썹을 살짝 구길 뿐이었다.

이번에도 무의식중에 움직인 건가. 하지만 그간 잠든 하진과 섹스할 때는 이 정도로 반응을 보이지 않았기에, 어딘가 이상하긴 했다.

규칙적으로 오르내리는 가슴과 잘게 떨리는 손끝을 보던 차선오는 이내 다시 입술을 미끄러뜨렸다. 부드럽고 열감이 느껴지는 구멍을 혀로 꾹 누르니 놀랄 만큼 쉽게 입구가 열렸다. 자제력이 떨어져 아래에 피가 몰렸다. 그는 조심스레 만지고 빨아주던 좀 전까지와 달리, 추잡하고 게걸스럽게 하진의 구멍을 핥았다.

난잡한 침 소리가 울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하진이 허리를 들썩거렸다. 공중으로 튀어 오른 몸에 입술이 떨어지자, 차선오는 하진의 둔부를 피하지 못하게 단단히 붙잡고 다시 빨았다. 얼굴 앞에 헤프게 벌어진 구멍의 속살이 연신 빠끔거리며 입술에 달라붙었다.

“응, 읏!”

이번엔 정말 깬 것처럼 소리를 냈다. 어깨에 걸쳐둔 다리도 곧 미끄러질 것처럼 크게 떨렸다.

아, 도저히….

차선오는 하진의 하체를 들어 올려 구멍이 천장을 향하도록 했다. 워낙 아침마다 근육통으로 괴로워하기에 불편한 자세는 피하는 편인데, 지금 상황에선 어쩔 수 없었다. 만약 하진이 잠에서 깬다면 그 충격에 젖은 얼굴과 똑바로 마주하고 싶었다.

이제 구멍과 자지, 그리고 하진의 얼굴까지 한눈에 보였다. 차선오는 다시 구멍 위를 약하게 잘근거리며 아프지 않게 씹고, 빨아주다가 서서히 그 위로 입술을 옮겼다.

연하고 매끈한 회음부.

“후….”

아직은 아무것도 없는 그곳에, 보지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하진 스스로 궁금하다고, 그 목소리로 말했다.

“어디가 좋을까.”

차선오는 그 좁은 부위에 손끝을 세워 짧은 선을 슥 그었다. 동그랗게 벌어지는 뒷구멍과 달리, 보지는 세로로 긴 막대기 형태에 가까웠다.

지난번에도 생각했지만 남성의 신체 구조상 하진의 회음부에는 보지를 만들만한 자리가 충분치 않았다. 기껏 해 봐야 평소엔 늘어진 자지에 가려 거의 보이지 않고, 자지를 꼿꼿하게 세워 놓고 다리를 한껏 벌려야만 겨우 보일만 한 정도의 작은 보지가 될 것 같았다.

그가 몸을 일으켜 이미 끝이 젖은 자신의 좆을 하진의 다리 사이에 문질렀다. 녹녹하게 풀린 구멍이 얼른 넣어달라는 것처럼 벌름거렸으나, 그는 아무것도 없는 미끈한 회음부에 대고 귀두를 비볐다.

“하아… 하.”

보지를 쑤시듯 선단을 딱 붙인 채로 정신없이 허리를 앞뒤로 쳐올리고 찍어 눌렀다. 들어갈 구멍이 없어 하진의 몸이 뒤로 푹푹 밀리거나 좆이 미끄러지길 반복했지만, 그가 느끼는 희열은 그 어느 때보다 강했다.

“하진아, 하아, 윽…!”

이윽고 차선오의 자지 끝에서 끈적한 정액이 튀었다. 흥건하게 묻어난 흰 액체는 정확히 회음부 위에 모여 있다가 아래로 미끄러졌다.

어서 진짜 보지를 만들고, 흘리지 않도록 안에 꼼꼼히 밀어 넣어주고 싶었다. 하진 역시, 분명 그걸 바랄 테니까. 그러면 더는 벗어날 수 없게 될 테니까.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아프지는 않을 거야. 조금 간지러울 뿐.

차선오는 결심과 함께 하진을 바로 눕히고, 온몸이 맞붙도록 강하게 끌어안았다. 보지 생기는 거 축하해. 차선오의 목소리에 이번에도 하진은 아무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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