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화 (7/16)

7.

“하, 하으….”

문이 닫히자마자 하진은 벽으로 밀쳐졌다. 오래 참아온 차선오가 위험하게 미소 지으며 그런 하진의 옷을 차근차근 벗기기 시작했다. 애초에 미약하던 반항도 서서히 의지를 잃어갔다.

“젖 냄새 엄청 난다, 하진아.”

“아, 아아….”

“이렇게 꽁꽁 싸맸는데도 냄새가 나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

가디건과 셔츠, 바지와 속옷까지. 마치 허물이 벗겨지듯 걸치고 있던 모든 것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진은 고작 하얀 양말만 신은 모습으로 벽에 기대어 음탕하게 할딱거렸다.

“아까 한 말들. 나 평생 안 잊을 거야.”

“흐응, 흣, 얼른.”

차선오는 빙긋 웃으면서 위태롭게 달랑거리는 밴드 위에 손을 댔다.

“이거 떼줄게.”

“으흥… 응.”

확실히 그새 물을 더 흘린 건지, 아까 도로 붙여놨을 때보다 훨씬 흐물흐물하고 접착력이 약해진 모습이었다. 겹겹이 붙은 게 조금만 당기면 그대로 한꺼번에 떨어질 듯 보였으나, 어쩐지 그러기엔 아쉬웠다.

차선오는 하진의 뺨에 입을 맞추고서, 가장 겉에 있는 밴드 하나부터 따로 긁어대기 시작했다.

“하, 아아, 앗….”

하진은 즉시 반응했다. 내세운 의도는 밴드를 떼어내는 것이지만, 그 행위가 동시에 엄청난 자극으로 다가왔다.

차선오는 울먹이는 하진의 귓가를 핥으면서 기어코 하나를 분리해 살살 떼어내기 시작했다.

“흐, 윽, 이상, 이상해애….”

아래의 나머지까지 다 뜯기지 않도록 일부러 세심하게 손을 놀리며 당겼더니, 예상대로 그 아래에 바짝 선 유두와 흥건하게 젖은 주변의 살이 함께 딸려 올라왔다.

가만히만 있어도 물이 질질 샐 것처럼 민감해진 가슴 전체가 앞으로 바짝 당겨졌다. 그 느낌이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좋았다. 하진은 실금이라도 할 것 같은 쾌감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신음했다.

“아프진 않지?”

“으응, 흡, 빨, 빨리… 아흑.”

“너무 많아서 한참 걸리겠는데. 그러게 왜 이렇게 많이 붙였어. 어차피 다 젖을 거.”

“흐… 아….”

하진의 눈에서 방울방울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순전히 과도한 쾌락 때문이었다. 차선오는 느긋하게 손을 움직여 계속해서 다음 밴드를 뜯었다. 하필이면 길쭉한 기본형 밴드여서, 끝을 긁었을 뿐인데 오돌토돌하게 솟아오른 분홍빛 유륜을 함께 자극하는 상황이었다. 하으…. 하진도 곧장 알아챘는지 아까보다 더 긴장하며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살짝살짝 딸려 올라오는 유륜이 무척 탐스러운 색을 띠고 있었다. 겉이 젖어 미끄러웠다. 아슬아슬한 분위기 속에서 하진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차선오는 잠시 웃다가 아무런 예고 없이 밴드를 강하게 잡아 뜯었다.

“아으응…!”

그러자 흐물흐물한 네모 모양의 밴드 주변으로 약간의 젖물이 팍 튀어 올랐다. 의도치 않게 접착 면이 착유 도구로 쓰이게 된 셈이었다. 그 광경이 상상 이상으로 야해서, 차선오는 참지 못하고 같은 짓을 몇 번 더 반복했다.

“흐… 흐으… 읍, 흑.”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땐 어느새 손등에 자그마한 흰 방울이 잔뜩 튀어 있었다. 하진은 몇 번이나 젖물을 흘려 젖어버린 맨 가슴을 잔뜩 내민 채로, 소리도 못 내고 바들바들 떨었다.

“하진아. 후우, 그냥 한 번에 뜯을까?”

“흐윽, 응, 흡.”

계속 울먹이던 하진은 기다렸단 듯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양말만 신은 그의 발치에는 흐물흐물하게 젖은 밴드 몇 개가 아무렇게나 떨어져 있었다.

“흘릴까 봐 아깝긴 한데.”

“흐….”

“도와달라고 말해 봐. 그럼 해줄게.”

차선오가 재촉하듯 엄지 끝을 세웠다. 그러고는 하진의 양쪽 젖꼭지 위에 끈질기게 붙어 있는 남은 밴드를 다시 살살 긁어댔다.

“도, 도와줘….”

“어떻게? 제대로 말해야지.”

일부러 힘을 주지 않고 계속 같은 행위를 반복하자, 마치 유두를 튕기고 간질이는 것 같은 자극이 이어졌다.

“모, 몰라. 제발… 가, 가슴이 너무 간지러워… 흐윽.”

하진은 미칠 것만 같았다. 당장 그 손에 대고 가슴을 마구 비비고 싶은 충동이 솟구쳐 도저히 다른 생각은 할 수가 없었다.

“제발… 어떻게든 해줘. 아, 안에 있는 거 전부… 흐윽, 응…!”

툭, 툭, 엄한 부위만 헛돌던 손가락이 마침내 끝을 제대로 잡고 밴드를 뜯어내기 시작했다. 찌익. 찌이익.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흐르는 젖물의 양이 점점 많아졌다. 안에 고인 게 얼마나 많았던지, 마지막 밴드가 떨어져 나갈 때는 희고 가느다란 물줄기가 기어이 몸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릴 정도였다.

“하아… 앗… 하으, 응, 흣….”

힘없이 쏟아지는 젖물만큼이나 하진의 입에서도 곧 넘어갈 듯한 교성이 터져 나왔다. 흘러나온 모유로 온통 젖어버린 하진의 가슴이 비로소 완전히 드러났다.

퉁퉁 부어 분홍빛으로 짓무른 유두와 살짝 봉긋해진 가슴 전체가 마치 꿀이라도 발라 놓은 것처럼 반질반질했다. 모든 것이 흥건했다. 단단히 밀봉한 봉투를 뜯은 듯 달고 비릿한 젖 냄새가 물씬 풍겨 후각을 어지럽혔다.

“하아, 젖은 것 좀 봐.”

“흐… 으….”

하진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어깨만 겨우 벽에 기대 가슴을 잔뜩 내민 자세로 무작정 앞을 더듬거렸다. 곧 차선오의 양손을 찾아낸 하진이, 그의 손을 끌어다가 자신의 가슴 위에 가져다 댔다.

“더, 더 해 줘….”

“손으로 만져 주면 좋겠어?”

“응, 거기 좋아… 하아, 앗.”

차선오는 하진이 옮겨 놓은 그대로 양 손가락을 넓게 펼쳤다. 미지근하게 데워진 촉촉한 피부 위로 마디마디가 미끄러졌다.

“살짝만 대도 흐를 것 같아, 하진아.”

“세게… 세게 해줘. 아프게… 흐으.”

그가 가슴 전체를 움켜쥐고 천천히 문지르기 시작하자 잠시 고여 있던 젖물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하진은 겨우 참고 있던 아릿한 진통과 그보다 몇 배나 더 큰 쾌락에 신음을 터뜨렸다.

“으… 응! 아…!”

주체할 수 없게 된 차선오가 욕을 짓씹으며 손아귀에 힘을 주어 격렬하게 하진의 가슴을 마사지했다. 정확히 유두 끝에서, 흰 물줄기가 왈칵왈칵 터져 나왔다. 차선오는 손목을 타고 흐르는 하진의 젖물을 핥아 올리며 그대로 키스했다.

엉키는 입술 사이에서 단 냄새가 진동했다. 하진은 자신이 무엇을 빨고 있는지도 정확히 모르면서 혀에 비벼지는 모든 것을 허겁지겁 핥고 삼켰다.

입속의 살덩이는 부드럽기만 한데 가슴을 움켜쥔 손은 그렇지 않았다. 없는 살집을 끌어모아 손아귀 가득 쥐고 가슴 전체를 크게 주물렀다가, 엄지와 검지만을 이용해 유두를 튕기고 꾹 짓누르기도 했다.

하진이 혼자 서툴게 만져 보려 할 때와는 달랐다. 약한 근육통처럼 뭉친 부위가 뻐근하기도 하고, 고집스레 붙어 있던 밴드 아래 땡땡 부어오른 유두가 얼얼하기도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하으… 응, 흐응….”

차선오의 손가락이 가슴을 문지를 때마다 정신이 나갈 것처럼 좋았다. 오래 참아온 젖몸살이 가시는 느낌. 하진은 정말 임신한 것도 아니면서 평생 겪어본 적 없는 감각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강하게 만지면 만질수록 중독처럼 그 느낌에만 빠져들었다. 강제로 주입된 약물 때문이라는 건 그에게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했다. 또한 그걸 해소해주는 대상자가 그의 정신을 지배하는 차선오여서, 젖물이 흐를 때마다 오로지 쾌락만이 도드라졌다.

하진은 질척한 소리를 내며 자신의 모유가 묻은 혀를 핥다가, 할딱이는 숨을 토해내며 말했다.

“하으… 자꾸 머, 뭐가 흘러어.”

간질간질한 유두에서 질금거리며 물이 샜다. 가만히만 있어도 단단하게 선 젖꼭지가 스스로 경련하며 하얀 액을 흘리는 느낌이었다. 진동기라도 달아 놓은 듯이 저릿저릿한 느낌이 멈추지 않자, 이미 팽팽하던 하진의 성기도 점점 한계까지 발기했다.

“네가 물이 좀 많잖아.”

차선오는 자신의 손가락 사이로 가느다랗게 흘러내리는 젖물을 보며 다독이듯 말했다.

“여기 온 첫날에도 가슴이 이렇게 젖어 있었는데.”

“으응… 조, 좋아….”

그가 손바닥에 좀 더 힘을 실었다. 마치 즙 많은 과육 덩어리를 한 손 가득 쥐고 꽉 짜내는 느낌 같았다. 혹은 묽은 크림이 가득 든 보들보들한 빵을 으깨는 느낌과도 비슷할까. 하진의 유두는 계속 음탕한 액을 흘려댔다. 이제 움킨 손등 위에도 희끄무레한 막이 생길 정도였다.

“기억해? 흰 티셔츠 위로 여길 발딱 세우고 있었잖아. 방에서 몰래 꼬집기나 하고.”

“아흑, 읍.”

차선오가 입꼬리를 올리며, 손끝으로 부어오른 돌기를 강하게 잡아당겼다.

“그날부터 기다렸던 거지? 이렇게 내가 만져주기만을.”

“흐… 아, 아응. 맞아….”

하진이 입을 헤벌린 채 힘겹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두 눈에 깃든 것은 분명 무조건적인 순종이었다. 아무리 봐도 예뻐해 주고 싶은 얼굴이었다. 차선오는 진심으로 하진에게 평생에 걸쳐 모든 걸 안겨주고 싶었다. 제가 그은 선 밖으로 나가지만 않는다면.

“하진아.”

축축해진 손으로 하진의 말간 뺨을 만지작거리던 차선오가 중얼거렸다.

“들어가자, 우리.”

그가 나긋하게 제안하며 하진의 몸을 돌려 뒤에서부터 끌어안았다. 젖물이 흘러내려 미끌미끌하게 젖은 배를 쓸어 올리며 가슴 주위를 살살 어루만지자, 진작 힘이 풀린 하진이 흐응, 흥, 하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자연스럽게 머리를 그에게 기대왔다. 긍정이었다.

발치에 아무렇게나 벗겨진 하진의 옷가지를 내버려 둔 채, 두 사람은 마치 춤을 추듯 몸을 겹친 자세로 안방으로 움직였다.

“앗, 선오… 흐, 앗.”

뒤꿈치가 아슬아슬하게 들린 하진의 발이 한 번씩 미끄러지며 차선오의 발등 위를 밟았다. 정확히는 엉덩이 사이에 무언가 의도적으로 비벼질 때마다 그랬다. 몇 번쯤 실수를 봐주던 차선오는 아예 자신의 발등 위에 발바닥이 포개지도록 하진을 살짝 들고는 부드럽게 데워진 그의 몸을 안으로 이끌었다.

“하… 으으응, 너무….”

그렇게 안방에 도착했을 때, 하진은 스스로 안달이 나서 엉덩이를 움찔거리며 조일 지경이었다. 뒤에 닿는 차선오의 것은 비록 여전히 바지 안에 갇혀 있었으나, 그게 무색할 만큼 딱딱하고 뜨거웠다.

민감한 가슴이 한참 만져진 탓에 욕심이 난 하진이 아닌 척 은근히 삽입을 졸랐다. 그러나 그는 그 행위를 즐기듯 특별히 반응하지 않으면서 촉촉한 가슴과 배만 부드럽게 쓸어 올렸다.

“저기 좀 봐.”

곧바로 침대 위로 움직이려던 그가 문득 시야에 걸린 거울을 향해 턱짓했다. 흐리멍덩하게 풀린 하진의 눈이 그의 지시에 따라 천천히 앞을 보았다.

“…….”

텅 비어 있는 화장대는 아래에 달린 서랍에 하진의 란제리를 보관하는 용도로만 사용하고 있었다. 그 위에 달린 거울이 두 사람을 비추었다. 얼룩 하나 없이 깨끗하고 커다란 반원형의 거울이었다.

하진은 하얗고 반들반들 윤이 나는 나신으로 차선오의 품 안에 갇히듯 안겨 있었다. 그가 자신의 가슴을 옭아맨 단단한 팔과 커다란 손을 몽롱하게 보았다. 흘러나온 젖물로 흥건한 가슴이 점차 또렷이 시야에 잡혔다.

“아… 내 여기….”

허벅지 근처를 배회하던 하진의 손이 서서히 올라와 차선오의 손등 위로 겹쳐졌다.

“흐읏, 가슴이 너무….”

“너무 예뻐.”

살짝 봉긋해 보이는 가슴의 가운데는 흰 물기로 뒤덮여 있었다. 손가락 사이로 얼핏 보이는 돌기는 그토록 부어 전보다 두 배 가까이 커졌는데도, 쏟아낸 젖물에 가려 형체가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짧은 사이 얼마나 만지고 꼬집었는지 주변과 아래가 엉망이었다.

예쁜가…? 음탕해 보이는 건 맞았지만, 예쁘다는 표현엔 곧바로 동의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선오가 그렇다고 하니까…. 하진은 조금 혼란스러워 눈도 깜빡이지 못하고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뜯어보았다. 그걸 지켜보던 차선오가 턱을 낮춰 속삭였다.

“물이 많아서 좋아. 가슴으로 싸는 거 진짜 야하고 예뻐, 하진아.”

“저, 정말 이게 다… 나한테서 나온 거야?”

“안 믿기는구나.”

조금 웃은 그가 검지와 중지를 벌려 그사이에 젖은 유두를 끼웠다. 하진은 피하지 않고 얌전히 가슴을 대주었다.

“잘 봐. 어떻게 흐르는지.”

벌어진 손가락 틈이 서서히 조여들면서 둥근 젖꼭지가 길쭉하게 짓눌리자, 곧 멎었던 젖이 다시 톡 터져 나왔다.

“흐… 아, 아흐….”

터진 것은 금세 아래로 힘없이 흘러내렸다. 뽀얀 색깔에 너무 묽지도 되직하지도 않은 그 액체는 분명 젖이 맞았다. 하진은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그 과정을 전부 지켜보았다. 안쪽에 고인 것이 차선오의 부드러운 손길을 따라 얼마나 헤프게 흐르는지, 가슴과 배를 어떻게 적시는지, 똑똑히 보았다.

“흐, 흐으… 앗, 이, 이상해.”

그 모습에 신기해하던 것도 잠시. 조금 남았다고 생각했던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고 그 자리를 옅은 오르가즘이 채우기 시작했다. 감당할 수 없는 감각에 피하려고 했지만, 그가 뒤늦게 몸을 움직이려 했을 땐 이미 무방비한 상체 전체를 차선오에게 내어준 뒤였다.

“아, 선오, 잠, 으응…! 흡!”

“쉬이, 움직이면 다쳐.”

하진은 흐릿해진 눈동자로 발발 떨며 기뻐했다. 젖을 짜내는 차선오의 손이 교묘히 모양을 바꾸었다. 엄지와 중지가 유두를 꼬집듯 바짝 당기고, 두 손가락 사이에서 힘이 들어간 검지가 가장 민감하게 튀어오른 돌기의 한가운데를 찌르듯 강하게 긁었다.

“흐아앙…!”

검지가 닿기 무섭게 마치 작은 분수처럼 사방으로 하얀 액이 튀었다. 하진이 자지러지며 끊어질 듯한 신음을 내질렀다.

“하앗, 아, 흐, 흘러어, 아흐, 으응…!”

손가락이 닿을 때마다 발끝에서부터 주체할 수 없는 쾌감이 솟구쳤다. 이제 차선오의 손은 물론이고 하진의 어깨와 배까지 흰 방울이 튀어 맺혀 있었다. 양쪽 젖꼭지에서 젖물이 튈 때마다 하진은 어찌할 줄을 모르고 상체 전부를 크게 움찔거렸다. 수치심과 쾌감에 젖은 얼굴이 복숭아처럼 붉었다.

“하아, 대체 얼마나 젖이 많은 거야, 하진아.”

“흐, 흐으….”

“이 정도면 움직일 때마다 안에서 찰랑거렸을 텐데, 어떻게 참았어. 응?”

이미 꽤 많은 양을 짜냈는데도 멈추긴커녕 점점 농도 진한 모유가 줄줄 흘렀다. 비린 듯하면서도 고소한 냄새가 거울 앞에 잔뜩 퍼졌다. 그게 싫을 리 없는 차선오가 하진을 아예 화장대 위로 올려 앉혔다. 그 약간의 움직임에도 가슴에서 왈칵 새 젖물이 흘렀다.

“흐윽, 흑… 어떡해….”

“하루 종일 짜야 할 것 같은데, 그럴까? 어때?”

그가 벌어진 하진의 허벅지 사이로 자연스럽게 몸을 들이면서 말했다. 두 손은 보란 듯이 흰 막이 생긴 축축한 배를 쓸어 올리고 있었다. 찰박거리는 소리가 났다. 하진이 부끄러워하기 충분했다.

“미, 미안해. 내가 물이 너무 많, 흐으응, 많아서.”

“이럴 바엔 착유기를 하나 살까 봐.”

“…뭐…?”

차선오가 슬쩍 말을 흘리자 하진의 뿌연 머릿속에 가슴에다 이상한 기계를 단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사실 실제로 착유기 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 형태는 두루뭉술했지만, 상상만으로도 무섭고 이상했다.

딱딱하고 차갑고, 아플 것 같은데…. 다시 가슴을 만지작거리는 차선오의 손이 따뜻하고 기분 좋아서 더욱 거부감이 들었다. 그가 소심하게 고개를 저으며 싫다고 말하려는데 차선오가 다정한 목소리로 선수를 쳤다.

“퇴근하고 같이 사러 가는 게 좋겠지. 점원한테 하진이 네가 쓸 거라 말해야 하니까.”

“시, 싫….”

“말로만 해선 못 믿을 텐데 직접 보여줄 수 있겠어? 이렇게 살짝만 스쳐도, 야한 걸 줄줄 흘린다고.”

“하으으… 아니야, 흣.”

말로는 아니라 하지만 실제로 민감해질 대로 민감해진 유두에선 아주 살짝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젖물이 울컥울컥 흘러나왔다. 하진의 얼굴이 점점 울상이 됐다.

생각할수록 겁이 났다. 하진은 차선오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게다가 그의 손이 아닌, 기계가 닿는 건 정말이지 싫었다. 그런 속도 모르고 계속해서 딴소리를 하는 차선오가 야속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니야?”

차선오는 이번에도 조금 겁을 주었다고 얼어버린 하진을 웃으며 내려다보았다.

“그럼 이렇게 젖은 건 뭔데, 하진아.”

“그, 그게 아니라….”

하진은 다시 제 가슴을 어루만지는 차선오의 손길에 흐느끼며 말했다.

“기계 같은 거 싫어. 그런 거 안 할래…. 난 네가 직접 해주는 것만 좋으니까….”

“욕심도 부릴 줄 알고.”

의도한 반응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럼 손 말고, 뭐가 좋을까.”

그가 하진의 등허리를 한 손으로 살살 매만졌다. 그러자 힘없이 내려앉았던 상체가 자연스럽게 세워지며 젖은 가슴이 위로 솟아오르는 자세가 됐다. 빨기 좋은 각도였다.

“흐응….”

이젠 시선만 닿아도 느끼는 것처럼, 하진은 수줍어하면서도 발딱 선 젖꼭지를 차선오에게 내보였다.

“빨면, 아프겠지?”

차선오는 이미 몇 번이나 그렇게 했으면서 마치 처음 시도하는 것처럼 하진의 의중을 떠보았다. 이어질 행위를 알아차린 하진의 얼굴에 은근한 기대감이 번졌다.

“그… 아프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가 기어드는 목소리로 살짝 말했다. 차선오의 말을 듣는 순간 욕심이 났다. 사실 손으로 만질 때도 그렇게나 좋은데 입으로 빨아주면 얼마나 황홀할지, 생각만으로도 온몸이 간지러웠다.

“흐음.”

차선오는 상태를 살피는 것처럼 고개를 내려 도톰한 유두 위를 유심히 살폈다. 하필이면 그 입술에서 새는 숨이 젖은 돌기를 건드려서, 하진은 그것만으로 더욱 꼿꼿하게 긴장했다. 마음 같아선 허리를 더 세워 모른 척 차선오의 잘생긴 입술에 가슴을 비비고 싶었다. 그럼 싫어하려나…?

“아냐, 안 되겠다.”

하진이 고민하는 사이, 차선오가 불쑥 얼굴을 물리며 제안을 거두어갔다.

“왜, 왜…?”

“잘못해서 씹기라도 하면 어떡해. 그럼 큰일이잖아.”

탐욕스럽게 웃고 있는 입술을 보지 못한 하진은, 눈앞에서 놓쳐버린 새로운 쾌감에 조바심이 나서 우는 소리를 흘렸다.

“그치만 그것도 괜찮, 흐, 앗…!”

하진이 조르는 것처럼 벌어진 허벅지를 움찔거리며 모으자, 그 사이에 선 차선오의 허리가 확 가까이 당겨졌다.

“정말 씹어도 상관없어?”

화장대에 올려진 뒤로 자꾸 들썩거리며 자세를 바꾸는 바람에 하진의 엉덩이는 어느새 까딱하면 떨어질 것처럼 가장자리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었다. 덕분에 이젠 맞붙은 차선오의 몸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진이 코알라 같은 자세로 그에게 매달려 종아리를 얽자 은밀한 아래에 딱딱한 게 닿았다.

“하으으….”

“빨기 시작하면 못 멈출 것 같아서 그래.”

유혹 같은 말에 희미한 이성마저 날아갈 것 같았다.

“해, 해줘….”

참지 못한 하진이 결국 입을 열었다.

“가슴, 빨아줘. 그렇게 해줘, 선오야… 제발….”

하진이 흐느끼며 매달렸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차선오는 져주는 것처럼 한숨을 내쉬며 다시 허리를 낮추었다.

목과 쇄골, 어깨에 점을 찍듯 가볍게 키스하며 내려간 그가 마침내 하진의 왼쪽 유두를 입술로 살짝 물었다.

“아, 아흡.”

미끄럽고 연약한 살점이었다. 그걸 단지 힘 뺀 입술 끝으로만 뭉개듯 건드렸을 뿐인데 벌써부터 달콤한 맛이 점막 안으로 스몄다.

“흐으! 읏.”

차선오가 가슴에 입술을 붙인 채로 일부러 소리 내어 물었다.

“이 정도면 괜찮아? 아프진 않고?”

웃음이 섞일 때마다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하진은 참을 수 없는 간지러움에 할딱거리면서 겨우 대꾸했다.

“괜찮, 하아, 좋아… 얼른….”

“이렇게 더 내밀어 봐. 진작 빨아줄 걸 그랬네.”

“하으응….”

하진은 그가 시키는 대로 더 적극적으로 그에게 달라붙었다. 확실히 손가락으로 꼬집을 때와 말랑한 입술이 닿을 때의 느낌은 차원이 달랐다. 훨씬 섬세하고 또 직접적인 접촉에 그만큼 더 물이 많이 흐르는 느낌이었다. 저절로 아득한 탄성이 새어 나오고 점점 강한 자극을 바라게 됐다.

“흣, 응, 좋아, 하앗, 더 세게 해 줘….”

조급해하는 하진과 달리 차선오는 느긋하게 탐색하는 것처럼 입술 사이를 조였다 풀었다 하며 유두를 괴롭혔다. 뜨거운 숨과 보들보들한 살갗이 닿을 때마다 서로의 체온이 높아졌다. 그러다 하진이 살짝 방심할 무렵이 되어서야 혀를 내어 겉을 핥기 시작했다. 아무 예고도 없이.

“…흐!”

축축한 살덩이의 촉감에 하진은 애원하는 것도 잊고 바짝 긴장했다. 그가 흡입하듯 입술 전부를 따끈해진 피부 위에 바짝 붙였다. 잠시 뾰족하게 세운 혀끝으로만 간지럽히듯 젖꼭지를 튕기고 굴리다 아예 힘주어 쭉 빨아올리니, 허리께에 닿는 하진의 허벅지가 크게 경련했다.

“아앙, 아! 어떡… 너무, 흐, 앗, 히윽!”

몸이 튕겨 오를 때마다 젖물이 왈칵왈칵 흘렀다. 봇물 터지듯 한 번 터져 나오기 시작한 물줄기는 좀처럼 멈추지 않고 줄줄 쏟아지며 차선오의 입술을 흥건하게 적셨다. 온통 희고 묽었다.

하진은 고개를 뒤로 젖힌 채 마구 흐느꼈다. 그러다 저도 모르게 차선오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멈추지 말고 계속해달라는 무언의 요구였다.

차선오는 그걸 즐기듯 입술로 하진의 유두를 쭉쭉 빨다가 이를 세워 아프지 않을 정도로만 살짝 깨물기도 했다. 씹으면 씹는 대로 즙을 싸지르는 젖꼭지가 음탕하기 짝이 없었다. 이젠 그 젖물이 몸을 타고 흘러 하진의 배 아래까지 약간 적실 지경이었다.

“후음, 하.”

“아, 응, 흐응, 흐….”

방치된 반대쪽이 아까워 손으로도 거길 건드려주니 금세 손등과 손목이 젖었다. 닿는 자리가 죄다 축축하고 미끄러웠다.

하진의 이성은 완전히 휘발되었다. 유두를 빠는 혀의 감촉 말고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 차선오에게 의심을 품고 경계하던 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 순간엔 그저 쾌감만이 전부였다. 가슴에서 쏟아지는 모유의 단내가 후각을 어지럽히고 정신을 마비시켜 다른 것은 전혀 생각할 수 없었다.

그쯤 되니 하진의 성기 역시 그 어느 때보다 팽팽하게 서서 질금질금 투명한 선액을 흘렸다. 얼얼한 젖꼭지가 약하게 깨물릴 때마다 그에 반응하는 것처럼 기둥 전체가 미약하게 꺼떡거리기도 했다.

“자, 잠깐만.”

하진은 모든 자극에 약했다. 틈 없이 맞붙은 자세 때문에 젖은 귀두가 차선오의 복부 어딘가를 긁듯이 건드리자 그마저 기분이 좋아 견디기 어려웠다. 그는 마치 자위라도 하듯 차선오의 몸에 대고 성기를 비비며 끙끙거렸다.

“나, 하윽, 이상해. 쌀 것 같아, 선오야. 응? 흐… 앗.”

“이미 싸고 있으면서 뭘.”

입술을 뗀 차선오가 붉게 젖어 번들거리는 유두를 쿡 찔렀다. 딱딱한 표면이 짓눌렸다가 느리게 다시 차올랐다.

“거기 말고, 흡, 아래….”

“자지는 안 돼. 거긴 섹스할 때만 싸야지.”

“하, 아아, 제발….”

단호한 대답에 오히려 더 안달이 났다. 정액이 아닌 다른 게 성기 끝에서 질질 흐를 것 같았다. 이건 꼭 오줌이 마려운 느낌과 비슷했다. 그렇게 상상하니 더 무서웠다. 차선오의 값비싼 옷 위로 더러운 걸 흘리게 되는 걸 상상하니 부끄럽고 끔찍하기만 했다.

“하게 해줘… 응? 나, 나올 것 같아….”

“여긴 그만 빨고, 넣어달란 거야?”

“아니이… 그냥….”

그렇다고 여기서 멈추긴 싫었다. 이젠 혀가 젖꼭지에 닿을 때마다 왈칵왈칵 흐르는 느낌이 좋아서 그것만큼은 계속해 달라 빌고 싶었다. 하지만 가슴이 건드려질 때마다 아래도 점점 위험해지는데. 어쩌지. 어쩌면 좋지…. 같이 하는 건 안 되는 걸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하진이 좀처럼 말을 잇지 못하자, 차선오는 손을 내려 화장대 서랍을 열었다.

“정말 손이 많이 가네.”

그래서 더 좋아. 그가 뒷말을 삼키면서 다시 하진의 젖꼭지를 쪽 빨았다. 그리고 서랍 안에서 이전에 사둔 스타킹 하나를 꺼냈다.

그건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하얀색의 밴드 스타킹이었다. 원래 하진이 가터벨트와 함께 착용하면 잘 어울릴 것 같아 사둔 것이지만, 뜻밖에도 다른 용도가 떠올랐다. 그가 거침없이 포장을 뜯고 얇은 스타킹 한 짝을 길게 늘여보았다.

“뭐, 하는 거야…?”

그의 행동을 보고 있던 하진이 조심스레 물었다. 잠깐 내버려 두었다고 발딱 선 성기가 부끄러웠는지 그새 손으로 아랠 가리고 있었다.

“나올 것 같다니까 도와주려고.”

스타킹의 허벅지 부분엔 섬세한 레이스 장식이 수놓여 있었다. 자칫 세게 당기면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처럼 약해 보였지만, 스타킹 자체의 신축성은 무척 좋아서 그가 생각한 용도로 쓰기에는 딱 적합했다.

“무슨… 핫, 흐읏.”

손이 그대로 비칠 정도로 얇은 스타킹을 쭉 늘인 차선오가, 어떤 말도 없이 그걸로 하진의 귀두 아래를 묶기 시작했다.

“거, 거기는… 흐아, 읏, 아파아….”

민감한 곳이 건드려지자 하진이 금방 엄살을 피웠지만 차선오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이러면 싸고 싶어도 못 쌀 테니까. 그는 계획대로 아주 아프지 않을 정도로만 매듭을 지어 하진의 성기 끝에 흰 리본을 만들어두었다. 힘없이 축 늘어진 스타킹 끝이 하진의 허벅지 안쪽을 살랑살랑 간지럽혔다.

“만지지 말고 참는 거야. 내가 허락할 때까지.”

“으… 흐읏, 근데 이거 너무….”

이미 지난번에 몰래 스타킹으로 자위를 한 전적이 있는 하진으로서는 예민한 피부에 닿는 느낌이 아찔할 따름이었다. 그래도 팽팽해진 귀두 아래가 묶이자 오줌을 쌀 것 같은 위험한 느낌이 잦아드는 듯해 약간 안심이 되기도 했다.

차선오는 마치 하늘하늘한 장식을 달아둔 것 같은 하진의 분홍빛 성기를 쳐다보며 다정히 말했다.

“싸고 싶으면 보지로 싸, 하진아.”

“보지…로 어떻게… 앗.”

“여긴 허락해줄게.”

그가 하진의 손을 이끌어 구멍에 가져다 댔다. 손에 튄 젖물이 움츠러든 구멍의 주름 위로 살짝 묻어나 흰 물기가 어렸다. 꼭 정액이 새어 나온 것 같은 광경에 음습한 호기심이 피어났다.

“…하으.”

하진은 시키는 대로 손가락 끝으로 자신의 구멍을 살살 문지르기 시작했다. 실제로 거기서 애액이 나올 리 없지만 이미 여러 차례 성기를 받아 개발된 터라 만지면서 쾌감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차선오는 다리를 활짝 벌리고 스스로 구멍 안에 손가락을 밀어 넣는 하진의 행동을 빤히 관찰했다. 순간, 무언가 비정상적인 충동이 그의 가슴 안쪽에서 세차게 박동했다.

“여기 말이야.”

그의 손끝이 하진의 구멍보다 조금 위쪽의, 매끄럽고 보들보들한 부위를 길게 훑었다.

“아으으….”

“진짜 보지가 생기면 예쁠 것 같아.”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쾌감에 몸을 떠는 하진을 보며 그가 낮게 중얼거렸다.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 하진은 구멍에 검지를 두 마디까지 쑥 밀어 넣었다. 하… 으응…. 묻어 있던 젖물이 힘없이 뭉개지며 주변을 적셨다.

“자리가 넓진 않으니까 작게 만들면 어울릴 것 같은데. 크게도 말고, 딱 자지 넣을 만큼만.”

차선오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치 옷감 위에다 초크로 표시를 남기듯, 젖은 엄지 끝으로 여린 살갗 위에 짧은 선을 그었다.

“어떨까….”

만약 정말 만든다면 아주 조그만 보지가 될 것 같았다. 클리토리스도 보짓살을 쪼개듯 활짝 벌려야만 겨우 보일 만큼 작은 크기가 되겠지. 그럼 하진의 성기는 대체 몇 개가 되는 거지. 어느새 서늘하게 웃고 있는 그가 입속으로 혼잣말을 굴렸다.

“그래도 조금 위험하려나.”

오래전 하진에게 외면당한 이후, 그가 홀로 품어온 생각들은 대부분 정상의 범주를 벗어났다. 그리고 이번만큼은 그보다 더 특별했다.

하지만 한 번 떠오른 충동을 어떻게 밀어낼 수 있을까? 그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특히나 제 손이 닿는 거리에 하진이 있을 때면 더더욱.

확실히 정신을 지배하거나 가슴에 약물을 주입하는 것보다는 몇 배로 신중해야 하는 문제였다. 몸 자체를 영영 바꾸어 두는 것이기에. 차선오가 느릿느릿 고민하는 사이, 당사자인 하진은 손가락 두 개를 구멍 안으로 서툴게 쑤시기 바빴다. 그러면서 반대쪽 손으로 젖은 가슴팍을 문지르고 싶어 안달이었다.

“하진아, 내 말 들었어?”

“아흐, 응… 모, 몰라.”

“중요한 얘긴데. 그것보다 구멍 쑤시는 게 더 중요한가 보네.”

차선오는 짧게 웃으며 스타킹으로 묶인 하진의 자지를 가볍게 두어 번 훑어 올렸다.

“여긴 그대로 둘 거야.”

“흣…! 흐아….”

“모양도 곧고 색도 연해서 하진이 너랑 잘 어울리거든.”

“거기 마, 만지면, 안 돼. 흐으.”

하진은 손가락으로 구멍을 휘저으면서 빌었다. 하도 울먹거려 목소리가 다 갈라질 지경이었다.

“또 쌀 거 같아? 가슴 더 빨아줘?”

“응, 응. 좋아. 더 해줘….”

차선오가 하진을 소중히 안아 올렸다. 화장대 위에 다리를 벌린 자세 그대로 몸이 공중에 뜨자마자, 하진은 가슴을 만지던 손으로 급히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러면서도 구멍에 넣은 손가락은 빼지 않고 버텼다.

차선오가 침대로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에게 매달린 하진의 몸 전체가 따라 흔들렸다. 일부러 손가락을 움직이지 않아도 알아서 구멍이 헤집어지는 느낌이어서 그 자체로도 좋았다. 다시 오줌을 쌀 것 같은 위험한 느낌이 치솟았다.

“하으, 서… 선오야.”

“응. 하진아.”

그가 침대 위에 하진을 내려놓았다. 하필 바꿔둔 이불이 밝은 회색이었다. 물 자국이 적나라하게 남을 법한.

“나 또….”

흔들리는 몸을 가누느라 하진이 손으로 짚은 부분은 벌써 색이 진해져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얇은 여름 이불이라 금방 젖을 게 뻔했다.

“왜. 도저히 안 되겠어?”

차선오는 다 이해한다는 듯이 하진의 허벅지를 벌려 안쪽의 야들야들한 살을 어루만졌다.

“으응, 흐, 미안해. 자꾸 움직이니까 너무….”

“응, 괜찮아.”

그가 살짝 꾸덕꾸덕하게 굳은 유두의 겉면을 살살 긁었다. 그 미약한 손길에 다시 뽀얀 젖이 힘없이 흘러내렸다.

“하응… 아….”

“엎드려서 보지 벌려봐, 하진아.”

“응…!”

하진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주춤대며 몸을 움직였다. 가슴도 기분이 좋았지만 역시 삽입만큼은 아니었다. 조금 전에 가느다란 손가락 몇 개를 쑤신 것만으로는 겉만 살짝 풀어 놓은 정도에 그치지 않아서, 훨씬 두껍고 기다란 게 들어올 걸 생각하면 벌써 황홀했다.

개처럼 엎드린 자세엔 더 이상 아무런 거부감도 없었다. 다만 그 자세로 고개를 살짝만 숙이면 물이 질질 흐르는 유두나 스타킹에 묶인 성기가 보여서 그건 조금 부끄럽긴 했다. 하지만 그것도 뒤에서 차선오가 옷을 벗는 소리가 들려오니, 빠르게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탄탄한 몸을 드러낸 차선오는 제 쪽으로 내밀어진 희고 둥근 엉덩이를 눈으로 핥듯이 보았다. 하진이 요령 없이 만진 구멍이 살짝 부어 있었다. 아무렴 좋았다. 금방 그런 것조차 잊을 정도로 기분이 좋아질 테니까.

“흐, 근데… 이, 이건 풀어주면 안 돼?”

두툼한 좆이 구멍 위를 뭉개듯 비비기 시작하자, 하진은 다급하게 말했다.

“실수하면 어떡해. 이불에다가….”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는데도 뭘 말하는 건지 차선오는 바로 알아차렸다.

“쌀 것 같아서 그래?”

“모, 몰라. 느낌은 비슷한데… 읏, 으응.”

“우선 여기부터 쑤셔줄 테니까 잘 버텨봐. 정말 못 참겠으면 말하고.”

그럼 풀어줄 테니까. 그가 의미심장하게 덧붙였다.

할 수 있지? 구멍 주변을 점점 노골적으로 비벼오는 성기의 느낌에 하진은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별로 자신은 없었지만…. 그래도 계속 보챘다가는 이대로 넣어주지 않을까 봐 그것도 걱정이었다.

“하으! 읏.”

그 속마음에 화답하듯 움찔거리는 내벽을 가르며 뜨거운 귀두가 밀려 들어왔다.

“아…!”

다른 무엇도 대체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울퉁불퉁하게 성난 기둥이 여린 살점을 샅샅이 훑고 지나가자 하진은 바삐 구멍을 조이며 그걸 씹어 물었다.

몸이 기억했다. 본능이 알았다. 그렇게 하면 기분이 더 좋아진다는 걸, 최면 속 섹스에 길들여진 하진은 모를 수 없었다.

“하으응, 선오, 야, 흑…!”

두툼하고 딱딱한 살덩이가 빠르게 쾌감을 돋구었다. 하진은 과할 만큼 구멍을 바짝 조였다. 성기가 더 깊은 곳까지 단단히 틀어박혀 기분 좋은 곳까지 닿길 기대했다. 그렇게 힘주어 씹은 상태로 좆이 뒤로 빠져나가면 그것 역시 참을 수 없이 좋아서, 한순간도 긴장을 풀 수 없었다.

“하아, 그새 좁아진 것 같아.”

차선오는 얌전히 뒤를 내밀고 헐떡거리기 바쁜 하진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이렇게 활짝… 예쁘게 벌렸는데도. 엄청 조여.”

입구가 부은 걸 감안해 조금은 부드럽게 시작할까 싶었다. 그러나 말랑한 엉덩이 사이 작은 구멍에 귀두를 담그자마자 단숨에 배려할 의지가 사라졌다.

“보지에 힘 좀 빼 봐, 하진아. 찢어질라.”

“으응, 알겠… 흐, 앗….”

하진은 시키는 대로 했다. 무릎 사이를 좀 더 벌리고 뒤쪽에 힘을 풀자마자 전부 들어왔다고 생각한 게 한참이나 더 들어왔다. 하아… 앗, 아흑…. 어쩌면 이제 겨우 절반쯤 들어온 것 같기도 했다.

구멍 안쪽이 모자람 없이 가득 찼다. 민감한 내벽이 억지로 벌어졌다. 그 느낌이 지나치게 적나라해서 긴장한 몸도 따라서 뜨거워졌다. 차선오는 그런 하진을 가만가만 만져주면서 거세게 허리를 쳐올렸다.

“으응, 응! 좋아, 아, 앗, 응…!”

쏟아지는 신음 사이로 그가 칭찬하듯 가볍게 하진의 유두를 튕겼다. 흘러나온 물기를 가슴에 넓게 펴 바르며 문지르자 하진이 엉덩이를 움찔 떨었다.

“하으, 아, 앙.”

젖꼭지를 건드릴 때마다 기둥에 닿는 내벽의 느낌이 사뭇 달라졌다. 마치 더 안까지 쑤셔달라는 듯 발름거리는 움직임은 정말 기분이 좋지 않고선 나올 수 없는 행동이었다.

딱딱하게 솟은 유두를 만져주는 것만으로 할딱거리며 기뻐할 만큼 하진은 그 느낌에 완전히 길들여진 듯했다. 좆에 흉포하게 쑤셔 박힐 때마다 그게 아픈 줄도 모르고 스스로 엉덩이를 튕겨댔다. 상체가 흔들리며 퉁퉁 부은 유두에서도 질질 물이 흘렀다.

차선오는 예상대로 금방 더러워진 침대를 흘끗 확인했다. 옅은 회색의 이불 위로 튄 하얀 물방울들이 빠르게 아래로 스며 자국을 만들었다. 하나하나가 다 쾌락의 증거였다.

“이 안에, 좆 모양대로 길이 나면 좋을 텐데.”

그가 쉬지 않고 치대던 허리를 뒤로 물리면서 욕심껏 중얼거렸다.

“그러려면 얼마나 박아줘야 할까. 넣기만 해도 맞춤처럼 모양이 생기려면….”

“흐으, 으, 선오야….”

끝까지 빠진 귀두 끝이 구멍 입구를 느리게 휘저었다. 물웅덩이에 담글 때처럼 젖은 소리가 났다. 벌어졌던 하진의 구멍이 움찔거리며 서서히 다물렸다.

“여기서부터 벌어져서.”

“하… 아아….”

그렇게 기억하라는 것처럼 천천히 문지르며 애태우던 그가, 단숨에 기둥을 쾅 쑤셔 박았다.

“이 정도까지 길이 나면, 하아, 딱 좋을 것 같은데.”

아…! 단숨에 끝까지 들어왔다. 하진이 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크게 헐떡였다. 회음부에 음낭이 비벼질 만큼 강한 삽입이었다.

“응? 내 것만 기억할 수 있게 말이야.”

무자비하게 들이닥친 힘에 엎드려 버티고 있던 몸 전체가 통째로 무너졌다. 분명 앞으로 기운 만큼 뒤에 여유 공간이 생겨야 하는데, 사정이 나아지긴커녕 오히려 더 깊은 곳까지 꽉 들어차는 느낌이었다.

“흐, 으욱… 기, 깊어….”

전신이 완전히 겹쳐지자 무언가 이상했다. 하진은 뿌옇게 가라앉은 정신으로도 차선오의 심정을 고스란히 느꼈다. 몸이 연결되어 있어 그런가. 그만큼 온몸을 다해 전달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는 걸까.

물러날 생각 없이 박혀 든 성기가 꼭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 상태로 조금만 움직여도 무언가 잘못될까 겁이 났다. 게다가 이미 안을 꽉 채운 기둥이 점점 더 부푸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하… 아아….”

버겁다 생각하던 것도 잠시, 흉기 같은 기둥이 연약한 내벽을 막무가내로 벌리며 쑤셔오자 서서히 다른 감각이 떠올랐다. 두툼한 귀두가 정확히 전립선을 찔렀다. 예민한 곳이 닿기 무섭게 마구 뭉개졌다. 새하얀 환희가 차올랐다.

“으흑, 너무 깊… 읏, 마, 망가질 것 같아, 아….”

하진은 스스로 구멍을 조이며 유혹하던 것도 잊고 완전히 무너져 울먹였다. 그를 앞뒤로 속박한 차선오의 몸은 꼼짝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하진을 몰아붙일 뿐이었다. 욕심껏 성기를 쑤셔 넣은 차선오가 중얼거렸다.

“망가질 것 같다면서 이렇게 세우고 있으면… 누가 그만두겠어, 하진아.”

“흐… 으… 아아….”

“나 없으면 이제 구멍 허전해서 못 살 텐데 어떡할래. 누가 이렇게, 자지 받으면서 세우는 남잘 만나주겠어. 나밖에 없지. 안 그래?”

나긋나긋 이어지는 암시에 하진이 끅끅거렸다. 이제 가만히만 있어도 내벽이 마구 경련했다. 반복해서 앞뒤로 치댈 때보다 끝까지 쑤신 채로 계속 전립선을 뭉개니, 눈물이 날 만큼 찌릿하고 좋았다. 차선오는 다시 하진의 축축한 가슴을 함부로 매만지기 시작했다. 무자비한 손이 닿기 무섭게 민감한 젖꼭지가 한층 바짝 섰다.

“여기로 젖을 질질 흘리질 않나.”

“흡… 응….”

퉁퉁 부은 유두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금세 새 젖물을 터뜨렸다. 이쯤이면 묽어질 만도 하건만, 여전히 그 색은 희고 진하기만 했다. 가슴과 배가 반들반들 젖었다.

“일하다가도 정신 못 차리고 가슴이나 만지고….”

거친 손길로 비틀고 문지르는 것에 하진은 어쩔 줄 모르고 허리를 비틀며 화답했다. 앞뒤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허벅지가 벌벌 떨려서 성기가 빠지지 않게 한껏 힘을 주어야 했다.

“팀원들이 대체 뭐라고 생각하겠어?”

…팀원들? 문득 쾌락뿐이었던 하진의 머릿속에 장면이 떠올랐다. 회의 도중에 안달이 나 결국 뛰쳐나가고 말았던 순간이.

“들키든 말든 상관없을 만큼 그렇게 좋았어?”

짧은 찰나 경계가 흐릿해지려 했다. 그랬나…? 발긋하게 달아오른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 순간, 배 속의 성기가 채근하듯 내벽을 때렸다. 모든 것이 가라앉았다. 하진은 순종적으로 턱을 주억거리고 말을 뱉었다.

“좋아, 좋았어.”

사실이었다. 간지럽고 괴로워서, 몰래 유두로 자위하는 게 좋았다. 그건 부정할 수 없었다.

“전부 상관없어? 누가 알아도?”

“응, 전부 좋… 앗, 으흣….”

깜빡깜빡 점멸하는 정신으로 하진은 차선오가 원하는 대답만을 내놓았다. 무조건적인 반응이었다.

다정한 손이 하진의 상체를 세웠다. 좀 더 만지기 편한 자세로 만들어두고, 차선오는 다시 허리를 움직였다. 하진의 뒤에 자신의 욕심을 다 쏟아낼 기세였다. 퍽퍽 살 치대는 소리가 요란했다. 방안을 채운 열기가 가실 줄을 몰랐다.

얼마간 꼼짝도 못 하던 하진은 점차 요령껏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직접 몸을 움직이면 안에 박힌 성기가 따라 안을 찌르고, 간질간질한 젖가슴까지도 흔들려 좋았다. 그러면 희미한 불안감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흐릿하게 떠오르던 회의실 장면도 점차 지워져 갔다. 그때 느꼈던 쾌락만이 유일해졌다. 마음이 편안했다. 하진은 허리께에 닿은 차선오의 손을 더듬더듬 찾아 꼭 움켜쥐었다. 그러자 차선오는 기꺼이 깍지를 끼워주었다.

“하아….”

그는 열 오른 하진의 몸 여기저기 키스를 쏟아붓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정점을 향해 끓어오르던 충동은 갑자기 형체 없는 벽에 부딪힌 듯 차게 식어버렸다.

“…….”

묻어둔 과거가 다시금 떠오른 까닭이었다. 순간 심사가 뒤틀린 그가, 마치 흘레붙는 개처럼 성기를 더 깊숙이 쑤셔 박았다.

“웃… 흣!”

차선오는 하진이 사랑스러운 만큼 그를 다시 잃을까 불안했다. 몸과 정신을 전부 지배하고 있으면서도, 어느 순간 다시 모든 게 사라질까 봐 때때로 겁이 났다.

야근 도중에 홀연히 사라져 다음 날 아침에 나타났을 때도, 제 차 조수석에서 갑자기 뛰쳐나갈 것처럼 문고리를 잡았을 때도, 마치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처럼 끔찍해 견딜 수 없었다.

다신 놓치고 싶지 않았다.

머릿속에 새겨진 졸업식의 기억. 하진은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그날의 트라우마가 차선오를 나약한 괴물로 만들었다.

지금 하진은 이렇게 다시 돌아왔지만 그래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영원히 곁에 두고 싶었다. 그래서 이미 품 안에 가둔 하진을 더 몰아붙이는 것으로 그 허기를 채울 수밖에 없었다.

“흐… 선오, 야, 너무….”

영문을 알지 못하는 하진은 버거운 감각에 간신히 숨을 몰아쉬었다. 너무 깊었다. 정말이지 이대로 음낭까지 구멍에 넣을 기세였다. 꽉 막혔다고 생각한 안쪽이 빠듯하게 열릴 것 같은 느낌에, 하진은 두려워하면서도 황홀한 신음을 뱉었다.

움직일 때마다 꼿꼿이 선 유두가 얕게 경련했다. 이러다 손을 대지 않아도 젖을 뚝뚝 흘릴 듯했다. 그럼… 분명 좋을 텐데. 유혹을 참지 못한 하진은 무언가를 찧듯 허리를 콱 내렸다. 그러자 가슴이 따라 격렬하게 흔들렸다.

“하앙, 아, 아아!”

머릿속에서 불꽃이 튀었다. 더 벌어질 수도 없을 만큼 빠듯하게 열린 구멍에서 음탕한 소리가 났다. 차선오가 화답하듯 다시 거칠게 허리를 쳐올렸다. 곧 움직임을 견디지 못한 젖꼭지에서 다시 팟, 하고 젖물이 터졌다.

“흐, 흐으응…!”

그때부터 쉬지 않고 범람했다. 성기가 구멍 안을 휘저을 때마다 유두에서 음탕한 즙이 마구 튀었다.

모든 곳이 온통 단내나는 액체로 엉망이었다. 이불은 푹 젖었고 여기저기 모유가 튀었다. 하진의 납작한 배를 타고 흐른 흰 젖물은 기어이 그 아래 스타킹으로 묶인 성기 주변과 허벅지를 적시고, 무릎까지도 고였다.

환희에 찬 하진이 질척해진 아래를 살폈다. 마치 피가 통하지 않는 것처럼 감각 없이 무겁게 흔들리던 성기 끝에서 다시 요의가 느껴졌다.

“아, 흡.”

가슴에서 흐른 게 다른 자극을 준 모양이었다. 욕심이 욕심을 불러왔다. 손이 자연스레 다리 사이로 향하려는 순간, 정말 못 참겠으면 풀어줄 테니 얘기하라던 그의 말이 떠올랐다.

“푸, 풀어줘.”

목소리 끝이 볼품없이 떨렸다. 방출하지 못한 액체가 요도 끝으로 바짝 모이며 입구를 두드렸다. 오줌이 마려워 견딜 수 없었다. 하진의 몸이 배배 꼬였다.

“선오야, 나 나올 것 같아, 응? 여기, 흐읏….”

위아래로 계속 몸을 치댔다간 더 참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진은 차마 더 움직이지도 못하고 구멍으로만 오물오물 성기를 조였다. 그렇게만 해도 가슴에서 질금질금 젖물이 흘렀다.

“…….”

동시에 차선오의 머릿속에도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조금 더 완벽하게, 하진의 전부를 가질 방법이.

“얼른, 이, 이상해… 흐극, 흣.”

차선오는 힘주어 깍지낀 하진의 손을 옮겼다. 맞붙인 두 사람의 손 사이로 하진의 꼿꼿한 성기를 끼워 감싸자, 하진은 금방이라도 쌀 것처럼 부르르 몸을 떨었다. 하으으…. 젖어서 더 축 늘어진 스타킹의 일부가 분홍빛 귀두에 달라붙어 자극을 주었다. 기어코 흘러내린 눈물이 볼을 적셨다.

“제발, 흐, 흡… 읏.”

울먹이는 하진의 목소리가 벼랑 끝에 몰린 듯 애처로웠다. 차선오는 깍지를 풀지 않은 채 하진의 성기를 위아래로 가볍게 훑어 올렸다. 그러자 번들번들하게 젖은 자그마한 요도가 빠끔거리며 벌어졌다가 조여들었다. 그 틈새로 투명한 물기가 금방이라도 넘쳐흐를 듯 아슬아슬하게 고였다.

“그래.”

조용하던 차선오가 손을 올렸다. 나직한 속삭임과 함께 하진의 눈을 가렸다.

“풀어줄게, 하진아. 전부.”

“…….”

의지하듯 자연스레 감긴 하진의 눈꺼풀이 바르르 떨렸다. 그는 제게 닥칠 일을 조금도 예상하지 못하고 그저 가만히, 눈을 감고 있을 뿐이었다. 닿은 손바닥이 뜨겁고 단단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손이 거두어졌다. 짓무른 눈꺼풀이 열렸다.

차선오는 그에 맞춰 귀두 아래의 리본을 살짝 건드렸다. 하아. 누구의 것일지 모를 신음이 터졌다. 젖은 요도를 짓이겨 바로 쏟지 않게 막으면서 동시에 뒷구멍을 힘껏 쑤셨다. 잘 느끼는 부분을 짓누르기 무섭게, 하진이 요란스러운 숨을 토해냈다.

“헉… 흐, 흐앗, 흐…!”

하진은 깨어났다. 마치 물속에 잠겨 있다 건져진 듯한 얼굴로.

차선오가 낮게 웃었다. 내벽의 조임이 방금까지와 달랐다. 그게 어떤 신호 같았다. 그러나 그 전에 이미 아주 깊이까지 넣어주었기 때문에, 빠지긴커녕 오히려 그 상태로 좆을 꽉 물고 있는 꼴이 됐다. 서로가 충만했다.

“…이, 이게.”

그때 온전한 정신을 되찾은 하진이 간신히 목소리를 냈다. 차선오의 성기를 몸속 깊이 받은 채로.

“이게 무슨 짓… 흑!”

짧은 음성에 충격이 묻어났다. 하진은 정신없이 자신의 몸과 주변을 확인했다.

그러고 보니 체위가 아쉬웠다. 마주 보는 자세였다면 경악으로 물든 예쁜 얼굴을 빠짐없이 볼 수 있었을 텐데. 차선오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축축한 구멍에서 성기를 물렸다가 강하게 찍어 눌렀다.

“흐, 아… 잠깐, 잠…!”

“기분이 어때, 하진아.”

“너, 너… 차선오…. 흐윽, 아, 지금 무슨 짓을, 으응, 힉…!”

“무슨 짓이냐니.”

그가 말랑말랑한 하진의 귀에 입술을 붙였다.

“풀어달라고 했잖아. 내 앞에서 싸고 싶다고.”

“뭐, 뭐…?”

한 마디 한 마디마다 엉덩이 사이로 커다란 것이 난폭하게 들락거렸다. 하진은 그 생소한 감각에 겁에 질려 몸서리쳤다.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더 두려운 건 따로 있었다.

기억이 끊기기 직전, 차선오의 말이 떠올랐다. 세웠느냐느니. 핥아주고 싶다느니…. 오피스텔에 들어오려던 순간 이상한 소리를 지껄이던 그의 태연한 얼굴 역시.

“기억이 좀 났나 보네.”

“자… 잠깐, 그만해, 그만, 흐, 아!”

충격에 빠진 하진은 겨우 그렇게 요구했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반박하기도 어려웠다. 그가 닥친 상황만큼이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온통 쾌감에 잠식되어 제대로 된 말조차 하기 어려웠다.

옷가지 하나 없이 예민하게 달아오른 몸이나 이불에 남은 축축한 흔적 같은 건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 성기의 느낌이 너무 이상했다. 강제로 틀어막힌 요도 끝이 금방이라도 뭔갈 쏟고 싶어 마구 움찔거렸다. 마치 소변이 마려운 느낌과 비슷해서, 당장 화장실에 가야겠단 생각뿐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큰일이 날 것 같았다.

“으흐읏, 제발, 나올 것 같, 아… 흐으!”

그러나 하진이 제대로 요구하기도 전에, 차선오는 다시 귀두 아래에 장식처럼 달린 리본 끝자락을 쥐고 건드렸다.

“응, 괜찮아. 이제 이것도 풀어줄 테니까.”

하진은 벌벌 떨리는 턱을 아래로 내렸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깨달았다. 자신의 귀두 끝이 무언가로 묶였다는 걸. 얇고 기다란 천이 비뚤어진 리본 모양을 그렸다. 잠자리 날개처럼 반투명한 데다가 푹 젖은 그것은 움직일 때마다 나풀거리며 성기를 간지럽혔다.

“뭘 처음 보는 것처럼 그래.”

“…흐, 흐으.”

차선오는 하진의 귓가에 키스하면서 스타킹을 그의 귀두 전체에 감쌌다. 약간 까끌거리는 막에 감싸인 성기가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 달아올랐다.

“흣, 하, 하지 마.”

안 그래도 민감한 부위에 낯선 감촉이 닿자 요의가 한계까지 치밀었다. 뭘 하려는 건지 알아챈 하진이 벗어나려고 버둥거렸다. 그러나 타고난 힘의 차이는 어쩔 수 없었다.

“혼자 이걸로 자위하다 들키기도 했으면서. 기억 안 나?”

“하지, 제발 그런….”

“쉬이… 괜찮다니까. 기분 좋을 거야.”

차선오가 암시를 깨웠다. 이상한 게 아니라고. 기분 좋은 거라고. 그러면서 기어이 매듭을 끝까지 당겨 풀고, 하진의 귀두를 짓이기듯 가볍게 문질렀다.

“흐, 흐앗…!”

막힌 요도 끝에 갑자기 해방감이 찾아왔다. 하진의 아랫배가 확 조여들었다. 처음 느껴보는 쾌락이, 단숨에 절정까지 솟구쳤다.

“으읏, 응!”

오래 참았던 성기 끝에서 소변이 아닌 투명한 물줄기가 터졌다. 하진은 어떻게든 참으려 안간힘을 썼으나 한 번 싸기 시작한 건 도저히 막을 방법이 없었다.

부끄러울 만큼 시원하게 터진 물줄기가 꽤 오래도록 멈추지 않았다. 이불 위에 긴 흔적을 남기며 강하게 튀어 오른 맑은 액체는 점점 힘을 잃고 이내 기둥을 따라 졸졸 흘러 다리 사이와 허벅지를 적셨다.

“아, 아아, 흑… 끅….”

수치심에 하진의 온몸이 뜨거워졌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좋다는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좋았다. 너무. 차선오의 앞에서 오줌 같은 것을 지리면서, 좋아하고 있었다.

믿기지 않았다.

“하진아.”

차선오는 쓸모를 잃은 스타킹을 아무렇게나 던지고 패닉에 빠진 하진을 감싸 안았다.

닿는 곳마다 뜨겁고 축축했다. 이미 여기저기 튄 모유로 엉망인 몸과 시트가 완전히 푹 젖었다. 물기가 얼마나 흥건했던지 하진의 두 무릎에 작은 웅덩이가 고일 정도였다. 살짝만 움직여도 찰박거리는 물소리가 요란했다.

“나는, 난… 이런 건….”

벌벌 떨리는 양팔과 떨리는 목소리가 하진의 상태를 간접적으로 알렸다. 좌절. 굴욕감. 충격. 현실 부정. 그 모든 감정이 고스란히 차선오에게 닿았다.

그래도 벗어날 낌새는 없었다.

“이제 전부 알겠지.”

그럴 수밖에.

현실과 암시 사이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순간이었다. 그 찰나를 기념하기 위해 차선오가 하진의 목덜미에 경건히 키스했다.

“흐, 흐윽….”

하진은 다시금 울음을 터뜨렸다. 감정의 폭발 속에 미약한 체념이 묻어났다. 차선오는 그 모든 것을 감내하듯 하진을 더 깊이 껴안고, 단단히 얽었다.

선 너머의 하진을 품에 넣자 아주 오랜만에 조우한 듯 벅차고 애틋했다. 사랑해주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그를 덮쳤다.

구멍 깊이 틀어박힌 차선오의 성기 끝에서도 비로소 정액이 쏟아졌다. 길고도 집요한 사정이었다. 그 뜨거운 감각과 함께, 하진은 끝내 넋을 놓고 말았다.

2권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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