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4/16)

4.

주말 아침이었다. 하진에게는 여러모로 의미가 깊었다. 인턴으로 취직한 뒤로, 또 이 집에 온 뒤로 처음 맞는 주말이기 때문이었다.

지난밤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은 격렬한 운동으로 인해 하진은 늦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 가뜩이나 체력이 약해 아침이 힘든 편인데, 온몸이 완전히 이완된 느낌까지 더해지니 완전히 곯아떨어진 듯했다.

새벽엔 선잠이 들었다가도 구멍 안을 메우고 있는 두툼한 기둥의 느낌에 몇 번 깨었다가 다시 기절하곤 했다. 그럴 때면 꼭 자신의 입가에서 이상한 소리가 새 나가고 있었다.

분명 잠든 상태였는데 스스로의 신음 소리를 듣고 깨어나는 건 정말이지 신기한 경험이었다. 쾌락에 몸을 떨다가도 이내 쏟아지는 잠기운에 짓눌려 다시 정신을 잃는 느낌. …싫지는 않았다. 상대가 누구인지 알고 있으니까.

피곤한데도 몸은 출근 시간을 기억하는 모양이었다. 결국 하진이 본능적으로 잠에서 깬 건 아침 10시가 조금 넘었을 즈음이었다.

“으음….”

폭신한 침구 사이로 얼굴만 겨우 내민 하진은 조금 더 뒤척였다. 에어컨은 밤새 가동되었다. 밖은 분명 무덥겠지만 이곳은 천국처럼 시원했다. 이런 여름에도 도톰한 이불을 덮고 잘 수 있다는 게 정말이지 행복했다.

원래 그가 살던 고시원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창문도 없는 감옥 같은 작은 방. 모든 것이 뜨겁다 못해 절절 끓는 그곳을 벗어나 이렇게 시원하게 지낼 수 있는 건 순전히 한 사람 덕이었다.

차선오. 그의 고마운 친구이자, 능력 있는 팀장. 그리고….

“선오야.”

하진은 졸음이 묻은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지난밤 차선오가 새겨 넣은 암시는 하진의 뇌리에 착실하게 자리 잡은 채였다. 그 표현이 내심 마음에 들기도 했다.

‘언제든 다시 돌아오는, 집.’

그건 다시 말해 누군가와 함께 머무를 곳이 있다는 의미였다. 혈혈단신으로 감당 못 할 빚에 짓눌려 아등바등 살아온 하진에게는 더 없이 안정감을 주는 말이었다.

그러니까 오늘부터는 더 노력할 생각이었다. 제게 이런 친절을 베풀어 주는 차선오를 위해 열심히 몸으로 봉사하고, 예쁨받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했다. 그것만이 보답할 길이라고 하진은 생각했다.

“…선오야?”

그러나 이불 속에서 아무리 팔을 뻗어 봐도 잡히는 것이 없었다. 그제야 눈을 뜬 하진은 다급히 옆을 살폈다. 비어 있었다. 차선오가 누워 있어야 할 자리엔 차디찬 냉기만이 맴돌았다.

졸음이 단숨에 날아갔다. 하진은 헐레벌떡 일어나 침실 밖으로 나왔다. 희고 곧은 다리가 바쁘게 움직였다. 거실, 부엌, 손님방, 욕실. 전부 샅샅이 뒤져봤지만 그가 찾는 다정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눈앞이 캄캄했다. 위잉. 아주 미세한 에어컨 소리만이 빈 오피스텔 안을 맴돌았다. 순간 기분 좋게 시원하던 온도가 살이 에일 만큼 시리게 느껴졌다. 하진의 순한 얼굴 위로 불안감이 떠올랐다. 그는 어쩔 줄 모르고 계속 같은 곳을 맴돌았다. 이미 확인한 방에 다시 들어갔다가 나오기를 반복하며 현실을 부정했다.

직접 나가서… 찾아볼까?

그래도 괜찮은지 확신이 없었다. 조금 망설이던 하진은 뭐에 홀린 듯 현관으로 향했다. 굳게 닫힌 문이 보였다. 마치 경계선 같았다. 시원하고 쾌적한 차선오의 오피스텔과, 무덥고 삭막한 원래의 현실. 어쩐지… 용기가 잘 나지 않았다.

그 앞에서 얼마간 머뭇거리는데, 자세히 보니 문고리 위에 붙은 작은 쪽지 한 장이 보였다. 반으로 접힌 그것을 조심스레 펼치니 무언가 적혀 있었다.

[운동 다녀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착하게.]

“아….”

단정하고 어른스러운 글씨체를 보자마자 눈물이 터질 것만 같았다. 안도감이 빠르게 몸 안으로 번졌다. 그제야 차갑게 식은 손발에 온기가 되돌아왔다.

다행이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사라진 게 아니었구나. 지난 며칠간 있었던 모든 일이 신기루처럼 없어질까 봐 겁이 난 참이었다. 하진은 어느새 최면에 걸린 상황 안에서 대체할 수 없는 안정감을 느끼기에 이르렀다.

이름도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을 만큼 전혀 교류가 없던 친구 사이인데, 고작 며칠 사이 이렇게까지 의존하게 된 셈이었다. 급격히 가까워진 관계가 이상하다고 느낄 법도 했으나 하진은 그런 건 조금도 생각지 않았다. 그저 차선오가 자신을 생각해 쪽지를 남겼다는 사실이, 그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사실이 고맙고 기꺼웠다.

주말 내내 사랑받을 생각에 들떠 있었는데….

혼자만 남겨두고 나간 것이 못내 서운하긴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착하게 기다리고 있으란 말에 하진은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기왕이면 빨리 오면 좋을 텐데. 오자마자 안기고 싶었다. 이 섭섭한 마음이 다 풀릴 때까지 잔뜩… 붙어 있고 싶었다.

잠옷이라도 갈아입고 기다릴까? 하진은 그를 기쁘게 할 방법을 고민하다 다시 방으로 향했다. 거기엔 차곡차곡 정리해 둔 잠옷들이 있었다. 실제로는 성인 남성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야릇한 란제리가 가득했지만 차선오가 직접 선물했다는 이유만으로 하진에게는 소중한 것이 되었다.

뭐가 좋으려나…. 여러 가지를 놓고 고민하던 하진은 문득 여성용 주니어 브라를 발견했다. 보드라운 면으로 되어 리본 장식이 달린 새하얀 브래지어. 차선오는 그것을 두고 외출용이라고 했다.

한 번 입어 볼까…? 하진의 손이 조심스럽게 브래지어를 집어 들었다. 어떻게 입는 건지 몰라서 잠시 앞뒤를 살펴보니, 둥그스름한 캡이 달린 부분이 가슴에 닿도록 하면 될 것 같았다. 다행히 후크가 달린 게 아니라 밴드 일체형이어서 어떻게든 가능성이 보였다.

하진은 허겁지겁 입고 있는 티셔츠를 벗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입지 않은 깨끗한 상체 위로 흰 주니어 브라를 입어 보았다. 양쪽 팔을 끼우고 어딘가 몸에 맞지 않는 캡을 잡아 내리며 한참이나 매무새를 정돈했다.

“…….”

그는 거울 앞에 서서 옆모습을 확인해 보았다. 너무 헐렁했다. 큰 사이즈의 브래지어도 아닌데, 옆에서 보면 밋밋하고 납작한 가슴 위로 공간이 남아 붕 떠 보일 만큼 맞질 않았다. 심지어 벗지 않고도 그 사이로 손을 넣어 가슴을 만지작거릴 수도 있었다.

하진은 어쩐지 우울해졌다. 제 신체 사이즈를 감안해서 골라준 것일 텐데, 이렇게 예뻐 보이지 않으면 차선오가 분명 실망할 것 같았다. 애초에 젖꼭지가 조금 봉긋하고 큰 편이긴 해도 한참이나 모자란다는 게 서럽기도 했다. 그는 애써 입은 것을 벗어 아무렇게나 두었다.

어떻게 해야 더 커지지…. 한숨을 내쉰 그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가슴을 이리저리 살폈다. 붉은 기가 많이 도는 진한 분홍색의 유두는 확실히 하루가 다르게 부풀어 오르는 느낌이었다. 열심히 만져주면 솟아오른 돌기와 그 주변이 약간 쓰릴 정도로 붓는데, 그걸 참고 견딜수록 더 봉긋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 여기서 뭔가 하얀 즙 같은 게 흘러나왔는데. 선오도 그걸 봤을까…? 미간을 좁히면서까지 생각해 봤지만 전혀 알 수 없었다. 어쨌거나 전에는 나오지 않던 분비물이 흐르는 건 어떤 식으로든 변하고 있단 증거 같았다. 틈틈이 젖 자위를 하라고 했으니까, 더 보기 좋은 모양이 되도록 노력하고 싶었다.

“음, 으응….”

하진은 거울을 보면서 양쪽 검지로 유두를 둥글게 돌리며 건드렸다. 처음엔 말랑말랑하던 겉이 마치 안에 심지가 생긴 것처럼 점점 딱딱해지면서 모양이 잡혔다. 이렇게 보니까 더 커진 것 같은데…. 그는 묘하게 기분이 좋아져서 아예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도톰한 젖꼭지를 잡고 앞으로 살짝살짝 당겨보기 시작했다.

“하앗… 응, 으음, 흥….”

스치는 자리마다 찌르르한 쾌감이 번졌다. 꼬집듯이 점점 세게 당기고, 옆으로 비틀며 괴롭힐수록 닿는 자리가 뜨거워졌다.

이렇게 만지는 거, 엄청나게 기분 좋은 거구나…. 역시 선오는 좋은 것만 알려주는 것 같아…. 하진은 그를 생각하며 얼굴까지 붉히고 가슴 자위를 했다. 어쩐지 그를 상상하면서 유두를 만지작거리니 부끄럽기도 하고 기분이 더 좋아지는 것도 같았다.

“히으, 아, 조, 좋아아, 여기….”

이제 그는 거울을 보는 대신 눈을 감고 차선오를 생각했다. 혀를 빨아줄 때의 그 애타는 느낌. 감미로운 숨결이 몸 위를 간지럽힐 때면 마치 스스로가 다른 사람이 되는 듯했다. 너무 좋고, 황홀했다. 한없이 몸을 내어주고만 싶었다.

더 강하게 짓눌리고 꼬집힌 하진의 유두가 붉게 익어 통통하게 부어올랐다. 그래도 아픔보다 쾌감이 더 컸다.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온몸으로 열기가 번지고, 이제 가슴뿐만 아니라 아래도 간질간질한 느낌이 일었다.

하진이 한쪽 손을 허리 아래로 미끄러트렸다. 만지다 만 유두가 화끈거리며 아쉬웠지만, 그보다 이제는 밑을 건드리고 싶은 욕망을 참을 수 없었다. 배 속 어딘가, 정확히는 엉덩이 사이의 구멍 안쪽이 움찔거려 긁고 싶었다.

똑바로 선 자세가 불편해 하진은 상체를 숙여 엎드렸다. 아무래도 무릎을 구부리는 게 좀 더 깊이 쑤실 수 있을 것 같아 하체도 그렇게 했다. 어느새 개처럼 바닥에 엎드리게 된 하진은 계속해서 한 손으로 유두를 만지작거리다 말고 무언갈 발견했다.

조금 전에 브래지어를 입어 보겠다고 벗어 던진 티셔츠. 자세히 보니 그건 차선오의 옷이었다.

어쩐지 소매가 길어 손등을 다 덮더라니. 직접 티셔츠로 갈아입은 기억이 없는 걸 보면 잠든 사이에 입혀 놓은 모양이었다. 잠든 사이에 얼마나 많은 일이 벌어지는 건지… 조금 진지하게 고민할 법도 했지만 지금 하진에게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흐읍.”

하진은 망설이지 않고 티셔츠를 움켜쥐고 그 위로 얼굴을 묻었다. 하아, 선오 냄새…. 그는 눈까지 감고서 거기 배어 있을 체향을 맡았다. 기다란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실제로는 깨끗이 세탁해 희미한 섬유 유연제 향만이 묻은 옷이었다. 그러나 거기에 차선오의 향이 없다고 생각하면 견딜 수 없어 하진은 스스로 없는 냄새를 만들어 내기에 이르렀다.

“하아… 아, 흣….”

무릎을 꿇은 채 바닥에 얼굴을 댄 하진이 서서히 허벅지를 벌렸다. 손가락이 닿는 거리가 아슬아슬해서, 엉덩이를 한껏 치켜세우고 허리를 더 낮추어야 했다.

습한 열기가 구멍 주변에 가득 고여 있었다. 짧게 정돈된 손톱 끝으로 주름을 살짝 긁어 보니 어제 과도하게 괴롭힘당한 탓에 붓기가 느껴졌지만, 그마저 어쩐지 자극적이었다. 하진의 떨리는 손가락이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갔다.

“으으응…!”

다물린 구멍 사이로 검지를 밀어 넣자 미미하게 끓어오르던 성감이 확 부풀어 올랐다. 소심하게 한 마디 정도만 넣고 둥글게 넓히던 게 무색하도록, 단숨에 끝까지 밀어 넣어 휘저었다. 반대쪽 손은 유두를 튕기고 잡아당기다가, 한 번에 양쪽을 같이 만지고 싶어 살집 없는 가슴을 억지로 모아보기까지 했다.

구멍 사이를 드나드는 손가락 개수가 많아질수록 하진의 눈이 점차 풀려갔다. 아무리 깊이 넣어도 모자랐다. 입술 사이로 자꾸만 애타는 신음이 새고, 성기는 바짝 솟아올라 아랫배를 찔렀다. 안쪽의 움찔거리는 점막은 더 강한 자극을 원하듯 연신 경련하며 하진을 괴롭혔다.

코를 박은 티셔츠에서 점점 체향이 사라지는 것 같아 눈물이 찔끔 났다. 찔걱, 찔걱. 구멍을 헤집는 손가락은 점점 다급하게 움직였다. 하진은 서툴게나마 절정에 닿기 위해 손목을 꺾으며 구멍을 쑤시고 따끔거리는 유두를 긁어내렸다.

“읍, 흐…!”

아… 정신이 어떻게 될 것 같아. 가슴을 키우기 위해 시작했던 소심한 자극이 하진을 통째로 집어삼키고 현실을 잊게 했다. 온몸이 뜨거워 견딜 수 없었다. 만지면 만질수록 애가 타서, 한없이 거기에 빠져들었다. 그래서 그는 벽 너머의 저 어딘가, 현관 도어 록이 열리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띠릭, 탁.

짧은소리는 경쾌하기까지 했다. 정갈한 발소리가 쿵쿵 울리며 점점 가까워졌다. 긴 그림자가 하진을 덮쳤다.

“…아….”

하진은 멍하니 입을 벌렸다. 그는 바닥에 엎드린 발정 난 짐승 같은 자세로, 돌아온 차선오를 맞았다.

각이 선 어깨가 도드라지는 흰 반팔 티셔츠에 검은 트레이닝복 바지, 한쪽에 무심히 걸친 스포츠용 더플백. 열린 문 너머로 나타난 차선오는 평소와 다른 가벼운 차림이었다. 정장을 입었을 때보다 탄탄한 바디 라인이 더 잘 드러났고, 캡 모자를 써서 반쯤 그늘진 얼굴에는 뚜렷하게 솟은 콧대가 유독 도드라졌다.

차선오는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헐벗은 채 뒤를 쑤시는 하진을 지켜보던 그가, 천천히 발을 옮기고 몸을 낮추었다.

툭. 차선오의 가방이 아무렇게나 바닥에 나뒹굴고 두 사람의 눈높이가 엇비슷하게 맞았다. 하진은 달뜬 얼굴을 내보이듯 그쪽으로 턱을 들었다. 가까이서 차선오의 냄새가 났다. 바깥의 뜨거운 열기와 함께, 만들어 내지 않은 진짜 차선오의 체향이 코끝을 스쳤다.

버티다 못한 하진이 바들바들 떨리는 손가락을 다시금 구멍 깊이 찔러 넣었다.

“하진아.”

“읏… 흐읍.”

그 부름이 방아쇠 역할을 한 모양이었다. 하진은 마치 격발의 순간처럼 튀어 올라 차선오의 목을 와락 끌어안았다. 울먹울먹한 눈 속에는 증오도 원망도 없었다. 단지 분리 불안으로 인한 설움만이 가득 담겨 있었다.

“나 기다렸어?”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하진이 얼굴을 묻자 티셔츠의 어깨 부분에 동그란 눈물 자국 두 개가 묻어났다. 뜨겁고 단단한 차선오의 팔이 하진의 허리를 깊이 끌어안았다.

“기다렸어… 너무 기다렸어.”

“그래도 착하게 잘 기다렸네. 어디 안 가고.”

“호, 혼자 어디 가지 마. 다음엔 나도 같이 갈래. 나랑 같이해, 응? 데려가 줘….”

무게를 잔뜩 실어 매달린 하진이 울음을 터뜨렸다. 차선오는 손을 미끄러뜨려 하진의 엉덩이를 토닥였다.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맨살이 고스란히 손에 잡혀 왔다.

“그래, 그러자. 예쁜 수영복 사서 다음엔 같이 가자.”

“응. 으응.”

모자 아래의 입술이 매끄러운 호선을 그렸다. 주말 아침마다 수영을 하는 오래된 습관이 의도한 대로 괜찮은 역할을 해낸 듯했다.

“흐읍….”

엉덩이를 감싼 손바닥에 은근히 몸을 비비는 하진이 사랑스러웠다. 봉긋하게 모인 엉덩이가 살짝 벌어질 때마다 무언가 찔꺽거리는 소리가 났다.

“…우리 하진이.”

“읏, 흐응.”

“보지에 물올랐네. 혼자 얼마나 갖고 놀았길래.”

차선오가 웃으며 중얼거리자 하진은 모른 체하며 더 그의 품 깊이 매달렸다.

“그것도… 내 티셔츠 냄새 맡으면서 자위한 거야? 이렇게 안이 다 풀리도록.”

“그, 흣, 그게 아니라아, 아흐으…!”

하진의 것보다 훨씬 굵고 단단한 손가락이 이미 살짝 벌어진 틈새로 푹 처박혔다. 그는 마치 상태를 확인하듯 안쪽의 흐물흐물한 점막을 꼼꼼히 훑고 살살 비볐다.

“보지 안이 이렇게 뜨거운데 뭘.”

하진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입술을 앙다물고 버텼다. 손끝에 살짝 힘을 주자 허리가 확 뒤틀렸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하진의 자세를 차선오가 전부 지탱해 그대로 버티도록 했다.

“하아… 하진아.”

“응, 흐으읍, 흐….”

“입 벌리고 이리 가까이 올라와.”

손가락 몇 개 넣어줬다고 울먹이며 구멍을 조이는 하진에게, 차선오가 나긋하게 명령했다. 고개를 떨구었던 하진이 다시 상체를 세웠다. 챙이 닿는 바람에 차선오의 모자가 벗겨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늘에서 벗어난 차선오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매끄럽게 빛났다.

그에게 오늘 아침은 일종의 시험이었다.

차선오는 일부러 현관에 메모를 남겨두었다. 그곳이 하진이 집을 벗어날 수 있는 마지노선이어서 그랬다. 만약 메모를 보고도 하진이 밖으로 나갈 마음을 먹었다면 문을 나서자마자 그대로 최면이 풀렸겠지만.

그에겐 믿음이 있었다. 하진이 자신을 떠나지 않을 거란 믿음. 지난날의 약속 이후로 어렴풋이 새겨진 그 믿음을, 견고한 확신으로 옮기고 싶었다. 오늘 시험의 목적은 그것이었다.

심지어 그 종이엔 어떤 암시도 담기지 않았다. 그러나 차선오가 남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평범한 쪽지 한 장은 하진에게 절대적인 힘을 발휘한 셈이었다. 좋은 신호였다.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흡….”

단숨에 삼켜진 입술 사이로 하진이 작은 혀를 움찔 떨었다. 차선오는 확신했다.

그가 이제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으리라는 걸.

뒤엉킨 혀 사이로 자꾸만 애타는 숨이 샜다. 하진은 키스에 서툴렀지만 그 행위에 담긴 의미만큼은 완벽하게 인지한 듯 스스로 더 매달리며 최선을 다했다. 이따금씩 야릇한 콧소리를 섞거나 몸을 비비며 안겨드는 게, 딱 사랑받고 싶어 안달 난 모습이었다.

“으으응, 흣… 흐응….”

턱을 붙잡아 움직이지 못하도록 고정하고, 윗입술과 그 아래의 틈, 안쪽 점막과 입천장을 샅샅이 핥았다. 빨면 빠는 대로 하진은 발정이라도 난 듯 흥분을 주체 못 하며 끙끙 앓았다. 그 얼굴이 궁금해 키스하며 눈을 뜨자, 아직도 눈물의 흔적이 남은 속눈썹과 불그스레한 뺨이 보였다. 그게 무척 사랑스러워서, 더 깊이 애정을 쏟고 싶었다.

차선오의 손이 하진의 몸 선을 타고 아래로 미끄러졌다. 곧게 뻗은 목선과 둥근 어깨를 지나, 등으로, 다시 가슴 위를 지날 때 하진이 크게 몸을 떨었다.

“…흣…!”

안 그래도 손끝에 닿는 유두의 느낌이 묘한데, 이런 반응까지 더해지니 직접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차선오가 천천히 맞물린 입술을 뗐다. 얼마나 질척하게 핥았던지 길게 늘어지는 타액을 따라 하진이 탁하게 풀린 눈으로 입을 벌리고 쫓아왔다. 빨갛게 부은 입술 위를 한 번 더 쪽, 소리 나게 빨아주고 고개를 낮춰 가슴을 살폈다.

“하진아, 여긴 왜 이런 거야?”

젖꼭지가 눈에 띄게 붉었다. 확연히 티가 날 만큼 도톰하게 부풀어 오른 돌기 주변으로도 질서 없는 손자국들이 남아 있었다. 차선오는 엄지로 그걸 아주 살짝 건드리며 하진의 표정을 확인했다.

“흐아…! 거, 거기는….”

“누가 만졌어? 아니면 깨물기라도 했나. 아파 보이는데.”

그가 일부러 무심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눈을 가늘게 뜨고 들여다보니 다행히 껍질이 벗겨지진 않았지만 거의 그러기 직전이었다. 척 봐도 아무런 윤활제 없이 막무가내로 비틀고 꼬집은 게 분명했다.

“흐응, 아니야. 내가 만졌….”

“직접 만졌어?”

“그게… 아직 좀 작은 것 같아서….”

“…흐음, 그래?”

집에서 틈틈이 가슴 자위를 하라고 시킨 건 본인이었지만, 너무 아무것도 모르는 하진에게 대뜸 암시를 준 건 아닌가 싶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그 요령 없는 모습이 마음에 들기도 했다. 자신을 만나기 전까지는 한 번도 이런 걸 해 본 적 없단 의미이기도 하니까.

“착하네.”

기분이 좋아진 차선오는 계속해서 꼿꼿해진 젖꼭지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아프진 않았고? 내가 보니까 여기가 전부 통통하게 부었어.”

“아냐, 기분 조, 좋았어. 흐응, 진짜로… 하앗.”

하진은 얼굴을 붉히며 조심스레 눈을 내리깔았다. 조금 부끄러웠지만, 차선오의 곧은 손가락이 부드럽게 유두와 그 주변을 간지럽히며 건드릴 때마다 입이 바짝바짝 말랐다.

사실 스스로 비틀고 꼬집을 땐 좋으면서도 조금은 아팠는데, 차선오가 해주니 달랐다. 마치 소중한 무언가를 대하듯 다정하고 세심하게 매만져 주는 모습에 아까의 서운함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그래도, 하으… 선오 네가 해주는 것만큼은 아냐….”

결국 하진은 그렇게 고백해 버리고 말았다. 낮은 웃음소리가 들리자 홀린 듯 따라서 웃게 됐다.

“그럼 내가 좀 가르쳐 줄까?”

“가, 가르쳐…?”

“응. 앞으로도 이렇게 젖 키울 일 많을 테니까… 기왕이면 상처 나지 않게 잘 만지는 게 좋잖아. 한 번쯤은 배워두면 어때?”

나긋한 제안에 거스를 수 있는 구석이라곤 없었다.

“으응, 좋아… 그럼….”

“여기 나한테 기대 봐. 응, 그렇게.”

하진은 천천히 차선오가 이끄는 대로 그와 같은 방향으로 몸을 돌려 가슴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마치 품에 가두어진 듯한 자세였다. 조금 어색해하던 것도 잠시, 등 뒤에 닿는 탄탄하고 넓은 가슴이 안정적이어서 하진은 마음 놓고 무게를 실어 그에게 기댔다.

“읏….”

그렇게 안긴 것 같은 자세까지는 좋은데… 다리를 벌리고 벽에 기댄 차선오의 품 안에 바짝 붙으려니, 엉덩이 쪽에 무언가 닿는 것 같았다. 트레이닝복 바지의 부드러운 감촉 아래, 마치 딱딱한 막대기 같은 게 정확히 하진의 엉덩이골 즈음에 비벼졌다.

“흐응….”

그게 뭔지 모르진 않았지만 대놓고 반응할 순 없었다. 아프지 않게 가슴을 만져준다고 했으니까…. 앞뒤로 가해지는 미약한 자극에 하진은 입술을 꾹 물었다. 벌써부터 쭈뼛 소름이 돋을 만큼 기대감이 서렸다.

“제일 먼저 손가락을 적셔야 해.”

유두 주위를 간질이던 차선오의 손가락이 불현듯 하진의 입술 사이로 쑤셔 박혔다.

“이렇게.”

“흐웁… 웁.”

다정한 목소리와 달리 다소 거친 삽입이었다. 처음엔 하나가, 다음엔 둘이 들어와 여린 점막을 휘저어댔다. 하진이 얼떨결에 키스할 때처럼 혀를 세워 서툴게 얽으니 순식간에 다른 두 손가락까지 침입했다. 엄지를 제외한 네 손가락 모두를 입에 넣어 핥도록 하면서, 차선오는 하진의 허리를 감싸 제 쪽으로 더 바짝 당겼다.

벌어진 다리 사이의 툭 불거진 윤곽 위로 말랑한 살집이 포개어졌다. 바지 속에서 발기한 기둥 옆면으로 구멍 주변을 정확히 건드리자, 하진이 허리를 뒤틀며 삼키지 못한 군침을 뚝뚝 흘려댔다.

“하, 으, 히윽… 서오야….”

불분명해진 발음 사이로 질척한 소리가 섞였다. 뒤로는 더 큰 것도 잘만 빨아 먹을 거면서, 고작 손가락 네 개를 벅차할 만큼 하진의 입속은 좁고 뜨거웠다. 모아서 깊이 쑤실 때도 그랬지만 옆으로 넓게 벌리면, 짓눌린 혀가 어쩔 줄 모르고 움찔거리며 마디를 톡, 건드렸다. 그 야릇한 감각을 충분히 즐긴 차선오는 넘쳐흐른 타액이 손바닥 일부까지 적실 지경이 되어서야 손가락을 빼 주었다.

“켁, 하아… 하….”

“어렵지 않지? 자지 빨 때랑 비슷해. 이 정도로 충분히 빨아서 적시고 나면, 그땐 만질 준비가 된 거야.”

“흐으으, 응….”

“하진아, 듣고 있어? 다른 덴 가만히 있어야지.”

그런데 손을 빨며 흥분하기라도 한 건지, 하진은 어느새 뒤에 닿는 성기에 대고 압박 자위라도 하듯 슬쩍슬쩍 엉덩이를 비벼대고 있었다. 완전히 닿기엔 두꺼워서 정확히 구멍에 걸쳐지도록 기분 좋은 각도를 찾아 교묘히 움직이는 것을, 차선오가 모를 리 없었다. 그는 하진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손바닥으로 부어오른 젖꼭지를 약하게 내려쳤다.

“힉…!”

가뜩이나 잔뜩 민감해진 유두에 순간 떨어져 나갈 듯 화끈한 감각이 느껴졌다. 하진은 저도 모르게 맞은 부위를 가리려다 그대로 손목이 잡혀 울상지었다.

“집중 안 하면 아프게 할 거야, 그래도 좋아?”

“좋… 아, 아니야, 흡, 들을게. 말 잘 들을게….”

고개까지 주억거린 하진은 엉덩이를 움직이지 않기 위해 힘을 주고 버텼다. 금방이라도 박히고 싶으면서 꾹 참는 모습이 훤히 보였다. 이걸 기특하다고 해야 할지. 소리 없이 웃은 차선오는 방금 내려친 하진의 유두를 다시금 살살 비비며 자극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렇게 침을 묻히면 더 부드럽고 축축해서 만지기 좋아져.”

“하아… 응… 흐….”

한 번 얻어맞은 덕에 가슴이 더 민감해진 모양이었다. 하진이 벌써부터 어쩔 줄 모르고 끙끙거리며 앓았다.

“만약에 지금처럼 하진이 뒷보지가 젖었을 땐.”

“힉…!”

“여기서 나온 씹물을 묻혀서 비벼도 돼. 하아, 여기까진 이해했지?”

“으응, 거, 거기 좋… 흐, 흐아앗….”

마치 박을 것처럼 힘주어 성기 끝으로 구멍을 찌르니 하진이 금세 자지러지며 상체를 무너뜨렸다. 그 틈을 타 반대쪽 손도 빨게 해서 적시고, 축축해진 양쪽 손으로 동시에 유두를 긁었다. 닿는 부위마다 온통 열감이 느껴졌다.

“껍질이 까지지 않게, 살살 굴리는 거야. 긁고 비비다가 충분히 딱딱해 지면 이렇게, 튕겨도 보고.”

“흣… 응, 으응, 아흐.”

“혀로 빨고 깨물면 더 좋은데 혼자서는 못 하니까… 아쉬운 대로 살짝 꼬집어도 되고. 대신 다치지는 않게. 응?”

“알겠, 하으, 알겠어. 고마워….”

뒤에 닿는 자극과 쉴새 없이 가슴을 괴롭히는 손끝에 하진은 거의 울먹이며 안달이었다. 몸이 어찌나 바짝 붙어 있는지 구멍 안의 습기와 열감이 차선오의 사타구니 근처에 느껴질 정도였다.

그 와중에도 고맙단 말을 빼먹지 않는 걸 보면, 진심으로 좋은 모양이었다. 이 정도라면 좆을 넣어주기 무섭게 앞뒤로 질질 흘릴 것도 같은데…. 뒤로 자지를 물자마자 싸는 하진이라니, 상상만 해도 그 안이 흐무러질 때까지 흠씬 쑤셔주고 싶었다.

“하아….”

차선오가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 어쩌면 바지의 가운데 부분만 해질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 정도로 이제는 꽤 거칠게 구멍 위를 비비고 있었다. 적당히 뜨겁고 딱딱하게 부푼 하진의 젖꼭지도 그를 만족시켰다. 자제력이 무너지려 했다.

“흐읏, 그런데 원래 이런, 읏, 이런 거야…? 나 여기 조금… 흐, 이, 이상한… 아으응, 흑….!”

그때 갑자기 하진이 무언가 참지 못할 것처럼 차선오의 손등을 겹쳐 쥐고 떼어내려 했다.

“왜 그래, 하진아. 아파?”

“아픈 게 아, 아니라… 앗, 흐, 그게.”

여태와 다른 반응이었다. 뒤에서 보는 목덜미가 온통 새빨갰다.

“…뭐가 나올 것 같아?”

“으응, 응…! 어, 떡해애… 거기, 아! 흐아…!”

하진이 허리를 위아래로 크게 들썩거렸다. 울긋불긋한 가슴은 이제 뭐가 닿지 않아도 간지럽고 욱신거릴 만큼 부어 있었다. 낌새를 알아챈 차선오가 가슴을 강하게 꼬집으며 하진을 압박했다. 그러자 원래 크기의 거의 두 배쯤 부푼 유두 끝에서 무언가 핏, 하고 흘러내렸다.

“아… 흡.”

하진이 짧은 신음을 흘리며 상체를 바르르 떨었다. 이상한 느낌이었다. 마치 탱탱하게 부푼 과육을 손으로 으깬 것처럼, 하진은 가슴 안에 고인 무언가가 탁 터져 나가는 기묘한 감각을 느꼈다. 그와 동시에 아랫배에 바짝 올라붙은 성기 끝에서도 묽은 정액이 힘없이 흘렀다. 가슴을 만진 것만으로도 사정한 셈이었다.

그러나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내내 흥분해 허리를 뒤틀기 바빴던 하진은 깜짝 놀라 허겁지겁 자신의 가슴 언저리를 내려다보았다.

“이, 이거….”

묽은 젖물이 보였다. 아주 약간이지만, 하필이면 차선오의 손에 묻어서 어떻게 숨길 수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도 흘러나왔었는데…. 정말, 이상했다. 이런 건 절대, 가슴에서 나올 만한 게 아니었다.

그건 약간 비릿한 냄새가 나면서도 점성이 거의 없었다. 반쯤은 투명한 액체. 그러나 분명 색이 희끄무레했다. 하진이 떨리는 눈을 깜빡였다. 그러니까 이건 마치… 아기를 낳은 여자의 유두에서나 나올 법한….

“이, 이거 아니야, 선오야.”

하진은 황급히 차선오의 젖은 손끝을 덮어 가리면서 변명했다.

“이런… 하진아.”

그러나 차선오는 뜻밖에도 무척 즐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가슴으로도 싸는 거야?”

“아냐… 나, 나 원래는 안 이런데.”

“무슨 소리야. 여기서 흐르는 거, 분명 다 봤는데.”

그가 다시 손을 올렸다. 하진은 잠시 빠져나가려 버둥거렸으나 소용없었다.

“흐, 앗…!”

“이것 봐. 또 나왔어… 보여? 젖꼭지에서 하얀 물이 나왔는데, 더 만져 보면 확실해지려나.”

일부러 꼬집듯 강하게 쥐어짜니 아까보다 아주 조금 더 진해진 유즙이 맺히는 게 선명하게 보였다. 하진도 다시 눈물이 고여 흐릿한 시야로 똑똑히 보았다. 기이할 만큼 부어오른 자신의 젖꼭지에서 방울방울 새어 나오는 흰 액체를.

“흐윽, 왜… 왜 이런 게….”

“왜 이렇게 울어. 예쁘기만 한데.”

납작한 가슴 전체를 다독이듯 손바닥으로 움켜쥐고 부드럽게 마사지하던 차선오는 잠시 품에 안겨 바들바들 떠는 하진을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도톰한 유두가 예뻐서 알약을 충분히 먹인 지도 며칠이 지났으니, 시기상 젖이 돌 때가 맞긴 했다. 그러나 막상 이렇게 직접 만져 흘리는 걸 눈으로 확인하니 기분이 묘했다. 확실히 좋은 쪽으로, 묘했다.

반면 하진은 제 앞에서 젖물을 흘린 게 꽤나 충격적인 모양이었다. 뭐, 그런 과정도 필요하겠지. 나중에 가면 이런 것쯤은 아무렇지 않아지겠지만.

계속 어떤 말도 못 하는 하진과 달리 차선오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다 문득 바닥 한쪽에 떨어진 천 조각이 시야에 잡혔다. 비록 방금 누가 벗어던진 것처럼 모양이 뒤틀려 있었으나 한눈에 알아차렸다. 그건 하진에게 선물한 순백의 브래지어였다.

옷장 안에 다른 란제리들과 함께 놓여 있어야 할 그것이 혼자 바닥에 나와 있는 걸 보니, 자신이 돌아오기 전까지 뭘 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직접 입어 보는 장면까지 봤다면 더 좋았겠지만… 아니, 그건 지금도 어렵지 않았다. 그의 새카만 동공이 반짝였다.

“좋은 방법이 있어.”

“…무, 무슨.”

“여기서 젖이 나와서 무서운 거잖아. 응?”

그가 떠보듯 말꼬리를 늘였다.

“안 나올 때까지 만져서, 없애는 건 어때?”

말도 안 되는 논리였다. 실제로는 전혀 그럴 리 없다는 걸 차선오는 뻔히 알았다. 그러나 패닉에 빠진 하진에게는 당연히 그럴듯한 방법처럼 들렸다. 사실 무엇이든 거부하지 않고 잘 따르는 모습이 하진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어, 얼마나 만져야 할까…?”

“글쎄. 많이 할수록 좋겠지. 아까 내가 다 알려줬으니까, 직접 한번 해볼래?”

하진의 양손이 움찔 떨리는 게 보였다. 차선오는 직접 그걸 잡아다 축축한 가슴께에 올려주면서 다정하게 속삭였다.

“가슴도 키울 겸 말이야.”

가슴을 키워야 한다는 암시는 하진에게 있어 꽤 큰 부분을 차지했다. 때문에 그 얘기를 듣자마자 보이지 않는 끈이 하진을 묶은 것처럼, 유두 근처에 댄 손을 전혀 내릴 수 없었다.

당연히 차선오를 위해 가슴을 키워야 하는 게 맞으니까, 게다가 여기서 나오는 이상한 액체도 전부 없앨 수 있다면 분명 지금부터 열심히 노력해야 했다.

“하, 할게.”

그 결심을 뱉기 무섭게, 차선오는 하진의 뜨거워진 목덜미에 키스하며 칭찬했다.

“착하네. 아까 말한 대로 할 수 있겠어?”

“으응. 이, 이렇게 하면 되는 거지…? 하으, 응.”

하진은 그때부터 차선오의 품에 안긴 채로 최선을 다해 젖꼭지를 문지르고 굴리며 젖물을 빼기 위해 애썼다. 이미 과도하게 만져진 터라 느껴지는 감각이 평소보다 몇 배로 강했다.

살짝만 스쳐도 몸이 움찔거릴 만큼 반응이 와서 요령껏 살짝살짝 만지다가도, 그렇게 하면 안에 고인 즙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아 다시 힘을 더해 조절하길 반복했다.

“그래… 그렇게 열심히 만지다 보면 곧 예쁘게 입을 수 있을 거야.”

“무, 흐응, 무슨, 아, 흣….”

“저거. 좀 전에 입었다가 도로 벗었지?”

계속 울먹이며 유두를 매만지던 하진의 시선이 뒤에서 뻗어 나온 차선오의 손끝이 가리키는 쪽으로 움직였다. 그렁그렁하게 고여 있던 눈물이 뺨을 따라 흘렀다. 맑아진 시야 안에 아까 자신이 팽개친 여성용 속옷이 보였다. 입었을 때 안에 공간이 남아 어울리지 않던 흰 브래지어였다.

“왜 그랬어?”

“그게… 흐응, 흑.”

하진이 조금 울먹였다. 서러움이 한계치를 초과하려 했다.

“아직 가, 가슴이 충분히 커지지 않아서… 이상해서….”

“그럴 리가 없잖아.”

“정말이야…. 흡, 그런데 여기서 자꾸, 이상한 게 나오고… 흐윽, 저건 어울리지도 않아…. 네가 사준 건데.”

봇물 터지듯 와락 감정이 터져버린 하진이 기어코 고개를 떨구었다. 재미있는 건 그런 와중에도 가슴에서 손을 떼지 못한 채, 계속해서 젖꼭지로 자위를 하고 있단 사실이었다.

붉게 부풀어 오른 돌기를 강박적으로 문지르는 손끝은 힘을 조절하지 못하고 치미는 감정에 따라 점점 세기를 더해갔다. 이미 한 차례 정액을 흘린 하진의 성기도 움찔거리며 그가 흥분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하나도 안 이상해.”

“흐읍… 흣, 응.”

“여기 이제 곧 흐를 것 같은데. 잘 봐, 하진아. 얼마나 예쁜지.”

“정말…?”

정말이었다. 조금 더 강하게 자극받은 오른쪽 유두에서 다시 흰 물기가 몽글몽글 맺혀 점점 큰 방울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하진은 뭐에 홀린 것처럼 그걸 보다가, 검지 끝에 꾸욱 힘을 주었다.

“아, 아앙… 하… 흐….”

눌린 강도만큼 피부 안쪽에 고인 즙이 서서히 밖으로 새어 나왔다. 둥근 돌기 아래에 무겁게 매달려 위태롭게 흔들리던 그것은 기어코 반투명한 세로줄을 그리며 아래로 흘러내렸다.

“…흐아, 아….”

아까 차선오의 손에 의해 젖물을 흘리며 느꼈던 그 짜릿한 쾌감이, 몇 배나 선명하게 떠올랐다. 하진은 저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를 내지르며 허리를 크게 움찔거렸다. 가슴을 앞으로 내민 듯한 야릇한 자세로 몇 차례 더 경련하던 하진이 결국 참지 못하고 가슴을 마구 비틀어댔다.

“아, 아흐으… 응, 히윽.”

부주의한 손길을 따라 이젠 양쪽에서 희멀겋고 묽은 게 조금씩 주륵, 주르륵, 흘러내렸다.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겉에만 살짝 맺히던 여태까지와는 분명 달랐다.

“아… 아, 어떡… 해애, 후읏, 아….”

쉬지 않고 젖을 흘리던 하진은 밀려오는 만족감에 한참이나 가쁜 숨을 할딱거렸다. 그리고 조금 뒤에야 그 부끄러운 모습을 인지하고 숨기려 했다. 유독 반들반들한 물기로 젖은 젖꼭지와 그 아래가 갑자기 지나치게 잘 보인 탓이었다.

그러나 이미 하나도 빠짐없이 보여진 뒤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슴에서 젖이 나오긴커녕 스스로 자위조차 거의 해본 적 없던 하진을 한순간 음탕한 창부처럼 만들어 놓은 당사자, 차선오에게.

“…하진아.”

“이, 이제 됐어…? 흐읍, 이제 전부… 흐아, 앗…!”

손을 내릴지 말지 고민하며 소심하게 묻던 하진의 몸이 순간 공중에 붕 떴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버둥거리기도 잠시, 바닥에 앉아 안겨 있던 그대로 하진은 차선오의 위에 올라타게 됐다. 같은 쪽을 보던 방향도 빙 돌아가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는 형태로 그 어느 때보다 가까이 맞붙었다. 얼굴도, 상체도, 특히나 가장 부끄러운 아래까지.

“선… 아흣!”

무언가 뻐근하게 아래를 찔러왔다. 그걸 자각하기 무섭게 트레이닝복 바지 안에서 퉁겨 나온 흉기 같은 것이 단숨에 하진의 구멍 사이를 비집고 쑤셔 박혔다.

“힉, 읏…!”

안에서 투둑, 하고 무언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그래도 뒤로 물리지 않았다. 조금의 주저 없이 힘주어 끝까지 밀어 넣자 빠듯하다 싶을 만큼 안이 비좁게 달라붙었다.

“하… 그새 왜 이렇게 좁아졌어….”

“으, 흑… 흐아, 읍….”

“이제 아다 구멍도 아니면서, 꽉 무는 게 꼭 처음 딸 때 같다, 그치.”

축축하고 뜨거운 내벽을 억지로 가르는 느낌에 차선오의 것은 안에 자리 잡은 상태에서 조금 더 부풀어 올랐다. 마치 거대한 기둥이 배 안에 들어찬 것 같았다. 하진은 아까 흘린 젖물을 닦지도 못한 채로 차선오에게 아래를 꿰뚫린 채 좌우로 넓게 벌어진 허벅지를 발발 떨었다.

“하진아, 아직 멀었어.”

그가 하진의 허리를 잡아 힘주어 내리누르며 말했다.

“아흐, 흥….”

“젖꼭지가 이렇게 퉁퉁 불어서, 안에 물이 가득 찼잖아. 안 보여? 한참 남았잖아.”

“아…! 아아… 흐아, 흣.”

“더 만지고 꼬집어야지…. 그래야 예쁘지. 응? 얼른. 하아, 얼른 더 만져봐. 내 앞에서 흘리는 거 보여줘, 전부 다.”

아래에서 쳐올릴 때마다 하진의 몸 전체가 공중에 붕 떴다가 다시 내리꽂혔다. 묵직한 배 속이 통째로 뒤틀리는 느낌이었다. 분명 몇 번이나 박힌 적 있는 구멍인데도 하진의 뒤는 처음처럼 좁고 빠듯했다. 고작 손가락으로 만진 건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차선오의 것이 지나치게 거대한 탓도 있었다.

억지로 맞물려 놓은 길은 행위를 반복할수록 점점 넓어지며 더 깊은 안쪽까지 자리를 내주었다. 하진은 그 딱딱한 살덩이가 뱃가죽 위로 튀어나올 것만 같아 무서웠다. 만져서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직 꼬집고 비벼서 빼내야 할 젖물이 한참이나 남았다는 말에, 도무지 가슴 위에서 손을 뗄 수가 없었다.

“흐윽… 아, 아아, 힉!”

그는 공중에서 몸이 튀어 오르는 와중에도 울며 젖꼭지를 비틀었다. 퉁퉁 부어오른 유두는 공중에서 흔들릴 때마다 그 자극만으로도 물기를 찍찍 뱉어냈다.

아주 조금씩 새어 나오던 젖물은 점차 헤퍼졌다. 가슴이 축축해질수록 조절 없이 거칠게 자극당한 구멍도 아까와는 다른 느낌으로 화끈거렸다. 내벽이 마구 움찔거리면서 스스로 귀두를 빨아당기는 느낌이었다. 기분이 좋았다. 뭐라 설명 못 할 거대한 쾌락이 하진을 삼키고 엉엉 울게 했다.

“선오, 야, 선오… 흐아, 앗, 거기, 흐응, 흣!”

“그래. 여길, 찔러주니까, 젖이 더 잘 나오잖아. 내가 도와주는 거야, 하진아. 알아들어?”

차선오는 하진의 가슴에서 흐른 물기를 손가락으로 쓸어다 좁은 입에 억지로 쑤셔 넣으며 말했다.

“넌 나한테, 후으, 고마워해야 해. 기분 좋잖아. 응?”

“아읍… 흑, 후읍.”

하진은 버거워하면서도 무작정 그걸 쪽쪽 빨아댔다. 몸이 위아래로 흔들려 제대로 빠는 게 어려운 데도 최선을 다했다.

“좋다고 해. 너무 좋다고만. 나한텐 그렇게 말해야 해.”

“하… 하아, 큽, 읏… 켁….”

겨우 빠져나간 손가락이 온통 침 범벅이었다. 하진은 약간 비릿한 맛이 남은 혀를 내민 채 잠시 가쁜 숨을 골랐다. 한 번에 너무 많은 세뇌가 새겨져 혼란스러웠다.

“고마워. 선오야….”

그러나 이내 전부 받아들였다. 기분이 좋았다. 도와주는 선오가 고마웠다. 다른 건 전혀 생각할 수 없었다.

“보지 찔러줘서, 너무… 흐으, 응.”

하진이 할딱였다. 그런데… 왜 멈추지 않는 거지? 왜 계속, 가슴이 축축하고….

“흐윽…!”

차선오가 허리를 크게 쳐올렸다. 구멍 깊숙이서 커다랗게 부푼 귀두가 움찔 떨리다, 정액을 싸지르기 시작했다. 이미 흐물흐물할 만큼 충분히 풀린 내벽이 점차 끈적하게 젖었다.

하진은 참지 못하고 배를 감쌌다. 무언가 가득 차오르는 느낌에 그 역시 경련하며 구멍을 잔뜩 조였다. 마치 꿀꺽꿀꺽 받아먹는 것처럼, 기둥을 타고 흐르는 흰 거품까지 도로 안으로 빨아들이려 안달이었다. 스스로 허리를 앞뒤로 흔들며 정액을 깊이 품었다.

“하앗, 기, 기분 좋아. 이거… 으흥, 흣….”

아래가 다 젖도록 오래 사정한 차선오는 하진의 등허리를 훑어 올려 단단히 받쳤다. 그리고 여전히 절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하진의 젖꼭지를 단숨에 입에 물고 빨았다.

“흐… 앗….”

다시 비릿한 유즙이 흘러 차선오의 혀를 적셨다. 하진은 어쩔 줄 모르고 가슴을 잔뜩 내어준 채 엉덩이를 들썩였다. 정액이 샌 접합부에서 찰박거리는 소리가 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진의 성기에서도 묽은 백탁액이 흘렀다.

“후… 어쩌지, 하진아.”

뾰족하게 세운 혀로 탱탱해진 유두를 충분히 핥은 차선오가 곤란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안이 이렇게 젖어서, 아기가 생길지도 모르겠는데.”

“아, 아기…?”

“응. 젖이 점점 더 많이 돌 거야. 가슴에 가득 차면 무겁고 아플 테니까, 자주 빼줘야겠는데.”

“…그, 그럼… 오늘처럼 계속….”

“그래.”

차선오는 깔끔하게 잘라 말했다. 하진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그의 설명에 멍하니 생각에 빠져들었다.

젖이 더 많이 돈다는 건… 오늘처럼 그렇게 기분 좋은 걸 많이 할 수 있단 의미인가?

한계까지 부푼 것이 탁 터져 나가던 순간의 쾌감을, 하진은 이미 잊지 못했다. 방금 차선오가 제 가슴을 빨았다는 자각조차 희미했다. 그저 그 기분 좋은 순간을 좀 더 느끼고 싶을 뿐이었다. 차선오도 분명 예쁘다고 했고….

“잘할 수 있지? 하진아.”

나지막한 목소리에 기대감이 풍선처럼 부풀었다. 하진은 실제로는 납작하기 짝이 없는 가슴팍을 손바닥으로 서툴게 만져 보았다.

“오늘 기분 좋았잖아.”

차선오의 말대로라면 분명 가슴도 커질 것 같았다. 젖꼭지도 이보다 더 도톰해질 테고, 그러면 더 예쁨받을 수 있었다. 물론 오늘처럼 노력하고, 열심히 만지고, 섹스도 줄곧 해야겠지만…. 그게 이렇게나 좋은 것이라면 충분히 잘할 자신이 있었다.

“응…. 잘할 수 있어.”

“그래. 그래야지.”

칭찬하듯 부드럽게 하진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은 차선오가 어느새 다시 발기한 것을 젖은 구멍에 밀어 넣었다.

“아흐, 응….”

주사를 준비할 생각이었다. 약물을 주입해 퉁퉁 부어오를 하진의 가슴이 기대됐다. 혼자 말 못 하고 끙끙대며 곤란해할 얼굴도, 그걸 잔뜩 만져주었을 때 보여줄 눈물 젖은 얼굴도.

“하아, 좋아….”

분명 달콤하겠지.

“더 넣어줘, 응? 흐읏, 세게….”

하진이 허벅지를 활짝 벌리며 보챘다. 차선오는 기꺼이 그 틈으로 애정을 쏟아부어 주었다.

*

“하진아, 다 했어? 이제 출발해야 해.”

딱 떨어지는 정장 차림의 차선오가 현관 근처에서 하진을 불렀다. 시간을 확인하니 5분 안에 출발해야 했다. 조금 전, 출근 준비를 다 마치고 얌전히 소파에 앉아 있던 하진은 갑자기 조금만 기다려달라며 방으로 사라졌다. 그러고서 10분째 소식이 없었다.

들고 있던 서류 가방을 내려놓은 차선오는 천천히 하진이 들어간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문은 완전히 닫히지도 열리지도 않은 애매한 상태였다.

“으응, 흣….”

그 틈 사이로 위태롭게 끊기는 신음이 새어 나왔다. 하진이 출근 시간이 임박한 것도 잊고 뭘 하는지, 차선오는 대강 짐작했다. 지난번 암시를 넣은 이후로 시간이 꽤 흘렀다. 하진은 시도 때도 없이 혼자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아주 착실히, 자신의 역할을 다 하고 있었다.

“하아… 읏, 서, 선오야.”

“슬슬 나가야 하는데 말이 없어서. 뭐 하고 있어?”

“아… 그게.”

하진은 부끄럽다는 듯 뺨을 붉혔다. 그러나 말하지 않을 순 없었다. 차선오의 앞에선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아야 하니까.

“이걸 여기 닿게 하고 싶은데… 생각보다 잘 안 돼서.”

하진이 양손으로 쥔 걸 달랑이며 고백했다. 그는 출근할 때 쓰라고 차선오가 사준 백팩을 메고는, 가방이 흘러내리지 않게 하는 앞 버클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원래는 가슴 위쪽에 채워 고정하는 용도지만, 그걸로 뭘 하려 한 건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어디 봐. 해줄게.”

“응… 미안.”

“아니야. 근데 될지 모르겠네…. 좀 더 내밀어 볼래? 어, 그래.”

살짝 웃은 차선오는 제 앞에서 허리를 바짝 세운 하진에게 다가가 백팩의 어깨끈을 조절해 주기 시작했다. 앞 버클이 유두 위를 정확히 스치도록 하려면 끈을 한참 내려야 했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하진이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었다. 이미 몇 분이나 혼자서 씨름한 건지 손바닥이 다 불그스름해진 게 보여 퍽 애틋한 마음도 들었고.

“다음부턴 그냥 나한테 해달라고 해. 손 다치잖아.”

“응… 고마워, 앗, 흐응. 되, 된 것 같아.”

“잘 됐어?”

하진이 갑자기 어깨를 움찔 떨기에 조금 물러나 확인하니, 대강 높이를 맞춰 채워 둔 앞 버클이 하진의 유두 위를 정확히 가로로 덮고 있었다.

이젠 옷을 벗겨보지 않아도 알았다. 틈날 때마다 만진 덕분에 예전보다 훨씬 민감해진 하진도 하진이지만, 차선오 역시 하진의 몸이라면 이제 눈 감고도 뭐가 어디 있는지 전부 그릴 지경이었다.

“하아… 이, 이제 갈까?”

“괜찮겠어? 출근해야 하는데.”

“으응, 그럼.”

하진이 뿌듯하게 웃어 보였다.

“출근길엔 이렇게라도 젖꼭지 예쁘게 키워야 하니까…. 도와줘서 고마워, 선오야… 흐응, 아….”

잘 채워진 앞 버클을 괜히 한 번 살피는 척 만지자, 단단한 버클 표면에 셔츠 아래의 유두가 쓸렸는지 하진이 금방이라도 그걸 잔뜩 만지고 싶은 얼굴을 했다.

참고 버티느라 백팩 어깨끈을 양손으로 꽉 잡고 있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차선오는 붉어진 하진의 손바닥을 펴서 그 위에 쪽쪽 입 맞추고는, 함께 현관으로 향했다.

“가는 내내 안 풀 거지, 그럼?”

“당연하지. 누가 도와줬는데…. 얼른 가.”

신발을 신고 떠보듯 묻자 하진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차선오는 웃는 얼굴로 현관문을 열었다. 여름 아침의 맑고도 후덥지근한 공기가 피부를 감쌌다. 뒤에서 하진이 따라 나오는 게 느껴졌다.

띠릭, 탁. 문이 닫혔다.

“가자.”

차선오가 천천히 주차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뒤에서 따라오는 발소리가 일정하지 않았다. 일부러 아무 말 없이 좀 더 걷던 차선오는, 이내 참지 못하고 돌아보았다.

“왜 그래?”

얼굴이며 목까지 구석구석 분홍빛으로 물든 하진이 보였다. 여전히 백팩 어깨끈을 양손으로 꽉 쥔 모습이었다.

“아… 아니야.”

밖으로 나온 하진의 목소리에는 당황과 긴장, 겁이 가득했다. 몸을 잔뜩 움츠린 채 고개를 들지 못하는 모습 역시, 조금 전과 확연히 달랐다.

다른 사람이 된 것이다. 문을 통과하자마자.

“어디 아파 보이는데. 출근할 수 있겠어?”

“그게…. 아, 아냐. 진짜 신경 쓰지 마. 괘, 흣, 괜찮으니까….”

하진이 식은땀을 흘리며 더듬거렸다. 신경 쓰지 말라고 제가 먼저 보란 듯이 걸어가려다 두어 걸음도 가지 못하고 다시 멈추어 섰다.

“흐, 흐으….”

어깨끈을 쥔 손이 바르르 떨리는 게 보였다. 차선오는 그에게 다가가 부드럽게 물었다.

“가방끈 때문인가? 어디 봐.”

“하… 하지 마…!”

끈 위치를 봐주는 척 만지려 하니, 하진은 눈에 띄게 경계하며 물러서기까지 했다. 저렇게까지 소리를 지르는 건 처음이어서 좀 낯설었다.

그래도 그 속은 훤히 보였다. 유두가 근질거려서 참을 수 없는 거겠지. 만지고 싶고, 꼬집고 싶겠지. 그렇다고 친구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도 없고.

정신은 최면에서 풀려났어도 몸은 여전히 모든 쾌락을 기억했다. 그 괴리감 앞에서 하진은 어쩔 줄 모르고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모든 걸 아는 차선오는 짐짓 민망한 척 이마를 긁적였다.

“아… 미안. 그렇게 싫어할 줄 몰랐네.”

“내, 내가 벗을게.”

“음….”

도무지 못 참겠는지 결국 가방을 벗으려 하는 하진의 모습에, 차선오가 기다렸단 듯 조용히 말했다.

“하진아.”

“…어.”

“근데 너 조금 전엔… 출근하는 내내 그거 안 풀 거라고 했잖아.”

“…내가…?”

하진의 손이 멈칫했다. 그 와중에 끈을 또다시 건드려 눈에 띄게 어깨를 움츠리며 아랫입술을 꽉 무는 게 보였다. 당장 무엇인가 저지르고 싶은데 그 충동이 너무 낯설어 곤란해하는 얼굴이었다.

머릿속이 온통 엉망일 테지. 아주 조금은 안쓰러웠다. 차라리 일정한 정신으로 하루가 쭉 이어진다면 하진도 더 편안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기억 안 나? 분명 그랬는데.”

“기억… 안 나는데….”

“이상하네. 분명 그랬어. 가방이 자꾸 흘러내려서 한 번 벗으면 다시 매기 힘들다고, 내가 직접 도와주기까지 했잖아.”

“…….”

차근차근 꺼내 놓는 말에 하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차선오는 시간을 두고 그 얼굴을 꼼꼼히 눈에 담았다.

최면에서 벗어났을 때도 이렇게나 순종적일 수 있다니. 잘만 하면 이제 집과 팀장실이 아닌 곳에서도 하진을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길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가능성이 엿보인 순간이었다.

“이러다 진짜 지각하겠다.”

“아… 응….”

“얼른 가자. 이건 팀장으로서 하는 얘기야.”

그가 하진의 움츠러든 어깨를 장난스럽게 툭툭치고는 다시 앞서 걷기 시작했다. 뒤에서 다시 쭈뼛대며 따라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유두가 스칠 때마다 온통 야릇한 기분에 사로잡힐 박하진. 그래도 반항 한 번 못 하는 박하진. 오직 저만을 얌전히 따라 걷는 박하진.

곱씹을수록 더위가 사라지고 무거운 공기마저 상쾌하게 느껴졌다. 차선오의 얼굴 위로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

“하진아, 복숭아 먹을래?”

나란히 앉아 저녁을 먹은 뒤, 차선오는 거실에 홀로 앉아 있는 하진에게 넌지시 물었다. 오늘도 스스로 고른 새 잠옷을 꺼내 입은 하진은 거실 바닥에 웅크린 자세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허락도 없이 빨래 바구니에서 꺼내 입은 차선오의 셔츠와, 그 아래 레이스 장식이 달린 검은색 티 팬티 차림.

조심성 없이 무릎을 세운 자세여서 엉덩이는 물론이거니와 손바닥만 한 속옷으로 가려지지 않은 분홍빛 성기까지도 보였다. 그 무방비한 모습으로 하진은 웅얼거렸다.

“복숭아…? 방금 밥 먹어서 배부른데.”

“엄청 달 것 같아. 깎아줄 테니까 하나만 먹어. 잘 먹어야 가슴도 커지지.”

차선오가 눈으로 웃으며 말하자, 잠시 생각하던 하진은 금세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좋아.”

“조금만 기다려.”

하진은 다시 부엌 쪽으로 사라지는 차선오의 뒷모습을 보다가, 몰래 셔츠 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사실 하진에겐 말 못 할 비밀이 생겼다. 차선오가 주사로 불법 약물을 주입한 이후 그의 가슴은 빠르게 변화했다. 그 때문에 요즘 모든 정신이 거기에 쏠려 있었다. 비록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눈에 띄게 부풀거나 않았지만, 그 안에선 확실히 무언가 바뀌고 있었다. 누구보다 하진 스스로가 그걸 가장 잘 알았다.

누웠다가 일어설 때, 급하게 상체를 돌릴 때, 숨을 아주 깊이 들이쉴 때, 그리고….

“흐으응….”

직접 손으로 만져 보았을 때.

분명 이상했다. 가슴 전체가 알 수 없는 이유로 팽팽하게 차오른 것처럼 무겁고 아릿했다.

게다가 간혹 이 뻐근하고 묵직한 통증을 부드럽게 매만지거나 꽉 짜서 풀어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지난번 가슴으로 흰 물을 흘리며 느꼈던 쾌락이 너무도 생생하게 떠오를 때면 그 충동을 주체하기 힘들기도 했다.

셔츠 속에 은밀히 가려진 하진의 흰 손가락이 말캉한 가슴 위를 조심스레 배회했다.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이미 몇 번인가 직접 시도해 봤지만 그때마다 실패했기 때문이었다. 이유는 몰라도 무언가 알 수 없는 벽 같은 게 의식을 가로막고 있는 것처럼, 가슴을 조금이라도 세게 만지려 하면 번번이 손아귀의 힘이 쭉 빠져버렸던 것이다.

“흐아….”

하진은 이번에도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 손을 힘없이 내렸다. 혹시나 했지만 마찬가지였다. 그러니까, 결과적으로는 마사지를 대신 해달라 부탁할 수 있는 대상은 한 명뿐이었다.

“이리 올라와. 바닥에 있지 말고.”

때마침 접시를 들고 나타난 차선오가 부드럽게 하진을 불렀다. 그는 소파 위에 편하게 다리를 벌리고 앉아 아주 자연스럽게 자신의 허벅지 위를 두어 번 두드렸다. 황급히 셔츠에서 손을 빼고 티브이를 보는 척하던 하진은 얼른 몸을 일으켜 차선오의 허벅지 위에 앉았다.

두 다리를 한쪽으로 모아 옆으로 올라탄 자세였다. 성인 남성끼리 티브이를 보는 자세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비정상적이었으나 둘 중 누구도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특히나 하진은 위로 딸려 올라간 셔츠 아래 야한 디자인의 티 팬티와 성기를 고스란히 드러내고도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집 안에선 늘 만지기 좋게, 빨기 좋게 있으라는 암시는 이제 가장 자연스러운 규칙 중 하나였다.

“먹어 봐. 맛있어 보여.”

느긋하게 소파에 등을 기댄 차선오가 접시를 내밀었다. 위에는 손수 껍질을 벗겨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복숭아 조각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제철을 맞은 백도는 커다랗고 싱싱했다. 말랑말랑하고 물이 많은 게 하진을 떠오르게 해서, 도저히 사지 않을 수 없었다. 단 냄새가 훅 퍼졌다. 배가 부르다던 하진은 막상 눈으로 보니 식욕이 동했는지, 얌전히 눈을 내리깔고 한 조각을 집어 입에 넣었다.

“어때?”

다디단 과즙이 입 안에서 범람하듯 번졌다.

“…맛있어.”

“남기지 말고 다 먹어. 모자라면 더 깎아줄게.”

“으응. 진짜 맛있다…. 고마워, 선오야.”

복숭아는 정말 달고 싱싱했다. 생각해 보면 이 역시 고시원에 살 땐 누릴 수 없던 사치였다. 하진이 겪은 가난이란 그랬다. 과일 한 번 사 먹을 돈으로 차라리 라면 몇 봉지를 선택해야 하는, 그런 현실.

대체 몇 년이나 그렇게 아끼며 살아왔는지 되짚는 것도 무의미했다. 그래서 차선오가 내놓은 복숭아 한 알은 하진에게 무척 귀하고 반갑게 느껴졌다

기분이 좋아진 하진은 쉬지 않고 오물오물 과육을 씹어 넘겼다. 물이 얼마나 많은지 잠깐 집은 손가락에도 끈적한 복숭아즙이 잔뜩 묻어났다.

처음엔 하나를 먹고 묻은 자리를 쪽 빨아 없애길 반복했지만 이내 포기하고 먹는 것에 집중했다. 차선오는 그 야릇한 광경을 구경하면서 제 위에 올라탄 하진의 종아리를 부드럽게 매만졌다. 평화로운 저녁이었다.

“잠옷 예쁜 거 입었네.”

“아, 으응. 괜찮아?”

“잘 어울려. 셔츠는 또 언제 꺼내 입었어. 이거 오늘 내가 회사에 입고 갔던 거 아닌가?”

“…맞아.”

하진은 들릴 듯 말 듯 속삭였다.

“여기서… 선오 네 냄새가 나.”

차선오의 옷에 집착하게 된 건, 지난번 그의 티셔츠에 코를 박고 자위한 이후부터였다. 비록 사이즈가 커서 입으면 거의 원피스에 가까워 보였지만 그건 문제가 안 됐다. 옷의 주인이 누구냐는 것만이 유일하게 하진이 신경 쓰는 점이었다.

“이리 와 봐.”

부끄러워하면서도 솔직하게 대답하는 하진이 사랑스러워서, 차선오는 그의 뺨을 당겨 키스했다. 방금까지 복숭아가 부서지던 입속으로 순식간에 혀가 밀려들었다. 하진은 잠시 당황했지만 금세 능숙하게 받아들였다. 사실 아무리 귀한 과일이라고 해도 그것보다 차선오의 키스가 몇 배로 좋았다.

“흐응, 응….”

습관처럼 신음을 흘릴 때마다 단내가 진동했다. 점점 질척해지는 입맞춤에 하진은 용기 내어 그의 품으로 더 깊이 파고들었다. 얇디얇은 레이스 끈 하나로 가려진 엉덩이가 음란하게 움찔거리면서 점점 차선오의 다리 사이로 맞물려갔다.

그렇게 아래를 비비는 것만으로도 이미 하진의 성기는 눈에 띄게 부풀었다. 레이스 장식 밖으로 한참 튀어나온 단단한 기둥 끝엔 벌써부터 투명한 물이 맺혔다. 젖꼭지 주변도 덩달아 다시 아릿하게 당겨왔다.

어쩌면 오늘 밤에 만져달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머릿속으로 기대감이 부풀었다. 셔츠 안을 거칠게 파고드는 손을 상상하니 그것만으로 사정할 것 같았다. 그 낌새를 알아차린 듯, 허벅지를 쓰다듬던 차선오의 손도 점점 안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으흥…. 선오야, 실은 나….”

열심히 혀를 섞던 하진이 용기 내어 부탁하려는 순간, 소파 한쪽에 놓여 있던 차선오의 핸드폰이 울렸다. 허리까지 올라온 손이 빠르게 사라졌다.

“…전화 오나 보다. 잠깐만.”

가지 말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얼굴을 찌푸린 차선오가 하진을 소파에 내려주었다.

한창 부풀어 올랐던 기대감이 빠르게 사그라졌다. 하진은 방으로 사라지는 커다란 뒷모습을 보다가 소파에 몸을 웅크렸다. 온기가 사라진 지 얼마나 됐다고 속이 텅 빈 것 같았다. 방해 안 할 테니까 그냥 여기서 전화받아도 괜찮은데….

젖은 입술을 닦지도 않고 하진은 남은 복숭아를 두 조각 더 먹었다. 그래도 차선오는 돌아오지 않았다. 최대한 천천히 씹었는데도 소용없었다.

결국 하진은 다시 셔츠 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다디단 키스 때문에 흥분해서 그런지, 유두가 아까보다 더 딱딱했다. 가슴 주변도 몽우리가 진 것처럼 둔하고 무거운 게, 어떻게 조금만 잘 건드리면 저번처럼 왈칵 물이 나올 것도 같았다.

“아흐, 응… 흣.”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더 애가 탔다. 하진은 셔츠 밑단이 가슴 바로 아래까지 올라가는 줄도 모르고 젖꼭지 주변을 정신없이 어루만졌다. 끈적한 과즙이 피부에 묻어났다. 살짝 스치는 것만으로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새어 나갔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하진은 그 이상 직접 가슴을 만질 수 없었다.

괴롭고 억울했다. 분명 기분이 좋을 걸 알기에 더 그랬다. 하진은 그렇게 한참이나 홀로 끙끙거리며 앓았다. 생각보다 길어진 통화를 끝내고 차선오가 뒤늦게 방에서 나왔을 땐, 거의 울먹일 지경이었다.

“표정이 왜 그래?”

다가온 차선오에게 하진이 매달렸다.

“나… 여기가 너무… 흣.”

“…….”

그 이상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앞이 잔뜩 구겨진 셔츠, 바르르 떨리는 손끝과 아까보다 더 붉어진 얼굴. 그는 아까처럼 소파에 앉아 하진의 허리를 다소 거칠게 끌어당겼다.

“하아, 어, 얼른….”

위에 거꾸로 올라탄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 야릇했다. 그 잠깐 사이에 이렇게나 혼자 흥분하다니. 확실히 하진은 가슴 쪽이 약한 게 분명했다. 어떤 암시를 걸지 않았어도 분명 남들보다 몇 배나 유두 애무를 좋아했을 게 틀림없었다.

“만져줘, 선오야… 나 아, 아파….”

“갑자기 어디가 아픈데. 여기 말하는 거야?”

“흐응! 읏.”

그가 티 팬티 위로 음탕하게 솟아오른 하진의 귀두를 말아쥐고 가볍게 흔들었다. 이미 새어 나온 쿠퍼액 때문에 미끌미끌했다.

“아니이, 거기 말고… 응, 흐으.”

질척한 소리가 나도록 아래를 만져주자 기분이 좋은지 올라탄 자세 그대로 허리를 흔들면서도, 하진은 해소되지 않는 갈증에 계속 보챘다.

빙긋 웃은 차선오가 다른 손으로 그의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불룩하게 튀어 오른 성기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가장 아랫부분부터, 하나씩 위로 올라갈 때마다 하진은 벌써 황홀한 얼굴로 고개를 젖히고 구멍을 움찔거렸다.

“아, 으으응….”

느릿하게 손을 놀려 마침내 마지막 남은 윗단추까지 풀어내자 하진의 상체가 드러났다. 희고 날씬한 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나 불긋하고 도톰한 유두였다. 또한 전보다 양감이 느껴지는 가슴도 눈을 즐겁게 했다. 사실 마음대로 셔츠를 입고 나타났을 땐 몰랐는데, 이렇게 벗겨보니 그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차선오는 이제 나신에 가까워진 하진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천천히 바지 지퍼를 내렸다. 그리고 티 팬티를 걸친 하진의 엉덩이 사이에 발기한 기둥을 비비면서 나른하게 지시했다.

“그럼 보여줄래? 한번 하고 싶은 대로 해 봐, 하진아.”

“흐, 그, 그런….”

“쉬이. 내가 보고 싶어서 그래.”

망설이던 하진은 젖은 입술을 깨물며 천천히 허리를 앞뒤로 흔들기 시작했다. 말간 얼굴이 빠르게 쾌락으로 무너졌다.

“하아, 앗, 아, 응….”

하진은 그토록 민감해진 가슴을 다 내놓은 채로 계속해서 구멍을 비볐다. 시선이 닿는 것만으로도 유두가 딱딱해지고 주변까지 오싹하게 달아오르는 기분이었다. 레이스 아래를 아슬아슬하게 스치는 딱딱한 살덩이도 기분이 좋아서, 황홀한 동시에 애가 탔다.

“선오야, 나 여기… 안에 뭐가, 하앗, 가득 찬 것 같아….”

아까처럼 스스로 유두를 만지려던 하진은 다시 손끝에 힘이 빠져버리자 참지 못하고 울먹였다.

“여기가 아프고, 으으응, 기분 좋아서… 흐, 으.”

자세히 보니 젖꼭지 주변이 무언가 끈적한 액체로 번들거렸다. 복숭아를 집어 먹던 손으로 그대로 만지작거려 즙이 묻은 모양이었다. 차선오는 하진의 허리 아래로 손을 넣어 얇은 레이스를 옆으로 밀었다. 벌름거리는 구멍이 느껴졌다.

“가슴이 무겁고 아파?”

“아… 아아…!”

일부러 말을 돌리면서 구멍으로 손가락을 푹 밀어 넣었다. 수월하게 받아들인 내벽이 삽입을 반기듯 쫀득하게 달라붙으며 경련했다.

“안에 뭐가 찼길래 그러지. 응?”

안을 후비듯 손가락을 콱콱 쑤셔 박으면서 차선오가 음습하게 물었다. 하진은 아파하긴커녕 그걸 조금이라도 더 깊이 받아들이기 위해 하체를 띄우고선, 손가락에 대고 자위하듯 아래를 비볐다.

“저번처럼 해줘…. 그럼 거기서, 하얀 물이… 흐읏.”

“근데 하진아, 이상하다고 생각 안 해?”

차선오는 하진의 뜨거운 내벽을 느긋하게 헤집으며 물었다.

“남자 가슴에서 그런 게 나올 리가 없잖아.”

“흐응, 몰라아… 얼른….”

“얼른 어떻게 해 줄까. 가슴만 만져주면 되겠어?”

“자지, 흣, 넣어줘. 넣고 가슴도, 흐….”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차선오가 귀두 끝을 구멍 입구에 맞추었다. 딱딱하게 부푼 선단이 당장이라도 들어갈 것처럼 꺼떡거렸다. 그러나 차선오는 이번에도 하진을 시험했다.

“직접 해 봐. 다 네 거야.”

“하으….”

하진은 스스로 뒤를 벌리고 그대로 허리를 내려 삽입하기 시작했다.

“흐, 으응…! 하아, 너, 너무 커….”

자세 때문에 평소보다 더 깊이 들어오는 모양이었다. 생각보다 버거운지 반 정도 들어갔을 때 잠시 멈추었다가, 이내 허벅지를 더 넓게 벌리고 끝까지 받아들였다. 삽입 섹스에 더 이상 아무런 거부감이 없어진 하진은, 이제 차선오의 성기를 뒤로 받은 것만으로 황홀함을 느끼기에 이르렀다.

까맣게 죽은 티브이 화면에 두 사람의 모습이 비쳤다. 차선오는 잠시 감상하듯 그 위로 시선을 두었다. 음탕하게 벌어진 엉덩이 사이로 커다란 좆이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는 게 그 어떤 광경보다 야릇했다.

“여기 아파. 선오야, 하으….”

하진은 계속해서 허리를 앞뒤로 흔들면서 다시 충동을 참지 못하고 가슴에 손을 올렸다.

“만져줘. 조금만, 응, 읏, 세게도 상관없으니까…. 가슴이 너무, 하앗, 아…!”

대놓고 젖꼭지를 만져달라는 요구에 차선오는 아래를 세게 쳐올리면서 하진의 허리를 제 쪽으로 강하게 당겼다. 그의 입술에 납작한 가슴이 맞붙었다. 후우…. 그대로 고개를 올려 유두 근처를 배회하니, 뜨거운 숨결이 닿는 것만으로 괴로운지 하진이 허리를 크게 튕겼다.

“흐…! 거, 거기 제발… 아아….”

그러나 차선오는 하진이 원하는 대로 해줄 생각이 없었다. 보아하니 당장 손으로 둥글게 힘주어 마사지하고, 젖꼭지를 쥐어짜면 저번처럼 젖물이 터져 흐를 게 뻔했다. 그는 하진이 이렇게 애원하는 모습이 생각 이상으로 마음에 들었다.

몸이 망가지는 줄도 모르고 계속 만져달라 애원하는 하진이라니. 젖꼭지에서 물이 줄줄 새는 게 익숙해지기 전에 이 모습을 좀 더 두고, 즐기고 싶었다.

“후으.”

그는 양손으로 여전히 움찔거리는 하진의 허리를 강하게 껴안아 고정한 채, 혀를 내어 오돌토돌한 유륜부터 문지르기 시작했다.

“…아, 흣…!”

젖꼭지에서 복숭아 맛이 났다. 팽팽하게 부푼 돌기가 달짝지근했다. 깨물면 그대로 끈적한 즙이 터져 나올 것처럼.

차선오가 계속 하진의 가슴에 입술을 맞붙인 채로 시선을 올렸다. 이대로 당장 이를 세워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씹어주고 싶었으나, 황홀의 문턱에서 굳어버린 하진을 보니 오늘은 이것만으로 충분하단 생각이 들었다.

“달다, 하진아.”

“흐으… 읍, 아, 흐…!”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차선오가 허리를 미친 듯이 쳐올렸다. 살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했다. 몸 전체가 흔들리면서 혀에 젖꼭지가 마구잡이로 비벼졌다.

“여기가, 그렇게 아파? 내 앞에서 전부 질질 흘려버리고 싶어?”

“아흡, 끅.”

“그렇게 될 거야. 당연히 그럴 거라고, 하진아. 그런데 아직은, 아닌 것 같은데. 하아… 지금 이대로도 좋잖아. 그치?”

차선오는 계속해서 부드러운 입술과 혀만을 이용해 하진의 탱탱해진 유두를 핥고 문지르면서 퍽, 퍽 소리가 나도록 성기를 박았다.

하진은 더 이상 소리도 내지 못했다. 눈앞이 하얗게 부서져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다만 유두를 아프도록 쥐어짜고 싶다는 생각만이 머릿속 가득 번져, 당장 죽어버릴 것처럼 괴롭고 또 황홀했다.

차선오가 거친 숨을 뱉으며 고환까지 처박을 기세로 허리를 쳐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구멍 안쪽이 질척하게 젖어 들었다.

“흐으… 끄….”

미끄러지듯 빠져나간 기둥 벽을 타고 끈적한 정액이 흘렀다. 옆으로 밀린 레이스 끈마저 엉망이 될 정도로, 하진의 뒤는 희뿌연 액체로 잔뜩 젖어 있었다. 긴 사정 끝에 성기를 빼낸 차선오가 다시 손가락으로 구멍 주변을 문질렀다.

“하아, 질질 흐르네. 넘칠 만큼.”

그는 밖으로 흐른 정액을 전부 긁어모아 헤프게 벌어진 틈 안으로 깊숙이 넣어주면서 속삭였다.

“더 예쁘게 부풀 거야. 이번에도 안에 잔뜩 쌌으니까.”

그때까지 참아야 해, 하진아. 다정한 암시를 끝으로 하진은 까무룩 기절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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