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만우절의 거짓말 (채하 외전) (7/14)

만우절의 거짓말 (채하 외전)

오늘이 만우절이었다는 것은 회사에 출근한 후에야 알았다. 평소처럼 일하다가 점심시간이 되기 한 시간 전부터 오늘 점심 메뉴에 대한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그때,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 두 명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누구세요?”

입구에서 제일 가까운 자리에 앉은 내가 물었다. 그 사람들은 물음에 대답도 하지 않고 나를 지나쳐 윤호의 뒤에 섰다.

“도련님.”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드라마 속에서나 보았다.

“도련님, 이제 이런 장난은 그만두실 때가 되었습니다.”

“제발 나 좀 내버려 둬. 다 지긋지긋하단 말이야!”

주먹을 쥐고 책상을 내리치는 윤호의 말과 행동도 드라마 같았다. 다른 친구들도 나와 같은 생각인지 전부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말없이 그 모습을 구경했다.

“회장님께서 도련님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당신께서도 무슨 일을 할지 모른다고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윤호는 이제 책상에 머리를 박기 시작했다. 나와 눈이 마주친 선준이는 이게 무슨 일이냐는 표정이었다. 내 표정도 선준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미안하다.”

자리에서 일어난 윤호가 책상 서랍을 열어 무언가를 꺼내더니 희주의 손에 쥐여 주었다. 윤호의 뒤에 서 있던 남자도 품 안에서 흰 봉투 하나를 꺼내 희주의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

“저희 회장님께서 드리는 작은 성의입니다.”

윤호가 큰 소리를 내며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가자 남자들이 윤호를 뒤따라갔다. 다시 사무실이 조용해져도 우리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야, 이게 무슨 일이냐.”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던 우리는 이게 무슨 일인지 상황 파악을 했다. 눈앞에서 펼쳐진 드라마 같은 상황에 전부 넋이 나간 상태였다.

“봉투 안에 뭐 들었어? 김윤호가 뭐 주고 간 거야?”

희주는 봉투를 하나씩 열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연 봉투 안에는 종이 한 장이 들어 있었다.

“편지… 같은데?”

희주의 말에 선준이가 편지를 낚아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내가 우선 사과를 해야 할 것 같아. 미안해 얘들아. 아마 너희가 이 편지를 읽고 있다면 모든 상황을 알아 버린 이후겠지? 내가 왜 이래야 했는지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 너희에게 끝까지 비밀로 할 생각은 없었어. 하지만 너희들은 이 상황을 이해해 줄 거라고 믿어. 오늘은 만우절이니까.

마지막 말에 우리 모두 뒤통수를 세게 맞은 기분이었다. 모든 것이 김윤호의 만우절 장난이었다.

“어쩐지, 대사 하나하나가 다 드라마에서 본 것 같더라.”

“다른 봉투에는 뭐 들어 있나 빨리 봐 봐.”

남은 봉투는 윤호가 준 것보다 두툼했다. 입구를 벌려 내용물을 확인한 희주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나는 희주의 손에 있던 봉투를 낚아채 내용물을 확인했다.

“허, 참.”

봉투 안에는 장난감 돈이 잔뜩 들어 있었다. 상황 파악을 마친 우리는 헛웃음만 쳤다. 한참 후에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온 윤호는 말없이 자리에 앉았다. 나와 친구들의 시선은 윤호에게 고정되었다.

“우리 점심은 뭐 먹어?”

“넌 굶어. 새끼야.”

나와 선준이는 희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야, 다 속았지? 이번에 열심히 준비했는데 안 속으면 어쩌나 하고 엄청 걱정했단 말이야.”

“그래. 대단하더라. 아주.”

우리는 여전히 어이가 없는 상태였다. 윤호는 전부 속였다는 생각에 신이 나서 어떻게 계획한 것인지 열심히 떠들어 댔다.

“사촌 동생이랑 동생 친구한테 부탁했잖아. 검은 정장 입혀 놓으니까 그럴싸해 보이더라고.”

“회장님 어쩌고 하길래 드라마에 자주 나오던 숨겨진 재벌 아들 이런 건 줄 알았어.”

“우리 아버지 회장님 맞아.”

윤호의 말에 우리는 다시 놀란 얼굴이 되었다.

“마을 청년회 회장님.”

그 말에 나는 책상 위에 올려 두었던 이어폰을 귀에 꽂았으며 선준이는 문을 열고 사무실을 나갔다. 제일 어이없다는 표정을 하고 있던 희주는 눈에 보이는 두루마리 휴지를 윤호의 머리에 던졌다. 김윤호는 혼자 신이 나서는 “재밌지?” 하고 물었다. 하지만 그 물음에 대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김윤호는 만우절을 절대 지나치는 일이 없었지만 오늘 장난은 이전까지의 만우절 장난과 수준이 달랐다. 점점 커지는 스케일에 내년 만우절이 조금은 걱정되었다.

우리는 평소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퇴근했다. 나는 집에 가는 길에 샌드위치 가게에 들러 지원이가 좋아하는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빵과 야채, 소스까지 완벽하게 지원이의 취향인 샌드위치는 오늘도 밤을 새워서 일할 지원이의 간식이 될 예정이었다.

집 앞에 도착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지원이는 내가 퇴근하는 소리를 들으면 아무리 일이 바쁘더라도 문을 열고 나와 “잘 갔다 왔어?” 하고 물었다. 그러나 오늘은 지원이의 방문이 열리지 않았다. 현관에 신발이 그대로 있는 것을 보면 집 밖으로 나가지는 않은 것 같았다.

샌드위치를 식탁에 두고 지원이의 작업실 앞에 섰다.

“지원아, 나 왔어.”

문을 두드리고 조심스럽게 “나 들어갈게.”라고 말한 후 방문을 열었다. 그러나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방 안에는 희미하게 레몬 향이 풍겼다. 작업실에 없다면 지원이가 있을 만한 곳은 단 한 군데였다.

지원이가 침실로 쓰는 옆방의 문 앞에 서자 닫힌 문틈 사이로 레몬 향이 흘러나오는 듯했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방문을 벌컥 열었다. 그와 동시에 방 안에 가득 차 있던 레몬 향이 빠르게 나를 덮쳤다.

향수나 방향제 따위가 아니었다. 숨을 들이마시자 몸속 깊은 곳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오메가의 페로몬이었다. 처음 느껴 보는 것이었지만 본능적으로 히트 사이클임을 알았다.

그와 동시에 베타인 지원이의 방이 왜 페로몬 범벅이 되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불이 꺼져 있었지만 방문이 열려 거실의 형광등 불빛이 그 안을 비추었다. 나는 입과 코를 손으로 가리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지원아.”

방 안에서 작게 앓는 소리가 났다. 불을 켜자 침대 위에 쭈그리고 누워 헐떡거리는 지원이가 보였다. 확실히 히트 사이클이었다. 침대에 걸터앉아 지원이의 팔을 붙잡자 그는 그제야 내가 있다는 것을 눈치챈 듯했다.

“채… 채하야…. 나 몸이 이상해….”

지원이가 입은 얇은 회색 반바지는 젖어 진회색이 되어 있었다.

“지원아, 너 괜찮아?”

“몸이… 흐으, 너무….”

정신을 집중해 내 페로몬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막았지만 어느새 한계가 다가왔다. 조금씩 페로몬이 흘러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소량이었지만 지원이도 알파 페로몬을 느꼈는지 내 목을 껴안고 매달리기 시작했다.

“채하야아…. 나 좀 어떻게 좀 해 줘.”

“지원아, 내가 약 사 올게. 조금만 기다려.”

지금 지원이의 곁에 계속 머문다면 페로몬에 취해 이성을 잃을 것 같았다. 내 말에 지원이는 나를 잡으려는 듯 본능적으로 페로몬을 더 진하게 풀어 냈다. 이제 페로몬은 정신력으로 억누를 수 있는 한계점에 도달했다.

억지로 눌러 놓았던 페로몬이 터지는 순간 완전히 이성을 잃은 지원이가 나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내 얼굴을 잡아당겨 입을 맞췄다. 내 아랫입술을 살짝 빨아들이고 혀를 뾰족하게 세워 굳게 닫힌 내 입술을 두드렸다.

지금 이 상황이 거짓말 같았다. 오늘이 만우절이라 지원이가 이런 장난을 치는 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내가 멍하니 있을 뿐 계속되는 입맞춤에도 입을 벌리지 않자 지원이는 “으으응.” 하는 앙탈 같은 소리를 냈다. 그것은 내 이성이 끊어지는 시발점이 되었다. 몸 안의 페로몬이 들끓는 것이 느껴졌다. 히트 사이클을 맞은 오메가의 페로몬이 강제로 러트 사이클을 일으켰다.

나라도 방을 나가서 억제제를 먹을 생각이었지만 이제는 그럴 여유 따위 없었다. 나는 목에 감긴 지원이의 팔을 풀고 지원이가 입은 바지를 끌어 내렸다. 이미 바지가 젖은 것이 티 날 정도였으니 속옷은 벌써 푹 젖은 상태였다.

속옷까지 끌어 내리자 얇은 천 조각에 눌려 있던 발기한 성기가 드러났다. 전체적으로 분홍빛을 띠었지만 귀두는 조금 더 붉은빛이 돌았다.

이미 여러 차례 사정한 지원이의 성기에는 쿠퍼액과 정액이 묻어 있었다. 나는 개의치 않고 지원이의 성기를 입에 물었다. 혀를 이용해 귀두 밑의 움푹 팬 곳을 천천히 핥아 내렸다.

“으흥, 으읏, 아, 아.”

혀를 넓게 펴 귀두 전체를 감싸고 손으로 기둥을 쓸어내렸다. 혀끝으로 짭짜름한 쿠퍼액의 맛이 느껴졌다. 성기를 잡았던 손을 움직여 회음부를 스치고 더 밑으로 내려갔다. 이미 축축하게 젖은 그곳은 빨리 무언가가 들어오기를 바라는 듯 벌름거리고 있었다.

나는 입에서 지원이의 성기를 빼내고 검지 끝으로 구멍의 주름을 하나하나 훑었다.

“아흣, 응, 채하야, 빨리이….”

지원이는 내 손을 잡고 재촉했다. 이름을 부르는 것을 보면 내가 누구인지는 알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멍 주위를 맴돌던 손가락에 힘을 주고 안으로 밀어 넣었다. 꽉 닫힌 내벽을 가르고 들어가자 부드럽게 손가락을 감싸는 것이 느껴졌다.

손가락 하나를 무리 없이 받아들이는 것을 보니 개수를 하나 늘려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전히 그의 안으로 들어간 검지를 한 마디만 남기고 밖으로 뺀 후 다시 중지까지 한 번에 넣어 버렸다.

“으흣, 아, 아, 움직여 줘.”

지원이의 구멍이 더 큰 자극을 원하는 듯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손을 바로 움직이는 대신 손가락 개수를 하나 더 늘렸다. 방금과는 다르게 퍽 소리가 나도록 빠르게 밀어 넣었다.

“으읏! 응, 흐읏, 으응.”

조금 전의 충격 때문인지 이전과는 다른 높은 신음 소리를 냈다. 손목을 점점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그의 입에서 나오는 신음 소리도 더 가빠졌다.

지원이의 모습을 보자 아랫배가 뻐근해질 정도로 아래에 힘이 들어갔다. 안에서 손가락을 빼내고 빠르게 옷을 벗어 던졌다. 옷을 벗는 짧은 사이에도 지원이의 구멍은 안을 꽉 채울 것을 원하는 듯 움찔거리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성기의 밑부분을 잡고 그의 안으로 밀어 넣었다. 손가락보다 훨씬 뻑뻑하게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아흑, 아, 아파. 흐응… 아.”

손가락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성기의 두께에 지원이가 아프다고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완전히 고통이 아닌 쾌감이 섞인 고통인지 신음 소리도 함께였다. 나는 지원이가 고통 대신 완전한 쾌감만 느끼기를 바랬다.

지금까지 나오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농도의 페로몬을 풀어 지원이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감쌌다. 몸을 천천히 움직였다. 내 목에 매달려 헐떡이던 지원이는 어느새 울음을 터트려 눈가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지원아…. 읏, 울지 마.”

지원이의 눈가에 연신 입을 맞췄다. 나도 지원이의 페로몬에 취해 지금 이 상황이 꿈인지 현실인지 확실하게 구별하기 어려웠다.

“좋아해… 좋아해…. 정말 많이.”

늘 상상 속에서나 했던 말을 뱉었다. 용기 없는 겁쟁이다운 고백이었다.

“아악! 아, 아파. 흐윽.”

지원이의 안에 사정과 동시에 노팅을 해 버렸다. 러트가 올 때마다 그를 갖고 싶다는 욕망이 만들어 낸 결과였다.

“미안해….”

나는 지원이를 안고 미안하다는 말과 좋아한다는 말을 계속 귓가에 속삭였다. 이제 지원이와 친구로도 지낼 수 없다는 생각으로 하는 마지막 발악에 가까웠다.

노팅으로 부풀어 오른 성기가 가라앉기도 전 지원이는 기절하듯이 잠들어 버렸다. 나는 지원이가 깨지 않도록 성기를 빼냈다. 완전히 닫히지 않은 그의 밑에서는 하얗게 정액이 흘러나왔다.

지원이를 조심스럽게 욕실로 옮겨 씻기고 내 방 침대에 눕혔다. 엉망이 된 침대 시트를 벗겨 내고 바닥에 널브러진 옷가지를 치운 뒤 방으로 돌아왔을 때도 여전히 지원이는 잠들어 있었다.

지원이의 이마를 짚어 보니 아직 뜨거웠다. 히트 사이클이 완전하게 끝나지 않은 것 같았다. 가지고 있던 러트 억제제 안 알을 꺼내 삼켰다. 나는 침대에 누워 지원이를 토닥거리기 시작했다. 지원이는 자연스럽게 내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와 동시에 억제제의 부작용으로 몸이 축축 늘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를 안고 눈을 감았다. 억제제 부작용에 취해 잠들었던 내가 깬 것은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이상한 느낌에 덮은 이불을 들춰 내자 내 성기를 꺼내 입에 물고 있는 지원이의 모습이 보였다.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어설픈 구음으로 치아가 닿는 것이 느껴져 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지… 지원아.”

“으응?”

대답을 하면서도 내 성기를 입에서 빼지 않았다. 어떻게든 지원이에게 억제제를 먹여야 했지만 먹이지 않은 명백한 내 실수였다. 방 안을 짙게 채운 지원이의 페로몬에 질식할 것만 같았다. 잠들기 전에 나라도 억제제를 먹은 것이 그나마 다행일 정도였다.

“하지 마. 이러면 안 돼.”

내 말에 그는 잔뜩 뭉개지는 발음으로 “왜 안 돼.”라고 말했다. 처음 받아 보는 펠라티오였지만 더럽게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어설픈 펠라티오에 내 성기는 벌써 단단하게 서 버렸다. 지원이도 그걸 눈치챘는지 입을 뗐다.

씻긴 후에 샤워 가운만 입혀 놓은 상태였기에 지원이는 그대로 내 위에 무릎을 세우고 앉았다. 지원이가 자신의 안으로 내 성기를 집어넣으려는 듯 이리저리 움직였다.

충분히 그를 힘으로 제압하고 이 상황을 빠져나갈 수 있었지만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한 번만 하는 욕심이었다.

“아윽, 흣.”

잠들기 전의 정사로 잔뜩 풀어져 버린 곳은 따로 시간을 들여 풀지 않아도 될 정도로 부드러웠다. 그러나 여전히 내 성기를 받아들이기란 무리였는지 귀두의 가장 두꺼운 부분이 들어가자 잠시 멈칫했다.

“흐읏.”

손을 뻗어 지원이의 양쪽 허벅지를 잡아 눌렀다. 내 위에 완전히 앉게 된 그는 안을 가득 채우는 압박감에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 같았다.

“숨 천천히 내쉬어.”

나는 몸을 천천히 일으켜 앉았다. 상체를 세우자 지원이가 내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갈무리해 뒀던 페로몬을 한 번에 풀어 내고 그의 등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지원이는 숨을 크게 내쉬고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으응, 아, 아, 흐.”

지원이의 턱을 들어 입을 맞췄다. 살짝 벌어진 입술 틈을 벌리고 들어가 혀를 감아올렸다. 울퉁불퉁한 입천장의 모양을 혀로 따라 그리듯 천천히 훑었다. 가쁘게 내쉬는 그의 더운 숨결이 느껴졌다.

빠르게 몸을 돌려 지원이를 눕혔다. 여전히 내 성기는 지원이의 안에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갑작스럽게 몸이 움직이자 놀랐는지 그의 내벽이 성기를 꽉 조였다.

“지원아, 힘 좀, 풀어.”

지원이의 목에 입을 맞추고 어깻죽지에 빨간 자국을 내면서 말했다. 역효과였는지 내벽이 꿈틀거리며 성기를 자극했다. 나는 천천히 몸을 흔들었다. 너무 깊게 들어가면 아파하는 그를 위해 일부러 얕게 움직였다.

“읏! 으흥, 아응, 채하야아, 더 깊게. 흣.”

“안 돼, 너 그럼 아파.”

지원이는 괜찮다며 다리를 들어 내 허리를 감았다. 나는 지원이의 다리를 떼어 내고 뿌리까지 완전히 처박았다.

“으응! 아, 아앙! 하읏, 으.”

천천히 몸을 뒤로 물렸다가 살과 살이 부딪혀 큰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박아 넣었다. 지원이는 충격을 받을 때마다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나는 허리를 움직이면서 그의 상체를 애무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분홍빛 성기와 같은 색을 띤 유두는 이미 내 입술에 희롱당해 붉게 변해 버린 지 오래였다. 이미 빳빳하게 선 돌기를 입에 다시 물었다. 혀끝을 세워 찌르자 지원이의 몸이 움찔하는 것이 전달되었다.

“흐응, 읏.”

츕 소리가 나도록 빨아들이고 입을 뗐을 무렵에는 반대편과 눈으로 비교해도 차이를 알 수 있을 만큼 부어 있었다.

“으읏, 응! 으, 아, 아읏!”

지원이가 신음할 때마다 조이는 감각에 금방이라도 사정할 것 같은 아찔함이 느껴졌다. 내 입에서도 낮은 신음 소리와 가쁜 숨이 흘러나왔다.

“후, 지원아, 지원아.”

계속해서 그의 이름을 부르며 허리를 움직였다. 지원이는 한계에 다다랐는지 내 배 위로 하얀 정액을 뿌리며 사정했다. 나는 지원이가 사정했으니 몸을 뒤로 물리려 했다. 그러나 천천히 빠져나가는 것을 눈치챈 그가 다시 한번 다리를 들어 내 허리를 감쌌다.

“지원아, 읏, 너 히트라 안에 싸면 안 돼.”

“으으응.”

나는 겨우 이를 악물고 사정감을 참아 가며 말했다. 이미 한 번 콘돔 없이 안에 사정해 버린 후였지만 내 이성이 조금 남아 있는 지금으로서는 절대 안 되는 일이었다. 지원이는 다리를 더 단단하게 감았다.

“정말 안 돼.”

“안에 싸 줘. 안이 너무 뜨거워.”

그가 나를 잡아당겨 입을 맞췄다. 비음 섞인 숨소리를 내며 내 혀를 빨아들였다. 이제 한계였다.

“지원아, 하아, 진짜 안 돼.”

지원이는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결국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낮게 신음하며 사정했다. 사정 후에도 지원이는 나를 놔주지 않았다. 점점 성기가 부풀어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지원이도 그것이 느껴지는지 점점 고통스러운 소리를 냈다. 나는 성기가 빠지지 않도록 지원이를 단단하게 안아 올려 내 몸 위에 엎드리게 만들었다. 눈물까지 흘리는 그의 눈가를 손으로 훔쳐 내고 등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나와 지원이 모두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여전히 내 성기가 지원이의 몸 안에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노팅으로 부풀었던 성기는 원래 상태로 돌아갔는지 뻐근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지원이를 깨우지 않으려고 천천히 움직였지만 지원이는 작은 기척에도 눈을 떠 버렸다.

“채하야아, 빼지 마.”

말꼬리를 늘려 가며 말하는 지원이를 보자 다시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는 것 같았다. 온몸에서 열이 오르는 느낌에 억제제의 효과가 끝나 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 내 몸은 그의 페로몬이 조종하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끝나지 않은 지원이의 첫 히트 사이클은 계속해서 알파를 갈구했다. 지원이는 비몽사몽간에 내 위에 앉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체중을 실어 콱콱 찍어 누르자 이전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깊은 곳까지 들어가는 것 같았다.

“아! …아아! 아읏, 응!”

나는 지원이의 몸 여기저기에 입을 맞추었다. 마치 자기 물건에 크게 이름을 써 놓는 어린아이처럼 그의 몸에 내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목에서 어깨로, 쇄골에서 가슴으로 내 입술이 지나가는 자리마다 붉은 꽃이 피었다.

“…좋아해.”

몇 번째인지 모를 고백이었다. 그 이후로도 나는 지원이를 안고 몇 번인지 셀 수 없을 만큼 사정을 하고 노팅을 했다. 시간이 갈수록 지원이의 성기가 토해 내는 정액은 점점 묽어졌다. 마지막엔 사정조차 하지 못하고 몸을 부르르 떨다가 기절해 버렸다.

히트 사이클로 인한 지원이의 열기가 가라앉은 것은 해가 어슴푸레하게 떠오를 무렵이었다. 그의 페로몬이 잠잠해지자 내 몸 안에 들끓던 페로몬도 고요해졌다. 나는 그대로 지원이를 안고 잠들어 버렸다.

다음 날 눈을 떴을 때는 점심쯤이었다. 지원이는 나에게 등을 돌린 채로 잠들어 있었다. 목덜미에 물린 자국이 가득한 지원이를 보자 지난밤이 다시 한번 떠올랐다. 그리고 오늘은 평일이라는 것 또한 함께 생각이 났다. 지원이가 잠들어 있는 사이 조용히 출근 준비를 하고 회사로 도망쳐 버렸다.

“야, 왜 늦게 왔어? 전화는 왜 안 받고?”

사무실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가자 희주가 물었다.

“아파서 좀 늦게 일어났어.”

희주는 하루 새 핼쑥해진 내 얼굴을 보고는 아예 출근을 하지 말고 집에서 쉬지 그랬냐고 했다. 하지만 집에 있기엔 조금 겁이 났다. 히트 사이클이 온 지원이가 먼저 시작하긴 했으나, 지원이가 때리면 맞고, 욕을 하면 그대로 들어 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나도 조금은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했다.

“근데 지원이도 무슨 일 있어?”

“어…?”

희주는 내가 전화를 받지 않자 지원이에게 연락했었다고 했다. 그런데 지원이도 도통 연결이 되지 않았다고. 나는 지원이에게 무슨 일이 있냐는 말에 크게 당황했다.

“어… 감기….”

“그럼 너희 둘 다 감기 걸린 거야?”

임기응변이 통한 모양이었다. 나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후에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무슨 일을 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평소였으면 6시가 되자마자 집으로 달려갔겠지만 오늘은 집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

“너희 오늘 바빠?”

“응. 개바빠. 오늘 다 같이 피시방 가야 돼.”

조금이라도 귀가 시간을 늦춰 보려고 친구들을 잡았다. 친구들은 모두 게임을 하러 가야 한다며 매정하게 나를 버리고 떠났다. 집 앞에 도착해서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내가 집 대신 선택한 곳은 놀이터였다.

놀이터 그네에 앉아 위를 올려다보자 나와 지원이가 사는 집이 한눈에 들어왔다. 거실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니 지원이는 집에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억지로 몸을 일으켜 집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누가 내 발목에 추를 매단 것처럼 한 걸음, 한 걸음이 무거웠다.

평소보다 천천히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자 거실의 불만 켜져 있고 지원이는 보이지 않았다. 현관의 신발이 그대로인 것을 보면 나와 마주치기 싫어서 방에서 나오지 않는 것 같았다.

조용히 내 방으로 들어왔다. 지난밤의 정사로 잔뜩 더러워진 침대 시트와 이불은 모두 깨끗한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지원이가 갈아 놓은 모양이었다. 옷도 갈아입지 않고 침대에 누웠다.

침대에 웅크리고 눕자 눈물이 찔끔찔끔 새어 나왔다. 옷 소매로 살짝살짝 찍어 내던 눈물이 어느새 얼굴을 타고 흘러 베갯잇을 적셨다. 훌쩍거리는 모습을 지원이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이불을 끌어 올려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이제 지원이와 친구로도 지내지 못한다는 생각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우정이라는 껍데기로 포장해 온 내 10년의 짝사랑이 산산이 부서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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