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럭키참
“승이 너 지금 그걸 다 들고 간다고?”
문턱을 밟고 선 혜경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펜으로 헐렁하게 고정해 놓았던 매듭에 힘이 빠지며 검은색 홈드레스의 둥근 목깃 위로 윤기 나는 머리카락이 흘러내렸다. 대본을 보느라 쓰고 있던 안경이 영 거슬렸다. 혜경은 흐트러진 머리를 고쳐 올리며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섰다.
“여기 두고 가지 뭐하러 번거롭게 그걸 다 짊어지고 가.”
어젯밤부터 짐 정리를 시작한 승의 옆에는 굵은 테이프로 봉해진 노란 상자 여러 개가 레고처럼 쌓여 있었다. 얘는 도대체 뭐가 그렇게 급해서 이러는 거야. 이탈리아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한 승은 긴 비행이 남겼을 여독이 채 풀리기도 전에 저를 위한 보금자리를 찾아 나섰다.
집 떠나 혼자 살았던 게 그렇게나 좋았었나 보지. 잘 자라 이제 부모의 손길 같은 건 필요로 하지 않는 듯한 모습이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못내 서운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대학 졸업과 함께 해외 진출을 하고 잘 알지도 못하는 나라에서 지내며 떨어져 산 기간이 햇수로 2년. 승의 국내 복귀가 확정됐을 당시 드디어 자주 볼 수 있겠구나 싶어 기뻤던 혜경과 달리 어째 승은 오자마자 다시 떠날 생각밖에 없는 것 같았다. 짐을 싸는 아들 앞으로 다가간 혜경은 가만히 허리춤에 손을 얹었다.
“그렇게 집을 떠나고 싶어? 여태 딴 메달이랑 트로피까지 싹 다 짊어지고 갈 만큼?”
유리로 된 진열장 안에 열 맞춰 걸려 있던 수십 개의 메달과 크고 작은 트로피들이 개별 단위로 뽁뽁이에 감싸여 상자에 담기고 있었다. 포장하는 솜씨가 나무랄 데 없이 꼼꼼해서 혜경은 차마 거들지도 못하고 지켜보기만 했다.
“왜 그래. 자주 온다니까. 어차피 같은 서울이라 별로 멀지도 않잖아.”
“누가 그걸 모른대? 아는데, 알고 있는데… 지금 너 하는 것만 봐서는 영영 안 오지나 않으면 다행일 것 같으니까 그러는 거지, 뭘.”
이런 것까지 다 챙기는 걸 보자 아들의 독립이 비로소 진지하게 다가왔다. 집을 얻어서 나가 살아야겠다던 승의 선언을 혜경은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타국에서 혼자 지냈던 경험이 좀 외롭긴 해도 못 참을 정도로 힘들지는 않았던 듯해 오히려 조금 안도하기까지 했었다.
승의 독립을 대하는 혜경의 자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된 아들을 학교 근처 자취방에 보내는, 딱 그 정도에 가까웠다. 모자람 없이 번듯한 본가가 늘 있던 자리에 그대로 있을 테니 새로 짐을 꾸리는 거기는 어디까지나 임시 거처인 셈 아니냐고.
“세상 많이 좋아졌네. 내가 너네 아빠 만날 때는 죽어도 선수들끼리 다 같이 지내야 한다는 그 망할 놈의 합숙 관행 때문에 데이트 한 번 하기가 그렇게 어려웠는데.”
“지금도 많이들 그렇게 하던데? 나는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살고 그러는 거 딱 질색이라 안 하는 거지만.”
“그땐 그게 싫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선택권이 없었다고, 응? 엄마 말 알아들어?”
콧잔등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온 안경을 올리며 혜경은 승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 원래 도와 달라는 말이 없어도 옆에 앉아 뭐라도 거들어 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었다. 혜경은 승이 꺼내 놓은 옷 중 하나를 집어 천천히 개기 시작했다.
“금요일 저녁에 아빠 오실 거니까 가더라도 이번 주는 지나고 가.”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어.”
불투명한 비닐 너머 노란빛이 새어 나오는 메달들이 상자 아랫면에 강가의 자갈처럼 자리를 잡았다. 손바닥보다 작은 메달도 여러 개가 모이니 무게가 꽤 묵직했다. 깔린 메달들 위로 행여 쓰러지기라도 할라 공들여 포장한 트로피들을 조심히 채워 넣은 승이 박스를 여몄다.
정리는 끝났으니 나중에 테이프만 붙이면 되겠지. 손을 털고 묵직해진 박스를 밀어 낸 승이 이번에는 옷가지로 고개를 돌렸다.
“집은 좋더라. 방도 크고 거실도 넓고.”
“나도 마음에 들어. 깨끗하고 밝아서.”
그 사이 혜경은 새로 티셔츠를 집어 들고 있었다. 무릎 위에 옷가지를 평평하게 놓은 다음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옷을 접는 혜경을 승은 불안하게 곁눈질했다.
저렇게 접는 거 아닌데…. 순간적으로 다시 펼쳐 정리하고 싶은 충동이 승을 강하게 부추겼다. 옆을 보니 손 빠른 혜경이 이미 정리를 끝낸 옷이 벌써 몇 벌이나 쌓여 있었다.
나중에 엄마 나가면 다시 해야지. 해야 할 일을 미뤄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위아래 어금니가 맞물리며 관자놀이에 핏줄이 섰다. 제가 해 오던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부피를 줄여 나가는 옷들은 꼭 엉뚱한 자리에 욱여넣은 퍼즐 같아서, 보는 승을 불안하게 했다. 무릎에 양 주먹을 올린 승은 소리 없이 앓았다.
“옷은 이거면 되겠어? 입을 게 죄다 티셔츠랑 운동복밖에 없네. 조만간 날 잡고 엄마랑 백화점 가서 옷 좀 사자.”
“됐어. 어차피 가 봤자 맞는 것도 잘 없어.”
“그러면 거기서 이것저것 예쁜 것들 좀 많이 사 오지 그랬어.”
“엄청 많이 샀어. 내가 다 꼭꼭 숨겨 둬서 엄마는 모르는 거야.”
“그래? 알았어. 어련히 잘 골랐겠지. 네가 누구 아들인데.”
“내 말이. 나 슈퍼스타 장혜경 아들이잖아.”
느닷없는 칭찬 세례에 어이가 없는지 혜경이 눈을 흘겼다. 장난스레 질시하는 시선에는 연한 아쉬움이 꽃가루처럼 묻어 있었다. 작년 봄, 아빠가 대학 배구팀의 감독직을 맡게 되며 사실상 주말부부가 된 현재의 집안 사정을 생각하면 혜경이 느낄 서운함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구단에 불려 다니기 전까지 엄마랑 같이 시간 좀 보내. 시즌 시작하면 귀찮게 안 할게.”
“…….”
승이라고 살가운 아들이 되고 싶지 않은 건 아니었다. 아들 노릇 좋지. 그걸 누가 몰라. 다만 지금은 도저히 다른 누군가와 가까이 지낼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가족조차도 모르는 복잡한 속사정이 승의 안에서 점점 몸집을 키워 가고 있었다.
“리그 시작하면 아들 생사 같은 건 집에서 텔레비전 틀어 놓고 뉴스로 확인할 테니까 시즌 전까지만 귀찮아도 엄마랑 좀 놀아 줘.”
문제들은 도처에 널려 불시에 신경을 파고들곤 했다. 깔끔한 현관에 누군가 벗어 둔 신발의 모양, 넓은 가죽 소파 위에 비스듬히 놓여 있는 쿠션의 위치, 커다란 세면대에서 튕겨 오른 물방울이 화장실 거울에 남긴 아주 작은 자국까지도. 눈에 보이는, 손이 닿는 모든 것을 다시 정렬하고 싶다는 욕구를 상대하느라 진이 다 빠졌다.
“알겠어요.”
고개를 끄덕이며 내놓은 답변이 만족스러웠는지 이후로 혜경은 작게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옷 정리를 도왔다. 승은 불평이나 지적을 하는 대신 제가 정한 제 방식대로 짐 정리를 해 나갔다. 세로를 기준으로 정확히 삼등분으로 나뉜 티셔츠들이 탄탄한 허벅지 위에서 커다란 김밥처럼 말려 갔다.
다음 날 승은 촬영장에 나가는 엄마를 따라나섰다. 혜경은 야외 촬영 마지막 날이라 딱 두 장면만 찍으면 된다는 말로 승을 설득했다. 얼마 안 걸릴 테니 빨리 끝내고 둘이서 백화점에서 쇼핑도 좀 하고 같이 맛있는 것도 먹자는 게 요지였다.
그날 말했듯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제일 편하고 잘 어울리는 게 그런 부류이니 결국 트레이닝복이 옷장의 주류 세력이 되었을 뿐인데 혜경은 그게 계속 못마땅한 것 같았다. 무늬 없는 하얀 반소매 티셔츠에 살짝 덜 마른 머리카락을 캡 모자로 감춘 승은 혜경과 함께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선생님, 방금 현장에서 연락 왔는데 조명에 문제가 생겨서 지금 고치고 있답니다.”
어두컴컴한 지하 주차장에는 발 빠른 매니저가 일찍이 도착해 혜경을 기다리고 있었다. 매니저가 바뀌었나? 휴가차 한국을 방문했던 작년 여름에 마지막으로 봤던 매니저의 얼굴은 기억나지 않았지만, 눈앞에 있는 남자는 확실히 초면이었다.
혜경은 간단하게 승을 매니저에게 소개했다. 배우인 혜경만큼은 아니지만 반쯤은 공인인 승이기에 서로 주고받는 인사는 간략한 몇 마디만으로도 충분했다. 웃지 않으면 다소 무뚝뚝한 분위기를 풍기는 승은 짧은 인사와 함께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때 우리 다리 위에서 싸우는 거 찍을 때 고장 났던 키 라이트 조명인가? 왠지 그거일 것 같은데.”
좋지 않은 소식에도 혜경은 경쾌한 걸음으로 차에 올랐다. 촬영장에 간다길래 중간에 간단하게나마 숍이라도 들를 줄 알았건만 차는 곧장 현장으로 향했다. 간간이 매니저와 대화를 나누며 집중해서 대본을 보는 혜경은 어느 때보다도 편안해 보였다.
세 사람을 태운 차는 각종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서울의 한 동네에 멈춰 섰다. 큰 터널 위에 지어진 고가도로를 따라 달려 도착한 동네에서는 도시의 산등성이가 풍경화처럼 눈에 들어왔다.
스태프들과 인사를 나눈 혜경은 부가적인 메이크업을 받기 위해 촬영팀 차량에 들어갔다. 별별 소품이 다 실린 소형 버스 안에서 분장팀 소속 스태프 두 명에게 둘러싸인 혜경이 마침내 외향까지 신영주로의 변신을 꾀하는 동안 승은 넓은 밴 안을 홀로 지켰다. 본격적인 준비를 위해 혜경과 매니저가 밖으로 나간 후부터는 반쯤 눕다시피 의자에 기댄 채 몸을 꿈지럭대는 중이었다.
이럴 때는 그냥 편하게 쉬면 되는데, 그냥 이대로 혜경이 촬영을 끝내고 올 때까지 기다리면 되는데…. 그게 참 잘 되지가 않아서.
“아, 진짜─.”
벌떡 몸을 일으켜 허리를 숙인 승이 의자 아래로 팔을 집어넣었다. 긴 팔이 휘적휘적 잘 보이지 않는 운전석 밑 부분을 꼼꼼히도 더듬었다.
“이런 건 좀 빨리빨리 버리지…….”
주워 든 흰색 종이의 정체는 영수증이었다. 길고 빳빳한 종이 위 작은 글자들은 구분이 어려울 만큼 옅어져 있었다. 레이저로 인쇄된 검은 글씨가 거의 다 날아간 걸로 보건대 하루 이틀 거기 있던 게 아닌 듯했다. 종이 상단에 그나마 남아 있는 덜 지워진 몇 자를 한참 들여다보고 나서야 승은 그게 편의점에서 뭔가를 잔뜩 사고 받은 영수증이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정체가 탄로 난 영수증을 구기며 승은 주위를 둘러봤다. 기다리는 게 지루해서 구경하는 셈 치고 그냥 보기만 할 생각이었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차 안 여기저기에 손을 뻗고 있었다.
“……더러워.”
다시 허리를 숙이고 제대로 살펴보니 차 바닥에는 별별 게 다 있었다. 제멋대로 접힌 또 다른 영수증이 두어 개, 모르는 카페의 각기 다른 컵 홀더가 세 개, 그리고 아마도 콜라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빨간 병뚜껑과 내용물이 추정 불가능한 흰색 병뚜껑이 서로 단짝인 양 하나씩 나왔다. 아무리 대기실처럼 쓰는 공간이라도 그렇지 멀쩡하게 생긴 차 안 곳곳에 생활 쓰레기가 널려 있었다.
승은 마치 이런 일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쓰레기들을 하나씩 주워 모았다. 조수석 뒤편에서는 바닥과 의자 틈 사이에 찌그러져 끼어 있던, 조금 구겨졌으나 보존 상태만은 훌륭한 비닐봉지까지 발견했다. 승은 망설임 없이 쓰레기들을 죄다 거기 털어 넣었다.
찝찝해진 손은 혜경의 핸드백 옆에 놓여 있던 물티슈로 닦았다. 먼지 구덩이를 헤집은 손바닥이 버석해 양손을 벅벅 세게 문질러 닦았다. 다행히도 축축한 면에 숯검댕 같은 게 묻어나오지는 않았다. 승은 손을 닦은 티슈까지 쏙 집어넣고는 폐기물이라도 대하듯 꼼꼼하게 입구를 봉했다.
두면 알아서 버리겠지. 개운해진 기분으로 봉투를 구석에 치워 두려던 때, 어떤 가능성 하나가 번뜩 끼어들었다. 영수증 글자가 다 휘발될 때까지 몰랐던 사람들이라면 이 봉투의 존재 자체도 날아간 글자처럼 그들의 기억 속에서 삭제될 것 같았다.
“…나 지금 도대체 여기서 뭐 하냐.”
철컥. 두꺼운 문이 옆으로 밀리며 햇볕이 쏟아졌다. 이백 미터가량 떨어진 곳에서 촬영팀 사람들이 우글우글 모여 뭔가를 하는 게 보였다. 승은 커다란 차를 가림막 삼아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움직였다.
따가운 햇빛을 모자챙으로 막아 내며 오 분쯤 걸었을까. 구멍가게 수준의 낡은 슈퍼마켓 앞에 다다라서야 승은 두 손의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
이제 다시 가자. 더웠지만 돌아가는 발걸음만은 올 때보다 가벼웠다. 빨리 끝날 거라는 혜경의 말과 달리 촬영은 아직 시작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카메라 앞에 세워 놓은 둥그런 반사판 덕택에 한참 떨어진 거리에서도 스태프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각도를 맞춰 보는 모습만은 선명하게 알아볼 수 있었다.
‘아직도야?’
혀를 내두른 승이 다시 몰래 차로 다가갔다. 마주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랐지만 홀로 동떨어져 조용히 담배를 피우던 누군가가 저를 알아본 것 같았다. 오, 오오…. 정체 모를 감탄을 들은 승은 살짝 고개를 숙이며 알은체에 답을 했다.
현장이 더 어수선해지기 전에 차로 돌아가야 했으므로 빠르게 걸었다. 그런데 아무도 없을 거로 생각했던 차 앞에는 모르는 뒤통수가 저를 반기고 있었다.
“오늘 엄청 덥대요, 엄마. 잘 준비하시고 좀 이따 봬요.”
어깨가 뾰족한 남자가 차 안에 있는 혜경을 향해 말하고 있었으나 승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 한 발 뒤에 서서 빨리 대화가 마무리되기만을 무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순간 벌떡 자세를 바로 세운 어깨가 가슴팍에 콕 박혀 왔다.
“넌 어디 있다가 오는 거야. 어딜 가면 간다고 말도 안 하고.”
“코치님한테 전화가 와서 통화 좀 하느라고요.”
뾰족한 어깨에 부딪힌 가슴 정중앙을 문지르며 승은 거짓말을 했다. 엄마 차에 쓰레기가 너무 많길래 내가 다 버리고 왔다는 말을 이 타이밍에 꼭 밝혀야 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아, 맞다. 지수는 처음 보는 거지?”
“…네.”
느닷없는 접촉으로 움츠러들었던 상대의 어깨가 서서히 본래의 모양을 찾아갔다. 갈 곳을 잃고 한동안 제 목젖 부근에 머물던 시선이 천천히 위로 올라왔다.
“인사해, 승이. 우리 아들이야.”
움찔 떨리는 눈빛이 흡사 겁 많은 육식동물 같은 느낌을 자아냈다.
“안녕하세요. 저는 그럼 가 볼게요. 좀 이따 봬요.”
꾸벅 인사와 함께 동그란 정수리가 눈앞에 보였다가 이내 사라졌다. 쫓아내는 사람은 없는데 이유 없이 쫓겨나는 사람만 있는 이상한 분위기였다. 작열하는 태양 빛을 정면으로 받아 내는 상대 뒤로 삐뚤고 긴 그림자가 드리웠다.
근데 잠깐만.
“엄마.”
“응?”
“쟤 누구야?”
내가 저 사람을 어디서 봤더라.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기시감이 기묘했다. 단서를 찾는 머리가 팽글팽글 바쁘게 돌아갔다.
* * *
<세계건설 포서블즈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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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전·08:43
[개막 D-50] ※최초공개※ 승리의 예감이 타오른다! 여러분의 행복을 책임질 새로운 포서블즈 선수들을 소개합니다!
00:13 여기는 어디~? (낮게 고조되는 음악과 함께 영상 하단에 발랄한 느낌의 글씨체. 공 튀기는 소리와 함께 신발과 바닥의 마찰 소음이 들린다.)
00:30 어느덧 개막 50일 전! 본격적인 몸풀기에 들어간 포서블즈 선수들. (얼굴 대신 손, 발, 다리 위주의 줌인 화면. 공이 오가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들.)
00:50 (활기찬 목소리의 내레이션) 여느 때와 다름없이 연습에 열심인 선수들. (한 톤 더 높아지며) 앗, 그런데 처음 보는 얼굴들이 있네요? 이번 시즌 새로 포서블즈에 합류한 선수가 무려 두 명이나 있다는 핫한 소식을 들었는데요. 과연 그 주인공들은 누굴까요? 지금 포서블즈 TV에서 만나러 갑니다!
01:20 첫 번째의 주인공은 올해 나이 스물한 살의 파릇파릇 신인 용병 가브리엘 로디! 저희 포서블즈 TV를 위해 짧은 인터뷰를 해 보았습니다.
Q. 로디 선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어색한 한국어) 안녕하세요, 저는 가브리엘 로디입니다. 브라질 사람입니다.
Q. 트라이아웃 때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 줘서 많은 팀에서 눈독을 들였다고 알고 있어요. 그중 세계건설의 영입 제안을 받고 기분이 어떠셨는지?
A. (영어로 이어지는 답변) 한국 브이리그가 수준급이라는 소문을 많이 들었기에 만약 한국에서 뛴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재작년부터 하고 있었다. 막연히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실현되어서 너무 기쁘다. 소중한 기회를 잡은 만큼 꼭 잘해 보고 싶다.
Q. 팀원들과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A. 다들 잘해 준다. 아직까지는. (앞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 주장인 진석이 많이 챙겨 준다. 연습 중간 말이 안 통해서 어려울 때는 다들 손짓이나 몸짓까지 동원해 가며 알려 주려고 노력한다. 모두에게 고맙다.
Q. 그럼 반대로 누가 제일 못해 주나요?
A. 승. (스태프들 웃음소리) 아니다, 장난이다. 승과 나는 이번 시즌에 팀에 새로 들어왔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같은 처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승은 큰 리그에서 뛴 경험이 있고 국제대회 메달도 있는 유명 선수고 나는 완전 신인이라는 큰 차이점은 있지만, 현재 상황만 놓고 봤을 때 팀 내에서 처한 환경 자체가 비슷해서 서로 많이 도와주려고 한다.
또 공격수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플레이 스타일에서는 약간 차이가 있어서 배구 이야기도 많이 하면서 가깝게 지낸다. (어색한 침묵이 잠깐 흐른다. 그러자 다급히) 진짜다. 아까 장난은 제발 잊어 달라. (다시 들리는 웃음소리)
Q. 감독님은 어떤 말씀을 하시나요?
A. 감독님은 처음부터 굉장히 반겨 주셨다. 그 부분에 있어서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경기적인 측면에서 공격진에 많은 변화가 있는 시즌이라 대형이나 작전에 새로운 시도를 해 보고 싶다고 하셨다. 지금은 다양한 상황을 설정해 놓고 선수들끼리 서로 합을 맞춰 나가는 식으로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 열심히 해서 본경기 때 꼭 내가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한국 와서 어떤 점이 제일 힘들었나요?
A. 운동하는 데에 있어서 힘든 건 없는데… 딱 하나 정말 힘든 건, 날씨. 브라질도 더운 나라지만 한국도 진짜 덥다. 다행히 경기장이나 체육관은 시원해서 연습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리그 개막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의미로도 겨울이 너무 기다려진다. 브라질은 남부지방을 제외하고는 눈이 거의 내리지 않는 나라라서 서울에서 함박눈도 꼭 보고 싶다.
Q. 이번 시즌 목표를 말씀해 주세요.
A. 잘 적응하고 역량을 마음껏 펼치는 게 목표다. 간혹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못 하고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하는 용병 선수들이 있는 걸 알기에 긴장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근데 해 보기 전까지는 모르지 않는가.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매일 연습하고 있다.
Q. 마지막으로 이 영상을 지켜 보고 있을 세계건설 포서블즈 팬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준비 열심히 하고 있으니 다가오는 정규리그에서 꼭 멋진 모습 보여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땡큐. 감사합니다.
03:45 (다시 내레이션) 지금까지 로디 선수의 인터뷰였습니다. 스물한 살의 패기로 다른 선수들을 깜짝깜짝 놀래킨다고 하죠? 정말 기대가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닌 거 알고 계시죠? 올 시즌 새로운 얼굴이 한 명 더 있는데요. 배구 좀 좋아하셨다거나 알 만한 팬분들은 이분 모르시기 힘들 텐데요. 자, 긴말하지 않겠습니다. 인터뷰 보시죠.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자기소개? 어떻게… 하지?
Q. 그냥 편하게 해 주세요. 방금 로디 선수가 한 것처럼.
A. 네, 안녕하세요. 이번 시즌부터 세계건설에서 뛰게 된 배구선수 최승이라고 합니다. 저는… 한국 사람입니다. (본인 인터뷰가 끝났는데도 가지 않고 옆에 있던 로디와 스태프들의 웃음소리)
Q. 첫 국내 리그 경험을 앞두고 있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A. 개인적으로 유럽이랑 큰 차이는 없을 거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팀의 단합력 같은 측면에서는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는 유럽보다 오히려 한국이 더 뛰어나고, 한국 리그만의 장점도 분명히 있기에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
Q. 국내 복귀 결정에 부친 최정호 감독님 입김이 있었나요? 감독님께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같은 응원의 말씀 자주 해 주시나요?
A. 솔직히 아버지 의견은 거의 없었고요. 아버지는 이번 일뿐만 아니라 제 일에 관여를 많이 안 하시고 웬만하면 제가 결정하게 두는 편이셔서….
본인 감독 일 하기 바쁘셔서 저한테까지 신경 쓰실 그런 여유가 많이는 없으세요. 가끔 좋은 말씀 같은 거 해 주시기도 하는데 그건 정말 가끔이고, 보통은 저를 믿고 묵묵히 응원해 주시는 편입니다.
Q. 선수 번호로 11번을 골랐다고 들었습니다.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A. 전에 있던 팀에서는 12번을 달고 뛰었었는데 이번 팀에서는 진석이 형이 이미 그 번호를 쓰고 계셔서 못 썼고, 그 앞 숫자인 11이 비어 있길래 그걸 쓰겠다고 했습니다. 11이 제가 좋아하는 숫자이기도 해서 개인적으로 기분이 좋고요. 제가 숫자 11에 더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11번과 함께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치고 싶네요.
Q. 로디 선수에게도 물었던 질문인데, 여기서도 한 번 더 물을게요. 이번 시즌 목표가 어떻게 되나요?
A. 기본적으로는 당연히 리그 우승. 네, 우승하고 싶어요. (무척 좋아하는 박계형 감독의 웃음소리) 리그 이후에 컵 대회도 있지만, 일단은 감독님도 그렇고 기존 선수들도 리그 우승에 대한 염원이 크다고 알고 있어서… 꼭 우승하고 싶네요.
08:20 (다시 내레이션) 이번 시즌 포서블즈의 공격력을 Up, Up 시켜 줄 멋진 두 선수의 인터뷰 어떠셨나요? 연습 현장을 살짝 엿보니 코트에 스파이크 꽂히는 소리가 정말 그리워지던데…, 혹시 여러분들도 그러신가요?
더욱 강하고 새로워진 세계건설 포서블즈는 50일 후 개막 첫 경기로 여러분들을 찾아갑니다. 기대 많이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