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에서 천사 같은 외모를 가진 신입생, 정진우를 만난 서요한은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이성애자일 게 분명한 진우에게 요한은 좋은 선배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 좋아하는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요한은 고민 끝에 진우에게 고백한다. 연인이 된 두 사람은 불안하지만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두 사람이 처음으로 함께하는 진우의 생일, 요한은 생일 축하를 위해 진우의 자취방에서 그를 기다리지만 진우는 돌아오지 않는다. 날벼락 같은 이별에, 요한은 진우를 잊지도 떠나보내지도 못한다. 8년 후, 미술관 코디네이터로 일하는 요한의 앞에 'Jung'이란 이름의 작가가 나타나는데.... “처음엔 네가 정말 사고라도 난 건 아닐까. 걱정했어. 그 다음엔, 너도 어떤 사정이 있을 거라고. 나한테 연락 한 번 하지 못할 정도로 힘든 일에 처해 있을 거라고 자위하면서 살았어.” “…….” “넌, 어땠어.” “저는,” “너는, 지금 나한테 이렇게 하면 안 돼.”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지금 와서 정진우에게 원망을 쏟아내기엔 지난 시간이 너무 비참했다. “너는, 나한테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 안 되는 거야.” “선배.” “너는 나랑 다시 연애라도 하고 싶은 거야?” 정진우가 무언가 말하려는 걸 막았다.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는 게 느껴졌다.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나는 너처럼 단념이 쉽지 않아서,” 가만히 앉아서 술잔만 기울였을 뿐인데 호흡이 가빠졌다. 먼 거리를 달린 것 같이 시야가 흔들리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눈을 한 번 꾹 감았다가 떴다. “우리 어렸을 때 했던 연애, 그거 이제 끝내보려고.” 이제 와서. 우스웠다. 나는 8년 전에 했던 연애를 지금까지 혼자서 끌고 왔다. 감정은 남았는데 상대가 없어서, 끝내고 싶어도 끝낼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