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데스티니 서버 불안정(은꼬공금갠소)
방문 앞에 우두커니 선 수하가 소파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도윤을 바보처럼 쳐다보았다. 꼬고 있던 다리를 풀고 소파에서 일어난 도윤이 수하에게 다가갔다.
한걸음 두 걸음. 도윤이 가까워지는 것에 수하는 고개를 들어 올려 도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데스티니 게임이 버그로 인해 못 들어가고 있다고요?”
“음? 아. 지금 나와서 모르고 있었나 보네.”
수하의 코앞까지 다가왔던 도윤은 수하의 말에 고개를 작게 흔들며 몸을 돌려 소파 근처로 걸어가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던 리모컨을 들고 TV 화면을 켰다.
[“그렇다고 합니다.”
“그러면 현재는 데스티니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까?”
“어떠한 버그로 인해 지금 서버가 불안정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게임 접속 자체도 되지 않고 있습니다.”]
앞의 이야기는 듣지 못했지만 뒤에 나오는 MC와 게스트가 대화하는 것을 보자 도윤이 말한 대로 게임에 접속하지 못한다는 걸 알려 주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데스티니 사이트에서는 게임에 접속한 사람이 있다고 하는데, 이거는 어떻게 된 겁니까?”
“…혹시 따라 할 사람이 있을까 대답하기 불안하군요.”
“위험한 겁니까?”
“목숨이 위험하기도 합니다. 현재 사이트에서 접속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게임을 하는 것과 동일하죠.”]
“…목숨을 걸고…?”
“지금 데스티니 게임에 접속을 못하고 있어 수하야. 그래서 네가 걱정돼서 온 거고.”
수하는 도윤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홀린 사람처럼 TV를 바라보고 TV에서 나오는 MC와 게스트의 목소리에 집중을 하며 들었다.
[“그 방법이 무엇입니까?”
“지금 제가 말하는 방법을 한다면, 그 사람은 목숨을 내놓아야 할 겁니다.”]
TV 속 의자에 앉아 있는 게스트는 카메라를 보며 말하는지, 수하는 TV에서 나오는 게스트와 꼭 눈이 마주치고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캡슐 안의 감각을 올려 주는 불법적인 해커가 있습니다.”
“아아. 그 소문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습니다. 캡슐을 해킹해 50%의 감각도를 100%로 바꿔 준다고 하고 결국 캡슐 안에서 죽는다는 헛소문이 아닙니까?”
“아뇨. 그 소문은 헛소문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뉴스만 보셨더라도 종종 캡슐 안에서 사망하는 사건에 대해서 본 적이 있으실 텐데요.”
“…예?”
“실제로 지금 버그로 인해 불안정한 데스티니 서버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들은 캡슐을 해킹해 감도를 100%로 바꾼 플레이어들입니다.”
“하지만. 불안정한 서버를 캡슐을 해킹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까?”]
불안정한 서버. 데스티니에 접속이 되지 않음. 해킹.
수많은 대화가 수하의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지금 서버 불안정 때문에 데스티니에 접속을 못 하고 있고, 접속을 하려고 하면 캡슐을 해킹해서 목숨을 내놓아야지만 데스티니에 접속을 할 수 있다는 말이 TV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수하야.”
“…형, 거짓말이죠? 지금 데스티니에 접속 못한다는 거.”
수하가 고개를 돌려 도윤을 쳐다보았지만. 도윤은 어깨를 살짝 으쓱이며 수하의 대답에 답하지 않았다. 저리는 허리를 주물렀던 수하가 급하게 캡슐 방으로 걸어가 뚜껑이 열려 있는 캡슐에 누웠다.
정액으로 진득한 속옷과 바지를 갈아입을 새도 없이 캡슐에 눕자 익숙하게 캡슐 뚜껑이 닫혔다.
[사용자의 홍채를 인식합니다.]
[홍채인식을 완료하였습니다.]
[사용자 「홍수하」 님 오늘도 새로운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데스티니.”
[현재 데스티니 월드는 ‘서버 불안정’으로 인해 게임 접속이 되지 않습니다.]
[원하시는 게임의 이름을 말해 주세요.]
“데스티니.”
[현재 데스티니 월드는 ‘서버 불안정’으로 인해 게임 접속이 되지 않습니다.]
[원하시는 게임의 이름을 말해 주세요.]
“데스티니.”
[현재 데스티니 월드는 ‘서버 불안정’으로 인해 게임 접속이 되지 않습니다.]
몇 번을 반복해도 눈앞에 보이는 글자들은 선명하게 서버 불안정으로 인해 게임 접속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결국 수하가 작게 로그아웃이라 말하며 뚜껑이 열리는 캡슐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어느새 캡슐 앞에 서 있는 도윤이 캡슐 안에 앉아 있는 수하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내 말이 맞지?”
“…네. 형 말이 맞네요.”
[“캡슐 해킹으로 인한 버그와 데스티니 버그가 서로 연결이 된 건지, 아니면 또 다른 버그를 불안전한 서버에서 받아들이는지 아직 제대로 알 수가 없으나 현재 해킹한 플레이어들은 데스티니에 접속할 수 있다고 합니다.”]
도윤의 말에 대답하면서. 방안으로 흘러들어오는 TV 소리가 들려왔다. 눈을 느리게 깜박이던 수하가 내민 도윤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 언제 제 집으로 오신 거예요?”
게임을 하는 도중에 Error는 몇 번 보였지만, 서버 불안정의 경우는 정말 로그아웃 하기 바로 전에 시스템 창이 떠올랐었다. 게임에 접속이 안 된 것을 알고 도윤이 자신의 집에 도착했다고 하기에는 테인의 몸에 로그인한 도훈을 생각하면 도윤의 말은 거짓말일 수밖에 없었다.
“왜? 그게 궁금해?”
“…형이 게임에 접속이 안 된 걸 알고 왔다고 했는데.”
캡슐에서 빠져나온 수하가 도윤이 잡고 있는 손을 떨어트리려 했지만 수하의 손을 잡고 있는 도윤이 수하의 손을 힘주어 잡아 수하가 손을 빼지 못하게 만들었다.
“분명 도훈이가 게임에 접속했거든요.”
손을 빼는 것을 포기하고 도윤을 올려다보며 수하가 말하자 도윤의 입꼬리는 진득하게 올라가 기분 좋게 웃으며 수하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도윤의 시선 하나하나와, 비웃는 듯한 웃음에 수하는 이상하게 심장이 불안하게 두근거렸다. 꼭 잡아먹힐 것만 같았다. 시선을 피하고 도망가려 해도, 도망가지 못하고 붙잡힐 것만 같았다.
“그래서?”
“…이상한 거. 형도 알잖아요.”
웃는 얼굴로 말하는 도윤의 말에 수하는 진정하려고 하며 숨을 한 번 들이켰다가 내뱉으며 도훈에게 말했다.
“글쎄. 뭐가 이상할까.”
도훈은 수하의 대답에 아무런 답을 해 주지 않았다. 표정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채로 수하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수하는 이상하게 불안감이 느껴져 한 걸음. 뒷걸음질을 치려고 했지만. 발뒤꿈치가 캡슐에 부딪치면서 더는 뒤로 물러날 수 없었다.
“내 동생이 접속하고 얼마 안 있어서 수하 네가 캡슐에서 나왔는데, 내가 이미 네 집에 도착했다는 거?”
“….”
도윤은 그렇게 말을 하며 수하의 팔을 잡아당겼다. 몸이 비틀거리며 수하가 도윤의 가슴에 얼굴이 부딪치려는 찰나에 수하는 한 손을 뻗어 도윤의 가슴에 손을 올려놓고 팔을 쭉 뻗어 겨우 부딪치지 않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똑똑하다. 그렇지?”
“….”
“못 이기는 거 알면서 계속 도발하길래, 내가 수하 널 바보 같을 거라 생각했네.”
“…도윤이 형.”
“응.”
“…그래서 무슨 일 때문에 저희 집에 온 건데요.”
수하는 도윤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변하지 않는 웃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거짓말하는 것에 걸려서 당황해하거나 놀란 얼굴도 아니었다. 그 안에 숨겨져 있는 표정 안에 도윤이 즐거워하는 기색이 보였기에 수하는 한숨을 내뱉었다.
“무슨 일 때문에 와야 하나?”
“…그러면 형이랑 제가 무슨 사이도 아닌데. 도훈이도 아니고 불쑥불쑥 찾아온다고요?”
“왜? 나랑 너랑.”
도윤의 손이 뻗어져 수하의 턱을 손가락으로 쓸며 목선을 따라 내려가 움푹 들어간 빗장뼈를 손끝으로 둥글게 문질렀다.
“몸도 섞었는데. 말없이 찾아와도 괜찮지 않아?”
“…괜찮지 않은데요. 형이랑 저랑 사귀는 것도 아니고. 한 번 한 것뿐이잖아요.”
“한 번 한 것이지만. 기분은 좋았잖아?”
“….”
“질질 쌀 정도로 짜릿하고 기분 좋았잖아, 수하야.”
당당하게 말을 하던 수하의 입술이 꾹 다물어졌다. 결국 고개를 돌려 도윤의 시선을 피했으나 볼에서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에 도윤이 시선을 돌리지 않고 계속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삑삑- 삐리릭-
말없이 도윤의 손에 손이 붙잡힌 상태로 가만히 있자 현관문 비밀번호가 눌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도윤의 몸 때문에 방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지도 못했으나 곧이어 들리는 목소리에 도훈이 들어왔다는 것을 알았다.
“수하야!”
쿵쿵. 힘주어 뛰어 들어왔는지 조용한 거실에서 울리는 발걸음 소리가 방 안까지 들어왔다. 급하게 온 건지 도훈의 목소리는 거칠었고 숨과 뒤섞여 있었다. 수하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처럼 도훈은 다른 곳으로 향하지 않고 곧장 캡슐이 있는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형?”
“음… 불청객이 왔네.”
“형이 또 왜 수하네 집에 있는 건데!”
“내가 못 올 곳을 온 건 아니지 않나?”
“시끄럽고 일단 손이나 놔. 손목 벌겋게 된 거 안 보여?”
빠르게 도윤과 수하에게 다가온 도훈이 수하의 손목을 잡고 있는 도윤의 손을 떨어트리고 수하를 등 뒤로 숨기듯이 보냈다.
“그때 말했을 때 내가 한 말에 긍정한 걸로 알고 있었는데.”
“그런 거 긍정한 적 없어.”
“말 바꾸지 말라고 말했으면서 긍정한 적 없다고… 재미있네.”
도윤은 도훈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벌겋게 변한 얼굴과 일그러진 얼굴이 화가 나 있다는 걸 숨김없이 보여 주고 있었다. 도윤은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한 걸음 도훈에게 다가가자 도훈은 외려 고개를 똑바로 들어 도윤을 노려보았다.
“그렇게 하면 네 것이 될 것 같아?”
“…아니. 안 될 걸 알고 있어.”
“근데. 우리 멍청한 동생은 왜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려운 길을 가려 하는 걸까?”
“….”
“게임에서 개새끼가 되니까 진짜 개가 된 것만 같아?”
도윤이 손을 뻗어 도훈의 어깨를 힘주어 움켜쥐었을 때, 도훈의 등 뒤에 멍하니 있던 수하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도훈의 등 뒤에서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손을 뻗으며 도훈의 어깨를 잡고 있는 도윤의 손을 힘주어 떨어트렸다.
얼마나 힘을 주고 잡고 있었는지. 하얀색 반소매 티를 입고 있던 도훈의 셔츠가 부욱 소리가 나며 찢어졌다.
“형. 말이 좀 심한 것 같은데요.”
수하의 말에 도윤과 도훈의 희비가 교차했다. 일그러졌던 도훈의 표정은 놀란 듯이 풀어지며 수하를 쳐다보았고 도윤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처럼 수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도훈이가 멍청해도 일단 제 새끼거든요.”
“어…?”
수하의 말에 도훈이 외려 침울한 표정을 지었고, 도윤은 그런 도훈을 보며 비웃듯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서?”
“…형보다 도훈이가 더 중요한 사람이라고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천천히 말해 봐. 수하야.”
도윤의 표정은 티끌 하나 만큼도 망가지지 않아서. 당당하게 서 있던 수하의 기가 약간은 죽을 수밖에 없었다. 잘못한 사람이 티가 난다고 게임 안에서 카데스의 몸에 들어가 있었던 도윤이 약속을 어기면 벌을 준다 했는데. 결국 그 약속도 지키지 못했기에 수하는 도훈의 반쯤 찢어진 티를 붙잡고 도윤을 쳐다보았다.
“…쉬운 길이나 어려운 길이 뭐인지는 모르겠는데. 도훈이가 멍청한 개새끼는 아니라고… 요.”
“그래서.”
“…똑똑하고 착한데요….”
“그래서?”
“…개새끼라고 한 거 취소해요.”
“그래, 멍청한 개새끼라 한 거 취소할게. 그럼 됐지?”
“….”
수하는 지금 주먹을 들어 자신의 머리를 한 대 때리고 싶었다. 이대로 기절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을 하면 할수록 왜인지 잘못을 한 어린아이가 된 것만 같아서 수하는 얼굴을 와락 구기고 도훈의 옷을 붙잡고 몸을 돌려 캡슐 방에서 빠져나왔다.
차라리 두 사람을 집에서 내보내자는 생각이 수하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도훈의 발걸음 소리와 함께 도윤의 발걸음 소리가 뒤섞이게 들려왔다. 현관문 근처에서 수하는 손가락으로 현관문을 가리키며 붙잡고 있던 도훈의 티셔츠를 떨어트렸다.
“둘 다 나가요.”
“…아 잠깐만 수하야, 나 너한테 할 말이 있어서 온 건데.”
“나가라고.”
수하가 현관문을 가리키던 손을 내리고 맨발로 현관문으로 걸어가 문을 활짝 열고 밖을 가리켰다.
“우리 집이니까 나가라고. 이거 무단 침입이야.”
부끄러워서 얼굴이 붉어졌지만, 일그러진 얼굴 때문에 마치 화가 나서 얼굴이 붉어진 것처럼 보였다. 도훈은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면서 머뭇거리다가 한숨을 내뱉으며 현관문 밖으로 나가려다가 도윤의 멱살을 잡고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 와중에 신발도 제대로 신지 않고 나간 두 사람이 다시 들어오는 것을 방지해서 수하는 몸을 살짝 숙여 두 사람의 신발을 문밖에 던져 버리고 현관문을 쿵 소리 내며 닫았다.
“저기 수하야. 수하야!”
비밀번호를 지금 바꿀 수는 없어서. 문을 못 열게 잠금 록을 걸어 버리고 문밖에서 들리는 도훈의 목소리를 무시하며 소파 근처로 걸어가 소파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으며, 여전히 틀어져 있는 TV를 보았다가 핸드폰을 들었다.
“…아… 개 같아. 진짜. 와… 씨….”
인기 검색어 안에는 전부 데스티니 게임 관련 글밖에 없었다.
[1] 데스티니 게임
[2] 데스티니 서버 불안정
[3] 데스티니 접속 오류
[4] 데스티니 버그
[5] 캡슐 해커
“…캡슐 해커….”
소파에 상체를 기대고 앉아 있던 수하가 핸드폰을 들어 올려 인기 검색에 쓰여 있는 ‘캡슐 해커’ 단어를 한참을 바라보았다.
캡슐을 해킹하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멍청한 것도 알고 있는데 아깝게 먹지 못한 NPC 테인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리듯이 생각이 났다. 풋풋하고 부끄러워하던 모습이 떠올라서 수하는 한숨을 내뱉으며 머리를 거칠게 헤집었다.
“…미치겠네.”
솔직히 튜토리얼 퀘스트 버그를 삭제하지 못한 것도 아쉬웠지만, 그것보다 플레이어들이 들어오지 못한 게임 공간 안에서 원래의 모습으로 있을 NPC들의 행동들이 궁금했다. 성격은 바뀐다고 해도. 커다란 좆이나 몸은 바뀌지 않으니까.
그건 그거대로 괜찮지 않을까?
수하는 그렇게 생각을 하며 소파에 기대었던 몸을 일으키고 핸드폰을 두드렸다.
“해킹… 캡슐….”
『검색 : 캡슐 해킹』
[1] 데스티니 접속 캡슐 해킹 업체 010-123-5432
[2] 캡슐 해킹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010-321-2345
…
연관 검색어들까지 빠르게 눈으로 훑어보던 수하가 누구보다도 빠르게 하고 적혀져 있는 블로그를 클릭해서 들어갔다.
「캡슐 해킹 전문 FXXK은 캡슐 이용 중에 불필요한 감도 조절을 없애고 환상적으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촉각과 미각을 조금 더 세세하게 느끼고 싶다면, 저희 FXXK에 연락해 주세요.
010-321-2345. 24시간 운영으로, 연락 즉시 고객님의 자택으로 빠르게 방문해 드립니다.
기다리는 것이 싫으시다면 FXXK로 연락해 주세요.」
“…업체 이름 진짜 병신 같네.”
FXXK이 뭔지. 꼭 욕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생각하며 수하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010-321-2345 번호를 클릭하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뚜르르. 뚜르르.
귓가에서 익숙한 통화 연결음을 들으며 수하는 발을 움직여 바닥에 두드리며, 이제는 데스티니에 관련된 내용이 아니라 다른 이슈에 대해서 나오는 TV를 힐끔 쳐다보고 리모컨으로 TV를 꺼 버렸다.
[“안녕하십니까. 캡슐 해킹 전문 FxxK입니다.”]
“아… 네 그, 캡슐 해킹을 하려고 연락드렸어요.”
[“캡슐 해킹을 하면 감도가 높아지는 대신 위험 부담이 발생하는데, 이에 동의하십니까?”]
“네. 동의합니다.”
[“캡슐 해킹 관련해서 해킹 진행 시에는 사망 및 기타 문제 발생 시에 저희 쪽과는 관련이 없다는 계약서에 대해 사인을 하셔야 됩니다. 이점에 대해 동의하십니까?”]
“네.”
[“네. 그러면 캡슐 해킹은 날짜 예약해 드리겠습니다. 언제가 편하십니까?”]
“최대한 빠르게 하고 싶어요.”
[“네.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네.”
귓가에 타닥타닥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짧은 시간이 지나서 다시 상담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재 가장 빠른 예약은 금일 20시로 확인됩니다. 해당 시간대로 진행해 드릴까요?”]
“네네. 8시로 예약해 주세요.”
[“네. 집 주소와 핸드폰 번호 확인 부탁드리겠습니다.”]
“서울시 XX구 ㅁㅁ동 123길 01. 늘푸른 1002호에 010-1234-4321이에요.”
타닥타닥. 수하가 말한 것을 적고 있는지 핸드폰에서는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미약하게 들려왔다.
[“네. 주소 확인하겠습니다. 서울시 XX구 ㅁㅁ동 123길 01. 늘푸른 1002호 맞으십니까?”]
“네.”
[“전화번호는 010-1234-4321 맞으십니까?”]
“네.”
[“예약자분의 성함이 어떻게 됩니까?”]
“홍수하예요.”
[“네 홍수하 님. 금일 20시 예약해 드렸습니다. 더 문의하실 것 있으십니까?”]
“아니요.”
[“네. 캡슐 해킹 전문 FxxK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화가 끊긴 핸드폰을 내려다보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문으로 걸어갔다. 잠금 버튼을 풀고 현관문을 열자 현관문 앞에 도훈이 침울한 표정으로 문 앞에 서 있었다.
“안 가고 뭐 했어?”
“…열어 줄 것 같아서 기다리고 있었어.”
“…그러다가 내가 안 열어 줬으면?”
“약속은 지킬 테니까 열어 줄 거라고 생각했어.”
“….”
“데이트. 해 줄 거지?”
수하가 문고리를 붙잡고 있는 상태로 도훈을 올려다보았다. 테인도 아닌데도 검은색 꼬리와 귀가 보이는 것 같았다. 한숨을 내뱉은 수하가 고개를 작게 가로저으며 현관문을 열었다.
“도윤이 형은?”
“급한 일이 있다고 갔어.”
“들어와. 근데 데이트는 오늘 안 돼.”
“왜?”
집 안으로 들어가자 등 뒤로 도훈이 들어왔는지, 쿵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삐리릭 도어 록이 잠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수하는 몸을 살짝 비틀어 현관문 앞에 서 있는 도훈을 바라보았다.
“나 오늘은 일이 있어서.”
“…중요한 일이야?”
“응. 나한테는.”
“그럼 알았어. 내일은 괜찮아?”
수하는 게임 안에 들어가서 빠르게 퀘스트를 깨고 나면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뒤늦게 고개를 위아래로 작게 끄덕였다.
“응. 괜찮아.”
“그러면… 내일 11시 어때?”
“11시는 일어나기 힘들 것 같은데.”
“12시는 괜찮아?”
“응. 내일 12시까지 우리 집으로 와.”
수하의 말에, 도훈이 기분 좋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크게 몇 걸음 수하에게 다가와서는 두 팔을 뻗어 수하를 덕였다. 그러고는 크게 몇 걸음 수하에게 다가와서는 두 팔을 뻗어 수하를 품 안에 안고 작게 웃었다.
“그럼. 내일 만나자 수하야. 내가 즐겁게 데이트할 수 있게 해 줄게.”
“…그래.”
“오늘은 피곤하겠다, 일찍 자고. 밥 잊지 말고 먹고. 밥해 먹기 귀찮으면 내가 밥 좀 해 주고 갈까?”
“괜찮아. 내가 해 먹을 수 있어.”
“응… 그러면 내일 봐. 수하야.”
“응.”
수하를 힘주어. 한번 안은 도훈이 다시 수하의 품에서 떨어지고는 아쉬운 듯 수하를 몇 번은 바라보았다가 몸을 돌려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고는 현관문을 가리켰다.
“비밀번호 바꿔놔. 혹시 또 형이 갑자기 찾아올 수도 있으니까.”
“알았다니까.”
“알았다가 아니라. 비밀번호 123321이 너무 쉬운 거라고.”
“바꿀 거야. 걱정 좀 그만해. 그리고 남자가 사는 집인데, 도둑이 들어와도 내가 물리칠 수 있거든.”
현관문을 힘주어 잡고 있는 도훈은 수하의 두 눈을 마주 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아… 그게 문제가 아니라고… 홍수하. 진짜 비밀번호 바꿔.”
그렇게 말하면서도 불안한지. 도훈은 몇 번 더 수하를 바라보았다가 도어 록을 가리켰다.
“정 바꾸기 귀찮으면 내가 바꿔 줘?”
“아. 바꿀 거야. 바꾼다고.”
“바꾼다 바꾼다고 하지만 말고. 이번엔 진짜 바꾸라고.”
“알겠어. 너 말대로 제대로 바꿀게.”
“약속한 거다?”
수하는 현관문을 붙잡고 나가지 않으려고 하는 도훈을 보며 한숨을 내뱉고 성큼성큼 걸어가 도훈의 앞에 서서 문고리를 붙잡고 있는 도훈의 손등에 손을 올려놓았다. 문고리를 움켜쥐고 있는 손가락을 하나하나 떨어트려서는 문고리에서 도훈의 손이 떨어지게 했다.
“조금 있다가 바꿀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약속한다고 말해.”
“하아… 너 이런 점에서 집착하는 거 알고 있지?”
현관문 문고리를 움켜쥐고 있는 수하가 결국 한숨을 내뱉었다. 도훈이 왜 도윤을 저렇게 싫어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도훈이 자신을 좋아해서 형에게 질투하는 걸까 생각을 해도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는 도훈이었다. 아. 어쩌면 말했는데 자신이 기억을 못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약속할게.”
수하는 문고리를 잡고 있던 손을 떨어트리고 문 앞에 서 있는 도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찢어져 있는 반팔티가 조금 거슬리기는 했지만, 가라고 말하고 있었는데 다시 들어와서 옷 갈아입고 가라고 말하기는 애매했다.
수하는 한숨을 쉬고 입고 있던 반팔티를 그대로 벗어 도훈에게 집어 던졌다.
“어…!”
당황한 목소리와 함께 도훈이 반팔티를 붙잡은 것이 보였다.
“이제 가.”
도훈의 말을 더 이상 듣지 않고 현관문을 닫으며 잠금까지 걸어 비밀번호를 눌러 들어오지 못하게 만들고서 한참을 현관문 앞에 서 있었다. 밖에서 들리는 작은 소음과 함께 점점 멀어지는 발걸음 소리를 듣던 수하는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뱉으며 거실로 다시 걸어와 소파에 몸을 날려 누웠다.
“…데이트 궁금하기는 한데….”
도훈이 어떤 루트로 어떻게 데이트를 할지 궁금하기는 했지만. 그것보다 튜토리얼 버그를 더 없애고 싶다는 마음이 커서 헛웃음이 나왔다.
“…게임 폐인이네.”
수하는 자신이 생각해도 어쩔 수 없는 게임 폐인인 건지 처음 해 보는 데이트보다 게임을 먼저 생각하고 있다는 게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만약 도훈이 캡슐을 해킹하려는 자신을 알았다면 분명 집에서 나가지도 않고 몇 시간은 자신을 붙잡아 해킹하면 안 된다고 설득할지도 몰랐다.
수하는 벌어지지 않아도 도훈이 하는 행동이 떠올라서 작게 웃다가 핸드폰을 들어 올렸다. 8시에 예약이라고 했는데 시간이 그렇게 오래 남지는 않았다. 손가락으로 핸드폰 화면을 두드리며 느리게 눈을 감았다가 뜨기를 반복하다가 소파에 몸을 맡기고 눈을 감아 버렸다.
“….”
캡슐 해킹이 끝나면 게임에 빠르게 접속해, 레위스와 내기 퀘스트를 깨고 튜토리얼을 버그를 삭제한 뒤에 바로 나와서 잠을 자자 생각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도훈과 데이트를 즐기자고. 그렇게 생각하던 수하는 점점 피곤이 몰려오는 것 같아 몸에 힘을 풀고 잠에 몸을 맡겼다.
“…으응….”
작게 잠투정을 하는 듯하더니 곧, 수하의 고른 숨소리가 조용한 거실에 울리기 시작했다.
***
띵동-. 조용한 집안에 울리기 시작하는 초인종 소리에 쥐 죽은 듯이 자고 있던 수하의 손가락이 까닥거리며 움직였다.
띵동- 띵동-. 초인종을 몇 번을 누르는 소리에 수하가 피곤한 얼굴로 실눈을 뜨고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잠에서 제대로 깨지 못해 멍한 얼굴로 잠시 앉아 있던 수하의 귓가에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을 때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했다.
“아…! 잠, 잠시만요!”
힘이 풀린 다리에 힘을 주고 현관문으로 걸어간 수하가 잠금 록을 풀고 현관문을 열었다. 멀끔한 옷에 커다란 가방을 들고 있던 남자는 수하를 보고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캡슐 해킹 전문 FxxK에서 나왔습니다.”
“아… 네네. 죄송합니다. 잠시 졸아서 조금 늦게 열었어요. 들어오세요.”
“네”
수하가 몸을 비키며 안으로 들어가자 현관문 밖에 서 있던 직원이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캡슐은 어디에 있습니까?”
“저 방에 있어요.”
“캡슐 해킹 관련해서 해킹 진행 시 사망 및 기타 문제 발생 시에 저희 쪽과는 관련 없다는 계약서 관련해서 이야기 들으셨나요?”
“네.”
“그러면. 여기 계약서 서명 부탁드립니다.”
직원은 가방을 열어 안에 들어 있는 종이 한 장을 꺼내 수하에게 볼펜과 함께 건네주었다. 수하는 남자가 주는 종이와 볼펜을 건네받으며 눈으로 빠르게 훑어보았다.
전체적인 내용은 캡슐 해킹 관련해서 감도가 높아지는 이유로 사망을 하거나 후유증이 생기는 등의 여타 문제 또는 해킹을 한 캡슐이 고장 나는 것과 관련해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내용이 적혀져 있었다.
수하는 어쩐지 신체 포기 각서에 사인을 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신발장에 종이를 올려놓고 서명란에 서명해서 직원에게 건네주었다.
“네. 확인됐습니다.”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10분 정도 걸립니다.”
“네.”
직원이 수하가 서명한 계약서를 가방 안에 넣어놓고는 그대로 수하가 가리켰던 캡슐 방으로 걸어갔다.
캡슐 방 안으로 들어간 직원이 전선이 연결되어 있는 캡슐 뚜껑을 열고 안에 있는 전선을 가방 안에 있는 특이한 기계와 연결하는 것을 잠깐 쳐다보던 수하는 몸을 돌려 부엌으로 걸어갔다.
10분이라고 했으니 그동안 밥을 먹고 끝나면 게임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수하는 냉장고를 열어 안에 있는 음식을 꺼내 식탁에 조촐하게 차려 놓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수하가 식탁에 차려 놓은 밥을 어느 정도 먹었을 때, 캡슐 방 안에서 직원이 나왔다. 수하는 입에 물고 있던 숟가락을 식탁에 내려놓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해킹은 제대로 됐습니다. 아시다시피 감도 조절이 되지 않아 100%로 게임을 하는 거니 캐릭터가 죽거나 커다란 충격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조심하셔야 합니다.”
“네.”
“오늘 캡슐 해킹 관련해서 서비스 요금은 25만 원입니다.”
“계좌 번호 주시면 그쪽으로 보내 드릴게요.”
직원이 수하의 말에 품 안에서 명함을 꺼내 수하에게 건네주었다. 은행 이름과 함께 계좌 번호가 밝혀져 있는 것을 보며 수하는 근처에 있는 핸드폰을 들고 손가락으로 두드려 25만 원을 계좌 이체로 보내고 나서, 직원에게 보여 주었다.
“예. 확인했습니다. 오늘 저희 캡슐 해킹 전문 FxxK을 이용해 주신 것을 감사드립니다.”
“네. 감사합니다.”
핸드폰에 떠오른 시간을 쳐다보자. 직원이 말한 데로 10분 정도 밖에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직원은 그대로 수하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한 뒤에 현관문으로 걸어가 벗었던 신발을 신고 나갔다.
수하는 직원이 나가고 나서 닫힌 현관문을 힐끔 쳐다보았다가. 급하게 발을 움직여 캡슐로 뛰듯이 걸어갔다.
“8시 13분….”
8시 13분이니. 게임에 들어가서 퀘스트를 빨리 깨고 나와서 늦어도 11시에 자자고 생각했다. 제발. 캡슐 해킹이 잘 돼서 데스티니 게임에 들어갈 수 있기를 바라며, 수하는 캡슐 안에 몸을 뉘었다.
익숙했던 홍채 인식이 지금은 급해 죽겠는데 왜 이리 느린지. 빨리 끝내서 게임에 들어가고만 싶었다.
[홍채 인식을 완료하였습니다.]
[사용자 「홍수하」 님 오늘도 새로운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원하시는 게임의 이름을 말해 주세요.]
“데스티니.”
[사용자 「홍수하」 님의 뇌파를 연결합니다.]
[새로운 운명. 당신의 앞에 축복이 깃들기를-…]
몸이 붕 뜨는 느낌을 느끼며 수하가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들어 올렸다.
“…뭐지?”
수하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로그아웃을 하기 전의 그 위치 그대로.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은 상태로 공터에 서 있었다. 다리를 꼬고 앉아 있던 레위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고. 검은색 꼬리를 흔들던 테인의 모습도 보이지가 않았다.
[마지막 퀘스트 당신의 선택은 퀘스트 Error.]
[시스템이 Error를 일으켰습니다.]
[데스티니 서버가 불안정합니다.]
[이벤트 퀘스트 웨어울프의 언어를 이해하라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 : 웨어울프의 언어》
[이벤트 퀘스트 레위스의 내기 퀘스트 조건 2번]
「제한 시간 : 2:21」
《보상 : 튜토리얼 버그 삭제 》
수많이 떠오르는 창을 바라보았다가 퀘스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달은 수하는 급하게 공터를 벗어나 자신의 방으로 뛰어갔다.
“제발….”
이 퀘스트를 못 깨게 되면 언제 튜토리얼 버그를 삭제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진짜 이것 때문에 불안정한 서버에 들어왔다는 걸 도훈이 알면 혼나겠다고 생각하며 수하는 두 다리를 빠르게 움직였다.
집으로 가는 길까지 아무도 보이지가 않았다. 캡슐을 해킹한 플레이어 빼고는 전부 사라져 버려서 플레이어가 사라진 몸을 움직이는 인공지능 NPC들이 정말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하아… 하아….”
숨 가쁘게 뛰어서 방문에 도착했을 때. 왠지 모를 불안감 때문에 등줄기에 소름과 함께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수하는 문을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천천히 굳게 닫혀 있는 문을 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