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휴가 (1)
서해는 처음 가보는 호텔 숙박에 무엇을 챙겨 가야 할지 고민했다. 한태경에게 물어보려다가 침대 끝에 걸터앉아 포털에 검색해 보았다. 의외로 챙길 것은 별로 없었다.
캐주얼한 옷차림으로 갈아입고 드레스 룸 한쪽에 있는 작은 가방을 집어 올렸다. 잘 때 입을 옷, 갈아입을 옷 두 벌, 그리고 언더웨어 한 무더기, 양말 몇 켤레를 가방에 넣었다.
보스턴백에 짐을 챙겨 나왔는데 맞은편 방에서 작은 캐리어를 끌고 나오는 한태경이 보였다.
“대표님, 짐이 이렇게 많으세요?”
“내 물건은 별로 없습니다. 둘이서 사용할 것 챙기느라 짐이 좀 많아졌네요.”
한태경은 서해의 눈을 보고 짧게 웃은 뒤 등을 돌렸다. 계단을 내려가는 한태경은 발목 위까지 떨어지는 블랙 슬랙스와 화이트 린넨 셔츠를 입고 있었다. 넓은 어깨와 시원하고 곧게 뻗은 팔다리를 몰래 훔쳐보던 서해는 애꿎은 시선을 계단 아래로 돌렸다.
뒤 트렁크에 한태경이 가져온 캐리어와 서해가 가져온 보스턴백이 나란히 놓였다. 트렁크 문을 닫은 그가 운전석으로 향했다. 어쩐지 머쓱해진 서해가 한 손으로 목덜미를 덮고 조수석에 올랐다.
호텔로 향하는 길은 조용했다. 서해는 안전띠를 쥐었다 놓으며 밖을 바라보았다. 업무 시달렸던 것이 피곤하지도 않은지 웃는 얼굴을 한 그가 보였다.
“서해 씨랑 4일 지내기 적당한 곳으로 골랐습니다. 피트니스 프로그램도 있고 골프나 수영 아카데미도 있으니까, 룸에만 있지 말고 스트레스 쌓였던 거 마음껏 풀어요.”
“…….”
“사실 야외 수영장이 예쁜 곳이긴 한데, 아직 날씨가 쌀쌀하니까 실내 수영장 정도는 이용할 수 있겠네요.”
피트니스 프로그램은 뭐고, 수영이나 골프는 뭔지. 모두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었다. 서해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신나게 달리고 있는 창밖을 주시했다. 분명 휴가라고 했는데 새로운 과제라도 받아든 느낌이었다.
서해와 한태경이 타고 있는 차는 서울 한가운데 위치한 남산을 향해 달렸다. 남산으로 향하는 유명한 드라이브 길을 지나 언덕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좌우로 가득 보이던 가게들이 하나둘 사라져갔다.
핸들을 잡고 있던 손가락이 톡톡 소리를 내는 것이 들렸다. 서해는 슬그머니 옆을 돌아보았다.
“서해 씨, 호텔에서 룰 하나만 정할까요.”
“어떤 룰요?”
“룸 안에서는 대표님이라고 부르지 말아요.”
“…그럼 어떻게.”
“주인님이라고 불러요. 들어가자마자 시작이고, 룸 밖에 빠져나오기 전까지는 룰 어기면 안 됩니다.”
“네?”
서해는 정말 놀란 나머지 몸을 완전히 돌리다시피 하고 한태경을 쳐다보았다. 급작스러운 움직임에 안전띠가 어깨를 눌러왔다. 강압적이지도 않고 부드러운 목소리였지만 그렇다고 서해의 허락을 구하는 말은 전혀 아니었다.
혀끝에 말려 차마 나올 것 같지 않은 주인님이란 말을 몇 차례나 곱씹었다. 단어 한마디에 과거의 기억이 스치듯 떠오른 서해의 눈이 금세 축 처졌다. 차라리 이름을 부르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했다. 고개를 돌려 한태경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는 별말이 없었다.
어떡하지, 어떻게 하면 좋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동안 둘이 타고 있던 차는 고풍스럽게 지어진 5층 남짓한 대리석 건물을 지나 높은 호텔 건물 앞에 멈춰 섰다.
서해가 자동차 문고리를 잡기도 전에 호텔 도어 맨이 조수석을 열어주는 것이 먼저였다. 가볍게 눈인사를 나누고 어색하게 내려섰다. 트렁크가 열리자 어딘가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람이 캐리어와 보스턴백을 들고 서해와 한태경을 안내했다.
한태경은 서해의 한쪽 어깨에 손을 올려 걸어갈 방향을 잡아주었다. 서해의 시선 끝에 로비 한쪽에 마련된 VIP 리셉션 룸이 보였다.
그가 데스크 앞에 앉아 체크인을 진행하는 동안 서해는 뒤쪽에 마련된 카우치에 앉아 주위를 돌아봤다. 평일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호텔을 찾아오는구나. VIP 리셉션 룸 안에는 둘밖에 없지만 바깥의 프론트 데스크에는 체크인하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외국인도 있었지만 내국인도 생각보다 많이 보였다.
로비에는 아이들과 함께 온 엄마와 아빠, 기념일을 보내러 온 연인들, 그리고 외국인 커플이나 친구들이 보였다. 특별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러 온 사람들의 웃음을 보자 서해의 얼굴에도 미소가 떠올랐다.
데스크 앞에 앉은 한태경이 카드를 꺼냈다. 간단한 정보를 확인받은 뒤 복잡한 이름의 룸을 예약하는 소리가 들렸다. 서해는 갑자기 둘이서 호텔 체크인을 기다린다는 것이 의식되어 괜스레 밖을 쳐다보았다.
“서해 씨, 올라갈까요.”
“네, 대표님.”
서해는 데스크에서 키를 받아든 한태경을 따라 로비의 엘리베이터로 이동했다. 고급스러운 로비의 분위기처럼 멋지게 꾸며진 내부 장식이 눈에 들어왔다. 서해는 이 작은 엘리베이터의 가격이 예전에 자신이 머물렀던 집보다 몇 배로 비쌀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내부를 둘러보았다.
그때 좁은 공간에 한태경의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울렸다.
“가끔 한국에 올 때 혼자서 머무르던 곳인데, 서해 씨 마음에도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벌써 좋아요. 서울에서 호텔에 와보는 게 처음이거든요.”
“…당연히 처음이어야지.”
순간 찾아온 정적 끝에 중얼거리듯 뱉어진 목소리가 이상했다. 서해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한태경을 올려다보았다. 뭔가 대단히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말 한마디에 심기가 불편해진 듯 그의 인상이 찌푸려져 있었다.
“그, 그런 게 아니라요, 대표님.”
“어디서 발랑 까진 소리를 대놓고 함부로 하는 겁니까.”
한태경의 커다란 손이 서해의 뒷머리를 쓸고 내려와 목덜미를 잡아 올렸다. 서해는 그와 맞닿은 피부 아래로 이유 모르게 찌르르한 느낌을 받아 어깨를 움츠렸다. 팔을 타고 소름이 오소소 돋아났다.
“으, 대표님, 그게 아니고요. 오해하신, 아. 윽.”
그와 함께 온 첫 휴가라서 좋다고 얘기하려던 타이밍이었는데. 서해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 묻어났다.
18층에 도착하고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성큼성큼 걸어간 한태경은 카드 키로 문을 열고 룸 안으로 들어섰다.
한태경은 문 뒤편에서 무언가를 떼어 서해에게 전해 줬다. 서해가 받아든 카드는 하우스키핑 서비스를 받지 않겠다고 적힌 마그네틱이었다. 별다른 설명 없어도 충분히 전해지는 사인이었다.
서해는 카드를 문 바깥 한가운데에 잘 보이도록 붙여놓고 떨어지지는 않는지 꼼꼼하게 살폈다. 어쩐지 그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문고리를 붙들고 밖으로 도망이라도 갈 것처럼 눈치를 살폈다.
“혼내지 않을 테니까 그만 살피고 들어와요.”
“…네.”
한태경을 따라 룸으로 들어선 서해의 입이 서서히 벌어졌다. 넓게 펼쳐진 룸은 어두운 원목으로 바닥과 벽면이 꾸며져 있었다. 천장 곳곳에 박혀있는 할로겐 조명의 불빛을 받아 고급스러운 광택이 반짝거렸다.
짧게 연결된 복도 끝으로 걸어 나왔다. 3면에 시원하게 뚫린 유리창 너머로 남산과 서울의 전경이 그대로 들어왔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룸 전체를 밝히고 있었다.
“와….”
룸 한가운데에 영문 모를 블랙 대리석이 보였다. 얼핏 보기에 대형 테이블 같기도 했다. 가까이 다가선 서해의 표정이 당황스러움으로 가득 찼다. 걸음 속도를 천천히 늦추다가 결국 멈춰 섰다.
룸 한가운데에 위치한 의문의 블랙 대리석은 릴랙세이션 풀이었다. 작은 수영장만 한 사이즈의 풀이 리빙룸 한쪽에 있는 것을 본 서해의 눈이 몇 차례 깜박거렸다.
눈이 동그래진 서해가 물이 가득 채워진 풀을 바라보다가 그 옆으로 붙어있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올려다보았다. 계단 주위에는 풀에서 흘러나온 물이 한 바퀴 크게 돌아 다시 넓은 풀로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한쪽으로 보이는 넓은 다이닝룸과 리빙룸이 평범해 보일 정도였다.
“…우, 와. 대표님. 호텔 룸 안에 풀이 있을 거라고는.”
서해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풀 가장자리로 다가가 손을 담가보았다. 적당히 따뜻한 물이 손가락 끝에 감겼다. 몇 차례 손을 휘휘 저으며 미니어처처럼 보이는 서울의 전경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몸이 갑자기 쑥 일으켜졌다. 서해의 몸을 안고 양손으로 쇄골과 목덜미 부근을 쓰다듬던 한태경이 웃으며 말했다.
“가방 들고 따라와요. 먼저 씻고 내려오게.”
“네, 대표님.”
“룸서비스 시켜 놓을까요? 서해 씨, 먹고 싶은 거 있습니까.”
“저는 다 좋아요. 대표님 드시는 거 같이 먹을게요.”
“그래요. 그런데 서해 씨.”
“네?”
“벌써 세 번 실수했네요.”
“…네? 아!”
“대표님이라고 부르면 안 되는데.”
한태경은 난감해하는 서해의 표정을 보며 작게 웃었다. 카우치로 다가간 그는 옆에 놓인 전화기로 몇 가지를 주문했다. 18층 풀 옆에 저녁 메뉴를 세팅해 달라는 것을 포함해서 몇 가지 프로그램을 예약하고 일어설 때까지 서해는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있었다.
그는 서해의 옆을 지나쳐 문 바깥에 붙어있던 방해 금지 카드를 떼어 다시 문 안쪽에 붙여두었다.
얼굴을 바라보고서는 좀처럼 입에서 나오지 않는 호칭 때문에 입을 뗐다 붙였다 했다. 멀리서 다가오는 한태경을 바라보는 서해의 검은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그, 익숙하지가 않아서.”
“정신이 바짝 들 때까지 온몸이 잡아먹히고 나면 금방 나올 겁니다.”
“…대….”
서해는 다시 실수할 뻔한 자신의 입을 급하게 틀어막았다. 커다란 손이 서해의 등 뒤를 받치고 계단 위로 밀어 올리기 시작했다. 서해는 주춤거리며 2층으로 향하는 계단 위로 발을 디뎠다. 올라가는 동안 룰이 추가로 설명됐다.
“여기서는 1층, 2층 구분 없습니다.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는 겁니다.”
“어, 떻게.”
“그럼 더 간단하게 설명해 주겠습니다. 집 2층에 있던 복도 끝 방에 들어왔다고 생각하세요. 이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겠습니까?”
뭐가 간단해진다는 것인지. 서해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방에 들어왔다고 생각해야 한다면, 이 넓은 곳에서 움직이는 것까지 하나하나 허락받아야 하는지 궁금해졌다.
2층 위에 올라선 서해의 걸음이 우뚝 멈춰 섰다. 한계를 테스트라도 해보는 것처럼 몰아붙여지던 날들이 떠올랐다. 구속된 몸에 느껴지던 심리적 안정감과 쾌감이 혼재하던 순간들을 계속해서 마주해야 하는 것일까. 대답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입술을 살짝 베어 물고 시선을 들어 올리자 눈을 내리뜬 한태경이 보였다. 어깨가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이런저런 생각할 겨를 없이 입에서 대답이 먼저 흘러나왔다.
“…네.”
이마 위로 한태경의 손가락이 구부려지더니 꿀밤이 내려왔다.
“대답할 때는 호칭까지 붙이세요.”
“…….”
“대답.”
“…흐….”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금방 다시 혼날 것 같은 과거의 기억이 밀려왔다.
한태경의 팔이 서해의 어깨 위로 올라오자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고 뒤로 물러섰다. 손찌검이 올라올 것 같기도 했다. 다음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재킷을 벗겨내고, 셔츠의 윗단추를 풀어 내리는 다정한 손길이 느껴져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서해의 이마와 콧잔등에 짧은 키스가 내려왔다.
“무서워요?”
“…조금요.”
“나 참. 대표님이나 주인님이나 뭐가 그렇게 다릅니까.”
“많, 이 달라요.”
“적응할 때까지 시간 줄 테니까, 연습해요.”
“…네…. 주…인님.”
더듬거리는 말끝에 단어가 흩어지듯 나왔다. 얼굴이 빨개지고 다시 등 뒤로 소름이 돋아 올랐다. 한태경은 크게 뭐라고 하지 않고 서해의 손을 잡았다. 서해는 입을 꾹 다물고 그가 안내하는 대로 따라갔다.
둘은 나란히 침실에 마련된 테이블 위에 가방을 올려두었다. 서해가 갈아입을 옷을 꺼내는 모습을 보던 한태경이 서해의 손등을 급히 쥐어 잡았다.
“윽.”
“옷 갈아입으라는 얘기 없었는데.”
강도가 세지는 않았지만 꽉 잡힌 손등이 불편해진 서해가 그의 팔목을 다시 맞잡았다. 익숙하지 않은 장소에서 갑자기 생긴 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이 엉망이었다.
“그건 내려두고, 이리 오세요. 지금 옷 벗겨줄 테니까 바로 씻고 옵시다.”
테이블 뒤로 넓게 붙어있던 거울에 바짝 붙어선 한태경과 서해의 모습이 비쳤다. 셔츠가 벗겨지는 소리, 벨트가 풀리는 소리, 그리고 바닥에 옷가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서해는 갈 곳 잃은 손을 들어 한태경의 팔뚝 위에 올렸다. 집요한 시선을 피하기 위해 마주한 품으로 파고들었다. 크고 서늘한 손이 서해의 등허리를 쓰다듬자 이리저리 불안하게 날뛰던 마음이 서서히 진정되었다.
그제야 자신이 마주 보고 서있는 사람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은 왜 또 이렇게 긴장해요.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바… 밖이라서, 조금.”
“밖? 집이 아니라서?”
서해는 일부러 끝을 올려 물으며 대답을 기다리는 한태경과 눈을 맞추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목 뒤편이 뜨끈하게 달아오르는 게 느껴질 정도로 부끄러움이 가득 밀려왔다.
재촉하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리는 한태경은 대답을 듣기 전까지 서해를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네… 주인님.”
“지난주에도 못 안아봤는데 휴가 동안은 마음껏 안아보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명령 아니고, 부탁인데.”
등을 가만히 쓸어내리는 손길에 서해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귀와 목까지 빨개진 서해의 모습을 내려다보던 한태경이 손가락을 세워 턱 끝을 들어 올렸다. 그는 짧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고개 끄덕이지 말고 대답해야지. 씻고 나면 1층으로 내려와요. 내려올 때 옷은 이걸로 입고.”
서해의 손 위에 한태경이 평소에 입고 다니던 화이트 셔츠가 쥐어졌다. 바지는 어디 있냐고 되물으려다가 가방 한쪽에 보이는 콘돔 박스와 관장약 박스를 본 순간 입이 꾹 다물어졌다.
이제 더 놀랄 일은 없을 것이라고 여겼는데. 아무래도 잘못 생각한 것 같았다.
* * *
셔츠만 입고 2층 복도를 지나는 서해의 다리 아래쪽이 서늘했다. 금방이라도 아랫도리가 드러날 줄 알았는데, 엉덩이와 허벅지를 충분히 덮고 있는 셔츠 길이와 손등까지 덮이는 팔 길이가 당황스러웠다. 체격이 이렇게까지 차이 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어색한 느낌에 엉덩이를 덮고 있던 셔츠 자락을 이리저리 눌러 몸에 붙이려고 했다. 오른쪽을 누르면 왼쪽 셔츠 자락이 떠오르고, 왼쪽을 누르면 오른쪽 셔츠 자락이 떠올랐다. 손을 아래로 내려 셔츠 끝단을 양손으로 말아 쥐고 걸어 나왔다.
계단을 내려오다가 모퉁이를 돌아섰다. 그는 벌써 풀 안에서 몸을 녹이는 중이었다. 서해가 내려오는 소리를 들은 한태경이 고개를 들었다.
서해는 벌어져 있는 셔츠 밑단을 양손으로 움켜쥐고 조금 빠른 걸음으로 내려왔다.
풀 옆에 준비된 테이블 아래의 라탄 바구니에는 큰 타월이 여러 장 놓여있었다. 그 위에는 시원한 음료와 와인이 세팅되어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핑거푸드, 스테이크, 샐러드, 과일이 종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준비되어있었다. 여기서 파티라도 할 생각인지 되물으려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들어와요.”
서해는 한태경이 팔을 뻗고 앉아있는 등 뒤로 다가갔다. 그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발을 담그다가 풀 가장자리에 엉덩이를 걸치고 다리만 물속으로 담갔다.
셔츠가 아슬아슬하게 허벅지까지 덮는 것을 보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종아리를 감싸는 따뜻한 물이 좋았다. 기분 좋게 앓는 소리가 숨김없이 튀어나왔다.
“…하아.”
“어때, 괜찮아요?”
“네… 따뜻하다.”
서해는 다리를 찰랑거리면서 손끝으로 물을 스치듯 만져보았다. 머릿속을 복잡하게 채우고 있던 이런저런 생각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동안 쉼 없이 달려왔던 피로도 벌써 씻겨나가는 기분이었다.
해가 지기 시작하자 제법 예쁜 석양빛이 룸 안으로 들어와 물 표면이 일렁거렸다. 서해는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으려 창밖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밖으로 보이는 시티 뷰가 그림처럼 느껴져 한참 동안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조용한 공간이 맑은 물소리와 둘의 숨소리로 가득 채워졌다.
“감사합니다.”
“…뜬금없네. 뭐가.”
“전부 다요.”
한태경은 고개를 들어 올려 창밖을 쳐다보는 서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한쪽 팔을 들어 올려 가장자리에 걸터앉은 서해의 허리를 감쌌다.
커다란 손이 서해의 엉덩이를 훑고 지나가다가 반대편 허리를 안았다. 치골에 있는 한태경의 손가락이 아주 느리게 서해의 셔츠 아랫단을 비집고 들어왔다.
석양에 시선을 빼앗긴 서해가 셔츠 안으로 들어온 손길을 느낀 것은 한태경의 손가락이 조금씩 움직여 간지럼을 느낀 다음이었다. 조용한 공간에 서해의 웃음소리가 울렸다.
“아, 간지러워요.”
“뭘 했다고 간지러워요. 이상한 사람이네.”
서로의 눈동자를 마주했다. 서해를 한쪽 팔로 감싸고 골반 뼈를 손가락으로 쓰다듬던 한태경은 아예 서해의 허벅지 위에 머리를 올려두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반쯤 쓰러지듯 미끄러지던 몸이 적당한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물속에 잠긴 서해의 발가락부터 발등을 천천히 더듬었다. 툭 튀어나온 아킬레스건을 쓸어내리고 손에 감기는 발목을 잡았다.
서해는 자신의 허벅지 위에 머리를 올려둔 한태경을 보고 찰랑거리던 다리의 움직임을 멈췄다. 물기에 젖은 어깨 근육이나 목선을 바라보자 심장이 쿵쿵 뛰어오기 시작했다. 그가 조금 더 편하게 기댈 수 있게 엉덩이를 꼼지락대며 움직이던 서해는 한태경을 바라보다가 다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손을 뻗어 다리 위에 걸쳐진 한태경의 옆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머리카락을 헤집고 들어가자 손가락 사이로 모였다가 흩어지는 기분이 금방 중독될 만큼 좋았다.
서해는 나머지 손을 넓은 어깨 위에 올려두고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밖을 바라보았다. 이대로 시간이 멈춰도 상관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코끝이 찡해졌다. 사람들이 누군가와 함께 지내고 소중한 순간을 나누고 싶어 하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알 것 같기도 했다.
한태경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던 서해의 손가락이 볼록 튀어나온 귓바퀴 끝을 콕 찔렀다. 한태경은 손가락을 세워 톡 튀어나온 서해의 골반 뼈 주위를 천천히 둥글렸다.
화답이라도 하는 것 같은 움직임에 서해의 발가락 끝이 휘어졌다. 둘은 꼭 붙어서 손장난 치면서 한동안 떨어지지 않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우와, 금방 어두워졌어요. 야경도 정말 멋지네요.”
“서해 씨랑 보니까 느낌이 새롭네요. 창가에 가서 보고 올래요?”
“어, 지금 편하게 계신 것 같은데 나중에 볼래요.”
“시간이 더 지나가면 어두워져서 아무것도 안 보이게 될 겁니다. 지금 보고 와요.”
서해는 풀 안에서 발을 딛고 일어섰다. 물살을 가르며 걸어가는 서해는 창밖만 보고 있었지만 한태경은 서해만 바라보고 있었다.
반대편 풀 가장자리에 도착한 서해가 허리를 굽히고 창가에 손 그림자를 만들어 밖을 내다보았다. 해가 지고 나니 창문에 반사된 조명 때문에 밖이 잘 보이지 않았다.
허리를 조금 더 굽히면서 얼굴을 창가에 가져다 대었다. 그림자가 만들어지면서 바깥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양쪽 손을 둥글게 말고 밖을 내다보는데 갑자기 몸이 아래로 끌어당겨졌다.
순식간에 뒤집힌 시야에 잠시 버둥거리자 등 뒤에서 가슴을 꾹 눌러 진정시키는 큰 손이 보였다. 가슴 바로 아래까지 잠긴 물이 찰랑거리고 그 위로 안정감 있게 덮인 단단한 손이 느껴졌다.
풀 모서리에 등을 기대앉은 한태경이 서해의 허리를 쓸어내리며 진정시켰다.
“아, 깜짝….”
“이건 생각이 없는 건지, 알고 보면 내 머리 꼭대기에 있는 건지.”
서해의 엉덩이가 미끄러지면서 자세를 잡지 못하자 한태경은 서해의 허리를 당겨 등으로 바짝 붙였다. 어색하게 바닥을 짚고 있는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려 허벅지 바깥에 얌전히 올려주었다.
한태경은 차분하게 떨어진 머리카락 밖으로 뾰족하게 솟아난 서해의 귓가에 입술을 묻었다.
“옷이, 다 젖었는데요.”
“그런 건 신경 쓰지 말고, 팔 들어 올려서 내 목 뒤로 감아봐요.”
한태경은 서해의 귓가에 짧은 키스를 남기고, 목선을 타고 내려왔다. 물에 젖은 셔츠가 달라붙어 있는 동그란 어깨 위에 입술을 묻었다.
원래 체온이 높은 편인 서해가 물속에 들어와 품속에 감기자 바닥 아무 데나 눕혀놓고 엉망으로 안고 싶은 충동이 밀려왔다. 목덜미에 묻은 얼굴을 떼지 못하고 한동안 부드러운 피부를 핥아 올렸다.
서해의 팔이 천천히 물 밖으로 빠져나와서 등 뒤에 바짝 붙어있는 한태경의 목에 걸쳐졌다. 서해는 물에 젖은 몸이 앞뒤로 맞붙은 것이 민망해 허리를 물리려고 움직였다.
“아….”
“손 떼지 말고 가만히 있어요.”
서해가 입고 있던 셔츠의 가장 윗단추가 풀어졌다. 한태경은 평소보다 느릿하게 움직였다. 두 번째, 세 번째 단추가 풀리는 것까지 보다가, 목에 걸쳐져 있던 손을 떼고 어깨를 꽉 잡았다. 가까스로 손이 미끄러지는 걸 참아낸 손이 겨우 목 뒤로 다시 돌려졌다. 손끝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배꼽 주위에 있는 단추에 손이 닿는 걸 본 뒤로는 아예 시선을 피해 버렸다. 고개를 옆으로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조명에 반사된 둘의 모습이 보여 눈을 꾹 감았다. 서해의 입에서 짧은 숨이 뱉어졌다.
몇 개의 단추만 풀어낸 한태경이 엄지와 검지로 셔츠 한쪽을 들어 올렸다. 장난을 들키지 않으려 아주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듯 느릿한 움직임이었다. 아무것도 아닌 움직임에 어깨가 앞으로 말렸다.
“벌써 기대되나 본데.”
“아니, 흣.”
천천히 들어온 손이 물속에 잠길 듯 말 듯 하게 걸쳐있던 오른쪽 유륜을 꽉 집어 올렸다. 따뜻한 물에서 긴장이 풀어져 있던 유두가 손가락 사이로 숨어들어 가는 게 보였다.
한태경은 유두를 손가락으로 힘주어 비볐다. 갑자기 가슴 한쪽에 찾아온 통증 때문에 몸이 뒤틀렸다.
“대답할 때는.”
“아, 윽.”
“어떻게 하라고 했는지.”
“흐으, 악!”
“벌써 잊었습니까.”
유두가 당겨 올라가고 있는 쪽 어깨가 계속 들썩거렸다. 서해는 금방이라도 한태경의 목에 감겨있던 손이 떨어질 것 같아서 온 신경을 집중했다.
입술을 깨물고 버티고 있는데 손가락 힘은 다시 풀릴 기미가 안 보여 정신없이 외쳤다.
“윽… 흐, 주인님, 주인님.”
“지금부터는 같은 말 반복하게 하지 말아요. 경고 없이 혼납니다.”
주인님이라는 말을 내뱉자마자 거칠던 손길이 부드러워졌다. 뻣뻣해진 어깨에 들어간 힘이 풀리자마자 서해의 팔이 덜덜 떨려왔다.
엉덩이 뒤로 고개를 들고 있던 한태경의 성기가 엉덩이 사이를 가득 비벼오기 시작했다. 허리를 물리는 순간 목 뒤에서 팔이 떨어졌다.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움츠린 서해의 목에 짧은 키스를 하고 떨어진 한태경의 손은 여전히 유두 주변을 둥글리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다시 잡힐까 봐 긴장된 몸이 움츠러들었다.
한태경은 풀 너머에 있던 박스를 열고 스테인레스 재질의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손톱만큼 작은 구슬부터 손에 가득 쥐어질 정도로 큰 구슬이 일렬로 연결되어 있었다.
용도를 알 수 없는 물건에 서해의 시선이 고정되었다.
“잠시 입에 물고 있어요.”
물기에 젖어 통통해진 입술을 벌리자 구슬이 물렸다. 입가로 흘러내린 구슬이 뭔지 파악하기도 전에 좌우로 벌어진 다리가 한태경의 허벅지 바깥으로 걸쳐졌다.
엉덩이가 닿지 않아 다리를 버둥거리자 발끝에서 찰랑거리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물 위로 올라와 있던 동그란 무릎과 허벅지를 따라 한태경의 손가락이 천천히 내려와 서해의 허리를 감쌌다.
“서해 씨 구멍에 하나씩 넣을 겁니다. 힘 빼고 잘 받아먹어요.”
입에 물려있던 구슬이 한태경의 손가락 사이로 걸쳐지고 물속으로 사라졌다. 한 박자 늦게 찾아온 부끄러움에 어깨가 앞으로 말려들었다.
물에 젖어 미끈거리는 살갗 위로 그의 손가락이 닿았다. 손끝의 움직임은 뜨겁고 간지러웠다. 엉덩이 사이로 들어온 손가락이 빠듯하게 조이고 있는 주름을 확인한 다음 가장 작은 구슬을 밀어 넣었다.
아무런 예고 없이 갑자기 파고들어 온 구슬에 놀란 서해가 다리를 웅크리려 움직였다.
“아, 읏.”
천천히 다리를 더 벌리는 한태경을 뒤돌아보았다.
“끝까지 잘 먹으면 예뻐해 주겠습니다.”
“흐으, 윽….”
텀을 주지 않고 두 번째 구슬이 바로 밀려들어 갔다.
꽉 닫힌 내벽을 밀고 들어간 구슬이 엉겨 붙는 게 느껴져 얼굴이 달아올랐다. 몸 안에서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손을 떼고 귀를 막고 싶은 충동을 눌렀다.
한쪽 팔로 서해의 허리를 감고 있던 한태경의 손끝이 갈비뼈 끝을 부드럽게 쓸어 올렸다. 팔을 타고 소름이 돋아나며 내벽이 꽉 조여졌다. 숨 돌릴 틈 없이 세 번째 구슬이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흡, 윽. 으응….”
금방 삼키던 구슬이 들어가지 않자 서해의 목덜미를 입술로 크게 덮은 한태경이 혀끝으로 살살 간지럽혔다. 순간 긴장이 풀린 틈을 타 세 번째 구슬을 천천히 밀어 넣었다.
다시 빠져나오려고 꿈틀거리는 구슬 끝을 손끝으로 꾹 밀어 올리자 서해가 파드득거리며 튀어 올랐다. 물에 젖은 목소리가 룸 안을 가득 채웠다.
“쉬, 다 넣고 나면 괜찮을 거예요.”
“흐… 흐으, 아니. 아, 하윽….”
아슬아슬하게 전립선 근처까지 밀려 올라간 첫 번째 구슬이 다른 구슬과 엉겨 붙어 주위를 간지럽혔다. 저도 모르게 허리를 살짝 비볐다. 단단한 근육질로 덮인 한태경의 아랫배가 엉덩이에 닿자 짧게 신음이 터져 나왔다.
“허락 없이 흔들고 가지 말아요.”
“…네, 주인님…. 아, 아.”
물속에 들어가 있던 발목이 들썩이고 발가락이 올라와서 꿈틀대고 사라졌다. 한태경의 목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던 손이 미끄러져 어깨를 겨우 잡고 버티고 있었다.
턱 끝에 입술을 붙인 한태경이 네 번째 구슬을 밀어 넣기 시작했다. 갑자기 커진 구슬을 받아먹느라 물속에서 뻐끔거리던 주름이 억지로 열렸다.
느릿하게 밀어 넣는 구슬 앞에 활짝 벌어진 다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빠듯한 주름을 겨우 밀고 들어가자 안으로 쑥 밀려들어 간 네 번째 구슬이 나머지 세 개의 구슬을 천천히 밀어냈다. 내벽의 튀어나온 부분을 스치고 지나간 두 개의 구슬 때문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아, 흐으….”
무릎 뒤편에 느껴지는 단단한 다리를 꽉 붙들고 눈을 감았다. 물에 젖은 셔츠 아래에 덮여있던 성기가 조금씩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꼬리뼈 부근에 닿는 한태경의 성기를 피해 허리를 들썩였다.
다시 찰랑거리는 물소리가 들렸다.
“쉬, 힘 빼고 편하게 누워요. 작은 사이즈라서 기분 좋을 거예요.”
“흡… 윽.”
“그대로 편하게 기대고.”
“흣, 아… 안에. 아으읏….”
목 안으로 억눌린 신음이 흘러나왔다. 부드럽고 따뜻한 몸을 끌어안으며 토닥거린 한태경이 서해의 귓가에 달콤한 칭찬을 내렸다. 서해의 몸이 천천히 한태경의 가슴 앞쪽으로 편안히 내려앉는 게 느껴졌다.
몸에 힘을 빼고 등을 기대자 내벽이 한차례 꿈틀거렸다. 구슬이 밀려들어가 한 곳을 부드럽게 스치고 지나갔다.
꼬리뼈부터 허리를 타고 따뜻한 느낌이 퍼져나갔다. 어리광부리듯 머리를 비볐다. 잘게 떨려오는 허벅지에 힘을 줬지만 떨림을 제어하기 어려워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붙어있던 다섯 번째 구슬이 빠듯하게 주름을 벌리고 들어왔다.
“흑… 아윽, 아앗.”
볼록하게 튀어나온 부분이 몸속에 들어와 있던 구슬에 연달아 스쳐질 때마다 허리가 튀어 올랐다. 경련하듯 떨리는 몸을 꽉 잡아주고 있었지만 예민한 몸은 멈출 줄 모르고 계속해서 떨렸다.
안쪽의 내벽이 다 풀어지지 않아 한군데 가득 몰린 구슬이 마지막 구슬을 밖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반복적으로 스쳐지는 서늘한 감각에 어깨를 겨우 잡고 있던 팔이 풀어지고, 한태경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주, 주인님. 흐읏….”
“아직 안 됩니다. 기다려요.”
“잠깐… 하으.”
잘 느끼는 부분에 꽉 들어찬 구슬이 엉겨 붙었다. 아랫배가 잔뜩 뭉쳐져 당황한 서해의 몸이 덜덜 떨렸다. 참아야 한다는 머릿속 생각과는 별개로 움직이는 몸 때문에 이를 꽉 깨물었다.
결국 서해는 한 손으로 금방 사정할 것 같은 자신의 성기를 틀어막았다. 머릿속을 헤집으려는 쾌감을 버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번엔 버릇 좀 고쳐서 나갑시다. 허락 없이 앞에 손대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줄 테니까.”
서해의 자세가 흐트러지자마자 부드럽게 밀어 넣어주던 손길이 거칠어졌다. 잘 들어가지 않는 마지막 구슬을 손가락 여러 개를 눕혀 억지로 넣은 다음 가운뎃손가락을 세워 깊이 밀어 넣었다.
한태경의 가슴께에 서해의 뒷머리가 짧게 비벼지고, 꽉 다문 이 사이로 짧은 신음과 숨소리가 엉겨 붙어 새어 나왔다.
“흐, 흡. 아… 그, 그만.”
“힘줘서 다물어요. 물 들어가면 배탈 납니다.”
한태경은 주름을 비집고 들어선 손가락을 조여대는 손길을 짧게 느끼다가 손가락을 빼냈다. 여전히 살짝 벌어진 주름을 만져본 그의 표정이 서늘했다.
“다물라니까,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까.”
몇 차례 힘을 줄 때마다 내벽 한쪽 지점이 문질러졌다. 다시 힘을 빼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금방이라도 사정할 것 같은 느낌에 눈을 감았다 뜨기를 반복하며 겨우 버텼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몸 때문에 어쩔 줄 모르던 그때, 벌어진 셔츠 사이로 차가운 물건이 닿았다.
“말로 했을 때 잘 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으, 흑.”
가슴을 찌르는 듯한 통증에 벌어져 있던 주름이 긴장으로 꽉 닫히고 어설프게 걸쳐져 있던 구슬이 몸 안으로 밀려들어 왔다.
기분 좋은 감각으로 달아올랐던 성감이 멀리 달아나고, 쥐어뜯을 것처럼 강하게 물고 있는 가슴 위를 내려다보았다. 벌어진 막대를 벌려 유두를 끼워놓고 나사를 조이는 손길이 차가울 만큼 건조했다.
“손은 또 어디까지 내려갔는지.”
그제야 서해는 크게 숨을 들이켜고 몸을 추켜올렸다.
다시 한태경의 목 뒤로 목을 감으려 했는데, 성기에서 손을 떼면 금방이라도 사정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가 말하는 대로 자세를 바로 할 수 없었다.
서해는 남은 왼팔을 뒤로 뻗다가 갑자기 빠듯하게 조여지는 감각에 팔을 휘젓다가 바닥을 짚었다.
“대표님, 아윽. 주인님, 가고 싶어요. 가, 하윽….”
반대쪽 유두를 물고 들어오는 클립을 보던 서해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단번에 인정사정없이 조여진 클립 사이로 체인이 연결되어 끌어당겨졌다. 날카로운 통증, 그리고 그 뒤로 숨겨진 찌릿한 감각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체인이 당겨지는 대로 몸이 흔들렸다.
서해의 성기 끝을 억지로 막고 있던 손이 풀어지고 손가락 사이로 정액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마른 등을 타고 저릿함이 흘러내렸다. 등에 맞닿은 한태경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아읏. 하아….”
가슴 위쪽을 덮어 누른 한태경이 체인을 끌어당겼다.
아슬아슬하게 입 앞에서 멈춘 모습을 내려다보던 서해의 눈이 흔들렸다. 서해는 손에 묻은 정액을 닦아낼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서둘러 다시 뒤로 팔을 뻗어 한태경의 목에 감았다. 물소리와 서해의 가쁜 숨소리만 들렸다.
“죄, 죄송해요. 참으려고 했는데.”
“물어요.”
입을 벌려 가까이 다가갔지만 아슬아슬하게 입술에 걸리지 않았다.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고 한태경의 목에 걸쳐진 손가락이 하얗게 변했다.
그 순간 강하게 당겨진 체인이 입가로 걸쳐졌다. 서해는 눈을 꾹 감고 벌어진 입가로 날카로운 소리를 질러냈다.
“흡, 아윽. 흐으….”
“물고 있으라니까.”
덜덜 떨리는 이로 겨우 체인을 물어 들자 팽팽하게 당겨진 클립이 당겨 올라왔다.
한태경은 태연하게 다시 가장자리에 등을 기대고, 서해의 다리를 양쪽 허벅지 위에 가지런히 놓은 다음 벌리고 앉았다.
천천히 내려간 손이 다리 사이에 엉겨 붙어있던 셔츠 자락을 들어 올렸다. 우습게도 다시 고개를 밀고 올라오는 성기가 보였다.
한태경의 손은 귀두와 고환을 스치듯 지나가 엉덩이 뒤쪽 구멍에 마개처럼 닫힌 고리에 손가락에 걸었다. 금방이라도 뽑아낼 것 같은 손이 천천히 주름 주위를 쓰다듬고 지나갔다.
서해의 성기가 꿈틀거리며 움직이더니 빳빳하게 서 올랐다. 입가에 체인을 물고 있느라 고여있던 타액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서해는 서둘러 고개를 위로 들어 올리고 힘겹게 타액을 삼켰다. 참기 힘들 정도로 날 선 감각들이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겨우 뜨고 있는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서해 씨, 내가 처음 했던 말 기억합니까.”
“흡, 으읍.”
“나는 서해 씨가, 내 말을 잘 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던 것 같은데.”
“읍! 흐… 으읍.”
한태경은 조그만 유두를 짓누를 것처럼 조이고 있던 막대를 잡았다. 아주 천천히 나사를 조이자 벌어져 있던 틈이 더욱 조여들었다.
숨소리가 빠듯하게 차오르고 몸부림칠 때마다 물소리가 찰랑거렸다. 고개가 뒤로 꺾여 넘어가고 엉덩이가 주르륵 미끄러져 내렸다.
물에 빠질 것 같아 몸에 힘이 들어가자 내벽이 꽉 조여들었다. 내벽에 엉긴 구슬이 한바탕 요동쳤다. 가슴팍이 가쁘게 오르내리고 목구멍 아래로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흐.”
“여기서 조금 더 놀고 싶은데, 서해 씨 감기 걸릴까 봐 자리 옮겨야겠네요.”
목 뒤에 감겨있던 팔을 풀어 내리는 다정한 손길에 그대로 몸을 내맡겼다.
한태경은 서해를 안고 풀 밖으로 나섰다. 한태경은 축 처진 서해의 팔을 들어 물에 젖은 셔츠를 벗겨냈다. 차가운 공기에 닿은 셔츠가 어깨와 가슴에 닿자 한기가 느껴졌다.
카우치로 걸어간 그는 서해를 세워두고 큰 타월 몇 개를 가져왔다. 서해의 머리카락 끝자락과 등을 닦아내는 손길이 조심스러웠다. 물기를 머금어 축축해진 타월을 바닥에 내려두고 보송보송한 새 타월을 크게 펼쳐 등을 감쌌다.
카우치 위에 앉아 서해를 올려다보았다. 눈을 마주한 채 무릎 위를 탁탁 두드리자 서해가 가까이 다가왔다. 입가엔 여전히 체인이 물린 상태였다.
한태경은 서해의 팔목을 당겨 무릎 위에 앉혔다.
“착하네.”
“으읍….”
눈가가 축 처진 서해가 손을 뻗어 마주하고 있던 한태경의 허리에 손을 올렸다. 단단한 가슴과 허리 위에 맺힌 물기가 손바닥에 가득 묻었다.
어깨에 덮여있던 타월을 끌어 내린 서해는 그의 어깨와 목덜미 여기저기를 꼼꼼하게 닦았다. 잘게 떨리던 손길이 따가운 시선을 받고 허공에 멈춰 섰다.
타월을 받아들고 카우치에 수건을 내려둔 그는 다리를 들썩여 서해를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몸이 들썩일 때마다 통증이 들이쳤다. 서해는 가슴을 바짝 붙이고 안고 싶었지만 통증 때문에 엉거주춤한 자세로 어깨를 붙였다. 양쪽 유두가 따끔따끔하다 못해 날카롭게 베여나간 것 같았다.
어깨에 얼굴을 묻고 숨을 고르자 엉덩이를 쓸어내리던 손이 움직이다가 주름을 막고 있던 고리 끝에 걸렸다. 서해의 동그란 귀를 혓바닥으로 맛보던 한태경이 아예 귓바퀴를 입에 물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혓바닥을 세워 반복적으로 귓가를 쓸어내리는 감각에 벌어져 있던 다리가 꽉 오므라들었다.
그때 갑자기 고리를 잡아당기는 손길에 놀라 입가의 체인을 꽉 물고 허리를 뒤챘다.
한태경의 커다란 손이 등허리를 덮고 몇 차례 쓸어내렸다. 그사이 꽉 닫힌 주름을 더듬는 손가락이 구슬 끝의 고리를 무심하게 잡아당겼다.
“힘줘요.”
“아응… 윽. 잠깐, 잠깐만요.”
“계속 물고 있으려고?”
“아니요, 주인님. 잠시만… 잠시만요.”
고리에 손가락을 걸고 있던 한태경은 그 주위를 간지럽히듯 문질렀다. 서해가 무의식적으로 발끝으로 한태경의 종아리를 감아올리자, 고리를 잡아당기던 손가락에 힘을 주고 엉덩이를 토닥였다.
“그럼 천천히 잡아당길까요.”
“아… 윽.”
“말해 보세요. 원하는 대로 해줄 테니까.”
“하읏…. 빼, 빼주세요. 빨리, 아으… 자꾸 안으로 들어가요….”
서해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있던 한태경의 입가에 어이없는 웃음이 흘렀다. 눈을 꾹 감은 채 체인을 입에 물고 벌벌거리며 말하는 모습을 보며 눈가에 키스를 남겼다.
서해는 긴장 때문에 잔뜩 퍼부어지는 키스도 못 느끼는지 몸을 웅크린 채였다. 한태경은 뻐근하게 부풀어 오르는 성기를 느끼며 서해의 허리를 재차 쓸어내렸다.
“무슨 소리야. 여기 잘 잡고 있는데.”
“하으, 또 움직여…. 제발….”
“안으로 들어가는 것 같아?”
“응, 으응… 읏.”
“서해가 오물거리면서 먹고 있는 게 아니고?”
“아니, 아니에요. 이러다 안 나오면, 어, 어떡해요….”
“어떡하긴, 계속 물고 다녀야지.”
고리에 걸고 있던 손을 빼내고 주위를 훑어 쓰다듬자 빡빡하게 모인 주름이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 손가락이 주름 주위를 천천히 돌아다닐 때마다 짧게 들이켜지는 숨소리가 들렸다.
뺨과 귓가에 연신 키스를 남긴 한태경이 서해의 표정을 꼼꼼히 살폈다.
“그럼 회사에서 이런 모습 다 들키겠네.”
“흐으… 안 돼요. 그만, 그만.”
“안 될 것 같아요?”
“네, 네. 주인, 님, 하윽….”
“힘 줘봐. 그래야 꺼내주지.”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힘을 풀자 주름이 다시 빠듯하게 벌어졌다.
“착하지.”
“흐으… 윽.”
한태경은 느릿한 동작으로 주름을 벌리고 나오고 있는 구슬을 끌어 내렸다. 예상치 못한 뒷구멍이 다시 조여들어 구슬을 삼켰다.
서해는 어깨에 고개를 묻고 다시 힘주는 데 집중했다. 벌어진 주름 사이로 다시 구슬이 빼꼼 밀려 나왔다. 조심스럽게 잡아당기던 손길이 구슬의 가장 넓은 곳이 빠져나온 것을 확인하자마자 단번에 뽑아냈다.
“흐읍! 아아윽, 흐… 흐으.”
빠듯하게 조이고 있던 구슬이 내벽을 훑고 지나갔다.
서해는 한태경의 목덜미에 머리를 비비며 입가에 물린 체인을 다시 꽉 물었다. 클립이 당겨 올라오는 것이 느껴지지 못할 정도로 강한 쾌감에 마주 보고 앉은 채 사정했다.
허리가 들썩이더니 벌어진 구멍 틈으로 두꺼운 귀두가 맞닿았다. 서해는 아직 채 사라지지 않은 절정감에 한태경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숨 돌릴 틈 없이 아래에서부터 밀려들어 오는 성기를 느끼며 몸을 웅크려 말았다.
여전히 좁은 구멍을 벌리고 들어오는 게 빠듯했던 주름이 몇 차례 개폐를 반복했다. 가득 물린 귀두가 들어차고 남는 공간은 없었다.
한태경은 서해의 등허리를 꾹 눌러 내리며 허리를 천천히 쳐올렸다. 이미 자극받아 부어있는 부분이 짓눌리며 천천히 성기가 삽입됐다.
어깨 위에 올라있던 손에 힘이 들어가고 무릎이 절로 세워졌다. 품에서 도망가려는 서해의 허리를 잡아 천천히 내려 앉힌 한태경이 기어코 빈틈없이 비집고 들어가 서해를 꽉 끌어안았다. 아직 입에 물고 있던 체인 때문에 어깨 끝에 서해의 코가 부딪혔다.
“흐읍, 윽.”
“착하게 잘 물고 있네.”
“흐….”
맞닿은 허리 아래가 축축했다. 거칠게 허리를 물리는 대신 둥글게 내벽을 휘젓자 서해의 몸이 다시 파르르 떨려왔다. 동그랗게 눌린 엉덩이를 양손으로 꽉 잡고 쓰다듬던 한태경이 서해의 턱선과 입가, 뺨에 키스를 남겼다.
“아, 하아….”
뭉근하게 움직이는 허리에 맞춰 내벽이 쓸려나갈 때마다 서해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평소와 다르게 느껴질 만큼 부드러운 움직임에 나른하게 흔들렸다. 저도 모르게 허리를 들어 올렸다. 내벽을 가득 채운 성기가 휘감아 나가면서 끈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쾌감 때문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무릎을 세운 채 다시 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 서해의 허리를 감아쥔 손이 다시 천천히 주저앉혔다.
서해의 입에서 짧은 숨소리가 터져 나오고 맞닿은 배 앞쪽에 성기를 비벼댔다. 카우치 위에 가지런히 놓인 발가락이 꼼지락거리더니 가득 말려들었다. 귓가에 낮은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다시 키스가 잔뜩 내려졌다.
“아, 응….”
한태경은 손가락으로 서해의 턱을 높이 들어 올렸다. 여전히 물려있던 체인이 팽팽하게 당겨지면서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이 다시 찾아들었다. 녹진하게 녹아내린 내벽이 순식간에 꽉 조여들었다.
“고개 들어봐, 얼굴 좀 보게.”
“읏!”
“누가 이렇게 느끼래.”
눈가가 순식간에 축 처지더니 한태경의 어깨를 끌어안고 있던 팔에서 금세 힘이 빠졌다.
한태경은 양손으로 서해의 갈비뼈와 옆구리를 감싸 쥐었다. 그리고 엄지손가락을 길게 뻗어 클립에 눌려 빠져나온 유두를 톡 건드렸다.
뭉쳐진 신경 다발이 한꺼번에 강한 자극을 받는 것 같은 느낌에 서해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체인을 물고 고개를 들고 있던 턱이 잘게 떨렸다. 유두 위에서 부드럽게 비벼지는 손가락과 별개로 짓눌러 없앨 것같이 조이는 클립이 어지러웠다.
“흐, 흐읍. 흣.”
“하아…. 다리에, 힘 빼요.”
한태경이 허리를 툭툭 쳐올리기 시작했다. 눈앞이 어지러웠다. 헐떡이며 어깨 위에 다급히 손을 올렸다. 머리카락에 남은 물기인지, 땀인지 구분되지 않는 것이 등 라인을 따라 흘러내렸다.
한참 동안 다리 위에서 체인을 입에 물고 흔들리던 서해를 바라보던 한태경이 허리를 치받아 올리던 속도를 줄였다. 한 팔로 서해를 감싸고 등 뒤를 단단히 받쳐 안았다.
상체를 조금 물려 벌어진 공간을 확보한 그는 여태껏 입에 물려 팽팽하게 당겨진 체인을 끌어 내렸다. 서해의 숨소리가 점점 가빠지다가 목에 걸려 억눌린 소리가 들려왔다.
“흐, 으읏. 윽….”
그대로 서해를 카우치 위에 눕히고 한쪽 다리를 들어 올렸다. 쿵, 하고 한 번에 들이친 허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랫배에 부드러운 피부가 닿을 때마다 한태경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몸을 짧게 물리자 서해의 어깨가 한쪽으로 뒤틀렸다. 모로 돌아누우려는 것을 제지한 그는 다시 서해의 몸을 파고들었다. 아랫배가 간지러웠다. 그리고 곧 엉덩이와 허리 쪽이 들끓었다.
카우치에 눕혀진 서해는 고개를 흔들며 뒷머리를 비볐다. 물기에 젖은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나고, 성기가 빠져나가고 들어올 때마다 정신을 잃을 정도로 찌릿한 느낌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달뜬 소리가 새어 나가는 것을 참을 수 없어 입술을 깨물 때마다 단단한 손가락이 입을 벌렸다. 한쪽 다리를 어깨에 걸쳐놓은 한태경의 몸이 서해의 상체를 덮을 것처럼 다가왔다. 한쪽 손으로 서해의 가슴을 눌러 내리고 체인을 들어 올린 한태경이 중얼거렸다.
“…꽉 잡아. 이것도 한 번에 빼줄 테니까.”
미끈거리는 성기가 끝까지 빠져나갔다가 다시 끝까지 틀어박혔다. 서해는 눈을 감고 손을 들어 올려 한태경의 어깨를 더듬어 잡았다.
서해의 이마에 한태경의 입술이 붙었다가 떨어진 뒤 갑자기 체인이 뽑혀나갔다. 감각의 홍수가 뇌로 밀려드는 시간이 몇 초, 혹은 몇 분이라도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소리도 지르지 못한 채 고개를 뒤로 뻗었다가 도망치려고 발을 다급히 밀어 올렸다.
“하으윽! 아아, 흐….”
갑자기 찾아온 통증에 온몸의 근육이 잔뜩 수축되었다. 숨조차 마음대로 쉴 수 없어 어깨에 올려진 주먹을 말아 쥐고 입술을 베어 문 채 버텼다.
그리고 내벽을 휘젓던 귀두가 서서히 부푼다 싶더니 몸속 깊이 박혀 몇 차례에 나누어 사정했다. 서해의 귓가로 낮게 끊어지는 신음이 몇 차례 들렸다.
서해는 떨리는 손을 뻗어 한태경의 어깨를 꽉 끌어안았다. 겨우 헐떡이며 누워 숨을 고르고 있었다. 한참 동안 짓눌려있던 유두가 따끔거리고 엉덩이 사이가 화끈했다. 그러나 몸 위를 기분 좋게 내리누르는 온기가 말할 수 없이 따뜻했다.
저절로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을 어찌하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허리를 뭉근하게 눌러 내리는 무게에 다시 허리 아래가 찌릿해져 왔다. 도망가고 싶었지만 꼼짝도 할 수 없어 끙끙거리는 신음을 겨우 내뱉으며 숨을 골랐다.
그리고 서해의 입가를 간질이는 무언가 때문에 눈도 채 뜨지 못하고 입을 벙긋거리자 한태경이 그 틈을 벌려 혀를 밀어 넣었다.
서해는 떨리는 팔을 들어 올려 한태경의 어깨를 다시 꽉 끌어안았다. 행동은 빨랐고 생각은 느렸다. 흔들리는 손끝을 들키지 않으려 품으로 파고들었다. 도무지 피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