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밤새 시달리다 못해 녹초가 되어 쭉 뻗어버렸다. 찌그러진 캔처럼 잔뜩 구겨진 내 등 뒤에서 장 대표는 누군가와 전화상으로 통화를 하고 있었다. 담배를 피우는지 텁텁한 연기가 코끝에 옅게 스쳤다. 느껴지는 거리로 보건대, 룸 정중앙에 놓인 소파에 앉아 있는 듯했다.
“서수원 씨 말입니다.”
갑작스레 들린 내 이름에 물밑에 잠겨 있던 정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윽고 남자의 손에 붙들린 휴대폰의 수화기를 타고 칼칼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몇 번 직접 들어본 적이 있는 음성이었다.
- 아, 나야. 우리 직원이 서비스 제대로 하고 있다 하면 그것보다 기쁜 일이 없지.
킬킬 대는 이 음성은 분명 이 골프장의 사장인 최 사장의 것이었다.
- 장 대표가 이렇게 직접 부탁까지 했으니까, 아가 스케줄 통째로 빼놓을 테니 마음대로 편할 때 갖다 써.
거드름 피우는 게 몸에 진득히 습관처럼 배어 있던 사장의 얼굴이 눈앞에 스쳐지나갔다. 여전히 말투는 거만했으나, 묘하게 상대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것 같은 기색이 묻어 있었다.
“네, 그럼 끊겠습니다.”
전화를 남자가 다시 침대로 돌아오는 인기척이 들렸다. 나는 자는 척, 눈을 질끈 감았다.
그 날 저녁, 사장으로부터 직접 연락이 왔다. 그는 기본급을 매달 챙겨줄 테니 더 이상의 스케줄은 받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을 내게 전해왔다. 중요한 고객이니 절대 실수 말라는 경고까지 잊지 않았다. 낮게 깔린 목소리가 고막 안에 깊숙이 새겨졌다.
장 대표가 머물고 있는 방 바로 옆으로 거처가 옮겨졌다. 나는 언감생심, 꿈에서도 바라 본 적 없던 호화로운 호텔 방에 갇혔다. 침대 위에 누워 하염없이 허공을 응시했다.
밤새 억지로 벌려졌던 구멍 때문에 자극 당한 조임근이 자꾸 움찔움찔거렸다. 의사가 넣은 약이 구멍에서 울컥울컥 터져 나왔다. 허벅지 부근이 점점 축축하게 젖었다. 불쾌감에 손을 내려 허벅지 부근을 문질렀다.
허연 액체가 손끝에 묻어 나왔다. 끈적하게 늘어지기까지 했다. 꼭 정액처럼 보여 기분이 더러웠다. 장 대표 말대로 구멍으로 질질 싸고 있는 느낌이었다. 나는 팔다리를 축 늘어뜨렸다. …아아. 빈 천장을 응시하며 낮게 신음했다. 햇볕이 창문에 닿아 가루로 부스러지는 벌건 대낮이 되자, 뒤를 뚫리며 느꼈던 자괴감이 한층 더 짙어졌다. 수치심이 해일처럼 몰려왔다.
장 대표,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고객을 접대하며 보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를 거쳐 갔다. 아직도 무얼 하는 자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느낌상 무언가를 판매하고 있는 자 같았다. 그것도 엄청나게 대규모로.
벌컥, 갑작스레 호텔의 문이 열렸다. 이 방의 문을 열고 들어올 사람은 장 대표 하나뿐이었다. 침대에서 상체를 벌떡 일으키자, 구두를 신은 채로 안으로 걸어 들어오던 장 대표가 눈에 보였다. 값비싼 러그가 그의 발길에 무참히 짓밟힌다. 소파에 긴 다릴 꼬며 앉은 그가 내 꼴을 보며 비아냥거렸다.
“팔자 좋네요.”
“…….”
“값을 지급해 놓고도 씹질을 못 하다니. 내 쪽이 너무 불리한 거 아닌가.”
그의 말대로 장 대표는 이틀 동안 내게 삽입을 하지 못했다. 차마 시선을 마주 보지 못하고 눈을 내리깔자, 바로 날 선 경고가 날아들어 왔다.
“경고하는데, 내가 말할 땐 날 바라봐요. 난 예의 없는 자를 참아 주지 못합니다.”
쉬이 움직이지 않는 시선을 움직여 장 대표를 응시했다. 남자가 담배를 입에 물고 그 끝에 불을 켜는데, 네 번째 손가락에 낀 반지가 전등 빛을 받아 번쩍거렸다. 홀린 듯 그것을 바라보고 있을 때. 명령이 떨어졌다.
“구멍 까 봐.”
“…네?”
장 대표가 매끈한 이마에 힘을 줬다. 그는 누구든 같은 말을 두 번 반복하게 하는 걸 싫어했다.
“구멍 까 보라고.”
그러곤 같은 말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겠다는 양, 고집스레 턱을 다물었다. 나는 미적거리며 자리 앞에서 일어나 그의 앞에서 천천히 바지와 속옷을 끌어 내렸다. 그의 어둑한 눈빛이 나의 사타구니를 훑었다.
“뒤돌아.”
그가 시킨 대로 뒤를 돌았다. 매서운 눈빛이 엉덩이와 허벅지로 내리꽂히는 게 느껴졌다.
“침대 위에 엎드려서 구멍 벌려.”
침대에 머릴 박고 엉덩이를 추켜올렸다. 그러곤 다음 행동을 차마 할 수 없을 것 같아 머뭇대고 있는데, 장 대표의 목소리가 뒤통수로 파고 들어왔다.
“말 못 들었어?”
그가 낮고 명료하게 뇌까렸다.
“보지 벌리라고.”
양손을 허리 뒤로 해 엉덩이를 잡고 벌렸다. 엉덩이 안에 숨어 있던 구멍이 여실히 밖으로 드러났다. 머리에 피가 쏠렸다. 그러나 뺨이 붉어진 건 온전히 수치심 때문이었다.
잠자코 담배를 태우고 있던 장 대표가 소파에서 일어나더니, 내 엉덩이 뒤에 바짝 붙어 왔다. 그의 사타구니 부근에 엉덩이가 닿는 것 같아 두려움에 반사적으로 괄약근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다행히도 그의 좆 대신 굵직한 손가락이 구멍 안으로 들어왔다. 굵직한 손가락이 마구잡이로 안을 쑤셔 댔다. 특히나 반지가 구멍에 낄 땐 무척이나 고통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허벅지 근육을 꽉 조였다. 그의 손가락이 천천히 내벽을 어루만지며 구멍의 상태를 검사했다.
“제법 아물었네.”
구멍이 움찔움찔거렸다.
“사내새끼 주제에 뒷구멍으로 이렇게 창놈처럼 굴다니.”
“…….”
“박아 달라고 꽉꽉 물잖습니까.”
응? 이라고 되물으며 장 대표가 허릴 쳐올렸다. 그의 사타구니 부분이 엉덩이를 팍 쳐올려 왔다. 가죽 벨트에 쓸린 연한 피부가 쓰라렸다. 붉게 달아올랐는지 맞은 부근을 중심으로 홧홧한 열감이 피어올랐다. 장 대표가 그 자국을 음습한 눈으로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살결이 고우니 자국도 잘 납니다.”
그의 두 손이 억센 힘으로 엉덩이를 잡아 터뜨릴 듯 쥐어 왔다.
“…이 씨발, 살결.”
장 대표가 가죽 벨트를 풀더니, 허리에서 그것을 쭉 뽑아 뺐다. 그는 반으로 그걸 접어 내 엉덩이를 후려갈겼다. 휙 하는 소리가 날카롭게 공기를 갈랐다.
“…흐, 으으윽!”
휙, 남자는 내 사정 따윈 봐주지 않겠다는 듯이 때린 곳을 또 때려 왔다. 피부를 후려치는 고통에 내 몸은 다시금 펄쩍 튀어 올랐다. 맞은 부근이 얼얼했다. 피멍이 들 게 분명했다. 의자 따위엔 감히 앉아 있을 수도 없게 말이다. 장 대표가 내 손목을 한 손에 잡더니, 이내 벨트로 한데 묶어 버렸다.
으음, 그는 만족스럽다는 신음을 내보이곤, 내 엉덩이를 주물럭대다가 곧 지퍼를 끌어 내렸다. 뒤에서 들려오는 지익, 소리에 눈을 질끈 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 대표의 좆이 구멍을 파고 푹, 눌러 왔다.
“…크으읏!”
의사가 넣어 놓았던 약이 윤활제처럼 작용해 진입을 도왔지만, 안은 무척이나 비좁았다. 내 팔뚝만 한 좆을 구멍에 처넣은 장 대표가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느낌이 이상하다 싶어 배 쪽을 내려다보는데. 아니나 다를까, 배가 더부룩하게 솟아올라 있었다.
“아악!”
이윽고 장 대표가 허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허리 짓에 맞춰 배가 부풀어 올랐다, 꺼지길 반복했다. 이상한 기분이 머릴 짓눌렀다.
“…하아.”
구멍이 끈끈하게 조이는 걸 느낀 장 대표는 목을 크게 꺾고 신음했다. 그에 허벅다리가 제멋대로 안으로 오므라들었다. 장 대표는 말을 낮게 씹어뱉으며 내 엉덩이를 철썩 때려 왔다.
“보지, 제대로 벌려.”
손이 묶여 있는 탓에 구멍을 벌리는 게 불가능했다. 장 대표가 쯧, 혀를 차더니 내 무릎 안쪽으로 손을 밀어 넣어 직접 내 무릎을 세우게 했다. 수갑 찬 손으로 다른 쪽 엉덩일 벌려 그에게 구멍을 내밀었다. 나는 개가 전봇대에 오줌을 눌 때 취하는 자세를 하고서 남자에게 들쑤셔졌다. 장 대표는 발동 걸린 트랙터처럼 안을 강하고 빠르게 쑤셔 왔다.
“…읏, 읏, 흑.”
“…허어억.”
“…크읏, 흑.”
발끝이 제멋대로 움칠거렸다.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그런 생경한 감각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첫 관계 때와는 뭔가가 느낌이 달랐다. 시트를 손으로 꽉 그러쥐었다. 목 안에서 뭔가가 튀어나올 듯, 말 듯 입술에 걸려 있었다.
물론 고통스럽기는 했다. 그러나 구멍 안이 간지러웠다. 불쏘시개로 불을 뒤집어 까고 있는데, 가장 뜨겁게 달궈진 부분만은 건들지 않고 있는 기분. 그 와중에 장 대표가 다시 한번 넓은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때렸다. 구멍이 안으로 조여들었다.
“하읏!”
장 대표가 어느 부근을 쳐올리자, 입 안에서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장 대표의 눈이 가늘게 뜨였다. 그가 좀 전에 쳐올렸던 부근을 다시 강하게 찔렀다.
“큭!”
구멍이 움찔거리며 빠르게 수축과 이완을 반복했다. 척추에 소름이 끼쳤다. 기분 나쁜 감각에 몸을 부들거리며 떨었다. 장 대표 또한 마찬가지로 허벅지를 움칠거렸다. 근육으로 갈라진 그의 허벅지가 덜덜 떨렸다.
“…흐응!”
“…큿.”
“하으읏, 흥!”
그가 곰의 것처럼 큰 주먹을 내 입 안에 쑤셔 넣어 왔다. 그의 주먹으로 입이 막힌 채로 공허한 신음들을 흘려보냈다. 그의 주먹은 내 타액으로 인해 점점 젖어 갔다.
“…크으윽.”
장 대표가 오줌을 누듯 몸을 부르르 떨며 사정했다. 엄청난 양의 정액이 구멍 안으로 쏟아졌다. 울컥, 울컥 부어지는 양은 실제로도 거의 오줌양에 견줄 만했다.
스치듯 봤던 장 대표의 얼굴은 분명 황홀경에 젖어 있었다. 난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그가 너무나도 징그러웠다. 같은 남자에게 박으며 흥분을 하고 사정을 하다니. 개들이나 할 짓이었다. 괴물들이나 할 법한 행동이었다.
장 대표가 구멍에서 좆을 슬슬 뺐다. 탈력감에 배가 부르르 떨렸다. 내게서 몸을 물린 그는 재킷 안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들었다. 목울대가 꿀꺽 울렸다. 그는 그 지갑을 내 입에 물렸다. 그러곤 다시금 삽입을 시작했다.
“지갑을 떨어트리지 않으면 안에 있는 걸 몽땅 다 주겠습니다.”
가죽 지갑을 어금니로 꽉 깨물었다. 다행히 그에게 뒤를 뚫리며 느꼈던 이상한 감각 따위는 더 이상 날 찾아오지 않았다. 오직 고통만이 이어졌다.
“…아, 으흑, 아아!”
척추를 때려 오는 격통에 고통에 찬 신음을 뱉고 있음에도 난 왠지 모를 안도를 느꼈다.
***
밤새 좆질을 해 댔던 장 대표는 아침이 되자 멀끔해진 얼굴로 씻고 나와 호텔 방을 나섰다. 그가 떠난 후에야, 난 잠깐이나마 잠을 청할 수 있었다. 그 짧은 새에도 난 악몽을 꿨다. 그가 내 얼굴에 대고 오줌을 누는 꿈이었다.
눈을 천천히 떴다. 단백질에 속눈썹이 저희들끼리 엉겨 붙어 있다가, 눈에 힘을 주자 팍 떨어졌다. 시야가 밝았다. 어느덧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나는 느지막이 침대에서 일어났다.
나는 샤워실에서 씻고 나와 드레스 룸을 열었다. 안에는 태그도 떼지 않은 명품 옷들이 즐비해 있었다. 그중 아무 티셔츠 한 장을 꺼내 몸에 껴입었다. 그러곤 협탁 위에 놓여 있던 장 대표의 지갑을 챙겨 들었다. 밤새 이를 악물고 버텨 얻어 낸 모든 지폐를 그 지갑에 챙겨 넣었다. 두둑하게 배를 채운 지갑을 내려다보았다. 역시 비싼 거라 그런가. 바람 빠진 헛웃음이 입에서 새어 나왔다. 내 잇자국으로 엉망이 되었으나, 용케도 끊기지는 않았다.
지갑을 품속 깊숙이 숨겨 넣은 뒤, 로비를 벗어났다.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 한쪽 벽면에 붙어 있는 ATM 기계로 다가갔다. 미리 계좌 번호를 적어 온 쪽지를 펴 들고 천천히 숫자를 하나씩 입력하고 있는데.
“쟤지?”
뒤에서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 대표랑 요즘 붙어먹는다는 새끼가.”
“어. 얌전 떨게 생겼는데.”
“구멍이 쫄깃한가 보지.”
모자의 챙 아래로 그 사람들을 힐긋했다. 로열의 직원들이었다.
“장 대표 떡칠 때 얼굴 봤어? 좆질은 그렇게 험악하게 해 대면서 눈썹 하나 안 바꾸고 무표정하잖아.”
…무표정하다고? 숫자를 입력하던 손끝이 자잘하게 떨렸다. 그럴 리 없는데. 열감에 차서 번들거리던 장 대표의 꺼먼 눈동자를 내가 분명 기억하고 있는데. 뱀의 눈이 어떻게 순간 번뜩거렸는지 내가 똑똑히 봤는데!
“그래도 언니, 좆 맛은 기가 막히더라.”
그들 중 하나가 제 팔을 다른 손으로 잡고 들어 보였다. 장 대표의 자지 크기를 나타내고 있는 듯했다. 그들은 즐겁다는 듯 자기네들끼리 낄낄대며 웃다가 사라졌다.
뒤늦게 정신을 차려 보니 화면에 빨간색 글씨가 깜빡거리고 있었다. 입력 시간이 초과됐으니, 다시 입력하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떨리는 손끝을 갈무리하며 다시금 번호를 입력했다. 절대 틀리면 안 되니, 몇 번이고 재차 확인해 봤다.
보내려는 금액은 총 500만 원인데, ATM 기계로 보낼 수 있는 돈은 300만 원으로 제한되어 있었다. 지갑을 뒤적거려 핏자국이 묻어 있는 걸 제외하곤, 총 두 번에 나눠 송금했다.
편의점을 벗어나 그 옆에 달려 있는 공중전화로 다가갔다. 바지 주머니에서 동전 몇 개를 찾아 주화 입구에 넣고 전화길 붙들었다. 뚜르르, 잠깐 이어지던 수화음이 뚝 끊겼다.
“그래.”
“…저예요.”
손바닥에 얼굴을 깊이 묻으며 한숨처럼 지껄였다.
“방금 500만 원 입금했습니다. 약속했던 대로 300만 원 가지시고, 100만 원은 엄마 병원비, 나머지 100은 아버지 빚에 보태주세요.”
꼭 그렇게 해달라고 몇 번이나 신신당부하자,
“그래, 알긋다.”
화색이 도는 목소리가 돌아왔다. 저번과는 확연히 온도 차가 나는 음성이 수화기를 타고 흘러나왔다. 아깝지 않게 잘 쓰겠다는 말을 하곤 볼 장 다 봤다는 듯이 끊으려 하기에 얼른 그를 붙들었다.
“…저기, 삼촌.”
선심 쓴다는 듯이 용건을 말하라 했다.
“엄마는 잘 계시는 거 맞죠?”
“뒤 한 번 안 돌아보고 정신없이 내빼 놓곤 그런 게 궁금하긴 한가 보지?”
말에서 드러난 날카로운 뼈에 명치가 쿠욱 찔렸다.
“느네 엄마 아직도 관짝 안 들어가고 병상 위에서 착실하게 돈 내빼 쓰는 중이다. 그러니까 매달 말일, 늦지 않게 부쳐 와.”
그러고 전화는 끊겼다. 힘없이 전화 부스에 등을 텅 소리 나게 기댔다. 피로가 순식간에 몰려와 손등으로 눈을 꾹꾹 지압했다.
***
호텔 엘리베이터는 벽면이 모두 거울로 이루어져 있었다. 밀가루처럼 허옇게 뜬 얼굴에 눈 밑이 퍼레 퀭해 보이는 남자가 거울 속에서 날 마주 봐 왔다. 며칠간 먹은 게 거의 없어 푹 들어가다시피 한 두 눈엔 생기랄 게 전혀 없었다. 입술이 쥐 잡아먹은 것처럼 붉은 걸 빼놓곤 전체적으로 창백해 꼭 석고상 같았다.
일순 눈앞이 깜빡깜빡거렸다. 엘리베이터의 전등이 꺼졌다가 켜지기를 반복했다. 정전인 걸까. 목을 뒤로 꺾어 전등을 한 번 힐긋하고 다시 거울을 마주 보는데.
“…허억.”
헛숨을 들이켜며 한 발짝을 물러섰다. 광대와 뺨이 농도 짙은 새빨간 액체에 흠뻑 젖어 있었다. 잘못 봤나 싶어 몸을 홱, 돌려 등에 닿아 있던 거울을 확인해 봤다. 온 얼굴이 피 칠갑이 되어 있었다. 마치 방금 막 가축을 도살한 도살업자의 얼굴 같았다.
주머니에서 덜덜 떨리고 있는 두 손을 빼 내려다보았다. 끈적끈적한 점성이 느껴지는 뜨거운 액체는 두 손에도 잔뜩 묻어 있었다. 아니, 질질 흐르고 있었다. 피, 피가 말이다.
옷에다 손을 벅벅 문질렀다. 청바지의 허벅지 부근이 젖어 들었다. 피가 아닌 땀으로. 다시 손을 뒤집어 내려다보았다. 피는 온데간데없고, 식은땀만 잔뜩 배어나 있었다. 정전이라도 난 것처럼 껌뻑거리던 엘리베이터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원상태로 돌아와 있었다.
띵.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환각이었던 걸까. 몸을 후려쳤던 공포의 기운이 곧 허망함으로 뒤덮였다. 나는 비틀거리며 좁은 공간에서 내렸다.
복도를 지나 룸으로 돌아왔다.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 가 품에 안고 왔던 지갑을 숨겨 놓았다. 그러곤 침대 옆쪽에 앉아 그걸 지키고 있었다.
“…….”
장 대표는 그날이 지나도록 날 찾아오지 않았다. 김미란 말대로 발정 난 새끼. 그렇게 박아 대더니, 드디어 한풀 꺾인 건가. 그러나 또 모를 일이었다. 다른 이의 허릴 꺾어 그 무식한 것으로 구멍을 찍어 대고 있을지도. 품으로 스스로의 몸을 끌어당겼다. 어쨌거나 내겐 너무나도 잘된 일이었다.
***
날이 하얗게 밝아 왔다. 똑똑. 노크 소리가 나더니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룸서비스 도착했습니다.”
침대에서 일어나 문으로 기어 나갔다. 직원이 트레이 손잡이를 내게 건넸다. 손잡이를 잡은 채로 잠시 문 앞에 서 있었다. 두 눈이 의미 없이 룸을 떠나는 여자의 등을 훑었다.
저 여자처럼 이 골프장엔 외모가 준수한 이들이 아주 많았다. 장 대표가 저런 이들을 두고 날 선택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하얗고 얼굴 좀 작단 사실 빼놓곤 평범하기 짝이 없는 데다 목석 같기까지 한데.
테이블 위에 음식을 내려놓았다. 그것을 무감동한 눈으로 응시하다 창가를 보며 서 있었다. 룸서비스가 도착했단 건 곧 장 대표가 올 거란 뜻이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복도 끝에서 낮은 구두 굽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그에게 인사를 건네는 여자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삑. 문밖에서 단말기에 카드를 갖다 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두 눈이 순간적으로 침대 밑으로 가닿았다. 당장이라도 저 아래에 몸을 던져 숨고 싶었다.
그러나 난 제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한 채로 그를 맞아들였다.
“오셨습니까.”
장 대표는 여느 때처럼 짙은 색의 수트를 차려입고 있었다. 비슷한 색의 셔츠, 그와 같은 톤의 넥타이. 190에 달하는 거구였지만 체격이 늘씬한 탓에 전체적으론 날렵한 느낌을 주었다. 장 대표는 먼저 재킷을 벗은 뒤, 넥타이의 매듭을 주욱 잡아당겨 풀어냈다. 그는 순식간에 태초의 상태로 돌아가 샤워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마지막 한 마디가 귀에 꽂혀 왔다.
“준비해 놓고 있어요.”
샤워실 안에서 물소리가 들렸다. 장 대표가 말하는 준비란, 옷을 모두 벗고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말했다. 입고 있던 옷들을 천천히 벗어 한쪽에 개어 놓곤 죄인처럼 창가 앞에 서 있었다.
협탁 위에 올려 있는 젤 통을 의미 없이 눈에 담고 있는데. 끼익, 샤워실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곧 닥쳐올 상황을 예감하곤 두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짙은 먹색의 가운으로 거구의 몸을 감은 장 대표가 걸어 나왔다. 그는 테이블 앞에 앉아 포크와 나이프를 양손에 각각 쥐어 들었다. 체구가 체구이다 보니, 엄청난 대식가인 장 대표가 포크로 스테이크 한 조각을 푹 찍더니 내게 다릴 벌렸다.
“들어와.”
네 발로 기어가 그의 다리 사이를 파고들었다. 장 대표가 앉아 있는 테이블 아래에서 그의 좆을 빨았다. 룸서비스로 나온 바게트처럼 커다란 그의 좆을 입에 물고 서툴게 혀를 놀렸다. 방금 씻어 뻣뻣한 음모가 코끝을 쓸어 왔다.
아무리 혀를 놀려 봤자였다. 난 별 흥미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장 대표는 무신경한 얼굴로 식사를 할 뿐이었다. 그는 여느 때처럼 서늘한 얼굴로 피가 뚝뚝 떨어지는 스테이크를 먹었다.
순식간에 접시를 비워 낸 장 대표가 손에서 포크를 내려놓았다. 냅킨을 들어 자신의 입가를 훔치더니 빈정거렸다.
“이딴 걸 좆집이라고 두고 있다니.”
그는 긴 팔을 이용해 협탁으로 손을 내뻗었다. 그러곤 콘돔 박스와 젤 통을 손에 쥐어 들었다. 저절로 목이 움츠러들었다. 장 대표가 장내 사정을 선호해 콘돔을 쓸 일이 거의 없었다. 물론 구멍 안에 사정을 할 때면 뒤처리할 때 무척이나 괴로웠다.
뒤처리라도 편해질 테니 기뻐해야 하는 건지. 자조적인 웃음을 목 안으로 삼키고 있을 때. 장 대표가 비닐 하나를 찢더니, 자신의 좆이 아닌 접시 위에 있던 소시지에 콘돔을 씌우기 시작했다. 두께가 굵고 길이가 제법 긴 소시지였다.
장 대표는 입구를 단단히 묶은 그것을 내 얼굴 앞으로 가져왔다.
“입 벌려요.”
스스로 입을 벌리기도 전에, 그가 손으로 내 양 뺨을 눌러 왔다. 억센 손아귀 힘에 목 안으로 윽, 하는 소릴 삼켜야 했다. 억지로 벌어진 입 안으로 셰프가 직접 만든 수제 소시지가 들어왔다.
그는 소시지로 내 입 안 이곳저곳을 짓누르더니, 이내 그걸 넣었다, 빼기 시작했다. 뺨이 불룩해졌다, 다시 얄팍해지기를 반복했다.
“어때요.”
“…아.”
소시지를 입 안에 물고 있는 탓에 발음이 불분명하게 났다.
“맛있어요?”
“…네.”
혀끝에 닿는 콘돔 때문에 입 안에선 고무 맛만 났지만, 남자의 비위에 맞추기 위해 그렇다고 답했다. 장 대표 자지에 비하면 이따위 소시지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그의 고개가 비스듬히 기울여졌다.
“맛있다고요?”
“…네, 맛있습니다.”
장 대표는 흐음, 목 안을 울렸다. 그의 길고 굵은 목 가운데에 있는 아담스 애플이 순간 울렁거렸다.
“그럼 테이블 위로 올라와서 보지 벌려 봐요.”
자리에서 일어나 그가 먹고 있던 트레이를 한쪽으로 치워 냈다. 그러곤 테이블 위로 올라가 다릴 알파벳 엠 자로 벌렸다. 넓은 창가로 햇볕이 들어와 몸 위로도 드리워졌다. 볕이 벌건 아침에 남자의 앞에 고간을 그대로 펼쳐 놓고 있으려니 죄스러운 기분이었다. 수치심에 이마가 손바닥으로 얻어맞은 듯 화끈거렸다.
“보지에다 소시지 넣어 봐요.”
장 대표가 내게 소시지를 건넸다. 그걸 받아 든 채로 장 대표의 얼굴을 응시했다. 그는 싸늘한 얼굴로 눈짓을 해 왔다. 얼른.
지금 할 수 있는 거라곤 체념한 뒤, 그의 말을 따르는 것뿐이었다. 천천히 젤 뚜껑을 따서 소시지를 감싼 콘돔 주변에 젤을 충분히 묻혔다.
그러곤 천천히 손을 내려 구멍으로 그걸 밀어 넣었다. 소시지가 구멍의 입구를 쿡 눌렀다. 입구는 당연히 불법 침입자의 출입을 거부했다. 괄약근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구멍은 입구를 밀고 들어온 그걸 완강히 밀어 냈다. 장 대표가 이마를 찌푸리며 힘을 풀기를 종용했다.
“잘리니까 힘 빼요.”
“…….”
“누가 발정 난 보지 아니랄까 봐 소시지도 끊어 먹을 것처럼 구네.”
의식적으로 허벅지에 힘을 풀었다. 구멍이 움찔움찔 떨리며 소시지를 몸 안으로 삼켜 넣기 시작했다. 장 대표는 무감동한 얼굴로 내가 하는 짓거릴 방관하고 있을 뿐이었다.
“다 넣었으면 쑤셔 봐요.”
소시지의 끝을 잡고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장 대표의 시선이 기분 나빴다. 그의 삼백안은 묘한 불쾌감을 일으켰다. 장 대표가 톤이 낮은 음성으로 질문을 던져 왔다.
“그건 어때요.”
“…마, 맛있습니다.”
당연히 좋을 리 없었다. 소시지가 구멍 이곳저곳을 짓누르고 다녔다. 조리되어 나온 소시지는 이상한 온도를 갖고 있었다. 그걸 구멍에 대고 쑤시고 있는데, 수치심 말곤 드는 감정이랄 게 없는 게 당연했다. 분명 그랬는데.
“…읏.”
어느 포인트를 스치자, 하체가 조금 튀어 올랐다. 다리가 제멋대로 안으로 오므라들었다. 무릎이 맞붙자, 장 대표가 눈살을 찌푸렸다. 얼른 다릴 다시 그가 보기 좋게끔 넓게 벌렸다.
구멍 안에선 철벅철벅하는 소리가 났다. 꼬리뼈 부근을 타고 오르는 이상한 감각에 발가락이 저절로 오그라들었다.
“…흐으윽.”
장 대표는 내 얼굴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의 뱀눈이 내 얼굴과 구멍을 핥듯 천천히 관찰했다. 눈가가 뜨거워졌다. 아마도 벌겋게 달아올라 있으리라.
“…크읏.”
구멍이 제멋대로 움찔움찔거렸다. 혹여라도 구멍에 힘을 주어 그걸 잘라 낼까 싶어 억지로 몸에 힘을 풀어야 했다. 장 대표가 어조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얼마나 좋은데요.”
“…….”
좋을 리 없었다. 그가 박기 쉽게끔 풀어 놓은 구멍이라지만 애초에 이 구멍은 질과 달리 무언가를 삽입하기 위해 쓰는 기관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난 또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반복해야 했다.
“…조, 좋습니다.”
장 대표는 이 새끼 봐라, 하는 표정으로 날 올려다보았다.
“보지가 벌렁벌렁거려요?”
“…네, 네.”
내 대답을 들은 장 대표는 한쪽 입꼬릴 길게 찢으며 웃었다. 남자의 기분 상태엔 큰 기복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난 아무리 미세한 변화라 한들, 그걸 아주 예민하게 캐치해 낼 수 있었다.
지금의 장 대표는 분명 웃고 있지만, 어딘가 언짢은 상태였다. 장 대표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가 관망자에서 침입자로 돌변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내 구멍에 박혀 있던 소시지 끝부분을 잡고 안을 무자비하게 치대기 시작했다. 내벽을 쑤시는 고통에 소릴 내질렀다.
“…아아, 악.”
그러곤 장 대표는 소시지를 빼낸 다음, 자신의 가운을 걷어 자신의 좆을 내 구멍에 들이밀어 왔다. 평소보다 약간 성급한 몸짓이었다. 장 대표의 자지는 소시지의 가느다란 두께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으로 내 구멍을 넓게 늘려 왔다.
“…흐윽.”
팔이 트레이를 쳤는지, 접시들이 바닥 위를 나뒹굴었다. 깨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지금 그런 것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장 대표의 좆을 품은 배 안이 공처럼 크게 부풀어 당장이라도 펑 하고 터질 것 같았다.
“하아, 하아, 응.”
“…윽.”
“…흐응, 응.”
장 대표가 숨이 찬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맛있어요?”
그가 거친 손바닥으로 내 뺨을 문댔다.
“맛있냐고 묻잖아.”
미친 듯이 고갤 끄덕거렸다. 그가 뭐라 하는진 알 수 없었다. 몸이 이상했다. 눈앞에선 폭죽이 터지고, 괄약근은 장 대표의 침입을 기뻐하기라도 하듯 그의 좆을 쫙쫙 물어 당겼다.
간신히 가늘게 뜬 눈 사이론 공중에서 정신없이 휘둘리고 있는 내 좆이 들어왔다. 평소엔 다리 사이에 축 늘어져 있던 게 반쯤 발기해 있었다.
장 대표가 유연하게 엉덩이를 움직여 내 구멍 안을 처박아 왔다. 그는 마치 접영을 하는 수영 선수처럼 능숙하게 유영했는데, 그럴 때마다 안으로 움푹 깊게 들어간 그의 장골이 들썩거렸다.
그걸 보고 나선 이유 없이 구멍 안이 움찔거렸다. 허벅지 안쪽에 저절로 힘이 들어가더니 제멋대로 장 대표의 허릴 조이기 시작했다.
장 대표가 불쾌했는지, 욕지거릴 내뱉었다. 씨발. 그는 내 다리 한쪽을 들어 제 어깨 위에 올리곤 짧고 강하게 안을 쳐오기 시작했다.
“어디서, 이런, 개걸레 같은 게, 굴러 들어와선.”
상체를 낮춘 장 대표가 내 목을 쭙쭙 빨고 잘근잘근 씹었다. 살점이 뜯겨 나갈 듯 물리고 있는데, 그보단 구멍에서 오는 고통이 더 컸다. 아니, 고통보단 새로운 감각이 머리와 몸을 불붙인 초처럼 녹이고 있었다.
몸의 모든 감각들이 촛농처럼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목 안에선 내 것이 아닌 듯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흐읏, 하읏, 흐응.
추삽질로 한껏 달아오른 구멍에 차가운 무언가가 닿아 왔다. 곧이어 구멍 한쪽이 사정없이 벌어지는 감각이 들었다. 경악한 얼굴로 아래를 내려다봤다.
“…윽.”
장 대표가 이미 제 좆이 들어차 있는 구멍 안에 네 번째 손가락을 밀어 넣고 있었다. 반지가 내벽에 닿아 차가운 거였다. 이미 한계까지 벌어져 있던 구멍이 파들거리며 떨렸다. 장 대표가 구멍 근처로 소시지를 들이밀었다.
“어떻게, 할까요, 이것도 넣어 줘요?”
“…으으, 으흑.”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윽윽, 하는 소리를 냈다. 당장이라도 뒤가 찢어질 것만 같았다. 장 대표는 내 구멍을 손으로 벌린 상태로 허릴 움직였다. 덜컹덜컹. 테이블 다리가 그의 체구에 밀려 안쓰러운 소릴 냈다.
테이블 끝을 꽉 쥐고 있던 손을 간신히 들어 올렸다. 그러곤 장 대표의 팔뚝을 움켜잡았다. 그의 팔뚝은 근육이 겹겹이 쌓여 있어 제법 두꺼웠다. 신음을 억누르며 그를 불렀다.
“윽,…대,…대표님.”
테이블은 덜컹덜컹, 구멍은 장 대표의 걸 삼켰다 뱉으며 벌렁벌렁거리는 가운데. 장 대표의 가라앉은 눈빛이 내 얼굴로 향했다. 그가 물었다. 왜요.
“…찌, 찢어질, 것, 같습니다.”
올리브 두 개를 박아 놓은 듯 새카만 장 대표의 두 눈이 정염으로 어둡게 침전했다. 그러나 그의 입 밖으로 나온 말은 냉정하기만 했다. 온도 없이 냉기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왜, 찢어지면, 좀 어때서.”
“…으윽.”
그가 되물었다.
“…씹질로, 먹고, 허억, 살아야 해서, 그래요?”
“…하아, 흐으, 하.”
위이잉, 한쪽 옷걸이에 걸려 있는 그의 재킷 안에서 별안간 휴대폰이 울렸다. 장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고 날 몰아세워 왔다.
“…서수원 씨가, 허억, 분명, 그러지, 않았습니까. 소시지로, 헉, 보지를 쑤시니 좋다고.”
남자는 분명 존댓말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에게 모욕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워 낼 수 없었다.
위이잉, 휴대폰 진동은 계속해서 울려 댔지만, 현재는 그런 사소한 것 따위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아니, 흣, 아닙, 니다.”
“…그럼 지금 내게 거짓말을 했단 얘깁니까?”
장 대표의 가운이 격렬한 움직임에 점차 벗겨졌다. 그의 굵직한 목과 위협적으로 넓은 어깨가 햇볕 아래로 드러났다. 그에 장 대표는 한결 더 공포스러워 보였다. 그의 존재감이 너무나도 압도적이었다. 난 벌컥 치달아 오는 두려움에 두 눈을 내리감아 그의 시선을 외면했다.
“…아, 하읏!”
장 대표는 내 발목을 아프게 틀어쥐고 내 허릴 거의 반으로 꺾었다. 그러곤 제 몸을 내게 깊숙이 묻어 왔다. 좆이 구멍 안을 채우다 못해, 어떠한 신체 기관이 되어 척추와 나란히 누워 있는 기분이었다.
그는 그 상태로 제 욕정을 채우기 위해 사정을 위해 내달렸다. 옆으로 길쭉한 눈매를 내리감곤 자신의 행위에 열중했다. 둔부에 그의 음낭이 철벅철벅 소릴 내며 부딪혀 왔다.
“…아, 아아.”
내벽의 조임을 느낀 장 대표는 미간에 힘을 주며 신음했다. 보기 좋게 갈색으로 그을려 있는 그의 광대 부근이 붉게 물들었다.
“…크윽.”
감각이 지나쳤다. 발목이 그의 손에 꽉 붙잡혀 있는데도 몸이 부들부들거리며 떨렸다. 해소되지 못한 무언가가 몸을 계속해서 괴롭혀 왔다. 배뇨감과 비슷한 감각. 이 감각을 대체 무어라 정의 내리면 좋은 걸까. 수용이 불가능할 만큼 불쾌하고, 몸뿐만 아니라 정신마저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결국 더 이상 감각을 버텨 내지 못하고, 나도 모르게 뭔가를 입 밖으로 내질러 버리고 말았다.
“…아, 아픕니다, 아픕니다, 대표님, 흐윽.”
그래, 이건 고통일 게 분명했다. 불분명한 이름을 갖고 있는 감각에 고통이란 이름을 붙여 주었다. 그러곤 앞으로도 이걸 고통이라 부르리라, 그렇게 스스로와 약속했다.
“…아프다구요?”
한 템포를 쉬었다 들려오는 음산한 목소리에 아차, 싶었다. 혹시나 그의 심기를 건드린 걸까 싶어 눌러 감고 있던 눈을 천천히 떴다. 나를 내려다보는 장 대표는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허억, 당연히, 체벌을 받는 게 맞지 않습니까, 감히 내게, 거짓말을, 했다는데.”
장 대표는 마치 ‘아프다’는 말에 흥분한 놈처럼 좀 전보다 더 거세게 안을 쳐 왔다. 푹푹 안을 쑤시고 빠르게 뒤로 물러나더니 다시 무자비하게 공격해 왔다.
“…흐읏, 흥!”
“…하아!”
차마 입은 다물지도 못한 채로 컥컥거리며 장 대표의 몸을 받아 냈다. 반쯤 발기해 있던 좆은 고통으로 인해 다시 축 늘어졌다. 그 상태로 다리 사이에서 추처럼 힘없이 왔다 갔다거렸다.
“…윽.”
그는 굵고 나지막하게 신음하며 내 목에 이를 박아 넣고 몸을 크게 떨었다. 구멍 안에서 뜨끈한 감각이 피어올랐다. 장 대표는 내 가슴팍을 손바닥으로 움켜잡곤 좆질을 계속했다. 구멍 안에서 그의 것이 조금 부피를 줄여 나가는 게 느껴졌다.
사정의 여운까지 모조리 씹어 먹은 장 대표가 자신의 좆 뿌릴 잡곤 구멍 안에서 좆을 순식간에 빼냈다. 그 여운에 발가락이 저절로 곱아들었다.
장 대표는 멀건 정액이 묻어 있는 자신의 검붉은 고간을 내 얼굴에 들이밀었다.
“빨아.”
팔꿈치로 테이블을 디디며, 간신히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곤 장 대표의 좆을 입에 넣고 꼼꼼히 핥았다. 그가 자신의 좆 기둥을 들어 올리며 그 아래까지 빨라는 듯 눈짓해 왔다. 그가 시키는 대로 고간 밑까지 샅샅이 모두 빨았다.
춥, 추릅. 물기 젖은 소리가 넓은 룸 안에 울려 퍼져 나갔다. 장 대표는 만족스러운 듯 목 안을 끄응, 울렸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모두 핥고 나서야 그에게서 물러났다. 장 대표는 그제야 제 고간을 가운으로 훔쳐 낸 뒤, 새 수트를 꺼내 입기 시작했다. 그는 거울 앞에 서서 셔츠를 입고, 정장 바지를 갖춰 입더니 한눈에 보기에도 외제 차 가격을 호가할 것 같은 시계를 제 손목 주변에 찼다.
은색 시계는 그의 길쭉한 네 번째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와 함께 번쩍거렸다. 점점 멀끔한 모습을 갖춰 가는 그의 뒤에서 난 테이블 끝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휴대폰이 다시금 윙윙, 울려 대기 시작했다. 장 대표가 매끄러운 이마에 미세한 주름을 잡더니, 재킷에서 휴대폰을 꺼내 받아 들었다.
“예.”
음, 그가 까끌해진 목을 가다듬었다.
“전화 받았습니다.”
테이블 밑에선 음식들이 엉망으로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셰프가 값비싼 재료로 만든 음식들. 판잣집에 살 땐 구경도 못 해 봤던 것들인데. 저렇게나 손쉽게 엉망이 되어 버렸다.
혼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돌연 음산한 기운이 들어 고갤 천천히 옆으로 돌렸다. 그러다 뭔가를 발견하곤 어깨를 미세하게 떨었다. 그가 거울로 날 지켜보고 있었다. 꺼먼 두 눈을 한 번도 깜빡이지 않고 말이다. 장 대표가 수화기에 대고 중얼거렸다.
“…알겠습니다, 곧 출발하죠.”
전화를 끊은 그는 몸을 빙 돌려 내게로 다가왔다.
“뭐가 이상한 건가 했더니.”
“…….”
“왜 가슴팍이 움직이질 않는 겁니까.”
장 대표는 눈 깜짝할 새에 다가와선 내게 얼굴을 바싹 붙여 왔다. 그린 듯한 입술이 느지막이 달싹여졌다.
“혹시 지금 숨 참고 있어요?”
숨을 헉 들이마셨다. 목 안에서 비릿한 내가 훅 끼쳐 올라왔다. 그의 말대로 난 그가 나가기만을 기다리며 숨을 참고 있었다. 입 안에 남은 정액 때문이었다. 그것은 침과 이질적으로 분리되어 혀끝에 남아 토기가 나게 했다. 그가 룸 밖을 나서면 바로 뱉을 생각이었는데.
완벽하게 수트를 갖춰 입은 장 대표가 허릴 숙여 바닥을 나뒹굴고 있는 소시지를 집어 들었다. 내가 구멍에 힘을 준 탓에 군데군데 부러져 있었다. 그는 소시지를 감싸고 있는 콘돔의 매듭을 풀었다. 그러곤 한눈에 보기에도 미끈거려 보이는 콘돔에서 소시지를 빼냈다. 장 대표는 구둣발 채로 서서 그의 앞에 있는 내게 내밀었다.
목을 뒤로 꺾어 그를 올려다봤다. …이걸 왜?
“먹으라고.”
바늘 하나 들어갈 것 같지 않은 완벽한 모습의 그와 달리, 지금의 내 모습은 너무나 흐트러져 있었다. 조용히 입을 벌려 그가 시킨 대로 소시지를 혀 위에 올렸다. 천천히 뺨을 우물거렸다. 그새 불어터진 입 안에선 끔찍한 지통이 느껴졌다.
이 이상 씹는 건 무리다. 덜 삼킨 소시지를 입에 문 채로 장 대표를 올려다보자, 그가 내 턱을 한 손에 쥐곤 목을 뒤로 꺾었다.
“삼켜.”
“…으윽.”
“다 삼키라고.”
억지로 입 안에 담아 놓고 있던 걸 결국 목 안으로 꿀꺽 삼켰다. 목울대가 꿀꺽, 울리자 장 대표가 내 뺨을 꾹 눌러 입을 벌리게 했다. 그러곤 입 안을 꼼꼼히 살폈다. 입천장과 혀 아래를 기밀하게 확인한다. 마치 충치를 검사하는 치과 의사처럼 말이다.
입 안이 깨끗해졌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는 내 턱을 놔줬다.
“혹시라도 토하면 다시 먹게 할 테니 불필요한 짓은 하지 마시고.”
그가 잡고 있던 턱이 후유증으로 욱신거렸다. 불현듯 턱뼈가 부서진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가 넥타이의 매듭을 다시 한번 매만지며 뇌까렸다.
“내일은 접대가 있으니 따라 나와요.”
무슨 접대를 말하는 걸까. 골프 접대? 아니면 술 접대? 호스트처럼 모르는 이의 옆에 앉아 술이라도 따라야 하는 건지 궁금했지만, 질문을 삼갔다. 남자는 불필요한 질문을 좋아하지 않았다.
“…네, 알겠습니다.”
장 대표가 재킷 안에서 지갑을 꺼냈다. 전에 쓰던 것과 동일한 브랜드의 같은 디자인이었다. 그는 지갑 안에서 수표 몇 장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곤 수트의 어깨 부근을 털어 내며 문으로 향해 나갔다.
뒤에 앉아 낮게 가라앉은 눈으로 지폐들을 응시하고 있을 때. 장 대표의 목소리가 날 일깨웠다.
“그리고.”
장 대표는 어느새 걸음을 멈추고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안 처먹는단 얘기가 자꾸 들리는데.”
시선을 내리깔았다. 내가 처먹든 말든 저자와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 다른 속셈이 있을 게 분명해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는데. 장 대표가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
“먹지 않는 거야 서수원 씨 자유이니 상관 않는다만.”
…상관 않는다만?
“그러다 엉덩이와 가슴둘레도 얄팍해지는 날엔 뒷구멍으로 밥을 먹어야 할 겁니다.”
쾅, 그의 문짝만 한 등 뒤에서 문이 닫혔다. 서서히 시선을 올려 그가 나간 문을 노려보았다. 저 좆같은 새끼.
테이블에서 몸을 추스르고 일어나 비틀비틀대며 아래로 내려갔다. 구멍 안을 채우고 있던 끈적거리는 액체들이 허벅지를 타고 주륵 흘러내렸다. 곧장 협탁으로 다가가 놓여 있는 돈을 모두 끌어다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 갔다. 러그를 들어 올리자, 숨겨 놓았던 지갑이 눈에 보였다. 내 치아 자국이 모두 고스란히 찍혀 있는 장 대표의 그 지갑 말이다. 그 안에 지폐들을 모두 쑤셔 넣곤 테이블로 돌아왔다.
지갑을 한 손에 쥔 채로 테이블 아래에 주저앉았다. 그러곤 바닥 위에 떨어져 있는 음식들로 손을 뻗었다.
맨손으로 주워 들어 그걸 입에 넣고 우적우적 씹었다. 입 안에선 떨떠름한 맛만 났다. 모래 한 줌을 먹고 있는 것처럼.
“…….”
입천장이 모두 까슬까슬하게 일어나 있었다. 장 대표의 거친 음모에 쓸린 탓이었다. 손으로 집어 올린 음식물을 입 안에 넣고 우적거리며 씹었다. 그러다 갑자기 욕지기가 몰려와 손으로 바닥을 짚고 헛구역질을 해 댔다. 욱, 우웩.
장 대표가 억지로 먹였던 소시지가 으깨진 상태로 도로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러곤 먹은 게 없으니 헛구역질만 계속 나왔다. 한참을 웩웩거리다가, 손등으로 입가를 스윽 닦았다. 입 안에서 저절로 욕이 터져 나왔다.
“…좆같은 새끼.”
한 번으론 성에 차지 않았다.
“…씨이발, 좆같은 새끼.”
두 번도 성에 찰 리 없었다.
장 대표는 인간 새끼가 아니었다. 인간 말종, 호색한, 색마였다. 물로 허겁지겁 입 안을 헹군 뒤 침대 밑으로 들어가 지갑을 숨겼다.
평소라면 입구를 막은 채로 쭈그려서 쪽잠을 청했겠지만 지금 그러기엔 현재 상태가 너무나 피곤했다. 그 탓에 상반신은 침대 아래에 넣은 채로, 하반신은 밖에 내놓은 채로 잠시 잠에 들었다. 이윽고 어딘가 비틀려 있는 평화가 호텔 방에 찾아 들어왔다.
***
접대가 있을 거란 언질은 받았으나, 시간대가 명확지 않았다. 그에 새벽부터 일어나 샤워를 마치고 옷차림을 단정히 한 상태로 연락을 기다려야 했다.
간만에 잡힌 스케줄이었다. 그러나 필드로 나갈 준비를 하는 내 몸은 이 생활이 이미 체화라도 된 듯 능숙하기만 했다.
띠리리, 띠리리.
창으로 내리는 햇볕이 제법 뜨끈해졌을 무렵, 별안간 호텔 방 안에 벨 소리가 울렸다. 앉아 있던 창가에서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 캐디들의 스케줄을 정리해 주고 있는 사무실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 곧 약속 시간이 되니 미리 내려와서 준비해 놓으란 얘길 했다.
- 오늘은 견습생이 하나 따라다닐 겁니다. 고객님들께 방해되지 않을 만큼 거릴 두라고 몇 차례 말은 해 뒀는데, 혹시 모르니 잘 컨트롤해 주고요.
“네, 알겠습니다.”
수화기를 내려놓고 곧장 호텔을 벗어나 골프장으로 향했다. 장 대표 몫의 라커 룸 키를 받기 위해 프런트에다 대고 말했다.
“1시로 예약된 장 대표님 키 부탁드립니다.”
“네, 카드 확인하겠습니다.”
직원 카드를 그에게 건넸다. 곧 그가 카드와 함께 키를 내게 건네 왔다. 라커 룸으로 들어와 골프 백을 챙기고 있는데, 어디선가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이곳에선 내게 말을 거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기껏해야 남자인 이진석 정도가 전부였으니, 다른 사람들끼리 말하고 있는 것이라 치부하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제법 무게가 나가는 골프 백을 어깨에 메고 라커의 문을 닫는데. 문 너머에서 어떤 여자가 날 올려다보고 있었다. 상당히 앳돼 보였다. 돌연 여자가 내게 꾸벅 허릴 숙여 온다.
“오늘 처음 뵙겠습니다, 이혜원이라고 합니다.”
그러더니 내게 음료수를 하나 내밀어 왔다. 손바닥을 내밀어 거절했다.
“괜찮습니다.”
아, 여자는 눈을 도르륵 굴리며 다시 제 쪽으로 음료수를 끌어당겼다. 그러곤 주머니에 병을 밀어 넣고 제 몸만 한 골프 백을 들고 내 뒤를 따라왔다.
골프장 라운지 한쪽에 마련된 테이블에 보기만 해도 입 안에서 역겨운 신물이 나는 남자, 장 대표가 처음 보는 누군가와 함께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엔 오가며 얼굴 몇 번 본 게 전부인 캐디가 골프 백을 메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견습생 이혜원입니다.”
나와 함께 온 여자가 먼저 꾸벅 허릴 숙이며 인사했다. 상당히 싹싹했다. 그에 비하면 무신경해 보이기만 하는 내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처음 보는 남자가 한쪽 손을 가벼이 올렸다 내리며 여자와 나를 맞았다.
“어어, 그래. 어서들 와요.”
VIP 고객들을 정리해 놓은 카드에 따르면 그는 김 사장이었다. 김 사장. 그 또한 장 대표와 마찬가지로 정확한 이름은 알 수 없었다. 장 대표는 피우고 있던 장초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그러곤 코와 입으로 하얀 연기를 뿜어내며 날 응시했다. 평소처럼 눈매는 날카롭게 서 있었다.
채비를 빠르게 정리해 자리를 이동했다. 초록색 잔디를 두 발로 단단히 지탱하고 드라이버를 손에 쥔 장 대표의 실력은 가히 수준급이었다. 특히 허리 힘과 허벅지 힘이 중요한 티 샷에 강해, 그가 손에 드라이버를 쥐고 있을 때면 코칭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였다.
필드 위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곤 그리 많지 않았다. 그저 그의 뒤를 따라다니며 보조 역할을 수행하는 게 전부였다.
“7번.”
세컨 샷 지점에 선 장 대표가 7번 아이언을 찾았다. 얼른 골프백 안에서 즉각적으로 채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장 대표가 골프채를 손에 단단히 쥔 채로 자세를 잡았다. 면바지가 팽팽히 잡아 당겨지며, 그의 탄탄한 허벅지를 여감 없이 드러냈다.
탕, 장 대표가 날린 공이 시원한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 적절한 위치에 날카롭게 안착했다. 나이스, 걸걸하게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 대표 오늘 상태 좋은데.”
다음 차례로 그린 위에 선 김 사장이 자신의 캐디에게 물었다.
“자, 여기선 내가 어떻게 하면 될까.”
“여기 지형은 기울기가….”
“기울기가 어떻다고? 잘 모르겠는데.”
캐디가 직접 팔을 내뻗으며 친절히 설명했다. 김 사장은 캐디가 팔을 내뻗는 방향 대신, 캐디의 몸매를 훑었다. 눈빛이 기묘했다. 좁은 안경알 사이로 주요 부위를 힐금힐금 훔쳐보다가 또 아닌 척, 캐디의 허리에 손을 댔다.
“지금 이 각도에서 보시면….”
“그러니까, 이렇게 하면 된다는 거지? 근데 자기는 허리가 정말 가느네.”
캐디는 많이 있었던 일인 양, 태연한 얼굴로 코칭을 계속했다. 오히려 당황한 건 견습생 쪽이었다. 견습생은 뒤에 물러나 있다가, 어쩌다 나와 시선을 마주하곤 황급히 눈을 내리깔았다.
“혜원 씨, 퍼터 좀 줄래요?”
군기가 바짝 들어간 이혜원이 얼른 골프 백에서 퍼터를 골라 김 사장에게 두 손으로 건넸다. 아니, 드렸다는 표현이 맞았다.
“여기 있습니다.”
“응, 고마워.”
김 사장이란 사람이 견습생의 어깨를 툭툭 쳤다. 견습생의 몸이 뻣뻣해졌다.
“아, 불쾌한가? 미안하네.”
김 사장은 항복한 사람처럼 양 손바닥을 모두 드러내 보였다.
“난 그냥, 내 자식 같아 그러지.”
자식 같다고 남의 몸을 더듬는 작자가 있던가. 가만히 있다가 입을 뗐다.
“이혜원 씨.”
이혜원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내 쪽으로 고갤 돌려 왔다. 그에 무감정한 말투로 말했다.
“고객님들 마실 음료 좀 준비해 주실래요?”
“…아, 네 알겠습니다!”
견습생이 허둥지둥 자릴 떠났다. 김 사장이 견습생의 뒷모습을 눈으로 좇으며 감탄했다.
“미스 코리아 나가도 되겠어. 아주 선 감이야, 선 감.”
능구렁이가 따로 없었다. 손등 위로 닭살이 비죽 돋아났다. 장 대표의 뱀눈과는 또 다른 의미로 징그러웠다. 장 대표의 눈이 섬뜩하다면, 저자의 눈빛은 소름 끼쳤다. 옷 안에서 발 없는 굼벵이들이 스물스물 기어 다니고 있는 느낌이었다.
골프 백 안에서 위잉, 윙 휴대폰이 울려 댔다. 장 대표의 것이었다. 조용히 그를 불렀다.
“장 대표님.”
장 대표가 나를 돌아봤다. 그의 앞으로 휴대폰을 내밀었다.
“전화가 오고 있습니다.”
그의 길게 찢어진 눈이 휴대폰 화면으로 향했다. 휴대폰엔 ‘오상철’이라는 이름이 찍혀 있었다.
“조금 이따 다시 전화 달라 전할까요.”
화면에서 발신자명을 읽어 낸 장 대표는 내게로 손을 뻗어 왔다.
“아니요, 내가 받겠습니다.”
장 대표가 휴대폰을 받아 든 채로 김 사장에게 말했다.
“김 사장님,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뭐, 얼마든지.”
김 사장은 개의치 않아 하며 손을 내둘렀다. 장 대표가 골프 장갑을 벗곤 휴대폰 화면을 엄지로 밀더니, 원래 서 있던 곳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곳으로 자릴 이동했다.
“말해.”
잠시 텀이 생겼다. 그 틈을 이용해 골프 백에서 골프채들을 하나씩 꺼내 닦으며 재정비를 했다. 얼굴에 끈적한 시선이 자꾸 달라붙어 왔다. 의식적으로 무시하고자 했지만, 불쾌감은 어쩔 수 없는 거였다. 김 사장이 날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장 대표, 남색에도 취미가 있다는 얘긴 못 들었는데.”
김 사장은 킬킬, 금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뭐, 엉덩이는 잘 돌리게 생겼네.”
“…….”
“피부도 허여멀건한 게 맛있어 보이고.”
김 사장은 실제로도 군침을 삼켰다. 아무것도 듣지 못한 척하고 있을 때, 장 대표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색 하나 바꾸지 않은 채로, 나는 골프채를 계속해서 닦고 골프백을 갈무리해 어깨에 짊어졌다.
경기는 일방적으로 장 대표의 승리로 끝났다. 김 사장이 회포 풀 겸, 술 한잔할 것을 권유해 왔다. 장 대표는 선약이 있단 이유로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김 사장은 혀를 끌끌 찼다. “그럼 어쩔 수 없이 오늘은 혼자 한잔해야겠구먼.”이라고 말하며 캐디의 허릴 끌어안았다. 그런 그의 네 번째 손가락에도 장 대표와 마찬가지로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그에게도 다른 고객들처럼 가정이 있단 뜻이었다.
***
골프 백을 라커 룸에 정리해 넣고 나오는데. 프런트 앞에 서 있던 이가 내게 명령해 왔다.
“따라와요.”
말없이 장 대표의 뒤를 따랐다. 남자의 발걸음이 향한 곳은 호텔 앞이었다. 당연히 펜트하우스로 향할 거라 생각했던 그는 1층, 호텔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그의 얼굴을 확인한 레스토랑 직원이 인원을 물어 왔다.
“두 명입니다.”
직원이 자릴 안내했다. 장 대표가 한쪽 자릴 차지하고 앉았고, 난 그 앞에서 목석처럼 서 있었다. 서서 제자릴 지키고 있는 내게 장 대표가 앞자릴 눈짓했다.
“안 앉고 뭐 합니까?”
내 자리였던 걸까. 나는 더듬더듬 변명했다.
“…선약이 있다고 하셔서요.”
“몸 대고 있는 주제에 순진한 척도 하고 싶어요?”
몸 대고 있는 주제에 순진한 척이라. 주변에 듣는 사람이 있는데도 그는 필터 없이 그리 말했다. 그에 조용히 의자를 빼 그의 앞에 앉았다. 주저앉았다고 하는 표현이 조금 더 정확했다.
곧이어 음식들이 나왔다. 눈앞에 산해진미가 있는데, 이상하게 손이 이끌리지 않았다. 그는 내가 먹든 말든 개의치 않아 하며, 음식들을 해치워 나갔다.
“장 대표!”
장 대표를 부르는 하이 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박진경이었다. 여자가 반가운 눈치를 얼굴에 묻힌 채, 구두 굽을 또각또각 울리며 다가왔다.
“아가랑 둘이 밥 먹니?”
장 대표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말투로 물었다.
“새로 들어온 건 좀 어땠어요.”
“죽여줬어.”
여상히 답한 박진경의 시선이 내 몸을 샅샅이 훑었다. 그러다가 대뜸 내 목에 손을 내뻗어 왔다. 저절로 몸이 움츠러들고 있는데, 박진경의 손이 더 빨리 움직였다. 내 목을 손등으로 문지른 여자는 뭔가를 눈치챘다는 듯 음흉하게 웃었다. 새붉은 입술 새로 한숨과도 같은 말이 새어 나왔다.
“목 상태가.”
여자의 손길이 내 귀 뒤를 스쳤다. 귀를 조물조물거리더니 이내 재밌다는 듯 낄낄 웃었다. 장 대표의 눈길이 여자의 손이 닿고 있는 내 귀와 목에 박혀 왔다. 뭔가가 심기에 거슬리는 듯, 눈이 고요히 가라앉아 있었다. 여자가 은밀히 소곤댔다.
“장 대표, 여기 보는 눈 많아.”
난 얼른 손을 들어 홧홧한 목 부근을 가렸다. 목을 비롯해 귀 뒤까지, 장 대표가 잘근잘근 씹은 자국으로 선명했다.
장 대표는 못 들은 척, 와인 잔을 기울여 목을 축였다. 그의 목울대가 꿀꺽, 꿀꺽 크게 요동쳤다. 머쓱해진 여자는 어깰 으쓱해 보이며 등을 돌렸다.
“잘들 먹어, 난 이만 가 볼게.”
여자는 그러고 자릴 떠났다. 의미 없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접시들을 응시했다. 살가죽이 그대로 발가벗겨져, 피부밑에 있는 벌건 속살을 그대로 내보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레스토랑에 있는 모든 사람이 날 힐긋거리며 내 얘길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 귀에 장 대표의 목소리가 꽂혀 왔다.
“셋이 하고 싶어서 그렇게 걸레처럼 굴어요?”
고개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시선 끝엔 무표정한 장 대표가 앉아 있었다. 내가 걸레처럼 굴었다고? 대체 언제. 내가 한 일이라곤 불쾌감을 참은 게 전부이다. 저 여자가 목과 귀를 만져 댄다고 하더라도, 하물며 내 사타구니를 더듬는다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저 여잔 K 그룹의 새끼 마누라인 데다가, 들은 바에 의하면 장 대표의 거래처이기도 했다. 남자가 건조한 말투로 뒷말을 이었다.
“저 여자 본인이 박는 취향이 있다던데요.”
“…….”
박는 취향이 있다고. 눈앞에 돌연 이진석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장 대표의 꺼먼 눈과 마주하고 있다가,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게 무슨 말인지 압니까?”
“…….”
“그게 무슨 말인지 아냐고 물었습니다.”
“…아니요, 모르겠습니다.”
장 대표는 혀를 쯧쯔, 찼다. 신랄하게 나의 멍청함을 나무랐다. 그가 나이프로 내 턱을 들어 올리더니 자신과 눈을 마주치게 했다. 그가 나지막이 뇌까린다.
“좆 두 개가 다 니 구멍으로 들어간단 얘깁니다.”
옆 테이블에 있는 손님들이 그를 힐끔거렸다. 장 대표는 상당히 고압적인 태도로, 퍽 우아한 말씨를 사용해 내게 경고했다.
“앞으론 어쭙잖게 자국 가리지 말아요.”
“…….”
“그거 좀 가린다고 서수원 씨 닳고 닳은 티 안 나는 거 아니니까.”
생각할수록 역겹네, 장 대표는 그리 덧붙였다. 난 그제야 눈치챘다. 박진경이 내 목과 귀를 만지고 있을 때 불쾌해하던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구나. 작게 고갤 숙였다.
“…죄송합니다.”
장 대표는 내 사죄마저 못 들은 체했다. 그러곤 완전히 입맛을 잃은 나를 앞에 두고 식사를 이어 했다. 립을 반지 낀 손에 쥐고 먹었다. 댕그랑, 장 대표가 립 뼈를 접시 위에 내려놓았다. 그러고선 냅킨으로 제 입가와 손을 차례대로 닦아 냈다.
시선을 그의 접시로 내리깔았다. 뼈에 달라붙어 있던 두툼한 살코기는 종적을 감춘 지 이미 오래였다. 앙상해진 뼈를 보곤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뼈도 못 추린다는 게 바로 저런 거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립처럼 장 대표에게 물어뜯기고 씹혔던 자국이 문득 쓰라렸다.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결국엔 내 인생도 저 덜 익은 고기처럼 장 대표에게 씹어 먹힌 채로 끝나는 거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 말이다.
“…….”
“…….”
장 대표는 이미 비워 낸 자신의 잔 대신, 내 와인 잔을 들어 올렸다. 퍽 고상해 보이는 손길로 잔을 받치고 안에 담긴 물로 목을 축였다. 그의 목울대가 다시금 울렸다. 꿀꺽꿀꺽.
레스토랑 안에 잔잔히 깔리고 있는 음악이 순식간에 뒤로 물러났다. 장 대표가 목을 축이는 소리가 그 공백을 메운다. 꿀꺽꿀꺽. 허벅지 위에 올려 둔 손을 꽉 그러쥐었다. 귀가 괴로웠다. 당장이라도 두 손을 들어 올려 달팽이관을 틀어막아 버리고 싶은 심경이었다.
그가 천천히 와인 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더니 내게 물음을 던져 왔다.
“다 먹었습니까?”
난 먹은 게 없었다. 테이블 위에 있는 건 스푼조차 만져 본 적 없었다. 그리고 장 대표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넌지시 묻고 있는 거였다. 마음의 준비가 되었냐고.
그때까지도 망부석처럼 가만히 앉아 자릴 지키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입술 새로 돌 부스러기처럼 버석거리는 말들이 흩어져 나왔다.
“…네.”
장 대표는 망설임 없이 자리에서 엉덩일 털고 일어났다. 저벅저벅, 프런트 쪽으로 다가가더니 돈을 냈다.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뒤를 따랐다.
***
엘리베이터엔 장 대표와 나 말고도 사람이 제법 타 있었다. 꽤 넓은 엘리베이터가 비좁게 느껴질 만큼. 그에 난 어쩔 수 없이 장 대표와 가까이 붙어 서 있어야 했다. 왼쪽 어깨는 거울에 붙인 상태로, 오른쪽 어깨는 장 대표의 팔과 맞닿은 상태로 얼음처럼 굳어 있었다. 독 안에 든 쥐 꼴이었다.
장 대표, 그의 존재감은 다른 사람들과 섞여 있을 때도 독보적이었다. 실로 기이하다고 느껴질 만큼 육중했다.
“…….”
“…….”
별안간 그의 두 발이 딛고 서 있는 곳만 아주 깊은 곳으로 추락해 버렸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도 일순 눈앞이 컴컴해졌었다. 진짜 땅이 꺼지기라도 한 것처럼. 그가 있는 곳에서 조금이라도 멀어지기 위해 옆으로 물러났다.
장 대표가 내 쪽을 힐긋 하는 게 느껴졌다. 얼른 언제 움직였냐는 듯, 다시 뻣뻣하게 등줄기를 굳혔다.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더니 사람 몇 명이 내렸다. 문이 열리고, 사람이 내리는 행위가 몇 번 반복되었다. 곧 자리가 널널해졌다. 그러나 장 대표는 몸을 비켜 줄 생각을 영 하지 않았다.
이제 엘리베이터에 남은 사람은 단 네 명.
별안간 허리춤에 뜨겁고 딱딱한 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목을 살짝 뒤로 꺾어 장 대표의 눈치를 살폈다. 그는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날 내려다봤다. 시선을 천천히 내렸다. 불룩하게 솟은 장 대표의 고간이 내 몸에 슬슬 문질러지고 있었다.
불안감에 젖은 두 눈이 다른 동승자들에게 저절로 가닿았다. 부부로 보이는 젊은 남녀 둘은 저희들끼리 담소를 나누느라 이쪽엔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장 대표의 음성이 행복에 젖어 보이는 두 목소리 사일 비집고 들어간 건 그때였다.
“허리가 가느네요.”
그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엘리베이터 안엔 작은 공명이 일어났다. 그 나직한 파동에 저희들 세상에 빠져 있던 부부가 쪽을 흘깃해 왔다. 불안감이 뒷덜미에 엄습하는 순간이었다.
장 대표의 말투는 건조하기 그지없어, 그가 행하고 있는 짓거릴 두 눈으로 보지 않는다면 성적인 의도를 전혀 눈치챌 수 없을 정도였다. 게다가 그의 사타구니는 내 몸 뒤에 가려져 있어 부부 쪽에선 보이지 않을 각도였다. 그럼에도 신경이 예민하게 곤두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눈동자를 슬쩍 굴려 엘리베이터 버튼을 흘깃했다. 10층과 14층에 각각 붉은 불이 들어와 있었다.
“허리둘레가 몇입니까.”
…허리둘레?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동승자가 뒤쪽을 흘깃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장 대표의 몸과 맞붙어 있는 내 허리춤을 눈짓했다.
들릴 듯 말 듯, 흐린 목소리로 속삭였다.
“…잘 모르겠습니다.”
부디 그가 이 짓거릴 그만둬 주길 바라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띵. 10층에서 문이 열리고, 부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엘리베이터에서 벗어났다. 할 수만 있다면 나도 그들의 뒤를 따라 이 좁디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심경이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장 대표는 내가 그러게끔 놔두지 않았다. 장 대표는 문이 닫히기도 전에 기다렸다는 듯 내 가슴을 움켜잡아 왔다. 그러곤 사이즈를 가늠하듯 손바닥으로 더듬었다. 몸이 돌처럼 쩍 굳었다. 장 대표가 음습하게 물어 온다.
“왜요?”
“…….”
“싫습니까?”
조용히 고갤 내저었다.
“아닙니다.”
장 대표는 손톱이 단정히 정리된 손끝을 세워 내 젖꼭지를 비틀고 할퀴어 댔다. 얇은 옷감 위로 만지는 감각에 입 안에선 끄응, 하는 신음이 맴돌았다. 장 대표가 중얼거렸다.
“예전엔 분명 함몰이었는데 말입니다.”
“…….”
“요즘엔 왜 이렇게 발딱 세우고 다니는 겁니까. 걸레처럼.”
유두가 장 대표의 손에 엉망으로 뭉개졌다. 작은 살덩어리는 불쌍하리만큼 아프게 긁히고 마구잡이로 비벼졌다.
장 대표가 얼굴의 각도를 비틀더니 내 목에 코를 묻어 왔다. 화장품이 묻어 있을 텐데도 남자는 개의치 않고 내 목과 귀 뒤를 쭉쭉 빨았다.
오늘 아침. 목과 귀에 남은 자국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편의점에 나가 일회용 화장품을 사 왔었다. 가장 밝은색을 골라와 한 번도 발라본 적 없는 그것을 목과 귀에 펴 발랐다. 냄새를 맡기만 해도 머리가 어질거리는 싸구려 꽃향기가 났지만, 그가 씹어 놓은 자국들이 눈에 보이지 않으니 그걸로 만족이었다. 물론 박진경의 비웃음을 살 줄 알았다면 절대 화장품 따윈 바르지 않았을 거였다.
장 대표는 새로운 쪼가리들을 남기려는 듯, 내 귀를 잘근잘근 씹어 댔다. 어찌나 세게 물어 대는지, 뿌리가 그대로 뽑혀 나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으읏.”
띵.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장 대표와 엉킨 채로 펜트하우스로 향했다. 장 대표는 늘 내게 좆을 박았던 옆방이 아닌, 자신의 펜트하우스로 날 이끌었다.
쾅. 남자의 등 뒤에서 문이 닫혔다. 자신의 공간으로 들어서자, 장 대표는 무지막지하게 날 밀어붙여 왔다. 상체에 껴입고 있던 내 유니폼을 벗겨 내더니, 내 겨드랑이에 자신의 코를 묻어 왔다. 작지만 뾰족하게 서 있는 내 유두를 자신의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살살 돌리며, 추접스럽다 싶을 만큼 내 몸 냄새를 맡아 댔다.
“…대, 대표님.”
체모가 적은 몸이다 보니 땀 냄새를 풍길 일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수치스러웠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장 대표와 달리, 나는 남자의 골프 백을 정리하느라 샤워할 타이밍을 놓쳤었다. 남자는 개의치 않고 혀를 내밀어 내 겨드랑이를 핥아 왔다. 소름 끼치는 감각에 허벅지 안이 저절로 떨렸다. 오줌이 마려운 것 같기도 한 기분이 다리 사이를 가로지른다.
“…대, 대표님.”
다시 한번 그를 내 부르며, 몸을 조금 뒤로 물렸다. 그는 의외로 쉽게 물러났다. 그에 죄를 지은 죄인인 양 지껄였다.
“…씻고, 씻고 나오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장 대표의 싸늘한 목소리가 귀에 꽂혀 왔다.
“서수원 씨가 뭔데, 내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겁니까.”
“…….”
“지금 본인 위치 망각한 건 아니고요?”
그의 냉랭한 시선이 얼굴에 꽂혀왔다. 그는 내 얼굴과 몸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난 그의 시선 아래에 품평받는 고기처럼 놓여진 채로 두려움에 떨었다. 그가 어떤 등급을 매길지 가늠이 되질 않으니. 장 대표의 시선이 이내 내 몸에서 떨어졌다. 그는 돌연 발걸음을 돌려 문 쪽으로 향했다. 저벅저벅, 멀어지는 그의 등을 바라보고만 있다가 아차, 싶어 얼른 그의 뒤를 따랐다. 그러고는 다급히 그의 팔을 붙들었다.
“대표님.”
그가 내 쪽으로 고갤 돌리더니, 내게 붙잡힌 팔을 내려다보았다. 난 불에 데인 듯 흠칫 놀라, 얼른 그의 몸에서 손을 떼어 냈다.
“…지금 어딜.”
장 대표가 먼지라도 털어 내듯, 자신의 팔을 툭툭 털어 냈다. 그의 얼굴엔 불쾌한 티가 여감 없이 드러나 있었다.
“죄송합니다.”
“…….”
“제가 건방졌습니다.”
장 대표는 감정의 동요 따윈 보이지 않는 얼굴로 날 응시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얼굴 좀 반반해서 예뻐해 주려고 했더니.”
그가 허릴 숙여 내게 시선을 맞춰 왔다.
“왜 이리 버르장머리 없게 굽니까.”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장 대표가 음률 없는 목소리로 물어 왔다. 난 고장 난 인형처럼 고갤 끄덕거리며 중얼거렸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근데 어쩌지.”
그가 숙이고 있던 허릴 곧추세웠다.
“난 이미 입맛 떨어졌는데.”
…입맛이 떨어졌다고? 순간 머리가 새하얗게 날아갔다.
이 남자는 이곳을 벗어나 손짓 하나로 사람을 불러들이면 그만이었다. 자신의 바질 벗고 그 사람 구멍 안에 자신의 성기를 박고 뒤흔들면 끝이었다. 이 작자는 상대가 누구라도 상관없을 새끼였다. 근데 나는…. 나는 그게 아니었다. 내겐 아직 그가 필요했다. 그의 돈이 절실히 필요했다. 난 주르륵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가, 정장 바지 안에 감싸인 그의 허벅질 팔로 둘렀다. 그러곤 그의 사타구니 안쪽에 뺨을 눌렀다. 이미 입맛이 떨어졌다던 그의 성기는 아직까지도 흉흉하게 발기한 상태를 유지 중이었다.
머리 위로 그의 음성이 떨어졌다.
“이게 뭐 하는 짓거리예요.”
“한 번만.”
목을 뒤로 힘껏 꺾어 전등을 등지고 선 그를 올려다보았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그가 허릴 낮추더니 내게 악마처럼 중얼거렸다.
“그럼 한번 해 봐요, 어디.”
장 대표가 침대 헤드에 등을 대고 앉았다. 난 그의 앞에서 천천히 하의를 벗어 냈다. 버클을 푼 뒤, 드로어즈와 함께 바지를 벗어 내렸다. 장 대표의 시선이 내 허벅지와 중요 부위, 그리고 가슴 양쪽에 달려 있는 젖꼭지에 닿아 왔다.
젤을 손에 듬뿍 짜, 손가락 하나를 넣고 안을 쑤셨다. 내벽이 손가락에 쫙 달라붙어 움직이는 걸 방해해 온다. 나는 아랫입술을 앙 물고 안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음.”
장 대표가 목 안을 울렸다. 그는 어둡게 가라앉은 눈으로 내가 하는 짓거릴 관망했다. 그런 그에게로 손을 내뻗었다. 장 대표의 가죽 벨트를 풀어내는 손은 형편없이 떨리고 있었다.
조용한 호텔 방 안에 금속성 벨트가 철컥, 풀리는 소리가 울렸다. 다음 수순으로 지퍼의 끄트머릴 잡고 내리자, 지이익 소리가 났다.
벌어진 정장 바지 사이로 검은색 드로어즈가 드러났다. 불룩하게 솟은 그의 앞섶을 탄탄하게 조이고 있었다. 그의 드로어즈를 끌어 내리자, 내 뺨에 수차례나 비벼졌던 거무스름한 음모가 드러났다. 그러곤 곧이어 좆이 퉁 밖으로 튕겨 나왔다.
목울대를 꿀꺽 울렸다. 언제 봐도 기가 질리는 크기와 길이였다. 장 대표의 몸처럼 길쭉하고 굵은 좆을 손으로 잡고 구멍에 맞췄다. 도저히 들어갈 만한 사이즈가 아니었다.
좆 대가리가 입구를 쿡 하고 박아 왔다. 구멍이 벌렁거리며 좆의 끄트머릴 조금 삼켰다.
“…으음.”
일순 장 대표의 좆 기둥에 퍼드득 힘줄이 돋아나더니, 한층 더 크게 발기했다. 그다음 단계로 진입하기 위해, 허벅지와 엉덩이에 동시에 힘을 뺐다. 그러곤 그의 좆 위로 앉았다. 그럼에도 들어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의 좆을 쥐고 있는 손안에 식은땀이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장 대표가 헛짓거리를 하고 있는 내게 냉랭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지껄였다.
“뭐 합니까, 지금 내 배 위에서.”
“죄송합니다.”
남자는 퍽 짜증이 났는지, 눈살을 찌푸렸다. 날카로워 보이는 그의 인상이 한층 더 험악해지는 순간이었다.
“구멍을 더 벌려 봐요.”
그의 말대로 손으로 힘껏 구멍을 벌린 뒤 그의 위에 앉았다. 목 안에서 고통에 찬 신음이 흘러나왔다.
“…으윽!”
그러나 이번에도 별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남자가 약간 쉰 목소리로 묻는다.
“보지는 축축해요?”
“네.”
“그럼 뭐가 문제입니까.”
장 대표의 유려한 이마에 미세한 주름이 잡혔다. 그 또한 고통스러울 게 분명했다. 좆이 퉁퉁 불어 있는데도 삽입을 못 하고 있을 뿐더러, 몸에 힘을 풀었음에도 빽빽한 구멍이 그의 진입을 지나치게 막고 있었다. 고작 좆 머리만 넣었을 뿐인데, 이미 안이 꽉 들어차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혼자 땀을 뻘뻘 내던 난 조용하게 이실직고했다.
“…너무.”
“…….”
“너무 큽니다.”
남자의 굵은 눈썹이 순간 미세하게 움찔, 떨렸다. 그러나 그건 아주 짧은 찰나였다. 장 대표는 금방 예의 그 표정으로 돌아가, 폭언을 빗발처럼 쏟아부었다.
“그럴 리 없는데.”
사람의 신체 기관 어디라도 생수병만 한 걸 집어넣을 수 있는 구멍은 없었다. 그럼에도 장 대표는 자신의 말이 틀릴 리 없단 듯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
“서수원 씨 거 허벌 구멍이잖아요.”
“…….”
“주먹이라도 넣어서 최선을 다해 봐야죠.”
그의 말을 곱씹었다. 주먹이라도 넣어서 최선을 다 해 보라고.
장 대표의 좆을 내려다보았다. 확실히 저걸 넣는 것보단 주먹을 넣는 게 빠를지도 모른단 생각이 별안간 들었다. 그에 손에 넘치게 쥐고 있던 장 대표의 좆을 잠시 넣고, 손을 말아 쥐었다.
그걸 구멍으로 가져오고 있을 때.
순식간에 몸이 반 바퀴 굴렀다. 정신을 차려보니 시트에 등을 대고 누워, 장 대표의 밑에 깔려 있었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의 장 대표가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그는 상당히 화가 난 듯했다. 그가 꽉 다문 잇새로 말을 씹어뱉었다.
“이게 씨발, 진짜 미쳤나.”
장 대표의 기다랗고 시커먼 그림자가 내 몸 위로 드리웠다. 머릿속에서 삐, 삐 경고음이 울려 댔다. 그에 무의식적으로 침대 위에서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물론 얼마 못 가, 장 대표에게 발목을 붙잡혔다.
남자의 손이 내 발목을 제 쪽으로 주욱 당겼다. 내 몸은 힘없이 그에게로 딸려 갔다. 180 넘는 장신도, 거구의 장 대표 앞에선 그저 허깨비일 뿐이었다. 그는 내 다릴 한쪽씩 팔에 끼웠다. 그러곤 내 다리를 양쪽으로 쫙 벌려 구멍에 좆을 거세게 박아 왔다.
“아흐윽!”
장 대표가 구멍을 푹푹, 찍어 대기 시작했다. 허릴 움직이는 그는 흡사 말뚝 박는 기계 같았다.
구멍이 마구 들쑤셔졌다. 굵고 단단한 좆이 내벽을 밀고 들어왔다가, 한 번에 빠져나가곤 했다. 시트를 손으로 꽉 움켜잡고, 여운에 부르르 떨리는 하체를 버텨 냈다. 몸이 두 도막으로 썰린 생선처럼 몸을 푸드덕거리고 있을 때.
…하아, 장 대표가 한숨처럼 신음을 뱉었다. 뜨거운 입김이 가슴 위로 쏟아졌다.
“…보지 물을, 이렇게 싸 놓고, 왜, 등신처럼, 못 넣고, 있는 거예요.”
“…흐읏, 흐, 흐응.”
구멍 안에선 장 대표가 처박는 대로 철썩철썩하는 소리가 났다. 민망한 소리에 광대 부근이 저절로 벌겋게 달아올랐다. 붉어진 얼굴로 남자에게 변명처럼 중얼거렸다.
“…으윽, 흐응, 제, 젤 때문에, 흑!”
날 내려다보는 장 대표의 매끈한 관자놀이엔 핏줄이 도드라져 있었다. 그는 광대와 뺨에 불그스름한 열을 달고 변명을 내뱉는 내가 한심하단 얼굴을 해 보였다.
“박히고 싶어서, 뒤로 질질 싸 놓곤, 젤 탓을 해요?”
지금 이 몸은 분명 내 몸이 맞는데, 그럼에도 내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없었다. 내 허벅지를 꽉 붙들고 있는 그의 손을 노려보았다. 내 허벅지를 쉽게 뒤덮을 만큼 크고 넓직한 그의 손등 위엔 새파란 핏줄이 돋아나 있었다. 그가 내 안을 찔러 올 때마다, 한층 더 울그락불그락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걸 열감 어린 눈으로 바라보다, 일순 허릴 비틀었다.
“…하악!”
순간 눈앞이 새하얗게 날아갔다. 괄약근에 꽉 힘이 들어갔다. 장 대표 또한 목을 울리며 끄응, 소릴 냈다.
하얗게 바랬던 시야가 점점 제자릴 찾아갔다. 장 대표가 씨근덕대는 숨을 참으며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내 좆 끄트머리를. 그의 셔츠 배 부근에 문질러지고 있던 좆 끄트머리가 번들거리고 있었다. 프리컴이 새어 나온 거였다.
장 대표의 싸늘한 음성이 습도로 가득 찬 허공을 갈랐다.
“이게 무슨 짓거리입니까.”
이미 충격에 휩싸인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잠시 넋을 놓았다. 그와의 관계에서 자신이 쾌감을 느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장 대표가 밑부분이 결합되어 있는 상태에서 내 팔을 우악스럽게 잡더니, 자신의 배 위에 날 올려놓았다. 다시 위치가 뒤바뀌었다. 그의 위에서 그를 내려다보는 각도는 상당히 낯설었다. 그의 꺼멓게 반질거리는 눈을 마주 보다, 교묘히 시선을 피해 그의 어깨를 응시했다.
“이 정도 알려 줬음 됐겠죠.”
처음 취하는 자세이다 보니, 조금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의 단단한 배 위에서 잠시 뒤척거리자, 장 대표가 내 둔부를 꽉 쥐어 왔다. 그러곤 나조차도 오래 본 적 없는 내 둔부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음낭에 연신 부딪힌 탓인지, 온통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가 물었다.
“몸 전체에 분칠이라도 하고 왔습니까?”
“…아니요.”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그게 전부였다. 장 대표는 입술을 조금 내밀어 자신의 아랫입술을 할짝댔다. 그러곤 둔부를 내려놓고 반지를 낀 손으로 내 허벅지를 주물럭댔다. 그는 허벅지를 터트릴 듯 꽉꽉 눌러 댔다.
“이런 살결로 구멍 대 주면 끔뻑 죽긴 했겠습니다.”
“…….”
“화대는 얼마나 받아 왔어요.”
“…으.”
고통을 도저히 참지 못해, 이따금 신음이 입 밖으로 새어 나가기도 했지만, 장 대표는 그딴 건 전혀 개의치 않아 했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모르는 척, 얌전 떠는 게 보통은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남자는 쯧쯔, 혀를 차더니 이내 뜸을 들이고 있는 내게 면박을 줬다.
“뭐 합니까, 엉덩이 흔들지 않고.”
무릎을 세웠다. 자세가 상당히 불편했다.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게 좋을 텐데. 마땅히 붙잡을 게 없어 보였다. 그에 침대 헤드를 어설프게 손으로 잡곤 엉덩이를 위로 들었다가, 아래로 내렸다.
엉덩이를 움직이는 속도를 서서히 올렸다. 눈을 내리감고, 구멍에 장 대표의 좆을 품고 정신없이 허릴 흔들었다.
장 대표가 내 뒤 머리채를 잡았다. 아아, 고통을 삼키며 눈을 떴다. 장 대표가 가장 처음으로 눈에 들어왔다. 그는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날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시선으로 날 잡아먹고 있는 것만 같았다.
“흐응, 하아!”
“하아, 헉….”
“아아, 흣, 하아아, 흐응, 흐!”
돌연 이상한 기분이 들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허공에서 불쌍하게 꺼덕꺼덕거리고 있는 내 좆과, 불룩 솟았다 다시 얄팍해지는 배가 동시에 보였다. 아무래도 배 안이 이상했다. 손을 내려 장 대표의 좆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아랫배 부분에 갖다 댔다.
“…하으으.”
두 눈엔 자꾸 열감이 몰리고, 코끝이 찡했다.
“…배, 배가.”
“배가 왜요.”
그가 동굴에서나 들을 법한 음산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임신이라도 할 것 같습니까?”
장 대표는 제가 뱉어 놓은 말에 도리어 본인이 흥분한 듯했다. 장 대표가 내 둔부를 강하게 움켜잡아 왔다. 그러곤 자신의 엉덩일 거세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으으.”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반지 낀 손으로 내 좆을 붙잡아 왔다. 그러곤 그걸 위아래로 마구 흔들기 시작했다. 거칠기만 한 손짓이었다. 그럼에도 내 몸은 착실히 움직였다. 난 그의 손에 좆질하는 놈처럼 허릴 흔들어 댔다. 앞은 그의 손에다 박고, 뒤는 그의 좆으로 뚫렸다.
“…흐윽, 흐응, 하아!”
“큭.”
“…대표님, 대표님, 좀만, 흑, 처, 천천히.”
거의 공중에 뜬 채로 그의 걸 받아 냈다. 그에게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허릴 붙들려 있는 탓에 그도 불가능했다. 장 대표의 좆이 내장을 꽉꽉 위로 밀어 올렸다. 갈비뼈가 그에 의해 다시 짜 맞춰지고 있었다.
“배, 배가…!”
배를 움켜잡았다. 장 대표의 좆이 당장이라도 뱃가죽을 뚫고 나올 것 같았다. 두려움에 그의 걸 눌렀다.
장 대표가 억누른 신음 새로 물어 왔다. 왜요?
“좆이 배를 뚫고 나올 것 같아요?”
“…흐윽, 네, 네! 조금만, 조금만, 천천히, 흑, 해 주세요….”
뺨이 뜨거웠다. 눈앞이 희뿌옜다. 못 참고 눈을 질끈 감아 버리자, 장 대표의 복근 위로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장 대표는 냉랭한 어조로 호흡을 중간중간 끊어 내며 말을 뱉었다.
“상식적으로 뱃가죽이 그렇게 약할 리 없잖습니까.”
“으흐윽…!”
몸이 이상했다. 아주 작은 자극을 받아도 몸을 부르르 떨었다. 당장이라도 자지러질 사람처럼 흐느꼈다.
“고작 그딴 말로 날 흥분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게 너무 우습네.”
“흣…!”
“어?”
“으흐, 흐윽…!”
“진짜 해 버리고 싶게 만들어, 아주.”
난 마구잡이로 나부끼는 몸을 지탱하기 위해, 결국 장 대표의 가슴팍 위에 손을 올려야만 했다. 손바닥에 데일 듯이 뜨거운 그의 몸이 느껴졌다. 그의 몸은 잘 단련되어 있었다. 단단한 데다가, 탄력도 갖추고 있었다.
“흐응, 하아…!”
몸 중심에 자꾸만 기묘한 감각들이 몰려들었다. 문득 소변이 마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그걸 깨닫고 나자, 배뇨감은 순식간에 파도처럼 몰려들어 왔다.
배뇨감을 참기 위해 허벅지를 꼬려고 했다. 그러나 장 대표는 연신 내 다릴 우악스럽게 벌려 좆질을 계속해 댔다. 정신없이 흔들리며 신음 새로 그를 불렀다.
“대…!”
“…읏.”
“대표님…!”
새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장 대표가 잠시 허리 짓을 멈춰 줬다. 방해받은 그는 날카롭게 찢어진 눈가 한쪽을 추켜올렸다. 그의 눈은 상당히 충혈되어 있었다. 이 미친 행위는 나뿐만 아니라, 그마저도 흐트러지게 한 듯했다.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한들, 늘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던 그였는데.
그의 가슴팍 부근 셔츠를 움켜잡으며 말했다.
“…싸, 쌀, 쌀 것 같습니다.”
“뭘.”
“오, 오줌을….”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졌다. 장 대표의 어두운 셔츠가 짙게 물들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후두둑, 한 방울 더 떨어졌다. 그게 기폭제가 되었다.
씨발, 장 대표는 욕지거릴 뱉더니 내 둔부를 붙잡고 안을 쑤셔 왔다. 그의 허벅지와 마찰된 둔부에서 퍽퍽,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흐읏, 하아, 응!”
“후우, 하!”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았다. 완전히 새로운 감각을 일깨우고 있었다. 차라리 주먹을 넣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다리가 오므라들다, 종내엔 체조 선수 다리처럼 쫘악 펼쳐졌다. 그때였다. 눈앞이 하얗게 바래고, 몸 안에서 무언가가 팍, 터진 느낌이 든 것은.
모든 것들이 흑백 영화처럼 보였다. 백 아니면 흑. 흑 중에서도 가장 짙은 색을 띠고 있는 장 대표의 꺼먼 눈이 시야에 들어왔다. 몸이 쾌감의 잔재로 인해 부들부들 떨렸다.
그의 걸 몸에 꽂아 넣은 채로 몸을 털며 사정했다. 구멍이 조였다, 풀었다를 계속 반복했다. 꽉 눌러 감고 있던 눈을 천천히 떴다. 장 대표가 턱을 꽉 다문 채로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누가 앞으로 사정하라 했습니까.”
“…….”
“서수원 씨는 뒷보지로 싸야 하는데.”
그게 맞잖아요? 장 대표가 그리 물었다.
척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그의 셔츠가 온통 정액으로 적셔 있었다. 심지어 농도도 굉장히 짙었다. 농도 짙은 액체에 푹 담겨 있던 정신이 물밑에서 끌려 올라왔다.
“…죄, 죄송합니다.”
“…….”
“…제가 세탁을.”
난 덜덜 떨리는 손을 천천히 내려 그의 단추를 하나하나 풀었다.
“뭐 하는 겁니까.”
장 대표는 지금 기분이 더러울 게 분명했다. 면밀히 살펴본 얼굴 표정엔 별다른 변화가 없었지만, 내 정액으로 젖은 셔츠가 그의 피부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그에 얼른 옷을 몸에서 벗겨 내 주고자 했던 것뿐이었는데.
장 대표는 그런 내 손길을 오해했다.
“또 가고 싶어요?”
“…….”
“뒤로 박히고 있는 주제에 몸 부르르 떨면서 앞으로 싸고 싶냐구요.”
그가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장 대표가 사정의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은 내 몸에 대고 엉덩이를 흔들며 낮은 목소리로 뇌까렸다.
“…허억, 나도 지금, 오줌 싸고, 싶은데, 서수원 씨 몸에, 헉, 대고, 해도 됩니까?”
“…으흐윽.”
장 대표가 내 귀를 잘근잘근 씹었다.
“어? 서수원 씨 장에, 오줌 눠도, 되냐고, 묻잖아요.”
마구 도리질을 쳤다. 눈가와 뺨에 달려 있던 눈물이 흩뿌려졌다.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그에게서 도망치고 싶었다. 장 대표가 정말로 몸 안에 오줌을 눌까 두려워 그에게서 도망쳐 룸을 빠져나가려 했다. 그러나 장 대표는 내 허릴 잡고 다시 자신의 좆 위로 날 내려 찍었다.
“…흐으읏.”
한차례 정액을 뱉어 낸 내 좆은 다시금 서서히 발기했다. 장 대표가 입에 넣고 음식물처럼 씹고 있던 내 귀를 퉤, 뱉더니 날 심문해 오기 시작했다.
“무서워요?”
“…네, 네, 흐윽.”
이번엔 고갤 끄덕거렸다.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쫙 끼쳤다. 장 대표가 한차례 더 물어 왔다.
“내가 정말로 서수원 씨 몸 안에서 오줌을 눌까 봐?”
그의 가슴팍에 손을 댄 채로 몸을 지탱하고 있다가, 결국 와르르 무너져 그의 위로 쓰러졌다. 그가 내 허릴 팔로 감싼 채로 엉덩일 움직이며, 다른 선택지를 던져 왔다. 아님 내 존재 자체가?
난 뭐라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저 그가 이끄는 대로 몸을 흔들다가, 조용히 말했을 뿐이었다.
…무서워요, 라고.
***
쏴아아, 물소리에 잠깐 들었던 잠에서 깼다. 눈을 조금 떴다.
열린 창가로 새벽빛이 조금 들어왔다. 장 대표는 내가 기절한 듯 잠든 이후에도 두세 차례 안을 헤집어 왔다. 그 덕에 그가 내 장 안에 남긴 정액들이 배 안에서 춤추고 있는 듯했다. 후유증이 끔찍할 게 분명했다.
뚝. 물소리가 끊기더니 돌연 달칵, 화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에 반사적으로 눈을 꾹 감았다. 깨 있는 걸 안다면 다시 박아 올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근처에서 사부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갈 준비를 하는 모양이었다. 아직도 그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진 알 수 없었으나, 이 시간이 보통 일반인들의 출근 시간대가 아님은 알고 있었다.
칙,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그에게서 잘 나곤 하던 향수 냄새가 코끝에 스쳤다. 은은하지만, 깊이가 있는 향이었다. 그러곤 한동안 정적이었다. 기분 탓인진 알 수 없었으나, 얼굴과 몸에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눈을 떠 보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가 쉬이 나지 않았다.
곧 슥슥, 슬리퍼가 바닥에 스치는 소리가 났다.
그에 용기를 얻어 그제야 난 실눈을 떴다. 장 대표의 위협적으로 널찍한 등이 눈에 보였다. 내 정액으로 엉망이 된 셔츠를 한 손에 쥔 그는 룸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난 얼른 그를 불러들였다.
“…대표님.”
내 목을 뚫고 나온 끔찍한 목소리에 그가 느지막이 내게로 등을 돌려 왔다. 새 셔츠로 갈아입은 그의 얼굴엔 낯선 기색이 떠올라 있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약간 놀란 것 같기도 했다.
“뭡니까.”
“…오늘.”
이미 엉망으로 뜯어져 있는 시트를 손으로 부여잡았다. 써늘하게 가라앉은 눈동자가 머뭇대는 날 지켜보았다.
“오늘 몫은.”
뒷말을 흐렸음에도 남자는 내 말뜻을 능히 이해했다. 남자의 입꼬리 한쪽이 비틀렸다.
“셔츠를 이따위로 만들어 놓곤 화대 얘기가 나옵니까?”
그가 내게 자신의 셔츠를 내보인다. 검은 셔츠 위, 하얀 얼룩이 얼룩덜룩하게 남아 있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순간이었지만, 돈에 한해서는 그에게서 물러날 마음이 없었다.
“발정 난 고양이처럼 엉덩이 들썩거리기는.”
차마 뭐라 말은 잇지 못하고, 입술만을 들썩거리고 있을 때. 그가 말했다.
“전화 올 테니 그때까지 기다려요.”
침을 뱉듯 말을 씹어뱉고는 남자는 호텔의 문을 열어젖혔다. 그렇게 밖으로 빠져나가려다, 뭔가가 떠올랐는지 눈썹을 종잇장처럼 구기곤 내게 경고했다.
“서수원 씨 닳고 닳은 티 내지 말라고 분명 말했습니다. 옷 제대로 갖춰 입고 있어야 할 거예요.”
쾅, 그의 등 뒤에서 문이 닫혔다. 나는 닫힌 문을 한참 동안 멍한 눈으로 바라보고만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보이는 옷을 몸에 대충 껴입었다. 그 길로 대표의 옆방으로 옮겨 왔다.
샤워를 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 침대 위에 앉아 있을 때였다.
띠리리, 띠리리.
돌연 룸 안에 있는 전화기가 울리기 시작했다. 조심스럽게 수화기를 집어 올렸다. 수화기 상으로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을 장 대표의 부하 직원이라 소개한 그가 내게 물어 왔다. 지금 들어와도 괜찮냐고.
“네, 그러십시오.”
곧이어 띵동, 초인종이 울렸다. 난 하체에서 울려 오는 끔찍한 고통을 이겨 내며 문을 열었다. 장 대표와 마찬가지로 어두운 계열의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 하나가 뭔가를 손에 들고 앞에 서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난 경계심 어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장 대표님 밑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입니다.”
그가 자신이 들고 온 그걸 눈짓하며 내게 물어 왔다.
“이것 좀 안에 들여놔도 괜찮을까요?”
그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장 대표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전화 올 테니까 그때까지 기다려요.’
이 호텔은 이중 보안 장치가 되어 있어, 투숙객만 받는 카드가 없으면 쉬이 출입을 할 수도 없는 곳이었다. 이내 고갤 끄덕이곤 낯선 이보다 먼저 룸 안으로 들어와 침대 위에 앉았다. 그러곤 다리로 침대 아래를 가렸다.
구석 한쪽에 제가 들고 온 그걸 내려놓은 남자는 내게 묵례를 해 보이더니, 빠르게 룸 안을 벗어났다.
닫힌 문을 의미 없이 응시하다가, 이내 고갤 돌려 남자가 협탁 옆에 내려놓은 그걸 바라보았다. 천천히 발걸음을 움직여 그쪽으로 다가갔다. 손을 천천히 올려 그걸 매만지자, 손끝에 차가운 금속이 닿아 왔다. 남자의 직원이 방에 두고 나간 이것은 잠금장치가 있는 데다, 키 번호도 일곱 자리나 되는 금고였다.
금고를 눈앞에 두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장 대표는 내게 왜 이런 걸 보낸 걸까.
…설마?
머리를 언뜻 스친 생각에 몸이 잠시 흠칫 떨렸다. 장 대표라면. 장 대표라면 제가 만족할 때까지 날 이 좁은 데다 가둬 놓을 남자였다. 금고는 부피가 제법 커서, 아이 하나 정도는 몸을 구겨 넣는다면 들어갈 만한 크기였다.
경계심이 잔뜩 어린 손짓으로 문고릴 잡아당겼다. 덜컥, 문이 열렸다. 제법 널찍한 금고 안엔 지폐 뭉치가 놓여 있었다. 조심스레 지폐를 들어 올려 개수를 세어 봤다.
꿀꺽, 목울대가 절로 울린다. 살면서 이렇게 많은 돈을 손에 쥐어 보는 건 처음이었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이 돈을 갖고 창문으로 뛰어내려 이곳에서 도망쳐 나가고 싶었다. 날뛰려는 마음을 간신히 진정했다. 그러곤 침대 밑에 있는 돈을 끌어다 금고 안에다 차곡차곡 쌓아 넣었다.
“…….”
안을 채운 돈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땅에 묻거나 침대 밑에 숨겼을 때와는 상반되게 무척이나 안정감 있어 보였다. 금고의 문을 밀어 닫았다. 가슴 깊은 곳에서 의구심이 피어올랐다. 남자는 대체 내게 이걸 왜 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