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할 곳을 찾아 사람으로 가득 찬 번화가를 도는 데 이십 분. 빡빡한 주차 공간에 차를 밀어 넣는 시간까지 계산하면 그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부딪치지 않고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를 걸으며 승주는 문득 주머니에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 손짓 그대로 자연스럽게 주먹을 쥐고 내렸다.
인파 속을 걸으면서도 담배 생각이 들 만큼 거리는 혼돈했다. 붉은색을 주류로 개성이랍시고 번쩍이는 간판들, 네온사인. 입간판까지. 구두의 바닥에 미끌거리며 밟히는 전단마저 기꺼운 것이 없었다. 예상하기는 했지만, 그 이상으로 금요일 밤의 강남 거리는 정신 사나웠다. 이유 없이 떠드는 이른 취객의 목소리를 흘려들으며 그는 눈을 들어 빌딩의 윗면을 보았다. 사각형 건물의 삐죽한 모양을 보고 찾는 것이 차라리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지경이었다. 선경 빌딩, SH 타워. 밤하늘을 훤히 비추는 등대와 같은 건물을 보며 승주는 빌딩 사이의 곧고 좁은 길을 가로질러 걸었다.
늘 같은 금요일 밤이었다. 다른 일정이 없다면 승주는 준영을 데려다 어디든 드라이브를 하러 갔을 것이었다. 그 드라이브는 자연스럽게 식사로 이어지곤 했었다. 혹 그 식사 자리가 호텔이라면 하룻밤 정도는 머물러 갈 수 있는 그런 주말. 그런 주말의 시작이 평소와 달라진 것은 아침에 준영이 조수석에서 내리기 전 했던 말 때문이었다. 대학교 정문 앞 사거리에 차를 댄 뒤 내리기 전 짤막한 대화였다.
“오늘 집에 조금 늦어요.”
“얼마나.”
“평소보다 한두 시간 정도요.”
“무슨 약속 있어?”
승주는 핸들을 가볍게 쥐며 건성으로 물었다. 딱히 있는 약속마다 다 캐묻는 편은 아니었지만 무언가를 하고 오기에는 애매한 시간이었기에 되물은 것이었다.
“오후부터 강남 스터디 룸에서 약속 있어요.”
“저녁은.”
“들어와서 먹을 거 같긴 한데… 조금 늦을 테니까 형은 편한 대로 해요.”
“데리러 갈까.”
“거기 차 대기도 어려운데 형 불편하잖아요.”
“편한 대로 하라며.”
“그러니까….”
여기까지 말하며 차 문을 열려던 준영은 돌아보는 표정이 부드러운 것을 보고는 따라 미소 지었다.
“그래요. 형 편한 대로 해요.”
“건물 위치 문자로 보내 놔.”
“네. 차 대기 힘들어도 몰라요.”
“한참 어린 애인 데리고 살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
그 말에 준영은 웃던 얼굴에 굉장히 어려운 표정을 띄워 보이며 차 문을 열고 나갔었다. 가끔 놀랄 만큼 편안하게 굴다가도 준영은 승주를 곧잘 어려워하기도 했었다. 그게 다 각기 다른 애정의 모양새임을 알아 승주도 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었다. 어려워하건 편해졌건, 이준영은 권승주를 많이 좋아했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 다소 맹목적으로 비춰질 정도로.
그것을 뻔히 알기에 눈앞에 보이는 모습에도 승주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는 것만으로 첫 번째 반응을 멈출 수 있었다. 스터디 모임은 대체 뭘 공부하겠다고 모인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남녀의 성비가 칼로 잰 듯이 삼 대 삼으로 딱 맞았다. 그리고 다들 둥글게 둘러서서는 들떠 보였다. 마치 방금 전 그가 스쳐 지나왔던 유흥가의 분위기와 다를 것 없이.
그 사이에서 유일하게 고개를 젓는 것은 이준영뿐이었다. 몇 번을 다그치듯 준영에게 말을 하던 주변 사람들 중 한 여학생이 준영의 팔에 친한 듯 팔짱을 끼는 것을 보았다. 그것을 또 다정하게 웃음을 지어 보이며 살살 달래 떼어 내는 모습을 보며 승주는 속이 뒤틀렸다. 그럼에도 당장 잡아끌고 나올 만큼의 화가 난 것은 아닌 게 또 신기했다.
그것은 굉장히 이상한 감정이었다. 이준영을 믿기에, 그 애정의 모양새를 매일 확인하며 품었기에 지극히 믿고 있음에도 뒤틀리는 이상한 감정. 승주는 헛웃음을 지으며 꺼낸 담뱃갑에서 한 개비를 빼어 물었다. 믿음이 단단한 데도 시야가 좁아지는 느낌이라니. 생소한 감정이 불을 지펴 번져 나갔다.
적극적으로 대화를 이끄는 여자의 청바지가 준영의 바지와 색이 비슷한 것이 거슬렸다. 그렇게 사람들 사이에 녹아들어 있는 준영의 모습도 거슬렸고. 기어코 그 옆에서 어깨동무를 하려 드는 남자의 얼굴마저 훑으려는 사이, 흰 얼굴이 고개를 돌리던 중 정확하게 승주의 얼굴을 봤다. 길 너머에서 눈을 깜빡이며 보는 표정이 잔잔히 바뀌어 갔다. 그 다음 순간 준영은 사람들을 헤치고 그대로 길을 건너왔다. 고작 이 차선이라지만 횡단보도도 없는 길을 그대로 건너 달려오는 모습에 승주가 저도 모르게 몇 걸음 앞서 나갔다. 느린 차들을 피해 보도블록을 딛고 올라오자마자 두 사람은 나란히 섰다. 승주의 앞에 선 준영은 입술을 벙긋거리다가 말했다. 그 잠깐 달렸다고 숨이 찬 건 아니었겠지만 말이 더뎠다.
“언제 왔어요. 어. 그러니까. 언제부터 있었어요?”
“너 계단 내려올 때부터.”
승주의 고갯짓을 따라 뒤를 돌아보던 준영은 방금 전 내려온 건물의 일 층 로비를 보고, 그 앞에 모여 선 자신의 일행들을 봤다. 호기심이 깃든 표정들이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거기에 마무리 인사를 하듯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반응에 상관없이 곧바로 승주를 마주 봤다. 마주 본 눈동자에 어린 온갖 색의 네온사인을 보며 승주가 혼자 웃었다. 잔잔하게 웃는 그 웃음을 준영도 따라 웃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살그머니 손을 들더니 승주의 입에서 담배를 빼어 냈다.
“오늘 아침에 피웠잖아요.”
“그랬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테라스 나간 거 알아요.”
“자고 있는 줄 알았더니.”
“덜 피우기로 했잖아요.”
“아직 불 안 붙였어.”
“그래도.”
“나도 모르게 물고 있었던 거니까 봐줘.”
“왜요.”
“글쎄.”
답지 않게 대답이 두루뭉술했다. 질문을 넘긴 승주가 준영의 팔을 가볍게 잡아당기며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준영은 등 뒤가 따끔거리는 것만 같은 느낌에 시선을 돌리려다 말았다. 다들 보고 있겠지. 누구인지 궁금해할 것도 뻔하고. 하지만 이 광경을 보고 있을 사람들보다 옆에 걷는 승주에게 더 신경이 쓰였다. 아무런 말 없이 함께 걷고 있는 승주가.
***
저녁 식사 뒤 곧바로 집에 돌아온 두 사람은 각자의 할 일을 했다. 승주는 태블릿 PC를 몇 번 두드려 확인하더니 발치의 테이블에 내려 두고는 거실의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 TV에서는 무료한 영화가 흘러가고 있었다. TV 액정에 맺힌 색채가 거실 전체에 드리워졌다. 붉은빛이 승주의 깊은 눈두덩이를 비추고는 얼굴을 훑고 지나갔다. 오늘따라 고요한 옆모습을 힐끔 보며 준영은 괜히 거실을 오갔다. 승주는 눈앞을 왔다 갔다 하는 인영을 보고도 별말이나 특별한 내색을 안 했다. 원래 말수가 적다지만 그중에서도 현저히 적은 날이었다.
불편한 분위기를 읽은 준영은 그 앞을 괜히 왔다 갔다 하다 결국 소파의 옆자리에 기대앉았다. 소파의 등받이에 얼굴을 미끄러트리듯 기대자 승주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준영을 봤다. 할 말이 있는 게 빤한 태도였다. 방금 씻고 나왔는지 희멀건 얼굴이 길게 기대앉은 승주를 응시하다가 먼저 말문을 텄다.
“형.”
“응.”
“화났어요?”
“아니.”
“담배 피울래요?”
“됐어. 그거 때문인 줄 알았어?”
“그건 아니지만.”
대답을 듣고 말을 잇는 대신 뺨을 만지작거리던 손이 허벅지로 내려가 그 위를 가볍게 두드렸다. 선이 굵게 맺힌 손이 두드리는 두툼한 허벅지를 보며 준영은 그 뜻을 알면서도 한 번 모른 체했다. 알아들었다고 해서 냉큼 앉기에는 아직 익숙지 않았다.
“올라와.”
“무거운데.”
“담배 대신에 입술이라도 줘.”
“그게 뭐예요.”
“빨리.”
재촉하던 승주가 다시 한번 허벅지를 두드렸다. 멋쩍은 듯 주춤거리며 일어난 준영은 제 무게도 제대로 못 싣고 어색한 자세로 승주의 허벅지에 앉았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입술을 가져다 댔다. 기대앉은 자세 그대로 가깝게 숙인 상체를 보다가 승주도 고개를 기울여 입술을 맞댔다. 그리고는 아랫입술을 가볍게 물고 잘근거리기만을 반복했다. 물린 입술에서 화끈거림이 번질 때마다 준영은 속눈썹을 움찔거렸다. 간질거림이 닿지 않는 부분까지 퍼져 나가는 것 같았다. 입술을 넘어 턱 밑과 목덜미. 가슴 부근까지. 입술을 떼고 떨어져 관찰하듯 내리꽂히는 시선에 준영은 눈을 깜빡이면서도 마주 보았다. 검은 눈동자가 또렷했던 눈이 무르게 흐려졌다. 그런 눈을 하고도 이유를 찾다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화 안 난 거 같기는 한데.”
“그래 보여?”
“근데… 기분은 안 좋아 보이고.”
“또.”
“정확히 뭐가 기분 안 좋은지는 모르겠어요. 왜 화가 안 난 건지도 모르겠고.”
“내가 왜 화를 내야 하는데.”
“제가, 음… 뭐. 아까 그랬으니까?”
“그랬던 게 뭐야.”
“너무 친하게 보였다든가.”
“내가 고작 그거 갖고 그러겠어?”
“그럼 뭐지.”
맥락은 짚어 냈지만 정답을 찾기는 어려웠다. 반대편 허벅지에 올려 뒀던 손이 온기를 담아 품 안의 이를 쓸었다. 목덜미의 맨살을 가볍게 어루만지던 손이 위로 올라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끄트머리에 물기가 남은 머리카락 사이로 손가락을 넣어 쓰다듬자 준영은 뒷목이 저릿해지는 기분에 어깨를 움츠리다가 말았다.
“내 거에 누가 손대는 게 싫은데.”
다음 순간 툭 하고 빗장뼈를 두드리듯 건드린 손길이 무례하게 가슴을 쓸고 내려갔다. 준영은 제 몸을 맡기고는 자세를 편하게 고쳐 앉았다. 가슴 아래로 내려가 옆구리를 천천히 쓰는 손길에 따라 부드러운 면 티셔츠가 구겨졌다 펴지기를 반복했다. 새삼스레 피하기에는 서로 안 닿은 곳이 없는 사이였다.
“그래 봤자 내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화가 안 나다가도. 그렇게까지 널 믿고 있는 내가 웃겨서.”
“아하.”
“그게 다야.”
“네 뭐.”
“뭐. 그다음은?”
“뭐… 맞다구요.”
“뭐가 맞아.”
“형 거 맞다고 대답한 건데.”
가만히 안겨 있으면서 이 정도 대답을 하는 것도 큰 발전이었다. 아직 눈을 똑바로 맞추지는 못하지만. 괜히 딴청을 피우듯 허공의 어딘가를 응시하며 준영은 작게 중얼거렸다. 둥근 콧방울 아래의 입술이 움직이다 멈춘 것을 빤히 보다가 승주는 문득 충동적으로 질문했다. 이럴 때만 쓸데없이 나긋하고 다정한 음성이었다.
“그럼 확인해 볼까?”
“뭘요.”
“확실히 내 거 맞는지.”
옆구리를 감싸 안고 있던 손이 티셔츠를 걷어 올리며 강하게 당겨 안자 준영은 약간 얼굴을 붉혀 왔다. 그 와중에 닿은 입술 너머로 넘어온 혀를 받아 머금었다. 짙은 체향이 코끝에 훅 끼치도록 살이 문질러졌다.
준영은 입술을 한껏 벌려 열기를 삼키면서도 벗겨지는 옷에 눈을 내리깔아 힐끔 볼 뿐이었다. 대신 간간이 틈이 생겨 멈출 때마다 승주의 가운을 함께 벗겨 내려 했다. 어깨 밑까지 내린 가운 대신 맨살 위에 손바닥을 대 보았다. 딱딱하고 너른 품이 뜨거웠다.
내보이지 않은 곳이 없었고 섹스를 해 보지 않은 장소가 없었다. 거실은 그중에서도 온건한 장소인 편이었기에 딱히 뺄 이유가 없었다. 갑작스레 벗겨진 옷에 몸이 체온을 유지하려 움츠러들 뿐이었지.
순간 승주는 발밑에 떨어진 옷가지들을 쓱 치우며 맨살을 주물렀다. 가슴을 문지르다가 무르익어 색이 짙어진 유두를 슬쩍 당기던 손이 아래를 천천히 향했다. 얇은 피부 아래의 근육과 뼈의 결이 만져졌다. 납작한 배가 작게 오르내리는 것을 느끼다가 그 아래 회음까지. 얼마 전 제모를 해 부드러워진 샅 사이를 파고든 손이 틈을 눌러 벌렸다. 빛을 보지 못해 흰 살결에 서로 다른 날 남긴 흔적들이 붉게 이어졌다. 드러난 밑을 보던 시선이 점차 묵직해졌다. 욕망이 묵직하게 실린 시선을 받다가 얼굴을 붉힌 준영은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그만 봐요.”
“아직 다 보지도 않았어.”
“뭘 더 보게요.”
“벌려 봐.”
“더?”
“더.”
그 말에 작은 주저와 함께 흰 허벅지가 조금 더 벌어졌다. 밑을 낱낱이 드러낸 것을 만지작거리던 손이 올라와 얼굴을 감싸며 턱을 쥐었다. 말간 얼굴에 색이 돌아 흔들리고 있었다. 창피하면 그냥 있을 것이지. 그걸 또 곧이곧대로 들어 다리를 벌려 주면서도 얼굴은 붉혔다. 이걸 언제 다 키워 먹을지. 한탄이었지만 충분히 기꺼운 일이었다. 승주는 자꾸 깜빡이는 검은 눈동자를 내려다보며 거짓말했다.
“잘 안 보여.”
“아직도요?”
“안쪽에.”
“…안쪽을 어떻게 봐요.”
“내려가서 보여 줘. 앉아서.”
“바닥에 내려가서?”
“응.”
이것도 들을까. 궁금증을 차분히 누르며 승주는 입술을 몇 번 겹쳤다. 그러고 나니 또 어렵사리 몸을 움직여 일어난다. 소파나 그 앞의 커피 테이블에야 몇 번 눕혀 봤다지만 준영만 바닥에 내려간 것은 처음이었다. 이렇게 눈높이가 다른 자세를 취한 것도.
어떻게 앉을지 두고 보자니 천천히 굽혀진 무릎을 꿇고 앉으려고 자세를 잡았다. 엉거주춤 발치에 꿇어앉은 무릎이 모이려 하자 부드럽게 지적했다.
“모으면 어떻게 봐.”
“그럼…?”
“다리 벌려 봐.”
“어떻게요.”
“다리 세우고 앉아서.”
허리를 바로 세운 자세에서 양손이 엉덩이 옆의 바닥을 받쳐 앉았다. 그 자세에서 어중간하게 접힌 다리가 좁은 각도로 벌어졌다. 그래도 아직 보이기에는 멀었다. 승주는 딛고 있던 다리를 느리게 뻗어 사이로 집어넣었다. 허벅지 안쪽의 연한 살이 발가락 끝에 쿡 닿았다. 별거 아닌 접촉에도 화들짝 떨린 몸이 약간 물러난다. 그래 봤자 등이 테이블의 기둥에 밀착되자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무릎은 손으로 잡고. 좀 더.”
“형, 이건. 좀.”
“이제 보이네.”
붉게 물든 회음 아래의 속살이 보이고 나서야 자세는 멈췄다. 잠깐 색색거리는 숨소리를 듣다가 승주는 천천히 발을 놀렸다. 전혀 무례하지 않은 움직임이었다. 발가락의 끝이 천천히 발목과 종아리를 쓸어 들어갔다. 깃털이 구르듯 가볍고 느린 감각이 살갗 위로 움직였다. 무릎 밑을 가볍게 스쳐 허벅지까지. 다리를 벌리느라 팽팽하게 당겨진 허벅지 안쪽 피부를 누르고 지나갔다. 그 와중에 일어선 성기가 발끝에 비벼졌다. 흠칫 굳었던 몸이 부드러운 놀림에 천천히 이완되어 갔다. 또 그걸 얼굴을 붉히면서도 견뎠다. 승주는 늘 묻던 대로 물었다.
“괜찮아?”
“응. 아직은.”
“그럼 이건.”
“아, 음….”
“안 아파?”
“응, 안 아픈데. 흐읍.”
발끝으로 지그시 힘을 더해 눌렀다가 떼어 낼 때마다 성기가 일어섰다. 말랑하던 것이 점점 힘을 받아 끝이 젖어갔다. 젖은 부분을 일부러 짓궂게 문지르던 승주는 이내 다른 곳을 더듬었다.
성기를 헤집던 발이 그 아래를 들춰 음낭 아래를 더듬어 내려가자 다시 무릎이 튀었다. 고조된 성감에 목이 말라 준영은 승주를 올려다보기만 했다. 그의 무릎 위를, 오직 그 위만을.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정한 눈빛을. 둥근 발가락의 끝이 헤집어 내려간 아래의 틈이 질척거렸다. 아래가 열릴 듯 눌리자 준영은 입을 열어 무슨 말이든 하려다 말았다. 그 모습에 승주가 오히려 되물었다.
“준영아.”
“응, 형….”
“무슨 말 하려다 말았어.”
“아래… 아래….”
“여기?”
가벼운 반문과 함께 둥근 끝이 붉어진 틈을 문질렀다. 입술이 탔다. 준영은 입술을 적시다 작게 입을 벌리고 숨을 쉬었다. 입구를 자꾸 누르는 발가락이 간지러웠다. 배의 안쪽이 욱신거리기도 했고. 순간 안을 파고드는 감각에 아래를 조이며 다리를 다시 움찔거렸다. 놓칠 뻔한 무릎 아래에 승주의 눈이 잠시 머물렀다. 그것만으로도 미끄러지던 손이 다시 무릎 아래를 꽉 잡아 쥐었다.
“준영아.”
“응… 흐읏….”
“아까 그 여자랑 친해?”
“누구요?”
“옆에 서 있던.”
“그냥, 같이 스터디해서….”
“매주 봤겠네.”
“응, 그래도… 아….”
마디 하나가 들어온 것이 안쪽을 쿡쿡 쑤시듯 벌리며 다시 물러났다. 발끝의 질척한 감각을 느끼며 승주는 가볍게 이를 물었다가 놓으며 깊게 숨을 내쉬었다. 발갛게 벌어진 안쪽을 발끝으로 벌리는 감각이 지나치게 부드러웠다. 그 감촉을 음미하며 각도를 약간 굽혔다. 그것만으로도 준영의 코끝에서 붉은 부분이 점점이 번져 나갔다. 귀는 이미 끄트머리까지 새빨개진 지 오래였다. 터질 듯 붉어진 준영의 얼굴을 보자 질문이 짓궂어졌다.
“여자애가 이것도 알아?”
“아, 뭘….”
“여기 이렇게 잘 벌어진 거.”
“아니, 몰라….”
“아쉽네. 예쁜데.”
물론 진짜 알게 된다면 곱게 두지 않을 테지만. 둘을 각자 다른 방법으로 말이다. 숨을 얇게 내쉬는 것을 살피며 벌려진 아래를 다시 눌렀다. 성감이 쉽게 오르는 데다 자주 열린 아래가 다소 헤펐다. 거기에 가학적 성향을 돋우는 표정까지. 승주는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으며 발끝을 물렸다. 붉은 안쪽이 언뜻 보였다가 다물리는 것이 보였다. 헐떡이던 숨을 참는 얼굴을 보자 불쑥 다른 생각이 들었다. 팽팽히 당겨진 허벅지 안쪽을 좀 더 눌러 볼지. 바닥에 내리눌릴 만큼 밟아 다리를 벌려 본다던가. 언뜻 지나간 장면을 잊으려 다정스레 불러들였다.
“올라와.”
“응, 응….”
“이제 넣자.”
차라리 몸을 겹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다리를 모아 일어서는 것을 보고 승주는 엉거주춤 일어나는 몸뚱이를 당겨 다시 무릎 위에 앉혔다. 그리고는 제대로 걸터앉으라는 뜻으로 양 허리를 움켜쥐어 당겼다. 이미 빳빳하게 선 성기 위로 말랑한 엉덩이를 주저앉히자마자 준영은 헉 소리를 내며 안겨 들었다. 제대로 풀지 않은 내벽이 성기를 쥐어뜯듯 움켜쥐어 왔다. 그걸 힘으로 밀어붙이자 이번에는 상체가 뒤로 확 꺾였다. 압박감을 눌러 참던 승주가 허리에 팔을 감아 안았다.
“아, 아!”
“준영아. 응?”
“응, 형… 응.”
“내가 널 어떻게 하면 좋을까.”
“형 하고 싶은 대로….”
“그럴까?”
정말 그럴까? 그렇게 해? 몇 번을 되물어도 얇은 목이 휘청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가슴팍에 부딪히듯 안겼다.
고개 들어 봐. 얼굴을 파묻길래 조곤조곤 속삭이자 그 목소리에 낚아채이듯 고개를 치켜들었다. 커다랗게 뜨인 눈동자에 고였던 눈물이 주륵 흘렀다. 승주는 그것을 윗입술로 핥아 내리며 입술을 찾았다. 입을 맞출 듯 솜털이 간질거리는 거리에서 그는 다시 허리를 짓쳐 올렸다. 무릎이 접힌 다리가 버둥거리더니 바닥을 딛고 지탱하려는 듯 내려가는 것을 보았다. 모르는 척 다시 허릿짓을 하자 성기가 좁은 안을 확 밀고 들어갔다.
“아, 좀… 아읏, 아, 악. 흣.”
“응?”
“너무 깊어. 흑. 흐윽. 아. 아아! 하으….”
세게 쳐올리던 승주는 체중을 온전히 싣게 하려고 양 허벅지를 쥐어 잡았다. 다리가 들리자 바닥에 닿지 못한 발끝을 오므리며 준영은 안을 꽉 조였다. 물리듯 다물린 안쪽에서 번진 열이 손끝까지 뻗쳐 승주의 어깨를 쥐었다. 가운의 깃을 당기고 안에 숨겨진 넓은 어깨를 움켜쥐는 손길에 단단하게 굳어 있던 승주의 입매가 슬쩍 비틀렸다. 비틀린 입매가 벌려진 입술에 찾아 들었다. 키스를 조르는 듯 벌려진 입술에 나온 혀를 빨고 당기면서.
더운 숨과 엉켜 입을 맞추던 그가 입술을 잘근 씹으며 물러나 허벅지를 천천히 쓸어 올리고 엉덩이를 쥐었다. 덕분에 떨어진 다리가 몸무게를 지탱했지만, 들썩이는 몸뚱이에 흔들려 효과가 없었다. 복받치는 울음을 삼키는 눈동자에 다시 눈물이 고이자 말랑하게 닿은 혀가 그 눈동자를 핥았다. 오돌토돌한 살덩이가 눈가에 문질러지자 몸이 또 움츠러들었다. 그런 몸을 받쳐 안으며 승주가 가만히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부드러운 살냄새가 났다.
“우네.”
“아니야.”
“더 하면 더 울 거야?”
“형.”
“응.”
“화 풀렸어요?”
“화 안 났어.”
“거짓말 말고.”
“진짜야.”
“근데 왜….”
“왜?”
왜 이렇게 거칠게 하냐고 묻기에는 평소와 다를 게 없어 준영도 쉬이 말을 못 했다. 거칠기야 늘 거칠었다. 오늘따라 더하기는 한데 정도를 표현하기 어려울 뿐이었다.
말을 할 듯 입이 벌어졌다가 다물리자 등허리를 꽉 잡은 손이 슬슬 엉덩이를 주물러 움직였다. 그 움직임에 맞춰 허리가 조금씩 흔들렸다. 배운 대로 허리를 써 하체를 움직이는 것을 보며 승주는 준영의 양손을 꽉 잡고는 함께 들썩였다. 곧추서 흔들거리는 말간 빛의 성기 아래로 굵은 것이 반쯤 들락날락하는 것이 보였다. 제대로 올라타 허리를 크게 흔들어도 끝까지 빼기 어려운 길이였다. 얼마나 더 가르쳐야 손 놓고 지켜볼 수 있을지. 힘을 실어 허리를 몇 번 위로 올리자 몸 안이 거북한지 미간이 좁아졌다. 그럼에도 쾌감에 입술을 물었다 놓는 것을 몇 번이고 하는 것이 보여서 다시 입을 맞췄다. 이번에는 승주가 목이 말랐다.
“이제 그만할까.”
“어? 흐읏, 왜?”
“그럼 계속해?”
대답을 듣기도 전에 거세게 허리가 움직였다. 경직되어 가는 몸을 끌어안고는 허리를 털 듯 추어올리던 승주가 안을 파고들어 사정했다. 내벽을 적셔 거북하게 만드는 감촉이 허락인양 준영은 몸을 떨며 사정했다. 주물러지지 않아도 정액을 내뱉는 성기가 승주의 배에 문질러지자 앓는 듯한 신음이 나왔다.
“흐응… 형. 나….”
“응. 놔 줄게.”
그대로 상체가 들어 올려져 아래에서 성기가 빠져나왔다. 갑작스레 벌려진 뒤에서 흐르지 않도록 힘을 주며 준영은 조심스럽게 다시 바닥으로 내려갔다. 다리 사이를 더듬어 파고들어서는 방금 전 사정한 성기의 끝을 입에 물었다. 코로 숨을 내쉬며 턱을 넓게 벌리는 동안 승주는 꿇어앉은 준영의 턱과 귓바퀴 부근을 문지르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얇은 등에서 이어지는 선이 허리 부근에 좁아지다가 동그랗게 엉덩이를 이루어 다리로 떨어졌다. 벌려진 엉덩이의 사이 발갛게 익은 부분을 보면서도 성기를 문 입 안에 몇 번 허리를 움직이다가.
“목 열어야지.”
“흐음….”
“살살.”
이내 목을 열어젖히고는 성기가 밀려 들어갔다. 좁은 틈을 쑤시고 목 너머로 끄트머리가 넘어가자 뿌리 부근까지 문 준영이 위를 올려다봤다. 목젖 부근에 가만히 손을 대 보자 들락날락하는 귀두의 끄트머리가 느껴졌다. 눈물이 흐를 듯한 눈을 하고도 가만히 입을 벌린 모습을 보다가 움찔거리는 허리가 보였다.
“입 쓰면서 허리 흔드는 건 어디서 배웠어.”
“흐으… 읏….”
“내가 가르쳤던가.”
“우읍, 윽….”
“이래서야 못 믿겠는데.”
“으읍….”
“내일 나가지 말까?”
부드러운 권유 형의 물음이었지만 듣는 이는 차오르는 숨이 부족해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내일 나가야 하는데. 목에 걸린 성기가 빠져나가자 얼얼한 입 안의 성기가 긁히지 않도록 조금만 고개를 흔들었다. 성기를 크게 문 입술 사이로 투명한 타액이 주륵 흘렀다. 그러면서도 반대의 대답에 보고 있던 눈매가 가늘어졌다.
“나갈 거야?”
“으응….”
“그럼 나가서 다른 새끼랑 이 짓 할 생각 안 들게.”
“흐으, 읍….”
“좆질 좀 하자.”
느릿하게 끄덕인 고개는 알았다는 듯, 혹은 뜻대로 하라는 듯 얌전했다. 빠져나간 성기에 콜록거리는 동안 승주는 제가 일어난 자리에 준영을 들어다 눕혔다. 침대까지 가기도 멀었다. 아니, 멀기보다는 마음이 급했다. 푹 파묻히는 가죽 소파 위로 눕자마자 승주가 준영의 다리를 벌려 쥐고는 그 사이로 파고들었다. 무게를 실어서는 엉덩이가 푹 파묻힐 정도로 세게 처박았다. 한참을 짓쳐 올리자 신음은 흐느낌과 앓는 소리로 바뀌어 갔다.
엉켜 붙던 신음이 점차 잦아들어 숨소리만 얽히기 시작했다. 안에서 흘러내린 정액이 끊임없는 마찰에 거품이 일 지경이 되어서야 준영은 겨우 우는 소리를 냈다.
“흐으… 형, 나 아파….”
“어디가.”
“안에, 아, 아….”
“안에 왜.”
“형이… 아….”
맞붙는 아랫도리에서 쩍쩍 소리가 울렸다. 모여드는 다리를 다시 쥐어 벌리고, 골반이 아프도록 눌러 파고들다가 무게를 실어 깊게 누르면 참았던 정액을 터트렸다. 준영이 안에 퍼지는 뜨끈한 감각을 멍하게 느끼는 동안 다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었다. 아, 또…. 허리가 녹을 듯 강하게 쳐 대는 힘에 준영은 멍해진 눈으로 승주를 올려다보며 성기를 받았다. 사정한 것이 무색하게 재차 부푼 성기가 내벽을 꽉 메우며 깊은 곳을 쑤셨다. 안에 싼 정액을 더 깊게 밀어 넣을 듯이 거친 움직임이었다. 다시 견디다가 얼얼하던 안쪽이 답답할 지경이 되자 울먹이던 울음이 커졌다. 준영의 성기는 사정을 하다 못해 줄줄 흘리며 우둘투둘한 복근에 눌려 질척거렸다.
“나, 아. 아으, 흑.”
“응?”
발음마저 뭉개지는 신음을 들으며 승주가 다리를 넓게 벌려 올렸다. 훤히 드러난 아래가 오르가즘에 잘게 떨리고 있었다. 준영이 주먹을 말아 쥐며 숨을 얕게 쉬는 동안 승주가 아래를 확인했다. 허연 정액이 넘쳐난 아래는 시뻘겋게 부어서는 성기를 빡빡하게 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곧추선 성기를 손안에 굴리자 다시 아픈 신음을 내며 몸을 움츠렸다.
“힘들어?”
“응, 그만. 힘들어….”
“여긴 섰잖아.”
“아냐… 안 그래.”
“안 그래?”
장난스레 성기가 당겨져 손안에 주물러지자 준영은 다시 안을 조이며 울먹였다. 그 울먹임이 고통뿐만인 것은 아니었다. 우는 소리에 섞인 신음을 들으며 승주는 흰 점액질을 가슴에 문질러 바르며 바짝 솟은 유두를 꼬집었다. 다시 허리를 움찔 떨며 준영은 붉어진 입술로 숨을 뱉었다. 몸이 망가지도록 몰아붙이는데도 쾌감의 역치에 닿은 듯한 표정은 보는 이까지 성감을 단숨에 끌어 올리도록 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완전히 놓아 버릴 텐데. 뒤로 넣어지는 성기에 정신이 팔려 뭣도 못 하는 놈을 만들 수도 있을 것만 같은데.
“이제 못 해. 진짜. 아니, 아니야….”
허공을 가르며 밀어내던 손이 승주의 가슴을 밀어냈다. 따끈한 손은 힘이 없었다. 하지만 밀어내는 무게가 무거웠다. 별거 아닌 손짓인데도 승주는 기분이 이상했다. 허리를 더 들어 올리도록 밀어 성기를 깊이 파묻자 마디 사이가 잘게 떨리도록 힘이 들어갔다. 가슴을 밀어내는 것뿐인데 마치 그 안의 심장을 쥐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상하게 뜨끈해지는 마음을 숨기고자 사이마다 손가락을 끼워 넣어 깍지를 껴 잡으며 생각했다.
이상하지. 울린 너를 보는 게 왜 이렇게 무서울까. 축축하게 젖은 눈매를 보자 불쑥 걱정이 도졌다. 혹여 흔들릴지, 물러설지. 그게 아니더라도 바라보는 눈빛이 움츠러들지. 이길 만한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늘 뜻대로 들어줄 수밖에 없었고. 허리를 숙인 승주는 품 안에 차도록 연인을 꽉 끌어안고서는 이마에 입술을 문질렀다. 그렇게 맞물린 아래가 깊게 뚫려 준영은 다시 헐떡거렸다. 그것마저 달래 주고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쓰다듬다가 다시 끌어안았다.
“이제 그만할까?”
“그만이 아니라, 다 했잖아.”
“다 했나?”
“지금 몇 번을 했는데.”
“뭘 몇 번.”
“알면서 묻지 마요. 안에 싼 거.”
못 말할 줄 알았는데 꽤 날카롭게 추궁을 해 와서 승주는 모르는 척 준영을 일으켰다. 흐물흐물하게 녹아 있는 몸을 훌쩍 안아 올려서는 욕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준영은 그사이 제 뒤를 채우고 있는 것이 흐를까 안겨 있는 와중에 다리를 접어 힘을 줬다. 그러다 보니 더 매달리듯 끌어안는 모양새가 되었다.
매달리는 것을 고쳐 안고 욕실에 들어간 승주는 욕조에 걸터앉도록 내려 주고는 샤워기의 물을 틀었다. 차갑던 물이 따뜻해지자 몸을 가볍게 씻어 내고는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았다. 물이 바닥에 약간 차오르자 준영을 먼저 밀어 넣었다. 가까스로 기대앉아 있던 준영이 다리를 들어 넘기는 것조차 어려워하는 것을 보고는 혀를 찼다. 겨우 욕조 안에 앉은 자세를 고쳐 주다가 흰 등에 샤워기를 들이밀었다. 마른 등줄기를 타고 떨어지는 물을 따라 몸을 닦아 주다가 물었다.
“힘들어?”
“아니.”
“힘들면 바로 밀어내.”
“그럼 형은?”
“나?”
의아한 반문을 하며 젖은 목덜미를 문지르던 손이 귀를 덮은 머리카락을 쓱쓱 쓸어 넘겼다. 머리카락과 경계가 선명하게 진 흰 뒷덜미의 감촉이 좋았다. 귀밑에서 턱까지 이어지는 선과 그 아래 날렵하게 떨어지는 턱도. 자국을 찍어 놓으면 딱 좋을 텐데. 자연스럽게 번지는 생각을 누르며 승주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러려면 방학처럼 집에 오래 머무를 날이 있어야 했다. 대신 회음 부근과 허벅지 안쪽을 잔뜩 씹어 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그래도 보이지 않을 만한 가슴 부근을 괜히 만지작거리며 생각을 했다. 다 씻겨 놓고 데리고 나가면 이쪽에 자국을 찍어야지 하고. 골똘한 생각에 잠긴 얼굴을 보고 준영은 나른한 몸을 욕조의 벽에 기대며 중얼거렸다.
“형은 아직 부족한 거 아니에요?”
“할 만큼 했어.”
“아니잖아.”
생활 패턴이나 몸이 짜인 습관이 다르다지만 같은 성인 남자인데 이렇게나 다를까. 판판하게 넓은 어깨를 보며 준영은 괜히 제 팔뚝이며 어깨 부근을 만지작거리다가 그런 행동마저 피곤해 그만두었다. 권하던 운동을 피해 다녔었지만 이제는 스스로 운동을 따라갈까 고민되기도 했다. 섹스 다음 날 녹초가 되어 누운 자신과 달리 지친 기색 하나 없는 승주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었다.
나름대로 고민을 거친 질문이었지만 승주의 대답은 건성이었다.
“다 했어.”
“아니면서.”
“그럼 얼마나 해야 다 한 건데?”
그것이 바로 문제였다. 준영의 고민하는 침음이 약간 길어졌다. 흰 얼굴을 몇 번이고 물에 적셔 닦던 승주는 조용해진 대답을 기다렸다. 찰박이는 물소리를 내던 준영은 욕조의 물이 다 빠지도록 생각하다 저도 모르겠는지 되물었다.
“글쎄요. 얼마나 해야 해요?”
“그걸 왜 나에게 물어봐.”
“응?”
“네가 힘들면 할 만큼 한 거지.”
“그러니까 나 말고 형은 어느 정도인지.”
“맞추려고 안 해도 돼.”
그래도 오래 가려면 그런 게 잘 맞아야 한다던데. 술자리에 흘려들었던 음담패설 중 걸리는 건 그런 이야기였다. 잠잠해졌다지만 승주의 취향에 부족하지는 않을지. 스스로도 많이 익숙해졌고 남들에 비하면 이미 차고 넘치는 수위라는 것은 알았다. 대학 동기들과의 술자리에서 한참 취기가 올랐던 날이었다. 애인이 변태 같은 짓을 시켰다며 깔깔거리거나 야유하는 사람들의 경험담을 들었을 때 준영은 붉어진 얼굴을 숨기려 일부러 맥주를 꼴깍거리며 넘겼다. 승주와 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과하다고 말하는 것들이 전혀 과하지 않았었다. 붉은 기가 가실 일이 없는 제 몸의 은밀한 부분들을 생각했을 때, 그걸 모르는 사람들은 준영이 그런 이야기에 익숙지 않아 얼굴을 붉혔다고 생각해 괜히 아는 척을 했다. 저래서 어디 여자 손이나 제대로 잡겠냐고.
승주는 준영의 손을 고쳐 잡아 손가락 사이마다 쓱쓱 쓸어 문질러 주며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
“항상 말하지만 네가 확실하게 알려 줘야 돼. 여기가 한계다. 힘들다. 그런 거.”
“그러면 형은.”
“지금도 많이 따라와 주는 거 알아.”
뜨거운 물 안에서 승주의 손이 몇 번 더 움직였다. 다리 안쪽을 더듬던 손이 누르는 대로 쑥 들어가는 아래를 더듬어 만졌다. 흐물거리던 내벽이 한순간에 확 좁아지는 것을 느끼고는 손가락을 조심스레 움직여서는 안쪽을 벌려 냈다. 민망한 자세를 못 본 척하며 준영은 어렵사리 제 생각을 내뱉었다.
“그래도 부족하면… 안 되잖아요.”
“이것도 일반적인 수준에 비하면 거칠긴 하지.”
“그래도.”
“반대로. 넘쳐서 네가 나가떨어지면.”
“내가?”
생각조차 안 해 봤다는 투의 반문에 승주는 치밀어 오르려는 웃음을 누르며 손을 놀렸다. 이래서일까. 근래에는 괜찮았다. 정말이지, 딱히 눌러 참지 않아도 답답한 욕망이 없었다. 물론 눈앞의 연인은 눌러 참았다고 말할 수 있는 꼴이 아니었지만 더 이상 괴롭히고 싶지도 않았고. 아니, 이미 괴롭힐 만큼 괴롭혔기 때문일까. 자제한다고 하는데 왜 매번 울리는 것인지.
다시 흰 다리를 벌려 손가락을 밀어 넣자 붉게 부은 입구와 안쪽의 내벽에서 정액이 조금씩 묻어 나왔다. 깊이 넣어서 그런가. 혼잣말을 하던 승주는 아래에 깊게 넣은 손가락을 벌려 천천히 내벽을 열었다. 아래가 허전하게 열리는 감각은 도저히 적응하기 어려운 것이라 준영은 몸을 약간 뒤틀었다.
불편한지 조금씩 흘리는 신음이 자극적이어서 일부러 다른 생각에 집중하던 끝에 승주가 불쑥 물었다.
“자국 남겨도 돼?”
“어디요.”
“여기.”
손가락이 물기와 함께 젖은 어깨를 문질렀다. 목과 이어지는 부분과 가까워 보일 수도 있는, 그런 곳이었다. 준영은 잠깐 생각을 해 보는가 싶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반창고 붙이면 되겠죠.”
“여기는 어때.”
올라온 손이 넓은 면을 쓸어 올렸다. 귀밑과 훤히 드러나는 목덜미까지. 따뜻한 손이 어루만지는 곳을 느끼던 준영은 난처한 듯 웃으며 대답했다.
“거긴 휴가 때요.”
“휴가 때는 남겨도 돼?”
“네. 일주일 정도면 지워지겠죠?”
“아마도.”
반창고가 아니라 붕대를 준비해 가는 게 낫겠군. 첫날만 물고 빨 게 아니었던 승주는 챙겨 갈 물건 리스트에 붕대를 추가하며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
따뜻하게 풀린 몸이 노곤했다. 뻐근함을 못 이긴 준영이 침대에 엎드려 눕자 승주도 머리를 털고는 그 옆에 앉았다. 언제부터인가 준영은 제 방에 들어가자는 일이 적었다. 그전에도 적었지만 요즘은 더더욱. 대신 방을 청소할 아주머니가 의식되어 일부러 방을 어질러 놓곤 했다. 내일이 청소하러 오시는 날이던가. 생각하던 중 준영은 허리를 움직여 보려다 바로 누워서는 아래쪽을 더듬어 만졌다.
다리 사이로 슬쩍 파고들었던 손이 치워지는 것을 돌아서던 승주가 보았다. 재빠르게 이불을 덮으려 했지만 옆에 앉아 이불을 걷어 내는 손이 더 빨랐다. 모로 돌아누울 듯 움직이는 자세를 보던 승주가 혀를 찼다.
“많이 안 좋아?”
“아니. 평소 정도.”
“김 박사 부를까.”
“안 아파요. 정말로.”
혹시라도 부를까 싶었는지 단호하게 고개를 흔든 준영이 이불을 당겨 허리 아래를 가렸다. 승호의 입에서만 듣던 김 박사라는 존재를 봤던 것은 몸을 겹치다 기절하듯 쓰러져서는 자리보전을 하던 때였다.
그날따라 승주가 하고 싶은 만큼 했던 터라 몸이 많이 상한 날이었다. 저녁이 되도록 아픈 밑 때문에 끙끙거리던 준영을 보다 못한 승주가 결국 부른 김 박사라는 남자는 승주네 집안의 주치의로,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의 나이 지긋한 남자였다. 다시 말하자면 승주와 엉망으로 만든 몸을 맨정신으로 보여 줄 만한 대상은 절대 아니었다는 뜻이다. 그 후로 준영은 제 몸 보전을 위해 온 힘을 다했다. 정말, 두 번 다시는 상한 안쪽을 낱낱이 보여 주고 싶지 않았으니까.
확실히 나으려면 내일은 쉬는 게 낫겠다. 혹시라도 승주가 누굴 부를까 다시 못 박은 준영은 불편한 허리를 약간 움직이며 휴대폰을 건네받아서는 문자를 눌렀다. 휴대폰의 뒷면을 보던 승주가 그 옆에 길게 드러누워 동그란 이마를 손끝으로 만지다가 머리카락을 치워 내며 물었다.
“누구한테 연락해.”
“아까 스터디원들이요.”
“무슨 말.”
“오늘 아파서 못 간다고.”
어느새 시간은 자정이 지나 오늘이라 부를 날이 되어 있었다. 꼼꼼히 문자를 쓰고 다시 보는 준영을 보고 승주는 가볍게 중얼거렸다. 안됐네. 라고. 그 말을 차마 흘려듣지 못한 준영이 어이없다는 듯 반박했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데요.”
캐묻는 어투에도 승주는 모르는 척 이불을 젖혀서는 허벅지 안쪽을 은근히 쓸어 올렸다. 어차피 내일 나가지 않는다면 자국 몇 개 정도는 더 남겨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