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외전 1 (3/5)

현관을 열기 전 확인한 시간은 여덟 시를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와 있을까, 아직일까. 혼자만의 작은 기대를 가지고 현관을 열었건만 아직 집 안은 적막하기만 했다. 준영은 집 안에 들어와 괜히 방마다 문을 열어 봤다. 마른 종이의 뻣뻣한 냄새가 풍기는 서재에도, 가끔 승주가 담배를 피우는 테라스에도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거실 한가운데에 멀뚱하게 서 있던 준영은 무겁게 메고 있던 가방을 방 안에 가져다 두고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시간은 그새 조금 지났다. 승주에게 연락을 해 볼까, 그 와중에 또 머리를 굴렸다. 전화는 과한 듯하고 문자 정도가 알맞다는 생각에 간결한 문장을 보냈다.

「집에 오고 있어요?」

권승주가 출장으로 집을 비운 지 3일째 되는 날이었다. 오늘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이며 동시에 금요일이기도 했다. 다가올 주말에 아무런 일정이 없는 금요일. 그런 날이 연인들에게 어떠한 의미인지는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아도 결론이 나왔다.

준영은 침대 곁에 삐딱하게 서서는 휴대폰을 계속 만지작거렸다. 액정에 새로 뜨는 문자는 없었다. 아마도 운전 중이라 그러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기다리는 마음이 가시는 건 아니라 몇 분을 더 기다렸다.

결국 초조한 마음을 몇 번의 심호흡으로 가라앉히고는 방 밖으로 나왔다. 욕실을 들어갔다가 샴푸가 없는 것을 용케 확인하고는 걸음을 옮겼다. 주인 없는 침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서 그 안에 딸린 욕실에 들어갔다. 물기 하나 없이 마른 샤워 부스 안에서 준영은 옷을 죄다 벗고는 떨어지는 물 아래 몸을 맡겼다. 다소 뜨거운 물이 미지근할 때까지 온도를 낮추고는 오래도록 물을 맞았다. 혼자라는 초조함이 식고 열기가 가시도록.

오랜 시간을 샤워하던 중 간신히 정신을 차린 준영은 물기를 닦아 내며 생각을 정리했다. 승주와 연애를 하기로 했던 그날로부터 많은 날이 지나지도 않았다. 이렇게 생각하자마자 차가워진 몸이 다시 달아오르려 했지만 고개를 흔들어 생각을 지웠다.

세상일이 이렇게나 어려웠다. 특히 권승주와 연애를 한다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연인 사이라고 해서 어디까지 말해도 되는지, 이해해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얼마나 마음 놓고 매달려도 되는지, 좋아해도 되는지 가늠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혹여 너무 과한 것은 아닐까 제 마음을 스스로 점검해 보는 시간마저 있었다. 첫 연애인데다가 상대가 상대이니 만큼 더 그랬다.

언제쯤 친구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다른 친구들처럼 연애에 불평을 할 수 있을지. ‘밀당’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을지. 여기까지 생각하던 준영은 트레이닝복 바지에 다리를 끼워 넣다가 혼자 바람 빠진 소리를 내며 피식 웃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그런 날은 오지 않을 듯해서 그런 것이었다.

아마 모든 게 처음이라 이러는 게 아닐까. 자제되지 않는 생각이나 열병 같은 감정들이. 이렇게 생각하며 욕실의 문을 열었을 때였다. 나가려던 준영은 욕실의 바로 앞에 서 있는 키 큰 남자의 모습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물러섰다.

“으악, 형! 언제 왔어요?”

“삼십 분 전에.”

“삼십 분이요?”

“대충 그렇게 됐을걸.”

스스로가 얼마나 샤워하는지도 몰랐던 준영은 그럴 리 없다는 표정으로 목을 빼 시계를 찾아 봤다. 아홉 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이기는 했다. 얼떨떨하게 욕실 밖으로 나오는 준영에게서 수건을 빼앗아 든 승주는 젖은 머리카락에서 물기를 털어 내기 시작했다.

그사이 벌써 샤워를 마쳤는지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승주의 몸이 준영과 같은 샤워 젤의 냄새로 흠뻑 젖어 있었다. 코끝에 스치는 익숙한 향기에 준영은 괜히 고개를 더 숙였다. 그런 줄 모르는 승주는 열린 욕실 안에 한번 눈길만 줬다.

“욕실에서 뭐 하고 있었어?”

“샤워했죠.”

“아는데 한참 안 나오길래 빠져 죽은 줄 알았지.”

“형 온 줄도 몰랐어요.”

“그런 것 같더라. 안에서 물소리만 나고.”

시야를 어지럽히는 수건이 치워져 준영은 눈을 깜빡였다. 승주가 보기엔 언제나 뽀얀 피부와 검은 눈동자가 잘 어울리는 이목구비였다. 둥글고 입체적인 이마를 덮은 검은색 머리카락도.

물기를 터느라 부스스하게 일어난 부분을 승주가 손으로 빗어 내리듯 정돈해 주자 손길을 받으며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다가 눈꺼풀이 무거운지 손길을 온전히 느끼며 눈을 감았다. 강아지마냥 늘어진 모습에 승주는 저도 모르게 입술을 가져다 댔다. 코끝에 무언가 닿는 느낌에 준영은 눈을 떴다가 다시 감았다.

“집에 무슨 일 없었어?”

“네.”

“저녁은.”

“먹었어요.”

“어떤 거.”

“학원에서 김밥이요.”

나온 메뉴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승주는 설핏 얼굴을 구겼다가 폈다. 그 표정 변화를 알아챈 준영도 물었다.

“형은 저녁 어떻게 했어요?”

“해결하고 왔어.”

“그게 더 안 믿겨요.”

“왜 안 믿어.”

발치에 수건이 떨어지고 승주는 양손으로 준영의 귀 옆을 감싸 안고 얼굴을 다시 가까이 내렸다. 이마가 천천히 문질러지다가 떨어지고 가볍게 입술이 서로 맞닿았다 떨어지며 속삭였다.

“밥 먹을까?”

“아니요.”

“하다가 배고프다고 하지 마.”

“벌써요?”

“가기 전부터 나 굶겼던 건 기억 안 나나 보네.”

“형도 바빠서...”

애 다루듯 밥 먹었는지부터 챙기고 하는 말이 나중에 배고프다고 하지 말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들에 반박하기 전 달려들듯 입술이 맞물렸다. 방금 전까지 다정하게 안부를 묻던 입술이 이번에는 키스를 해 왔다. 들어온 혀가 입 안을 더듬는 것을 느끼며 준영은 꽉 끌어당기는 팔을 마주 안았다.

애 취급할 때는 언제고 입 안의 점막을 자극해 오는 키스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싹한 기분이 내달리고 승주의 팔을 더듬어 만지다가 손을 올렸다. 승주의 가슴 부근을 더듬듯 손을 올리다 결국 어깨 어딘가를 부여잡았다. 그사이 옭아매듯 준영을 안은 승주는 잠깐 입술을 떼고 내려다보았다. 열기가 피어오르는 눈동자를 하고는 타액에 젖은 입술을 벌린 얼굴이 심장에 직격으로 꽂혀 들었다.

조르듯 얼굴이 가까이 하는 태도에 다시 입을 맞추며 승주는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용케 따라와 매달리는 몸의 방향을 돌려 침대로 쓰러지게 하고는 그 위에 올라타듯 자리 잡았다. 쓰러지느라 시야가 흔들린 데다 승주가 다시 달려드니 준영은 정신이 없었다. 멍한 표정을 짓고도 착실히 키스에 응하는 움직임이 귀여워 승주는 잠깐 떨어져 누워 있는 준영을 내려다보았다. 달려들다 멈춘 그를 올려다보며 준영이 작게 중얼거렸다.

“무거워.”

“뭘 얼마나 무겁다고 그래.”

“그냥 그렇다구요. 아, 간지러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승주는 깔아뭉개고 있던 허벅지에서 몸을 일으켜 무릎으로 몸을 지탱했다. 누워 있는 이의 등 아래의 손은 움직였다. 얇은 허리를 한 손으로 붙잡고 남은 손이 옷자락을 들추더니 느리게 유영하듯 움직였다.

오목한 등줄기의 살갗을 손톱으로 긁어내리며 승주는 반응하는 표정을 놓치지 않고 내려다보았다. 뽀얀 피부가 잔잔히 붉어지며 표정이 움찔거렸다. 뾰족한 입꼬리가 길어졌다가 가늘어지고 눈을 내리까는 모습을. 승주는 저도 모르게 빨려들 듯 그런 표정들을 샅샅이 훑었다.

그런 시선 아래서 심장이 크게 뛰었다. 준영은 저도 모르게 상체를 일으켰다. 둥글고도 날카로운 턱 끝에 입을 맞추고 눈앞의 어깨를 짚고는 강하게 끌어안았다. 할 수 있는 만큼의 힘을 실어서. 권승주는 팔이 뻣뻣해지도록 힘을 주어 안아도 되는 사람이었다. 그 점이 언제나 좋았다. 마음 놓고 매달려도 된다는 점이. 그리고 이제는 그래도 되는 사이라는 것이.

콧대가 눌리도록 강하게 비비며 매달려 오는 준영을 끌어안으며 승주는 침대 위로 좀 더 제대로 올라갔다. 어리광을 부리듯 매달린 품 안의 몸을 으스러지도록 끌어안자 숨통이 조이는지 목에 닿는 숨결이 가빠지는 것을 느꼈다. 더 괴롭힐까 하다 결국 천천히 손의 힘을 풀었다.

“왜 그래.”

“그냥. 좋아서요.”

“그렇게 좋아?”

고개를 끄덕거리며 움직이자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목덜미를 간지럽혔다. 괜히 목울대를 움직이며 승주는 입술이 닿는 곳 어디든 입을 맞춰 내려갔다. 턱 아래에 있던 머리카락부터, 이마와의 경계선, 관자놀이 옆으로 미끄러져 열기가 오르는 귓가까지. 안 된다는 마음이 자꾸 가슴 속에서 흔적도 없이 바스러졌다.

뾰족한 혀가 귀의 굴곡을 따라 움직이자 품 안의 몸이 가볍게 떨렸다. 내쉬는 숨에 신음도 섞여 들렸다. 다소 이를 세워 아프게 깨무는데도 크게 움찔거릴 뿐 제지하질 않았다. 승주는 끌어안고 있던 손으로 옷자락만 거세게 부여잡으며 얼굴을 떼어 냈다. 다급하게 손을 올려 말랑한 볼의 감촉을 엄지손가락으로 쓸며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다정하게. 다치지 않게. 번져 가는 열기를 붙잡으며 승주는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가 물었다.

“나 없는 동안 뭐 했어?”

“그동안 밥 먹었고… 그냥 있었어요.”

“다른 건.”

“그냥 기다리고… 그랬어요.”

더 이상의 말이 없이 흐려지는 목소리를 들으며 승주는 두 손으로 준영의 얼굴을 받쳐 올렸다. 본 적 없는 상상이 머릿속을 내달렸다. 적막한 집 안에 혼자 있었을 이준영의 모습이. 바로 이 침대 위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을지도 모르는 모습이. 그 마른 등이. 보지도 않은 맹목적인 기다림과 애정이 손아귀에 잡힐 듯 선명했다.

위를 향하며 붉게 물든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그는 자신의 입술을 포개 누르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침대 위의 헤드를 끓는 눈동자로 뚫어지게 보았다. 심상치 않은 기색에 준영은 승주의 이름을 작게 소리 내 불렀다.

“승주 형.”

“잠깐만.”

후우. 몇 번의 심호흡을 하고도 가라앉지 않자 승주는 짜증스레 눈살을 찌푸렸다 폈다. 그간 잘 자제해 왔는데 오늘은 자꾸만 손바닥이 저릿했다. 맹목적으로 매달리는 애정을 어떻게든 괴롭히고 싶은 마음이 자라났다. 괴롭히고, 정신을 못 차리도록 몰아붙여 더 매달리게 하고 싶은 마음이.

자라났다기보다는 기저에 깔린 마음이 다시 고개를 치켜드는 것에 가까웠다. 이준영이 가끔 내비치는 매달림과 애정은 그에게 더할 나위 없이 기꺼운 것이었지만 그의 욕망을 자극하는 위험한 것이기도 했다. 꾸물거리듯 움직이며 준영이 옷을 벗는 것을 도와 하의도 단번에 끌어 내려 벗기고는 승주도 제 옷을 벗어다 포개 던졌다.

잠깐 물러나 정신이라도 다잡고 올까 했는데, 희게 드러난 나신과 엉켜든 다리의 감촉이 도저히 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는 손을 뻗었다. 턱 끝에 입 맞추며 손길은 가슴을 둥글게 배회했다. 감촉에 예민한 유두를 문지르다 손가락으로 굴리자 동그랗게 형태를 갖춰 단단해졌다. 준영은 연한 색의 유두가 붉게 달아오를 때까지 자극 당했다. 아직은 웃을 기운이 있는지 신음과 웃음소리가 같이 나왔다.

“간지러, 힛, 아….”

얽힌 다리를 움찔거리며 요동치던 준영은 승주의 등에 팔을 둘러 손끝으로 어루만졌다. 선명하게 근육의 움직임이 덧그려졌다. 목덜미를 다소 아프게 빨아 오는 것을 느끼면서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자국이 남지 않을 것을 믿어서. 승주의 허리와 옆구리 어딘가 잘게 쪼개져 근육이 갈리지는 곳을 더듬으며 신음처럼 그를 불렀다.

“형. 읏, 으….”

“아파?”

쇄골 위 움푹 파인 곳을 빨며 이를 세우던 승주가 물었다. 깊은 곳에서부터 긁혀 올라오는 듯 낮고 탁한 목소리를 들으며 준영은 다시 허리를 움찔거렸다. 허벅지의 부드러운 사이를 쑤시듯 문질러 오는 승주의 성기가 뜨거웠다. 본격적인 시작이 아닌데도 목이 타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런 열기에 들떠 반대의 대답이 나왔다.

“아니, 더, 해도 돼요.”

“더?”

다급하게 묻고 유두를 물어 빠는 것을 느끼며 정신없이 고개가 끄덕거렸다. 시야에 잡히는 천장이 어지러웠다.

“응. 더. 더….”

“조금 아프게 해도 돼?”

“조금만. 조금만… 아, 읏.”

순간 가슴의 피부가 아프게 깨물렸다. 아픔과 함께 연한 쾌감이 몸에 번져 갔다. 준영은 얼떨결에 나온 허락의 말에 다시 승주를 말려 볼까 하다가 그만뒀다. 서로의 고백을 듣고 간지러운 섹스만이 계속되는 나날이었다. 조금은. 정말 조금은 아파도 되는데. 이미 고통과 동반된 쾌락을 아는 몸은 가끔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하려 했다. 더 세게, 꽉 쥐어서. 등등과 같은.

얽혀 있던 다리가 강한 힘으로 쥐어 벌려지고 그 사이로 딱딱한 몸이 틈 없이 들어찼다. 딱딱하고 뜨거운 몸이 허벅지 안쪽의 피부를 눌러 밀어 올린다. 반사적으로 다리가 움츠러들자 뜨거운 손이 양 엉덩이를 꽉 쥐어 오며 속삭였다. 느긋한 표정은 마치 명령을 내리는 듯 오만해 보이기도 했다.

“다리 벌려야지.”

“네. 아. 벌렸어….”

“잘하네. 그리고 이제.”

여기서 승주는 넓게 벌려진 비부를 내려다보며 열 오른 시선을 내리깔다가 올렸다. 풀어 줘야 하는데, 그보다 먼저 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눈 가릴까?”

“눈이요?”

처음 들어 보는 요구에 준영은 입술을 벙긋거리며 반문했다. 거부 반응이 보이지는 않자 그는 아랫배를 간질이듯 어루만진다. 피부를 건드리는데 벌써 배 안쪽 깊숙한 곳이 간질여지는 것만 같았다. 생소한 기분에 준영은 허리를 뒤틀어 보챘다. 달아오른 반응을 보며 승주는 은근히 속삭였다.

“조금만 건드려도 예민해질 거야.”

“눈… 은 생각 안 해 봤는데.”

눈을 가리는 정도라면 어디 아픈 것도 아니고 큰일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쉽게 알겠다는 말이 나오질 않아 준영은 마른 침을 한 번 삼켰다. 움직이던 손이 반쯤 일어선 준영의 성기를 만지작거렸다. 다소 초조함에도 그는 미소마저 느긋하게 위장했다. 정말 별일이 아닌 것처럼.

“힘들면 눈에 가린 거 벗길 수 있게 안 묶을게.”

“정말요?”

“응. 다른 건 안 해.”

곡선을 그리며 휘어지는 승주의 눈매를 보며 준영은 홀린 듯 고개를 작게 끄덕거렸다. 눈만 이라면…. 이 문장이 다 끝나기도 전에 승주는 곧장 침대 옆 사이드 테이블에 손을 뻗어 뒤졌다.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든 물건 탓에 손에 걸리는 것은 몇 가지 없이 휑했다.

물건이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거칠게 울리고 두 가지를 한꺼번에 움켜쥐어 꺼냈다. 단지형 크림통 하나와 길게 늘어지는 검은색 천이었다. 천을 양손으로 잡아 펴고는 들어 올리자 준영은 천천히 눈을 감고는 얼굴을 내밀었다.

촘촘하게 난 속눈썹이 눈 밑에 그늘을 드리울 듯 길었다. 그런 얼굴을 가로질러 검은색의 천이 둘러졌다. 꽉 당겨 뒤에서 매듭을 지은 승주는 천천히 몸을 떼고 그런 모습을 감상하듯 바라보았다. 붉게 달아오른 성기를 드러내며 눕혀져 있는 모습이 지나치게 외설적이었다. 약간 불안한지 보이지도 않으면서 주변을 둘러보듯 고개를 돌리는 모습에 승주가 천천히 다가가 뺨을 핥았다.

질척하게 닿는 살덩이의 느낌에 준영은 과장될 정도로 움찔거렸다가 다시 몸의 긴장을 풀었다. 몸에 닿는 승주의 맨살에 비비며 몸을 지탱하려는 듯 어리광을 부렸다. 크림통을 열어 손가락으로 듬뿍 덜어내며 손을 아래로 내린 승주가 물었다.

“괜찮아?”

“어. 괜찮은 거 같아요. 아, 뭐… 뭐예요?”

“아래 풀어야지.”

체온에 데워진 크림이 아래에 치덕하게 발라졌다. 미끄러운 감촉이 엉덩이 사이로 파고들자 준영은 불안한 듯 고개를 흔들었다. 불편하게 움츠러드는 자세를 보며 승주가 구멍을 더듬던 손을 빼냈다. 그리고 팔로 준영의 허리를 감아 몸을 빙글 돌렸다.

앞에 보이는 것이 없자 균형을 잡지 못하는 몸이 순식간에 뒤집어졌다. 뒤집힌 몸을 일으키려는 것을 보며 승주는 지긋이 허리를 내리눌러 제지했다. 뒤를 돌아볼 듯 움찔거리며 승주를 애타게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왜요? 이 자세 창피해.”

“괜찮아. 풀어만 줄게. 착하지.”

“그래도, 자세가.”

“안 보이니까 불편하잖아. 그냥 가만히 있으면 돼.”

등 뒤에서 들리는 달콤한 목소리에 이도 저도 못하고 들려 있던 가슴이 천천히 시트에 닿도록 내려갔다. 고개를 천천히 내리고 온전히 엎드릴 때까지 승주는 크림이 번져 가는 엉덩이를 어루만지며 도닥였다. 가볍게 올랐던 소름이 가라앉고 피부결이 잔잔해질 때까지.

그러다 불쑥 말을 던진 것은 충동이었다.

“직접 해 볼래?”

“네?”

“손으로.”

그리고는 갈 곳 모르고 놓인 손을 부드럽게 잡아끌었다. 끌려간 손을 엉덩이 사이의 미끌미끌한 공간에 올려놓자 등이 경직되었다가 멈췄다. 손가락이 머뭇거리며 굽어 들었다. 손등의 결을 은근히 쓸며 승주가 속삭였다.

“어때.”

“뭐…가요?”

“부드러워?”

“아….”

말뜻을 알아채고 준영은 베개에 얼굴을 처박다시피 해 묻었다. 살며시 빼려는 손을 승주가 은근한 힘으로 붙잡았다. 바르작거리던 손가락이 배회하다 결국 입구 근처를 건드렸다가 물려졌다. 붉게 물든 입구가 벌려졌다 다물리는 모습에 승주는 느리게 움직이는 손을 치웠다.

그리고 다시 섬세하게 엉덩이 사이에 손가락 하나를 밀어 넣었다. 자세를 다시 잡겠다고 베개를 끌어다가 엎드려 있는 골반 아래에 받쳐 엉덩이를 추켜올리도록 했다. 그리고 다소 난잡하게 다리를 벌린 사이로 자리 잡았다.

날갯죽지부터 이어지는 등의 선이 허리 부근에서 파였다가 둥글게 엉덩이로 이어져 허벅지 사이로 갈라졌다. 아릿하도록 엉덩이를 주무르고는 벌려진 구멍 사이로 손가락을 디밀어 넣었다. 하얀 엉덩이 사이 벌려진 틈은 붉게 물들어 움찔거리고 있었다. 흰 크림이 치덕거리고 녹아 묽어질 때까지 그는 손가락을 번갈아 밀어 넣으며 속삭였다.

“준영아.”

“읏, 네… 으으….”

“더 풀까?”

“조금만… 더….”

고작 손가락 두 개를 느리게 움직이며 일부러 물은 것이었다. 뒷목까지 벌게지며 준영은 손가락을 졸랐다. 둥근 엉덩이가 오르내리듯 손가락의 박자에 맞춰 움직였다. 세 번째 손가락마저 천천히 밀어 넣고 빠듯하게 조이는 내벽을 음미하듯 더듬었다. 찔러 들어갈 때마다 깊게 내쉬는 숨소리를 들으며 승주는 짙게 미소 지었다. 무릎이 달달 떨릴 정도로 느끼는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부드럽게 조여 당기는 감각에 그는 일부러 허벅지의 통통한 부분을 가볍게 치며 말했다.

“힘 빼야지.”

“아, 뺐는데… 읏, 아… 아.”

“다 뺐어?”

“네, 이제….”

“이제 뭐.”

“아 형, 나. 으응….”

네 개째의 손가락이 밀려들어 가는 데도 등을 잘게 떨며 울리는 신음이 나왔다. 내려다보는 이도 시각적 자극을 견디는 데 한계가 있었다. 올라타듯 흰 몸 위로 올라간 승주는 양손으로 엉덩이를 잡아 벌리며 추켜올렸다. 순식간에 당겨진 하체에 스스로가 취한 자세를 알아차리기도 전 들이밀어진 것을 느꼈다.

둥근 끝이 벌려진 뒤를 뚫고 천천히 들어왔다. 시작과 다르게 밀려들어 올수록 굵어지는 굵기가 뒤에 선연했다. 덮쳐누르듯 삽입해 오는 성기가 깊게 파묻히고 준영은 숨을 헐떡였다. 부드러운 시트에 볼을 비비며 움찔거리자 거기에 맞춰 몸이 조여들었다. 열기에 갇혀 조여드는 성기를 느끼며 승주는 일부러 준영에게 말을 걸었다.

“어때.”

“응? 네, 아… 아. 뭐가….”

“더 잘 느껴져?”

“아니, 아니야 그런 거… 흐읏.”

“아니야?”

그렇게 반문하며 그는 느릿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능숙하게 움직이는 허리를 따라 움직이는 성기가 발갛게 달아오른 엉덩이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고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끝부터 뿌리까지 조였다 풀리기를 반복하는 감촉에 승주는 천천히 속도를 올렸다. 그 와중에 내벽을 긁는 자극이 컸는지 준영은 우는소리를 하며 앞으로 움직이려 했다.

그런 허리를 추켜잡고는 강하게 엉덩이를 쳤다. 짝, 하는 소리와 함께 손자국이 붉게 남았다 사라졌다. 화들짝 조여들었다가 꿈틀거리는 성기에 무력하게 몸을 늘어뜨렸다. 순간 습관대로 손을 대 놀랐던 승주도 녹아내리듯 얌전해지는 몸을 보며 천천히 허리를 다시 움직였다. 처음보다는 약하게 다시 손바닥으로 연한 살을 내리쳤다. 짝, 하는 소리가 다시 나고 몸이 움츠러들었다 펴지기를 반복했다.

“준영아. 아프면 말 해. 기억나?”

“네, 네… 그거. 말할게요. 흐응, 읏. 아….”

“아직은 괜찮지?”

“응, 조금만… 앗, 아….”

살살 흔들리려는 엉덩이를 붙잡고 다소 난잡하게 허릿짓을 붙여 올렸다. 안 돼요. 안 돼…. 안 된다는 말만 내뱉으면서도 열린 몸은 부드럽기 그지없었다. 깔린 몸의 아랫배를 감싸 쥐고는 주무르다가 승주의 손은 그 아래로 불쑥 향했다. 따끈하게 열이 올라 곧추선 성기를 문질러 주자 아래의 몸이 다시 요동쳤다. 손아귀에 강하게 움켜쥐고는 귀두의 끄트머리를 손가락으로 막자 우는 소리가 길어졌다.

“아! 아, 형… 나, 아… 하지 마, 앗, 으응… 아.”

자극하면서도 분출될 요도구를 막자 준영은 허리를 뒤틀며 움찔거렸다. 그 와중에 제대로 벌려진 구멍은 깊게 파묻히는 성기를 따라 움직였다. 깊게 틀어박힐 때에는 움찔거리는 속살이 물기를 머금어 벌어지고, 나갈 때는 조르듯 따라붙었다.

뒤틀리는 허리와 조이는 감촉에 승주는 허리를 퍽퍽 소리가 나도록 깊게 움직였다. 그리고는 덜덜 떨리는 등 위, 날갯죽지 부분을 강하게 이빨로 씹고 빨았다. 금세 울혈이 번졌다. 흰 엉덩이가 밀어붙이는 승주에게 눌릴 정도로 깊게 파묻고는 사정이 이루어졌다. 승주는 간헐적인 신음을 내뱉으며 이마를 매끄러운 등에 문질렀다. 아래의 몸은 비명 같은 신음만 내질렀다.

“아아… 아, 흐으….”

“후우. 괜찮아. 돌아봐 준영아.”

긴 사정이 끝나고 성기를 뽑아낸 승주가 불렀지만 늘어진 몸은 그대로였다. 난잡하게 벌어진 다리 사이를 뚫어지게 응시하다가 다시 준영의 몸을 정자세로 돌려 눕혔다. 허벅지를 쥐고 넓게 벌리는 데에도 가슴이 오르내리도록 숨만 쉬며 무슨 말을 못한다.

흰 정액이 흘러나오는 구멍보다 더 위쪽, 때를 놓쳐 사정하지 못한 성기를 보며 승주가 고개를 내렸다. 놀란 몸이 도망치기도 전에 곧추선 성기를 덥석 물고 강하게 흡입해 빨았다. 위에서 도리질 치며 다시 우는소리가 나왔다.

“싫어, 싫어… 그거. 아, 형. 나와. 싫어. 아….”

이미 자극으로 달아올라 있던 성기가 울컥 사정액을 뱉었다. 승주는 그것을 바로 삼키고는 입 안에서 굴려 빨았다. 자지러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다리가 움츠러들었지만 제지하는 것은 쉬웠다. 허우적거리는 손이 어떻게든 얼굴을 밀어내려 움직이자 거기에 순순히 움직여 성기를 뱉어 냈다.

다소 비릿한 맛이 목울대 안으로 넘어간 것을 느끼며 승주는 천천히 몸을 다시 준영의 위로 포갰다. 입술에 입을 맞추고, 고개를 틀어 깊게 혀를 밀어 넣고는 벌려진 입 안을 범하듯 움직였다. 고인 타액이 넘어가 헐떡거리는 것을 느끼며 그는 가려진 안대 위에도 입술을 댔다가 떼고는 말했다. 축축한 물기가 입술에 묻어 나왔다.

“울었어?”

“조금요.”

“예쁘네.”

붉게 달아올랐을 눈가가 얼마나 예쁠까,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건 나중의 기쁨으로 남겨 두며 턱선을 따라 혀를 굴렸다. 그리고는 늘어져 있는 준영의 손을 잡아다 끌었다. 다시 부피를 키우고 있는 자신의 성기로 그 손을 이끌었다. 길고 마디가 가는 손이 이끌리는 대로 승주의 상체를 더듬고, 갈라지는 복근을 따라 내려가서는 성기에 닿아 화들짝 손을 뗐다. 그 손을 다시 잡아다 끌며 귓가에 속삭였다. 작은 숨에도 자극을 느꼈는지 아래의 몸은 움찔거렸다.

“눈 가리니까 어때.”

“힘들어요. 너무….”

“한 번만 더 하고 풀어 줄게.”

“한 번 더요? 죽을 거 같아.”

“그럼 일단 손으로 해 줘, 싸는 거만 안에 하자.”

차라리 사정을 밖에서 하는 게 나으련만. 그래 봤자 이미 정액으로 젖어 든 몸 안의 감촉이 간지러웠다. 준영은 시간을 끌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보이지 않는 캄캄한 세상에서는 몸의 모든 면에 닿은 감촉이 선명했다. 등 뒤의 시트, 눈을 덮은 부드러운 천의 감촉, 그리고 몸을 얽어 오는 승주의 체온, 손아귀에 쥐어진 성기까지.

기다란 성기를 천천히 만지다가 뿌리 부근을 어루만지고는 부드럽게 쥐어짜내듯 손목을 움직였다. 탁탁탁, 하는 다소 외설적인 소리가 방 안을 다시 울렸다. 준영은 가려진 눈을 질끈 감으며 다리를 움찔거렸다. 입술이 다시 맞물리고 혀가 달래듯 들어와 뜨거운 점막을 쓸어 댔다. 잠깐 정신을 판 사이 손아귀에서 벗어난 성기가 준영의 아랫배를 사정없이 찌르며 움직였다. 그리고 다시 다리가 벌려지는 것을 느꼈다.

“아, 넣게요?”

“응, 힘 빼 봐.”

한계까지 뻐근하게 벌려진 다리 사이로 다물리지 못한 곳이 정액을 흘려 대는 것을 느꼈다. 준영이 거기에 얼굴을 붉히기도 전에 다시 성기가 깊게 꿰뚫어 들어왔다. 잔뜩 일어선 핏줄과 울퉁불퉁한 결이 제 안쪽 살을 깊게 문지르자 바싹 힘이 들어갔다. 이윽고 까끌까끌한 음모가 엉덩이에 문질러질 때까지 삽입하고는 다시 움직였다.

“아… 아! 아읏, 흣… 아응….”

“좋지?”

“네, 아… 형… 어떡해… 아.”

“더 조여 봐. 응?”

이미 꽉 조여 오는데도 승주는 일부러 말을 꺼내며 손을 올려붙였다. 붉어진 엉덩이에 붉은색이 더해졌다. 철썩 내려앉는 손에 준영은 타액도 제대로 못 삼키며 느꼈다. 그런 반응에 승주는 점점 거세지는 손길을 자제하지 못했다. 짝, 하고 이번에는 다른 쪽 엉덩이에 손이 갔다.

“이렇게 벌어져서, 어쩌려고. 밖에 나갈 수는 있어?”

“아니, 아니야… 앗, 으, 아. 아응, 으으… 지금만….”

“안 다물리면, 좆으로, 막아 줄까? 응? 항상 넣고 있을래?”

“아니요, 아. 아니야… 흐읏, 읏, 아! 아으… 형… 아.”

“가슴도 이렇게 서 가지고.”

다소 아프게 꼬집힌 유두가 길게 당겨지자 준영은 울음 섞인 신음을 내질렀다. 정신이 없었다. 몸을 쪼갤 듯 파고드는 성기와 예상할 수 없는 접촉들이. 이윽고 가슴을 꼬집던 손길이 목덜미를 감쌌을 때 준영은 깊게 숨을 들이쉬어 대비했다. 아프도록 아래를 쑤셔 오는 감각과 함께 오는 기억이 있었다. 이때쯤 목을 감싸 눌러 오던 승주의 행동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목덜미를 어루만지던 손은 더 올라가 머리를 감싸 쥐어 왔다. 그리고 닿은 입술이 목덜미로 파고들어 물고 핥아 올렸다. 의아함이 생기기도 전에 아래서 짓쳐 올리는 감촉에 길게 울음이 새어 나왔다. 이윽고 젖은 안쪽에 울컥 올라온 정액 때문에 잘게 몸부림쳤다. 그런 작은 움직임마저 밀어 올리며 승주는 깊은 곳에 사정을 해 댔다.

“아응, 아. 아아… 아….”

“하아, 후.”

“눈, 나, 눈….”

“잠깐만, 풀어 줄게.”

흔들리는 몸에 따라 쓸리던 끈이 다소 비뚤어진 채 눈을 덮고 있었다. 가벼운 탈력감에 젖어 있던 승주는 천천히 손을 들어 단단히 조인 매듭을 풀었다. 매듭이 풀려 천이 치워지자 준영은 아직 깜깜한 시야에 눈을 깜빡이기 바빴다. 속눈썹이 젖고 붉어진 눈매를 보며 승주는 다시 오는 자극을 애써 참아 냈다. 그리고 허리를 천천히 움직여 반쯤 선 성기를 내벽에 대고 문질렀다. 움직일 때마다 뜨끈한 것이 안에서 울컥 밀려 나왔다.

시트를 다리로 밀어내며 위쪽으로 몸을 빼려 하자 승주는 순순히 그런 몸을 놓아줬다. 침대 헤드에 기대 무릎을 모아 접으며 준영의 매끈한 미간이 좁아 들었다. 넓게 펴고 있던 골반이 제자리로 돌아가려는 듯 아픔이 있었다. 따라 올라가 둥그렇게 뼈의 윤곽이 드러난 무릎에 입을 맞추며 발목을 만지작거리던 승주는 움찔거리며 몸을 피하려는 것을 보며 손을 뻗었다. 그리고 대고 앉은 엉덩이 부근을 툭툭 두드리며 눈매를 접었다.

“잠깐 쉴 테니까 걱정하지 마.”

“또 하게요?”

“더 하려고 사정 빨리 해 준 건데 몰랐어?”

기겁할 소리를 하면서도 그는 고개를 숙여 무릎을 핥고 깨물기에 여념이 없었다. 어쩐지 순순히 놓아준다 싶기는 했었다. 얼얼한 엉덩이를 움찔거리며 준영은 문득 궁금한 것을 물었다.

“방금 전에 목이요. 왜 안 눌렀어요?”

순간 잘게 입을 맞추며 다리를 어루만지던 승주의 움직임이 굳었다. 그 다음 순간 눈을 들었을 때 준영은 혹시 제가 그렇게 큰 문제를 말한 것인가 스스로 되짚어봤다. 잔잔하게 가라앉은 눈매가 기이하게 사나워 보였다. 그렇게 준영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승주는 무슨 말을 하려 광대를 움찔거리다가 단답형으로 질문했다.

“하고 싶어?”

“약간만 하면 괜찮아요.”

나름 승주를 생각해서 한 대답이었다. 그리고 과거에는 몰랐다지만 몇 번의 경험으로 브레스컨트롤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타인에게 빼앗긴 스스로에 대한 통제력에 대해서 말이다.

숨을 되돌리려 몸부림치는 와중에 흐릿해지는 정신이 스스로에 대한 모든 것을 온전히 놓을 수 있었다. 거기에 따르는 이상한 해방감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발작처럼 움츠러드는 몸을 꿰뚫는 성기의 뜨거움도. 지나치게 자극적이기에 무서웠지만 굳이 못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승주가 설마 자신을 다치게 하지는 않으리라는 믿음도 있었고.

속도 모르며 잔잔하게 웃어 보이는 얼굴을 보며 승주는 만지작거리고 있던 다리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다물린 무릎을 벌리고 다시 그 안으로 몸을 포갰다. 침대 헤드에 등이 붙도록 물러난 준영을 끌어안고 허리에 어설프게 감겨 오는 다리를 가만두었다. 그렇게 준영의 가슴팍에 안기듯 기댄 승주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려 길게 뻗은 목에 입을 맞췄다.

부드러운 피부의 안쪽, 빠르게 뛰고 있는 맥동에 얼굴을 묻고 있다가 그곳을 깊게 빨아 올렸다. 집요하게 따라오는 입술이 지금껏 집착하지 않던 부위를 자극하자 준영은 목을 움츠리며 고개를 돌렸다. 좁아지는 턱과 목 사이의 간격 때문에 불편할 텐데도 승주는 여념 없이 얼굴을 비벼 왔다. 히익거리는 숨소리와 함께 준영이 승주의 어깨를 두드리며 불렀다.

“형. 간지러워. 진짜. 앗.”

그 목소리를 듣고서야 움직이던 얼굴이 목에서 멀어졌다. 준영은 크게 가슴을 들썩이며 숨 쉬다가 품 안에 기대 안긴 승주의 머리카락을 살살 쓸어내리며 물었다. 커다란 맹수가 휴식을 취하려 늘어져 있는 것만 같은 모양새였다.

“왜 그래요?”

“됐어. 이제 안 그래.”

짧은 대답과 함께 그는 가슴 부근에 안착해 머리를 기댔다. 귓전에는 가볍게 울리는 심장의 박동이 가득했다. 울혈로 붉어진 가슴 안에서 뛰는 심장을. 그리고 온몸을 돌고 있을 맥박을 생각하며 그는 천천히 품 안에 안고 있는 것들을 헤아렸다. 제 목줄을 잡은 자의 온기를. 그래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스스로의 마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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