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과외 3권
6장.
“이예담? 고생했어. 시험은 어땠던 거 같아?”
- 뭐……. 그냥저냥. 지금 선생님 학교예요?
“응. 근데 나 오늘 약속 있어. 문자 기억하지?”
- 어차피 학교 근처에서 만날 거 아녜요. 늦게라도 좋으니 이따 봐요.
“음……. 늦을 텐데. 요즘 활동하는 게 많아서.”
- 뭐, 다른 약속 잡고 있으면 되니까 약속 끝나면 연락 주세요.
은찬은 통화를 마치고 최근 자주 출석하고 있는 동방으로 향했다. 미리 도착해 있는 동기 몇몇과 인사 후, 대략적인 공모전 준비에 돌입했다. 꽤나 편해진 건지 얼추 정해 놓은 분량을 끝마친 뒤에는 동아리 부원들끼리 거나하게 한잔하고 있다는 자리까지 따라갔다.
그동안 수능에 얽매여 있었으니 은찬에게도 오늘은 해방의 날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수민의 논리였는데, 따지고 보니 맞는 말 같았던 까닭이다. 은찬 역시 격하게 동조하며 신나게 술자리를 이어 갔다.
“아, 맞다. 예담이는 수능 잘 봤어?”
“뭐, 말하는 거 보니 나쁘게 본 건 아닌 거 같아. 잘 봤겠지.”
“딱 걔까지 우리 학교 후배였으면 오징어 떼가 습격해도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겼을 거 같은데 아쉽다. 이게 다 네가 내 눈을 높여 놔서 그래.”
그 말을 쉽게 이해하지 못한 은찬이 얇은 쌍꺼풀이 진 눈매를 살짝 치켜뜨자, 수민이 손에 쥔 잔을 단숨에 비우며 혀를 찼다.
“너 말이야. 은찬이 너 처음 봤을 때 남자애가 뭐 저렇게 생겼나 싶었는데.”
수민은 주변을 채운 사람들을 곁눈질하다 절레절레 고개를 도리질했다.
“책임져. 너를 너무 자주 봐서 그런가 남자 얼굴 보는 눈이 너무 높아졌단 말이야. 꼭 같이 다니는 애들도 잘생긴 애들로만 골라서는. ……아니야. 그게 아니지. 우리 꼭 같은 회사 입사하자. 그럼 모든 일이 해결되겠다.”
“대체 내가 무슨 잘생긴 애들이랑 다녔…….”
수민의 말에 반박하려 운을 띄운 은찬은 더 해 보라는 듯, 눈썹을 끌어올린 얼굴을 보며 말끝을 흐렸다. 말을 꺼내자마자 익히 아는 잘난 얼굴이 선명히 떠올랐던 탓이다.
“하여튼 앞의 말은 모르겠고, 나도 너랑 같이 입사하고 싶어. 기왕이면 좋은 기업으로. 여기서 대외 활동 준비만 더 하면 되겠지?”
은찬이 애써 대화 주제를 돌렸다.
“우리 정도면 무난하게 가능하겠지. 보란 듯 좋은 데 취업하고 나서 여자 친구도 만들어 보고 그래. 내가 너 꼭 좋은 애 소개해 줄 거야. 어떻게 3년간 누구 사귀는 걸 한 번도 안 보여 줘?”
“고맙긴 한데……. 그건 그때 상황 봐서…….”
종알대는 말에 두루뭉술하게 대꾸하며 슬슬 눈알을 굴리자,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며 수민이 단단히 눈을 부릅떴다.
예전의 자신이었더라면 이렇게까지 도돌이표로 되풀이되는 이야기에 모른 척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하지만…… 왜인지 이제 더는 내키지 않았다.
“후…….”
과거와 현재를 가르는 기준선은 과외였다. 여태까지 거쳤던 수많은 과외와는 사뭇 다른, 이예담과 함께하는 바로 그 과외.
요즘 자꾸 이런 식이었다. 이예담과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을 때에도 자꾸만 녀석이 떠오르고, 뭘 생각하든 연관 지어 결론 내리게 됐다. 정작 이예담은 저와 보내는 시간을 한낱 스트레스 해소용, 딱 그 정도로만 여기고 있을 게 분명한데.
그건 지금까지 이예담이 보여 왔던 일관적인 태도만으로도 충분히 증명 가능했다. 그러니까…… 이런 생산성 없는 생각은 멈춰야 했다. 은찬은 수민을 따라 제 앞에 놓인 잔을 단숨에 비웠다. 식도를 타고 번지는 알코올 향에 코가 시큰거렸다.
마지막 수업이 끝난 부원들까지 합류하자 자리는 금방 차기 시작했다. 어느덧 수민과 은찬이 앉아 있던 테이블에도 사람이 북적이고 있었다. 시끌벅적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따라오는 고성과 각종 감정을 아우르는 감탄사들이 허공에 흩어지며 각각의 테이블을 소란스레 메웠다.
알코올과 함께 녹아든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은찬은 인사불성이 되어 딱, 아버지도 못 알아보기 직전이 되었을 때 때마침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발신자를 확인하지 않고 수신한 전화이지만 취한 와중에도 왜인지 이예담일 거란 사고로 이어져 냅다 반말이 튀어나왔다.
“응. 하아. 내가…… 오늘 못 볼 거 같다고…… 했잖아.”
한숨을 내쉬며 무거워진 눈꺼풀을 손바닥으로 꾹꾹 눌렀다. 졸렸다. 얼른 자리를 마무리하고 집에 가지 않으면, 테이블에 엎어져서라도 자고 마는 몹쓸 주사가 등장할 것 같은 예감이었다.
- 알았으니까 거기 상호 뭐예요?
“응? 왜……. 내일 얘기해. 나 좀 어지러워서 졸려…….”
- 상호만 말해요.
* * *
“언제까지 잘 거예요.”
“어…… 어……. 헉!”
귓가에 들려오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자동적으로 눈이 떠졌다. 또…… 이예담의 집이었다. 정확히는 이예담의 침실로서, 이미 비슷한 경험을 한 전적이 있는 곳이었다.
상황을 파악할 새도 없었다. 당황한 눈을 내리깔며 더듬더듬 입혀진 셔츠를 만지자, 종종 이예담의 체향과 섞여 풍기곤 하던 편안한 섬유 유연제 향이 코끝을 간질였다. 커다란 셔츠가 감싼 상반신과 달리 가랑이 사이로는 이불의 감촉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걸로 보아, 아래는 완연한 나신이었다.
“어, 어떻게…… 내가 여기에 있어? 어제 네가 데려온 거야?”
술자리 마지막에 이예담을 본 것도 같았다. 울렁거리는 숙취 대신 염려가 우선하는 걸 보니 같은 주종으로만 마신 덕을 톡톡히 보는 듯했다. 그러나 그 효과는 거북스러운 취기를 잠재우는 데서 그쳤는지, 아무리 상기하려 애써도 이후의 기억은 떠오르지 않았다. 은찬은 애먼 입 안 살을 짓씹으며 그의 기색을 살폈다.
“전화했을 때, 몸도 못 가눌 만큼 취했었잖아요. 또 거기서 뻗을까 봐 데려왔어요.”
“아……. 혹시 계속 기다렸어? 미안. 늦어지면 당연히 약속 따로 잡을 줄 알았어…….”
“기다려서 화난 거 아니니까 그 부분은 선생님이 신경 안 써도 돼요. 내 멋대로 만나자고 한 거기도 하고. 다만.”
다만……? 은찬은 도중에 말이 끊기자 고개를 기울이며 살짝 벌어진 입술을 빤히 응시했다.
“이래서야 누가 선생이고 학생인지 모르겠네. 역할 바꿔도 이상하지 않겠어요. 그죠?”
예담은 창가에 비스듬히 몸을 기댄 채 나긋하게 말을 덧붙였다. 그제야 은찬의 시야에 그가 입고 있는 옷이 들어왔다. 나풀거리는 얇은 소재의 큰 셔츠를 느슨히 입고 있는 저와는 달리, 이예담은 어두운 계열의 숨이 막힐 듯 각이 선 정장을 입고 있었다. 담담하고 차분하게 이어지는 그의 말처럼.
“……뭐?”
“안 그래, 은찬아?”
“야, 무……슨……!”
분위기는 한순간에 전환되었다. 은찬아, 하고 부르는 이예담의 눈빛에는 종종 어려 있던 장난기도, 골리려는 의도도 없이 오직 투명한 음욕만이 여실히 비쳤다.
왜 굳이 흠뻑 취한 저를 이 집에 데리고 왔는지, 낮부터 옷을 갖춰 입고 있는지 직감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예담은 톡, 톡, 구부린 손마디로 창문을 두드리다 눈을 마주쳐 왔다.
“은찬아. 어차피 수능도 끝났는데…….”
“…….”
“응?”
모를 수가 없었다. 여태 해 오던 역할을 바꿔 보자는 제의가 숨어 있는 대사였다. 그것도 저는 이렇게 반쯤 헐벗은 상태로. 대충 꿴 단추 덕에 흐트러진 셔츠 사이로 요 며칠간 전혀 건드리지 않아 우유에 저민 듯 뽀얀 살갗이 드러나고 있었다.
“싫어?”
늘 하듯 군데군데 붉게 물들이고 싶은 욕망이 치미는 살결이었다. 예담은 그런 은찬의 몸을 낱낱이 눈으로 헤집으며 다가섰다. 시선과 시선이 맞닿았다.
“아…….”
기분이 묘했다. 수능을 목전에 두고부터는 몸을 섞지 않아서인지, 자꾸만 툭툭 들려오는 존댓말 아닌 말투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한 번쯤은 이런 짓에 동참해 봐도 괜찮지 않을까, 가정하자 호흡마저 급격히 가빠왔다.
아무래도…… 아직도 술이 덜 깬 게 분명했다.
“……아니요.”
달싹이던 붉은 입술이 완연하게 벌어지면서, 은찬이 머뭇거리던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창가를 등진 입꼬리가 부드럽게 능선을 그렸다.
“은찬아. 서재로 갈까.”
눈빛이 확연히 달라졌다. 평소에 제가 대하던 이예담이 아닌, 낯선 남자가 서 있는 것만 같아 절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저기, 지금 가족들 있는 거 아니야? 이렇게 입고 나가라고? 나 밑에 아무것도 안 입었…….”
“은찬아. 서재로 갈까, 물었어.”
고개를 저으며 다시 한번 이예담이 읊조렸다. 아마 다른 가족들 신경 쓸 일은 없다는 의미 같아, 은찬은 더 말을 물고 늘어져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새 기대감에 찬 두 뺨이 입술과 비슷한 색으로 불그스름해지고 있었다.
“가……요.”
방문을 열고 서재까지 향하는 길, 휑한 복도지만 왠지 신경 쓰여 쭈뼛쭈뼛 눈치를 보며 걷자 뒤따르던 이예담이 찰싹, 생엉덩이를 손바닥으로 거칠게 내려쳤다. 긴장하지 않아 보드랍게 덜렁이던 볼기가 차르르, 형편없이 짜부라지며 물결치듯 흔들렸다. 이내 붉게 부풀어 오르면서 찌릿한 감각이 척추로 쏘아졌다.
“아흑! 무, 무슨……!”
“요령 피우지 말고 빨리 걸어. 바닥에 보짓물 떨어뜨리지 말고.”
“흐으…….”
생각보다 엄한 이예담의 행동에 금세 후회가 일었다. 괜히 한다고 했나…….
따끔거리는 엉덩이를 매만지며 서재에 들어서자, 걱정과는 달리 의외로 상황에 몰두할 수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길길이 날뛰었을 말들도 모두 낯선 이로부터 내뱉어지는 질척한 음담패설이라 생각하니 묘하게도 쉽게 받아들여졌다. 오히려 농락에 가까운 언사가 흘러나올 때마다 단전이 저릿할 지경이었다.
“숙제는 해 왔어?”
무슨 숙제. 은찬이 당황한 눈으로 우물쭈물 입술만 달싹이자 착, 한쪽 끝이 패들처럼 마감된 가느다란 막대가 서랍에서 꺼내졌다. 그 낯선 물체의 등장에 은찬은 본능적으로 한 발 뒤로 주춤 물러섰다. 지금 상황에 등장한 이상, 회초리처럼 생긴 막대기의 용도를 추측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던 까닭이다.
“뭐야. 이건. 내, 내가 언제 이런 걸 꺼냈다고 그래? 난 이런 걸로 수업한 적 없…….”
“선생님이 너무 잘해 줬나……. 은찬이가 자꾸, 정신을 못 차리고 기어오르네.”
“흐읏…….”
차갑고 딱딱한 막대기가 하얀 셔츠 아래를 파고들며 단숨에 위로 미끄러졌다. 납작한 표면이 수능을 앞두고 자제한 덕에 다시 새하얗게 변한 부드러운 살점을 기어오르자 품이 큰 셔츠가 덩달아 끌어올려졌다.
연한 피부에 금세 붉은 자국이 길게 돋아났다. 왠지 모를 간질간질한 느낌에 은찬은 숨도 쉬지 못하고 몸을 떨었다.
“대답 안 하는 걸 보니 숙제 안 했나 봐? 이래서 대학은 가겠어?”
“으, 흐으, 응……. 아니, 그게…….”
마침내 왼쪽 젖가슴 전체가 드러나자 예담은 도드라진 막대 끄트머리로 말캉거리는 유륜을 슬슬 긁으며 쓸어내렸다. 응…… 으으응……. 은찬이 고개를 저으며 낮게 신음하자 흐음, 눈썹을 비스듬히 끌어올린 예담이 움푹 들어간 함몰 유두를 사정없이 꾹꾹 짓이기기 시작했다.
말랑말랑 긴장이 풀려 있던 젖꼭지는 온기 없는 플라스틱이 돌기를 함부로 둥글림에 따라 곧장 뾰족하게 돋아났다. 자석에 끌리듯 은찬의 가슴이 이를 따라 솟아올랐다.
“흐응…… 아…….”
흥분한 몸이 뒤틀리자 정점에 오돌토돌 돋아난 돌기가 파르르, 함께 떨렸다. 예담이 톡, 톡 막대 끝으로 살집이 느껴지는 가슴 몽우리를 쳐 댈 때마다 젖꼭지뿐만 아니라 가슴살 전체가 음란하게 출렁이며 하얀 살덩이를 흩트렸다. 보드라운 가슴에서 번진 성감에 움찔움찔 전신이 떨렸다.
“아…… 아으응…….”
막대로 젖꼭지를 사정없이 뭉그러뜨리자 감각은 한층 더 예민해졌다. 간질거리던 감각이 짙어질수록 숨결 또한 짙어지면서 아랫배가 단단히 뭉쳤다. 딱딱한 모서리가 돌기를 억지로 내리누르자 포옥 안으로 밀려들어 간 젖꼭지는, 막대 끝으로 그 위를 덮듯 다시 한번 짓뭉개니 접착이라도 된 것처럼 함몰된 상태를 유지했다.
숨 막히게 야릇한 광경이었다.
예담이 하, 헛숨을 내뱉으며 젖꼭지를 둘러싼 유륜을 막대로 꾹 짓눌렀다. 겉살을 내리누르자 반사적으로 숨어 있던 젖꼭지가 볼록 일어섰다. 예담은 금세 고개를 들이민 돌기를 막대 모서리로 거칠게 휘적대면서 말을 덧붙였다.
“그게, 뭐. 면접관한테 보지 돌려서 대학 갈 생각이야?”
“흐으으…… 아, 아앙…….”
느른하게 지켜보던 예담이 기어코 막대를 떼었다. 유두가 뭉개지며 발생하던 쾌감 역시 야속하게도 사라졌다. 탁, 예담이 커다란 몸으로 은찬을 밀어붙이자 자연스레 폭신한 엉덩이가 딱딱한 책상 끄트머리에 맞닿게 되었다.
“버릇없이 보지는 벌써 적시기 시작했으면서 대답은 제대로 안 하지. 젖도 허락 없이 세워서는. 응?”
실상이야 어쨌든 표면적으로 유지해 오던 상냥한 언사가 사라진 이예담에 조금 서러운 감정까지 들려 했다. 유난히 낯설게 느껴져서 더 그럴지도 몰랐다. 은찬은 정말 선생님에게 혼나는 학생이 된 듯한 감정을 이입하며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 그건 아닌데…….”
“하아……. 또.”
“……요. 보, 보지 돌릴…… 생각 안 했, 어요. 지, 진짜아! 흐윽! 응!”
놀란 몸이 파드득 튀어 오르면서 아래가 바짝 수축했다. 유두를 간질이던 막대 반대편 모서리가 단번에 보지 속살에 진입하기 시작한 탓이었다. 좁은 보지 구멍에 비하자 꽤나 굵어 보이는 회초리가 덮인 음순을 함부로 벌리며 들어서자, 뭉툭한 막대기 끝에 부드럽고 뜨끈한 보지 속살이 마구 뒤적여졌다.
푸욱, 푹푹푹! 젖은 살을 쳐 대는 음탕한 소리가 서재를 울렸다.
“보지 돌릴 생각 없다면서 보짓물은 이렇게나 흐르는데. 뭘 보고 믿으란 건지.”
“……흐, 으응. 아으, 아……파요. 선, 생님.”
은찬이 괴로운 듯 허벅지를 조이며 어깨를 움츠렸다. 한껏 조여들어 파들파들 떨리는 허벅지 사이, 갈라진 둔덕에 꽂힌 기다란 막대가 받쳐 주는 손 없이도 혼자 휘돌며 대롱대롱 흔들거렸다. 폭신하게 부푼 질 위로 초처럼 꽂혀 든 모양새였다. 질 안으로 들어가는 낯선 물체에 보짓살이 막대를 부러뜨릴 듯 차지게 달라붙어 양껏 이물질을 조였다.
“아, 윽! 으응……! 이거, 는…….”
쑤걱, 내려뜨린 막대기가 자비 없이 내밀한 안으로 쑤셔 박혔다. 이예담은 한껏 더 힘을 주어 막대를 깊이 찔러 넣으면서, 구멍을 감싼 음순을 엄지로 짓눌렀다. 며칠 건드리지 않아 탱글탱글해진 조갯살을 푸욱 압박하자 물 먹은 천을 쥐어짠 듯 보짓물이 함빡 터져 나왔다.
“하으으…….”
“은찬아. 오늘따라 보짓물이 더 많이 나오잖아. 이러는데 선생님이 아프다는 말을 믿을 수 있겠어?”
“으으…… 흣, 죄송……해요.”
사타구니고, 바닥이고 온통 끈적한 물난리가 났다. 그간 쌓인 농밀한 액이 한꺼번에 뭉쳐 흐르기라도 하는 건지, 시큼한 보지 냄새 역시 평소보다 진탕 진했다. 자지가 애매하게 일어나 슬쩍슬쩍 살이 오른 음부를 가렸다.
“그럼 벌 좀 받을까.”
예담이 보짓살 사이에 꽂혀 윤기 나는 막대를 빠르게 휘저었다. 셰이크를 섞듯 빙글빙글 거칠게 막대를 돌리는 바람에 통통하게 부푼 음핵이 인정사정없이 막대에 짓눌렸다. 거칠고 딱딱한 회초리가 발갛게 익은 클리토리스를 턱, 턱, 세차게 치고 지나갈 때마다 뜨거운 전율이 팟팟 튀어 올랐다. 비벼진 도톰한 둔덕이 발작하듯 들썩였다.
“하으응……! 아, 흐응! 아, 아아, 너……무 세에, 세……요! 응……!”
쾌감이 발발한 음핵이 경련하듯 떨리자 보짓살 전체가 뜨겁게 진동했다. 버거운 듯한 뉘앙스가 느껴지는 말과는 달리 은찬은 저도 모르게 엉덩이를 들었다 놓았다 하며 단단한 회초리에 클리토리스와 음부 살 전체를 문지르고 있었다.
막대기가 한 바퀴 돌아가는 짧은 시간조차 아쉬워 보지를 들이밀면서 음핵에 압박을 줄 때마다 뭉개진 뻘건 보지 속살이 벼락을 맞은 것처럼 잘게 떨렸다. 살포시 포개진 음낭 역시 파르르 함께 뒤흔들렸다.
“하…….”
이래선 오히려 더한 자극을 조르는 꼴이었다. 예담은 녹진녹진 풀린 구멍이 벌름거리자 음순을 누르던 엄지를 옮겨 곧장 빈틈으로 쑤셔 박았다. 손가락이 바깥에서부터 내부를 향해 꾹꾹 속살을 짓이기며 파고들자, 지문으로 질퍽거리는 점막이 달라붙었다.
“후으……. 씹. 진짜…… 미치겠네.”
막대기에 더해 엄지까지. 사방에서 쏘아 대는 자극에 헤집어지는 보짓살은 해어진 것처럼 푹 익어 흐늘거렸다.
고작 손가락 삽입만으로도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예담이 치미는 흥분을 참듯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느리게 호흡하며 계속해서 질 안을 엄지로 퍽퍽 쳐 댔다.
철퍽철퍽. 속살을 털어 댈 때마다 점차 차오르는 보짓물 탓에 요란한 물소리가 났다. 일순 힘이 빠진 은찬의 무릎이 꺾였다.
“흐으, 우으으……!”
은찬이 다급하게 책상 끄트머리를 붙잡았지만 비스듬히 굽혀진 무릎 각도를 따라 막대기가 기울어지는 현상을 막을 수는 없었다. 스르륵 기우는 회초리를 타고 반투명한 물이 질질 흘러내려 뚝, 뚝, 바닥을 질척하게 적셨다.
“……회초리 떨어지지 않게 보지 잘 조여. 혼나고 싶지 않으면.”
“흐, 으응…… 그건, 읏…… 선생님, 흐응, 너무…….”
금방이라도 바닥으로 툭 떨어져 구를 것처럼 막대는 가파르게 바닥을 향해 있었다. 특히나 패들의 형상을 한 납작한 회초리 극단이 하중으로 기울어진 탓에 무게중심은 더더욱 아래로 내려가는 와중이다. 그걸 눈치챈 은찬이 뒤늦게 보지로 어설프게 힘을 주었지만, 이미 한참 내려간 막대를 다시 끌어 올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아……! 흣! 자, 잘 안 돼서…….”
요령 없이 질 근육을 움직인 탓에 주룩, 막대가 내려가는 데에 더더욱 가속도가 붙었다. 은찬이 손을 뻗어 이를 잡아 막으려 하자, 예담은 한참 내려간 막대를 내리쳤다. 무자비한 손속에 당장이라도 속살에서 빠져나올 듯 물기 어린 막대가 미끌거렸다.
“또 말하게 하네. 보지로 조이라고 했지. 손쓰지 말고.”
“도저히……. 흐으……. 힘들…… 힘들어요.”
빠른 속도로 흘러내리는 점액질의 무게까지 더해져 이제 회초리는 영영 끌어 올리지 못할 것 같았다. 구멍을 비집고 흐른 애액으로 젖어 든 막대를 응시하던 은찬이 울상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아. 정말 손이 많이 가네.”
별안간 예담이 손을 뻗어 옴씰거리는 은찬의 자세를 흩뜨렸다. 아……! 갑작스레 아래로 끌려 내려가는 몸에 터억, 판판한 회초리 끝이 바닥에 닿아 고정됐다. 납작한 면이 바닥을 안정적으로 지지하면서 음부에 비스듬하게 꽂힌 막대기가 더는 어느 쪽으로든 내려가지 않게 된 것이다.
고간과 바닥 사이를 온전히 막대기가 지탱하는 꼴이었다.
“읏……!”
“이제 엉덩이에 힘줘서 서서히 내려와. 보지에 다시 회초리가 제대로 박힐 때까지.”
“으응……. 네…….”
은찬은 마치 스쿼트 하듯 허벅지에 단단히 힘을 주며 무릎을 좀 더 바닥으로 끌어 내렸다. 허벅지가 아래로 내려가자 단단하게 선 회초리가 부드러운 보지 속살 안으로 찌걱찌걱 밀려들어 갔다. 빠져나왔던 만큼 깊이 막대가 들어갈수록, 질퍽한 점막이 뭉개지면서 주름 사이사이에 고여 있던 점액질이 처덕처덕 쏟아졌다.
“흐으으으……!”
보지 안에서 오줌이 쏟아져 나오는 것 같은 감각에 은찬이 급히 발가락에 힘을 주었다. 더 내려가려는 종아리를 버티며 애를 쓰자, 바짝 예민해진 신경 때문에 젖꼭지까지 단단히 뭉친 것이 셔츠 너머로 또렷하게 드러났다. 하얀 셔츠 아래의 진분홍빛 큼지막한 유두가 음탕하게 돋아나 있었다.
“흐윽……! 더, 흐읏, 더는 안 될 것 같아……요.”
“엄살은. 젖은 좋다고 튀어나왔는데.”
“아, 아으응! 헤엑!”
예담이 셔츠 위로 돋아난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그러잡고 뽑아낼 듯 튕겼다. 어찌나 마구 쥐어짰는지, 손길이 떨어지고 나서도 잘 다려진 셔츠가 유두 주변만 빳빳하게 구겨진 상태를 유지했다.
“하으윽…….”
인정사정없이 젖꼭지를 비틀어 댄 탓에 은찬의 무릎이 한 번 더 꺾였다. 그러자 의도치 않게 딱딱한 막대기가 연한 보짓살을 거칠게 꿰뚫었다. 처음 보지에 욱여넣었던 길이만큼 모조리 파묻히자, 밀려난 점막이 안쪽에서 탄력 있게 조여들어 막대기가 보다 더 단단히 고정되었다.
“후……. 하여간 발랑 까져 가지고.”
“으…… 흐으…….”
예담은 바들바들 떨어 대는 은찬을 쓱 잡아 일으켰다. 차오른 숨결을 고를 새도 없이 뒤집힌 몸은 곧장 책상에 납작 엎드려졌다. 날개 뼈 사이를 짓누르는 힘에 가슴 전체가 딱딱한 책상에 맞붙고 고관절이 턱, 모서리에 걸쳐졌다.
은찬에게는 한참 커다란 셔츠 끄트머리가 책상에 걸려 들춰지자, 팬티조차 입지 않은 하반신이 들썩이는 모습이 한결 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할딱할딱, 고르지 못한 호흡에 가슴이 오르내릴 때마다 얇은 셔츠가 함께 움직이며 하얀 알궁둥이가 보였다 사라지길 반복했다.
익히 알고 있는 보드라운 촉감을 환상처럼 느낀 예담은 바짝 마른 아랫입술을 핥으며 두터운 손바닥을 치켜올렸다.
찰싸악!
“히익……! 으응……! 흣, 흐윽!”
사나운 마찰음이 울려 퍼지며 엉덩이가 마구 짓뭉개졌다. 짝, 짜악! 보드라운 살갗이 손바닥에 연거푸 후려쳐질 때마다 흥분한 질이 자극적으로 조여들었다. 얇은 막대기에 점막이 쫀득하게 달라붙어선 그대로 녹아내린 듯 바짝 엉겼다.
질척한 전분이라도 발라 둔 것처럼 쫀쫀하게 모여든 속살과는 달리, 엉덩이 겉면은 갓 구워 낸 반죽처럼 부풀어 오르며 한껏 부피를 늘려 갔다. 때릴 맛이 나는 엉덩이였다. 예담은 외설스럽게 흔들리는 엉덩이를 계속해서 쳐 대며 알맞게 반죽했다.
“아흐윽……! 응……!”
엉덩잇살이 육감적으로 출렁일 때마다 책상 아래에서 덜렁이던 자지가 서서히 일어나 발기하는 것이 느껴졌다. 퉁, 퉁, 책상에 가로막혀 더는 일어나지 못하는 걸 시위라도 하듯 단단해진 귀두가 상판 아래쪽을 쳐 댔다. 보지에 아직까지 꽂혀 있는 긴 막대 역시 이리저리 흔들리며 표면에 묻은 보짓물을 후드득 흩뿌리고 있었다.
“은찬이는 이것도 자지라고 자꾸 세우네. 쓸모도 없는 걸.”
“흐, 으응, 읏…… 아아.”
보드라운 엉덩이로 쏟아지는 화끈한 자극에 자궁까지 찌르르 떨렸다. 좋았다. 황홀했다. 더, 더 자극당하고 싶었다.
아마도 엉덩이 다음으로는…… 보지를 때려줄지 몰랐다. 근지러워진 보지 구멍이 기대감으로 빠끔거렸다. 은찬은 열감이 번져 홧홧해진 엉덩이를 더욱 치들며 볼기를 마구 떨었다.
“하아. 이래서야 누가 네가 벌 받는 중이라고 생각하겠어? 이게 벌이야?”
“으응……. 버, 벌…… 맞아요. 하아읏…….”
이렇게 좆을 잔뜩 세워 두고선 벌을 운운하다니. 생각보다 뻔뻔했다. 발칙하기 그지없는 행태에 예담이 입매를 비틀며 되물었다.
“하. 벌……? 이게? 지금 우리가 뭘 하는데.”
“흐으, 응……. 네에. 제가 숙제를 안 해 와서…… 잘못했으니까아…… 선생님이 벌, 주시는 중이에요. 흣…….”
하, 헛숨을 내뱉은 예담이 막대를 거칠게 뽑아냈다. 깊이 박혔던 회초리가 뽑혀 나오며 내부에서 묻어난 액체가 퓻, 터지듯 튀어 올랐다. 잘 갖춰 입은 그의 옷소매 끝에도 끈적끈적한 애액이 묻어났다.
예담은 손목을 들어 코끝에 가져다 댔다. 젖은 소매에 코를 묻고 호흡하면서 갓 생성된 시큼하고 야한 보짓물 냄새를 맡았다.
“이렇게 흥분한 보지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벌이라고?”
예담이 한층 짙어진 눈동자로 깔린 몸뚱어리를 빤히 훑었다. 번들거릴 만큼 많은 양의 보짓물을 묻혀 놓은 엉덩이가 복숭앗빛으로 물든 채 터질 듯 팽창해 있었다.
예담은 거칠어진 숨을 크게 몰아쉬며 회초리를 잡은 손을 고쳐 쥐었다. 환장할 만큼 자극적인 장면에 훅 열기가 끼쳤다. 어느새 정갈하게 갖춰 입은 정장 아래 좆이 터질 듯 고조됐다.
“으응……. 네. 호, 혼내 주세요.”
예담의 손길이 멎자 뜨겁도록 달떠 있는 눈동자에 초조한 기색이 어렸다. 한참을 기다려도 더 건드려 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아 애가 탔다. 은찬은 슬며시 책상 아래로 손을 내려 음핵을 찾았다.
“이게 어디서 버릇없이…….”
“하아앙!”
다가선 손길이 탁, 그의 손등을 쳐 내곤 음부를 느릿하게 쓰다듬었다. 손끝을 온전하게 살갗과 맞닿게 하지 않은 채 간질간질,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한 거리를 유지했다.
“아…… 으응…… 어…… 얼른…….”
“얼른 넣고 싶으면 잘 보여 줘야지? 보지가 엉덩이에 가려져서 안 보이잖아.”
“으응, 네에. 흐으…….”
수치심보다 성욕이 앞섰다. 은찬은 손을 뒤로 뻗어 제 엉덩이를 붙들었다. 엎드리고 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어 통통한 엉덩잇살에 가려진 보지를 보여 주기 위해서는 볼기를 보다 꽉 붙잡아 바깥으로 당겨야 했다. 손끝에 피가 통하지 않아 새하얗게 변할 정도로 엉덩이를 바짝 잡아 벌렸다.
“서, 흐은, 생님. 이제…… 으응.”
“하……. 돌겠네.”
하얗고 보드라운 살점이 바깥으로 벌어지면서 토실토실 살 오른 보지가 볼록 튀어나와 갈라진 부분이 여실히 드러났다. 무척이나 새빨갛고 번들거리는 틈새는 폭신하기까지 해 보여, 당장에 좆을 무식하게 쑤셔 넣어도 부드럽게 벌어질 것만 같았다.
“아! 학……!”
이번엔 뭉툭한 막대 끄트머리가 아닌, 패들의 형상을 한 반대쪽 선단이 푸욱, 단숨에 질구 속을 후벼 팠다. 질 주름을 따라 내부를 난폭하게 쓸어 대는 자극에 찌르르, 등허리를 타고 극심한 쾌감이 올랐다.
은찬은 본능대로 허벅지를 좀 더 벌려 제 몸을 휘젓는 이물질이 내부를 쉽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도왔다. 납작한 면과 무딘 모서리로 이루어진 선단이 들락거릴 때마다 철퍽철퍽 젖은 살 비벼지는 소리가 나고, 온기 없는 막대가 부드러운 속살을 휘저을 때마다 쾌감에 전 몸이 움찔움찔 떨렸다.
“흐으, 흐…… 아……. 응, 조, 아아…….”
여기서 조금만, 조금만 더 해 주면 까무러칠 만큼 깊은 쾌락을 느낄 것 같았다. 예담이 회초리를 빼내자, 은찬은 찰싹이는 볼기를 애처로이 흔들며 그다음을 갈구했다.
“흣, 조, 조금만 더어…….”
“하아. 은찬아. 확실하게 말하지 않으면 선생님이 알 수가 없잖아?”
“서, 선생……님. 으응, 조금만…… 더, 해 주세요.”
“하…….”
제 자지도 아닌 막대기를 쑤셔 달라고 천박하게 조르는 행태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예담은 은찬의 팔을 붙잡아 휘릭, 삽시간에 반대편으로 돌렸다. 그러자 엉덩이가 다시금 책상에 닿고, 발딱 선 좆이 예담의 앞에 훤히 드러나게 되었다. 살굿빛 귀두에서 줄줄 흐르는 선액까지 확인한 예담이 왼손에 쥔 회초리를 다시 고쳐 쥐었다.
차락!
“아아흑! 아프, 흐으…… 아파아!”
잠깐 사이에 뽀오얀 둔덕을 비스듬하게 가르는 얄팍한 분홍빛 자국이 생겨났다. 버티고 선 발가락이 오그라들면서 모여들고, 놀라 벌렁거리는 보짓살 사이로 애액이 모여 걸쭉하게 흘렀다.
“회초리에 맞아서도 좋다고 보짓물을 질질 싸대네. 씨발.”
“아…… 흐으…….”
“은찬아. 보지에 자극 주는 거면 아무거나 다 좋아? 어?”
그 말에 은찬이 고개를 홰홰 내저으며 예담의 팔뚝으로 손을 뻗었다. 단단히 근육이 선 팔뚝을 매달리다시피 붙잡는 손길을 가만히 바라보던 예담이 짐짓 미소를 삼켰다.
“서운하네. 선생님 좆이 아니라…… 다른 새끼 좆도 다 맛있다고 보짓물 질질 싸 댈 거 같아서 그래.”
“흣……. 아뇨, 아니요. 아니에요…… 선생……님.”
“널 어떻게 믿어. 정말 아무한테나 보지 벌리고 다닌 거 아니야?”
예담은 보드라운 음부에 댄 손바닥을 느릿하게 문질렀다. 회초리에 맞아 뜨끈하게 열감이 오른 보짓살이 빠르게 수축하면서 넓은 손바닥에 차지게 감겨 왔다. 맥동하듯 펄떡이는 살점 위로 그새 조금 부어오른 한 줄의 도톰한 흔적이 생생하게 맞닿았다.
“흐읏…… 다, 다른 자지…… 먹어 본 적 없어요. 으응……. 보지 때려 준 것도, 응, 선생님 밖에 없…… 흡……!”
예담이 짜악, 보짓살을 한 번 더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연약한 살점이 얻어맞으며 발생한 날카로운 파열음이 공중을 갈랐다.
“이렇게?”
“으응…… 흐으으, 네에…….”
부풀어 볼록 솟은 살갗이 더욱 도톰하게 부어올랐다. 평소보다 더욱 통통해진 보지 겉살 때문에 다물리지 않는 보지 틈새는 더욱더 적나라하게 벌어져 속살 사이에 숨은 음순마저 윤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 지독히도 선정적인 광경에 예담이 꿀꺽, 침을 모아 삼켰다.
“믿어 줄 테니까 올라가.”
혀로 아랫입술을 느릿하게 축인 예담은 손에 쥔 막대로 탁, 탁, 책상을 두들겼다. 은찬이 그가 시키는 대로 아무것도 없는 책상에 무릎을 걸치고 오르자, 보지를 맞으며 흥분한 남성기가 꺼떡이면서 휘휘 공중을 갈랐다.
허벅지를 벌리며 오르는 과정에서 하늘거리는 흰색 셔츠 끝단에 달린 단추 두어 개가 풀려, 탱탱하게 알이 찬 음낭 두 쪽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예담이 후우, 긴 한숨을 내쉬며 낮게 뇌까렸다.
“선생님이 보지에 좆질해 준 게 몇 번인데 영 학습 능력이 떨어져서 어떡하지……. 이래서 보지가 터질 때까지 박아 줄 맛이 나겠어?”
은찬이 곤혹스러운 눈빛으로 예담을 바라보자 그가 책상으로 고갯짓했다. 그 고압적인 시선을 따라 바짝 몸을 엎드리니 말랑말랑한 볼기짝이 보드랍게 흔들리며 발뒤꿈치에 맞붙었다.
예담은 탐스러운 엉덩잇살에 이어져 벌어진 허벅지를 슬슬, 막대의 패들 부분으로 덧그리며 엉덩이만 일으켜 세우도록 유도했다.
“이대로 유지해.”
“으응…… 네…….”
회초리로 움푹 파인 고간을 느릿하게 문지르다가 미끄럼 타듯 회음까지 천천히 쓸어내렸다. 후윽, 응…… 으흣……. 은찬이 어깨를 말며 파르르, 몸을 떨었다.
허벅지가 벌어짐에 따라 절로 벌어진 붉은 살점에서 끈적한 보짓물이 방울방울 흘렀다. 예담은 회음 부근을 둥글리던 막대를 사타구니 사이로 쑥 내밀어, 얼마간 쏟아지는 눅진한 물을 고스란히 맞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러다 다시 부드럽게 회음의 선을 따라 막대기를 찬찬히 쓸어 올렸다. 책상에 발등을 맞물려 둔 탓에 빼꼼 나온 은찬의 발가락이 꼬물대며 곱아들었다.
“으으, 흐으으……. 간지, 러워요…….”
물에 젖은 회초리는 도톰한 항문 주변을 문지르다가도 다시 곧 예민한 회음을 가만가만 매만졌다. 그럴 때마다 방치해 둔 성기가 허벅지와 아랫배 사이에 끼인 채로 이슬 같은 선액을 흘려 댔다.
부드럽게 몸 선을 타고 돌아다니는 막대에 은찬의 긴장이 풀린 순간.
퍼억! 둔탁한 것이 촘촘하게 잡힌 후장 주름 사이를 그악스럽게 벌려 들어왔다. 버겁도록 큰 탓에 한 번에 구멍을 죽 찢고 들이치지 못하는 성기와는 달리, 가늘고 긴 이물질은 스스럼없이 들어와 단숨에 극점을 찍어 눌렀다. 짓이겨진 점막에 엉덩이가 와락 솟구치고, 오므라들었던 발가락이 자동으로 쫙 벌어졌다.
“아흐으윽! 아아!”
연한 살이 푹푹 갈라지며 찌릿찌릿, 통각과 쾌감이 엉겨 고간으로 번졌다. 흐릿해진 시야가 지글지글 뻘겋게 불타올랐다. 은찬은 요란하게 엉덩이를 떨며 전율했다.
“아으, 읏, 흑……! 자, 잠깐만, 응! 안, 돼애!”
“후으……. 돼.”
예담은 길고 곧은 손가락으로 은찬의 허리를 단단히 틀어쥐었다. 그러곤 남아 있는 반대쪽 손으로는 내벽에 쑤셔 넣은 빳빳한 이물질을 움직여 거침없이 점막을 헤집었다. 턱턱, 좁은 내벽에 도드라진 극단이 접면되어 걸릴 때마다 은찬은 물에서 갓 건져 낸 활어처럼 펄떡거렸다.
“아……. 으……. 이상…… 읏, 이상해, 서어…… 선생……! 으응! 흐, 힉!”
은찬이 상기된 뺨을 내저으며 급박하게 애원하자 들썩이는 엉덩이를 철썩, 세차게 내리친 예담은 항문 안에 꽂힌 회초리를 빠르게 왕복시키기 시작했다. 퍼억, 퍽, 쩌억! 어찌나 세차게 쑤셔 박는지 자지로 때려 박는 듯 호된 소리가 났다. 은찬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손가락으로 책상 상판을 득득 긁었다.
“아으으…… 너무, 세서, 읏! 아아!”
“선생님이 뒷보지 터질 때까지 박아 준다고 했잖아. 후우. 정말 터질 때까지 박히려면 잘 풀어 둬야 하니까, 참아.”
“으응, 으흐응, 아, 으흡……!”
여태 아랫구멍에 진동기며 하다못해 자두에 이르기까지 범상치 않은 이물질을 잔뜩 넣어 봤지만, 이렇게까지 날카롭게 전립선이 짓이겨지도록 자극당하는 일은 경험한 바 없었다. 둔부로 퍼지는 심상찮은 감각에 신음하며 덜덜 떨던 은찬은 결국 손을 뒤로 뻗었다. 억세게 들이치는 막대를 막아 보려는 미약한 몸짓이었다.
그러자 아랑곳 않고 쑤석이던 손길이 잠시 멈추었다. 조금은 속도를 조절해 주려는 건가 싶어진 은찬이 안도하는 숨을 가느다랗게 내쉬자마자,
“아흑!”
볼기를 더듬던 손가락이 단번에 아래로 끌려 내려갔다. 살짝 숙어진 얼굴이 손가락에 다가오더니 퉤, 침을 뱉었다. 어색하게 벌어진 손가락이 찐득한 타액으로 번들거리자 예담은 은찬의 검지부터 약지까지, 세 손가락을 곧장 그러모았다.
“아……! 응!”
기어이 아랫구멍에 쑤셔 넣어진 손가락이 막대의 움직임에 맞추어 안을 들락거렸다. 손가락이 막대가 미리 터놓은 길을 따라 조금 더 넓게 구멍을 늘일 때마다 물기 어린 점막이 뻘건 속살을 내보이며 뻐끔거렸다.
찔걱, 찔걱.
“깊숙이 쑤셔. 겉만 깔짝대지 말고.”
“읏……!”
예담은 우악스러운 손길로 은찬의 세 손가락을 모조리 고쳐 잡고선 제 손으로 열을 맞추어 그 위를 덮었다. 정신을 차릴 새 없이 겹쳐진 여섯 개의 손가락이 곧장 아랫구멍을 북북 찔러 들었다.
“아, 아……! 흐응! 안, 안 돼! 무리야!”
은찬이 절박하게 제 손가락을 빼내려 했지만 예담의 악력 앞에서는 소용없는 몸짓이었다. 예담은 계속해서 막대가 꽂힌 뒷보지를 빠른 속도로 들쑤시며 퍽퍽퍽, 넓히고 헤집었다.
단단하게 응집된 손가락이 좁은 구멍을 파고드는 기세에 내벽은 속절없이 벌어지면서 이물질을 감쌌다. 손 크기에 맞추어 조여든 점막에서 섬세한 손마디 모양까지 느껴질 정도로 내벽과 손가락 사이에는 틈이 없었다. 첫 삽입에 겹쳐진 두 손가락 첫째 마디까지 삼켜 냈던 구멍은 두 번째 삽입에는 중간 마디까지도 받아들였고, 어느 순간부터는 손등 뼈가 닿기 직전까지도 확장해 쫀득하게 들러붙었다.
빠르게 들이닥치는 막대와 제 손가락을 감싼 굵은 손가락까지.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커다란 부피감이 밑구멍을 찢어발길 것처럼 사납게 범하고 짓쳤다. 퍽퍽, 푹푹, 과격하게 찔러오는 손가락이 내벽 안 열점과 예민한 점막 곳곳을 들쑤시고 후벼 팠다.
“아아아아……!”
들이쳤던 손이 격하게 빠져나가자 즈즈즈 끌려 나가던 점막이 구멍 끄트머리에 닿아서야 쩌억, 떨어지며 되돌아왔다. 원래 자리로 돌아가려는 점막이 경련하며 잘게 움직이자, 삽시간에 배 속으로 후끈한 열기가 들끓었다.
분명히 온몸의 힘을 뺐는데도 허벅지가 제멋대로 수축하며 당겨 왔다. 지금이 있는 곳이 서재인지, 어디인지 초점이 맞지 않는 눈동자 때문에 시야가 진창이었다. 벌어진 은찬의 입술에서 투명한 타액이 흘러 책상과 혀를 눅눅하게 잇고 있었다.
“은찬아. 후으……. 아랫입도, 윗입도 맛있다고 침을 질질 흘리잖아. 자꾸 거짓말해서 선생님 화날 것 같아…….”
“흐윽. 그, 그런 거 아니…… 흑!”
예담이 오랜 시간 내벽에 머무른 기다란 막대기를 죽 잡아 빼냈다. 흡사 밑구멍이 쑥 빠지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놀란 은찬이 신음을 흘리며 낑낑대는 모습을 감상하던 예담은 뒤이어 제 바지 파스너만 잡아 아래로 내렸다.
성기의 숨통을 틔워 주자마자 불룩해져 있던 고간에서 쏟아지듯 커다란 살덩이가 튀어나왔다. 꺼내진 자지는 이미 한차례 좆물을 토해 내기라도 한 것처럼 쿠퍼액을 뒤집어쓴 몸체를 꺼떡이며 위용을 떨쳤다.
“하아……. 이미 화난 것 같기도 하고?”
근육으로 가득 찬 앞 허벅지는 바지에 감싸인 채로도 선명한 부피감을 느끼게 했다. 굵고 탄탄한 근육 덩어리가 엉덩이에 닿아 온다고 느끼자마자 퍽! 기세 좋게 귀두가 벌겋게 익은 내벽을 갈랐다.
“크읏……. 씹.”
예담의 잇새에서 탄식과 신음이 섞여 터졌다.
“……!”
신음마저 내지르지 못한 은찬의 엉덩이가 높이 쳐들렸다. 뻐끔대는 금붕어가 된 것처럼 그저 입만 벙긋, 벌린 채로 곧바로 살굿빛 귀두 끝 요도 구멍에서 모아 둔 정액이 퓻 쏟아져 나왔다.
“와……. 씨발. 그동안 혼자 자위도 안 했어? 엄청 진하네.”
예담의 감탄처럼 모처럼 쏘아지는 좆물은 진한 죽에 비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질었다. 후득, 후드득, 책상과 맞닿은 창문으로 쏟아지는 점도 높은 정액에 세찬 우박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마치 비라도 오는 것 같다며 예담이 중얼거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창밖으로 가느다란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또독, 또독.
예담은 잠시간 내리던 비에 시선을 주다 이내 다시 불툭이는 제 좆에 집중했다. 평소 성기를 후장 구멍에 쑤셔 박을 때에는 단계별로 천천히 끊어 들이쳤으나, 오늘은 두 손을 겹쳐 거침없이 풀어놓은 덕인지 귀두만 통과시켜도 막히는 부분 없이 단번에 좆을 주욱 깊숙한 곳까지 찔러 넣을 수 있었다. 말없이 턱, 턱 허리를 쳐올리며 축축한 열기에 불을 지폈다.
“바, 방금 갔…… 방금 갔어요. 선생님…… 제발, 응……!”
배 속이 뜨겁다 못해 타들어 갈 것 같았다. 도저히 버티고 있지 못할 감각에 무릎을 움직여 도망치듯 나아가려 해도 제게 허락된 공간은 책상뿐이었다. 은찬은 찌릿한 감각이 쏘아지는 발가락을 오므린 채 마구 고개를 저으면서 애원했다.
되는 대로 퍽퍽 찔러 넣었지만 단단한 귀두가 닿는 모든 곳들이 성감대였다. 뒷보지가 아니라 보지에 박아 넣기라도 한 것처럼 자지가 좁은 구멍 안을 비집고 나올 때마다 질척한 액이 자꾸만 스멀스멀 비어져 나왔다.
“자지 하나로 부족한 것처럼 뒷보지가 자꾸 질질 흘리네. 하아……. 하도 박아서 헐겁게 늘어난 건지.”
“흐으…… 무, 무슨…….”
“정말 대학 가려고 보지 돌리는 중인지 의심하게 되잖아. 응? 내려와. 확인하게.”
언젠가 볕이 잘 들어온다고 생각했던 창가에 은찬의 등이 기대졌다. 그러자 톡 튀어나온 날개 뼈가 짓눌려지고 파인 척추가 빳빳하게 기립했다. 얼마 남아 있지 않던 셔츠의 단추가 모조리 풀려 나가며 새하얀 상반신이 드러났다.
창가 근처에 위치한 조명 때문에 이예담의 얼굴이 더욱 세밀하게 눈에 들어왔다. 커다란 셔츠 한 장조차도 제대로 입지 않은 저와는 달리 섹스 중에도 옷을 갖춰 입은 그를 의식하자 시선을 마주치기 힘들었다. 은찬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눈동자를 옆으로 돌렸다.
홱, 예담이 돌아가는 턱을 쥐어 고정했다.
“어딜 봐. 나 봐야지.”
“으읏…….”
예담은 열에 들뜬 얼굴이 못 견디게 끌려 늘 하듯이 먼저 입술을 내리려다가 금세 생각을 바꾸었다.
“키스. 먼저 해 볼래?”
“ㅁ…… 뭐?”
곧장 내뱉어지진 않아도 여태 선생님, 선생님 존칭까지 붙여 가며 시키는 건 다 하던 터라 금방 입술을 맞붙여 올 줄 알았는데. 놀란 동공을 크게 확장시킨 유은찬은 도무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싫어?”
“…….”
“……은찬아. 너 은근히 어렵다.”
자조하듯 웃음 지은 예담이 이내 얼굴을 물리는 대신 하반신을 우악스레 맞붙여 왔다. 귀두가 자연스레 체액으로 범벅된 주름 사이를 다시금 푸욱 파고들었다.
쾅쾅 예담이 허리를 쳐올릴 때마다 당장이라도 깨어질 듯, 창문이 덜덜 떨리며 굉음을 만들어 냈다. 허리 짓에 맞추어 은찬의 허리가 들썩이고, 그에 맞추어 자지를 먹지 못해 비어 버린 보지 음순과 풍만한 엉덩잇살이 관능적으로 떨렸다.
급작스럽게 내린 빗방울이 창문 곳곳에 달라붙어 있었다. 성기를 짓쳐 올릴 때마다 은찬의 동공에 맺힌 빗방울이 어룽대며 뿌옇게 번져 나갔다.
“흐으……!”
은찬의 자지가 당장이라도 물을 뿜어낼 듯 갈급하게 흔들렸다. 또다시 치밀어 오르는 사정감에 은찬이 버둥거리며 제 자지에 손을 내릴 때,
“아직은 아니지.”
하며 예담이 가뿐히 이를 저지했다. 그러곤 그의 몸을 홱 가벼이 반대편으로 돌렸다.
양쪽 팔목이 결박당해 커다란 손아귀에 쥐어지자, 벌어진 셔츠에 드러난 젖가슴이 하늘로 붕 떴다. 말랑말랑 심이 풀려 보드라워진 유두가 공중에서 파르르, 흔들리다 자지와 함께 나란히 아치형 창문에 문대졌다. 그새 창문 표면에 서린 김에 유두가 둥그런 자국을 남겼다.
투명하고 커다란 창문에 나신이 짓눌리니 덜컥 겁이 났다. 젖꼭지가 창문에 납작하게 눌린 채 가슴살이 음란하게 출렁이는 모습을 누가 보기라도 한다면…….
“흐으…… 누, 가. 누가 보면 어떡해……요. 선생님.”
“온 동네에 보지 따먹히는 중이라고 광고하는 거지. 문제 있어?”
높은 언덕에 위치한 저택이라 누군가 지켜보고 있을 가능성은 현저히 낮았지만 걱정을 떨칠 순 없었다. 예담의 대답에 따라 한결 짙어진 초조함에 은찬이 어깨를 움츠리는 것도 잠시.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 차가워진 창문의 온도 때문인 건지, 상황에서 온 흥분 때문인 건지 원인을 알 수 없는 떨림이 지속되자 말캉하던 젖꼭지가 빳빳하게 뭉치고, 자지 역시 피가 몰린 채 꺼떡거리기 시작했다.
유리창과 사타구니 사이에 끼어선 툭툭 귀두를 쳐 댈 때마다 전달되는 진동은 촉촉하게 젖은 음핵까지 금세 도달했다. 과도한 쾌감에 움찔움찔 몸을 떨어 대는 은찬의 팔목을 붙든 예담은 쾅! 거칠게 장골을 추어올렸다.
“아……! 흑! 자, 잠깐만…… 응! 선생님!”
“선생님도 안 갔는데. 후, 아까처럼 버릇없이 먼저 가려고 하지 말고.”
탄탄한 복근에 뭉개져 부드럽게 흔들리는 하얀 살덩이 사이, 줄줄 흐르는 액이 점철된 벌건 구멍이 도드라졌다. 이를 물끄러미 응시하던 예담이 뾰족한 입꼬리 끝을 살살 핥았다. 한참 풀어 둔 탓에 발랑거리는 농밀한 구멍은 무얼 넣어도 다 받아먹을 것처럼 게걸스럽게 보였다.
……정말로 가능할 듯했다. 무엇이든.
“허욱……! 응……!”
뜨끈하지만 딱딱하지 않은 무언가가 아랫구멍 안을 억지로 벌리기 시작했다. 좆에 비해 경직도나 탄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느낌이 드는 살점이 이미 쏟아질 정도로 가득 찬 구멍을 마찰하며 슬슬 밀려들어 온 것이다.
“아, 응! 뭐, 하는……!”
“후우. 자지를 넣어도 헤프게 뻐끔거리길래……. 하아. 가만히 있어. 싸게 구는 버릇 고쳐 주는 거니까.”
은찬만큼이나 얼굴을 일그러뜨린 예담이 제 왼쪽 음낭을 강제로 구멍을 향해 밀어 넣고 있었다. 후아……. 좆만큼이나 예민한 부위를 비틀며 뭉개 넣으려니 그 또한 버거운 듯했다. 낮은 한숨이 터지고, 주름진 살점 한 덩어리가 막무가내로 쑤셔 박혔다. 예담은 아직 남아 덜렁이는 한쪽 음낭을 바라보며 찌푸린 눈매를 가늘게 떴다.
“아, 더, 더는 안 돼애, 으응……!”
음낭까지 넣을 것처럼 거칠게 군 적은 있었지만 실제 고환을 처넣으려 들 줄은 몰랐다. 쩍, 쯔어억, 흘러내린 쿠퍼액 때문에 흠뻑 적셔진 음낭이 구멍에 비벼지며 발생하는 소리가 소름 끼쳤다.
“이건, 진짜아…… 아, 아니……. 흣.”
한계까지 팽팽하게 확장된 탓에 얇게 펴진 구멍이 아려 왔다. 은찬은 심한 압박감에 몸을 바르작거리며 뒤챘다.
“후으……. 씨……팔.”
예담은 핏대 솟은 목울대를 울리면서 천천히, 느릿하게 장골을 밀어 올렸다. 남은 불알마저 착, 끝까지 욱여넣자 조금의 여유 공간도 없이 아랫구멍 전체가 완벽하게 막혔다. 숨통 또한 완벽하게 조여든 은찬은 그저 거대한 몸에 잡아먹힌 듯 무력하게 떨기만 할 따름이었다.
고환이 구멍에 틀어박힌 예담의 움직임 역시 자유롭진 않았다. 예담은 짓찧는 허리 짓 대신 은찬의 허리를 거세게 휘어잡은 채로 앞뒤로 크게 흔들었다. 뭉툭한 귀두와 두툼한 음낭이 점막을 쳐 대자 사정없이 으깨지는 내벽에 눈앞이 어찔해졌다.
“서어, 흐응…… 성새니…… 아앙!”
토할 것처럼 내장을 가득 메운 살덩이에 메스꺼움을 느끼던 찰나가 지나자마자, 자짓물을 쏘아 낸 지 얼마 되지 않은 요도구로 또다시 울컥울컥 사정감이 차올랐다. 뜨거운 살덩이가 비벼지는 점막 곳곳에서 느껴지는 원색적인 쾌감에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문장은 모조리 발음이 엉망으로 뭉개진 채였다. 간간이 들려오는 달뜬 신음이 오히려 또렷하게 귀청을 때렸다.
예담은 은찬의 벌름거리는 요도 구멍을 엄지로 단단히 막고는 제한된 움직임으로 허리를 쳐올렸다. 꾸물럭꾸물럭, 알이 꽉 찬 음낭이 빠듯하게 내벽을 왕복하며 당겨지는 탓에 불현듯 뒷덜미로 야릇한 소름이 내달렸다.
“후으…… 하아.”
“아흐! 응! 아…… 아……!”
허리를 움켜쥔 손을 격렬하게 흔들 때마다 은찬의 벌어진 입술에서 질질 투명한 타액이 흘렀다. 턱을 타고 흐른 침은 푸른 핏줄이 들여다보이는 가슴살까지 덕지덕지 묻어나며 발딱 선 젖꼭지에 윤기를 내는 데 일조했다.
침으로 반들반들 빛나는 연분홍빛 돌기는 밋밋한 창문에 퍽퍽 문대졌다 떨어질 때마다 점차 색상이 짙어졌다. 색깔뿐 아니라 크기까지 확연히 큼직해져서 굵직한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짓누르기 딱 좋을 듯했다. 자세만 아니었다면 진작 뜨거운 점막 가득 삼키고 쪽쪽 빨아 대 충혈되도록 만들었을 터였다.
당장이라도 퉁퉁 불어 터지도록 까득 깨물고 싶었다. 예담은 그러지 못하는 만큼 귀두에 콱 힘을 주며 은찬의 허리를 바짝 잡아당겼다. 힉……! 사납게 짓쳐지는 내벽에 탐스러운 젖가슴이 들썩거렸다.
“흐으, 하……. 이거어, 떼, 주, 응…….”
필사적으로 말을 이어 가려 했지만 지나친 쾌감에 혀가 굳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흐느끼듯 신음하는 몸은 제멋대로 움찔거리고, 예담의 고간 전체가 꽂힌 구멍 역시 격하게 오그라들며 수축을 반복했다. 갈라진 음부에선 끈적한 애액이 축축하게 분비되어 질게 늘어지고 있었다.
“큿……. 씨……발.”
쾅! 예담이 일순 균형을 잃을 뻔한 은찬을 간신히 팔을 뻗어 지탱했다. 굵은 핏줄이 단단히 솟은 팔뚝이 내리친 창문이 깨어질 듯 쿠쿵, 요란한 소리가 났다. 뭉개진 채 쑤셔진 음낭이 갑작스레 겹쳐진 하반신에 육벽을 거칠게 비볐다.
“아, 아앙, 아!”
내벽이 점막을 뭉그러뜨리자 그곳에 담긴 성기와 음낭이 반사적으로 부풀었다. 묵직한 살덩이가 체적을 키우고, 주름진 고환이 땡땡하게 확장되자 내부로 느껴지는 압박감은 한층 더 수위를 높였다. 현기증이 일 만큼 강한 압력에 허리를 뒤트는 순간, 푸욱, 뜨겁도록 달궈진 열점이 음낭 사이에 꼬집히듯 짓눌렸다.
“후으…….”
“헤엑! 아, 아! 아아아아……!”
예담의 팔에 갇혀 있던 은찬이 탁 고개를 젖히며 초점이 풀린 눈동자를 꺼떡 뒤집었다. 통통하고 새하얀 허벅지 안쪽이 빠르게 경련하며 사타구니 사이에 달린 자지 역시 꼿꼿이 선 채 발발 떨렸다.
남성기는 당장이라도 좆물을 쏟을 기세로 파들파들 떨렸지만, 요도 구멍이 넘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커다란 손아귀에 쥐어진 귀두가 자유롭지 않아 요도가 막힌 채로 절정이 찾아든 것이다.
“으응, 으, 으…….”
파드득, 튀어 오르는 몸과 함께 내벽이 뜨겁게 조여든 탓에 예담 역시 강제적인 절정에 이르렀다. 울컥울컥, 정액이 시원하게 터지자 내벽을 빡빡하게 채운 뜨거운 액이 자지뿐 아니라 밀어 넣은 음낭에까지 남김없이 따스하게 스며들었다. 쫀득하게 수축하는 점막 안에서 생생히 펄떡이는 음낭이 느껴지자, 무리하게 쑤셔 넣은 게 후회되지 않을 만큼 진한 흥분감이 덮쳐들었다.
“와……. 후으. 싸지도 않고 간 거예요?”
“으으, 응……. 흐으으…….”
은찬이 이마를 창문에 맞붙인 채 자지러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예담이 피식대며 사지를 떠는 그를 꽉 끌어안았다. 좆이 손아귀에 쥐어진 탓에 지친 뒤통수가 그대로 기대 오자, 땀에 젖어 진갈색이 된 머리카락이 예담의 정장 재킷에 달라붙었다. 전율하며 바깥을 향해 곱아든 발등 때문에 발끝으로 전신을 지탱하는 은찬을 감싼 살결은 온통 복숭앗빛이었다.
솜털 가득한 뺨에 입술을 내리니 짙은 정사 냄새가 밀려왔다. 비 냄새에 땀 냄새까지 섞여 꿉꿉할 법도 했지만 오히려 달큼하게 느껴졌다. 후우……. 크게 숨을 들이켜며 은찬을 만끽한 예담이 은밀하게 속삭였다.
“은찬아. 보지 한 번 더 대 주면 선생님이 책임지고 대학 보내 줄게.”
* * *
현실과 다른 역할을 정해 놓고 따르는 건 이질적인 흥분감을 부추겼다. 강렬한 배덕감과 더불어 평소보다 한결 더 예민하게 느껴지는 성감은 서로의 역할을 원래대로 바꾸고 난 뒤에도 크나큰 여운을 남겼다.
은찬은 매서운 선생님 역할을 했던 이예담을 떠올릴 때마다 아랫배가 찌르르 울리는 감각을 느꼈다. 그 여파 때문에 자꾸만 다양한 상황을 그려 보게 됐다. 이를테면 의사와 환자라든가, 사장과 직원, 그리고……. 가만히 색다른 상상을 이어 가던 은찬은 흠칫 놀라 고개를 저었다.
“미쳤어…….”
이제 변태인지 고민해 볼 필요도 없었다. 멀리 돌아볼 것 없이 자신은 변태가 확실했으니까. 어쩌면 이예담 탓이 아니라 본연의 제 모습을 뒤늦게 알게 된 걸지도 몰랐다. 뜻하지 않게 본인의 취향에 대한 결론을 내린 은찬이 자책하듯 입술을 세게 물었다 놓았다.
“하……. 공부, 공부나 하자…….”
상황은 이제 역전되었다. 막 수능이라는 큰 산을 넘은 이예담과는 달리 기말과 취업 준비라는, 떠올리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는 두 개의 높다란 산이 첩첩산중으로 은찬을 기다리고 있었다.
은찬은 책상 위에 펼쳐진 전공 책으로 눈을 돌렸다. 독파가 끝나고 나면 공모전과 관련한 제 몫의 과제 또한 해내야 했다. 거기다 지금 잠시 주어진 유예 시간이 끝나면 곧 새로운 과외도 시작해야 하고, 또…….
끊임없이 떠오르는 과업에 변태 짓에 몰입할 시간은 얼마 남아 있지 않음이 체감되었다. 이번 주말은 그야말로 바쁠 예정이었다.
“아…….”
뚝, 뚜욱. 노트북 키패드 위로 검붉은 피가 떨어졌다. 인중을 타고 흐르는 뜨끈한 액체를 느낀 은찬이 숙였던 고개를 들고 얼굴을 매만졌다. 스윽, 가벼이 스친 손등으로 짙고 끈적한 체액이 묻어나고 있었다.
이틀간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해서일까. 은찬은 손을 뻗어 침대맡에 놓아두었던 티슈로 코를 틀어막았다. 하얀 티슈가 금세 번진 핏물로 붉게 물들었다.
“안 되겠다.”
은찬은 지이익, 티슈를 아무렇게나 찢어 돌돌 말았다. 피가 흘러나오는 콧구멍을 티슈로 대강 막고서 다시 하던 일에 몰두했다. 금방 굳은 피 때문에 호흡이 갑갑하긴 했지만 과제에 집중하자 불편함은 곧 잊혔다.
타닥, 타닥. 조그마한 방 안을 바쁘게 울리던 타자 치는 소리가 마침내 멎어 들었다. 완성한 파일을 송신한 은찬이 노트북 화면을 덮자, 어두컴컴하던 창밖이 푸르스름하다 못해 환하게 밝아져 있었다.
지이잉.
창밖에 시선을 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폰 진동음이 울렸다. 같이 공모전을 준비하는 동기로부터 온 전화였다.
“어……. 방금 완성본 보냈어.”
- 고생했어. 수민이는 1시간 내로 보낸다고 하던데. 그럼 좀 자고 일어나서 다시 이야기하자.
“어어. 자고 나서 이따 다시 연락해.”
하아……. 전화를 끊고 피곤한 눈두덩을 비비자마자 텅, 텅 쇠가 울리는 듯한 소음이 들려왔다. 현관문이라고 하기에도 뭐한, 단출한 철문에 손마디가 부딪히는 소리였다.
택배든 배달이든 웬만해선 빌라 꼭대기 층까지 가져다주지 않아 좀처럼 들을 수 없는 소리이기도 했다. 은찬은 비적비적 침대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향했다. 무거운 눈꺼풀을 느리게 감았다 뜨고 문고리를 돌리자, 눈부시게 쏟아지는 햇살을 막아선 커다란 인영이 집 안으로 들어섰다.
“누군지 묻지도 않고 문 열어 준다고 뭐라 하더니 선생님이야말로 지나치게 무신경한데요?”
예담이 은찬을 핀잔하며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익숙한 목소리에 한 발 뒤로 물러난 은찬이 멋쩍은 듯 어색하게 웃자, 따라 입꼬리를 휘던 그는 곧 곧은 미간을 힘껏 구기며 은찬의 턱을 쥐어 올렸다.
“코 밑이 왜 이래요. 코피 났어요?”
“어? 아…….”
대강 코에 쑤셔 놓았던 티슈를 가리키는 말일 터였다. 꽤 많이 우스운 모양새일 것 같아 은찬이 더듬더듬 손등을 올려 코를 가렸다.
“공모전 참여하느라 무리 좀 했더니 그런가 봐.”
“말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요.”
예담은 수려한 얼굴을 일그러뜨리고선 은찬의 인중 부근을 만지작댔다. 더럽지도 않은지 티슈를 빼내 친히 코 안 점막까지 살폈다. 그러고는 더 이상 흐르지 않는 피를 확인하고 나서야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뭘, 어떻게 준비했길래 이 지경이에요. 밥은 먹었어요?”
“응…….”
집 아래 편의점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삼각 김밥 하나를 사 먹긴 했었다. 오늘은 아니고 어제 새벽쯤이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어물어물 들려오는 대답에 예담은 미심쩍은 표정을 거두지 않은 채 방 안을 둘러보았다. 침대에 올려진 덮개가 닫힌 노트북과 대충 뽑힌 티슈 몇 장, 바닥에 놓인 카페인 음료. 그리고…… 쓰레기통 안의 삼각 김밥 껍질을 발견하곤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이딴 걸 밥이라고 말한 건 아니겠죠.”
“어, 어.”
그거 맞는데. 괜히 실토했다간 대화가 길어질 것만 같아 말을 얼버무렸다. 예담은 긴 눈을 가느다랗게 좁혀 뜨더니 은찬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준비하던 건 다 끝났어요?”
“응. 막 이메일 보냈어.”
“그럼 나가요. 제대로 된 밥 먹으러.”
밥보다는 잠이 더 고팠다. 일정 시간이 지나자 위장은 더는 배고프다는 신호도 보내지 않았고, 머릿속에 안개가 끼기라도 한 듯 꿈속을 거니는 느낌에 당장 이예담을 보내고 잠이나 푸지게 자고 싶었다.
하지만 여태 봤던 그 어떠한 표정보다 단호함이 서린 얼굴에 은찬은 괜히 주눅 든 어린아이가 된 듯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굳었던 표정을 풀며 먼저 나서는 이예담을 따랐다.
* * *
깨작거리며 찬을 집자, 이예담이 직접 앞에 놓인 불고기 한 점을 집어 소복한 밥알 위에 올려 주었다. 은찬은 거의 줄어들지 않은 공기밥에 추가적으로 쌓인 고기 양을 보고 작게 한숨 쉬며 숟가락을 움직였다. 분명 맛있는 음식일 테지만 음미하기보다는 할당된 과제를 해치우듯 힘겹게 씹어 넘겼다.
이예담은 거의 음식을 먹는 둥 마는 둥 한 채 은찬의 식사를 보는 데 주력하고 있었다.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밥공기를 잠자코 지켜보다가 간혹 찬을 집어 주며 참견하기도 했다. 은찬은 그 황송한 시중을 받다가 문득 괜한 짓이란 생각이 떠올랐다. 수능도 끝난 마당에 이예담이 저를 찾아온 이유는 하나뿐일 텐데, 도무지 응해 줄 체력이 남아 있지 않던 까닭이다.
“나 그런데 너무 졸리고 피곤해서 오늘은 좀 힘들 거 같아, 그거……. 여기까지 왔는데…….”
은찬이 맥없이 젓가락을 놓으며 중얼거렸다. 담담하게 찬을 옮겨 주던 이예담이 일순 그 말에 동작을 멈추고 탁, 은찬을 따라 젓가락을 놓았다. 기다란 손가락이 답답한 듯 짙은 눈썹 산을 문질렀다. 뒤이어 나지막이 긴 숨이 내뱉어졌다.
“하……. 선생님은 대체 나를 뭘로 생각하는 거예요?”
시큰둥하다 못해 날 선 음색이 튀어나왔다. 은찬은 기가 막힌 듯 구는 이예담의 반응에 어쩐지 의문이 생겼지만, 깊이 사고할 힘이 없어 말끝만 흐렸다. 아니면 말고…….
“일단 밥 먹어요.”
“응.”
어색해진 기류에 예담은 묵묵히 젓가락질을 이어 가면서 속으로 자문했다. 여상한 질문에 굳이 화까지 낼 필요가 있었나. 한순간이지만 그의 말에 난데없이 억울함이 치솟았던 스스로에게 드는 의문이었다.
정말 좆질 하러 왔는데 못 하게 돼서 그런 건가. 애초에 약속도 하지 않고 차를 몰았을 때에는 그가 집에 없는 상황까지 염두에 두었었는데. 예담은 어느덧 젓가락질마저 멈추고 생각에 골몰하고 있었다.
“…….”
느껴지는 정적에 고개를 들자 은찬 역시 젓가락을 거둔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곤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안 먹길래……. 너무 나만 먹은 거 같아서.”
“뭐 좀 생각하느라. 먹을게요. 같이 먹어요.”
예담은 곧 복잡한 머릿속 사념을 지우고 눈앞의 식사에 집중했다. 일단 식당까지 왔으니 비실대는 그를 먹이는 게 최우선 과제로 느껴졌다. 차츰 테이블 위의 접시가 비워져 갔다.
온연히 씹고 넘기는 데에만 몰두했던 식사가 끝났다. 예담은 식당을 나서자마자 차를 몰아 곧장 은찬의 집으로 돌아왔지만 집 앞에서 그를 올려 보내는 대신 함께 자취방으로 향했다. 그러면 그렇지, 하고 중얼거린 은찬은 그런 그를 제지하지 않고 현관문을 열었다. 걸쳤던 외투를 벗고 작게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 올랐다.
“자요.”
“응?”
“빨리 자라고. 여기까지 다크서클 내려왔잖아요.”
“아…….”
이예담은 그렇게 말하며 은찬의 가슴께까지 이불을 끌어 올려 덮어 주었다. 그러고는 입술을 달싹이는 그를 멀거니 내려다보다 커다란 몸을 매트리스에 비스듬히 기댔다. 턱을 괸 팔뚝을 누운 몸 언저리에 대고 가만히 바라보았다. 쏟아지는 시선이 짙었다.
“안 가?”
“선생님 자는 거 보고 가려고.”
“왜…….”
내가 자는 걸 보고 가려고 해? 묻고 싶었지만 느리게 끔뻑이던 눈꺼풀이 점차 무거워졌다. 배도 부르고, 오랜만에 제대로 누워 잠을 청해서인지 더는 생각을 이어 갈 수 없었다. 저를 지켜보는 빤한 눈길을 알면서도 생각을 미뤄 둔 은찬은 서서히 깊은 수마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