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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2 03화 (15/18)

외전 03

윤서경이 욕실에서 나왔을 때, 유온은 침대 위에 가운 차림으로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뭘 하나 싶어 가까이 다가가 보니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중이었다.

“뭘 그렇게 보고 있습니까?”

“……!”

힉, 숨 삼키는 소리를 낼 정도로 놀란 유온이 뒤를 돌아보았다.

“놀랐잖아요……. 왜 그렇게 소리 없이 다니세요.”

“평범하게 왔는데요. 뭘 하고 있었기에 그렇게 놀라요?”

딱히 뭘 하고 있었던 건 아닐 것이다. 유온은 원래 잘 놀랐다. 자신이 소리 없이 다닌다는 자각은 없는 윤서경이었다.

“영인이 사진 보고 있었어요.”

그 말에 윤서경도 유온의 휴대폰 화면을 보았다. 유온의 손바닥만 한 화면 안에서 영인이 온갖 동물 옷을 입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바로 같은 층 다른 방에서 영인이 자고 있는데, 그새 보고 싶어진 모양이다.

하기야 자신도 회사에서 몇 번이고 휴대폰을 열어 보곤 하니, 다른 말을 할 처지가 못 되었다.

두 부부는 그대로 침대에 앉아 한참 동안 영인의 사진과 동영상을 감상하다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영인이 아기였을 때 아이가 너무 어른스럽다며 고민하던 유온이었으나, 이젠 그 성격이 전적으로 윤서경에서 왔음을 받아들인 듯했다. 윤서경도 원래 키우기 쉬운 아이였다. 그 대범한 부모님도 은근히 걱정했을 정도로.

휴대폰을 베개 옆에 놓은 유온은 자연스럽게 몸을 윤서경에게 기울였다. 윤서경의 시선은 흘끗, 벌어진 가운 틈새로 보이는 유온의 몸으로 향했다. 씻은 지 얼마 안 되어 더욱 분홍빛으로 달아오른 유두가 보였다.

애초에 같이 씻을 걸 그랬나. 이 몸 위로 따뜻한 물이 흐르는 모습을 상상하니, 갑자기 그걸 놓친 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윤서경은 그 아쉬운 마음을 유온의 가운 틈에 손을 집어넣는 것으로 대신했다.

“앗, 자, 잠깐…….”

당황한 유온이 꾸물대는 사이 순식간에 끈이 풀리고 가운이 내려갔다. 허리께에 걸린 얇은 천을 아예 치워 버리자 유온은 나신이 되었다.

처음 만났을 때에 비하여 살이 조금 오른 유온의 몸은 새하얗고 말랑거렸다. 살이 올랐다 해도 워낙 말랐었기에 지금도 다른 사람보다 가느다란 체형이나, 엉덩이나 허벅지, 팔뚝이 희고 뽀얗게 되어 보기에 흡족했다. 만지는 감촉이 부드러워진 건 말할 것도 없었다.

“그, 그렇게 만지지 마요.”

“그럼 어떻게 만질까요?”

일부러 짓궂게 묻자 유온은 얼굴이 빨개지더니 힘도 없는 작은 주먹으로 윤서경의 가슴을 퍽 때렸다. 그래 놓곤 윤서경이 과장되게 아픈 척을 하자 또 어쩔 줄 모른다. 괜찮은지 묻는 틈을 타 윤서경은 재빨리 유온을 안고 몸을 뒤집었다.

“놀랐잖아요…….”

“더 때려도 됩니다. 대신 더 힘이 세진 다음에.”

“그게 뭐예요.”

유온이 지금보다 힘이 더 세진다면, 맞아 주는 것쯤이야 일도 아니다. 지금은 때리는 사람 쪽이 더 힘들 것 같아서 곤란했지만.

만약 유온의 힘과 체력이 자신과 비슷해진다면 기꺼이 매일 때려 달라고 할 수도 있었다. 비슷한 게 아니라 반 정도만 된다고 해도. 하지만 체력이나 힘이나 유온은 좀처럼 늘리질 못했다. 어릴 때 너무 고생한 탓이었다.

그 생각을 하면 유온의 가족들을 그리 편하게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하는 후회가 들곤 한다.

“서경 씨?”

“네.”

윤서경은 곧 잡념을 지우고 유온의 양 뺨을 감싸 끌어당겼다. 입술이 맞물리자 안개에 젖은 꽃밭처럼 화사하고 촉촉한 향기가 사방으로 퍼졌다. 라벤더, 세이지, 장미……, 또 이국의 향료. 느껴지는 향을 모두 모아서 향수로 만들려 해도 만들지 못한 이유온의 체향이었다.

유온의 좁은 입을 벌리며 윤서경은 제 혀를 그 안으로 밀어 넣었다. 축축하게 젖은 공간은 침입자를 순순히 허용했다. 오톨도톨하고 말캉한 혀가 얽히며 서로의 체향을 끌어냈다. 유온의 입은 좁아서 목구멍까지 혀를 집어넣으면 안을 꽉 채운 느낌이 들었다. 그의 아래가 그런 것처럼.

푹신한 침대 위에서 두 몸이 달게 얽혔다. 가쁜 숨결과 끈적끈적한 체액으로 두 사람 다 엉망이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윤서경은 유온을 씻기러 욕실로 들어가서도 한 번 더 몸을 겹친 후, 새 가운을 입혀 주었다. 그런 뒤 간단한 먹을 것과 마실 것을 가지러 함께 1층으로 내려갔다. 이제 유온은 윤서경이 자신을 안아 들고 움직이는 일에 전혀 위화감을 느끼지 않았다.

“내일은 영인이랑 뒷마당에서 놀 거예요.”

“그래요? 아쉽네요, 밖에서 데이트할까 했더니.”

“그건 다음에…….”

부부는 조곤조곤 속삭여 대화하며 주방으로 향했고, 다정하게 키스하면서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설마 새벽에 잠에서 깨서 이 대화를 들은 아기 하나가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한 채.

* * *

“…….”

왜인지 놀이 도구 통에서 홀로 떨어져 있던 작은 삽을 가지고 뒷마당으로 돌아온 유온은 망연해졌다.

아기가 없었다. 조금 전까지 흙을 가지고 놀던 그 자리가 덩그러니 비어 있다. 방에 올라갔다 온 그 잠깐 사이에 사라진 것이다.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뒷마당은 숨바꼭질을 하기에도 좋을 만큼 큰 나무며 바위가 많이 있는 곳이었다. 유온은 당황을 감추지 못한 채 뒷마당을 뒤지기 시작했다.

“영인아, 영인아…….”

큰 나무 뒤, 바위 사이, 아이가 들어갈 만한 곳은 다 기웃거리고 다니다가 점점 마음이 초조해졌다. 뒷마당 어디에도 아이가 보이지 않는다. 조급해진 걸음으로 뒷마당을 뛰어다니다 잔디에 발끝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아야…….”

바닥에 두 손을 짚은 유온은 눈앞에 보이는 영인의 흙장난 도구를 보며 앞이 캄캄해지는 걸 느꼈다.

유온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성한영을 불러냈다. 별채에 있던 성한영이 뒷마당으로 나오고, 더듬거리는 유온의 설명에 재빨리 상황을 파악해 주었다.

이윽고 경호원들과 비서, 도우미들까지 전부 동원되어 아이를 찾기 시작했다. 뒷마당은 물론 앞쪽 정원까지 전부 찾았으나 수확은…… 집에 물건을 납품하는 업자가 쓰는 뒷문이 열려 있던 걸 확인한 것뿐이었다.

이제 집안은 난리가 났다. 그래도 집 안 어딘가에 있을 거라 생각하고 찾던 중이었는데 문이 열려 있었다니. 세 살 어린아이는 앞만 보고 걷는다. 제자리에서 멀어지는 건 순식간이었고, 또 이 동네가 동네이다 보니 집 밖으로 나가면 나쁜 마음을 먹은 누군가가 접근할 수도 있을 터였다. 주택가치고 지나다니는 차의 속도도 빠른 편이다.

연락은 순식간에 윤서경에게도 들어갔다. 그는 남은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너무 놀라 쓰러지기 직전이라 진정제를 맞고 강제로 소파에 누워 있던 유온은 윤서경의 얼굴을 보자마자 휘청휘청 달려가서 안겼다. 윤서경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이 그렁그렁해졌고, 윤서경은 그런 유온의 눈가를 조심스레 닦았다.

“서, 서경 씨, 어떡해요, 영인이…….”

“괜찮아요. 금방 찾을 겁니다.”

커다란 손이 뒤통수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래도 평소와 달리 진정이 되지 않았다. 유온은 덜덜 떨며 머릿속에 있는 말을 아무렇게나 털어 냈다.

“그, 그래도, 연못이 얕아서 다행이에요.”

정원 한쪽에 자리한 연못은 항상 깨끗한 물이 채워져 있지만 수심이 깊진 않았다. 혹시나 영인이가 물에 빠진 건 아닐 거라고 안도하는 말이었다. 윤서경은 빠르게 알아듣고 그러게요, 하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사람들은 본격적으로 집 바깥 먼 곳까지 흩어져 영인을 찾고 있었다. 아이의 걸음이라고 해서 무시할 순 없었다. 제 속도를 주체하지 못하는 아이는 생각보다 빠르게 멀어진다. 이곳저곳에 연락을 하고 난 뒤, 윤서경이 퍼뜩 뭔가 느낀 듯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집 안은 찾아본 겁니까?”

“지, 집 안이요?”

“네, 2층이나.”

“…….”

잠시 멍한 얼굴을 했던 유온이 대답했다.

“모르겠어요, 다른 사람들이 찾았을지도 모르는데…….”

사실 유온이 잠시 정신을 잃고 있는 사이 다른 사람들이 이미 찾아보았지만 경황이 없던 유온은 알지 못했다. 반쯤 공황 상태에 약 때문에 몽롱해진 터라 혼자 일어날 기력도, 정신도 없는 상태였다. 눈에서 또 눈물이 뚝 떨어졌다.

윤서경은 유온의 말에 곧바로 그의 손을 잡고 걸음을 옮겼다. 유온이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로 그를 따라갔다.

“걸을 수 있겠어요?”

고개를 끄덕인 유온을 이끌고 윤서경은 2층으로 올라갔다. 방을 하나하나 열어 보다가 창고로 쓰는 다락방 앞까지 이르렀을 때.

유온의 마음은 상당히 안정되어 있었다.

왜인지 여기에 영인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영인은 알파로 발현할 아이였다. 그것도 윤서경의 피가 진하게 섞인 알파. 그 아이의 아빠인 윤서경이 갑자기 집 안 이야기를 하며 유온을 이끌었다. 그리고 문 앞에 섰을 때 유온에게도 무언가가 느껴졌다.

과연, 윤서경이 다락방 문을 열자.

“……아빠.”

영인이 가구 틈새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유온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이 찾을 땐 더욱 꼭꼭 숨어 있다가 두 아빠의 발소리에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낸 영인이었다. 온몸의 힘이 쭉 빠지는 것 같았다. 윤서경이 얼른 유온의 몸을 부축했다. 한참 입술만 벙긋거리던 유온이 간신히 물었다.

“여긴 대체 언제 올라온 거야. 왜 여기에 있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안 아이는 어깨를 움츠렸다.

“숨었어요.”

“숨어……?”

“네, 숨바꼭질…….”

그 순간 유온의 표정이 굳어졌다.

“윤영인.”

“네…….” 

“숨바꼭질하고 싶었으면 아빠한테 말하고 시작했어야지. 영인이가 말없이 없어져서, 다들 영인이 걱정하면서 찾으러 다니고 있잖아.”

“…….”

“서경 아빠도 걱정돼서 회사에서 집까지 왔어, 그리고 아빠도 얼마나……. 얼마나…….”

거기까지 말하자 점점 더 화가 났다. 걱정이 고스란히 화로 변해 버리는 것 같았다. 지금 감정이 앞서고 있다는 걸, 아이에게 이런 식으로 화를 내면 안 된다는 걸 아는데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더 말을 하려는데 윤서경이 조용히 어깨를 감싸 안았다.

“진정해요. 영인이 말도 들어 봐야죠.”

“우으…….”

유온은 간신히 입을 꾹 다물었다. 윤서경이 엄한 목소리로 물었다.

“윤영인, 왜 그랬는지 말해 봐. 정말 숨바꼭질하려고 그랬어?”

영인은 잔뜩 화가 난 듯한 아빠들의 모습에 주눅이 든 기색이었다.

“우……. 여, 영인이 없으면 아빠들 데이트할 수 있어요.”

“……뭐?”

“영인이, 집에 없으면, 아빠들 둘이 데이트하러 갈 수 있어요. 그런데 영인이 있으면 못 가.”

유온과 윤서경이 동시에 눈을 둥글게 떴다.

“영인이가 나쁜 거 아니에요. 아빠들이 영인이 싫어하는 거 아니에요. 그런데 영인이 나가면 아빠들도 나갈 수 있어요. 영인이 여기서 아빠들 나가면 형이랑 누나들하고 놀려고 했어요.”

“…….”

그러니까…… 두 사람에게 데이트할 시간을 주려고 했다는 뜻이다. 이 어린애가.

종종 영인을 부모님이나 도우미들에게 맡기고 단둘이 외출을 하곤 했다. 그 기억을 떠올려서 자신이 숨으면 두 사람이 마음 편히 외출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어젯밤 영인의 방 앞을 지나가며 대화했던 게 떠올랐다. 그걸 듣고, 이런 일을 벌인 거다.

가슴이 턱 막히는 것 같아 유온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아이한테 화를 내고, 감정을 앞세운 것에 대한 후회의 한숨이었다. 아이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것도 모르고 제가 걱정 좀 했다고 화나 내고…….

유온은 영인을 부드럽게 끌어당겨 품에 껴안았다. 커다란 눈을 깜빡깜빡하던 영인이 곧 제 아빠의 냄새를 킁킁 맡으며 앙증맞은 두 팔로 마주 껴안아 왔다. 아이의 온기가 온몸에 전해졌다.

“영인아, 아빠가 화내서 미안해…….”

“유온 아빠는 화 안 냈어. 영인이 걱정했어요. 영인이는 알아요.”

“영인아…….”

“유온 아빠는 영인이한테 이놈 안 해요!”

짐짓 뿌듯한 듯 하는 말에 유온은 아이를 더 꽉 끌어안을 수밖에 없었다.

“어떡해, 정말…….”

오히려 유온을 토닥이려 하는 영인을 끌어안고 있자, 윤서경이 커다란 손으로 영인과 유온의 등을 각각 살살 두드리더니 갑작스럽게 제안했다.

“지금 가면 아직 안 늦겠군요. 영인아, 아빠들이랑 놀러 갈까?”

“놀러?”

아이의 눈이 단숨에 반짝거렸다.

“놀러라니…… 갑자기 어딜요…….”

맥이 빠져 조용해진 목소리로 유온이 물었다. 그러나 윤서경은 드물게도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렇게 세 가족은 성한영과 이정윤에게 남은 수습을 맡기고 차에 올랐다. 카 시트에 앉은 영인은 조금 전 있었던 일을 전부 잊어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들떠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에 맞추어 오디오에서 영인이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 준 뒤 윤서경이 향한 곳은, 뜬금없게도 놀이공원이었다.

“시간에 딱 맞춰서 왔네요.”

“시간?”

유온은 휴대폰 시계를 확인했다. 저녁 6시 조금 전, 곧 이 놀이공원에서 퍼레이드를 시작하는 시간이었다. 카 시트에서 영인을 꺼내 안아 든 윤서경은 다른 손으로 유온의 손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서둘러요.”

“어…….”

“와아, 놀이공원!”

세 사람은 서둘러 표를 산 뒤 놀이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마침 퍼레이드 행렬의 시작 파트가 지나가고 있었다. 늦게 자리를 잡은 탓에 어른 둘에겐 그런대로 모습이 보였지만 아기는 볼 수 없어서, 윤서경이 영인을 어깨 위에 앉혔다.

좋아하는 캐릭터가 지나갈 때마다 영인은 박수를 치며 까르르 웃었다. 레이저 불빛으로 치장된 퍼레이드는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유명 캐릭터가 주위로 빛을 뿌리고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영인도 짤막한 팔과 통통한 두 손을 마주 흔들며 윤서경의 목 위에서 들썩거렸다. 퍼레이드는 30분 정도 이어졌는데, 아이는 그동안 한 번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지나가는 빛무리를 보고 있었다.

드디어 마지막 행렬이 지나간 후. 갑자기 영인이 울상을 짓더니 발목을 문지르며 우는 소리로 호소했다.

“아. 모기가 물었어요. 토닥토닥 해 주세요.”

유온은 얼른 가방에서 아기용 약을 꺼냈다. 영인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자리를 보자 정말로 모기에 물려서 볼록하게 살이 튀어나와 있었다.

그 자리에 약을 바르고 손끝으로 톡톡 두드린 뒤 호 불어 주자 영인은 뭐가 즐거운지 또 까르르 웃었다.

“좀 진정이 됐습니까?”

윤서경이 물었다. 영인도 아니고 유온에게. 여기까지 영인이 노래하는 소리와 함께 차를 타고 오면서, 그리고 퍼레이드를 보면서 놀라 부풀었던 가슴은 평정을 되찾은 뒤였다. 유온은 윤서경을 보며 고맙다는 의미를 담아 웃었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흩어지지 않았다. 퍼레이드가 끝나고, 불꽃놀이가 시작될 시간이었다. 펑, 검푸른 하늘을 가르며 올라간 오렌지색 불꽃을 시작으로 레이저쇼와 함께 하늘 곳곳이 환하게 반짝였다.

화려한 빛, 그리고 제 곁의 소중한 두 사람.

한 손으로는 영인의 손을 잡은 채 잠시 불꽃놀이를 보고 있던 유온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서경 씨.”

“네.”

“……이렇게 행복한 날이 올 줄은 몰랐어요.”

“그래요.”

이건 결혼 후 생긴 유온의 입버릇이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매일매일 날이 바뀌면 새로운 행복이 유온과 유온의 사랑하는 두 가족에게 찾아온다. 그렇게 말하면 윤서경의 대답은 언제나, 그래요, 하고 속삭이고는 뺨에 입을 맞추는 것이었다.

“진심으로 고마워요.”

“사랑합니다, 유온 씨.”

“저도요.”

“아! 영인이도 사랑해요. 영인이도 뽀뽀해 주세요.”

“응, 영인이도.”

아이의 말랑말랑하고 흰 뺨에도 유온과 윤서경은 함께 입을 맞췄다.

사람들의 환호성과 폭약의 냄새, 화려하게 빛나는 불빛 속에서 행복이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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