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1/14)
프롤로그
(1/14)
프롤로그
“죽여 줄까?”
남자가 담배에 불을 붙이며 물었다.
전에도 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내가 뭐라고 했더라. 아마 농담으로 치부하고 넘겼던 것 같다.
남자와 눈을 마주치다 고개를 돌려 창문 아래를 내려다봤다.
여기서 뛰어내린다고 달라질 게 있을까.
그의 말대로 고작 2층에서 떨어진다고 죽지는 않을 거다.
실속 없이 다치기만 한들, 고 의원의 손길을 벗어날 수 있을 리가 없다. 저 개새끼는 언제든 나를 강간할 수 있다.
천천히 눈동자를 굴렸다.
마당 한가운데에 분수대와 그 앞에 놓인 성수대가 보였다.
초점 없는 눈으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친 남자가 장난스러운 태도로 성호경을 그었다.
“그래. 대답 잘 들었어.”
순서와 방향이 죄다 엉터리였다.
“죽여 줄게, 애기야.”
다음 날, 저택이 불에 타올랐다.
그때 나는 3교시 수학 수업을 듣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