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화
<길드원 카젤 님이 접속했습니다.>
<길드원 멜로디 님이 접속했습니다.>
[길드] 바나나: 이젠 같이 접속 안 하면 이상할 지경이다...
[길드] 일시불: @[email protected];; 어서 오세여
[길드] 개인주의: 등장하셨습니다! 셰익스피어의 대표 커플분들!
[길드] 리미티드: ㅎㅇㅎㅇ
[길드] 월차연차휴가: ㅋㅋㅋㅋㅋ
[길드] 카젤: 안녕하세요
[길드] 멜로디: ㅇㅇ
주하는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이제는 익숙해진 인사를 받았다. 예전엔 몰랐는데 들어오자마자 관심을 받는 건 여러모로 즐거운 일이었다. 그것이 놀림을 동반한 인사라고 하더라도.
[길드] 카젤: 셰익스피어의 대표 커플?
[길드] 개인주의: ㅠㅠㅠㅠㅠㅠㅠ왜요오오오옹
[길드] 카젤: 다시 말해바. 내가 누구라고?
[길드] 개인주의: 로미젤이요!!!
[길드] 카젤: 그렇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개인주의: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멜로디: ...재밌어?
[길드] 카젤: ㅇㅇ
[길드] 개인주의: (벌렁벌렁)...
개인주의와 함께 선율을 놀린 주하는 옆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어깨를 으쓱거렸다. 여전히 로미멜을 포기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길드] 카젤: 누가 노려보나...? 얼굴 뚫어질 거 같아
[길드] 개인주의: ㅇㅅㅇ? PC방이세여?
[길드] 카젤: ㅋㅋㅋㅋㅋㅋ
[길드] 바나나: 노려보는 게 아니라 누가 반해서 쳐다보는 거 아니야? 우리 미남 카젤이 ^^
[길드] 카젤: ;;;;;;
[길드] 일시불: 아!!! 나도 형님 보고 십다ㅠㅠㅠ!!!
[길드] 지구침략: 나도 그때 같이 갔어야 했는데ㅎㅎㅎ 잘생긴 주하 얼굴을 봐야 했어
[길드] 카젤: ......이제 그만 놀리세요 ㅠ
[길드] Snow: 혹시 우리 카젤이... 눈이 정수리에 달렸니? 하긴... 대장만 눈에 보이겠지...
[길드] 월차연차휴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바나나: 우리가 멜로디한테 비비기에는 한참 모자라지 ^^
[길드] 카젤: ㅠㅠㅠㅠㅠ 누나 죄송해여 ㅠㅠㅠ
[길드] 바나나: 왜? 난 사실을 말하는 것뿌닌데? ㅇ_ㅇ
요즘 들어 바나나와 Snow는 주하 놀리기에 한창이었다. 주하가 같이 술 마신 날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한 다음부터였다. 평범하게 생긴 자신들은 그저 오징어처럼 보였을 테니 기억 못 하는 게 당연하다면서.
[길드] 바나나: 멜로디처럼 생기지 못한 우리가 잘못이지...
[길드] Snow: 혹시 몰라... 기억에서 삭제하고 싶었을지도
[길드] 바나나: ㅠㅠㅠ 우리가 그 정도였나...?
[길드] Snow: 26년을 그래도 쩜 봐줄 만하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그게 아니여써..ㅠㅠㅠㅠ
[길드] 카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누나들 제발...
[길드] 개인주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월차연차휴가: 저거 최소 1년치다ㅋㅋㅋㅋ
[길드] 카젤: ㅠㅠㅠㅠㅠㅠ 그 전에 이미 술을 많이 마셔서 정신이 없었어요;; 저도 필름 끊길 줄은 정말 몰랐어요 ㅠㅠㅠㅠㅠ
[길드] 바나나: 그래... 얼굴은 그렇다 치자... 그럼 우리 이름은?
[길드] Snow: 이름은...?
[길드] 바나나: 야 멜로디! 너 카젤이 물어봐도 알려 주지 마라
[길드] 멜로디: ㅋㅋ
주하는 간절한 눈빛으로 선율을 응시했다. 하지만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선율은 두 사람의 이름을 말해 주지 않았다. 그저 어깨를 으쓱이며 모니터 화면을 가리킬 뿐이었다.
“아, 형……. 좀 알려 줘.”
“알려 주지 말라잖아.”
“허…… 언제부터 누나들 말을 잘 들었다고.”
“그건 그래. 하지만 재미있으니까.”
놀리는 데 진심인 리프 길드의 근본은 역시 멜로디, 선율 형이었다. 길마가 이러니 길드원들도 타락할 수밖에. 주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길드] 지구침략: 서영이랑 아름이는 이제 그만해
[길드] 바나나: 앗! 치사하게!
[길드] Snow: !!!!!
[길드] 카젤: 역시... 외계인 형뿐입니다...^^
[길드] 멜로디: ...누구뿐이라고? 지금 애인 놔두고 바람피우는 거야? 그것도 바로 앞에서?
[길드] 카젤: .....
[길드] 개인주의: ㅁㅈㅁㅈ 너모하다 카젤 형...
[길드] 일시불: 로미젤과 줄로디의 사랑 싸움인가여?
[길드] 여름n모기: ...난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길드] 리미티드: 왜요? 잘 어울리는데
[길드] 바나나: ??? 리밋아?
[길드] 개인주의: 리밋... 형?
길드원 전체가 리미티드의 폭탄 발언에 놀리는 것도 잊고 멈춰 버렸다. 원체 말을 자주 하거나 길게 하는 녀석이 아니기도 하고, 가물에 콩 나듯 어쩌다 한 번씩 장난을 쳐도 이런 종류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길드] 리미티드: 둘이 닮았잖아요
[길드] 카젤: ...어? 누가 누구랑 닮아?
[길드] 리미티드: 너랑 대장님
[길드] 카젤: 뭐?;;;;;
[길드] 개인주의: ....?? 어... 어딜 봐서요? 완전 다른데?? 다른 사람인데에ㅔㅔㅔ???
[길드] 리미티드: ?? 닮았잖아
의사소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주하는 당혹스러움에 채팅 창만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는데, 갑자기 시스템 알람이 울렸다.
<길드원 리미티드의 등급이 ‘하우징 디자이너’에서 ‘부길마’로 바뀌었습니다.>
[길드] 바나나: 허???
[길드] 여름n모기: ???????
[길드] 지구침략: ;;;;;;
[길드] 멜로디: 저 정도 눈썰미면 부길마 정도는 시켜 드려야지
[길드] 개인주의: 아......
[길드] 일시불: .......
[길드] 월차연차휴가: .......
[길드] 리미티드: ㅋㅋㅋㅋ
지금껏 돌연변이라고 생각했던 리미티드 역시 리프 길드원이었다. 얌전할 줄 알았는데 그저 티를 내지 않고 있었을 뿐이다. 고로 이 길드는 답이 없는 길드였다.
[길드] 리미티드: 부길마 된 기념으로 정모 추진해 봅니다
[길드] 바나나: ...그건 맘에 드네
[길드] 개인주의: 외계인 형!! 원조 부길마가 먼저 제안하셨어야죠! ㅠㅠㅠㅠ
[길드] 지구침략: ;;; 이러다 자리 뺏기겠는데;
[길드] 월차연차휴가: ㅋㅋㅋㅋㅋ 오늘 진짜 제정신 아니넼ㅋㅋ
[길드] 일시불: 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Snow: 그래서 언제 가능함?
[길드] 리미티드: 2주 후에 다음 레이드 나오니까 그 전에 봐야죠
[길드] 여름n모기: 벌써 그렇게 됐나?
[길드] 개인주의: ㅇㅇ 그럼 빨리 만나야겠네여!!!
갑작스러운 제안이었지만, 다들 당연하다는 듯이 반기고 있었다. 자진신고도 사라졌고, 다음 레이드가 나오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딱 좋은 시기였다.
[길드] 지구침략: 그럼 이번 주 금요일 저녁 어때?
[길드] 개인주의: 이번 주면... 이틀 뒤네요? 전 ㅇㅋ!! ^ㅇ^
[길드] 일시불: 저도 돼여! ㅇ.<
[길드] 바나나: 나도 ㅇㅋ
[길드] 월차연차휴가: 저도 가능ㅋㅋ
[길드] Snow: 당연히 가능하지ㅋㅋㅋ
[길드] 리미티드: 저도 돼요
[길드] 여름n모기: 나도 됨 ㅇㅇ
멜로디와 카젤을 제외한 모두가 가능하다고 외쳤다.
주하는 고개를 돌려 선율을 보았다. 혹시 거절하려는 건 아닌가 해서. 하지만 그것은 기우일 뿐이었다. 심드렁한 표정과 달리 그는 의외로 쿨하게 허락했다.
[길드] 멜로디: ㅇㅇ 나랑 주하도 되니까 시간이랑 장소 정해서 공지 올려놔
[길드] 개인주의: 아싸!!!
[길드] 여름n모기: 엉덩이 무거운 길마가;; 드디어;;;
[길드] 바나나: 뭐가 무거워! 카젤이랑은 맨날 만나는 거 같은데!
[길드] 일시불: 헐? 정말여?
[길드] 바나나: 언제 둘이 따로 들어오는 거 본 적 있냐?
[길드] 월차연차휴가: 시간 맞춰서 들어오는 걸 수도?
[길드] 바나나: 구지????
주하는 전부터 묘하게 감이 좋은 그녀 때문에 심장이 남아나지 않는 것 같았다. 눈치껏 먼저 접속하라고 해도 선율은 항상 주하와 같이 움직이길 원했다. 그래서 그런지 바나나가 의심해도 그는 별 타격이 없어 보였다. 주하만 속이 탈 뿐이었다.
[길드] 바나나: 아무튼! 내가 가게 예약해 둘 테니까 다들 몸만 잘 챙겨서 와ㅋㅋㅋ
[길드] 개인주의: +_+ 이번에도 진짜 몸만 가면 되나여? 지갑은 가볍게?
[길드] 바나나: ㅇㅇ 언제나처럼 1차는 멜로디, 2차는 외계인, 3차는 내가 낸다!!
[길드] 개인주의: 우아아앙!!! >ㅇ<
[길드] 일시불: (ʃƪ ˘ ³˘)
[길드] 지구침략: ㅋㅋㅋ
[길드] 월차연차휴가: ㅋㅋㅋㅋㅋㅋ
[길드] 일시불: 역시 우리 형 누나들이 채고다!!!
[길드] 바나나: 원래는 길마가 다 내야 하는데 후...
[길드] 멜로디: 상관없어
[길드] 바나나: 진짜?
[길드] 멜로디: ㅇㅇ
[길드] 바나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짜식! 이럴 땐 안 빼서 좋아
아무래도 금전적인 면에서 여유롭다 보니 선율 형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하긴, 25층 건물의 건물주시잖아. 다른 곳에도 건물 하나 더 있고.
그런데 이제 떠올랐는데……. 왜 제 참석 여부를 선율 형이 말하고 다른 길드원들은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는 걸까.
주하는 의자에 기대 반쯤 누우며 팔짱을 꼈다.
“나는 된다고 말 안 했는데.”
“아, 그러네. 그럼 우리는 가지 말까?”
“…….”
“둘이서 저녁에 데이트하면 되겠다. 영화 보고 술 마실까?”
“아니, 가능하다고. 나도 길드원들이 너무…… 보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