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딜러 줍는 힐러-90화 (90/130)

90화

[공격대] 벌꿀오소리: 멜로디가

[공격대] 벌꿀오소리: 아 ㅈㅅ;; 나도 모르게;

[공격대] 벌꿀오소리: 멜로디님이 카젤님 데리고 다녀 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져

[공격대] 멜로디: ㅇㅇ 내 딜러니까 당연함

[공격대] 벌꿀오소리: ㅋㅋㅋㅋㅋㅋ???? 네?? 그땐 자진신고 길드였는데여?

[공격대] 멜로디: 그래도 내 거였음

[공격대] 벌꿀오소리: ??????

[공격대] 멜로디: ㅋㅋ

[공격대] 벌꿀오소리: 허?

[공격대] 카젤: 벌꿀님... 이해하려고 하지 마요...

[공격대] 벌꿀오소리: 아 ㅇㅋㅋㅋㅋ

안에서 새던 바가지가 결국 밖으로 흘러넘치기까지 했다. 주하는 암담함에 얼굴을 쓸어내렸다.

[공격대] 벌꿀오소리: 카젤님도 나름 고생했구낰ㅋㅋㅋㅋ

[공격대] 카젤: 나름ㄴㄴ 많이...

[공격대] 벌꿀오소리: 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ㅁㄹㄷ

[공격대] 멜로디: ?

[공격대] 카젤: ㅋㅋㅋㅋㅋㅋㅋ

[공격대] 벌꿀오소리: ㅋ... 암튼 저 자식들이 용병 부르면 우리도 무조건 합류하겠음ㅋㅋㅋ

멜로디의 시선을 느낀 벌꿀오소리는 잽싸게 화제를 돌렸다. 아무리 저라도 멜로디를 놀리는 건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얼마 전에도 골드 뜯겼다는 사람들이 있었으니까.

[공격대] 응꼬에모양깍지: 저희 마법사님께서 그렇게 하신다고 합니다

[공격대] 항문의영광: 어디 용병 계속 불러바라ㅋㅋㅋ

[공격대] 벌꿀오소리: ㅋㅋㅋㅋ

그때, 타이밍 좋게 죽었던 녀석들이 다시 살아났다. 리프와 별똥 길드는 재정비할 시간도 주지 않고 무자비하게 공격하기 시작했다. 시체를 지키거나 용병을 부른 녀석들에게 신사적으로 대할 필요는 없었으므로.

이후 전투는 리프 길드가 학살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도망치지도 못하고 죽기만 반복하다 보니 결국 자진신고는 길드 레벨이 하락했다. 이대로 계속 당하면 복구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지 녀석들은 시체 찾기를 포기하고 게임을 종료했다.

그렇게 전쟁은 리프 길드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

싸움이 끝나자마자 별똥 길드는 쿨하게 인사하고 떠났고, 리프 길드원들은 대도시로 돌아와 오늘 있었던 일을 되짚으며 승리를 만끽했다.

[길드] 바나나: 나 진짜ㅋㅋ 오늘 별똥 팬 될 뻔

[길드] 여름n모기: 바위에서 나타났을 때 진심 소름돋았지ㅋㅋ

[길드] 일시불: ㅁㅈㅁㅈ 특히 벌꿀님이 대박ㅋㅋㅋ 어케 까꿍! 하면서 나오냐ㅋㅋㅋㅋ

[길드] 개인주의: 많은 걸 배운 하루여따... 우린 아직 더 성장해야 해 시불아... 벌꿀님을 우리들의 슨생님으로 추앙하자!

[길드] 월차연차휴가: 너흰 업그레이드 하지마...

[길드] 바나나: 이대로만 있어라 막내들아...

[길드] 개인주의: ㅇㅅㅇ 흠

[길드] 일시불: ㅇ_ㅇ 후움

벌꿀오소리에게 당하는 천상검을 떠올리며 리프 길드원은 잠시 침묵했다. 카젤은 냉정한 사신 느낌이었다면 벌꿀오소리는 불도저 염라대왕 같은 포스였다. 말로도 이길 수가 없어서 나중엔 욕하던 자진신고도 입을 다물었었지. 독보적인 캐릭터였다.

[길드] 카젤: 덕분에 자진신고도 3렙으로 떨궜으니 일단 첫 번째 목표는 달성했죠ㅋㅋ

[길드] 바나나: ㅇㅇ 그러취

[길드] 지구침략: ㅎㅎㅎ 별똥분들 다들 재미있더라

[길드] 월차연차휴가: 아디부터 범상치 않았어

[길드] 개인주의: 즐겜러들이라고 유명하자나요ㅋㅋㅋ 다들 엄청 유쾌한 사람들임ㅋㅋ

별똥 길드와 손발을 맞춘 게 즐거운 경험으로 남았는지 수다는 한참 동안 이어졌다. 그러다 어느 정도 흥분이 가라앉고 조용히 쉬고 있을 때였다. 혼자 어딘가로 사라졌던 Snow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길드] Snow: 오래 기다렸지?

[길드] 개인주의: ㅇㅇ?? 뭘여?

[길드] Snow: 드디어 길드 하우스 인테리어 끝남!!

[길드] 일시불: 헐? 진짜여? 이제 들어가도 돼여?

[길드] 여름n모기: 입장도 못 하게 문까지 잠가 놓더만;

[길드] 바나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월차연차휴가: 가 보자!!

[길드] 지구침략: 얼마나 예쁘게 꾸몄는지 볼까? ㅎㅎ

리프 길드원들은 포탈을 이용해 길드 하우스 앞으로 달려갔다. 문 앞에 서 있던 Snow가 옹기종기 모인 길드원들을 쭉 훑으며 뿌듯해했다.

[길드] Snow: 원하던 인테리어 도안은 아직 못 구해서 나중에 조금씩 바꿀 거야ㅋㅋ

[길드] 바나나: ㅇㅇ 도안 노가다 좀 해야 할 듯

[길드] 개인주의: 정원은 아직 안 꾸몄어여? 휑하네?

[길드] Snow: 일단 하우스 내부부터 봐야 함ㅋㅋㅋ

[길드] 일시불: ㅇㅎ

[길드] Snow: 자! 들어가 봐!

드디어 길드 하우스의 문이 활짝 열렸다. 길드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하우스 안으로 들어갔다. 주하도 멜로디와 함께 마지막으로 입장했다.

그러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길드] 개인주의: ......

[길드] 일시불: ......

[길드] 장회장: ......

[길드] 선생: ...??

[길드] 여름n모기: ;;

[길드] 지구침략: ...그러니까 이거... 컨셉이?

[길드] Snow: 꽃과 나무!

[길드] 바나나: 정원이 밖에만 있으란 법은 없지!

하우스 내부는 알록달록한 꽃과 푸릇푸릇한 풀이 무성했다. 사이사이에 나름 콘셉트를 잡고 꾸며 놓긴 했는데, 허술한 느낌이 강했다. 특히 군락을 이룬 것처럼 꽃을 색상별로 뭉쳐 둔 게 아니라 중구난방으로 배치했더니 난잡하고 정신이 없었다.

주하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하우스 내부를 멍하니 보았다. 저기 빈 곳도 있고, 벽지 색도 안 맞고, 연못이라고 만들어 둔 곳은 욕조를 겹쳐 놨는지 하얀 테두리가 보였다. 돌도 찍어낸 것처럼 똑같은 모양의 것들이 일렬로 나열되어 있어서 굉장히 인위적으로 보였다.

제가 알기론 이번에 업데이트된 하우징은 꽤 디테일하게 배치할 수 있도록 공을 들였다고 했는데…….

이미 하우스 내부를 꾸며서 자랑하는 이들이 상당히 많았다. 사진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멋진 곳들이 수두룩했는데, 성 내부처럼 꾸민 사람들도 있었고, 모던 하우스처럼 꾸미거나 영화관을 만든 사람들도 있었다. 유저들의 창의력에 감탄하고 그래픽 퀄리티에 만족하며 길드 하우스도 기대하고 있었건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길드] 바나나: 왼쪽 보면 여기 컨셉은 화려함이야. 꽃이 엄청 많이 펴서 눈이 부실 정도일 거다ㅋㅋㅋ

[길드] 개인주의: 눈이 부시다 못해 멀 것 같네여...

[길드] Snow: 오른쪽은 깊은 숲속의 꽃밭임ㅋㅋ 창문을 이용해서 빛이 나오는 효과도 넣었어ㅋㅋ 예쁘지?

[길드] 일시불: 깊은 숲...속에서 미아가 된 기분이 듭니다...

[길드] 바나나: 중앙은 호숫가임. 호수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욕조로 썼는데 나중에 바꿔야 해... 휴

[길드] Snow: 쓸 만한 재료가 없었어. 호수는 미완성작이야

[길드] 월차연차휴가: 들어가서 씻고 싶다...

[길드] 바나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Snow: 감탄할 정도로 놀랐냐?ㅋㅋㅋ

[길드] 지구침략: ^^;;

[길드] 선생: ...^^

[길드] 장회장: 말문이 막힐 정도로 놀랐습니다

[길드] Snow: ㅋㅋㅋㅋㅋㅋㅋ 맘껏 감상해

주하는 제 손이 키보드 위에서 방황하는 것을 보며 침음을 삼켰다. 뿌듯해하는 두 사람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지? 눈 꽉 감고 칭찬해야 하나? 아니면 길드원들처럼 에둘러서 저격해야 하나?

‘반응을 보아하니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거 같은데…….’

저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 이대로 둬야 하나 싶기도 하고. 아직 길드 하우스 콘텐츠가 다 나온 건 아니니까 인테리어쯤은 포기해도 뭐…….

그렇게 현실과 타협하고 있는데, 갑자기 꽃과 풀들이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길드] Snow: ?????

[길드] 바나나: ?? 뭐야? 왜 건드려?

[길드] Snow: 길마님 뭐해? 뭐 하는 짓이야!

인테리어를 제거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길드 마스터인 멜로디였다.

[길드] 멜로디: 이상하게 만들면 분명 철거한다고 했다?

[길드] 바나나: ????? ㅈㄴ 잘 만들었자나! 왜 꼬장이야!!!

[길드] Snow: 안 돼!!!! 으악!!! 내 걸작이!!

[길드] 멜로디: 진심으로 하는 말은 아니겠지?

멜로디는 기어코 바나나와 Snow가 꾸며 놓은 내부를 초기화시켜 버렸다. 텅 빈, 아무것도 꾸며지지 않은 하우스 내부가 이렇게 깔끔하게 느껴질 줄은 몰라서 주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여기에 테이블과 의자만 덩그러니 놓여 있어도 아까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길드] 멜로디: 다른 길드 하우스 꾸민 거 보긴 했어?

[길드] Snow: 다 봤어!! 우리가 잴 멋있었는데???

[길드] 바나나: 나쁜ㅅㄲ... 독재자ㅅㄲ...

[길드] 멜로디: 그걸 봐 놓고도 어떻게 이렇게 꾸밀 수가 있지? 눈 없어? 심미안은 개나 줬나?

[길드] 바나나: 네놈이 이상한 거야!! 다른 애들은 다 좋다고 했잖아!

[길드] Snow: ㅁㅈㅁㅈ!!! 지 취향에 안 맞는다고 인성질하긴!!

[길드] 멜로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악을 쓰는 바나나와 Snow를 보며 멜로디는 진하게 웃으며 진짜 인성질이 무엇인지 보여 주었다.

<길드원 바나나의 등급이 ‘하우징 디자이너’에서 ‘개노답’으로 바뀌었습니다.>

<길드원 Snow의 등급이 ‘하우징 디자이너’에서 ‘개노답’으로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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