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화
[공격대] 바나나: 머야??? 왜 나 따라오는 거 같지?
[공격대] 개인주의: 이얄ㅋㅋㅋ 딱 봐도 닿으면 사망각인데ㅋㅋ
[공격대] 일시불: 나나 누나 예쁘게 드리블해죠용!ㅋㅋㅋ
[공격대] 바나나: ㅅㅂ;;;;;;;;
바나나는 어쩔 수 없이 외곽으로 빠져 검은 구체를 드리블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원거리 마법 딜러인 흑마법사라 간간이 딜을 넣을 수 있었다. 물론 생각보다 검은 구체가 속도가 있어서 도망가는 데 9할을 쓰긴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도망가는 바나나를 보며 웃고 있는데, 개인주의와 일시불, 그리고 멜로디와 리미티드 아래에 동그란 히트 박스가 생겨났다. 다들 익숙하게 바닥을 피해 움직였지만, 또다시 히트 박스가 생겨났다. 대상을 쫓아 떨어지는 연속 공격이었다.
—바닥 피하면서 움직여.
[공격대] 바나나: 쌤통이다ㅋㅋㅋㅋ
[공격대] 일시불: 궁수라 딜하는데 문제 없지롱 ^0^!!!
[공격대] 개인주의: 아놔 ㅠㅠㅠ
공대 인원 절반인 다섯 명이 공격을 피하기 바쁜지 딜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검은 구체가 또다시 나타나 이번엔 월차연차휴가에게 붙었다.
[공격대] 월차연차휴가: 안대!!! ㅠㅠ 마법사는 시전 클래스란 말이야111 시즈 모드 해야 된다고ㅠㅠㅠㅠ
[공격대] 개인주의: 그는... 갔습니다... 어디로? 딜 나락으로!! >3<
[공격대] 카젤: 다들 잘 다녀와 ^^
[공격대] 바나나: 눈이랑 카젤만 살아남았나...?
[공격대] 카젤: 모기 형도 있어요ㅋㅋㅋ
[공격대] 바나나: 탱커는 피료없어!
[공격대] 여름n모기: ㅋㅋㅋㅋㅋㅋㅋ
이때, 또다시 검은 구체가 생성되었다. 여름n모기를 쫓아가는 검은 구체를 보며 무언가 깨달았는지 멜로디가 말했다.
—검은 구체 계속 나올 거 같은데.
이번엔 전보다 생성되는 속도가 빨라졌다. 검은 구체는 결국 메인 탱커인 지구침략을 제외하고 전원을 쫓아다녔다. 그럼에도 구체는 계속 생성됐고, 한 사람당 두세 개씩 달고 뛰는 이들이 늘어났다.
—지금 딜 가능해?
[공격대] 개인주의: 이거
[공격대] 개인주의: 딜이
[공격대] 개인주의: 거의
[공격대] 개인주의: 불가능
[공격대] 개인주의: 합니다ㅠ
보스 피가 10% 아래로 떨어지긴 했지만, 그 이후는 거의 동결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도망 다니는 동안 딜러들이 어떻게 해서든 보스를 쳐 보려고 했지만, 바닥 공격도 계속 생겨나고, 검은 구체도 쫓아오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도트 대미지만 겨우 붙어 있을 뿐이었다.
—전멸하자. 지금 딜러들 부활 후유증 걸려 있어서 딜 안 되니까.
[공격대] 일시불: 허윽 감사 ㅠ
[공격대] 바나나: 와오씨... 화면 봐 봐
[공격대] 지구침략: ㅋㅋㅋㅋ 멸망한 세계 같아
[공격대] 카젤: 후반에 딜 몰아야겠네ㅋㅋ
다들 깔끔하게 마우스에서 손을 놓자 전멸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맵 전체를 가득 채웠던 검은 구체와 붉은 장판이 사라지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부활 후유증이 걸려 있던 딜러들도 원래의 모습이 되었다.
—대충 킬각 나온 거 같은데?
진행하는 동안 조금 날카롭게 벼려져 있던 멜로디의 목소리에도 온풍이 불기 시작했다. 나긋나긋한 평소의 목소리가 들리자 주하도 슬그머니 미소를 머금었다.
[공격대] 지구침략: 광역 공격 구간만 정리하면 되겠다
[공격대] 바나나: 빨리 잡자!! 무기 준단 말이야! 무기이이이!!
[공격대] 개인주의: 두 개 나오던가?
[공격대] 일시불: ㅇㅇ 일단 활 하나 고정임!!
—글쎄? 이번에도 나랑 주하 무기 나올 거 같은데.
[공격대] Snow: 우우! 커플 저리 가라! 우우!
[공격대] 개인주의: ( ‾᷅⚰‾᷄ ) 펫 SS급 띄웠으면 됐져!
[공격대] 일시불: ㅁㅈ!! 무기까지 넘보시네
[공격대] 여름n모기: 있는 x이 더하다더니!
[공격대] 바나나: 양심 없는 ㅅㄲ!!!
평소라면 팀원들과 같이 저격했겠지만, 이번만큼은 무조건 선율 형 편을 들어야 했다. 무기는 중요한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공격대] 카젤: 다들 잘 아시죠? 선율 형이 말하면 꼭 그렇게 된다는 거 ^^ 괜히 기대했다가 좌절하지 마시고 포기하시죠
[공격대] Snow: 우우!! 양심 없는 커플!! 우우!!
[공격대] 바나나: ㅋㅋㅋㅋ 이런 거 닮지 마라 카젤아!!!
[공격대] 개인주의: 나나 누나... 제가 지금까지 카젤 형 보면서 느낀 건데여
[공격대] 바나나: ㅇㅇ?
[공격대] 개인주의: 저 형도 어떨 때 보면 대장님의 기운이 느껴짐-ㅅ- 심상치 않아
[공격대] 바나나: ㅋㅋㅋㅋㅋ 뭐야 끼리끼리 만난 거였어?
[공격대] 카젤: 아니... 그런 욕을?
—욕이라니? 저건 칭찬이지.
[공격대] 카젤: 저 봐요. 저런 양심 없는 분이랑 나랑 닮았다고...? 개주야 다시 한번 말해 볼래?
[공격대] 개인주의: 이거 봐! 닮았잖아!! ꉂꉂ(ᵔᗜᵔ*)
[공격대] 바나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격대] Snow: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격대] 여름n모기: ㅋㅋㅋㅋㅋㅋㅋㅋ
신나게 웃어 대는 팀원들을 보며 주하는 지팡이를 휘둘렀다. 보석이 주렁주렁 달린 무기는 정확하게 개인주의의 머리를 두들겨 패고 있었다. 게임이 아닌 실제라면 꽤 섬뜩한 모양새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섬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주하야, 이따 끝나고 보자.
[공격대] 카젤: ;;;;;;;;;
[공격대] 일시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격대] 월차연차휴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격대] 개인주의: ㅌㅌㅌㅌㅌ 커플 싸움엔 끼는 거 아니라고 배워쑴
[공격대] 바나나: 자알~ 컸다 우리 개주ㅋㅋㅋ
—다 놀았으면 광역 공격 힐 택틱 바꿀 테니까 확인해.
멜로디는 다시 긴장감을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약간의 수다는 분위기 환기에 좋았지만, 늘어지면 한도 끝도 없이 퍼지기 때문이었다. 멜로디는 그 완급을 완벽하게 조절하고 있었다.
—첫 번째 광역은 내 개인 보호막이랑 희생의 보석을 같이 쓰는 걸로 할 거야. 이때 모기는 주하한테 가로막기 써서 대미지 다 가져갈 준비 해.
[공격대] 여름n모기: ㅇㅇ
—두 번째는 보호의 깃발 쓸 거고, 세 번째는 광역 보호막이랑 개인 생존기. 네 번째부터는 나랑 스노우가 번갈아 가면서 공생기 사용한다.
[공격대] Snow: ㅇㅋ
—딜러들은 광역 끝나면 딜 몰아칠 수 있게 스킬 관리 잘하고.
[공격대] 개인주의: 옙! ㅇㅅㅇ
[공격대] 일시불: ‘ㅅ’)/
[공격대] 월차연차휴가: 극딜 스킬 남겨 둬야겠다
[공격대] 바나나: ㅇㅋ
[공격대] 카젤: ㅇㅇ
[공격대] 리미티드: 네
—도핑 다 했으면 들어가자.
멜로디의 출발 신호와 함께 리프 공대원들은 무기를 꺼내 들고 라흐니스에게 달려 나갔다. 지구침략이 자리를 잡고 공격용 깃발을 꽂자 딜러들의 공격이 무섭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보스 피는 전보다 빠르게 떨어졌다. 천칭 기믹을 지나 시소까지 넘기고, 몹 소환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하자 그다음은 광역 공격이었다. 이번에도 멜로디가 짜 둔 순서대로 하나씩 넘기자 마지막 불기둥이 끝났음에도 죽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공격대] 개인주의: 이 맛에 레이드하지!! >ㅅ<
[공격대] 일시불: 빨리 잡고 다음 토벌전 가즈아!
드디어 마지막 페이즈까지 넘어온 딜러들은 지금까지 공략을 이행하느라 소홀했던 딜을 퍼붓기 시작했다. 검은 구체와 바닥 장판을 피하며 최대한 딜을 하자 10% 아래로 내려가는 건 금방이었다.
[공격대] 바나나: 아!! 구슬 왜 또 나한테 붙어ㅠㅠㅠ
[공격대] 개인주의: 누님 ^0^ 달리십쇼!! 제가 대신 딜하겠습니다!
[공격대] 바나나: ㅂㄷㅂㄷ 바닥이나 걸려라
[공격대] 개인주의: 그런 저주는 안 통하는
[공격대] 개인주의: ......
바나나의 저주는 이번에도 크게 한 건 했다. 근접 딜러 암살자인 개인주의에게 바닥 장판이 걸리게 된 것.
개인주의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도망 다니기 시작했고, 바나나는 깔깔거리며 신나게 웃어 댔다. 둘이 함께 딜이 나락으로 떨어지자 남은 딜러들은 조용히 보스만 팼다. 지금 상태에서 두 사람을 놀렸다간 그 저주가 제게 올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마지막까지 열심히 딜을 쥐어짜자 드디어 판결자 라흐니스가 바닥으로 쓰러졌다. 보스를 처치했다는 알람이 화면 중앙에 크게 뜨고 화려한 폭죽이 터졌다.
—다들 수고했어.
[공격대] 일시불: 수고하셨습니다!!!
[공격대] 개인주의: 역시 우리 공대 멋졍! (ʃƪ ˘ ³˘)
[공격대] 리미티드: 수고하셨어요
[공격대] 월차연차휴가: 수고수고!
[공격대] 바나나: 모두 수고했어!!!
[공격대] Snow: 다들 고생했어ㅋㅋ
[공격대] 지구침략: 잘했어 ㅎㅎ
[공격대] 여름n모기: ㅋㅋㅋ 고생했어!
공략이 끝나자 서로가 서로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때 주하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자진신고에서는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한 적도 없을뿐더러, 자기가 한 일을 스스로 자랑하기 바빴으니까 말이다.
주하는 리프 공대원들과 함께하면 함께할수록 마음이 편안해졌다. 한결같은 모습도 좋고, 이런 매너도 마음에 쏙 들었다.
[공격대] 카젤: 다들 수고하셨어요 ㅎㅎ
[공격대] 바나나: 카젤 너도 고생했어! 처음 같이 레이드해 봤는데 너무 손발 잘 맞아서 놀랐어ㅋㅋㅋ
[공격대] 일시불: ㅁㅈㅁㅈ!! 원래부터 같은 팀인 줄 알았어여ㅋㅋ
[공격대] 지구침략: 덕분에 쉽게 깬 거 같아 ㅎㅎ
[공격대] 카젤: 에이;; 그 정돈 아니죠
[공격대] 리미티드: 아냐 <희생의 보석> 스킬인가? 그거 덕분에 7연속 광역 공격 쉽게 넘긴 거잖아
[공격대] 여름n모기: ㅇㅇ 피 천 올려 주는 거! 그거 진짜 신의 한 수였다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