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화
[외치기] 일시불: 개주의 스킬은 나의 것!!! 황홀함에 피가 끓어오르는구나!!!
[외치기] 일시불: 받아랏!! (훔쳐온) 독의 호흡! 제1형!!
[외치기] 일시불: 포이즌 애로우우우!!!!!!
—아, 미친…….
언제 매크로 대사를 만들어 놨는지 일시불이 크게 한 방 쏘자 멜로디가 낮게 웃으며 욕설을 내뱉었다. 어이가 없어서 혼낼 의지조차 꺾인 듯싶었다.
비단 멜로디만이 아닌 팀원들도 같은 생각인지 폭소하기 시작했다.
[공격대] 개인주의: 야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ㅁㅊㄴㅁ!! 남의 스킬 가지고 뭐 하는 거얔ㅋㅋㅋㅋ
[공격대] 카젤: ㅋㅋㅋㅋㅋㅋㅋㅋ
[공격대] 바나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누가 ㄸㄹㅇ 아니랄까밬ㅋㅋ
[공격대] 월차연차휴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즘 얌전하다 했닼ㅋㅋㅋㅋㅋㅋㅋㅋ
[공격대] Snow: ㅋㅋㅋㅋㅋㅋ 개우꼌ㅋㅋㅋ
[공격대] 지구침략: ㅋㅋㅋㅋ 애니 열심히 봤구나
[공격대] 여름n모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격대] 리미티드: ㅋㅋ
결국 깃발을 사용한 것이 무색하게 일시불을 제외한 딜러들의 딜은 형편없이 나왔다. 그의 정신 공격은 꽤 잘 먹혔다고 볼 수 있었다.
팀원들에게 야유받으면서도 일시불은 꿋꿋했고, 다음 기믹으로 넘어가는 순간까지 딜 미터기 1위는 일시불의 차지였다.
주하는 스킬을 잘못 써서 딜이 훅 떨어졌음에도 입꼬리가 내려올 줄을 몰랐다.
이렇게 웃고 떠드는 게 가능한 이유는 아마도 토벌전 시스템 덕분일지도 몰랐다. 토벌전은 랭킹 순위가 책정되지 않아서 퍼클에 대한 압박감이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유로웠다. 저렇게 선율 형마저도 웃는 걸 보면 알 수 있었다.
막공과 자진신고에서 했던 레이드와는 너무나 달라서 주하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러면 평생이라도 게임 할 수 있겠는데.”
이런 재미를 알게 되면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능력 좋은 팀원들이 성격도 좋고 재미까지 있으면 레이드가 아니라도 뭐든 즐거울 테니까.
우르르 몰려와서 요리를 만들 때도, 똑같은 옷을 입고 일자로 앉아서 낚시할 때도, 채집이나 필드 노가다를 할 때도. 평범하고 별것 아닌 콘텐츠라도 리프 길드원들과 함께하면 항상 즐거웠다.
개인주의는 자진신고가 절 놔줘서 고맙다고까지 했는데, 오히려 제가 더 고마울 지경이다.
그동안 그곳에서 받았던 취급이 정상이 아니라는 걸 지금의 팀원들 덕분에 알게 되었다. 친목의 종류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중 자진신고의 만행은 도를 넘어선 행동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선율 형이 저를 보면서 얼마나 답답했을지 이제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만 좀 구르라고 한탄했던 그가 생각나 주하는 피식 웃었다.
—미남 카젤 님, 뭐 해? 시소 기울고 있는데.
[공격대] 카젤: ㅈㅅㅈㅅ
[공격대] 바나나: ㅋㅋㅋㅋㅋ 미남 카젤ㅋㅋ
[공격대] 개인주의: ㅇㅇ 어찌나 꿀잠을 주무시는지 얼굴에서 광이 납니다!!!!
[공격대] 카젤: 이 얼굴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어^^
[공격대] 일시불: 앜ㅋㅋㅋㅋ 포기했냐궄ㅋㅋ
[공격대] 카젤: 피라냐들에게 떡밥 주느니 차라리 미남 하는 게 낫짘ㅋㅋㅋㅋㅋㅋㅋ
[공격대] 바나나: +_+
[공격대] 여름n모기: ㅋㅋㅋㅋ 그럼 나도 미남인가?
[공격대] Snow: ......
[공격대] 바나나: ......
[공격대] 일시불: ......
[공격대] 월차연차휴가: ......
[공격대] 리미티드: .......
[공격대] 지구침략: 선 넘은 건 나도 커버가 안 돼... 모기야...
[공격대] 개인주의: 모기 형 레이드에 집중하시져
[공격대] 여름n모기: ...ㅇㅇ;;;;
잠깐 싸한 분위기가 훑고 지나갔다. 반응을 보아하니 멜로디의 얼굴만 아는 게 아니라 다들 실제로도 아는 사이 같았다. 정모를 자주 하는 건가? 아니면 실친? 기회가 되면 저도 한번 만나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어쨌든 여름n모기 덕분에 팀원들은 공략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쫄 잡는 기믹이 끝나고 드디어 광역 공격이 나왔다. 바닥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자 정령사의 첫 번째 공생기가 펼쳐졌다.
<디바인 존: 프로텍트>
스킬이 발동하자 바닥에 풀과 꽃이 피어올랐다. 이글거리는 용암 한가운데에 푸릇푸릇한 정원이 만들어지자 그 자체로도 경이로웠다.
정원 안에 있는 동안에는 대미지 감소 버프가 유지되었다. 그때, 바닥에서 거대한 불기둥이 솟구쳐 올랐다.
어마어마한 화염 이펙트가 한번 쓸고 지나가자 공대원들의 피 절반이 사라졌다. 하지만 멜로디와 Snow의 재빠른 치유로 금방 회복되었다.
두 번째 불기둥은 Snow의 공생기로 넘겼고, 세 번째는 멜로디, 네 번째는 다시 Snow의 공생기가 펼쳐졌다. 힐러들이 번갈아 가며 팀원을 살리는 동안 개인주의는 덜덜 떨고 있었다.
[공격대] 개인주의: 제발;;; 더 나오지 마라죠ㅠㅠ
[공격대] 일시불: ㅋㅋㅋ 출금이 다가오고 있다
[공격대] 바나나: 6까지는 버틸 수 있으니까 젭라 나오자 ㅋㅋㅋ
[공격대] 월차연차휴가: 6번 나오면 만골이고 7번 나오면 2만 골이지? +_+
[공격대] 개인주의: 아니거등요!!!ㅠㅠㅠㅠ
[공격대] 카젤: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들 개인 생존기 둘러. 다섯 번째 나온다.
안타깝게도 개인주의의 간절함은 통하지 않았다. 바닥은 여전히 이글거리고 있었고, 다섯 번째 불기둥을 준비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다들 부랴부랴 개인 생존기를 두른 상태로 멜로디의 단체 보호막을 받았다.
콰앙!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불기둥이 올라왔다. 이번엔 공생기를 받을 때와는 달리 모두의 피가 아슬아슬하게 남아 있었다. 금방 회복하긴 했지만, 조금이라도 아이템 강화가 덜 되었거나 S급 펫이 없었더라면 죽었을지도 몰랐다.
[공격대] 개인주의: 제발!!! 뎨발!!!! 더 나오면 안댄다!!!!!ㅠ0ㅠ
[공격대] 월차연차휴가: 과연?ㅋ
[공격대] 바나나: ㅋㅋㅋㅋㅋ 미리 만골 ㄱㅅㄱㅅ
[공격대] Snow: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격대] 카젤: 어? 바닥이!
[공격대] 일시불: 바닥이!!!
[공격대] 개인주의: 끄아아아악!!!!
역시나 신은 개인주의의 편이 아니었다. 부글부글 끓는 바닥을 보며 지구침략은 조용히 보호의 깃발을 꽂았다.
콰아앙!!
유독 더 화려해 보이는 불기둥이 소리까지 차지게 흘러나왔다. 머리를 쥐어뜯는 개인주의를 제외하곤 다들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차곡차곡 쌓이는 길드 자금을 생각하니 흡족하기만 했다.
그러나.
—바닥 안 사라지는데.
광역 공격은 여섯 번으로 끝나지 않으려는지 바닥이 붉게 유지되고 있었다. 더는 버틸 방법이 없어서 포기해야 하나 싶던 그때였다.
[공격대] 카젤: 선율 형 개인 보호막 둘러 봐
—나만?
[공격대] 카젤: 줄 수 있는 사람들한테 다. 나 빼고
[공격대] 개인주의: 뭔가 방법이 있습니카?!
[공격대] 바나나: 오호
멜로디는 곧장 개인 보호막을 두르기 시작했다. 시간이 짧아서 모두에게 사용하는 건 불가능해 힐러 두 명과 월차연차휴가에게만 보호막이 들어갔다. 또다시 불기둥이 올라오기 바로 직전, 주하는 그동안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스킬을 꺼내 들었다.
<희생의 보석>
그러자 카젤의 피가 훅 빠지고 반대로 파티원들의 피가 조금 늘어났다.
자신의 체력을 깎아 팀원들에게 체력 10을 넘기는 스킬로, 고작 피통 1,000이 오르는 터라 공생기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스킬이었다. 유저들의 피통이 2만, 3만 하는데 1/20도 안 되는 수치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시전자 본인이 죽기만 하니 보석술사들도 한번 사용해 보고 그 후로 스킬북에 고이 모셔 두기만 했다.
다들 의아해하는 동안 마지막 불기둥이 휩쓸고 지나갔다. 붉었던 바닥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고 불기둥도 사라지자 서 있는 사람들은 총 다섯 명이었다.
탱커 두 명과 힐러 두 명, 그리고 딜러인 월차연차휴가였다. 탱커를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은 피가 20에서 50이 겨우 남아 있을 정도로 간당간당했다. 보호막을 받지 못한 나머지 딜러와 카젤은 시체가 되어 있었다.
[공격대] Snow: ...보술 소문으로 들었지만 정말;;
[공격대] 개인주의: 광대 맞네;; 별별 스킬이 다 있자나!!!! -0-
[공격대] 지구침략: 와... 저 피로 살았다니
[공격대] 바나나: ㅋㅋㅋㅋㅋ
—보술한테 이런 스킬이 있었어? 나도 처음 보는데.
[공격대] 카젤: 보문보다 더 안 쓰는 스킬이야ㅋㅋ
[공격대] 일시불: 그런 스킬을 형님은 어케 다 기억해여?
[공격대] 카젤: 가끔 심심하면 스킬북 정독하거든. 스킬이 워낙 많아야지;;;
[공격대] 개인주의: 평소엔 생명력 천 정도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ㅋㅋㅋ 여기서 이렇게 쓰이넼ㅋㅋ
[공격대] 일시불: 그러게 ㅠㅠㅠ 짤없이 아이템 강화해야 하는 줄 알았자나 ㅠㅠㅠㅠ 재료도 없는데 ㅠㅠㅠ
[공격대] 카젤: 이 애매한 스킬을 쓰게 될 날이 올 줄이야ㅋㅋ
[공격대] 바나나: 잘해따 잘해써! ٩(ˊᗜˋ*)و
—일단 스노우가 부활부터 해 봐.
[공격대] Snow: ㅇㅋ
멜로디가 탱 힐을 보고 Snow가 부활 두루마리로 죽은 딜러들을 살렸다. 살아난 딜러들은 스탯과 능력치 25% 감소 부활 후유증을 달고 다시 도핑을 시작했다.
—일단 기믹부터 볼 거야. 할 수 있는 만큼 딜해 봐.
멜로디가 말하지 않아도 딜러들은 열심히 보스를 공격하고 있었다. 그렇게 20%가 되자 거대했던 라흐니스가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때, 라흐니스 주변에서 검은 구체가 생겨나더니 어딘가로 향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