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화
[공격대] 개인주의: 어억???
[공격대] Snow: 악!!!!
[공격대] 카젤: ;;;;;
[공격대] 리미티드: ...
순간 시소 위에 있던 공대원들이 오른쪽으로 쭉 미끄러졌다. 그런데 오른쪽에 자리 잡고 있던 네 명이 너무 가까웠던지 용암으로 풍덩 빠져 버렸다.
네 명이 죽고 나서도 미끄러져 내려온 공대원들 때문에 시소는 여전히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다급히 왼쪽으로 달려 봤지만, 생각보다 멀리 밀린 터라 돌아가기엔 무리였다. 그 상태에서 또다시 라흐니스가 왼쪽 손을 들어 올렸다.
공대원들은 라흐니스의 거대한 손이 아래로 내리쳐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아연한 표정으로 죽음을 직감했다. 역시나 시소 위에 살아 있던 팀원들도 모조리 용암으로 직행했다. 모두가 죽자 어김없이 처음으로 돌아왔다.
—개주랑 월차 그만 집중하자.
멜로디의 말에 두 사람은 넵! 하고 외쳤다.
—각자 위치 잡아서 서 있다가 보스 손 확인하고 반대쪽으로 쭉 달려 봐. 밀리고 난 후엔 원래 자리로 돌아가고 다시 손 확인해서 반대쪽으로 달리고. 일단 이게 다 같은데 방금 밀리는 속도가 다들 다르긴 했거든? 숫자가 낮은 사람들이 많이 밀리는 거 같았어. 가벼운 사람들은 더 멀리 가 봐.
[공격대] 바나나: 저 시소 생각보다 민감한 거 같더라
[공격대] 카젤: ㅇㅇ 거리에 따라 기울기도 좀 다른 거 같았어요. 아까 개주가 짧게 움직였을 때는 크게 기우뚱거리지 않았는데, 멀리 움직이니까 각도가 커지더라고요
[공격대] 개인주의: 크으!! 내가 이거 알아내려고 일부러 그랬던 거예요! +_+ 다 큰 뜻이 있었답니다
[공격대] 여름n모기: 무슨 헛소리를 ^^;;;;
—다들 무게 관리 잘해야겠다. 각자 몸으로 익히거나 눈치껏 확인해.
알겠다는 대답에 다시 트라이를 시작했다.
첫 번째 기믹인 천칭은 기울어진 곳을 5로 가정하고 그곳에 12467을 넣고, 반대쪽에 03589를 넣어 25를 맞췄다. 정확하게 균형이 잡히자 누구도 죽지 않고 공략에 성공했다.
천칭은 기울기를 잘 확인하고 정확하게 계산해서 이동해야 하는 터라 눈썰미가 좋아야 하고 계산이 빨라야 했다. 멜로디는 기울기를 확실하게 터득했는지 그 후로 단 한 번도 실수하지 않았다.
가볍게 첫 번째를 공략하고 다시 시소와 마주쳤다.
시소 위로 올라간 공대원들은 적당히 거리를 벌려 중심을 맞췄다. 무게에 따라, 거리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소에 적응하고 있는데, 거대해진 라흐니스가 왼쪽 손을 번쩍 들었다. 멜로디가 왼쪽으로 이동하라 지시하자 모두가 그 방향으로 우르르 달려갔다. 그런데 너무 빨리 움직였는지 라흐니스의 손이 내려오기도 전에 쭉 밀려 버렸다.
—9번 너무 빨라! 뒤로 와.
[공격대] Snow: ;;;;; 야야야야!!! 9번!!! 9번 누구야!
[공격대] 개인주의: 야! 시부라!!! 100!! 100!!! 뒤로! 뒤로!!
[공격대] 일시불: ㅈㅅ;; 늦은 거 같;;;
민감한 시소는 그대로 용암으로 쭉 기울어졌다. 미끄러진 사람들은 퐁당 소리를 내며 용암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뒤늦게 라흐니스가 시소 반대편을 쳤지만, 위에 남아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리셋이었다.
[공격대] 지구침략: ^^ 높은 수 애들 천천히 움직여라... 밀리는 것도 조금밖에 안 밀릴 텐데 왜 그렇게 급해?
[공격대] 일시불: 죄송함다ㅠㅠ
[공격대] 개인주의: 후... 다급해따
[공격대] 바나나: 시소 겁나 예민해 ㅡㅡ
[공격대] 개인주의: 눈누나 배고플 때의 모습 같다...
[공격대] Snow: ^^ㅗ
그렇게 몇 번을 시도하자 다들 어느 정도 감을 잡기 시작했다. 첫 번째 손바닥 찍기를 넘기고, 두 번째 찍기도 넘기고, 세 번째까지 넘기자 이번엔 시소 위로 공격이 쏟아졌다.
팀원들은 공격 범위를 미리 알려 주는 히트 박스가 생기는 곳을 피해 좌우로 움직였다. 그런데 시소가 갑자기 한쪽으로 쭉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이번에 가장 높은 수는 카젤이었다.
—주하야, 왼쪽으로 와.
하지만 주하의 왼쪽은 공격 범위였다. 피하자니 시소가 기울고, 맞자니 죽을 것 같고. 제가 죽어 무게가 바뀌면 또다시 시소가 기울 것이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왼쪽으로 왔다가 히트 박스 사라질 때 오른쪽으로 피해. 공격 끝나면 다시 왼쪽으로 넘어가.
말은 쉬웠지만, 생각보다 타이밍이 중요했다. 주하는 키보드와 마우스를 고쳐 잡고 히트 박스 위로 올라갔다. 그제야 시소가 반대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평행을 겨우 맞췄을까 싶을 때, 바닥에 있던 공격 범위가 사라졌다.
—지금 오른쪽으로.
멜로디의 지시가 나오는 것과 동시에 카젤이 움직였다.
오른쪽으로 이동하자마자 하늘에서 공격이 쏟아졌고, 아슬아슬하게 그것을 피한 주하는 공격이 끝날 때쯤 왼쪽으로 이동했다. 살짝 기울었던 시소는 다시 균형을 맞추었다.
—잘했어.
주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공격은 끝이 아니었다.
[공격대] 개인주의: 으억? 이게 머야? 공격이 이쪽으로만 몰려 있는데요?!!!
[공격대] 일시불: 달려! 달려!! 반대쪽으로 달려!
[공격대] 바나나: 이거 어떻게 하지?
—전부 다 중앙으로 와.
[공격대] 바나나: 늦을 거 같은데?
[공격대] 카젤: 이거 늦다;; 오른쪽 사람들 너무 멀리 있었어;;
[공격대] 개인주의: 늦다 늦어ㅠㅠㅠ 죽겠다ㅠㅠㅠ 흐엉
[공격대] 월차연차휴가: 또 용암에 녹는 건가...
다들 전멸을 예상하던 그때였다.
—외계인 형, 길드 깃발 중에 이속 증가하는 거 써 봐.
[공격대] 지구침략: 아! 이게 있구나
지구침략은 가방에 있던 이속의 깃발을 꺼내 바닥에 꽂았다. 그러자 푸른색 바탕에 날개 모양이 그려진 깃발이 생기며 40m 내에 있는 팀원들의 발아래에 바람 이펙트가 생겨났다. 속도가 40%만큼 빨라지자 다들 아슬아슬하게 중앙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공격대] 바나나: 와... 이거 생각도 못 하고 있었네
[공격대] 지구침략: 나도 내가 만들어 놓고 까먹고 있었어;
[공격대] 월차연차휴가: 이렇게 쓰는 거고만!
길드 깃발은 위험할 때나 여러 가지 상황에서 꽤 유용했다. 단순히 딜량을 높이는 것뿐 아니라, 이렇게 이동 속도가 필요한 부분에서 생존율을 높일 수 있었다.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마지막 공격까지 버텨 내자 드디어 시소가 사라졌다. 용암이 일렁이던 바닥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맵 끝에 있는 거대한 라흐니스에게 달려간 공대원들은 다시 딜을 넣기 시작했다. 50%까지 피를 빼는 동안 회전 베기와 탱커 버스터가 있었지만, 쉽게 넘길 수 있는 패턴이라 문제는 없었다.
드디어 40%대로 넘어가자 라흐니스가 몬스터 세 마리를 소환했다.
—모기가 탱해서 라흐니스 옆으로 끌고 와.
이제부터 지구침략에 이은 두 번째 탱커 ‘부탱’이 할 일이 생겼다. 여름n모기는 나타난 몬스터 세 마리를 잡기 위해 이동했다. 그때 갑자기 멜로디가 말했다.
—잠깐, 애들 지금 광폭화 걸려 있는데?
광폭화 설명을 보니 몹끼리 가까이 붙어 있으면 공격력이 증가한다고 되어 있었다.
—외계인 형이 한 마리만 데리고 가 봐.
[공격대] 지구침략: ㅇㅋ
지구침략이 한 마리를 도발로 끌고 와 라흐니스와 함께 탱킹하기 시작했다. 멀어진 녀석은 광폭화 버프가 사라지며 크기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남은 두 마리는 여름n모기가 어그로를 잡았는데, 한 대 맞자마자 피가 확 깎여 버렸다. 피가 바닥을 치자 다급히 멜로디의 외생기와 여름n모기의 생존기가 둘렸다.
두 마리도 한 번에 탱킹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공격대] 여름n모기: 이거 어떻게 해?
[공격대] 월차연차휴가: 하나 더 떼야 하나?
[공격대] 일시불: 제가 끌고 갈까요?
—아니, 주하가 하자.
[공격대] 카젤: ㅇㅋ 보석 폭탄으로 어그로 가져올게
[공격대] 일시불: 그럼 제가 터트릴게요
[공격대] 여름n모기: 두 마리 다 어글 튀면 한 마리만 도발함
[공격대] 카젤: ㅇㅇ ㄱㄱ
주하는 여름n모기에게 붙어 있는 몬스터 두 마리에게 보석 폭탄을 심었다. 어그로가 가장 큰 스킬이기에 한 번에 시선을 돌리는 데 가장 유용했다.
예상대로 일시불이 보석 폭탄을 터트리자 두 마리 모두 카젤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중 한 마리만 여름n모기가 도발로 끌고 갔고, 주하는 본진에서 살짝 멀어진 곳에서 남은 한 마리를 탱킹했다.
광폭화가 사라진 몬스터는 딜러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었다. 멜로디의 폭힐을 받으며 주하는 그를 믿고 어그로를 쌓기 시작했다.
—주하한테 있는 것부터 잡아.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멜로디가 카젤에게 붙어 있는 몬스터를 잡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딜러들은 당황해하며 물었다.
[공격대] 개인주의: 엥? 저희가 딜하면 어그로 넘어오지 않을까여?
[공격대] 일시불: 우리가 살살 쳐야 하나?
[공격대] 카젤: ㄴㄴ 극딜하면 됨
[공격대] 바나나: 괜찮겠어?
[공격대] 카젤: ㅇㅇ 어그로 단단히 먹어 둘 테니까 걱정 마요
딜러들은 멜로디와 카젤의 단호함에 일단 믿고 딜을 넣기 시작했다.
원래는 같은 딜러라 하더라도 한 방 스킬 대미지가 높은 클래스가 어그로를 더 많이 먹기 마련이었다. 보석술사는 크리티컬이 터지지 않는 한 한 방이 그렇게 강하지 않아서 다른 딜러들, 특히 마법사와 암살자, 권투가가 딜을 퍼부으면 분명 나중에 가서 어그로가 역전될 터였다.
어그로가 이리저리 옮겨 가 핑퐁을 하게 되면 힐러가 집중적으로 살필 수 없기 때문에 대상은 한 명으로 고정하는 게 좋았다. 지금처럼 아슬아슬하게 살아남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딜러들은 지시하는 대로 하고 있긴 했지만, 의문을 가득 품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한참 지나도 딜러 중 누구도 카젤의 어그로 수치를 넘길 수 없었다. 주하가 어떤 스킬을 사용하는지 지켜보던 월차연차휴가는 패턴을 확인하고 감탄했다.
- 계속 -
공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