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딜러 줍는 힐러-51화 (51/130)

51화

―아드룬 200개로 23강 가려면 1강마다 세 번 만에 성공했다는 뜻 아니야? 둘 다 무슨 신의 아들이냐?

└확률상 그건 불가능하고, 아마 업적 50%에서 주는 재료까지 얻지 않았을까? 그거 말고도 영던에서 주는 것도 있고, 일일퀘랑 주간퀘에서도 주니까.

└그거 계산해 보면 1강당 최대 10번 시도할 수 있네.

└업적 50%까지 했다고??? 벌써?

└얘네 현생 살고 있음? @[email protected];;

└랭커가 현생 사는 거 봤냐? 뭘 물어

―나는 1강 올리는 데 기본 30번은 꼬라박는데...

└다들 그래 너만 그런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저 둘이 이상한 거임 -_-

―선 씨게 넘었네

―월드 알람 울릴 때 나도 있었는데 와... 진짜 숨이 턱 막히더라

―강화 NPC 앞에 사람들 우르르 몰렸던데ㅋㅋㅋㅋ

―너도나도 대리 강화해 달라고 찡찡글 올라옴ㅋㅋㅋ

―20강 떴을 때 귓 해 봤는데 한참 대답 없더니 다시 귓 하니까 차단 떴었엌ㅋㅋ 귓말 폭주해서 ㅈㄴ 귀찮았던 듯

―멜로디가 먼저 강화 성공하니까 카젤도 질 수 없었나 보지? 곧바로 강화하던데ㅋㅋ

―사랑싸움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악탑 또 둘이 같이 하던데

└둘이 눈 맞은 거 아냐?

└둘 다 남자 아님? ๑꒪⌓꒪๑

└요즘 대세는 브로맨스지ㅋㅋㅋ

―근데 둘 다 로브였지? 설마 같이 영던 다니나?

―오호라...

―눈 맞았다에 한 표 던진다

└대한민국 많이 좋아졌네

―그럼 혹시... 둘 중 한 명이 대리 강화해 준 거 아냐?

└에이 설마

└설마;;

└학습 능력이 없나 이것들은; 저번에도 둘이 듀오 또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하니까 설마 하더니 실제로 일어났잖아; 무서운 소리 좀 그만해;

└확실한 건 어쨌든 강화 운이 쩐다는 거지. 고로 글쓴이 말대로 세상은 불공평하다는 거 ㅇㅈ

―나도 좀 해죠 얘두라... 골드도 쥐여 줄게...

└나는 채집물 준다!

└일단 영던가서 템부터 먹고 말해

└나 장갑 있는데?

└장갑 강화보다 가슴 강화가 우선이지 -_- 이 알못들 진짜...

└하씨ㅠㅠㅠㅠㅠㅠㅠ

└어둠의 심장 파티원 모집 (1/5)

└(꒪д꒪)ノ 나나 (2/5)

└ㅅㅅㅅ (3/5)

└쟤들 분명 탱힐 없어서 쫑난다

└ㅡㅡ;;;;;;;

***

<벌꿀오소리 님이 파티에 초대했습니다.>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인사할 겨를도 없이 벌꿀오소리의 파티 초대가 날아왔다. 갑자기 웬 파티인가 했는데, 귓속말이 닫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제 아이템 강화를 월드 알림으로 띄웠더니 한바탕 난리가 나서 뭘 더 해 보지도 못하고 게임을 꺼야 했다.

주하는 초대를 받고 인사를 건네려 했지만, 그보다 벌꿀오소리의 질문이 더 빨랐다.

[파티] 벌꿀오소리: 카젤님 어케 된 거예요?

[파티] 카젤: ㅇㅇ? 아이템 강화요?

[파티] 벌꿀오소리: 아니 그거 말고 영던 팀이요

[파티] 카젤: 아... 그거요

어제 벌꿀오소리는 늦게 접속했고, 저는 일찍 게임을 꺼서 소식을 이제야 접한 모양이다.

[파티] 벌꿀오소리: 정말로 체리님 챙겨 준다고 빠진 거임???

[파티] 카젤: 뭐... 그렇게 됐어요

[파티] 벌꿀오소리: 그걸 왜 허락했어요! 영던부터 같이 돌기로 했잖아요!

[파티] 카젤: 음... 체리님을 영던 템까지는 맞춰 준대요. 그래야 다른 공대 들어가기 쉬울 거라고

[파티] 벌꿀오소리: 맞춰 준다고 쳐도 그걸 왜 카젤님 혼자 독박 씀?? 그러다 레이드 팀 자리까지 넘겨주게 생겼네?

[파티] 카젤: 레이드는 저랑 같이 하는 거 맞아요. 천상님이 확실히 말씀하셨음;;

[파티] 벌꿀오소리: 당연한 소리를 왜 확답받아야 하지? ㅡㅡ 짜증 나네... 레이드 제대로 돌려면 우리 팀원이나 챙기지 다른 팀 갈 사람을 챙겨? 이게 말이 됨???

이번엔 정말 화가 났는지 벌꿀오소리는 짜증을 숨기지 않았다. 천상검이 길드에 있는데도 조용한 걸 보면 벌꿀오소리가 제대로 한소리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주하는 저 대신 화를 내는 그녀를 보곤 난감해하며 볼을 긁적였다.

[파티] 벌꿀오소리: 뭐? 흔쾌히 수락해? 카젤님도 제정신 아니야! 이번 영던은 개빡세다는데 혼자 끙끙 앓으면서 막공 돌라고? 그러다 언제 템 맞추려고 그럼? 뭐 일주일에 하나 겨우 먹으려고? 운 좋게 좋은 파티 만나게 해 달라며 기도하면서??? 대체 왜 자기 자리 돌려 달라고 말을 못 해!

[파티] 카젤: ;;;;;;;; 아니... 그게...

[파티] 벌꿀오소리: 뭐요! 입 있으면 말해 보셈!!

화를 내는 대상이 왜 갑자기 바뀐 거지? 아무래도 일반 던전도 그렇고 영웅 던전까지 양보한 제가 미련해 보이나 보다.

뭐…… 그렇게 보인다면 어쩔 수 없지만. 상황이 그랬기도 했고, 이미 결정 난 일에 얼굴 붉히며 따질 생각도 없었다.

자진신고에 온 이유는 제대로 된 레이드를 해 보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결과가 좋았다. 전체 서버 2위 공대로 퍼클을 노릴 수 있을 정도의 팀이라니. 단점이 있더라도 충분히 커버가 될 만큼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레이드 팀에 제 자리가 있다는 것에 안도했었다. 그 이외 자잘한 것들은 포기할 수 있을 만큼.

그러나 사실대로 말한다면 왠지 더 혼날 것 같았다. 주하는 변명하기보단 침묵을 택했다. 제가 입을 열기를 한참 기다리던 벌꿀오소리는 결국 대답을 들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는지 한숨을 쉬었다.

[파티] 벌꿀오소리: 후.........

[파티] 벌꿀오소리: 카젤님

[파티] 카젤: 네;;

[파티] 벌꿀오소리: 그럼 나랑 돌아가면서 합시다

[파티] 카젤: ㄴㄴㄴㄴ 괜찮아요;;

[파티] 벌꿀오소리: 내가 안 괜찮음 (ꐦ°-°)

[파티] 카젤: 이미 영던 팀 구했음; 걱정 안 해도 돼요

[파티] 벌꿀오소리: ...뭐라고요?

[파티] 카젤: 영던 팀... 구했습니다.

주하는 죄인이 된 사람처럼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벌꿀오소리가 저 때문에 많은 걸 포기하려 결심했는데 찬물을 부은 격이었으니까. 꽤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다. 그게 미안해서 차마 장난치듯 말할 수 없었다.

[파티] 벌꿀오소리: ......

[파티] 카젤: ......

길게 이어지는 침묵에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유쾌한 사람이 조용해지면 더 무서운 법이라더니. 차라리 물어보기 전에 리프 길드랑 같이 가게 됐다고 털어놓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이젠 길드 눈치 볼 필요가 없어서 굳이 말하진 않았지만, 벌꿀오소리에게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

[파티] 카젤: 벌꿀님 사실...

[파티] 벌꿀오소리: 사실은

[파티] 벌꿀오소리: 멜로디랑 다니기로 했다고?

[파티] 카젤: 헉?

[파티] 벌꿀오소리: 왜 놀라지?

[파티] 카젤: 어떻게;;

[파티] 벌꿀오소리: 어떻게라니??? ㄹㅇ 모른다고 하는 건 아니겠져? 요즘 계속 멜로디랑 같이 다녔자나요 그럼 뻔하지

[파티] 카젤: --;;

하긴 요즘 멜로디랑 같이 하다 보니 다들 웬만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죄악의 탑은 랭킹이 나오니까 당연히 알고 있을 테고, 필드에서도 본 이들이 많을 것이다. 길드에서도 물어보지 않았을 뿐 다들 알고 있겠지. 누구라도 제가 영웅 던전 팀에 들어갔다고 하면 유추할 수 있을 터였다.

[파티] 벌꿀오소리: 근데 거기 딜러는 없데요? 카젤님이 어케 들어감?

[파티] 카젤: 딜러 한 명이 몇 주 못 온다고 해서 한동안 같이 하기로 했어요

[파티] 벌꿀오소리: 흐음... 차라리 잘된 건가

[파티] 카젤: ㅇㅇ?;;

[파티] 벌꿀오소리: 아님

[파티] 벌꿀오소리: 어휴... 그나저나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ㅡㅡ 내가 카젤님 때문에 제명에 못 삼

[파티] 카젤: ㅋㅋ;; 죄송;

[파티] 벌꿀오소리: 뭐가 죄송한데요? 설마... 진짜 호구인가? --ꐦ

[파티] 카젤: 호구라니;;

[파티] 벌꿀오소리: 천상님이 먼저 체리님 자리 만들어 준다고 카젤님이랑 교체해서 혼자 붕 뜬 거잖음. 근데 뭐가 죄송함?? 님이 뭘 잘못했다고? 일반 던전도 따로 돌게 만들어, 영던도 알아서 돌라고 하고. 대체 왜 저러는데?

[파티] 카젤: 다들 체리님이랑 친해진 거 같던데요

[파티] 벌꿀오소리: 그럼 본인들이 자리 내주든가 왜 애먼 카젤님한테 그러냐고요 ㅡㅡ

[파티] 카젤: 저한테 물어도 ^^;;

벌꿀오소리는 천상검과 그의 친구들을 이해할 수 없다며 한참 투덜거렸다. 그나마 제가 영던 팀에 들어갔으니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그녀의 화가 오래가지 않았을까 싶다.

주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파티] 카젤: 이제 좀 진정됨?

[파티] 벌꿀오소리: ㅡㅡ 누가 누구 걱정을 하는 거람? 말랑 콩떡인지 둔탱이인지 ㅉㅉ

[파티] 카젤: ㅋㅋㅋㅋㅋㅋ

[파티] 벌꿀오소리: 여튼 로브도 먹고 강화도 잘하는 거 보니까 문제없는 것 같으니 진짜 딱 여기까지만 봐주겠음. 설마 레이드에서도 자리 양보한다든지 그러면 ㄹㅇ 가만 안 둘 거야 -“-

[파티] 카젤: 그럴 일 없다니까요;; 레이드를 내가 왜 나감? 이것 땜에 자진신고 왔는데

[파티] 벌꿀오소리: 그러취 그렇게 나와야지

[파티] 카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벌꿀오소리: 그럼 나도 영던 하러 가야겠음. 님 오기 전까지 안 간다고 해 놔서 다들 대기 타는 중ㅋㅋㅋㅋ 천상님한테 겁나 ㅈㄹ해 놨더니 조용하네?

[파티] 카젤: ㅋㅋㅋ 그럴 줄 알았어

[파티] 벌꿀오소리: ㅇㅇ 님이 안 하니까 내가 해야지 ㅋㅋㅋㅋㅋ

상쾌하다는 듯 깔깔 웃으며 벌꿀오소리는 작별 인사를 건넸다. 더불어 리프 길드 딜러가 오기 전까지 아이템은 다 먹어 두라며 조언 같은 협박을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주하는 한바탕 폭풍우가 몰아치고 고요해진 후에야 의자에 몸을 기댔다. 방금 막 접속했는데 이상하게 몇 시간 움직이지 않고 게임을 한 기분이었다. 묘한 탈력감에 눈만 깜박이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누군가 하고 봤더니 멜로디였다. 벌꿀오소리랑 파티하는 동안 귓속말이 안 돼서 전화한 듯했다. 주하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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