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딜러 줍는 힐러-38화 (38/130)

38화

[공격대] 개인주의: 캬캬캬캬캬컄!!!!

[공격대] 일시불: 그러게 누가 놀리래옄ㅋㅋㅋ

[공격대] 여름n모기: 10만 골 달콤했다 후후후후

[공격대] 카젤: 잘 쓰겠습니다ㅋㅋㅋ

[공격대] 월차연차휴가: ...제길ㅠ

[공격대] 지구침략: 우리 아이들... 잘... 써 주세요 ㅠㅠ

[공격대] 바나나: 카젤님한테 묻어 간 놈들이 의기양양하다니!

[공격대] 개인주의: 에이! 누나! 부러우면 지는 거야

[공격대] 바나나: 이미 졌다고!

[공격대] 일시불: 마음에 평온이 찾아와 ^^

[공격대] Snow: 그래도 세 명은 길드 창고에 골드 넣었던데?

[공격대] 개인주의: 앗... 젠장;

[공격대] 여름n모기: ㅠㅠㅠㅠㅠㅠㅠ

[공격대] 일시불: ;; 마음에 서러움이 찾아와 ㅠㅠ

주하도 워렌스워드 저택에서의 일을 떠올리며 짧은 한숨을 쉬었다. 멜로디에게 한 방 먹이고 노예 계약서 세 장을 써야 했던 그날은 절대 잊을 수 없었다.

[공격대] 바나나: ㅋㅋㅋ 멜로디한테 들이대다 까였냐? 아무리 봐도 그건 페널티였는데? ㅋㅋㅋ

[공격대] 일시불: ...워렌스워드 저택에서 길도 잃고 돈도 잃었졍ㅠㅠ

[공격대] 바나나: 멜로디는 안 넣은 걸 보니 지 혼자 다 외웠구만ㅋㅋㅋ 그럼 카젤님은?

[공격대] 카젤: ...저도 세 번==;;

[공격대] Snow: ㅋㅋㅋㅋㅋㅋㅋ 페널티는 뭐였어요?

[공격대] 개인주의: 대장님과 노예 계약서 세 장 사인하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격대] 월차연차휴가: 아 진짜?ㅋㅋㅋ

[공격대] 카젤: ....고용노동부에 신고해야 됨; 번호가 뭐였더라

[공격대] 일시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격대] 여름n모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격대] 지구침략: 1350입니다^^ 참고로 유료예요

[공격대] 카젤: ㄱㅅㄱㅅ

지구침략까지 합세하자 리프 길드원들은 미친 듯이 ‘ㅋ’을 남발했다. 그동안 조용히 있던 리미티드조차도 이번만큼은 참을 수 없었던지 웃어 버렸다.

[공격대] 리미티드: ㅋㅋ

[공격대] 개인주의: 미쵸따ㅋㅋ 리밋 형을 웃겼어!

[공격대] 일시불: 헐... 리밋 형 웃는 거 오랜만에 봐!

[공격대] 바나나: 크.. 역시 카젤님은 능력자였어

얼마나 과묵한 사람이면 이런 반응일까? 그러고 보니 처음 인사할 때 말고는 말하는 걸 본 적이 없는 것 같네. 참 여러 유형의 사람들이 지지고 볶으며 잘 지내는 것 같아 보기 좋았다.

주하는 정신없이 몰아치는 리프 길드원들의 수다에 둘러싸여 열심히 요리를 만들었다. 작정하고 쟁여 두려는지 다들 재료를 많이 가져와서 아홉 명 전원의 음식을 만들자 어느새 세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마지막으로 멜로디에게 음식을 건네고 기지개를 켜며 굳은 몸을 푸는데, 지구침략에게서 거래 요청이 들어왔다.

[공격대] 카젤: 어? 제가 덜 드렸나요?

[공격대] 지구침략: 아뇨ㅎㅎ 드릴 게 있어서

다들 음식을 건넬 때 고맙다며 골드까지 챙겨 줬는데, 뭘 또 준다는 건지. 괜찮다며 거절해 봤지만, 지구침략도 괜찮다며 거래를 받아 달라고 정중하게 요청했다. 장난기 없는 부드러운 권유에 주하는 어쩔 수 없이 요청을 수락했다.

그러자 거래 창에 무언가 차근차근 올라오기 시작했다. 주하는 올라오는 것들을 보며 순간 당황했다.

[공격대] 카젤: 이걸 왜;;

[공격대] 지구침략: 우리 요리사는 부재중이니까요 ㅎㅎ

지구침략이 거래 창에 올리고 있는 건, 요리에 필요한 고기와 생선, 그리고 각종 양념이었다. 거기에 더해 낮은 확률로 나오는 에픽 재료까지. 한 묶음에 최대 99개까지 겹치는 재료를 꽉꽉 채운 그는 거래 완료를 누르며 말했다.

[공격대] 지구침략: 거래 한 번 더 해야 하니까 받으세요ㅎ

[공격대] 카젤: ;;

재료들은 모두 이번 확장팩에서 나오는 신규 아이템들이었다. 개수를 보니 적어도 여럿이 모아 둔 거 같은데…… 이렇게 덥석 받아도 되는 건가?

[공격대] 카젤: 그래도 공대에서 쓰셔야지 않아요?

[공격대] 지구침략: 또 모으면 되죠ㅎㅎ 이 정도는 금방 모아요^^

[공격대] 바나나: ㅇㅇ 껌이죠

[공격대] 카젤: ;; 감사합니다

거래를 두 번 받았더니 가방이 꽉 차 버렸다. 자진신고에서도 이렇게까지 많은 재료를 받아 본 적이 없어서 조금은 얼떨떨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공격대] 지구침략: 그럼 저희는 이만 가 볼게요. 음식 만들어 줘서 고마워요 ^^

[공격대] 바나나: 고마워요 카젤님!

[공격대] 개인주의: 형 땡큐!! ㅇㅅ<

리프 길드원들은 고맙다고 인사하고는 곧장 포탈을 탔다. 파티도 탈퇴하자 다시 멜로디와 단둘이 남게 되었다.

폭풍우가 몰아쳐 정신이 없었는데 급작스럽게 조용해지니 묘한 탈력감이 느껴졌다. 주하는 마른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며 긴 숨을 내뱉었다.

잠시라도 늘어져 있고 싶어서 의자에 푹 기대는데, 멜로디가 다음 행선지를 통보했다.

[파티] 멜로디: 평판작 하러 가자

[파티] 카젤: ...나 세 시간 동안 음식 만들었다

[파티] 멜로디: 전투랑 비전투는 다르잖아

[파티] 카젤: 그건 무슨 계산법이냐?; 양심 좀 챙기지 않을래?

[파티] 멜로디: ㅋㅋㅋ 뭘 새삼 이제 안 것처럼 그래? ^^

그래, 알고 있지.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문제다. 더 문제는 그걸 본인도 알고 있으면서 배짱부리는 거다. 네가 적응하는 게 더 빠를 거라며 은근히 압박하는 모양새가 정말 뻔뻔하기 그지없었다.

[파티] 카젤: 10분만 쉬자 나 인벤도 비워야 해

[파티] 멜로디: ㅇㅇ

그래도 마냥 불도저는 아니라서 다행이다.

무겁지만 풍족한 가방을 흡족하게 본 주하는 대도시로 포탈을 탔다. 개인 창고에 선물 받은 재료를 정리해서 넣고, 아이템 수리도 마치고 나오자 멜로디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보니 마치 주인을 기다리는 고양이 같았다.

주하는 피식 웃으며 멜로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귀가 아래로 처지며 고개를 살짝 들어 올리는 모션을 즐겁게 보고 있는데, 멜로디는 예상과 달리 가만히 서 있었다. 짜증 내며 튕겨 나갈 줄 알았는데 웬일로 조용히 쳐다보고 있지?

[파티] 카젤: 뭐야? 왜 얌전해?

[파티] 멜로디: 글쎄

[파티] 카젤: 응?

[파티] 멜로디: 네가 쓰다듬는 건 나쁘지 않은 거 같네

[파티] 카젤: ......

진짜? 주하는 믿기지 않아 멜로디의 머리를 다시금 쓰다듬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멜로디는 저만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다. 대체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아니면…….

[파티] 카젤: 너 어디 아프냐?

[파티] 멜로디: ㅋㅋㅋㅋ

[파티] 멜로디: 아픈 사람 취급하는 거야?

[파티] 카젤: -.- 너 같으면 안 그러겠냐

[파티] 멜로디: 나 아프면 호 해주게?

[파티] 카젤: 미치셨어요?

[파티] 멜로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정신 아니다, 정말. 아픈 것도 아니면 대체 왜 저러는 거지? 하긴, 저 속을 누가 이해하겠느냐마는…….

주하는 멜로디를 흘겨보곤 걸음을 옮겼다. 유저들이 복작거리는 광장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죄악의 탑 랭킹이었다. 그제야 잊고 있던 것을 떠올렸다.

[파티] 카젤: 아 맞다

[파티] 멜로디: ㅇㅇ?

[파티] 카젤: 너 이번 주 악탑 듀오 구했어?

[파티] 멜로디: 아니 아직

주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멜로디가 듀오를 구했다면 모르는 사람과 해야 할 판이었으니까. 다음 주부터는 미리미리 경험자를 섭외해 놔야겠다.

그래도 랭킹 1위 경험이 있으니 쉽게 구할 수 있겠지? 일단 이번 주까지 멜로디와 또다시 1위를 한다면 괜찮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파티] 카젤: 그럼 이번 주는 나랑 하자

멜로디에게 곧바로 듀오를 제안했다. 저도 혼자고 멜로디도 혼자니까 서로 윈윈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바로 수락할 줄 알았던 그는 대답이 없었다. 주하가 다시 멜로디를 불러 봤지만, 그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파티] 멜로디: 길드 사람들이랑 한다며?

자리를 비웠나 싶어 고민하는 순간, 멜로디가 대뜸 질문부터 던졌다. 제가 죄악의 탑을 같이 하자고 하니 이상했나 보다.

[파티] 카젤: 아... 물어보니까 다들 지난주랑 똑같이 한다더라고

[파티] 멜로디: 그래? 그럼 다음 주는?

‘다음 주는…….’

주하는 키보드에 손을 올린 채 잠시 고민했다. 제 상황을 그에게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아마 말한다면 신경 쓸 것 같은데. 그냥 적당히 둘러대야겠다.

그렇게 결정한 순간이었다.

[파티] 멜로디: 다음 주도, 그다음 주도,

[파티] 멜로디: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파티] 멜로디: 너만 따로 돌아야 하는 건 아니고?

진실의 눈이라도 가지고 있는 건지, 멜로디는 제 상황을 정확하게 지적했다. 주하는 설명하려는 것도 잊고 눈만 깜박였다.

[파티] 멜로디: 맞아?

주하가 아무 말도 없자 멜로디는 대답을 재촉했다. 이렇게 당황한 티를 내고선 아니라고 해도 믿지 않을 게 뻔했다. 주하는 어쩔 수 없이 죄악의 탑과 관련된 상황을 설명해 주기로 했다.

[파티] 카젤: 악탑은 개인 콘텐츠로 보고 각자 알아서 하기로 했어.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야

[파티] 멜로디: 개인 콘텐츠? 각자 알아서?

[파티] 멜로디: 악탑이 언제 개인 콘텐츠가 됐지?

[파티] 카젤: 하고 싶은 사람들이랑 하는 거지 뭐

[파티] 멜로디: 하고 싶은 사람들이랑? 정말 그렇게 생각해?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당연히 레이드 콘텐츠가 맞다. 그래서 저도 팀원들이랑 같이 할 줄 알았지. 이렇게 따로 하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다만 천상검이 친목 콘텐츠라 못 박았는데 굳이 반박하면서까지 서로 얼굴 붉히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좌절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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