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7화 〉 유민의 지난 이야기 – 2027년 10월 17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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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0시, 일본 도쿄도 치요다구 일대
침대 위에 사유리와 히토미 두 여인이 나란히 누워있었다.
그녀들 옆에는 바늘이 꽂힌 주사기가 보란 듯이 놓여있었고,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가네무라 무리들이 침대 주변을 둘러싸고 지켜보는 가운데
이자키가 카메라를 들고 연신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그들은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마약을 주사해주고 약에 취해 누워있는 모습을 연출해 사진을 찍는 중이었다.
마치 집에서 술을 마시며 마약 파티를 한 것처럼 주변에 술병도 가져다 놓고,
인사불성 상태의 여자들이 입고 있는 옷도 모두 벗겨 속옷 차림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들은 그렇게 나가시마에게 가져다줄 사진들을 찍은 후
조용히 사유리의 아파트를 빠져나가려 했다.
“(일본어) 잠깐! 그냥 가기는 너무 아쉽잖아?”
이자키의 꼴리는 걸 못참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가네무라가 돌아보며 물었다.
“(일본어) 또 뭔 소리야?”
“(일본어) 많은 여자들과 섹스를 해봤지만 아직 국회의원과 해본 적은 없다고! 모처럼의 기회인데 한 번 하고 가도 되지 않겠어? 케케케~!”
마코토가 그의 벨트를 잡아끌며 말했다.
“(일본어) 쓸데없는 짓 하지 마라. 상대는 국회의원이야. 공연히 꼬리 밟힐 짓 같은 건 안 하는 게 좋아.”
“(일본어) 그, 그래도~! 콘돔 끼면 증거 같은 거 안 남잖아~!”
“(일본어) 조용히 하고 빨리 나가기나 하라고! 너 전에 성추행으로 걸려서 DNA 조사 같은 거 하면 바로 나온다고!”
가네무라 무리들은 발정난 것처럼 발을 동동 구르는 이자키를 끌고 사유리의 아파트를 빠져나갔다.
오후 10시,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구 진해 해군 기지
늦은 밤 진해 해군 기지,
도산안창호급 잠수함 신채호함에 각종 화물이 적재되고,
잠수함 승조원들이 간부들의 인솔을 받아 해치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해군들이 분주히 출항 준비를 하는 동안,
부둣가에서 대기하고 있던 장주영은 휘하 UDU 요원들과 함께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잠수함 안에서는 절대 금연인지라 떠나기 전 니코틴을 충분히 빨아놓을 모양이었다.
요원 하나가 물었다.
“이번에 우리가 일본으로 가져다 줘야 하는 게 대체 뭐랍니까?”
장주영이 담배 연기를 후, 내뱉으며 대답했다.
“일본 군용 항공기들 떨어뜨릴 무기라고 하던데, 나도 처음 보는 거라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어.”
“미사일 같은 겁니까?”
“미사일은 아닌 거 같아. 그거 담은 케이스 크기 보니까 상당히 조그맣던데? 재블린 케이스의 반 정도도 안 되었던 거 같아.”
“우리가 약속 지점까지 가면 거기 HID들이 나와 기다리고 있는 거 맞지 말입니다?”
“당연하지. 우리는 그거만 넘겨주고 다시 잠수함으로 돌아가면 돼. 아, 저기 저 친구도 데려다 주고 말이야.”
장주영이 잠수함 주변을 서성이고 있는 민재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는 아까부터 불안한 표정으로 손에 든 핸드폰을 계속 들여다보는 중이었다.
“저 사람이 말로만 듣던 그 사람 아닙니까? 얼마 전 청와대 가서 대통령한테 직접 무공훈장 받았다던?”
“을지 무공 훈장 받았다고 하지. 류광택 대가리에 총알 박아넣은 주인공이라고 하데.”
“와~ 을지 무공 훈장이면 태극 무공 훈장 다음 아닙니까? 그럼 저 사람 전역해도 연금 나오지 말입니다?”
“연금이 아니라 수당 나오는 거지. 무공영예수당. 한 달에 50만원 정도 나온다고 하던가?”
“애걔~ 그것밖에 안 나옵니까?”
“그것도 몇 년 전보다 10만원 정도 오른거라더라... 근데 저 친구는 아까부터 뭐 게임이라도 하나? 계속 폰만 들여다보고 있네?”
맞은편에서 담배를 피우던 나이 어린 요원이 아는 체 하며 말했다.
“아까 슬쩍 보니까 여친 사진 보고 있던데 말입니다?”
“여친? 와~ 여친도 있어? 하긴 와꾸 보면 뭐... 있을 수도 있겠다.”
“근데 말입니다. 잠깐 본 거지만은 여친 와꾸도 완전 장난 아니던데 말입니다? 진짜 연예인 뺨 후려쌔릴 정도로 예쁘게 생겼습니다.”
“혹시 지가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 보고 있는 거 아냐?”
“아니던데 말입니다. 둘이 같이 찍은 사진도 있고 하던 거 보니까 여친 맞는 거 같지 말입니다.”
“와... 저 키에 저 얼굴에 연예인 같은 여친에 무공 훈장까지... 저 친구 은근 사람 킹받게 만드네?”
“실장님은 아직 사귀는 사람 없지 말입니다? 크크크~”
“...아, 진짜 킹받네...? 야, 다들 집합!”
부둣가에서 UDU 요원들이 깔깔거리고 있는 동안에도
민재는 계속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중이었다.
이번 작전에 투입되면서 전에 일본에서 쓰던 기존 핸드폰 등 통신기기는 모두 부대에 반납하고 모두 새것으로 다시 보급받았다.
그는 새 핸드폰을 보급받자마자,
아이의 전화번호와 SNS ID를 가장 먼저 입력해 놓았다.
절대 잊지 않도록 미리 암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만나러 가겠다고 톡이라도 보낼까...? 연락 못 한지 너무 오래 되었는데... 역시 안 되겠지...?’
요원들이 사용한 통신기기는 나중 국군정보사에서 모두 디지털 포렌식(Digital Forensics)을 거쳐 검수를 받게 된다.
지금 불필요한 문자 하나라도 보냈다가는 나중 처벌을 받을 수도 있었다.
지난번 신분 노출 건으로 인해 다소 추락했던 그의 입지는
대통령이 직접 청와대로 불러 무공 훈장을 수여하면서 상황이 급반전하게 되었다.
변성일 중장으로부터 민재를 일본으로 재투입시키라는 오더가 떨어진 것.
단,
앞으로는 정경호의 변호사 사무실이 아닌,
동료 HID 요원들이 머무는 곳에서 함께 생활하며 임무를 수행하게 될 예정이었고,
그로 인해 아이와 밖에서 자유롭게 만나는 건 힘들 것 같았다.
그가 고민 가득한 표정으로 잠수함 주변을 계속 왔다 갔다 하고 있을 때,
“곧 출항합니다.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해군 수병이 그에게 다가와 말했다.
민재는 방수포로 된 배낭을 어깨에 짊어지고 수병을 따라 신채호함으로 들어갔다.
오후 11시, 경기도 우성시 일월촌
오늘 저녁 아지트에 대공사가 있었다.
아무래도 이곳에 좀 더 오래 짱박혀 있을 가능성이 높아졌기에,
겨울바람을 막으려 창문에 미리 비닐과 단열 뽁뽁이를 설치한 것이다.
별것도 아닌 작업이긴 했지만 아지트에서 맨날 먹고 놀고 떡이나 치던 돼지 조폭들이라 그런지
저녁 먹고 나더니 하나둘씩 곯아떨어지기 시작했다.
조폭들이 시끄럽게 코고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가운데,
유민과 운용 엄마도 오랜만에 건넌방에서 함께 누워 잠을 청하고 있었다.
몇 주 만에 원 없이 섹스를 즐긴 덕인지 유민은 이불속에서 바지 안으로 손을 집어넣고는,
아직도 저릿저릿한 느낌이 남아 있는 사타구니를 천천히 문지르고 있었다.
‘아줌마 말이 맞는가봐. 아저씨들 이상한 거 달린 자지... 처음에는 아프고 끔찍하기만 했는데 이젠... 그 느낌 못 잊을 거 같아...’
마치 굵은 BB탄 수십 개가 들어 있는 것 같이 생긴 박광의 그것을 떠올리자마자,
유민의 그곳은 금세 촉촉이 젖어들기 시작했다.
그때,
건넌방 문이 조용히 열리더니,
이제는 노란 염색머리보다 검은 머리가 더 자라있는 더벅머리의 선욱이 안으로 들어왔다.
“...야, 자냐?”
그는 유민의 곁에 쭈그리고 앉아 그녀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돌아보았다.
“...안 자면 잠깐 따라 나와. 할 말 있으니까.”
유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처음에는 그냥 거실에서 얘기하자는 건줄 알았는데,
선욱은 그녀를 데리고 아지트 밖으로 나갔다.
“어디 가는 건데요?”
유민이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일단 따라와.”
선욱은 그녀의 손을 잡고는 핸드폰 플래시로 어두운 밤길을 비추며 걸음을 재촉했다.
선욱이 데려간 곳은,
다름 아닌 아까 낮에 유민이 박광과 함께 있었던 바로 그 집이었다.
선욱은 핸드폰 플래시로 방 안을 훑어보고는 그녀의 손을 끌고 침대로 향했다.
“뭐 하시려구요?”
유민의 물음에, 선욱이 그녀를 강제로 침대에 앉히며 말했다.
“너 이제 그거 해도 되지?”
“네?”
“해도 되잖아? 그래서 아까 여기서 광이 삼촌이랑 그거하고 왔잖아? 안 그래?”
아지트와는 달리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집이라 선욱의 핸드폰 플래시 불빛만이 두 사람을 비춰주고 있지만,
실시간으로 그녀의 얼굴이 붉어지는 건 이 어둠 속에서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아저씨가 허락하기 전에...”
“씨발, 원래 너 내꺼 아냐? 너 원래 내꺼 아니냐고! 근데 누구한테 허락을 맡아라 마라야?”
선욱은 소리를 버럭 지르고는
그녀가 입고 있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유민은 그의 손길에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
다만,
“...콘돔 가져왔죠?”
라 물으며 살짝 못마땅해하는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선욱은 유민의 옷을 모두 벗긴 후,
보란 듯이 그녀 앞에서 콘돔을 착용하고는
그녀를 침대 위에 눕히고 위로 올라탔다.
“씨발, 넌 내꺼라고. 내꺼... 성모 그 새끼꺼도 아니고, 광이 삼촌꺼도 아니고... 넌 씨발 내꺼라고. 내꺼... 알아 들었어?”
그는 마치 굶주린 새끼 짐승처럼 그녀의 젖가슴을 붙들고 거칠게 핥고 빨기 시작했다.
그렇게 커다란 유방이 있는 데에서부터 시작해
허리를 지나 새하얀 허벅지까지 마음껏 혀를 비벼대던 선욱은,
더 이상 못참겠다는 표정으로 그녀의 다리를 벌리고 자신의 것을 그녀의 안으로 밀어넣었다.
“으음...”
삽입과 함께 그녀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나왔다.
하지만,
“헉, 헉, 헉... 씨발... 좋지...? 내가 해주니까 좋지 씨발...? 넌 내꺼라고... 알았어...? 넌 내꺼라고 씨발...”
지혼자 거친 숨소리와 함께 욕설을 중얼거리는 선욱과 달리,
유민의 손 등을 이마에 갖다 댄 채
별 다른 소리도 내지 않고 자신의 다리 사이에서 열심히 몸을 흔드는 선욱을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젠... 그냥 생자지는 별 느낌도 안 나... 진짜 큰 거 아니면 흥분되지도 않고...’
유민은 그저 침대에 누운 채로
평온하게 이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