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6화 〉 유민의 지난 이야기 – 2027년 10월 17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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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경기도 우성시 일월촌
사람이 살지 않는 일월촌에만 숨어 지내다 보니, 조폭들은 오늘이 며칠인지 시간은 또 어찌 흐르는지 감각이 무뎌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생필품 사야 할 때면 늘 막내들만 시키던 나이 많은 조폭들도 간만에 외출해볼 요량으로 셔틀을 자청하곤 했다.
오늘은 전도한과 원균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정배와 경삼, 상국이 장을 보러 나갔다 왔다.
세 사람이 손에 식재료와 여러 물건들이 가득 든 비닐봉지를 바리바리 들고 아지트로 들어섰다.
“이제 온겨? 뭘 그리 많이... 얼라? 근디 니들...?”
거실 소파에 누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전도한이 세 사람을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정배가 손에 든 봉지들을 내려놓으며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오라고 적어주신 거 다 사온 건데요? 저희 뭐 잘못한 거 없는데...?”
“잘못한 거 없다고? 이런 니미럴것들, 나가서 물건 사오라고 했지 누가 공금 갖고 니들끼리 떡볶이나 쳐먹고 오라고 했냐? 잉?”
“떠, 떡볶... 아, 혀, 형님...! 떡볶이는 또 뭔 말씀이래요...?”
“뭐여, 지금 나한테 거짓말 하는겨? 니들 입에 시뻘겋게 떡볶이 국물 그대로 묻혀 갖고 와가지고는, 그래도 안 쳐먹었다고 거짓말 하는겨? 응?”
전도한의 말대로, 세 사람 입가에는 빨간 떡볶이 국물 자국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오랫동안 안 먹어서 그런가, 오는데 학교 앞에서 파는 떡볶이가 졸라 맛있어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그만... 헤헤, 잘못했습니다, 형님!”
“이 니미럴 씨벌 것들아! 그렇게 맛있었음 포장이라도 해 와야 할 거 아녀?! 니들 입만 입이고 내 입은 주둥아리여 뭐여 시방?”
“형님도 떡볶이 드시고 싶으셨어요? 지금이라도 다시 나가서 사 올까요?”
“관둬, 이 씹새끼들아~!”
운용 엄마와 다른 조폭들이 비닐봉지들을 주방으로 들고가 냉장고에 정리하는 동안,
정배가 고단한 듯 소파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광이 형님, 또 유민이 데리고 나갔죠?”
“응? 어떻게 알았댜?”
“거봐. 아까 오다가 들은 소리, 분명 광이 형님이랑 유민이일거라고 했잖아?”
정배가 옆에 있는 경삼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키득거렸다.
전도한이 물었다.
“그건 또 뭔 말이여? 뭐, 오다가 뭔 소리를 들었는디?”
“왜 저쪽에 콘크리트로 된 집 많은 곳 있잖아요? 전에 숨어 있던 노숙자 하나 담그고 왔던 데. 아까 장보고 돌아올 때 그쪽에서 아~ 아~ 하고 소리가 나더라구요. 좀 작기는 했지만 유민이 그년이 떡칠 때 내던 소리랑 비슷해서 딱 듣고 아, 지금 광이 형님 유민이 데리고 저기서 떡치고 계시구나! 하고 생각했죠! 케케케케~!”
옆에 있던 경삼이 거들었다.
“전부터 광이 형님이 딸내미 데리고 밖에 나가실 때 다 알아봤다니까요? 둘이서 그렇게 나가서 맨날 졸라 떡치고 오는 거라는 거! 우리한테는 유민이 그년 다 나을 때까지 건들지 마라 뭐라 했으면서 사실은 혼자서 그년 차지할라고...! 하여튼 그 형님 생긴 거 보고 은근히 밝힐 줄 알았다니까요! 얼굴상이 딱 그런 상이야!”
건넌방에 드러누워 낮잠 자다가 주방에서 나는 시끄러운 소리에 째져라 하품을 하며 밖으로 나오던 선욱이,
이들이 나누던 이야기를 듣고 눈을 번쩍 뜨며 물었다.
“광이 삼촌이 유민이랑 지금 떡치고 있다구요? 어디서요?”
“으, 응? 그게 어디냐면...”
선욱은 정배로부터 소리를 들었다는 대략적인 위치를 들은 뒤,
핸드폰을 집어 들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어따, 조카는 또 왜 나간댜?”
“설마, 가서 유민이랑 떡치는 데 껴달라고 하려는 거 아닐까요?”
“떡치는 데 껴달라면 누가 껴줘, 병신아?”
“왜? 그 형님 쓰리썸이 취향일 수도 있잖아, 임마~!”
조폭들은 옥신각신 하면서도
허둥지둥 어디론가 달려가는 선욱의 뒷모습을 한심스럽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 전 박광과 유민은 서로 약속을 했었다.
17일 월요일 쯤 되면 수술한데도 아물고 의사가 말한 기간도 다 지나 안전할 테니 그때 다시 관계를 갖자고.
그래서 다른 조폭들과는 달리,
두 사람은 매일 매일 날짜를 세며 월요일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그날이 되고,
박광은 주머니에 콘돔을 한 주먹 집어넣고는
유민의 손을 잡고 아지트를 나섰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얼마 전에 발견한 허름한 벽돌집.
빨치산과 특전사의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 부근이라 그런지 폭발에 부서진 집도 많고 담벼락에 총구멍 난 곳도 많아 보기에도 흉흉한 것이 가까이 가기 꺼려지긴 했지만,
이 벽돌집 안에 제법 깨끗한 침대가 놓여 있어 유민을 데리고 이리로 오게 된 것이다.
“하아...”
벽돌집 안으로 들어온 유민은 스스로 입고 있던 옷을 서둘러 벗기 시작했다.
그동안 억눌러 온 욕구를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
금세 알몸이 된 그녀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박광의 벨트를 풀기 시작했다.
“아저씨, 빨리...”
박광도 입고 있던 상의를 벗어던진 후,
그녀를 들고 침대 위로 올라갔다.
“하아, 아저씨... 아니, 주인님...”
유민은 양팔 그리고 양 다리로 그의 몸을 꼭 끌어안았다.
박광은 허리를 조여오는 그녀의 부드럽고 탐스러운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입술로 그녀의 몸을 마음껏 맛보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그녀의 몸에서는 여전히 향기로운 냄새가 느껴졌다.
특별히 향수를 쓰는 것도 아니고
화장품도 운용 엄마랑 같이 쓰는 기본적인 스킨과 로션 정도만 바르고 있고
목욕용품도 조폭들이랑 다 같이 쓰는 제품을 함께 사용하고 있는데도
그녀에게서는 다른 이들과 다른,
아니,
박광이 지금껏 경험해본 여자들과는 전혀 다른
풋풋하고 신선한 향기가 느껴졌다.
‘역시 담배를 피지 않아 그런건가?’
확실히 예전에 그가 품었던 화류계 여자들, 거의 매일 담배 한두 갑은 기본으로 피워대던 여자들의 몸에서는 아무리 고급 향수로 떡칠을 해도 살결 깊숙한 곳에서부터 찌린내 같은 고약한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유민은 지금껏 담배를 입에 대지 않았다.
흡연하는 걸 좋아하던 성모와 동거할 때도 절대 담배를 배우려 하지 않았고,
일월촌에서 조폭들이 장난삼아 그녀에게 담배를 피우게 했을 때도 입에 대고 빠는 시늉만 했을 뿐 담배를 가까이하려 하지 않았다.
이런 그녀가,
박광은 ‘깨끗하다’고 느껴졌다.
그렇게 그녀와 살을 맞대고 향긋한 살냄새에 취하게 되면
그녀가 지금껏 수많은 남자들에게 더럽혀졌다는 사실도
심지어 다른 사람의 애를 가졌다가 낙태까지 했던 사실도
그냥 모두 사르르 잊혀졌다.
그저,
이제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구나,
바보 같은 기쁨과 환희만 가득할 뿐이었다.
“주인님, 이제... 넣어주세요...”
박광의 애무를 받던 유민은 스스로 침대 위에 엎드리고는
가쁜 숨소리와 함께 다리 사이로 손을 넣어 스스로 음문을 벌려 그에게 보여주었다.
뒤에서 보이는 그녀의 엉덩이는 분명 전보다 더 커져 있었다.
한 번 임신하며 골반이 넓어진 탓에 엉덩이도 함께 커진 듯 했고,
허벅지에도 살짝 살이 붙었지만 뚱뚱해졌다는 느낌이 아닌 더 농염해졌다는 느낌이 들게 했다.
“유민아...!”
박광의 숨결도 거칠어져 있었다.
그녀의 엉덩이를 쓰다듬던 그가 바지춤에 넣어온 콘돔 하나를 꺼내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
“그거, 제가 껴드릴게요...!”
이를 본 유민이 애타는 표정으로 그의 손에 들린 콘돔을 받아들더니
실리콘 보형물로 울퉁불퉁해진 거대한 그의 페니스에 입으로 콘돔을 씌어주었다.
조폭들 중 제일 변태스러운 홍규가 창녀촌 아가씨들이 반드시 배우는 거라며 그녀에게 가르친 스킬이었다.
그녀는 단단한 보형물 때문에 입술이 아픈 듯 부끄러운 표정으로 양입술을 살짝 오물거리고는,
다시 침대 위에 엎드려 두 손으로 엉덩이를 벌렸다.
박광이 양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붙잡고 부풀어 오를 대로 부푼 성기를 그녀의 음문에 갖다 대었다.
그녀의 음문은 이미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주인님, 빨리... 빨리요...”
그녀는 엉덩이를 살짝 살짝 흔들며 그를 독촉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을 사랑이라 생각하는 박광은 느끼지 못하고 있었지만,
흥분된 숨소리 너머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에서는
특별한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소 건조하게 상대를 재촉하는 듯한 말투.
사실 지금 그녀가 바라는 건 자신의 욕구를 채워줄 남자지,
박광이란 사내, 그 존재 자체를 바라고 애틋하게 대하는 건 아니었다.
마침내 그의 굵은 페니스가 그녀 안으로 들어오고,
“아아...!”
그녀는 손으로 이불을 꽉 쥐고는,
그의 몸 움직임에 맞춰 스스로 엉덩이를 앞뒤로 흔들고 있었다.
격렬한 뒤치기가 30분 가량 이어지는 와중,
유민의 엉덩이는 단 한시도 쉬지 않고 격렬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제... 제가 위에서 해드릴게요...!”
그녀는 이제 그를 눕히고 위로 올라갔다.
약간 천박해 보이는 자세로 다리를 벌리고 박광의 배 위로 올라 탄 유민은,
손으로 그의 성기를 세우고는 천천히 자신의 안으로 받아들였다.
“으음...!”
그렇게 유민은 문신으로 가득한 박광의 몸을 손으로 애무하면서
그의 몸 위에서 거세게 엉덩이를 흔들고 있었다.
오후 9시, 일본 도쿄도 치요다구 일대
야당 당사를 나온 우에하라 사유리 의원은 자신의 보좌관 히토미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자택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일본어) ...치바 철강 노조 간부들에 대한 이야기 들으셨어요? 시위 전날 간부 두 명은 괴한의 기습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다른 세 명은 갑자기 노조원들에게 시위에 나가지 말라고 만류하기까지 했다면서요? 이게 자연스러운 일이라 보시나요? 보나마나 나가시마 의원이 뒤에서 또...”
그녀는 단아하고 우아한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성난 목소리로 나가시마를 성토하고 있었다.
“(일본어) ...나가시마 의원은 지금 여당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에요. 이번 일을 공론화해서 그를 정치계에서 배제할 수 있게 된다면, 앞으로 총리와 막료들의 도 넘은 정치 도박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일본이 전쟁에 휘말리게 될지도 모른다구요...! 아까 당사에서도 얘기 나눠 봤지만 이번 문제를 당대표님만 믿고 계속 맡기기는 힘들 것 같아요. 선하신 분이지만 너무 유약하셔서 그분 혼자 여당을 상대하는 건 벅차보여요... 네... 네...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어머, 벌써 집에 다 왔네요. 내일 다시 전화드릴게요.”
그녀가 탄 차가 도쿄의 고급 아파트 지하주자장으로 곧장 들어갔다.
“(일본어) 내일은 아침 9시까지 와줘. 혹시 모르니까 나 7시에 모닝콜 한 번 해주고. 그럼 내일 봐, 안녕!”
사유리는 보좌관 히토미와 인사를 나눈 뒤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그녀는 도쿄의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명문대 출신에 젊은 나이부터 정치계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는 중이다보니 일본에서도 내노라 하는 신랑감들이 줄 서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다소 높은 눈을 가진 건지 그녀는 매번 자신의 성에 차는 남자가 아직 없다며 싱글을 고수하고 있었다.
20평 남짓한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온 그녀는 샤워를 하기 전 마실 것부터 찾기 위해 먼저 주방으로 향했다.
너무 바쁘게 일에 빠져 살았던 것일까,
그녀의 집 냉장고에는 생수나 음료수 같은 건 고사하고 오래된 냉동식품 몇 개만이 들어있을 뿐이었다.
‘(일본어) 그러고보니 장보러 간지도 꽤 오래 되었잖아? 우선은 배달이라도 시켜야겠다.’
그녀는 핸드폰 어플로 생수와 식재료 몇 가지를 주문한 후,
이제 씻기 위해 옷을 벗으려 하고 있었다.
그때,
띵동~!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
‘(일본어) 헤에~? 거짓말! 배달이 벌써 온 거야?’
그녀는 놀란 얼굴로 인터컴을 확인해 보았다.
인터컴 스크린에, 문밖에 서있는 그녀의 보좌관 히토미의 얼굴이 보였다.
“(일본어) 응? 히토미? 무슨 일 있어? 왜 안 가고 다시 온 거야?”
사유리의 물음에 히토미는 뭐라 뭐라 입술을 움직여 말을 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작은 탓인지 아니면 인터컴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녀는 바로 현관으로 달려가 문을 열고 그녀를 반겨주려했다.
“(일본어) 뭐라고 하는지 안 들려. 무슨 일이길레 퇴근도 안 하고 여기까지... 꺄악!”
그녀가 문을 열어주자 마자,
별안간 문 뒤에 숨어 있던 덩치 큰 남자들이 히토미를 끌고 그녀의 집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일본어) 어서 이년 입부터 막아!”
“(일본어) 가만 있어! 가만 있으라고!”
남자들은 비명을 지르려는 두 여자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는,
침대가 있는 방으로 그녀들을 끌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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