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동춘추 - 리부트-215화 (215/217)

〈 215화 〉 유민의 지난 이야기 – 2027년 10월 12일 (2)

* * *

­ 오후 8시, 일본 치바현 치바시 미도리구 일대

별관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희뿌연 연기와 함께 풀 태우는 듯한 이상한 냄새가 풍겨 나왔다.

가네무라가 자신의 캬바쿠레나 도쿄에 있는 유명 클럽에 갔을 때 몇 번 맡아본 적 있는 냄새였다.

안에는 속옷 차림의 흑인 경호원들이 소파에 편히 앉아 종이에 둘둘 말은 연초 같은 걸 피우며 쉬고 있었다.

그걸 본 가네무라는 그들이 지금 피우는 게 대마초라는 걸 깨달았다.

“(영어) 어, 사장님...?!”

흑인들은 나가시마를 ‘Sir’라고 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어) 괜찮아, 계속 편히 앉아 있어.”

“(영어) 감사합니다, 사장님.”

나가시마의 영어 실력은 꽤 유창했다.

젊었을 때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한 덕이었다.

미식 축구에 대해 해박했던 것도 그가 재학했던 스탠퍼드 대학교 풋볼팀을 열성적으로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침 별관 거실 안쪽에 있는 방에서,

여자의 격렬한 신음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영어) 새먼은 저 방에 있나?”

“(영어) 네, 사장님이 보내주신 여자와 함께요. 그 여자, 가슴하고 엉덩이 완전 죽이던데요?”

대마초에 취한 녀석이 두 손으로 큰 대문자 S를 그리고는 Fuck, Tits, Booty 라는 상스러운 단어까지 쓰며 흥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가시마는 살짝 경멸적인 미소를 지은 채 가네무라를 데리고 방으로 향하며 중얼거렸다.

“(일본어) 껌둥이 양키 새끼들. 위아래도 없고 예의라는 것도 없군.”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팡, 팡, 팡, 팡, 팡, 팡...

침대 앞에서 키가 2m는 될 것 같은 흑인이 몸을 앞뒤로 마구 흔들어 대고 있었다.

그가 몸을 흔들 때마다 손뼉 치는 것 같은 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일본어) 흐윽, 흑! 야, 야메떼! 야메떼 구다사이...! 아, 하악!”

여자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가네무라가 보니 자신의 두 배는 됨직한 흑인의 넓은 등판 너머로,

새하얀 살결을 가진 육덕진 여인이 침대 위에 무릎 꿇고 엎드려 울부짖고 있었다.

나루사와 아이의 어머니 린코였다.

가네무라의 허리통 만한 흑인의 굵은 허벅지 너머로,

진자운동 하듯 앞뒤로 크게 흔들리는 그녀의 유방과 거무스름한 젖꼭지가 눈에 들어왔다.

인기척을 느낀 새먼이 뒤를 돌아보았다.

“(영어) 오 마이 갓, 사장님?!”

새먼은 겸연쩍은 표정으로 그녀의 몸에 박혀 있던 성기를 빼며 나가시마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 가네무라가 크게 놀라 두 눈을 부릅떴다.

새먼의 성기는 저게 과연 사람 것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커다랬던 것이다.

‘(일본어) 켄이 데리고 온 AV 남자 배우들 중에서도 저렇게 물건이 큰 사람은 본 적 없었는데... 아무리 서양인이라지만 너무 차이 나잖아...?’

새먼은 침대 옆 의자에 올려놓은 커다란 타올로 급히 아랫도리를 가리며 말했다.

“(영어) 혹시 시키실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타올로 가려 보기는 했지만, 아직도 성난 모습으로 우뚝 솟아 있는 그의 것은 금방이라도 밖으로 삐져나올 기세였다.

“(영어) 아닐세. 여기 이 친구는 이 밀프(milf)를 여기로 데리고 온 사람이야. 자네한테 교육(education)을 맡겼다고 말해 줬더니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고 해서 한 번 데리고 와 봤네.”

그 말에 새먼이 두툼한 입술로 히죽거렸다.

“(영어) 교육이랄 것도 없습니다. 그저 안 쓰던 물건을 쓸 수 있도록 시원하게 뚫어주고 길들여 준다고 하는 편이 맞겠죠.”

그러면서 엉덩이를 높게 들어 올린 채 침대 위에 엎드려 헐떡이고 있던 린코의 커다란 엉덩이를 음탕하게 손으로 주물러 보였다.

하얗던 그녀의 커다란 엉덩이는 새먼의 억세고 거대한 손에 맞아서인지 붉은 손자국이 여러 개 나 있었는데,

검은 음모가 수북하게 나 있는 질구 위,

살짝 어두운 갈색의 항문은 마치 동굴 입구처럼 동그랗게 벌려진 채로 그녀의 숨결에 따라 움찔움찔 거리고 있었다.

이를 본 가네무라가 말했다.

“(일본어) 아날... 섹스입니까?”

나가시마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일본어) 그냥 하는 섹스와는 조이는 맛이 완전 다르다고 하더군. 원래는 딜도 같은 걸로 아날을 적응시켜 줘야 한다고 하는데, 여기 괜찮은 인간 딜도들이 자기들이 알아서 해주겠다 하니 나로써는 편하게 된 셈이지.”

나가시마는 그렇게 말한 후 린코에게로 다가가 그녀의 등과 엉덩이를 어루만졌다.

아직도 마약의 후유증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너무나 격렬한 정사에 힘이 다 빠져서인지,

흐트러진 긴 머릿결 사이로 보이는 그녀의 얼굴은

혀를 길게 내민 채 침까지 흘리며 거친 숨을 몰아 쉬고 있을 뿐,

아무런 미동도 하지 못하고 그가 자신의 몸을 마음껏 만지도록 허락하고 있었다.

“(영어) 지시하신 대로 아날로만 즐기고 있습니다. 이 년 Pussy는 사장님만 쓰셔야죠.”

“(영어) 알고 있으니 다행이군. 한 시간 정도만 더 가지고 놀고 10시까지 내 방으로 데리고 오게. 여기 안까지 꼭 씻겨서 말이야.”

나가시마의 손가락이 아직도 벌어져 있는 린코의 항문을 가리켰다.

“(영어) 알겠습니다, 사장님!”

나가시마는 손으로 린코의 엉덩이를 팡팡 친 뒤,

새먼의 어깨를 주먹으로 가볍게 터치하고는 가네무라를 데리고 방을 나왔다.

그들이 별관을 나설 때 쯤,

방안에서는 다시 린코의 힘겨워 하는 목소리가 다시 들려오고 있었다.

­ 오후 10시,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와대

일본과의 위기 상황이 미국과의 중재로 모두 종결되었지만

김창수 대통령은 여전히 주요한 회의를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개최하고 있었다.

밤늦은 시간,

이번엔 국방부장관과의 회동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까, 대통령님.”

2차 한국전쟁 이후 군에서 예편하고 곧바로 새 정부 국방부장관에 취임한 전 합참의장 박현국이 보고자료를 들고 벙커 안으로 들어왔다.

“부디 내가 기다린 보람이 있길 바랍니다.”

대통령은 다소 피곤한 표정으로 안경을 벗고 눈을 비비며 말했다.

박현국이 대통령에게 A4용지 수십여 장으로 된 보고자료를 건네며 말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음 주부터 공군을 시작으로 우리 한국군이 사용하고 있던 링크­16 시스템을 국산 링크K로 모두 교체할 수 있습니다.”

링크­16은 미국이 개발한 ‘전술 데이터 교환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공군은 물론 해군, 육군 모두 함께 실시간으로 전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현대전을 수행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총합이었다.

그런데 이 링크­16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한국군 전투기 및 함선 등에 설치된 링크­16 모뎀은 미국 태평양 사령부 산하 JICC (Joint Interface Control Cell, 미군 합동 통제소)를 통해 통제되고 있었다.

쉽게 말해 링크­16의 실제 운용과 관리는 물론 전술 데이터링크 연동 및 감시 모두 미국이 하고 있다는 것.

즉, 미군은 링크­16을 사용하는 한국군의 모든 전술 데이터와 무전들을 가만히 앉아서도 모두 알 수 있게 되는 것이었고,

그들이 필요하다고 여길 때 암호키 공급을 통제해 한국군의 데이터링크 연동 및 사용을 차단할 수도 있었다.

이번 일본과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미국이 중재에 나설 때,

미국 대통령이 김창수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영어) 오늘 자정 이후부터 우리가 한국에 링크­16 암호키를 공급해 주지 않으면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링크­16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일본 공군과 해군에 대응하겠다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을 텐데요? 무고한 한국군들을 눈도 가리고 귀도 가린 채로 전장에 내몰 작정이십니까?”

김창수 대통령이 미국의 중재를 받아들인 건 모두 이 때문이었다.

그 후 대통령은,

2020년부터 개발해 온 ‘한국형 전술 데이터 교환 네트워크 시스템’링크K를 통한 링크­16 대체와 실전배치 가능 여부를 타진했고,

오늘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그에 대한 보고를 받기 위해 지금까지 기다렸던 것이다.

“육군과 해군까지 모두 링크K로 대체하려면 기간이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내년 2월이면 충분합니다.”

“2월... 테스트 기간도 포함된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어차피 전술물자들에 설치될 모뎀의 크기는 별로 크지 않기 때문에 향후에도 링크­16과 링크K를 병행해서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이 눈치채지 못하게 할 수 있습니까?”

박현국은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가 자체적으로 링크K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은 언론에서도 보도된 적이 있는 만큼, 미국도 우리가 이번 일을 계기로 링크­16 시스템을 대체하려 할 거라는 것 쯤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으리라 봅니다.”

“그럼 미국이 방해할 수도 있겠군요?”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입니다.”

김창수 대통령이 뿔테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최대한 비밀리에 전면 교체를 단행해주세요. 외교적 압박 같은 게 들어온다면 내가 커버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보고가 다 끝났음에도 대통령은 더 물어볼 게 있는 듯 노트를 펼치며 말을 이었다.

“지금 우리 공군 공중조기경보통제기가 모두 8대인가요?”

“9기입니다. 수리보수 중이 2기를 제외하면 현재 가용한 건 7기입니다.”

“그럼 항공자위대... 아니, 일본 공군이 보유한 공중조기경보통제기는 모두 몇 대이지요?”

“...E­767, E­2C, E­2D 모두 25기입니다.”

한국의 세 배 가까이나 차이 나는 전력에 대통령은 눈살을 찌푸렸다.

“지난 정권 때부터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수입하려고 했지만 미국이 자기네 사정이 급하다며 우리에게 팔지를 않았지요. 지금은 일본과의 관계 때문에 더더욱 우리에게 팔고 싶어 하지 않을 거구요. 흠... 스웨덴이나 이스라엘에서 만든 거라도 사와야 하는 건가...?”

“스웨덴의 사브나 이스라엘 IAI가 만든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모두 우리가 원하는 것 만큼의 성능을 가진 물건이 못 됩니다. 또 우리 군의 장비들과 호환성 문제도 있어서 굳이 도입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일본 공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공중조기경보통제기가 필요한 상황 아닙니까?”

“우리 공군의 보유량을 늘릴 방법이 없다면, 저들의 보유량을 줄이면 됩니다.”

국방부장관의 담담한 말투에 대통령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무슨 묘안이라도 있습니까?”

“국군정보사령관 변성일 중장이 HID 요원들을 이미 일본에 침투시켜 놓았습니다. 그리고 해군 잠수함 사령부와 UDU 요원들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줄 장비들을 일본으로 수송할 계획입니다.”

“그게 어떤 장비들입니까? 혹시 적 공군기지로 침투해 공중조기경보통제기들을 파괴라도 하려는 겁니까?”

“아닙니다. 그보다 좀 더 은밀한 방법입니다.”

박현국은 웃으며 팬을 꺼내 A4 용지에 무언가를 그려가며 열심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대통령은 신기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가능한 일입니까?”

“실제로 이와 같은 일로 1년에 몇 대씩 항공기들이 추락하곤 합니다.”

“그래도 이 작전을 위해서라면 우리 요원들이 일본 공군기지 가까이 접근해야 하지 않습니까?”

“HID 요원들 모두 침투에 도가 튼 자들입니다. 더욱이 지금 일본에 투입된 요원들은 지난번 참수 작전에서도 활약한 이들이니 믿고 맡겨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얼마나 많은 일본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없앨 수 있겠습니까?”

“지금부터 천천히 시작해서, 개전까지 전까지 적의 가용 항공기를 우리와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뜨려 놓겠습니다.”

대통령은 한번 믿어 보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보니, 이번 국군의 날 훈장 수여식 때 참수 작전에 투입된 인원들은 서훈 명단에서 제외되었었지요?”

“신원이 노출되면 안 되는 이들이니 다음 기회에 조용히 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 마침 지금 참수 작전에 투입됐던 요원 중 하나가 국내로 복귀해 있다고 합니다. 그럼 그 친구에게라도 먼저 훈장을 수여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요? 어쩌면 이번 전쟁에서 가장 큰 공로를 세운 사람인데...”

대통령이 잠시 생각에 빠졌다.

“아! 이렇게 합시다. 그 요원 청와대로 초대해 주세요. 내가 직접 훈장을 수여하지요. 비공개로 하되 참수 작전에 참가한 군인에게 대통령이 직접 훈장을 수여했다는 보도만 나가게 해주세요. 그럼 군인들의 사기도 많이 진작될 것 같군요.”

“좋은 생각이십니다. 일정을 조율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국방부장관도 만면에 미소를 띄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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