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0화 〉 유민의 지난 이야기 – 2027년 10월 6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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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시, 일본 치바현 치바시 주오구 일대
헬스 파이브 멤버 츠키시마 토키오는 어렸을 때부터 폭주족으로 이 지역에서 유명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패싸움 등으로 소년원을 밥 먹듯 드나든 가네무라나 타미야 같은 이들과는 달리,
커다란 덩치에 폭주족의 상징과 같은 하이퍼 리젠트 헤어를 고집하는 불량스러운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게 싸움을 썩 좋아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과 어울려 바이크를 몰고 맛집을 찾아다니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자기 밑에 있는 이들을 은근히 잘 챙겨주는 츤데레 같은 면모도 가지고 있었다.
이날도 꼬봉 둘을 데리고 타키를 병문안 한 후 가네무라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는데,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타키 곁에서 울먹이던 그의 부모님 생각에 마음이 안 좋았는지, 맥주를 사기 위해 편의점을 찾아가고 있었다.
“(일본어) 어이, 츠키시마! 네 놈 츠키시마 토키오 맞지?”
별안간 뒤에서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한쪽 눈을 찡그리며 뒤를 돌아보니,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는 양키 녀석 넷이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일본어) 하나야마인가? 000 학교 다니던?”
츠키시마는 그중 한 사람의 얼굴과 이름이 또렷이 기억났다.
학교 다닐 적, 하나야마란 녀석은 츠키시마가 다니던 학교와 유독 사이가 좋지 않던 000 학교에서 싸움꾼으로 이름 높았던 녀석이었다.
물론 나중 가네무라와의 싸움에서 패하고 완전히 짓뭉게져 버리긴 했지만.
학교를 졸업한 후, 듣기로는 치바현 일대에서 활동하는 또 다른 한구레 조직인 ‘블랙 코브라’라는 곳에 들어가 여전히 양키 짓을 일삼으며 살고 있다 했는데,
블랙 코브라는 요코하마의 치사이도라곤과 마찬가지로 야마모토구미의 하부 조직 중 하나였다.
“(일본어) 네놈이 모시는 아니키(형님, 가네무라를 뜻한다.)는 지금 어디 숨어 있나? 그놈이 운영하는 캬바쿠라에 가보니 거긴 없던 거 같던데?”
아니키, 라는 말에 츠키시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일본어) 유스케를 보고 아니키라고 하는 건가? 그 녀석은 내 아니키가 아니야! 우린 친구지 형님 동생 사이가 아니란 말이다!”
“(일본어) 어이, 어이~! 그래도 그놈이 네놈 조직 오야붕인 건 맞잖아? 내가 틀린 말이라고 했단 말이냐?”
주변을 돌아보니 그들 앞을 막고 있는 하나야마 무리 외에도,
뒤편에서 또 다른 양키들이 저벅저벅 다가오고 있었다.
어림봐도 모두 스무 명은 넘어 보였다.
츠키야마의 뒷덜미에 식은땀이 흘렀다.
“(일본어) ...너희들은 얼른 여기서 빠져나가.”
그가 꼬봉들에게 나직이 말했다.
“(일본어) 내가 시간을 벌 테니 너흰 어떻게든 도망가서 가네무라에게 알리란 말이다.”
“(일본어) 하, 하지만...!”
“(일본어) 시간 없어! 둘러싸이면 끝장이니 어서 달아나라고!”
꼬봉 둘은 잠시 눈치를 보다가 편의점 반대쪽으로 허겁지겁 달아나고,
츠키시마는 두 손을 바지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호기롭게 다가오는 양키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 시각,
주오구에 있는 한 건물 앞에 있던 가네무라는 꼬봉 십여 명과 함께 아이를 납치하기 위해 요시노부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향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일본어) 1층에 있는 경비만 제압하면 우릴 막을 자는 없다. 나루사와 아이만 데리고 최대한 빨리 도망쳐 나온다. 저번처럼 얼굴 못 알아보고 엉뚱한 사람 끌고 오는 일은 없게 하도록. 알았지?”
“(일본어) 네, 총장님!”
함께 가는 이들 중에는 커다란 덩치의 타미야도 있었다.
꼬봉들이 준비된 승합차에 오르기 시작하자, 타미야는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바닥에 던지고는 가네무라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일본어) 아이짱을 납치하면... 내게 한 약속 꼭 지켜야 한다, 유스케.”
“(일본어) 뭐, 나가시마 상에게 넘기기 전에 꼭 걔랑 한 번 하게 해달라는 거?”
“(일본어) 응, 으, 으응...”
가네무라가 웃으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일본어) 걱정하지 마라, 히데토. 내가 그런 약속 안 지킬 사람으로 보여?”
“(일본어) 물론 아니지.”
“(일본어) 아이를 끌고 오면 그년을 가장 먼저 맛보는 건 바로 너가 될 것이다.”
“(일본어) 저, 정말이지?”
“(일본어) 당연하지! 네가 다 맛을 보고 나면 나하고 다른 브라더들도 돌려가면서 맛을 보고... 그렇게 너나 우리나 다 아쉬움 남지 않을 정도로 몇 번씩 더 충분히 돌려먹은 후에 나가시마 상에게 보내자고. 그럼 됐지?”
그의 말에 타미야는 좋다는 건지 나쁘다는 건지 알 수 없는 미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이를 납치해 와 자신이 강간하는 건 괜찮은데,
다른 녀석들까지 아이에게 나쁜 짓을 할 거라는 말이 못내 탐탁지 않은 모양이었다.
모두들 승합차에 올라타 병원을 향해 출발하려고 할 때,
갑자기 조수석에 앉아있던 가네무라의 핸드폰 벨이 울렸다.
“(일본어) 여보세요? ...뭐?! 거기가 어딘데?!”
그에게 전화를 건 이는 츠키시마의 꼬봉이었다.
가네무라는 전화기를 귀에 댄 채, 운전석에 있는 녀석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일본어) 병원으로 가지 말고, 000에 있는 편의점 앞으로 가! 지금 당장!”
타미야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일본어) 갑자기 왜 그래, 유스케? 아이짱 납치하러 가는 거 아니었어?”
가네무라가 어두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일본어) 지금 그것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 생겼다.”
“(일본어) 그게 뭔데?”
“(일본어) 블랙 코브라 놈들이... 토키오에게 린치를 가하려 하고 있어!”
가네무라 무리가 탄 차가 000 의 편의점에 도착했을 때,
이미 하나야마가 끌고 온 양키들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졌고,
만신창이가 되도록 두드려맞고 쓰러진 츠키시마 만이 도로 위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일본어) 토키오!”
가네무라가 차에서 내려 그에게 달려갔다.
츠키시마의 얼굴은 붉은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코와 입에서는 물론 머리에서 쏟아진 피로 노랗게 염색했던 그의 하이퍼 리젠트 헤어는 부분적으로 붉게 변해 있었다.
동료가 당한 모습을 본 가네무라는 단박에 눈이 돌아갔다.
“(일본어) 아오키! 신지! 저희 둘은 차로 토키오를 병원으로 옮겨! 나오야! 지금 쇼지한테 전화해서 모을 수 있는 애들 전부 모으라고 해!”
가네무라와 타미야는 꼬봉들과 함께 츠키시마를 들어 차에 태운 후,
병원으로 향하는 승합차의 뒷모습을 분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일본어) 어이, 유스케. 츠키시마를 이렇게 만든 게 블랙 코브라 놈들이라고?”
타미야의 물음에 가네무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어) 토키오와 함께 있던 녀석들이 분명히 봤다고 했어. 그중에 하나야마라는 놈이 있었다고 말이야.”
“(일본어) 하나야마라면 학교 다닐 때 너랑 붙어서 코뼈 부러지고 이빨 몇 개 나간? 그래서 지금도 임플란트하고 다닌다고 하지 않았어?”
“(일본어) 금니랑 은니로 박았다고 한다. 임플란트하기엔 돈이 없었을 테니까.”
“(일본어) 그래서... 지금 바로 그놈을 칠 거야?”
가네무라는 멀어지는 승합차를 노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어) 바로 갚아줘야지. 기다릴 필요 없어.”
“(일본어) 그럼 아이짱 보는 건 나중으로 미뤄야 하는 건가?”
“(일본어) 아쉽겠지만 참으라고. 이번 일이 더 중요하니까.”
그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며 말했다.
“(일본어) 지금 갑자기 블랙 코브라 놈들이 우리를 친 건 그놈 지시 때문이겠지.”
“(일본어) 그놈?”
“(일본어) 야마모토구미의 사나다 그 노인네 말이다.”
가네무라는 지난번 요코하마 부두에서 있었던 마약 거래 중 치사이도라곤이 난입한 일은 물론
지금 츠키시마를 기습한 일 모두
야마모토구미가 그에게 보복하기 위해 벌인 일이라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
“(일본어) 사나다 그 노인네, 언젠가는 반드시 내 손으로 무너뜨려 버리겠어! 그 전에 오늘은... 츠키시마를 이 꼴로 만든 하나야마와 블랙 코브라 놈들부터 먼저 단죄한다!”
“(일본어) 어이, 유스케. 근데 그놈이 어디 있는지는 알고 있는 거냐?”
“(일본어) 하나야마나 블랙 코브라 놈들이 매번 모이는 곳을 알고 있지. 지금도 아마 거기 모여 있을 거야. 나쁜 짓을 했으니 술 한잔 안하고는 잠이 오지 않을 테니 말이야.”
“(일본어) 술? 아, 그럼 거기?”
타미야는 어딘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 관절을 우두둑거렸다.
오전 3시, 일본 치바현 이치하라시 일대
이치하라시는 치바시 남쪽에 있는 공업도시로,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대규모 산업단지가 위치한 곳이었다.
그래서 이곳은 공장 노동자들을 위한 저렴한 가격의 식당과 술집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고,
젊은이들이 몰리는 도쿄나 가까이 있는 치바시와는 다른 분위기의, 중장년층을 타겟으로 한 유흥업소들도 상당히 많은 편이었다.
지금은 심야 장사를 하는 가게도 모두 문을 닫을 시간,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모습도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무렵,
아직도 불이 켜져 있는 호르몬 요리 가게 (일본식 곱창 요리집)가 하나 있었다.
문은 굳게 닫히고 창문에 블라인드도 모두 내려와 있긴 했지만,
불빛도 밖으로 새어 나오고
심상치 않은 고성이 오가는 것도 들려오고 있었다.
가게 안에는 가네무라와 타미야, 마코토와 이자키 등 헬스파이브 무리 수십 명이
속옷이고 뭐고 완전히 발가벗은 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 바들바들 떨고 있는 하나야마 등 십여 명의 남녀를 둘러싸고 있었다.
남자들은 모두 아까 하나야마와 같이 츠키시마를 기습했던 무리들로,
집에 돌아가지 않고 여자친구들을 불러내 술을 마시다가 가네무라 무리의 기습을 당한 것이다.
원래 이 집은 블랙 코브라 일원 중 한 명이 직접 경영하는 가게로,
가게 주인 역시 하나야마 무리와 함께 붙들려 무릎 꿇고 앉아있는 중이었다.
남자들 대부분 심하게 얻어맞아 얼굴에 시퍼런 멍이 들었거나 코에서 코피를 줄줄 흘리는 중이었다.
팔과 다리는 물론 몸 여기저기에도 찢어지고 부은 상처가 가득했다.
가네무라는 꿇어앉아 있는 하나야마 앞에 의자를 끌고와 앉았다.
“(일본어) 자, 말해봐라. 토키오를 왜 쳤는지 말이야.”
베일 듯이 날카로운 가네무라의 눈빛에, 얻어맞느라 눈두덩이가 부어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있는 하나야마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대답했다.
“(일본어) 저, 전... 그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일본어) 그걸 누가 시켰는데?”
“(일본어) 저, 저희 총장님이... 블랙 코브라 총장님이 시켜서 그랬을 뿐... 츠키시마 상에게 개인적인 감정 같은 건 없었습니다! 믿어주십시오!”
하나야마는 비굴하게 거듭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이런 하나야마를 내려다보던 가네무라가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일본어) ...살고 싶나?”
하나야마는 거의 울 거 같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일본어) 하이... 하이... 다스께데 구다사이 (네, 네, 용서해 주십시오.).”
가네무라가 다른 이들도 돌아보며 물었다.
“(일본어) 너희들도 모두 살고 싶나?”
모두들 굴욕적으로 하이, 하이, 머리를 바닥에 찢으며 말했다.
“(일본어) 너희들이 살길은 하나다. 우리에게 감히 대적할 생각을 버리면 된다.”
“(일본어) 네네, 두 번 다시는 가네무라 상과 헬스 파이브 분들께 폐 끼치는 일은 없도록 하겠...”
“(일본어) 그리고 오늘부로 블랙 코브라에서 나와서 이 바닥을 떠나. 두 번 다시 내 눈앞에서 나타나지 마.”
하나야마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일본어) 하, 하지만 그건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일본어) 알아. 그래서 내가 떠나기 쉽게 만들어줄게. 켄.”
가네무라가 입가에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부름을 받은 이자키가 킬킬거리며 앞으로 나섰다.
“(일본어) 자, 자! 그럼 이제부터 사내놈들은 여기로 와서 둘씩 둘씩 짝지어 마주 보고 앉아!”
이자키의 지시대로, 벌거벗고 있는 하나야마 패거리들은 부끄러워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둘씩 짝지어 앉아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이자키가 챙겨온 DSLR을 꺼내들었다.
“(일본어) 자, 그럼 이제 오른쪽에 있는 놈이 바닥에 눕고 왼쪽에 있는 놈이 그 위로 올라가! 단체 식스티나인 (69자세)이다!”
하나야마 패거리들은 놀란 표정으로 어물어물거렸다.
그러자 그들을 둘러싸고 있던 가네무라 무리들이 발길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일본어) 빨리 하라고, 임마!”
“(일본어) 뭐 하고 있어? 여기서 맞아 죽고 싶냐?”
살벌한 폭력이 다시 몰아치고,
하나야마 패거리들은 하는 수 없이 그들이 시키는 대로
여자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남자끼리 성기를 입에 무는 굴욕적인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이자키는 이 모습을 DSLR로 동영상과 사진으로 찍으며 연신 낄낄거렸다.
“(일본어) 앞으로 계속 블랙 코브라로 활동하고 싶으면 기대하라고.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네놈들 영상과 사진들을 보게 될 테니까. 킥킥킥킥.”
아자키는 식스티나인 자세 외에도
남자끼리 다리를 벌리고 서로 혀를 비비는 키스를 시키거나
상대방의 성기를 자위해주며 항문을 핥게 시키고
그 장면들을 빠짐없이 DSLR 에 담았다.
치욕적인 촬영이 모두 끝난 후,
이자키가 옆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여자들에게로 다가갔다.
“(일본어) 너희도 마찬가지야. 어디 가서 함부로 입 놀리면 안 되니까 너희들도...”
이자키는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여자들의 팔을 잡고 자리에서 일으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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