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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춘추 - 리부트-206화 (206/217)

〈 206화 〉 유민의 지난 이야기 – 2027년 10월 4일 (1)

* * *

­ 오전 1시, 일본 치바현 치바시 주오구 일대

오후부터 날이 잔뜩 흐리더니, 자정이 지나자 기어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이의 집 모든 불은 소등된 상태,

가족 모두 잠이 든 모양이었다.

그녀의 집 맞은편에 주차해 있던 고급 외제차 문이 열리고,

네 명의 남자들이 밖으로 나왔다.

“(일본어) 서둘러라.”

가네무라가 지시를 내리자 꼬봉 둘이 먼저 낮은 담을 뛰어넘어 집 안으로 들어갔다.

가네무라도 나머지 한 명과 함께 담을 오르려 할 찰나,

“(일본어) 도둑놈들...!”

인기척조차 느끼지 못했는데, 누군가 뒤에서 그의 옷을 잡아 바닥으로 매쳐버렸다.

쿵!

“(일본어) 윽!”

가네무라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콘크리트 바닥에 등부터 떨어졌다.

고개를 들어보니 헬스 파이브 멤버 중 가장 장신인 타미야보다도 키가 더 크고 온몸에 근육이 갑옷처럼 뒤덮여 있는 건장한 사내가 그를 무서운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숨어서 계속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민재였다.

‘설마, 저놈이 그 변호사 놈인가?’

그가 고통으로 끙끙거리는 사이,

함께 있던 꼬봉이 쓰러진 가네무라를 대신해 민재의 앞을 가로막으며 소리를 질렀다.

“(일본어) 이놈! 총장님께 감히!”

그는 자세를 잔뜩 낮추더니 민재의 다리를 향해 태클을 시도했다.

레슬링 선수 엘리트 레벨의 태클은 아니었지만 MMA나 격투기를 어느 정도 수련한 이의 자세였다.

그가 민재의 양쪽 무릎을 잡기 위해 손을 뻗은 순간,

빠각!

민재의 무릎이 그의 얼굴을 강타했다.

“(일본어) 커헉!”

놈은 코피를 쏟으며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져 버렸고,

민재는 쓰러진 녀석의 뒤통수에 그대로 오른손 주먹을 꽂아버렸다.

퍽!

놈은 손과 발에 심한 경련을 일으키며 그대로 실신했다.

한 놈이 확실히 제압된 걸 확인한 민재는 이제 바닥에서 간신히 몸을 일으키고 있던 가네무라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일본어) 이놈 잘도...!”

가네무라는 얼굴을 가리고 있던 후드와 마스크를 고쳐 쓰고는,

허리춤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콜트 1903과 유사하게 생긴, 꽤 오래되어 보이는 자동권총이었다.

한국의 폭력조직들과는 달리, 야쿠자 등 일본 폭력조직들은 불법적인 경로로 입수한 무기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권총은 물론 소총, 기관총, 심지어 로켓포까지 가지고 있다고도 전해지는데,

한구레 조직인 헬스 파이브도 이런 경쟁에서 뒤처질 리 없었다.

가네무라는 권총을 두 손으로 잡고 민재를 겨누었다.

아차 싶었다.

무기를 휴대하고 있더라도 기껏해야 나이프 정도일 거라 생각했는데,

권총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민재는 조금도 당황한 기색 없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계속 쏘아보고 있었다.

“(일본어) ...경찰 안 불렀으니 그냥 가라.”

민재의 말에 가네무라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일본어) 네놈이나 당장 꺼져라! 배에 총구멍 나기 싫으면!”

차가운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오고,

약 5m 가량의 거리를 두고 두 사람의 대치는 한동안 계속되고 있었다.

비에 젖은 권총 총구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을 때,

집안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더니, 안으로 들어간 꼬봉 둘이 상반신에 커다란 자루를 씌운 누군가를 양쪽에서 붙들고 질질 끌면서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일본어) 총장님! 어서 차로... 헉!”

두 사람은 현관문을 열고 나오다가 가네무라가 총으로 누군가를 겨누고 있는 걸 보고 흠칫 놀랐다.

“(일본어) 그년 어서 차에 태우고, 타키도 부축해서 데려가! 차에 시동 걸어놓고!”

꼬봉들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가네무라의 지시대로 움직였다.

그들이 움직이자 민재가 한 발짝 앞으로 나서려 했다.

“(일본어) 가만 있어! 움직이면 쏘겠다!”

민재가 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일본어)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나?”

“(일본어) 여긴 일본이야.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고, 변호사 나으리.”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가네무라는 나직이 낄낄거리고 있었다.

차에 시동이 걸리고,

가네무라는 계속 민재를 권총으로 겨눈 채로 조수석으로 향했다.

“(일본어) 간국(?國)이나 가라, 간국인(?國人)!”

그를 조롱하는 가네무라의 목소리와 함께 차가 출발하고,

민재는 분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차를 따라가려 했다.

“(일본어) 아, 오빠! 오빠아아~!”

갑자기 현관문이 열리고 잠옷 차림의 아이가 밖으로 뛰쳐나왔다.

“(일본어) 아... 아이...?”

틀림없이 아이가 그들에게 납치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이가 멀쩡하게 집 안에서 걸어 나오자 민재는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어) 오빠, 나쁜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이...!”

아이는 겁에 잔뜩 질린 표정으로 민재를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민재는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냉정을 되찾으려 애썼다.

“(일본어) 어떻게 된 거예요?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일본어) 나쁜 사람들이 어머니를 납치해 갔어요...! 아버지도 많이 다치셔서 안에 쓰러져 계시구요...!”

“(일본어) 네?! 어머니를요?!”

순간,

눈앞에 아이와 붕어빵처럼 똑같이 생긴 린코의 모습을 떠올랐다.

­ 오전 2시, 일본 치바현 치바시 이나게구 일대

“(일본어) 이 멍청한 놈들! 나루사와 아이를 데려오라고 했지, 누가 이 아줌마를 데려오라고 했나?”

이자키의 사무실로 돌아온 가네무라는 납치해 온 이가 나루사와 아이가 아니라 그녀의 어머니라는 걸 알고는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꼬봉 둘을 벽에 세워 놓고 마구 폭행하는 중이었다.

“(일본어) 아앗! 죄송합니다, 총장님! 집 안이 너무 어두워서 그만...! 아악~!”

“(일본어) 용서해주십시오! 저 아줌마가 사진 속 나루사와 아이하고 너무 닮아서...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신다면 반드시 나루사와 아이를... 으윽!”

가네무라는 분이 안 풀리는지 쓰러진 꼬봉들에게 발길질까지 해댔다.

“(일본어) 진정해라, 유스케. 저렇게 닮았으니, 나 같아도 헷갈렸을 거야.”

마코토가 가네무라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손과 발에 박스테이프가 묶인 채 사무실 구석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잠옷 차림에 낮에는 항상 단정하게 위로 올려 묶던 긴 머리를 풀어 헤치고 있는 린코의 모습은 아이와 싱크로율 99%에 가까울 정도로 닮아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20년 후 쯤 아이가 나이를 먹으면 저렇게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조금 나이 들어 보이는 얼굴과 (실제 나이는 40대 후반이지만 외모는 여전히 30대 초중반 정도로 보인다.)

아이보다 더 커다란 젖가슴과 살집이 붙은 허벅지와 엉덩이 정도.

가네무라는 실망한 표정으로 소파에 털썩 주저앉으며 담배 하나를 입에 물고 불을 당겼다.

“(일본어)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유스케? 이거 실례했습니다,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는 실수를 저질러 버렸습니다,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하고 돌려보낼 수도 없는 일이잖아?”

마코토의 말에 가네무라는 아무 말도 없이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허공에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그 때 사무실 밖에서 쿵쾅쿵쾅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더니,

문이 거칠게 열리며 타미야와 이자키가 안으로 들어왔다.

“(일본어) 유스케가 돌아왔다고?! 그럼 아이짱은?! 아이짱? 아이짜... 으, 응?”

타미야는 바닥에 묶여 있는 여자가 나루사와 아이가 아닌 걸 알아보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린코와 가네무라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일본어) 이게 어떻게 된 거냐, 유스케? 누가 설명 좀 해봐!”

마코토가 다른 쪽 벽 앞에 피떡이 되도록 얻어터진 채 쓰러져 있는 꼬봉 녀석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일본어) 저놈들이 나루사와 아이라고 착각하고... 그 어머니를 납치해 와버렸어.”

“(일본어) 뭐? 아이짱의 어머니를...?!”

타미야는 겁에 질린 린코에게 다가가 그녀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아무리 친어머니라지만 정말 아이와 너무 똑같이 생긴 모습에 그도 많이 놀란 듯 했다.

이가키도 건들건들한 걸음으로 그녀 옆으로 다가가 그녀의 몸 이곳저곳을 만져댔다.

“(일본어) 어이, 유스케~! 이 아줌마 어떻게 할 거야? 나루사와 아이가 아닌데 그냥 나가시마 상 한테 데려갈 거야?”

가네무라는 담배 필터를 질근질근 씹는 중이었다.

“(일본어) 지금 생각 중이다.”

“(일본어) 이 아줌마 나가시마 상 한테 보낼 거 아니면 나한테 달라고. AV 배우로 데뷔시키면 돈벌이 좀 될 거 같아. 이 바닥에 이런 거유, 이런 몸매 좋아하는 매니아들이 엄청 많거든? 케케케~! 나가시마 상하고 같은 부류들 말이야.”

나가시마 상하고 같은 부류...

이 말을 들은 가네무라가 담배를 퉤 뱉고는 이자키에게 다가왔다.

“(일본어) 켄, 네가 보기엔 어떨 거 같아? 이 아줌마를 데려가면, 나가시마 상이 좋아할 거 같아?”

“(일본어) 어... 나루사와 아이가 아니라 실망은 하겠지만... 그래도 싫어하지는 않을 거 같아. 이 아줌마 가슴 좀 보라고. AV 배우들 중에서도 이렇게 큰 자연산 가슴 가진 년은 드물어.”

이자키가 그녀의 가슴 밑을 추잡스럽게 주물럭거렸다.

“(일본어) 꺄악! 이러지 마세요!”

린코는 잔뜩 움츠리며 마치 소녀처럼 몸을 떨었다.

이자키는 그녀의 가슴을 만졌던 손을 가네무라를 향해 펴 보였다.

“(일본어) K­cup 은 되겠어. 내 손의 감각은 틀림없거든.”

“(일본어) 그래서... 나가시마 상이 좋아할 거 같냐고?”

이자키는 확신의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어) 일단 데리고 가봐. 나가시마 상이 이 아줌마 보면 절대 매정하게 그냥 데리고 돌아가라 하지는 않을 거야.”

­ 오전 3시, 일본 치바현 치바시 미도리구 일대

치바시 남동쪽 내륙에 위치한 미도리구는 다른 지역보다 발전이 더딘 대신, 아름다운 숲과 산림 등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어 부유층들의 별장이나 주말농장 같은 곳들이 많이 있는 곳이었다.

이곳에 나가시마의 별장도 있었다.

그의 별장은 마치 만화 속에 나올 법한 유럽 르네상스 풍의 건축물이었는데,

고풍스러운 일본 전통 정원은 물론 수영장과 테니스 코트도 구비된 호화스러운 곳 있었다.

하지만 높게 자란 나무와 담쟁이덩굴이 잔뜩 자라 있는 높은 담벼락으로 가려져 있어 밖에서 안을 보기는 힘들었다.

비가 내리는 깊은 새벽 시간,

비포장 도로를 따라 이 별장을 향해 한 대의 고급 외제차가 다가오고 있었다.

가네무라 무리가 타고 있는 차였다.

별장 앞에 차를 세운 가네무라 무리는 뒷좌석에 있던 린코의 허리를 부축해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녀의 손과 발은 힘없이 축 처져 있었고, 초점 없는 눈은 반쯤 풀려 있었다.

츠키시마와 타미야의 부축을 받고 있는데도 그녀는 이리저리 휘청거리며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중이었다.

그녀를 나가시마에게 데려가는 동안 아무 저항 못하도록

가네무라가 그녀에게 마약을 주사했던 것이다.

새벽 늦은 시간인데도 나가시마는 아직 잠들지도 않고 잔뜩 기대에 부푼 표정으로 2층 서재에서 실크로 만든 가운만 입고 가네무라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본어) 어서 오게, 가네무라 구운~! 자네가 날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 믿고 있... 응?”

책상 앞에 앉아 있다가 가네무라 무리를 보고 기쁜 얼굴로 벌떡 일어났던 나가시마는

그들이 데리고 온 사람이 나루사와 아이가 아니란 걸 알아보고는,

붉으락푸르락 거리는 얼굴로 가네무라를 쏘아보았다.

“(일본어) 가네무라 군... 지금 날 놀리는 건가...?!”

가네무라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우아하게 허리를 조아리며 능청스럽게 웃었다.

“(일본어) 기대하셨던 나루사와 아이를 데려온 게 아니라서 많이 놀라셨지요? 나루사와 아이는 머지않아 나가시마 상 앞으로 반드시 데려올 것입니다. 오늘은 먼저 나가시마 상을 위한 애피타이저를 준비한 것입니다.”

“(일본어) 애피타이저...?”

“(일본어) 네, 제가 나가시마 상에게 진 빚이 많으니 제대로 대접을 해드리려면 당연히 코스 요리로 대접해 드리는 것이 예의겠지요? 나루사와 아이라는 메인 메뉴를 맛보시기 전에, 먼저 전채 요리로 입맛을 돋우어 드리지요.”

그가 린코에게로 다가가 비에 젖은 긴 머리를 어깨 뒤로 넘기며 말했다.

“(일본어) 어떻습니까, 이 여자? 누구와 많이 닮지 않았습니까?”

나가시마가 한 발짝 앞으로 다가와 린코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일본어) 아니, 이 여자... 나루사와 아이와 많이 닮지 않았나? 혹시 그녀와 닮은 사람을 찾아온 것인가?”

가네무라가 입술을 실룩이며 웃었다.

“(일본어) 그냥 닮기만 한 사람이 아니라 나루사와 아이에게 유전자를 물려준 사람이지요.”

그가 그녀의 아랫배에 손을 올리며 말을 이었다.

“(일본어) 바로 그녀를 직접 낳은, 나루사와 아이의 어머니입니다. 게다가 말이죠.”

가네무라가 그녀의 어깨에 걸쳐있는 얇은 슬립 끈을 밑으로 내리자

살짝 쳐지긴 했지만 여전히 하얗고 탐스러운 커다란 젖가슴이 나가시마의 눈앞에 드러났다.

“(일본어) 보시다시피 가슴은 나루사와 아이보다도 더 크답니다. 이 정도면 나가시마 상의 입맛을 충분히 돋워 드릴 수 있을 거 같은데... 어떠십니까?”

나가시마는 침을 꼴깍 삼키고 혀로 입술을 축이고는

그녀의 몸에 걸쳐진 슬립을 발목까지 내렸다.

그리고 약에 취해 비틀거리고 있는 그녀의 몸을

두 손으로 마음껏 만져보았다.

“(일본어) 나루사와 아이의 어미라고...? 나이가 어떻게 되나?”

“(일본어) 아직 50이 안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일본어) 그 나이에 이 정도면... 훌륭하군. 나루사와 아이처럼 완벽한 건 아니지만 말이야... 자네 말대로 이게 애피타이저라면... 나쁘지 않은 것 같네.”

나가시마는 그녀의 주변을 돌며 몸 여기저기를 훑어보기도 하고 손으로 만져보기도 했다.

“(일본어) 그래도 계속 가지고 놀려면 손을 좀 봐야 할 거 같군.”

그는 나이 때문에 살짝 쳐진 그녀의 옆구리살과 커다란 가슴에 비해 다소 빈약해 보이는 엉덩이를 주물럭거리며 말했다.

“(일본어) 몇 번 가지고 놀다가 닥터 리에게 맡겨야겠어. 여기 이런데 좀 고쳐 달라고 말이야. 가슴도... 좀 더 크게 하면 좋을 거 같고... 흐흐흐.”

닥터 리는 일본에서도 유명한 한국인 성형외과 의사였다.

얼굴 성형, 가슴 확대 수술, 브라질리언 엉덩이 수술 등은 물론,

일본 부유층들의 은밀한 기호와 취향을 반영한 변태적인 성형수술도 잘 하기로 소문난 자였다.

가네무라도 그의 이야기에 대해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일본어) 이렇게 커다란 가슴인데, 더 크게 하시려는 겁니까?”

“(일본어) 나이 든 여자는 가슴이 계속 밑으로 쳐져서 보기 흉해지지. 오래 가지고 놀려면 미리 손을 좀 써주는 게 좋지 않겠나? 하는 김에 크게 하면 더 좋고 말이야.”

나가시마는 린코의 가슴을 주물럭거리더니 다시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었다.

가네무라가 이를 눈치채고 물었다.

“(일본어) 그럼 오늘은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나루사와 아이도... 조만간 데려오도록 하지요.”

“(일본어) 응, 그래 주게. 기다리고 있겠네.”

“(일본어) 그리고 나가시마 상...?”

“(일본어) 왜 그러나, 가네무라 군?”

“(일본어) 오늘 일, 제가 경찰 걱정 안 해도 되겠지요?”

나가시마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일본어) 그건 걱정 말래두. 내가 경찰들한테 대충 조용히 넘어가라 말해 둘 테니. 아, 그리고 나루사와 아이를 데려올 때도, 그때도 마찬가지고 말이야.”

가네무라는 다행이라는 듯 활짝 웃어 보였다.

“(일본어) 그리해주신다면야. 그리고 나가시마 상.”

“(일본어) 또 뭔가?”

“(일본어) 이번 일과 관계된 건 아니지만 제 동료 중 한 명이 나루사와 아이에게 고소를 당한 일이 있습니다. 그것도 어떻게 안 될는지...”

타미야에 대한 말이었다.

나가시마는 귀찮다는 듯, 일 끝났으면 어서 빨리 나가보라며 손을 휘휘 내저었다.

“(일본어) 알았네, 알았네. 그것도 내가 알아서 처리해 줄 테니 이제 그만 돌아가게.”

“(일본어) 감사합니다, 나가시마 상. 그럼 조만간 또 뵙겠습니다.”

가네무라 무리는 그에게 허리 숙여 공손히 인사하고는 서재 밖으로 나갔다.

그가 서재 문을 닫을 때,

문틈 사이로 잔뜩 흥분한 나가시마가 입고 있던 가운을 벗어던지며 린코를 바닥에 눕히는 게 보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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