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화 〉 유민의 지난 이야기 2027년 9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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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경기도 우성시 계엄군 임시 지휘소
평양과 인천에서 연달아 통일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벌인 테러가 일어나긴 했지만,
공식적인 종전이 선언되면서 우성시에 내려진 계엄령은 정식 해제되었다.
이제 계엄군 활동을 하던 육군 62사단 병력들은 짐을 꾸려 우성시를 떠날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각종 물자를 가득 실은 군용트럭들이 우성시를 빠져나가고,
군장을 짊어진 군인들도 각자 자대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에 올라탔다.
김요한 소장도 우성시청에서 시장과 인사를 나눈 후 부대 이동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지휘소에 와 있었다.
그도 지난 우성시 수복 작전에 대한 전공을 인정받아 중장으로 진급하게 되었고,
곧바로 육군 5군단장으로 영전해 갈 예정이었다.
송호원 중령처럼 김요한 소장 역시 육본이 자신을 왜 사단장에서 바로 군단장으로 이동시키는지 쉬 짐작하고 있었다.
그와 가까운 곳에 있는 탁자 위에는 당번병이 가져다 놓은 조간신문들이 놓여 있었다.
각 신문의 1면 헤드라인은 이러했다.
[일본, 한국에 대한 경제 제재 조치 단행]
[일본, 공업용 소재 수출 전면 중단 선언]
[일본, 7광구 일대 한국 선박/항공기 진입 금지시켜, 위반시 나포 또는 격추하겠다고 경고]
모든 신문들은 어제 있었던 일본 정부의 보복성 조치들을 대서특필하고 있었다.
일본은 점점 한국에 대한 위협 수위를 높여가는 중이었다.
마치 ‘억울하면 우리와 전쟁이라도 해보시던가.’ 라고 말하는 것처럼.
김요한 소장은 불쾌한 표정으로 신문들을 집어 쓰레기통에 넣어버렸다.
‘이번 전쟁이 지네들 마음대로 되지 않았으니 이판사판으로 나와보겠다는건가? 멍청한 쪽바리 새끼들, 진짜 전쟁하면 지들이 이길 거라고 착각하고 있나보군.’
2차 한국전쟁이 있기 전까지,
일본은 항상 세계 군사력 순위에서 한국보다 1, 2 단계 위로 평가받곤 했다.
특히 해군력에 있어서 만큼은 일본이 한국에 압도적으로 우세하다고 여겨지곤 했는데,
‘바다의 방패’라고 불리는 이지스함을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많이 보유하고 있는 해상자위대의 존재 때문이었다.
그래서 일본 언론도 항상,
[만일 한국과의 전쟁이 벌어져도 우리 해상자위대 이지스함들이 지켜주는 이상 한국군이 대한해협을 건너 일본으로 상륙할 방법은 전혀 없을 것!]
이라며 큰소리치곤 했다.
‘2차 세계대전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일본은 여전히 적국에 대한 첩보전에 약한 모양이군. 우리 군에 대한 전력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무조건 지들이 이길거라 희망회로만 돌리고 있고 말이야. 닌자의 나라라고 늘 떠벌리더니만 역시나 별거 없는 놈들이었어. 아들놈 보던 나루토도 다 픽션이었으니까, 뭐.’
김요한 소장의 판단대로 일본은 한국군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획득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국은 일본과 동맹 관계가 아니었다.
한국과 미국이 동맹이고 일본과 미국 역시 동맹 관계이긴 했지만
2차 한국전쟁이 있기 전까지 한미일 세 나라가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 군사적 협력 관계를 맺어왔을 뿐,
한국과 일본 양국은 역사적 관계로 인해 지금껏 단 한 번도 군사적 동맹을 맺은 적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2차 한국전쟁 중 미국에서 군사고문단이 파견되어 전장을 방문하는 일도 있었고 전투에 대한 여러 데이터들을 주고받기도 했지만,
한국 정부는 일본을 미국과 똑같이 대우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정식 군대를 가질 수도 없는 나라이기에 그런 대우를 할 필요성도 느끼지 않았다.
이러니 일본은 한국이 언론을 통해 공개한 내용 외에는 한국군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알 길이 없었고,
한국 주재 대사관에 있는 외교관들을 동원해 이번 전쟁에서 한국군이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 또 북한군을 상대로 얼마나 잘 싸웠는지 등을 알아내려 해보았지만, 일부 언론인을 제외한 외국인이 전투가 벌어지는 휴전선 북쪽으로 이동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보니 많은 것을 알아내기 힘들었다.
일본은 한국군이 북한을 상대로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고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는 한국 언론의 보도를 믿지 않았다.
그저 국민들을 안심시키려는 언론 플레이일뿐, 사실은 한국군도 큰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때에도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는 러시아군이 총 병력 20만명이 조금 넘는 우크라이나군을 상대로 병력의 20% 가까이를 잃는 거의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 보니,
한국군 역시 그와 비슷한 수준의 희생이 있었을 거라 판단했던 것이다.
‘우리로서는 저들이 계속 그렇게 생각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적이 우리를 가볍게 여길수록 우리에게 기회가 더 많아지니 말이야.’
이제 행정병들이 지휘소 벽면에 붙어있던 지도들을 제거하고 있었다.
지도 중에는 한반도와 일본 일부가 그려져 있는 것도 있었는데,
잠시만 훑어보아도 일본 열도에 한국군이 상륙할 만한 곳이 십여 군데 이상 눈에 들어왔다.
‘그날이 오면, 과거와 같은 일본을 위한 신풍(?風, 카미카제, 몽골이 일본을 침공했을 때 불어왔다는 태풍을 이름)은 절대 불어오지 않을 것이다.’
그가 지도를 보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사단 민사참모가 보고를 위해 그에게 다가왔다.
“사단장님, 우리 군이 임대해 사용하던 건물들을 모두 건물주에게 반환해 주었습니다. 추후 정부에서 해당 기간에 대한 임대료를 지불해 준다는 확인서도 교부 완료했습니다.”
“수고했네, 혹시 우리 장병들이 상하게 한 건물은 없었지?”
“네, 다행히 그런 건물은 없습니다. 그리고...”
민사참모가 김요한 소장에게 몇 장의 공문을 내밀었다.
“이건 우리 계엄군에서 맡아서 진행하던 수사 건들을 모두 경찰에 이첩하기로 한 공문입니다.”
김요한 소장이 공문을 훑어보다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마두원 그 새끼, 아직도 안 잡힌 건가?”
“며칠 전 평택에서 밀항하려다가 해경에 발각되었다고 합니다. 같이 있던 여자는 붙잡았는데 마두원은 바다로 뛰어들어 자취를 감추었다고 합니다.”
“그럼 전에 도망친 놈들은? 왜 여기서 애국청년 십자군인가 뭔가 말 같지도 않은 이름 쓰면서 엄한 사람들 붙잡아 와 고문하고 그런 놈들 말이야. 그때 십수 명 정도 놓쳤다고 하지 않았어?”
“군사경찰들이 계속 추적해 보았지만 아직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 병력들이 우성시 전체를 철통같이 두르고 있었으니 아직 이곳을 벗어나지는 못하고 어디엔가 숨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마두원도 도망 나가서 평택에서 발견되었다면서, 무슨 근거로 그 새끼들이 아직 여기 있다는 거야?”
사단장의 날카로운 지적에 민사참모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공문을 몇 장 더 넘겨보던 김요한 소장이 다시 물었다.
“참, 그 조폭 새끼들 없어졌을 때, 여기 경찰서 끌려왔던 사람들 중 몇 명도 같이 없어졌다고 하지 않았어? 중년 여성 한 명이랑 여학생 하나?”
“네, 모두 신원이 확인되었는데, 중년 여성의 경우 군사경찰들이 집으로 방문해 그 아들에게 확인해보니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여학생은 인근 성부학교에 다니는 학생인데 역시 그 이후 복귀하지 않았다 합니다.”
“그럼... 아직도 그 조폭 새끼들하고 같이 있다는 말인데...”
김요한 소장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데 그 여학생, 왜 그 부모가 자기 딸 찾아달라고 신고하고 그런 게 하나도 없는 거지? 혹시 부모 없는 아이인가?”
“네, 원래 서울 있다가 성부학교로 온 학생이라는데, 지난번 북한이 서울에 화학무기가 든 미사일을 쐈을 때 그때 부모를 모두 여의게 되었다고 합니다. 성부학교에 온 것도 정부 지원으로 오게 된 것이라 합니다.”
“그럼 그 여자는? 그 여자 남편은 뭐 하는 놈이길래 제 부인 없어져도 안 찾고 있어?”
“남편하고는 일찍 사별하고 중학생 아들하고 단 둘이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흠... 그래서 이들이 없어지고도 뉴스나 인터넷에 기사 한 줄 나오지 않았던 게로군.”
김요한 소장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민사참모에게 공문을 넘겨주었다.
“경찰들에게 이들 찾는 일에 신경 좀 써달라고 다시 한번 부탁해주게. 아무래도 지금 이 두 여자, 그 조폭 새끼들하고 같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거 같아. 이들을 찾으면 조폭 새끼들도 찾을 수 있고, 또 그 새끼들 족치면 마두원 있는 데도 알아낼 수 있을 테니 수사에 박차를 가해달라고 전해줘.”
“네, 알겠습니다!”
민사참모는 경례를 하고 지휘소를 나갔다.
오후 5시, 경기도 우성시 일월촌
“하... 하아... 하, 하아...”
큰 방에서 나는 유민의 신음 소리가 거실까지 들려왔다.
그녀의 교성을 듣고만 있어도 그냥 발기가 되는 듯, 헐렁한 사각 팬티를 입고 있는 조폭들의 가랑이 사이가 모두 큼지막하게 부풀어 있었다.
유민은 둥그런 침대 위에서 박광과 몸을 섞고 있었다.
묶여 있던 팔도 자유롭게 풀리고, 목에 차고 있던 개목걸이도 벗었지만,
큰 방에는 여전히 개목걸이를 달아 놓은 풀업바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
조폭들은 밤이 되고 잠을 잘 때 쯤이 되면 그녀의 손발을 묶고 목에도 개목걸이를 채워놓았다.
다시는 도망가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개목걸이를 풀지 못하게 손도 꼭 등 뒤로 해서 묶곤 했다.
그 바람에 그녀는 바닥에 몸을 비스듬히 옆으로 해서 잘 수밖에 없었고,
주방 싱크대 앞에서 혼자 웅크리고 잘 때와는 달리 항상 조폭들의 살냄새를 맡으며 함께 자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바라는 것조차 그녀에게 사치일 뿐이었다.
지금 유민이 간절하게 바라는 것은 단 하나,
그만 맞았으면,
날 그만 때렸으면, 하는 것 뿐이었다.
사실 이곳에서 유민에게 손을 대는 건 박광 한 사람밖에 없었다.
다른 조폭들도 그녀를 희롱하고 막 대하긴 했지만 박광처럼 인정사정없이 손찌검하거나 발길질을 하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심지어 선욱도 유민에게 말은 거칠게 해도 손은 대지 않았다.
폭력에 시달리는 이들은 대게 두 가지 모습을 보이게 된다.
폭력에 적응해 무감각하게 반응하거나,
아니면 폭력을 피하기 위해 무언가 타협을 하려고 하거나.
유민은 후자 쪽이었다.
박광이 휘두르는 폭력은 여린 그녀가 적응하기엔 너무 야만적인 것이었다.
필사적인 생존의 본능이었을까,
그녀는 자신이 두 가지 말을 할 때 박광이 더 이상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나는 그를 향해 주인님, 이라고 부를 때였고,
또 하는 사랑해요, 라고 말을 할 때였다.
이 사랑해요, 라는 말,
처음에는 맞기 싫어서, 제발 그만 때리라는 의미로 절규하듯이 외친 말이었다.
그런데 그 말에,
박광의 험악한 얼굴이,
그리고 그를 감싸고 있던 싸한 공기가
모두 부드럽게 변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단 한 번도 그런 말을 들어본 적 없는 사람처럼,
사랑해요, 라는 말에 너무 극적인 반응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하, 학...! 유민아, 사랑해...! 나도 정말 사랑해...!”
박광은 그녀의 엉덩이를 잡고 허리를 마구 흔들면서,
마치 사춘기 소년으로 돌아간 것처럼 발그레해진 얼굴로 사랑한다고 외치고 있었다.
“하, 하아... 주인님... 저도... 저도 주인님 사랑해요...!”
무릎 꿇고 엎드려 뒤치기를 당하면서,
유민은 그저 침대 바닥만을 바라보며 영혼 없이 사랑한다고 대답했다.
그래도 좋았던 것일까,
박광이 허리를 꼭 끌어안고 그녀의 목덜미에 입술을 맞추었다.
“다른 년 다 필요없어...! 난 너 하나만 있으면 돼...! 너도... 너도 그렇지?”
“네... 저도... 저도 주인님이 좋아요...”
마음에 없는 소리,
마음에 없는 사람과의 섹스,
그래도 더 이상 맞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이라 느껴질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
이런 혼란한 마음 속에 빈틈으로
이상한 기분이 자꾸 유민의 온몸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너무 아파서 싫기만 했던 조폭들의 보형물이,
특히 가뜩이나 큰 성기에 달린 동그란 구슬 여럿 달린 박광의 그것이 질 안을 강하게 자극하는데,
처음에는 그냥 고통이었는데 지금은... 지금은...
그것이 강렬한 쾌락으로 변하고 있었다.
“하아, 하아... 주인님 더 세게... 더 세게 해주세요...!”
유민은 저도 모르게 박광과 혀를 비비면서
스스로 엉덩이를 흔들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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