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3화 〉 유민의 지난 이야기 2027년 9월 16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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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와대
노크 소리와 함께 비서실장이 대통령 집무실로 들어왔다.
“국방부에서 온 보고입니다. 중국 연변에 파견된 우리 국군정보사 요원들이 리병철 상장을 생포하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봉황이 그려진 명패가 놓인 책상 앞에 앉아 연설문을 교정하고 있던 김창수 대통령이 두꺼운 뿔테 안경을 고쳐 쓰며 돌아보았다.
“그래요? 이번 전쟁에 일본이 연루되었다는 증언이나 증거도 확보했다고 합니까?”
“네, 모두 실토했고 류광택의 해외 계좌 정보도 모두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대통령의 얼굴에 미소가 머금어졌다.
“그럼 지금 이 연설문을 다시 고쳐 써야겠군요. 춘추관에 이미 기자들이 와 있지요?”
“네, 생방송 준비도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기자들에게 잠시만 더 기다려 달라고 양해를 구해주세요. 몇 문장만 고쳐서 곧 내려갈 테니.”
“네, 대통령님.”
비서실장이 밖으로 나가고
대통령은 손가락으로 뿔테 안경을 올려 쓰고는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오후 시간, 대통령이 갑자기 기자 회견을 자청하면서 각 언론사 기자들을 청와대 춘추관으로 불렀다.
모두들 지난 남북정상 회담과 관련된 사항, 혹은 추가되고 절충된 내용에 대한 브리핑일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일본을 향한 것이었다.
“2차 한국전쟁이 진행 중이던 지난 8월 31일, 일본이 자위대 무장 병력을 파견해 한국의 영토인 동해의 독도와 남해의 7광구를 무력으로 점령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 일로 독도와 7광구를 지키던 경찰 경비대원 8명이 사망하고 47명이 부상 당했습니다. 생존자들은 모두 일본으로 압송되었고, 이후 지금까지 우리 측에서 거듭 이들에 대한 송환을 요청을 했음에도 일본 정부는 이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김창수 대통령이 장내에 모인 기자들을 주욱 훑어보았다.
이 중에 있을 일본 언론사 기자들을 찾으려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2차 한국전쟁 중 일본이 무단으로 전쟁에 개입하고 우리나라에 무장 병력을 보낸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한국의 정보기관들은 전쟁 발발과 동시에 심혈을 기울여 다방면으로 이번 전쟁을 일으킨 진짜 주범들에 대한 추적을 벌여 왔습니다. 그 결과 오늘 새벽 우리 군 특수부대 요원들에 의해 류광택 차수의 최측근으로 그의 해외 계좌와 송금을 관리해오던 조선인민군 해군 상장 리병택이 생포되었고, 그로부터 지난 울진 한울 원자력 본부에 대한 공격과 우성시 점령 사태에 일본 정부와 일본 자위대가 깊이 개입했다는 증언과 증거물들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대통령은 스크린에 리병철로부터 입수한 류광택의 해외 계좌 자료를 띄우고 브리핑을 계속했다.
그는 류광택의 계좌와 일반 사업체 계좌로 위장한 일본 정부의 비밀 계좌 간에 지속적인 송금이 이루어진 내역을 지적했다.
“...또한 지난 울진 한울 원자력 본부에서 생포된 이들 역시 자위대에서 복무하고 전역한 일본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처럼 일본은 우리나라는 물론 평화를 사랑하는 전 세계인들을 기만하고 국제법을 어지럽히는 만행을 저질렀으며 타국에 군대를 보내지 않겠다는 자국의 법마저 스스로 어겼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우리 영토를 침범한 일본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 2차 한국전쟁에서 증명되었듯이 우리 군은 세계 4위의 전력으로 평가받는 최강의 강군입니다. 우리 군은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처할 것이며 빼앗긴 영토를 수복하기 위해 빠른 시일 내에 가용한 방법을 모두 동원할 것입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국을 상대로 선전포고도 하지 않고 비열하게 진주만을 기습 선제공격했다가 얼마나 혹독한 대가를 치렀는지 상기하길 바랍니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이 느끼고 있는 감정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진주만을 기습당한 미국 국민들이 느꼈던 분노와 같은 것입니다. 일본 정부는 즉시 독도와 7광구를 무단으로 침략한 일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들 앞에 사죄하고, 그곳을 불법적으로 점거하고 있는 무장 병력을 즉시 철수시킬 것을 촉구합니다.”
대통령의 브리핑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수십 명의 기자들이 앞다투어 손을 들었다.
“뉴스연합 정동해 기자입니다. 대통령님 말씀 중에 빼앗긴 영토를 수복하기 위해 가용한 방법을 모두 동원할 것이라 말씀하셨는데요, 그럼 혹시 일본에 대한 무력 행사, 또는 전쟁까지 염두해두고 계시다는 말씀이신지요?”
질문을 받은 김창수 대통령은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드렸다시피 빠른 시일 내에 가용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 빼앗긴 독도와 7광구를 수복할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방법들 중에는 분명 군사력을 통한 방안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으며, 독도와 7광구 뿐 아니라 일본 본토에 대한 군사력 투입도 적극 고려하고 있음을 밝혀둡니다.”
북한과의 전쟁이 끝나자마자 일본과의 전쟁이라니.
너무나 침착하기만 한 대통령의 표정과는 달리
기자들은 흥분하고 당황한 표정으로 노트북 키보드를 미친 듯이 두드리며 속보를 타전하고 있었다.
오후 3시, 경기도 안양 국군정보사령부
변성일 중장은 집에 가져다 놓았던 속옷들과 갈아입을 옷들을 하루 만에 다시 집무실로 가지고 돌아왔다.
이제 전쟁이 모두 끝났으니 얼마간은 편히 쉴 수 있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웬걸,
대통령 기자 회견이 끝나자마자 국군정보사령부는 다시 비상 체제로 돌입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부터 일본과의 전쟁에 대비한 정보전이 시작된 것이다.
국군정보사령부의 모든 정보 자원들은 일본 현지 군사력 동향을 탐지하는데 총동원 될 예정,
휴민트, 즉 정보사 요원들도 곧 일본으로 투입시킬 준비를 해야 했다.
‘HID 나 UDU 요원들 중에 일본어 가능하고 일본 활동 경험이 있는 친구가 누가 있나... 강민재? 이 친구 일본어도 할 줄 아나?’
컴퓨터 앞에 앉아 요원들 신상 기록을 열람하던 변성일 중장은 다소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강민재라면 얼마 전 참수작전에 참가해 류광택을 사살하는 전공을 세웠던 데다가
오늘까지 리병철 생포 작전에 투입되어 연변에서 파견 생활을 해왔다.
아무리 최정예 요원이라도 쉴 새도 없이 부려 먹기만 하면 언젠가는 탈이 나는 법이었다.
‘흠... 근데 이 친구, 곧 리병철 데리고 먼저 한국 들어온다고 했지? 당분간 CR팀 대부분은 류광택 잔당 추적이랑 비자금 확보하는데 동원해야 해서 가용 병력이 부족할 거 같은데... 일단 강민재 그 친구, 일본 보내놓고 그곳에서 쉬면서 현지 적응이나 하고 있으라고 해야겠군.’
변성일 중장은 일본에 있는 국군정보사 소유, 혹은 국정원 소유의 안가나 건물 목록들을 주욱 검색해 보았다.
‘당장 활동시킬 것도 아니니까 도쿄 옆에 있는 치바, 여기 있는 건물에서 당분간 생활하라고 하는 게 좋겠군.’
그 건물은 치바 시내에 있는 작은 상업 건물이었는데 국군정보사령부에서 그곳 5층을 다른 이의 명의로 임대해 사용하고 있었다.
원래 임대를 할 때 건물주에게는 변호사 사무실로 사용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국군정보사를 비롯한 국내 정보기관원들의 비밀 아지트로 쓰이는 중,
이곳 문을 열고 들어가면 책상도 있고 소파도 있는 일반 사무실로 보이긴 하지만, 그 뒤 가벽이 설치된 곳 뒤편으로는 침실과 샤워를 할 수 있는 화장실 등 숙식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었다.
변호사 사무실이라면서 딱히 방문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의심 갈 법도 한데, 임대료 한 번 밀리지 않고 꼬박꼬박 잘 내서 그런가 건물주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곳에 관해 관심을 보이지는 않는 중이었다.
‘건물주 이름이 나루사와 요시노부... 큰딸이 일본에서 연예인 활동 중이라고? 흠, 설마 강민재 그 친구랑 엮이지는 않겠지? 뭐, 지금까지 여자나 다른 일로 문제 일으킨 적 한번 없는 친구니 이번에도 믿고 보내보지. 게다가 강운예 그 친구 제자였으니...’
문득 컴퓨터 옆으로 눈길이 갔다.
그곳에는 여러 개의 액자가 놓여 있었는데,
그중에는 어떤 키 큰 남자와 단둘이 사복 차림으로 살갑게 어깨동무하고 찍은 사진도 있었다.
국군정보사 시절 강운예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이 친구... 어떻게 잘 지내고 있으려나...?’
변성일 중장은 액자 속 강운예의 모습과 모니터 속 강민재의 사진을 번갈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후 5시, 경기도 우성시 일월촌
이제 가을이 되면서 저녁 5시만 되도 땅거미가 졌다.
밖으로 나갔던 조폭들이 하나둘씩 아지트로 돌아오고,
맨 마지막으로 정배, 경삼, 종만 세 사람이 들어왔다.
그들이 입고 있던 테러복에는 핏물이 잔뜩 묻어 있었다.
테러복이 검은색이라 눈에 잘 띄지 않을 뿐, 옷감을 타고 흘러내리는 붉은 핏물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아 쫌 잘 좀 하라니까 너 이 새끼 때문에 옷 다 버렸잖아!”
“나라고 그렇게 피가 팍 터질 줄 알았겠냐, 새꺄? 쑤시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조폭들은 지금까지 모두 흩어져서 일월촌에 자신들 말고 다른 이들이 숨어있나 훑고 다녔다.
그러다 이 셋이 아지트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작은 집에 숨어 살던 노숙자 하나를 발견했고,
그 자리에서 칼로 처리하고는 시체를 묻어버리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세 사람은 옥신각신하며 피 묻은 옷을 벗어 운용 엄마에게 던졌다.
“아줌마! 이 옷 피 묻었으니까 바로 세탁기 돌려!”
“아...! 아, 네...!”
운용 엄마는 옷에서 떨어지는 피를 보고 식겁했는지 금방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피 묻은 옷을 집어 들고 화장실로 가는 동안,
거실에 앉아 있던 원균이 그들에게 물었다.
“진짜 새벽에 보낸 그 할매 말고도 또 다른 놈들이 있었나 보네. 몇 명이나 담그고 왔는데?”
“한 명이요. 거지 노숙자 같은 새끼였어요.”
“원래 여기 살던 사람은 아니고?”
“집안 꼴 해 놓은 거 보니까 원래 살던 집은 아닌 거 같더라구요. 어우~ 몸에서 피 비린내 나는 거 봐~! 얼른 먼저 씻어야겠다. 보일러 불 올려놨지?”
정배는 팬티까지 벗고 화장실로 들어가려다가,
세탁기를 돌려놓고 나오는 운용 엄마의 커다란 엉덩이와 허벅지를 손으로 주물럭거리며 음탕하게 웃어 보였다.
경삼이 수건으로 얼굴에 묻은 피와 땀을 닦아 내며 물었다.
“참, 다른 형님들은 어디 가셨습니까?”
“도한 형님이랑 선욱 조카는 물건 사러 밖에 나갔고 광이 형님은 딸내미 데리고 안에.”
“오, 아직도 우리 유민이 교육하시는 중이십니까? 그년 어제부터 작살나게 맞아서 어디 부러진 건 아닐까 모르겠네.”
노트북을 들고 앉아 있던 상국이 키득거리며 말했다.
“때려도 몸 상할 정도로 때리지는 않죠. 앞으로 그년 덕분에 여기서 놀면서 떡만 치고 살아도 돈 벌 수 있을 판인데. 우리 소중한 돈벌이 수단을 상하게 하면 안 되죠.”
“응? 그건 또 뭔소리래?”
“어제 유민이 그년 경찰서에서 찍은 영상 하나 거기 그 사이트에 올렸잖아요? 벌써 조회수가 십만 건이 넘었어요. 십만 건!”
“십만 건? 그럼 돈 많이 벌린 거야?”
“유튜브로 치면 거의 백만, 이백만 조회수랑 맞먹을 걸요? 밑에 댓글에도 영어로다가 졸라 이쁜 년 나타났다고, 이년 누구냐고 아주 난리에요, 난리! 한국말로 된 댓글도 엄청 많고.”
“오, 씨발 대박~! 내가 전부터 말했잖아, 유민이 그년이 일본 야동 배우들부터 수백 배는 더 예쁘다고! 역시, 세계인이 보는 눈은 다 똑같네. 크크크크~!”
“그년 영상 찍어 놓은 거 졸라 많으니까, 이제 하루에 하나씩만 올려도 들어올 돈이... 와, 유민이 년 덕분에 우리 졸라 부자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조폭들이 낄낄거리고 있을 때,
원균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미 올린 영상은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 그년 영상 올리는 거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거 같다.”
“엥?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형님?”
“아무리 우리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했어도 유민이 그년 얼굴은 그대로 나오잖아? 그럼, 그년 얼굴 알아본 사람 중에 경찰에 신고라도 하는 사람 생기면... 공연히 골치 아파질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하지 않겠냐?”
“그래도 동영상 하나만 올려도 돈이 얼마인데...”
“우리 쓸 돈은 큰형님이 보내주고 계시니까, 당분간 광이 형님 오더 있기 전에 그년 영상은 또 올리지 마. 인터넷 접속도 조심히 하도록 하고. 알았어?”
“네, 형님...”
상국은 아쉬운 표정으로 노트북에서 손을 뗐다.
마침 다음에 올릴 영상을 편집하고 있었는데,
유민의 입에 보형물 박은 성기를 들이미는 전도한의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를 하던 중이었다.
유민을 거꾸로 달아놓았던 풀업바는 큰방 침대 맞은편으로 옮겨져 있었다.
풀업바 아래에는 어디선가 찾아온 20kg짜리 중량 원판 십여 개로 움직이지 않게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었고,
그 아래 유민이 발가벗겨진 채로 꿇어앉아 있었다.
그녀의 온몸은 멍투성이, 상처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배와 옆구리에까지 시퍼런 멍이 잔뜩 들어 있었고,
얼굴마저도 벌게진 부어 있었다.
그녀의 목에는 가죽으로 된 개목걸이가 걸려있었다.
여기에 쇠사슬을 걸어 풀업바에 매달아 놓은 것.
개목걸이와 쇠사슬 모두 상당히 오래되어 보였다. 쇠사슬은 갈색으로 변해 있을 만큼 녹이 슬어 있었고, 가죽으로 된 개목걸이에서는 개에게서 나는 쉰내가 심하게 풍겨났다.
유민은 그렇게 목이 매인 상태로
두 손마저 등 뒤로 묶인 채 마치 죄인처럼 무릎 꿇고 있었다.
그 앞에는 팬티 한 장 달랑 입고 있는 거대한 몸집의 박광이,
동그란 침대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며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야, 개년아!”
“네, 주인님...”
이제 유민은 그를 주인님이라 부르고 있었다.
“이제부터 네 신분이 뭐라고 그랬어?”
“전 주인님의 암캐...”
“뭐? 왜 말을 하다 말어? 나한테 반말하냐, 이 씨발년아?!”
“아, 아니... 주, 주인님의 암캐에요...”
유민은 흐트러진 머리를 푹 숙이고는 어깨를 들썩이며 울먹거렸다.
“그래, 넌 암캐지? 사람 아니고 암캐지?”
“네, 주인님... 흑흑...”
“그럼 암캐처럼 무릎으로 기어서 나한테 와봐.”
유민은 그렇게 묶인 채로
엉금엉금 무릎으로 기어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철봉에 메인 긴 쇠사슬이 그녀의 등 뒤에서 크게 흔들렸다.
“이제부터 뒈지게 맞기 싫으면 진짜 개처럼 나한테 복종해라, 알았냐, 씨발년아?”
“네, 주인님...”
“자, 그럼 내 발가락부터 빨아봐.”
박광이 한쪽 발을 들어 그녀의 얼굴 앞에 갖다 댔다.
이를 본 유민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하음...!”
그의 엄지 발가락을 혀로 핥기 시작했다.
“그래, 그래, 잘한다, 우리 개년~! 자, 다시 한번 말해봐, 네 신분이 뭐라고?”
유민이 계속 그의 발가락을 빨고 핥으며 대답했다.
“전... 주인님의... 암캐에요... 흐읍...!”
“그래, 넌 이제 내꺼지?”
“네, 전... 주인님... 꺼에요...”
“그럼 성모 그 새끼는 뭐야? 그 새끼는 앞으로 너한테 뭐라고?”
성모 이름에 잠시 멈칫했지만,
그녀는 박광의 눈치를 보며 곧바로 대답했다.
“그냥... 저 버리고 간... 나쁜 새끼요...”
“그렇지? 그 새끼는 나쁜 새끼지? 그럼 너한테는 누구밖에 없다고?”
“저한테는... 주인님 밖에... 주인님 밖에 없어요...”
고개를 숙이고 그의 발가락을 핥고 있는 유민,
마구 헝클어진 채로 앞으로 늘어뜰어진 긴 머리카락 너머,
그녀의 두 뺨 위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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