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5화 〉 유민의 지난 이야기 2027년 9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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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2시, 경기도 우성시 일월촌
조폭들과의 섹스는 새벽 2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다.
녀석들 모두 아무 데나 널브러져 잠이 든 후,
두 여자는 하복부로부터 밀려오는 고통을 간신히 참으며 엉거주춤한 걸음걸이로 화장실로 향했다.
쏴아아아아아...
샤워기로 물을 틀고 온몸을 씻어내 본다.
이제 그녀들의 몸에는 남자들의 체취가 제법 짙게 배 있었다.
서로의 몸에서 흘린 땀과 체액이 마구 뒤섞이며 나는 말로 형용 못할 이상한 냄새는 씻어도 씻어도 계속 남아 있는 기분이었다.
운용 엄마가 바디 워시 거품이 잔뜩 묻은 타올을 건네줄 때,
유민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아줌마...?”
“응?”
“아줌마는 저 아저씨들이랑 하는 거... 좋아요?”
유민이 봤을 때 모텔에서도 그렇고 이곳 일월촌 아지트에서도 그렇고,
운용 엄마가 조폭들과 몸을 섞는 걸 즐기는 것처럼 느껴졌다.
유민의 경우 조폭들이 누으라고 하면 눕고 엎드리라고 하면 엎드려서 그들이 하는 데로 억지고 당하는 편이었다면,
그녀는 자신이 위에 올라가 스스로 몸을 흔드는 등 강제로 당하는 사람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유민의 물음에 운용 엄마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게... 니 눈에는 그렇게 보이니?”
“그냥... 싫어하시지는 않는 것처럼 보였어요.”
“후우... 그래...?”
그녀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에 선욱 청년하고 성부학교 양아치들한테 당했을 때에는 정말 부끄러워 죽어버릴까도 생각했었는데... 그 녀석들하고 원 없이 섹스를 하게 되니까 남편 일찍 보내고 혼자서 애 키우며 외롭게 보낸 시간을 이렇게 보상받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되더라고...”
“...”
“저 사람들, 처음 봤을 때는 몸에 있는 문신 때문에 양아치들보다 더 무섭긴 했는데, 며칠 지내보니 아주 나쁜 사람들은 아닌 거 같아. 확실히 선욱 청년 따라다니던 양아치들보다는 다들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배려심도 좀 있는 거 같고.”
“배려심이요...? 아줌마는 저 아저씨들이 잘 대해 주는 거 같아요? 그리고 아저씨들 거기에 집어넣은 그 이상한 거... 그 우둘두둘한 거 질 안으로 들어올 때 안 아프세요?”
유민은 조폭들의 보형물 넣은 성기가 안으로 들어올 때면 너무 아파 미칠 지경이었다.
조폭들 중에서는 선욱과 유일한 20대 조폭인 준석, 막내에서 두 번째인 상식 이렇게 셋 빼고는 모두 성기에 이상한 튜닝을 해 놓고 있었다.
그런 것들을 입에 넣으면 혀와 볼이 아플 때도 많아서, 유민은 입으로 해줄 것을 강요받을 때면 일부러 성기가 아니라 그 아래 낭심을 핥거나 빨아주곤 했다. 그런다고 해도 결국 조폭들이 그녀의 입에 강제로 튜닝한 성기를 밀어 넣어 버리기 일쑤이긴 했지만.
“나도 처음에는 아팠는데 몇 번 하니까... 그것도 나쁘지 않더라. 색다른 쾌감도 있고...”
운용 엄마는 붉어진 얼굴로 배시시 웃었다.
유민이 다소 실망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아줌마는 앞으로 계속 저 아저씨들이랑 같이 사실 거예요? 아들 있는 데로 도망 안 가고?”
아들이란 말에 운용 엄마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도망? 가기는 가야지. 아들 있는 데로 도망가야지. 하지만 지금은 아닌 거 같아.”
“왜요?”
“어차피 선욱 청년이 나 사는데 알아. 지금 도망가봤자 금방 다시 붙잡힐 거야. 또 아직 전쟁 중이라 어디 갈 데도 마땅치 않고...”
운용 엄마가 조용히 유민의 손을 잡으며 나지막한 목소리 물었다.
“근데 너... 설마 도망갈 생각인 거니?”
유민은 고개를 푹 수그리며 대답했다.
“그러고 싶은데... 잘 모르겠어요. 저 아저씨들이 내가 말 잘 안 듣거나 도망치려고 하면 내가 그 아저씨들한테 강간당하는 영상 인터넷에 다 올릴 거라고 해서...”
“세상에...!”
“도망쳐도 나중에 얼굴도 못 들고 다니게 될 까봐... 그게 무서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영상 올라가면 우리나라 남자들한테 이름하고 얼굴까지 죄다 알려질지도 모르는데... 그래서 도망가고 싶어도 어떡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운용 엄마가 유민의 어깨를 다독여주며 말했다.
“그래, 지금은 전쟁 중이니까 경찰도 우리를 제대로 보호해 주지 못할지도 몰라. 우리, 조금만 참고 여기에 더 있자. 설마하니 저 사람들이 우릴 죽이기나 하겠니?”
“...”
“그렇게 조금만 참고 버티다 보면 분명 도망칠 때가 올 거야. 아님 군인들이나 경찰들이 이리로 저 사람들 잡으러 올 수도 있을 거고. 모든 일에 다 하나님의 때가 있는 거니까 그때까지 조금만 더 기도하며 기다리자.”
그녀는 울먹이는 유민을 위로하며 그녀의 몸에 마저 비누칠을 해주었다.
운용 엄마는 계속해서 하나님이니 기도니 하는 종교적인 단어를 써가며 자신이 이곳에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합리화시키려는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유민은 그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있었지만 그녀의 말에 동의하는 건 아니었다.
‘하나님이 있고 기도도 들어주신다면... 왜 우리가 여기서 이런 짓을 계속 당해야 하는 건데...? 저 아줌마, 기도를 하려면 여기서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겠다고 하는 게 아니라 어서 빨리 구해달라고 기도해야 하는 게 맞는 거 아닐까? 저 아줌마가 하는 말 다 이상해...’
교회에 제대로 다닌 적은 없었지만, 유민이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 운용 엄마가 하는 말을 하나님도 잘했다 말씀하시지는 않을 것 같았다.
오후 4시, 경기도 우성시 일월촌
마두원으로부터 생활비가 입금되고,
사복을 갖고 있던 선욱이 혼자서 밖으로 나가 현금을 찾고 식자재와 생필품들을 사서 일월촌 아지트로 돌아왔다.
“자, 삼촌들이 입을 만한 츄리닝도 몇 벌 사왔어요! 이제 삼촌들 밖에 나갈 때 이거 입고 나가면 되요!”
그는 아울렛에도 들려 평범한 디자인의 큰 사이즈 운동복들도 사왔다.
“오우, 역시 조카 센스 죽이는데~!”
조폭들은 선욱이 사가지고 온 운동복들이 마음에 드는 듯, 이 사람 저 사람 돌려 입어보며 키득거렸다.
그러다 조폭들의 막내 라인인 상식과 준석이 운동복을 입어보았을 때,
“자, 이제 옷 입었으니께 밖에 한 번 다녀와야지? 선욱 조카, 쟤들한테 남은 현금 좀 줘보라고.”
원균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얘들은 왜요? 뭐 더 살 거 있어요?”
“뭐긴 뭐 것어?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거, 그거 있자녀?”
“그게 뭔데요?”
“쏘주 말이여, 쏘주~! 쏘주 안 마신지도 일주일이 다 되어가는 거 같은디. 아야, 가서 소주 한 짝이랑 삼겹살 좀 사오고, 남는 걸로다가 담배도 몇 보루 사오니라.”
“오예~! 삼겹살에 소주~!”
“간만에 고기 구경 하게 생겼네! 크크크크~!”
소주와 삼겹살 얘기에 조폭들이 신이 나서 키득거리고 있을 때,
박광이 밖으로 나가려는 상식과 준석에게 멈춰 세웠다.
“니들, 여기 처음 들어올 때 그 비밀 통로 가는 길 알고 있지?”
“네, 형님.”
“꼭 그리로만 다니고 다른 사람들 눈에 안 띄게 조심해야 한다. 아직도 거리마다 군바리 새끼들 검문소 운영하고 있을지 모르니까 큰길은 피해서 다니고. 알았지?”
“네, 명심하겠습니다. 형님.”
두 사람은 그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는 아지트 밖으로 나갔다.
박광이 바닥에 옆으로 누워 있는 전도한의 엉덩이를 발로 툭툭 차며 말했다.
“앞으로 애들 밖으로 보낼 때 꼭 정신 교육 한 번씩 하고 보내라. 애들 아무 생각 없이 나가다가 군바리들이나 짭새들한테 걸릴 수도 있으니까.”
“으, 응, 그, 그려~”
“그리고 우리 여기 놀러 온 게 아니라 숨어 살고 있는 거다. 그런데 형님 보내주시는 돈 가지고 삼겹살이니 소주니 먹고 싶은 거 좆 꼴리는 대로 다 먹고 풍풍 쓰며 살면 되겠냐, 안 되겠냐? 오늘은 그냥 넘어가지만 앞으로 돈 쓰기 전에 나하고 선욱 조카하고 같이 의논한 후에 꼭 필요한 데만 돈 쓰자고. 알았어?”
“그려, 알았다고~ 앞으로 조심할 테니 염려 붙들어 매~”
전도한은 대충 알았다고 대답한 후,
“이런 니미럴, 삼겹살에 쏘주 먹자는 거에도 졸라 지랄하고 있네, 씨벌~”
고개를 돌리고는 불만스러운 듯 입술을 이죽거렸다.
오후 8시, 경기도 우성시 일월촌
조폭들은 며칠 만에 삼겹살과 소주를 먹으며 기분 좋게 취했다.
십여 명의 조폭들이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돌리다 보니 소주 한 짝은 불과 30분도 안 되어 모두 동이 났고, 정육점에서 사 온 삼겹살 30근도 후라이팬에 굽기 무섭게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거나하게 취한 조폭 몇 놈이 싱크대에서 알몸으로 설거지를 하고 있는 유민에게 다가가 그녀의 엉덩이를 거칠게 잡았다.
“큭큭, 고기도 다 먹고 술도 다 먹었으니 이제 우리 딸래미 먹을 차례지~!”
“자, 우리 예쁜 유민이. 설거지 그만하고 우리랑 연애나 하러 가자~!”
조폭들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침대가 있는 큰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유민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그들에게 끌려 큰 방으로 들어갔다.
언제 왔는지, 이미 그곳에는 운용 엄마가 다른 조폭들과 혀를 부비며 진한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아아, 더 세게... 더 세게 안아주세요...”
“더 세게? 아줌마, 그럼 갈비뼈가 똑 뿌러지게 안아줄께!”
“아줌마 젖탱이가 에어백처럼 너무 커서 암만 세게 안아도 갈비뼈는 안부러질 거 같은데? 크크크~!”
“야~! 우리 거유민도 왔네~! 얼른 와~! 오빠랑 어제처럼 한 판 해야지~!”
“어허! 오늘은 우리가 먼저 유민이 찜했으니까 한발씩 뺄 때까지 쫌만 기다리쇼~!”
큰 방에 들어간 조폭들은 술에 잔뜩 취해 꽥꽥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거실에 앉아 있던 박광은 이 정신없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인상을 험악하게 구기고 앉아 있었다.
“씨발, 저러다가 일월촌 주변 지나는 짭새나 군바리들이라도 있으면 어쩌려고! 야, 들어가서 목소리 좀 줄이라고 해!”
다른 조폭 하나가 가서 박광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술에 취한 조폭들이 제대로 통제될 리 없었다.
그때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오던 선욱이 거실로 나왔다.
“어? 벌써 시작했네? 오늘도 거유민 저년, 삼촌들 자지 보고 질질 싸겠네, 씨발...”
그도 이미 얼큰하게 취한 듯 거실로 오는 발걸음이 갈지자를 그리고 있었다.
선욱은 소파에 쓰러지듯 털썩 주저앉고는,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박광에게 말을 걸었다.
“삼촌~! 삼촌은 왜 맨날 그렇게 심각한 표정이에요? 아까 보니까 술도 별로 안 드시는 것 같더만?”
“우리가 지금 여기 놀러 왔냐? 조용히 숨어 살아야 하는 마당에 이게 뭔 지랄인가 싶어서 그렇지!”
“에이, 이 정도면 조용히 잘 숨어 사는 거죠~! 뭐, 숨어 살아야 하면 평생 술도 못 마셔야 하는 건가? 케케케~!”
선욱은 지 혼자만 좋다고 손뼉을 치며 웃어 댔다.
“근데, 삼촌. 나 진짜 궁금한 거 있는데요.”
“뭔데?”
“삼촌은 왜 여기 와서 한 번도 거유민 저년이랑 아줌마 안 따먹어요?”
그 말에 박광은 양미간을 찌푸렸다.
“아까 말했잖아, 숨어 사는 마당에 이게 뭔 지랄이냐고? 갑자기 너하고 식구들 십여 명을 책임지게 되었는데 저까짓 계집년들이 눈에 들어오겠냐?”
“오오~ 멋진데~?! 이래서 우리 아빠가 삼촌 졸라 좋아하는 건가~?!”
선욱은 좋다고 웃으면서도,
문밖으로 들려오는 유민의 신음소리가 신경 쓰이는지 계속 큰 방 있는 쪽을 힐끔거렸다.
“삼촌, 삼촌은 와이프 있어요?”
“결혼 안 했다.”
“그럼 애인은?”
“그딴거 안 키워.”
“오호, 설마 2D 캐릭터 좋아하거나 남자 좋아하는 거 아니죠? 알고 보니 네즈코 덕후이거나 그런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헤헤, 장난이에요, 장난~ 아니, 거유민 저년이나 아줌마, 남자라면 보자마자 그냥 막 꼴려서 바로 박고 싶은 얼굴이랑 몸매인데 삼촌만 전혀 저년들한테 관심을 안 보이니까 신기해서 그렇죠. 삼촌은 진짜 저년들하고 안 하고 싶어요?”
박광은 대답 없이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한숨만 내쉬었다.
그도 유민과 운용 엄마를 보고 마음이 동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특히 유민의 아름다운 얼굴과 몸매를 보고는 오랜만에 심장이 떨리는 기분까지 들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여자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었다.
어렸을 때 좋아했던 여자아이는 박광의 우락부락하고 험상궂게 생긴 얼굴 때문에 그를 보자마자 울면서 도망가기 일쑤였고,
사춘기 시절 일진이었을 때 만난 여자애들은 입에 걸레가 물려있나 싶을 정도로 입이 걸어서 말로 여러 번 상처를 받기도 했다.
나중 성인이 되고 조직에 들어갔을 때 만난 여자들은 (주로 화류계에 있던 여자들이었다.) 오직 돈만 밝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겉만 번지르르하지 정작 모아놓은 돈도 얼마 없이 마두원이 시키는 대로 나쁜 짓이니 하러 전국을 돌아다니는 박광에게 백이니 보석이니 받을 거 다 받고 빼먹을 데로 다 빼먹고 나서는 ‘내가 널 언제 좋아했니?’ 라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그의 곁을 떠나곤 했다.
그런 일이 계속 반복되다보니 여자를 혐오하고 기피하게 되었다.
정욕을 못 참겠으면 마사지방 등 불법 성매매 업소를 찾아 이를 해소하면 됐지, 굳이 여자를 만나고 사귀고 싶은 생각이 안들었던 것이다.
유민을 처음 보았을 때에도 그랬다.
연예인처럼 예쁜, 아니, 그보다 더 찬란하게 빛날 것 같은 외모.
분명 화류계 여자들 중에서도 유민 만큼 아름다운 여자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그래도,
‘얼굴이 예쁘면 그만큼 얼굴값 하기 마련이지. 경험상 저런 애는 굳이 가까이 할 필요 없을 거 같다.’
조폭들이 너도 나도 그녀의 다리를 벌리고 배꼽을 맞추는 걸 보고는 아예 관심을 꺼버리기로 했던 것이다.
아줌마는 더더욱 그 취향이 아니라서 아예 운용 엄마한테는 눈길조차 보내지 않고 있었다.
그때 그 새벽,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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