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4화 〉 유민의 지난 이야기 2027년 9월 2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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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욱에게 했던 말과 달리
유민은 오피스텔에서 사는 동안 성모와 함께 샤워하는 것은 물론,
지금 하는 것처럼 서로를 씻겨준 적도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성모는 적어도 선욱이 그러는 것처럼 거칠지는 않았다.
그는 따뜻한 물줄기가 흐르는 가운데
뒤에서 그녀를 꼭 끌어안고
귓가에 스윗한 말을 속삭여주며 그녀의 젖은 몸을 부드럽게 터치해주곤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달콤한 입맞춤.
샤워가 끝나면 수건으로 서로의 몸을 닦아주고
행복에 가득 찬 표정으로 함께 침대로 향하곤 했다.
유민은 그때 생각에 또 한 번 눈시울이 뜨거워지려 했다.
이상했다.
아빠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빼고는 지금까지 울어본 기억이 거의 없는데,
이상하게 요즘 들어 무슨 일만 있으면 눈가에 눈물이 차올랐다.
정확히는 지하 유치장에서 전기 고문을 당하고 조폭들에게 윤간당한 이후부터 계속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
고통 어린 시간 들은 누구보다 강했던 그녀의 멘탈마저 산산이 부셔 놓았던 것이다.
오후 6시, 경기도 우성시 일월촌
유민과 운용 엄마가 주방에서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싱크대 주변에는 빈집에서 가져온 쓸만한 냉장고와 전자레인지, 전기밥솥, 소형 가스버너들이 놓여 있었다.
조폭들이 가지고 온 식재료도 있었는데, 쌀과 라면, 식용유와 간장, 고추장 같은 것들이었다. 발전기가 꺼져 있는 다른 집 냉장고에 들어있던 김치나 야채, 다른 식재료들은 대부분 쉬거나 상해 가지고 올 수 없었다.
두 여자는 여전히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태였다.
조폭들은 앞으로도 계속 두 여자를 알몸으로 지내게 할 생각이었다.
그 상태로 눈요기 꺼리로 삼으려는 것도 있겠지만,
옷이 없으면 여자의 몸으로 쉽게 도망갈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운용 엄마는 커다란 전기밥솥 두 개에 밥을 짓고, 유민은 가스버너 세 개에 큼지막한 냄비를 올려놓고 라면을 끓였다.
그렇게 저녁 식사가 만들어지는 동안,
거실에는 박광, 전도한 등 조폭들이 둥그렇게 모여 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조폭들도 대부분 아래에 바지나 사각 트렁크만 입고 있을 뿐, 윗도리는 모두 벗고 화려한 문신을 새긴 몸뚱이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아까 형님으로부터 연락 왔다. 지금 안전한 곳에 계신데.”
박광의 말에 전도한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네, 참말로. 그럼 지금 어디 계시다는겨?”
“공주에 계시다나 봐. 곧 다른 곳으로 옮길 예정이라고도 하셨고.”
“공주? 충남 공주? 흠, 거그라면 조용하고 사람도 별로 없어서 안전하긴 하겄다. 내가 살던 천안 밑에 있는 동네라 거긴 내가 잘 알지. 암.”
박광이 옆에 있던 선욱에게 말했다.
“조카, 형님이 주신 카드 중에 00은행 체크카드, 지금도 가지고 있지?”
선욱이 핸드폰 케이스에 껴놓았던 카드를 꺼내 보였다.
“이거요?”
“응, 이 카드. 이거 은행에 계좌 만들 때 조카 이름이 아니라 다른 사람 명의로 만든 거라며? 맞지?”
“아... 모르겠어요. 저도 아빠한테 카드만 받아서 써왔지, 이거 카드 계좌 있는 통장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요.”
“그럼 비번은 알고 있어?”
“그건 당연히 알고 있죠.”
“오케이, 잘됐네! 형님이 앞으로 이리로 생활비 입금해 주신데. 여기 우리 식구들 다 합쳐 열 명 넘게 있다고 말씀드리니까 돈 넉넉히 보내 줄 테니 걱정말라고 하시더라구!”
조폭들 모두 안심한 듯 굳어있던 표정들이 풀어졌다.
선욱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부에서 아빠 재산 압류할 거라고 아까 인터넷 기사에 떴던데요? 성부학교도 곧 넘어갈 거라고 그러고... 아빠, 우리한테 돈 보내줘도 괜찮데요?”
박광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형님 그런 거 압류 되도 버티는데 전혀 상관 없으셔. 왠 줄 알어? 우리가 한국으로 들어오는 마약 운반이랑 유통은 여전히 꽉 잡고 있거든? 그 사업만 있으면 다른 거 다 넘어가도 별 타격 없으니 걱정 마.”
“정부가 그것까지 건드리지는 않겠죠?”
“정치인 새끼들이나 재벌 새끼들 중에 우리한테 마약 사간 놈이 어디 한두 놈이냐? 지들이나 지들 새끼들이 약쟁이인 거 뽀록 나기 싫어서라도 그건 절대 못 건드리게 할걸?”
“그래도 대통령도 바뀌었다는데...”
“어허~! 이 당이나 저 당이나 정치하는 놈들은 원래 다 똑같아~! 이번에 여당 된 놈들은 다 깨끗하고 마약도 안 하고 나쁜 짓 안 하고 산 놈만 모여있는 줄 알어? 그놈들 중에서 우리한테 약 사가서 여자 옆에 끼고 몰래 빨아 재낀 새끼들, 내가 아는 것만 너댓놈은 넘거든? 그놈들도 다 똑같은 놈들이니 조카는 안심하고 카드 간수나 잘 하고 있어.”
유민과 운용엄마가 조포들이 둘러앉아 있는 탁자 위로 밥과 라면을 담은 그릇과 수저를 날라 왔다.
다 다른 집에서 들고 온 것들이라 그런지 그릇과 수저의 크기와 모양이 모두 제각각이었다.
전도한이 밥과 라면만 그득한 탁자를 보고는 허벅지를 벅벅 긁으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밥상을 보니께 한숨부터 나오네잉~ 계란도 안 든 라면 먹는 건 진짜 군대 이후 처음인거 같은디... 일단 내일 나가서 김치라도 사와야겄서~!”
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정배(지하 유치장에서 유민에게 니킥 맞고 혀 깨물었던 조폭)가 자신의 앞에 라면 그릇을 놔주는 유민의 엉덩이를 추잡하게 주무르며 말했다.
“김치도 사고 부식도 사고, 그것도 사야 안 하겠습니까?”
“그거? 그게 뭔디?”
“아, 콘돔 말이오, 콘돔~ 앞으로 딸래미랑 아줌마 데리고 좆빠지게 연애하려면 미리부터 많이 쟁여놔야 않겄습니까? 조카 있던 모텔에 몇 곽 있던 거 다 갖고 오긴 했지만 그거 가지고는 며칠 가지도 못할 것이고. 여기 사람이 몇 명인디. 히히히.”
그 말에 조폭들이 야릇한 눈으로 두 여자를 쳐다보았다.
이제 유민과 운용 엄마는 자기 몫의 라면 그릇을 들고 탁자 끄트머리로 가서 앉으려 하고 있었다.
그녀들은 자신들을 보는 조폭들의 음흉한 눈빛을 피해 고개를 푹 수그린 채 밥 말은 라면 국물을 조용히 떠먹었다.
운용 엄마 옆자리에 앉아 있던 조폭 하나가 한 손에 쥐어지지도 않을 정도로 커다란 그녀의 젖가슴을 마구 주무르며 희롱해도,
그녀는 싫은 내색조차 하지 못하고 묵묵히 수저만 뜰 뿐이었다.
“식료품 사는 것도 우선이지만 우선 옷부터 사야 되는 거 아닙니까?”
다른 지역에서 온 조폭들의 우두머리 격인 원균이 박광을 바라보며 말했다.
박광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옷? 옷은 왜?”
“지금 우리 입고 있는 거 보십시오. 다 애국청년 십자군인가 뭔가 할 때 입던 테러복 차림 아닙니까?”
그의 말대로 조폭들 모두 군복과 유사한 검은색의 테러복을 입은 상태였다.
우성경찰서 도망쳐 나올 때 너무 경황이 없어서 각자 짐을 제대로 챙겨 나온 사람은 없다시피 했다.
만약 물건 사러 일월촌 밖으로 나갈 때 그런 옷차림으로 하고 나가게 되면 사람들 눈에 너무 쉽게 띄게 될 것이 뻔했다.
박광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네, 진짜 밖에 나갈 때 입을 만한 옷도 몇 벌 사놔야겠네... 그럼 일단 밥부터 다 먹고 다들 뭐 필요 한지, 뭐부터 사야 할지 생각나는 대로 적어서 나한테 줘봐봐.”
“네, 형님~!”
조폭들은 뜨끈한 라면에 밥을 발아 게걸스럽게 푹푹 잘도 퍼먹었다.
밥 먹고 소화도 다 되기 전,
조폭들은 또 누가 먼저 유민, 운용 엄마와 섹스를 할지 순서를 정하고는,
그녀들을 데리고 침대가 있는 큰 방으로 들어갔다.
“아... 아... 음... 아...”
“아, 하악~! 아! 하앗~!”
두 여자의 거친 신음 소리가 거실까지 들려왔다.
“씨발년, 저럴려고 내가 같이 살자니까 아무 말 안 했던 거구만? 씨발 개걸레 창녀 같은 년...!”
선욱은 이를 뿌득뿌득 갈며 나지막히 욕설을 중얼거렸다.
잠시 후,
가장 먼저 큰 방에 들어갔던 전도한이 땀을 뻘뻘 흘리며 밖으로 나왔다.
“어따~! 인제 9월인디도 빠구리 한 번 뛰고 나오니까 아주 그냥 사우나 한번 드갔다 나온거마냥 더워 미치겄네, 시방~! 야들아, 내일 빈집 뒤질 때 에어컨이나 선풍기 쓸만한 거 있으면 몇 개 가지고 와야쓰것다. 히히히~”
그는 목이 탔는지 냉장고에 있던 국산 맥주 (이 역시 다른 집에서 가져온 것)를 꺼내 단숨에 들이켰다.
전도한이 거실 소파에 앉자 옆자리에 있던 선욱이 살짝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물었다.
“삼촌!”
“응? 왜, 조카?”
“유민이요, 저 방에 있는 거유민. 경찰서에 있을 때 저년한테 진짜 어떻게 하신 거예요?”
“어떡하긴 뭘 어땨~ 조카가 해달라는 대로 말 잘 들을 수 있게 교육했다고 했자녀~”
“아니 그건 아는데, 근데 그게 어떤 교육이었냐구요?”
“어떤 교육이었냐구? 응, 그것이... 몸의 대화를 통한 사랑의 교육? 크크크크크크~!”
전도한은 사각팬티만 입고 있는 사타구니를 손으로 긁적이며 킬킬거렸다.
“삼촌 실력 알잖여~? 유민이 저년 말고도 전에 그 대학생 년도 그렇고 다른 년놈들도 모두 고분고분해지게 만들었던 거.”
“그야 저도 봐서 잘 알죠! 근데, 경찰서 지하 감옥 같은데 계속 잡혀 있으면 누구 나 다 삼촌들 말 잘 들을 수밖에 없을 거 같긴 한데요, 우린 지금 쫓기고 있는 중이잖아요? 유민이 저년도 그걸 모를 리가 없는데, 어떻게 이런 상황에도 도망칠 생각도 안 하고 저렇게 삼촌들한테 계속 다리 벌려주는 거죠? 진짜 삼촌들 쟤한테 따로 뭐... 이상한 짓 같은 거 한 거 아니죠?”
“이상한 거는 무슨~ 아, 특별히 한 건 하나 있긴 하지!”
“그게 뭔데요?”
전도한이 킬킬거리며 대답했다.
“우리 말 안 들으면 저년 미래에 어떻게 될지 똑똑히 가르쳐 줬거든.”
전도한이 장롱 속에 있던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보여 주었다.
우성경찰서에서 쓰던 노트북과 하드디스크들이었다.
유민이 우성경찰서 지하에서 고문 전담 조폭들에게 온몸에 더러운 낙서를 당한 채 윤간을 당하던 때,
삼각대에 올려진 핸드폰을 통해 그 장면들은 모두 생생하게 녹화되고 있었다.
그렇게 기절했다 깼다를 반복하며 계속 범해지기를 몇 시간,
“물... 물 좀 주세요... 저 너무 목 말라서 그래요...”
얼굴에 온통 정액투성이가 된 유민이 우는 소리로 애원했다.
“얘 지금 물 달라는데?”
“큭큭, 그럼 줘야지. 돌림빵 당하느라 힘들 텐데.”
조폭 하나가 생수병을 가지고 바닥에 엎드려 거친 숨을 내쉬고 있는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자, 핥아 마셔.”
그는 킬킬 웃으며 생수병에 있던 물을 바닥에 쏟아버렸다.
유민은 곧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바닥에 고인 물을 입으로 먹기 시작했다.
“개 같은 년, 핥아 먹는 것도 잘 하네. 크크크~!”
“야, 이것도 찍고 있냐?”
“당연하지! 와, 자세 죽이는데? 킥킥킥.”
조폭들의 조롱하는 소리에도
그녀는 몸을 납작 엎드린 채 바닥의 물을 계속 핥아먹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거라도 마시지 않으면 정말 목이 말라 죽을 것 같았으니까.
뒤에서 담배를 피우며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전도한이 웃으며 생수병을 들고 일어났다.
그녀 앞으로 간 그는 자신의 사타구니 사이에 생수병을 끼웠다.
“야, 아가. 그거 먹지 말고 이거 먹어봐.”
그가 유민을 일으켜 앉혔다.
“아...”
유민은 마치 남자 성기마냥 다리 사이에 불쑥 튀어나와 있는 생수병을 보고는 부끄러운 듯 손으로 입을 가렸다.
“뭐여? 이거 마시기 싫어? 그럼 계속 바닥에 있는 거 핥아먹을겨? 뭐 어떡할겨?”
그녀는 결국 그의 앞에 무릎을 꿇은 자세로,
다리 사이에 꽂혀 있는 생수병에 입을 대고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멀리서 보면 마치 남자에게 오럴섹스를 해주는 것과 똑같이 보일 정도였다.
“와! 형님은 역시 천재십니다!”
“앵글 미쳤다! 진짜 이런 거 폰헙 같은데 올리면 조회수 끝장나겠는데요!”
조폭들은 휘파람을 불며 깔깔거렸다.
그녀가 물을 다 마셨을 때,
전도한이 그녀의 머릿채를 잡으며 물었다.
“야, 아가. 너 장래 희망이 뭐여?”
“...”
“나중 커서 뭐 되고 싶었냐고?”
“저... 여군이요.”
“여군? 너처럼 예쁘게 생긴 애가 무슨 여군을 한다고 그랴~ 딴거 해도 돈 많이 벌 것 같구만. 너 텐프로 같은 거 할 생각 없냐? 네 와꾸에 그거 하면 월 천, 아니, 월 2,3천은 그냥 벌 수 있을지도 모르는디. 히히히.”
그러자 옆에 있는 조폭들이 야유를 퍼부었다.
“아니, 이제 저년 남자 맛 제대로 알았으니 하드코어 같은 데 가야죠!”
“미러룸 같은데 가도 돈 많이 벌 거 같은데요? 크크크크~!”
유민은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하고 그저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
전도한이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을 이었다.
“암튼 장래 희망이 여군이다... 아가, 지금까지 여그서 너가 오빠들이랑 떡치고 논거 다 영상 찍어 놓은 거 알고 있쟈?”
“...네.”
“그 영상, 하나라도 인터넷에 올라가면 어떻게 될 거 같어?”
“...”
“우리나라 같은 인터넷 강국에서, 네 야동 퍼지는 건 시간 문제겠지?”
“...”
“게다가 우리나라 60만 장병들, 그 팔팔한 청춘들 중에 야동 안보는 놈이 몇이나 있겄어? 60만명이면 60만명. 죄다 야동 보겄지? 현역 만 아니라 방위, 공익들도 다 야동 보겄지?”
“...”
“그럼 아가, 한 번 생각해봐. 너가 여군 갔을 때 우리나라 60만 장병 모두가 다 네가 나오는 야동 다 봐서 네 예쁜 얼굴은 물론 네 잘 빠진 몸매까지 다 알고 있으면 어떻게 될지 말이여.”
“...”
“걔들이 네 군복에 있는 계급을 보겄어? 아님 군복 속에 가려진 내 죽이는 몸매를 보겄어? 그리고 장병들만 너 보고 침 질질 흘리겄어? 군대 니 상관들도 너 나오는 야동 다 봐서 너 따먹고 싶어 미쳐할껄? 크크크.”
유민은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그녀의 뺨으로 굵은 눈물 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전도한이 그녀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러니께, 이 오빠들이 네 야동 인터넷에 올리게끔 하고 싶지 않으면... 앞으로 오빠 말 잘 들어. 저번처럼 미친개마냥 날 뛰지 말고... 알아들은겨...?”
“네...”
유민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간신히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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