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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춘추 - 리부트-183화 (183/217)

〈 183화 〉 유민의 지난 이야기 ­ 2027년 9월 2일 (2)

* * *

선욱이 유민을 처음 보았던 건 우성시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폭동을 일으키던 날,

7월의 첫날 때였다.

유민과 영록을 구해 교회로 돌아온 후,

선욱이 성모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아까 그년 엉덩이 봤냐? 청바지 라인 완전 미쳤더라 씨발~”

성모도 마냥 잰틀하기만 하던 표정을 싹 바꾸고 킬킬거리기 시작했다.

“미드라인은 어떻구? 티셔츠에 핏된 거만 봐도 C컵, 아니 D컵은 되겠더라. 킥킥킥.”

“진짜 빨리 빨가벗겨보고 싶어서 미쳐버릴 거 같네. 이따가 밤에 교회 창고로 끌고 가서 따먹어 버릴까?”

“야, 그년 내가 먼저 찜했다. 이번엔 중간에 건들기 없기다.”

성모의 말에 선욱은 성난 표정으로 눈을 잔뜩 부라렸다.

“뭐? 그런 법이 어딨어, 새꺄?!”

“전에 클럽에서 만난 걔, 걔 따먹을 때 너한테 먼저 양보했잖아?”

“누구, 꽐라 만들어서 모텔로 끌고 갔던 년? 야! 그년이랑 이년이랑은 다르잖아?”

“다르긴 뭐가 달라, 임마~ 이번엔 내가 먼저 대시할 테니까 넌 다음 기회에, 알았지? 큭큭.”

선욱이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뭐라 대꾸하려 할 때,

갑자기 그들 있는 곳으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폭동을 피해 교회로 숨어들어온 이들이었다.

“자, 편하신 곳에 앉아서 쉬고 계세요. 교회는 안전하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전도사 등 교회 부교역자들이 그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선욱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성모는 유민을 교회 대예배당으로 데리고 가 다친 손에 약을 발라주었다.

‘씨발, 저런 건 내가 먼저 해줬어야 했는데...’

선욱은 먼발치에서 다정하게 이야기 나누는 두 사람을 지켜보며 나지막한 소리로 욕설을 지껄였다.

두 사람 옆에 자그마한 체구의 영록도 함께 앉아 있었지만,

오로지 유민에게만 정신이 쏠려 있어 그랬는지, 그때는 그의 존재에 대해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그 다음 날 저녁,

유광수 목사가 교인들 몰래 교회를 빠져나가려는 계획이 논의되고 있을 때,

교회 부목사가 선욱에게 성모를 찾아오라 시켰다.

당시 빨치산들이 기지국 시스템을 다운시키는 바람에 우성시 사람들의 핸드폰이 모두 먹통이 되어 있었다.

직접 찾는 거 외에 연락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던 것.

‘아, 왜 귀찮게 나한테 이런 걸 시켜? 내가 무슨 성모 씨다바리도 아니고. 개좆같네, 씨발~!’

선욱을 씨부렁거리며 성모를 찾아 돌아다녔다.

중고등부실이 있는 교육관 7층에 도착했을 때,

웬 비쩍 마른 찐따 같이 생긴 녀석 하나가 중고등부실 문틈 사이로 그 안을 훔쳐보고 있었다.

“야, 이 안에 성모 지대장 있냐?”

녀석은 경기를 일으키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때도 선욱은 그 녀석이 유민과 함께 있던 영록이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기억력 좋은 머리를 가진 것도 아닌 데다가 관심 없는 사람의 얼굴이나 이름을 머릿속에 저장해 놓는 걸 극혐하는 타입이라, 몇 번 보고도 아까 걔가 얘인지 전혀 구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나중 성부학교에서도, 그리고 우성경찰서에서도,

영록을 보고 그때 우성제일교회에서 본 적 있는 사람이었다는 걸 기억하지 못했다.

“야, 성모야, 여기서 뭐 하... 응?”

중고등부실 안으로 들어갔을 때,

선욱은 성모와 우민 두 사람이 나란히 책상 위에 걸터앉아 있는 걸 보고,

그리고 그의 손이 그녀의 손등 위에 있는 걸 보고,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질투심이 끓어올랐다.

“응? 왜, 무슨 일 있어?”

니가 여기 왠 일? 이러는 것처럼 빙글빙글 웃는 얼굴로 돌아보는 성모.

선욱은 붉어진 얼굴로 간신히 대답했다.

“...야, 목사님이 너 지금 목회실로 오래. 빨리 가봐, 새꺄.”

“아빠가? 응, 그래. 유민아, 너도 같이 갈래?”

“네, 오빠!”

유민은 벌써 그를 보고 오빠라고 부르고 있었다.

두 사람이 다정하게 어깨를 맞대고 밖으로 나가고,

선욱은 무언가 패배한 것 같은 기분에 아무 죄 없는 중고등부실 책상을 발로 차 넘어뜨렸다.

유광수 목사가 빨치산들에게 잡혀가고 성모와 선욱, 애국청년 십자군 학생들만 간신히 성부학교로 도망쳐 들어온 바로 다음 날,

성모는 선욱 등 아이들이 숨어 있는 교실로 아침이 다 돼서야 돌아왔다.

“어디 있다 왔냐? 밖에 시청에서 밥 갖다주는 사람들 왔다는데 걸리면 어쩌려고 돌아다녀?”

선욱의 물음에 성모는 히죽히죽 웃으며 손으로 아랫도리를 슥슥 문질렀다.

“야, 나 그년 따먹고 왔다? 크크크.”

제 아버지는 빨치산들에게 잡혀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어찌 되었는지도 모르는 판에,

아들이라는 놈은 어젯밤 유민과 관계를 맺은 일을 자랑스레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선욱은 어제 새벽 두 사람이 교무실이 있는 곳으로 함께 올라가던 게 떠올랐다.

“누구, 그 유민이란 년?”

“응, 와~ 그년 생각했던 것보다 몸매 죽이더라, 무슨 남미 모델인줄? 허리는 가는데 가슴하고 엉덩이는 아주... 미쳤어, 완전. 아이돌 중에서도 저런 애는 없을거다, 진짜.”

그는 어제 유민과 어떻게 키스를 나누었고, 또 어떤 자세로 섹스를 했는지 손짓 발짓 다 해가며 신이 난 표정으로 설명해주었다.

이를 듣던 선욱이 샘 나는 걸 간신히 참으며 말했다.

“야, 난 그년 언제 따먹게 해 줄 거냐?”

“응?”

“너 한 번 따먹어 봤으니까 나도 따먹어 봐야지. 언제 나한테 넘겨줄 거냐구?”

성모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걔랑 나랑 지금 엔조이 모드가 아니라 연애 모드거든? 넌 쫌 더 기다려야 할 거 같은데? 킥킥.”

“야, 씨발! 우리 사이에 원래 그런 거 없었잖아?”

“예외도 있을 수 있는 거지~ 백 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킹갓 엠퍼러 제너럴 충무공 마제스티 급 미소녀인데, 나도 뽑아먹을 만큼 뽑아 먹어봐야 할 거 아냐~ 암튼 쫌만 더 기다려봐. 얼마만 더 갖고 놀다가 너한테도 넘겨줄 테니까~ 크크크~!”

“...약속 지켜라, 나 진심으로 기다린다.”

“그래라, 크크크큭. 야, 담배나 피러 가자.”

성모는 선욱과 어깨동무를 하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 오후 3시, 경기도 우성시 일월촌

“...성모 그 새끼, 어차피 너 쫌 먹다 버릴 생각이었다고. 넌 그냥 그동안 그 새끼 진짜 모습도 모르고 속고 살았던 거고.”

선욱의 말에 유민의 눈가는 붉어지고 있었다.

“...야, 이제 앞으로 그 새끼는 잊고 나하고 살자.”

그가 그녀의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까딱거리며 말했다.

“니가 그렇게 하겠다고만 하면, 앞으로 삼촌들이 너 더는 못 건드리게 해줄게. 넌 나하고만 연애하면 돼.”

“...”

“여기서 좀 있다가 우리 아빠 있는데 가게 되면 앞으로 네 인생 편하게 살 수도 있어. 왜, 우리가 지금 쫓겨 다니니까 불안해? 걱정하지 마. 우리 절대 안 잡혀~! 우리도 안 잡히고 우리 아빠는 더더욱 안 잡혀~! 아니, 안 잡히는 게 아니라 군바리건 짭새들이건 절대로 못 잡아~! 왜인 줄 알아? 우리 아빠, 아직도 뒤봐주는 정치인이랑 재벌들, 빽 졸라 많이 있거든? 우리 아빠가 입만 뻥긋하면 모가지 날아갈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서 다들 우리 아빠 도와줄 수밖에 없다고~!”

“...”

“그러니까 나하고 살겠다고 말만 하라고. 응?”

“...”

“아니면 고개만 끄덕이던가.”

하지만 그녀는 그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옆으로 돌릴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있었다.

“씨발년...”

선욱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왜, 아직도 성모 그 새끼 못 잊어서 그래? 그 새끼가 무슨 백마 탄 왕자처럼 널 구하러 올 거 같아? 그럴 일 지구가 멸망하는 날까지 절대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얼른 꿈 깨는 게 좋아! 아니면, 내가 지금 거짓말이라도 하고 있는 거 같아? 정 못 믿겠으면 성모한테 국제전화라도 걸어줘? 그 새끼 진심이 뭔지 확실히 알게 해 줘야 속이 시원하겠냐고~!”

그가 거칠게 목덜미를 잡고 흔드는 바람에,

그동안의 고난으로 다리가 많이 풀려 있던 유민은 그 자리에 풀썩 힘없이 주저앉고 말았다.

선욱이 그녀의 허벅지 안쪽을 움켜잡으며 성난 표정으로 말했다.

“뭐, 그것도 아니면 그동안 삼촌들하고 떡 치는 거에 맛 들려서 내 자지 하나로는 만족 못할 거 같아서 그래? 진짜 그런 거냐, 이 씨발 걸레 창녀 같은 년아?! 삼촌들 튜닝한 자지만 보면 질질 싸던 거 보니까 맞는 거 같은데? 그래서 대답 안 하고 있는 거냐고, 개 같은 년아?!”

그는 그녀의 뒤로 묶은 머리채를 붙들고 마구 흔들며, 마치 때리기라도 하려는 듯 머리 위로 손을 치켜들었다.

선욱이 갑자기 언성을 높이는 바람에, 맞은편 보일러실에 있던 조폭들이 모두 나와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조카, 온수 나온다. 그만 열 내고 먼저 씻어. 조카 씻고 나오면 다른 삼촌들도 불러서 샤워시키게.”

박광이 안 되겠다 싶었는지 큰방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선욱은 그제야 자신이 지나치게 흥분했다는 걸 깨닫고 괜스레 헛기침했다.

“헛, 헛! 아, 네. 그럼 먼저 씻을게요!”

그는 위에 입고 있던 티셔츠를 벗어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휙 집어 던졌다.

그리고 샤워실로 가려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얘 모텔 있을 때에도 못 씻었는데, 데려가서 같이 씻을게요!”

“그러던지. 안에 데려가서 때리지는 말고.”

“아, 안 때려요~! 그냥 같이 씻으려는 거예요~! 왜, 사람을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려고 그러세요~?”

“알았다, 알았다. 알았으니 후딱 데리고 들어가. 저거 발전기 얼마나 오래 온수 뽑아낼 수 있는지 아직 모르니까 둘이 너무 오래 씻지 말고.”

“네, 삼촌!”

그는 바지와 팬티까지 쓱 벗어 던지고는,

유민의 엉덩이를 붙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우와, 딸래미랑 샤워...?”

조폭들은 반투명 유리로 된 미닫이문을 열고 알몸의 유민을 데리고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는 선욱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화장실 조명은 희한하게도 붉은빛이 도는 전구와 램프로 되어 있었다.

딱 불법 성매매하는 마사지 업소 같은 데에서 많이 쓰는 물건이었다.

오래되어 보이는 칙칙한 색의 화장실 타일 바닥 위에는 다양한 종류의 샴프와 린스, 바디워시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었다. 조폭들이 빈집들을 뒤져 가지고 온 것들이었다.

“자, 이리 와봐!”

선욱은 긴 타올에 바디워시를 듬뿍 따라 거품을 낸 뒤 유민의 몸을 닦아 주었다.

목과 등부터 시작해서,

탄력있는 커다란 가슴과 배를 지나,

그녀의 치부와 엉덩이까지.

타올을 든 손은 물론

반대편 손도 그녀의 부드럽고 매끄러운 몸을 만지느라 정신이 없었다.

“씨발, 닦아주기만 해도 막 서네...”

선욱의 그것은 벌써 딱딱하게 세워져 있었다.

그녀의 몸에 거품을 발라준 후,

그가 타올을 건네며 말했다.

“자, 이제 니가 나 닦아 줘야지?”

유민은 아무 말 없이 타올을 받아든 후,

그의 뒤로 가 등을 닦아주기 시작했다.

그녀가 이제 앞으로 돌아오려 하자,

“자, 앞쪽은 이렇게 씻겨줘봐!”

그는 자신의 등 뒤에 있는 그녀의 양손을 겨드랑이 사이로 쑥 잡아당겼다.

“어멋...”

그녀의 몸이 밀착되고,

커다란 젓가슴과 볼록한 유두가 그의 등에 부드럽게 눌려오는 게 느껴졌다.

“히히, 앞은 그렇게 뒤에서 안고 닦아줘야지!”

선욱은 타올을 쥔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몸을 슥슥 닦다가,

손 위치를 점점 밑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자, 그 자세로 거기도 닦아줘 봐!”

유민은 낯이 뜨거웠던지 아예 고개를 옆으로 돌려버린 채,

그의 손이 이끄는 대로 타올로 그의 성기를 감싼 채 이리저리 흔들고 있었다.

툭 튀어나온 포경수술 받은 귀두까지 하얀 거품에 푹 빠져 있었다.

“너, 성모랑 이런 거 해본 적 있어?”

“...없어요.”

유민은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럼 이런 건?”

선욱이 몸을 홱 돌렸다.

그리고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는,

다리 사이로 성기를 들이밀었다.

“헉! 아, 안 돼...!”

유민은 그가 콘돔도 없이 바로 삽입하려는 줄 알고 깜짝 놀라 그의 몸을 밀어내려 했다.

“박아주려는 거 아냐, 병신같은 년아~! 그냥 기분 좋게 해주려는 거라고~!”

선욱은 음경을 그녀의 안으로 집어넣지 않고,

음문 주변에 대고 비비는 중이었다.

두 사람의 몸에 묻은 거품이 비누방울이 되어 떨어지고,

“음...”

유민의 입에서는 저도 모르게 작은 교성이 흘러나왔다.

“왜, 느껴져? 막 하고 싶어지지, 그치?”

“...”

“씨발년, 입 벌리고 혀 내밀어봐.”

그녀는 아무 말 없이 혀를 밖으로 내밀었다.

그의 못생긴 얼굴에 달려 있는 거친 입술과 냄새나는 혓바닥이 그녀를 덥쳐오고,

그녀는 두 눈을 꼭 감은 채 원하지 않는 키스와 전희를 당하고 있었다.

입에서는 자동적으로 알 수 없는 소리가 터져나오곤 했지만,

들뜨거나 기쁜 감정이라고는 조금도 들지 않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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