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2화 〉 유민의 지난 이야기 2027년 9월 2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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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경기도 우성시 일월촌
일월촌 안으로 숨어들어온 조폭들은 박광의 지휘하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우선 그들은 일월촌의 빈집들을 뒤져 소파, 탁자, 이불 등 세간살이들을 아지트로 가지고 왔다.
다행히 사람들이 떠난 지 얼마 안 되어 쓸만한 물건들이 제법 많았다.
침대도 하나 발견했는데 러브호텔에나 있을 법한 크고 동그란 모양의 침대였다.
“여기 살았던 놈들 다 거지새끼들 아니면 외국인 노동자들이었다며? 근데 이런 침대가 여기 왜 있냐?”
“이 안에서도 몸 파는 년들이 있었겠지. 이런 침대는 딱 그런 용도 아니면 어떤 미친놈이 사서 쓰겠냐?”
“야, 이 침대 우리가 가져가서 쓰자! 이 위에다 우리 예쁜 거유민이랑 거유 아줌마랑 눕혀 놓고 아주 그냥... 생각만 해도 쌀 것 같네, 씨발~”
조폭들은 킬킬거리며 침대를 들고 아지트로 향했다.
이곳에 들어온 조폭들 절반은 전도한과 함께 지하 유치장에서 사람들 고문하는 일을 전담하던 자들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경찰서에 남아있던 조폭들이 계엄군이 쳐들어온다는 소리에 놀라 혼비백산 도망칠 때 어쩌다가 전도한 일당을 따라나섰던 다른 지역에서 온 자들이었다.
마두원의 조직이 나라 안에서도 손꼽히는 전국구 조직이라 같은 식구들일지라도 대부분 서로 얼마 전까지 얼굴 한 번 보지 못했던 사이였는데,
함께 도망치다 만나 모텔에서 사이좋게(?) 유민과 운용 엄마를 두고 구멍 동서 관계까지 맺게 되자 금방 의형제 이상 가는 의리로 똘똘 뭉치게 되었다.
“야, 너 이거 봤냐? 모텔에 있을 때 찍은 건데...”
한 녀석이 핸드폰으로 모텔에서 유민과 운용 엄마를 나란히 엎드리게 한 후 조폭 둘이 동시에 뒷치기 하는 동영상을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
그러자 전도한과 같이 지하 유치장에 있던 다른 녀석이,
“야, 거기서 했던 건 졸라 소프트 한 거야. 이 정도는 되야 하드코어지. 큭큭큭.”
라며 자신의 핸드폰에 담긴 영상을 보여주었다.
온몸에 잔뜩 낙서를 당하고, 그것도 모자라 희뿌연 정액으로 범벅이 된 유민이 지하 유치장에서 윤간당하는 장면이었다.
“와, 씨발~! 이건 언제 찍은 거냐?”
“얼마 전에 경찰서 있을 때. 그놈의 군바리 새끼들만 아니었으면 거기서 거유민 년 데리고 졸라 재미있는 거 더 많이 할 수 있었을 텐데, 쩝.”
“와, 씨발 부럽네... 나도 그때 거기 있었어야 하는 건데, 와...”
조폭들은 유민의 동영상을 돌려보며 낄낄거렸다.
양심의 가책 같은 건 조금도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아지트에 살림살이 들여놓는 바쁜 와중에도 박광은 매시간 두 사람씩 일월촌 밖을 내다볼 수 있는 곳으로 보내 경계를 세웠다.
일월촌으로 접근하는 군인들이나 경찰들이 있는지 감시하기 위해서였다.
경계를 서러 가는 이들에게는 꼭 총과 실탄을 챙겨가게 했다.
경찰서에서 도망 나오던 날, 전도한은 차 트렁크에 있던 누군가의 낚시 가방에 M16 소총 몇 자루와 실탄이 가득 든 군용 박스를 넣어 나왔다.
혹시 군인들에게 붙잡힐 것 같게 되면 총격전도 불사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조폭들이 쓸만한 물건들을 찾으러 다니는 동안
유민과 운용 엄마는 아지트에 남아 청소를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을 감시하는 일은 마선욱이 맡았다.
“야, 더 정성스럽게 안 닦어? 더러운 외노자 새끼들 살았던 곳일 수도 있으니까 냄새나지 않게 빡빡 잘 닦으라고~!”
선욱은 무릎 꿇고 엎드려 열심히 걸레질하는 두 여자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후려치며 히죽거렸다.
그녀들은 이곳에 도착 하자마다 옷을 빼앗기고 다시 알몸 상태가 되어 있었다.
선욱은 한참을 따라다니며 그녀들의 벗은 몸을 마구 희롱했다.
그러다 이제 싫증 났는지, 조폭들이 가지고 온 기다란 소파에 편히 기대고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두 여자는 그를 피해 침대가 놓여 있는 큰 방으로 들어갔다.
함께 방바닥을 닦던 중,
“...이름이 어떻게 되니?”
운용 엄마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먼저 말을 걸었다.
“저... 기유민이요...”
유민도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아직 어려 보이는데, 몇 살이니?”
“00살이요...”
“세상에, 정말...?! 몸은 많이 성숙해도 얼굴이 너무 앳되 보여서 설마설마 했는데 역시...!”
유민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떨굴 뿐이었다.
운용 엄마가 다시 물었다.
“넌 어쩌다가 저 사람들한테 끌려 왔니?”
“저... 잘 모르겠어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성모가 자신을 선욱에게 넘기고 떠나면서 이렇게까지 되었다는 걸,
도저히 자기 입으로 설명할 수 없었다.
운용 엄마가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잘 모를 수도 있지. 전쟁 중이니까... 별의 별 일 다 일어나는 전쟁 중이니까...”
“...아줌마도 끌려 오신 거예요?”
“응? 으응...”
“아줌마는 왜 끌려 오셨어요?”
유민의 물음에 운용 엄마는 한참 만에 간신히 입을 열었다.
“아들이 빨치산들 도와주다가 잡혔어. 물론 빨치산들 좋아서 도와준 건 아니고... 밖에 저 청년이 아들 살리고 싶으면 자기가 하라는데로 하라고 해서 그만...”
“선욱 오빠가요?”
“응...”
“그럼 아들은 지금 어디 있어요?”
“집에 있을 거야.”
“남편분 하구요?”
“아니... 남편하고는 십여 년 전에 사별했어. 그동안 혼자서 아들을 키웠었지.”
“아... 죄송해요...”
“아니, 괜찮아. 다 지난 일인걸?”
“그럼 아들 혼자 있어도 괜찮아요? 아들은 몇 살인데요?”
“지금 중학생이야. 혼자서 밥 해먹을 지는 알아. 근데... 네 부모님들도 네가 붙잡혀 온 거 알고 계시니?”
그녀의 말에 유민은 금방 울먹이려는 표정을 지었다.
“저 원래 서울 살았는데, 서울에 북한군 미사일 떨어지던 날 부모님 두 분 다 그 때 돌아가셨어요...”
“저런... 그랬구나... 그런데 어쩌다 우성까지 오게 된 거니?”
유민은 정부 관계자의 전화를 받은 후 버스를 타고 우성시의 성부학교로 오게 되었던 이야기와, 애국청년 십자군에 들어가게 된 이야기까지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애국청년 십자군이란 말에 운용 엄마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나도 그 광고전단 본 적 있어. 보기엔 그럴싸해 보이지만 거기 있는 애들 대부분 밖에 있는 청년처럼 성부학교 다니는 애들이라 절대 좋게 안 보였었거든.”
“선욱 오빠나 성부학교 다니는 애들 중에 나쁜 애들이 그렇게 많았나요?”
“거의 다 질 안 좋은 애들만 모여 있었지. 내 아들 때리고 괴롭히던 애도 있었고, 교회에서나 학교에서 여학생들 성추행하고 다니는 애들도 있었고... 내가 들은 얘기로는 담임목사님 아들도 엄청 문제 많았다고 알고 있어.”
그 말에 유민이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담임목사님 아들이면... 성모 오빠요?”
“목사님 아들 이름이 유성모 맞을 거야. 그 청년, 어려서부터 교회에서나 성부학교에서나 여학생들한테 나쁜 짓 엄청 하고 다닌 걸로 이 동네에서 유명했어.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목사님하고 사모님이 여자애 부모한테 합의금 주고 유야무야 넘어간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하고. 어쩜, 아버지 얼굴에 먹칠을 해도 유분수가 있지 어떻게 제 아버지가 담임목사로 있는 교회에서 그러고 다녔나 몰라?”
유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럼 어제 선욱 오빠가 한 말이 모두 거짓이 아닐지도 몰라...’
그녀가 무언가 물어보려 할 때,
“이것들이 안 보고 있으니까 여기 짱 박혀서 노가리나 까고 있어~?! 아줌마! 아줌마는 저 방 가서 청소해!”
선욱이 나타나 버럭 소리를 질렀다.
운용 엄마는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조아리며 걸레를 들고 얼른 다른 방으로 건너갔다.
이제 방 안에는 헐벗은 유민과 선욱,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
“어떻게 엉뎅이랑 허벅지가 시퍼렇게 멍들어 있는데도 저렇게 섹시하게 보일 수가 있는거냐? 진짜 씨발, 몸매 하나는 죽여준다니까? 크크크.”
그는걸레를 좌우로 흔들때마다 함께 좌우로 흔들리는 그녀의 커다란 엉덩이를 바라보며 혀로 입술을 연신 할짝였다.
이곳에 은거할 준비를 하며 알게 된 재미있는 사실이 몇 가지 있었다.
일월촌이란 마을은 애초부터 무허가 판자촌의 집합체 같은 거라서 전기, 도시가스 같은 게 아예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곳 안에 있는 건물 대부분 수도가 연결되어 있었고 아직도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나오고 있었다.
과거 일월촌에 마을이 세워질 무렵 도시 수도관 위치를 알고 있는 누군가가 여기에 구멍을 내고 파이프를 연결해 수돗물을 마을까지 끌어다 쓸 수 있도록 해놨기 때문이다.
우성시청과 수자원공사 관계자들도 십여 년이 지난 후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일월촌으로 들어가는 파이프가 어디에서부터 연결되었는지 찾기 힘들다는 이유 때문에 별다른 해결책도 세우지 못하고 그저 손 놓고 있었다고 한다.
물 문제는 그렇게 해결되었고,
전기 문제도 운 좋게 해법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일월촌의 건물들 중에는 자가발전을 위한 발전기가 갖춰진 집들이 꽤 많이 있었다.
대부분 석유를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것들이었는데, 조폭들이 아지트로 사용하기로 한 이곳에도 쓸만한 발전기가 멀쩡한 상태로 놓여 있었다.
게다가 이 집 안에는 물론 다른 건물 내에도 발전기를 돌리기 위해 사다 놓은 석유 말통들이 대부분 그대로 남아있었다.
“크으~ 이런 걸 보고 하늘이 돕는다고 하는 건가~? 이거, 발전기하고 보일러 만질 줄 아는 사람, 어디 없냐?”
박광의 물음에 조폭들 중 유일한 이십대 녀석이 나서서 발전기에 석유를 넣고 이것저것 만지기 시작했다.
...위이이이이이잉~!
곧 발전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집 안에 형광등 켜졌다.
발전기 옆에 있는 보일러도 작동하면서 화장실 세면대에 온수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전도한이 감탄하며 말했다.
“이야~! 맥가이버가 따로 없네, 맥가이버~!”
“저, 형님...? 맥가이버가 뭡니까??”
“응? 너 맥가이버 모르냐? 맥가이버 칼, 가위니 통조림 따개니 뭐니 이것저것 많이 붙어 있는 칼, 그거 쓰던 애 몰러? 옛날 토욜에 하는 외화 시리즈로 졸라 오래 나왔는디?”
“그건 스위스 아미 나이프...? 저 90년대 후반에 태어나서 잘 모르겠습니다, 형님. 죄송합니다.”
“아, 그려...? 뭐 모를 수도 있겄지... 흠, 흠! 암튼 이런 것도 다 할 줄 알고, 참 대단혀~! 너 공고 나온겨?”
“공고 아니고 특성화고입니다, 형님.”
“이런, 니미럴! 공고나 특성화고나 그게 그거 아녀?! 요새는 공고라고 안 부르고 특이하게 그렇게 부르는겨? 그런다고 공고 아닌 게 아닌데 이름만 바꾼다고 뱁새가 황새 되는 줄 아나, 씨벌~!”
전도한이 투덜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화장실 옆에 있는 발전기실 밖으로 나오면 바로 큰방이 나온다.
“어떻게 청소는 다 된겨, 뭐여?”
그가 큰방을 기웃거렸다.
슬쩍 들여다보니 둥그런 침대 위에 마선욱이 앉아 있고,
그 앞에 유민이 고개를 숙인 채 차려 자세로 서 있었다.
“뭐여, 조카가 딸래미 교육중인감?”
전도한은 거실 쪽으로 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걸어갔다.
“야, 씨발. 다리 벌려봐.”
선욱이 그녀의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유민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그가 시키는 대로 다리를 옆으로 벌렸다.
“더, 더 넓게 벌리라고. 개년아.”
그는 그녀의 다리를 양쪽으로 더 벌리게 한 뒤,
그녀의 치부를 손으로 잡아보았다.
조폭들이 유치장에서 면도기로 그녀의 치모를 밀어버릴 때, 어두운 곳에서 대충대충해서 그런지 제대로 깎이지 않은 털이 손바닥에 살짝 느껴졌다.
음문과 항문 사이의 털은 거의 다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까끌까끌하다는 느낌보다는 아주 짧은 눈썹을 만지는 느낌이었다.
그녀의 다리 사이 치부는 아직도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몸에도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유성매직으로 된 낙서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있었다.
마선욱의 손이 그녀의 몸을 따라 점점 위로 올라왔다.
“너, 내가 언제부터 갖고 싶었는지 알어?”
“...”
“너 처음 봤을 때, 그때부터 씨발 널 꼭 내꺼로 만들고 싶다고 결심하고 있었다고.”
그의 손이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그녀를 처음 보았던, 지난 초여름의 그때를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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