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8화 〉 유민의 지난 이야기 2027년 8월 31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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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4시, 경기도 우성시 서쪽 항만 도로 일대
계엄군으로 복귀한 김요한 소장의 병력이 우성시로 향하던 그 시각,
마두원은 차를 타고 덕진 선착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가족들을 데리고 일본으로 밀항하려는 계획이었다.
마두원이 가장 신뢰하는 부하 박광이 운전석 핸들을 잡고 시속 100km 넘는 속도로 차를 모는 동안,
조수석에 앉아 있던 마선욱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아직 시간 있는데... 그 아줌마랑 거유민, 아니, 유민이 걔 데리고 와도 시간 충분했잖아요?”
그 소리에 뒷좌석에 앉아 있던 마두원이 버럭 호통을 쳤다.
“우리 식구들 탈 자리도 부족한 판에 그깟 계집애들은 뭐 하러 데려가려고?”
그의 옆자리에는 스무 살 중반 정도로 보이는 젊은 여자가 함께 타고 있었다.
날씬하고 긴 다리에 성형이 잘된 예쁜 얼굴의 여자였는데,
짧은 원피스를 입고 있는 배가 불룩한 것이 임신 중인 듯 보였다.
그녀는 정식으로 마두원과 결혼한 사이는 아니었고 그가 마선욱의 생모와 이혼한 후부터 동거하고 있는 애인이었다.
마선욱도 그녀가 전에 서울의 어느 술집에서 일하다가 마두원과 만나게 되었다고만 알고 있었다. 한 달 중 반 이상 서울을 드나들었던 마두원과 달리 아들 마선욱은 줄곧 우성시에만 있었기 때문에 그가 그녀의 얼굴을 본 건 손에 꼽을 정도였다.
“꼰대도 애인 데리고 가면서, 왜 나는 못 데려가게 하는 건데 씨빨...”
마선욱이 아버지의 꾸지람에 들리지 않는 소리로 혼자 궁시렁거리고 있을 때,
마두원의 핸드폰 벨이 울렸다.
그가 급히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응, 나야. 무슨 일이야? ...뭐?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이 새끼야?”
그는 핸드폰에 대고 악을 쓰듯 소리를 질렀다.
통화음을 어찌나 크게 해놓았던지, 핸드폰 너머로 상대방의 말소리가 차 안 가득 또렷하게 들렸다.
[형님, 여기 오지 마시고 어서 빨리 도망가셔야 합니다! 지난 번 경찰서에 쳐들어왔던 그 투스타 있지 않습니까? 그 김요한인가 뭔가 하던 장군? 지금 여기 선착장에 그 양반이 헬리콥타에다가 군인들 좆나 끌고 와서 아주 그냥 난리가 났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 마자 마두원이 박광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야, 잠깐 차 세워봐.”
“예, 형님.”
주변에 차량 하나 보이지 않는 어두운 새벽 도로 위에, 마두원이 탄 차가 도로 한 가운데 멈춰 섰다.
마두원이 핸드폰을 다른 손으로 고쳐 들었다.
그리고 답답한 듯 목에 메고 있던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 해쳤다.
“김요한 그 새끼가 어떻게 여기에 나타나? 그 새끼 대통령 각하한테 모가지 짤려나간지가 언젠데?”
[모가지가 짤렸는지 다시 붙었는지 그건 제가 잘 모르겠고, 어쨌든 그 양반이 김요한이가 맞는 건 확실합니다! 게다가 군인들까지 잔뜩 와 가지고 선착장에 있던 우리 애들 죄다 잡아서 묶어가지고 군인 트럭에다가 그냥 막 실어버리고 있습니다!]
“그럼 배는? 일본 가는 배는 어떻게 됐어?”
[지금 배도 모두 군인들이 싹 다 올라타서 뒤지고 난리도 아주 보통 난리가 아닙니다! 우리도 여기 계속 있다가는 군인들한테 붙잡힐 판이라 오래 못 있을 거 같습니다! 형님! 바닷길은 틀린 거 같으니께, 일단 딴 데 숨어 계시면서 다른 길을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마두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잠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생각에 잠겨 있던 마두원이 다시 박광에게 말했다.
“차 돌려... 일단 우성 경찰서로 가자. 거기 애들더러 다들 차 준비해서 대기하고 있으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형님.”
그는 바로 차를 반대 차선으로 유턴해 우성시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마두원의 애인이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오빠, 어떻게 된 거야? 우리 일본 못 가?”
“가만 있어 봐. 일단 잠시 딴데 가서 숨어 살아야 할 판이니까.”
“뭐야, 그럼 우리 진짜 일본 못 가는 거야? 씨이~ 지금 뭐하는 거야? 그럼 스무 살이나 어린 여자 임신시켜 놓고 이제 와서 어디인지도 모르는 데로 따라가서 쥐 죽은 듯이 숨어 살기나 하라고? 나 이제 오빠 따라서 좆나 떵떵거리며 살 거라며? 매달 샤넬백 사주고 100평 짜리 아파트에서 가정부 쓰면서 살게 해줄 거라며? 근데 뭐라고? 이제부터 숨어 살아야 할 거라고? 씨발 이게 무슨 개...”
“아가리 닥쳐봐, 썅년아! 가뜩이나 심란해 죽겠는데 너까지 왜 이래? 그 입 찢어버리기 전에 닥치고 있어!”
마두원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손을 치켜올렸다.
“꺄~! 때리지마! 또 때리면 나 차에서 뛰어 내려 버린다!”
여자는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손으로 감싸고 몸을 웅크렸다.
우성시를 향해 10분쯤 차를 몰았을 때,
아까 선착장으로 향할 때는 보이지 않았던 군인들이 바르케이트로 도로를 막고 검문을 하고 있었다.
“형님, 군인들입니다.”
박광의 말에 마두원이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차 앞쪽을 바라보았다.
“이런 씨발... 야, 좆나 밟으면 저거 지나갈 수 있겠냐?”
“한 번 해보겠습니다, 형님. 꽉 잡으십시오.”
마두원이 차 문 위의 손잡이를 손으로 꽉 잡자,
부아아아앙~!
박광이 액셀을 밟기 시작했다.
“서! 서!”
“저 차가 도주하려 한다! 막아!”
마두원의 차가 지그재그로 설치된 바리케이트 사이로 기가 막히게 달려가자,
놀란 군인들이 옆으로 물러서며 소리를 질렀다.
차가 검문소가 있는 곳을 지나쳐 속도를 올려 달리기 시작했을 때,
탕! 탕! 타다당!
뒤에서 총소리가 들려왔다.
검문소의 군인들이 차를 향해 발포한 것이다.
“꺄악~!”
여자의 찢어지는 비명소리와 함께,
차에 타고 있는 모두들 고개를 숙이고 몸을 웅크렸다.
다행히 총알이 차안으로 빗발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얼마쯤 달렸을 때부터 차가 좌우로 흔들리는 게 느껴지기 시작하고,
사이드미러로 밖을 내다 본 박광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형님, 타이어 펑크 났습니다.”
“뭐라고, 임마?”
“아까 군인들이 쏜 총에 맞았나 봅니다. 양쪽 다. 이대로라면 1km 도 안 가서 차 못 움직이게 될 것 같습니다.”
그 말에 마두원이 급히 차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야, 주변에 군인들 있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럼... 여기서 차 세워봐.”
박광이 차를 세웠다.
총격에 타이어가 완전히 찢겨진 탓에 차체는 거의 도로에 끌릴 정도로 내려와 있었다.
네 사람 모두 차에서 내리고,
마두원이 여자의 손을 잡은 채 말했다.
“같이 뭉쳐 다니는 것보다 흩어져서 도망가는 게 더 나아. 일단 광이 네가 선욱이 데리고 어디 안전한 곳에 숨어 있어. 연락할 수 있게 핸드폰 늘 켜 놓고.”
“네, 형님. 그런데 형님 어디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생각은 가면서 할라고. 그럼 선욱이 잘 부탁한다. 선욱이 너 삼촌 말 잘 듣고 있어. 알았지?”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지 아비를 째려보던 마선욱은,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다시 실실 웃기 시작했다.
“네, 그럴께요. 염려 마세요, 아버지.”
“그래, 그럼 절대 잡히지 말고. 내 조만간 다시 연락하마. 나중에 보자!”
마두원은 그렇게 아들을 부하에게 맡긴 채,
길 위에서 신경질을 부려대는 제 애인의 손목을 끌고 어디론가 도망갔다.
두목의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자 박광이 마선욱을 잡아 끌며 말했다.
“군인들이 쫓아올지 모르니 우리도 움직이자. 저 산을 넘어 동쪽으로 가면 상아시야. 일단 상아시로 가면 숨을 데가 많으니까...”
“그러지 말고 우리 우성경찰서로 가요!”
마선욱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여기서 우성 경찰서 있는 데까지 멀지도 않아요! 내가 길을 아니까 금방 갈 수 있어요! 가면 아까 아빠가 거기 있는 삼촌들한테 차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으니까, 거기 가서 차 타고 도망가는 게 더 나을 거예요! 그렇게 해요, 삼촌!”
박광은 마두원을 수행하며 주로 서울에만 있었기 때문에 우성시 지리에 대해 잘 몰랐다.
그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조카 말이 일리가 있네. 그럼 우성 경찰서로 가자!”
두 사람은 도로의 한켠을 따라 우성시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오전 5시, 경기도 우성시 우성 경찰서
새벽 미명이 밝아오는 가운데, 두 사람은 마침내 우성 경찰서에 도착했다.
이제 계엄군들이 우성시에 있는 도로 전체를 봉쇄하고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있었다. 우성 경찰서로 오는 동안 군인들과 마주칠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그때마다 눈치 빠른 박광이 마선욱을 데리고 몸을 숨기면서 위기를 모면하곤 했다.
“삼촌! 도한이 삼촌!”
마선욱이 경찰서 안으로 뛰어 들어가며 전도한을 찾았다.
하지만 애국청년 십자군이란 허명을 가진 조폭 무리들이 득실거리던 경찰 사무실에도,
윗층에 있는 휴게 공간, 내무실에도,
그들이 죄 없는 사람들을 붙잡아 와 고문을 자행하던 지하 유치장에도 누구 하나 남아 있지 않았다.
이곳에 붙잡혀 있던 유민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 씨발~! 아빠가 여기서 기다리라고 했는데 다들 어디로 토낀거야?”
마선욱은 초조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집어 들었고 전도한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셔~! 누구여, 시방!]
핸드폰 너머로 전도한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달리기라도 하는 듯, 무척 숨이 찬 듯한 목소리였다.
“삼촌! 저 선욱이요!”
[으잉? 선욱 조카? 조카 어디여? 무사히 잘 있는겨?]
“그럼 삼촌들은 어디세요? 아빠가 경찰서에서 차 준비하고 기다리라고 했잖아요?”
[그것이 시방, 우리 아그들 중에 한 놈이 지금 계엄군들이 도로 다 막아놓고 경찰서로 막 몰려오고 있다고 해서 그만... 다 도망 나와 부렀어~!]
“경찰서로 몰려오긴요? 나 지금 경찰서에 있는데 아무도 없구만, 진짜!”
[뭐시여? 경찰서에 아무도 없어? 이런 니미... 그럼 조카 지금 경찰서에 있는겨?]
“네, 지금 광이 삼촌하고 같이 경찰서에 와 있어요.”
[광이는 또 누구여? ...아, 서울서 형님 모시던 박광? 걔도 지금 여그 와 있는겨?]
“네, 근데 삼촌. 유민이는 지금 어디 있어요? 제가 교육 좀 시켜달라고 맡겼던 딸래미요. 지금 여기 없던데?”
핸드폰 너머러 전도한의 음흉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큭큭큭, 어디 있긴 어디 있겄어? 삼촌들이 잘 데리고 있지~]
“그렇죠? 괜히 걱정했네. 그럼 지금 삼촌들 어디 쯤이세요?”
[아직 시내여. 군인들이 도로를 죄다 막아 가지고 어디 밖으로는 못 나갈 거 같혀.]
“그래요? 그럼 제가 문자로 주소 하나 보내 드릴께요. 삼촌들, 유민이 데리고 거기로 오세요.”
[거기가 어딘겨?]
“오시면 알아요. 그럼 바로 문자 보내드릴게요.”
전도한 일당이 아직 유민이를 데리고 있다는 소식에 신났는지, 마선욱은 키득거리며 문자를 쳤다.
곁에 있던 박광이 물었다.
“도한이면 천안 전도한? 배 졸라 나온?”
“네, 그 삼촌 천안에서 오신 거 맞을 걸요?”
“걔더러 어디로 오라고 한 거야? 우리도 그리로 가려고?”
“네, 어차피 우성시 밖으로 가는 길은 다 군인들이 막았다고 하니까 이 안에서 숨을 데를 찾아야겠죠. 제가 숨어 있을 만한 곳을 알아요. 일단 우리도 그리로 가시죠?”
두 사람은 경찰서를 나와 주위를 살피며 인적이 드문 좁은 길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오전 6시, 경기도 우성시 효경동 에덴 모텔
“여기가 네가 말한 숨어 있을 만한 곳이냐?”
박광이 무섭게 인상을 쓰고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구시가지 안에 있는 이곳에는 모텔, 여관 간판을 달고 있는 수많은 건물들이 얼기설기 난립해 있었다.
말이 모텔, 여관이지 사실 예전부터 불법 성매매가 이루어지던 업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주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주 찾던 곳이었다.
“킥킥, 군인들이 이런 곳까지 뒤지지는 않겠죠?”
“그건 모르지. 재수 없으면 뭔 일이 안 일어나겠어? 가뜩이나 오늘 일진도 그리 좋은 것 같지진 않구만.”
박광은 투덜거리며 마선욱을 따라 에덴 모텔이란 간판이 걸려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계단을 따라 3층으로 올라가자, 어느 방에서 나는 여자의 신음 소리가 복도까지 들려오고 있었다.
“아... 아... 아...”
마선욱이 키득거리며 소리가 나는 방으로 걸어갔다.
“아, 새끼들~! 이런 시국에도 아줌마랑 떡을 치고 있어? 이거 완전 미친 새끼들이네, 진짜? 크크크~!”
그가 거침없이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야, 이 새끼들아! 형님 왔다!”
커다란 침대 두 개가 놓여 있는 여관 방 안에,
두 명의 성부고 양아치 녀석들이 벌거벗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침대에는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입지 않은 운용 엄마가 다리를 벌린채 누워 있었고,
한 놈은 그녀의 다리 사이에,
다른 한 놈은 옆에서 그녀의 커다란 젖가슴을 주무르는 중이었다.
“앗, 형님...!”
양아치 녀석들은 갑자기 방으로 들어온 마선욱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그의 뒤로 함께 들어오는 거대한 떡대에 험상궂은 표정을 짓고 있는 박광을 보고는, 이유도 없이 쫄아서 침대 아래로 슬금슬금 내려오고 있었다.
이제 두 양아치 녀석들도 옷을 주워 입었다.
하지만 운용 엄마는 옷이 없는 건지, 얼룩이 잔뜩 묻은 흰색 이불로 몸을 간신히 가리고 침대 위에 멍하니 앉아 있을 뿐이었다.
마선욱이 방 안에 있는 냉장고에서 싸구려 캔 음료를 하나 꺼내 마시며 말했다.
“...그래서, 너희는 집으로 돌아갈 거라고?”
그의 물음에 양아치들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엄마 아빠 다 여기 계시니까...”
“씨발, 너희들 여기 있으면 군인들한테 잡혀갈 거란 거 몰라? 군인들이 지금 우리 애국청년 십자군들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고!”
“그래도... 가출할 거 까지는 없을 거 같아서...”
“아, 씨발, 병신 새끼들! 그럼 니들 깜방 들어갈 수도 있다니까 말을 못 알아듣네! 알았으니까 꺼져! 나중에 니들 깜방 가든 말든 니들이 알아서 해!”
“죄송합니다, 형님...”
두 사람이 쭈뼛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쪽 침대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던 박광이 두 사람을 무섭게 쏘아보며 말했다.
“군인들한테 우리 여기 있다는 말 함부로 하면... 알지?”
“네... 당연히 아무 말도 안 하죠...”
“쓸데없는 소리 지껄였다가는 골로 보내줄 테니까, 앞으로 입단속 잘하고 살아라.”
“네...”
양아치들은 겁에 잔뜩 질린 표정으로 여관을 나갔다.
두 사람이 나가자 마선욱이 혀를 낼름거리며 운용 엄마가 앉아 있는 침대 위로 올라갔다.
“아줌마! 며칠 동안 나 못 봐서 서운했지?”
그는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던 이불을 내리고는,
그녀를 뒤에서 껴안고 커다란 가슴을 마구 주무르기 시작했다.
“으음...”
운용 엄마는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숙인 채로 나지막한 신음 소리만을 내었다.
처음 보는 사람, 박광이 그 옆에서 지켜보고 있기에, 왠지 모르게 부끄러운 듯 했다.
박광이 냉장고에 있던 맥주 하나를 꺼내 가지고 오며 물었다.
“이 아줌마는 또 뭐야?”
마선욱은 그녀의 양쪽 가슴을 마치 장난감처럼 흔들며 건들거리는 말투로 대답했다.
“뭐긴요? 제 전용 오나홀이죠. 숨어 있는 동안 외로우면 안되니까 이 아줌마도 데려가요, 우리! 삼촌도 이 아줌마 따먹을 수 있게 해드릴게요!”
“전용 오나홀? 숨어 살아야 할 처지에 별걸 다 챙기려 드네... 참, 아까 도한이랑 걔네 애들이 누구 또 데리고 온다고 하지 않았어?”
“네! 제 전용 오나홀 2호요! 1호는 육덕진 아줌마 오나홀, 2호는 졸라 아이돌 같이 잘 빠진 오나홀! 크크크~! 역시 아빠 안 따라오고 여기 남길 잘 했어!”
“잘 하긴 씨발~! 이제부터 군인들한테 안 걸릴 생각이나 좀 하자.”
마선욱은 운용 엄마의 가슴을 마구 주무르며 그녀의 입 안으로 거칠게 혀를 집어 넣었다.
그녀도 싫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입 안에서 자연스럽게 그와 혀를 비비고 있었다.
박광은 그 모습이 보기 싫은 듯, 짜증난 표정으로 화장실 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렸다.
오전 8시, 경기도 우성시 효경동 에덴 모텔
몇 시간 후,
전도한과 십여 명의 조폭들이 여관방으로 들어왔다.
“어따 씨발.. 여기 찾느라 좆 빠지는 줄 알았네.”
전도한이 사투리로 투덜투덜 거리며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얼굴은 물론 온 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
“왜 이렇게 땀을 흘리세요? 뛰어오셨어요?”
“중간에 또 군인들하고 만난 거 아니냐? 진짜 그 새끼들이랑 런닝맨 찍다가 간신히 도망쳐 나왔다고. 그런데 그 아줌마는 뭐여? 어서 본 거 같은 얼굴인디?”
전도한은 마선욱이 침대 위에서 끌어 안고 있는 운용 엄마를 가리키며 물었다.
벌써부터 그는 그녀의 알몸을 아래위로 훑으며 군침을 삼키고 있었다.
“이 아줌마도 경찰서 지하에 잠시 있었었죠? 이제부터는 우리가 데리고 다닐 거지만. 참! 유민이는 어디 있어요?”
“아아, 유민이~? 아야, 거서 뭐하냐? 딸래미 데리고 다들 어서 안으로 들어오랑께~!”
전도한이 방바닥에 털썩 주저 앉으며 손짓했다.
문 앞에 서 있던 조폭들이 하나둘씩 방 안으로 들어와 앉기 시작하고,
마지막에 두 명의 조폭들이 애국청년 십자군들이 입던 큼지막한 크기의 검은색 야상을 입힌 헝클어진 머리의 한 소녀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
초췌하고 창백한 표정의 유민이,
겁에 잔뜩 질린 표정으로 문 앞에 서 있었다.
“흐흐, 거유민, 왔구나!”
마선욱은 그녀를 보고 음흉한 얼굴로 히죽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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