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0화 〉 대동력 9,994년 5월 38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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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대월국 흥원번 흥원성 일대 율도군 주둔지
구천락과 곤마 등 심운보의 수하들에 의해 위기에 빠지려는 순간 갑자기 나타난 기병들.
그들은 지난 전투 이후 서래번 일대에 흩어진 천제국 패잔병들을 처리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던 율도군 무사들이었다.
이들은 ‘엽병’이라고 불리는 경기병의 일종으로 일반적인 기병들보다 가벼운 갑주와 무장을 하고 있었는데,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는 주로 수색, 정찰, 정보 수집 등의 임무를 수행하다가 전투가 끝나면 추격, 잔적 소탕 등을 전담하는 부대였다.
유경패와 명천번군들이 조우한 이들은 박윤수 중장의 직속부대라 할 수 있는 2군단 예하 115 기병 여단의 경기병 대대 엽병들이었다.
유경패가 자신을 흑영단원이라고 소개했을 때, 율도군 무사들은 모두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반란군인 명천번 도깨비들의 호위를 받고 있는 아리랑 여인이 흑영단이라니, 대동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믿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엽병들을 지휘하는 무관은 흑영단이 하는 일이라면 정규군인 자신들이 모르는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잘 아는 자였다.
그는 명천번군의 무기들을 모두 압수 한 후 그들을 행렬의 가운데에 세우고 곧장 원정군 본대 주둔지가 있는 흥원으로 이동했다.
“하마터면 위험할 뻔 했는데 이렇게 우리 율도군을 만날 줄이야...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에요!”
마차에 앉아 창밖의 검은 갑주의 율도군들을 바라보며 밝게 웃는 유경패.
그에 반해 맞은편 자리에 앉아 있는 백사는 마냥 기뻐하지 못하고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자신과 패주하는 천제국 기병들을 악착같이 쫓아와 잔인하게 섬멸하던 율도군들이 이제 자신이 타고 있는 마차를 둘러싸고 있으니 마음이 편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율도군 무사들의 말안장에는 천제국군으로부터 노회한 것으로 보이는 무기, 갑주, 소지품 등 여러 값진 물건들이 주렁주렁 매달려있었다.
‘죽은 내 군사들에게서 취한 것인가? 아니면...’
주위를 돌아보니 포로로 잡은 이는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이들의 임무는 포로를 잡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엽병들이 패잔병들을 끝까지 쫓는 이유는 단순했다.
만일 패잔병들이 살아서 자신의 군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그로인해 적은 조금이나마 잃었던 병력을 충원할 수 있게 된다.
그들의 첫번째 목표는 패잔병들을 끝까지 쫓아가 제거함으로써 적의 전투력을 재기불능의 상태로 만드는 것이고,
두 번째 목표는 적의 물자와 장비를 노획함으로써 전쟁에서 부수적인 수익을 올리려는 것이다.
이렇게 노획한 물건들은 군사 개개인이 전리품으로 갖는 경우도 있지만 돈으로 바꿀 수도 있었는데,
율도군에는 군사들이 가지고 온 노획물품들을 감정해주고 매매도 해주는 부서가 따로 있을 정도였다.
이래서 율도 군사들은 전시에 적으로부터 하나의 물건이라도 더 노획하기 위해 분주히 뛰어다니느라 문제가 되기도 했는데,
만일 잿밥에 눈이 멀어 상관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에는 군법에 의해 사형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군사들 모두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율도군도 군사들이 가져온 노획품들로 여러 가지 부수입을 얻었다.
가장 큰 부분은 철로 된 적의 무기를 녹여 총이나 포를 만드는데 이용하는 것이다.
대동에서도 철이 결코 값싼 광물은 아니었다. 그래서 철을 이용한 무기 하나 만드는 데에 큰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적의 칼이나 창, 갑주 같은 걸 군에서 그대로 사용하기는 문제가 있다 보니 그걸 녹여서 총이나 포를 만드는데 보태는 것이다.
그리고 상태가 괜찮은 물건이나 무기가 있다면 이것을 손봐서 되팔기도 했는데, 완전 새 물건 가격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군사들에게 주고 산 가격보다는 더 받고 팔기 때문에 밑지는 장사도 아니었다.
이런 일련의 체계를 통해 군을 운용하는 비용을 어느 정도 절감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각설하고,
율도군 무사들의 말 안장에 달려 있는 천제국의 무기들을 바라보는 백사의 눈에는 어느새 슬픔이 가득 차 보였다.
염대철과 그 일당들에게 배신당하고 윤간 당하던 순간보다 더,
무지랭이 농민들에게 둘러쌓여 수치스럽게 욕을 당할 때보다 더,
지금 이 순간이 견디기 힘들었다.
“주둔지에 도착해도 귀하에 대한 처우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니 염려 놓으셔요. 지금 율도 원정군을 이끌고 있다는 박윤수 중장은 태상국 기하께서 가장 총애하는 장수로 소문 난 분이에요. 그런 분이라면 응당 귀하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실테니 조금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유경패의 입에서 박윤수 중장의 이름이 거론되자 백사는 그제야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압니다, 그 사람. 적영단 출신이라던...”
“네, 맞아요! 귀하께서도 박윤수 중장에 대해 들어 보셨나 보군요?”
“...들어 본게 아니라... 겪어봤습니다.”
“겪어보셨다구요...? 그 분과 아시는 사이신거예요...?”
“아니... 날 지금 이 모양으로 만든 게 바로 그 사람입니다.”
백사는 힘없이 고개를 돌렸다.
유경패도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갈대숲 사이에서 백사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유경패에게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자신이 누구이며 어떻게 율도군에게 패해 도망치게 되었는지, 그 와중 자신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까지 말이다.
‘그럼 박윤수 중장이 직접 군을 지휘해서 저 사람 부대를 궤멸시킨 건가? 천제국에서 기병 대장까지 한 사람이라면 보통 실력을 가진 사람이 아닐 텐데, 하필이면 적으로 만난 게 박윤수 중장이었다니... 상대를 잘못 만나도 한참 잘못 만났구나.’
그러는 사이 일행은 서래번을 지나 흥원번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흥원의 외곽, 서래번으로부터 연결된 길은 물론 산과 계곡 능선, 하천 등 여기 저기에는 모래 마대와 목책, 철조망으로 구성된 율도군의 진지들이 개미 새끼 하나 함부로 들어올 수 없을 정도로 철통같이 구축되어 있었다.
마치 흥원번 전체를 하나의 요새처럼 만들어 놓은 모습이었다.
백사는 오는 내내 창밖으로 보이는 율도군의 진지 배치를 유심히 눈에 담고 있었다.
“...혹시, 남은 천제국군들... 동금이 이끄는 두억시니 부대가 어찌 되었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백사의 말에, 유경패는 엽병 무관을 마차 가까이 불러 이에 대해 물었다.
“지금 여기서 북쪽으로 50리 가량 떨어진 서래번 땅에 진지를 파고 들어 앉아 있소.”
“들어 앉아 있다구요? 이곳을 칠 엄두가 안나서 거기 틀어박혀 있다는 건가요?”
“그럴지도 모르고. 아마 천제가 지금 본토에서 친정군을 이끌고 올라오고 있다던데 그걸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닌가 싶소만?”
엽병 무관의 말에 백사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이 맞습니다. 우리가 천제 성하께 받은 명령도 그 분이 오시기 전까지 흥원을 공격할 수 있는 곳에 전초기지를 구축해 놓고 그분을 기다리라는 것이었으니...”
유경패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귀하께서 하신 말씀대로라면 지금 그곳에 있는 천제국군의 수는 얼마 안되지 않나요? 그 정도 군세로는 천제가 오기 전까지 전초기지를 지켜낸다 하더라도 피해가 극심할텐데, 너무 무모한 명령인거 같은데요?”
“천제 성하께서 두억시니들을 하루 빨리 소모하고 버려야 할 존재라고 여기시기 때문일 겁니다...”
“네? 자신의 군을 소모품 정도로 생각하고 있단 말인가요?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자신의 군대를...?”
“천제 성하의 군대를 소모한다는 게 아니라... 무지하고 다루기 힘든 두억시니들을 치워버리려는 것... 그것이 천제 성하의 의도이실지도... 이번에 가져오는 신형거포처럼 점점 더 좋은 화약 무기들이 계속 나오게 된다면 힘만 센 두억시니들이 전쟁에서 많이 필요하지는 않게 되니까...”
백사는 무언가 더 말을 하려다 입을 다물어 버렸다.
높은 고갯길을 넘어 올라가니 흥원 전역이 훤히 내려다 보였다.
저 멀리 흥원성이 보이고, 그 옆으로 넓다란 부지 위에 기다란 막사들이 질서정연하게 자리잡고 있는 율도군의 주둔지도 눈에 들어왔다.
백사도 율도군의 주둔지 배치에 대해 어느 정도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보는 것은 그녀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주둔지가 천막이 아니라 모두 건물로 되어 있다. 율도군은 정말 이곳에서 오랫동안 주둔하려는 모양이군... 2개 군단이 욌다고 하면 6 ~ 7 만 정도 병력일텐데 저 정도 수의 건물들이라면... 혹시 앞으로 더 많은 병력들이 들어올 거란 뜻인가?’
이미 완성된 주둔지 옆에서는 공병대에 의해 새로운 건물들이 계속 지어지는 중이었다.
고갯길을 내려갈 수록 점점 율도군 주둔지가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부지 위로 무기나 갑주 없이 전포만 입은 율도군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건물을 올리고 있었고,
그 가운데 평복을 입고 있는 도깨비들도 등에 지게를 메고 흙벽돌을 날라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응? 흥원의 주민들을 공사에 동원한 건가?’
자세히 살펴보니 일을 하고 있는 도깨비들은 한 두명이 아니었다. 어림짐작으로도 수십명, 아니 백여명에 달하는 수였다.
건장한 남자들만 있는게 아니라 여자들과 노인들도 많이 보였는데, 이들은 남자들처럼 무거운 흙벽돌을 나르는 일 대신 바닥을 고르기 위해 돌을 줍거나 완공된 막사 건물 안의 청소를 하는 등 잡일을 하고 있었다.
사실 이들은 강제로 동원된 사람들이 아니었다.
전쟁 중에 생계가 어려워진 흥원주민들은 율도군에 일감이 없는지 문의해 왔는데, 박윤수 중장은 공병대장에게 이 곳 주민들 중 희망자에 한해서 주둔지 공사에 참여시키고 보수를 곡식 등 식재료로 지급할 것을 지시했던 것이다.
‘희망자에 한해서’라고 했지만 일을 하겠다는 찾아온 사람들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았다.
결국 공병대장은 성별 나이 등을 고려해 약 100여명을 추려 공사에 투입시켰는데, 나중에 듣기로 일을 하지 못하고 그냥 돌아가야 하는 사람들을 달래느라 무척 애를 먹었다고 한다.
공사 중인 곳을 지나니 창과 칼, 총과 활로 무장한 검은 갑주의 율도군이 지키는 주둔지 정문이 나오고,
정문 위병소를 지키는 율도군들은 엽병들이 들고 있는 창자루의 노란색 깃발 (율도군은 본대에 귀환할 때 날짜에 따라 각기 다른 색의 깃발을 앞세우고 들어오도록 되어 있다. 일종의 깃발로 된 암구호 같은 것이라 보면 되는데, 지금 원정군처럼 여러 부대들이 마구 뒤섞여 있는 대부대에서는 지금 다가오는 이들이 아군인지 아니면 아군을 가정한 적군인지 확인하기 힘들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주둔지로 귀환하는 부대는 무조건 해당 날짜에 미리 약속된 색의 깃발을 앞세우고 들어와야 하는 것이다.) 을 확인하고는 정문을 가로막고 있는 철조망 올린 목책을 옆으로 치워주었다.
일행은 주둔지 안으로 들어가 막사 건물들을 지나 중앙에 있는 지휘부로 향했다.
지나는 길의 율도군들은 115 기병 여단 엽병들에 의해 호송되어지는 명천번 도깨비들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엽병들이 포로를 잡아온 건가? 원래 저 녀석들 포로 같은 건 안 잡지 않아? 싹 다 죽이고 빼앗는 녀석들이 왠 일이지?”
“포로 아닌 거 같은데? 포로였으면 저렇게 갑주 다 입히고 말탄채로 그냥 데리고 들어왔겠어?”
“그러게... 어? 저기 마차 안에 여자도 타고 있는 거 같은데?”
“응? 여자?! 어디 어디?!”
여자라는 말에 전포를 빨아 막사 앞에 널던 군사도, 검은 철갑주에 기름칠을 하던 무사도 자리에서 일어나 마차에 타고 있는 유경패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흥, 남자들은 어딜 가나 다 똑같다니까?”
임무 때문에 유녀로 분한 적도 있긴 했지만, 이제 자신을 바라보는 사내들의 시선에 넌덜머리가 났다.
흥원성 지하 감옥의 거록 두억시니들부터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도깨비 번군들...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분노가 끓어 오를 뿐이었다.
‘흑영단에 복귀하면 두 번 다시 현장에 보내지 말고 행정 업무나 시켜달라고 해야겠어. 다시는 그런 일... 못하겠어...’
그래도 수만의 율도군이 모여있는 주둔지에 들어오니 비로소 모든 고된 시간들이 이제 영원히 끝났다는 게 느껴졌다.
“자, 내리시오!”
일행이 지휘부 막사 앞에 당도하고, 엽병 무관이 말에서 내려 마차의 문을 열어주었다.
유경패는 두 손으로 치맛자락을 살포시 잡아들고는 조심스레 마차의 계단을 내려왔다.
밖에서 말 울음 소리,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말 소리가 들려서일까, 지휘부 막사에서 사람들이 나왔다.
태상국의 친위 군경 여단 전포를 입고 있는 무관들과 하얀색 술이 달려있는 챙이 넓은 투구를 옆구리에 끼고 있는 다소 체구가 작은 무관...
아니, 아직 어린티를 벗지 못한 앳딘 얼굴의 소년이 다가오고 있었다.
소년과 눈이 마주친 순간,
“아, 마루한...!”
유경패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지금껏 간신히 참아내고 있던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앗, 당신은 흥원에서... 맞죠? 그 때 그 분이 맞으시죠?”
그녀의 앞에 태상국의 큰 영애와 함께 흥원에서 구해내기 위해 자기 자신을 희생했어야 했더 존재,
이 땅 대동에서 마루한이라고 불리고 있는 영록이 크게 놀란 표정으로 서 있었다.
유경패는 그저 아무 말도 없이 그의 발아래 무릎 꿇었다.
그리고 그의 발에 손을 얹은 채,
가슴 속 깊이 담아 두었던 슬픔과 서러움을 울음소리에 담아 한참을 토해내고 있었다.
오후 8시, 대월국 호문번 환강산성 일대
“자, 이제 환강산성이 코앞이다! 들어가서 대월국왕이 차려주는 밥으로 배불리 먹고 푹 자둔 후에, 내일부터 천제 성하를 맞이할 준비를 하도록 한다!”
이곽이 이끄는 3천의 두억시니들이 환강산성 10리 앞에 다다르고 있었다.
이미 해는 져서 두 개의 달이 밤하늘 높이 떠올라 있는 중.
10리면 한 시간도 안 되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이기에 이곽은 쉼 없이 행군하도록 명했다.
그들이 성으로 나있는 흙길을 따라 가던 중,
달빛 아래 성으로부터 무엇인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 어슴푸레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이 50보 앞까지 다가왔을 때,
선두에 서 있던 이곽이 전 군을 멈춰 세웠다.
“네놈은 보급을 담당하던 놈이 아니냐? 지금 어딜 가는 것이냐?”
그들 앞으로 다가오고 있던 것은 환강산성에 남아 보급 수송을 담당하던 다모랑 출신 무장이었다.
그는 찢겨진 전포를 제대로 걸쳐 입지도 못한 채, 가쁜 숨을 내쉬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허억, 허억... 대월국 도깨비 놈들이 미쳤소! 지금 그놈들이 우리가 그놈들 왕과 왕자를 죽였다며 모두 잡아서 묶어 놓고 심문을 하고 있는데... 허억, 허억...!”
“뭐? 우리가 뭘 어쨌다고? 그리고 누가 죽어? 대월국 왕과 왕자가 죽어?”
“그렇소, 놈들은 지들 왕과 왕자를 우리가 죽였다고 몰아세우더이다! 그래서 틈을 봐서 간신히 성에서 빠져 나오긴 했지만 바로 놈들이 쫓아 나오는...”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
저 멀리에서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 일렁이는 횃불의 불빛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를 본 이곽의 눈이 살기로 붉게 충혈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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