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9화 〉 대동력 9,994년 5월 38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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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4시, 대월국 서래번 동쪽 지역 일대
마차 안의 두 여인은 서로를 마주보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유경패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옷중 하나를 백사에게 주어 입도록 했다.
여인의 몸으로 언제까지 담요만 걸치고 있게 할 수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백사는 치마저고리가 영 거추장스럽기만 한 모양이었다.
어려서부터 남자들이 입는 것과 똑같은 전포와 갑주만을 몸에 두르고 살아오다보니, 아무리 같은 도깨비의 나라 대월국의 의복이라 할지라도 여인의 옷이 낯설게 느끼질 수밖에 없었다.
“아무 염려하지 마세요. 율도에 의탁하시기로 결정하신 이상, 귀하는 물론 천제국에 있는 귀하의 가족들도 우리가 반드시 안전하게 모실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유경패의 말에도 백사의 차디찬 표정에는 큰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자, 좀 전에 나누었던 이야기 중에, 천제가 대월국으로 이끌고 오는 부대 중에 천제가 십 몇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신병기를 다루는 부대도 온다고 말씀하셨었지요? 그 신병기라는게 어떤 무기를 말씀하는 거지요? 제게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백사는 이에 대해 말을 할지 말지 잠시 망설이는 모습이었다.
“말씀해주시기 힘드시면 굳이 말씀 안하셔도 됩니다.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저는 귀하를 포로처럼 대하며 심문할 생각 없어요. 다만 귀하께서 우리 율도에 도움을 주시는만큼, 우리도 귀하께 많은 도움을 드릴 수 있다는 점만 강조드리고 싶군요.”
유경패는 그녀를 향해 허리를 살짝 기울이며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 덧붙였다.
“특히, 귀하의 가족을 천제국에서 안전하게 구출하는 부분에 대해서 말이죠.”
가족, 이라는 말에 마침내 그녀가 입을 열었다.
“...신형 거포입니다.”
“신형 거포라구요? 혹시 직접 보신 적이 있나요? 얼마나 강한 무기인지도 아시구요?”
“...율도군이 가진 4치 야포보다 2배는 더 멀리 쏘고, 사용하는 포탄의 파괴력 역시 율도군 신형포탄의 위력보다 5배는 더 강하다고만 들었을 뿐...”
흑영단 소속 유경패는 정규군은 아니었지만 군사 지식만큼은 해박한 편이었다.
‘사거리도 2배인데다가 파괴력은 다섯 배... 도대체 얼마나 많은 화약이 들어가는 무기란 말이야?’
천제국이 대동의 패권을 잡았을 때, 천제 정선교는 다른 나라들이 화약 무기를 함부로 만들지 못하도록 강제로 조약을 맺고 대동 각지에 있는 유황 광산을 모두 채굴해 버리거나 아예 파괴시켜 버렸다.
화약을 만들기 위한 재료 중 초석과 숯(목탄)은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을지 몰라도 유황만큼은 아직도 자연에서 얻는 방법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후로 천제국은 화약과 화약 무기 제작을 독점해 왔다.
주신과의 전쟁에서 대패를 당하고 천제 정선교가 포로로 잡히기 전까지 말이다.
이후 천제국의 세력이 약화되자 대동에 있는 각 나라들은 천제국과 맺은 조약을 파기하고 화약과 화약 무기를 자체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천제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의 유황 광산들은 모두 사라진지 오래,
유황을 얻기 위해서는 바다 건너 서남 대륙에서 비싼 돈을 주고 수입해 오는 방법밖에 없었다.
천제국은 절대 다른 나라에 화약이나 유황을 판매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화약과 화약 무기를 만들 수는 있어도 많은 양을 보유하기는 힘들었고,
특히 대월국처럼 율도에 전쟁배상금을 갚느라 국고가 항상 부족한 나라들의 경우 국왕이 직접 운영하는 부대 외에 화약 무기나 포병을 보유하고 유지하는 건 상당히 힘든 일이 되었다.
대동에서는 오직 천제국과 전체국으로부터 할양받은 땅을 통해 유황 광산을 확보한 주신, 이렇게 두 나라만이 자체적으로 유황을 확보해 화약을 만들 수 있고,
주신과 동맹 관계인 율도는 주신에게 무기 기술을 이전해 주는 대가로 유황을 보다 저렴하게 수입해서 화약을 만드는 실정이었다.
이렇듯 천제국은 비싸고 귀한 화약을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대동 유이한 국가였다.
그러니 율도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화약과 화약무기를 생산해낼 수 있었는데,
이를 통해 결국 율도의 대포들을 능가하는 엄청난 무기를 만들어 낸 모양이었다.
“저는 귀하께서 천제국의 신병기라고 말씀하셨을 때 두억시니들이 사용하는 새로운 대형 무기 같은 걸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건 제 예상을 아득히 벗어나는 이야기로군요?”
“...천제 성하께서는 더 이상 두억시니들을 신뢰하지 않으십니다. 이번 전쟁 역시 두억시니들의 힘없이도 율도 태상국을 이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하실 뿐...”
“그럼 신형 거포라는 건 천제국에 얼마나 있는 거죠? 그리고 지금 천제가 그 중 몇 개를 가지고 오는 거지요?”
“...마지막으로 들은 건 20문 정도를 제작해 천제 성하의 친위 포병대에 배치했다는 이야기 뿐... 그 중 몇 개를 가지고 오시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20문 이라면 포병 1개 대대 정도의 규모라 할 수 있겠으나 율도 신형포탄의 5배에 달하는 파괴력을 가진 무기라 했으니 그것만으로도 최소 사단, 혹은 군단급 화력이라 봐도 무방했다.
유경패가 백사에게 신형 거포에 대해 이것저것 질문을 하고 있을 때,
그들을 태운 마차가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란 숲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이제 중식경에 가까워지는 한낮인데도 나무 그늘로 인해 숲길 안쪽은 저녁처럼 어둑어둑하기만 했다.
마차를 호위하는 행렬이 숲길 안으로 깊숙이 들어왔을 무렵,
앞서 말을 타고 이동하던 맹약무사가 뒤에 있는 무사와 번군들을 향해 말했다.
“...주변에 누군가 있다.”
대월국 맹약 무사들도 오랜 수련과 실전 경험으로 오감이 극도로 단련된 자들이었다.
그들이 이 으슥한 나무 숲속 어딘가에서 흘러나오는 정체모를 살기를 눈치 채지 못할 리 없었다.
무사와 번군들 모두 무기를 뽑아들었다.
그리고 마차를 삼엄하게 호위한 채 천천히 길을 따라 이동을 계속했다.
얼마쯤 갔을 때,
슉! 슉!
쇠뇌에서 발사된 작은 화살들이 날아들었다.
“윽!”
후미를 경계하며 따라오던 번군의 갑주 사이에 화살이 날아와 박혔다.
동료 번군이 쓰러지자 다른 이들이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방패를 높이 들며 소리쳤다.
“기습이다! 빨리 숲을 벗어나!”
말을 탄 맹약무사 몇 명이 화살이 날아온 곳을 향해 말을 타고 달려가는 동안,
다른 번군들은 마차를 호위해 숲을 빠져나가기 위해 빠른 속도로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
슉! 슉!
그러는 중에도 어둠 속에서 계속 화살이 날아오고,
“흑!”
“커억...!”
마차를 호위하던 도깨비 무사, 번군들이 화살에 맞아 하나 둘 씩 말 위에서 거꾸러졌다.
“창문 닫고 머리 숙이고 계시오! 이 숲을 빠져나가려면 전속력으로 달려야하니, 뭐라도 하나 꼭 잡으시오!”
마차를 모는 번군이 6마리 말들에게 가혹하게 채찍을 휘두르며 속도를 내었다.
율도의 잘 포장된 도로와는 달리 흙과 돌로 된 다듬어지지 거친 숲길,
유경패와 백사가 탄 마차는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처럼 위태롭게 흔들리며 달리고 있었다.
그 때 뒤에서 번군들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놈들이 쫓아온다!”
“더 빨리! 놈들이 말을 타고 따라오고 있다!”
뒤에서 구천락과 곤마 등 심운보의 수하 몇 명이 말을 타고 그들을 맹렬하게 쫓아오고 있었다.
자신들이 쇠뇌로 쏘아 맞춘 무사들의 말을 빼앗아 타고 따라오는 것이었다.
“저것들은 대체 뭐야?!”
“천제국놈들이거나 성산백이 보낸 놈들이겠지!”
“몇 명 안 되는데? 그냥 상대하자!”
“지금 싸움이 중요한 게 아니잖나! 저 아리랑 여인을 안전하게 율도군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는 게 우선이다! 공연히 싸우다가 저 여인까지 싸움에 휘말리게 해서는 안 돼!”
무사들은 혹시라도 화살이 마차 안으로 날아들을까 등에 방패를 걸어 묵고는 마차에 바싹 붙어 말을 달렸다.
그렇게 수십 여분을 말을 달리고 나서야 숲을 벗어나 햇살이 비치는 너른 벌판으로 나올 수 있게 되었다.
쉭! 쉭!
숲길을 벗어났는데도 구천락과 곤마 등은 여전히 쇠뇌를 쏘며 쫓아왔다.
반드시 끝장을 보고야 말겠다는 심산이었다.
그 때,
턱!
가장 앞서 달리던 맹약 무사의 말 허벅지에 화살이 날아와 박히고,
히히이이잉~!
고통에 찬 울음소리와 함께 말의 다리가 풀썩 꺾이며 그대로 길 위에 나뒹굴었다.
“크아악~!”
말 위의 맹약무사도 무거운 갑주째 땅바닥에 매다 꽂혀버리고,
쓰러진 말과 도깨비로 인해 마차와 명천번의 군사들 모두 그 자리에 멈춰 설 수 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너희 다섯은 날 따라오고 나머지는 마차를 지켜!”
이들을 지휘하는 맹약무사가 안되겠다 싶었는지 장자검을 뽑아들고 뒤로 돌아 구천락과 곤마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슉!
깡~!
구천락이 쏜 화살이 맹약무사의 갑주에 맞았다.
하지만 워낙 작은 쇠뇌로 쏜 것인지라 맹약무사가 두르고 있는 두터운 철갑주를 뚫기는 역부족, 화살은 그대로 갑주에 부딪히고 튕겨져 나가 버렸다.
“놈들의 심장을 취하라!”
맹약무사가 달리는 말에 자신의 체중을 실어 구천락의 가슴을 향해 기다란 장자검의 찔러 넣었다.
“허튼 짓!”
구천락도 손에 들고 있던 작은 쇠뇌를 던져버리고는 장자검을 빼어들고 맞섰다.
달리는 말의 속도에 상대를 향해 검을 휘두르는 속도까지 더해지는 순간,
챙!
무섭게 불꽃을 일으키며 두 검이 부딪혔다.
맹약무사의 장자검이 구천락의 검을 밀어 누르려는 찰나,
구천락의 팔꿈치와 손목이 기묘하게 비틀어졌다.
‘찌르기다!’
서로의 검을 맞대고 힘겨루기를 하는 상태에서 방향과 각도만을 틀어 반격하는 기술,
수만 번이 넘는 대련과 수십 번이 넘는 실전을 경험한 맹약무사가 이런 검술의 기본을 모를 리 없었다.
맹약무사가 안장에 닿을 듯 말 듯 할 정도로 허리를 숙이자,
스윽!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뒷덜미 너머로 검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렇게 두 사람의 말이 교차해 지나가려는 순간,
히히히히힝~!!!
콰당!!!
갑자기 맹약무사가 탄 말이 그대로 바닥에 처박히며 넘어졌다.
구천락이 자신의 첫 번째 공격이 실패하자마자 동시에 그가 타고 있는 말의 다리를 베어버린 것이다.
“커헉!”
육중한 갑주를 입고 있던 맹약무사의 몸이 그대로 풀밭 위에 처박히고,
구천락이 민첩하게 말에 뛰어내려와 그의 갑주와 투구 사이로 장자검을 찔러 넣었다.
“놈들의 대장을 잡았다! 저항하는 놈들은 모조리 베어버려라!”
구천락이 맹약무사의 머리를 투구 째 잘라 흔들며 소리를 질렀다.
이를 본 명천번 군사들의 표정은 사색이 되어갔다.
휘리리릭!
한 손 뿐인 외팔이 곤마의 손에서 날아간 철쇄가 또 다른 무사의 목을 휘감고,
“컥! 컥컥!”
철쇄에 목이 감긴 무사가 그대로 말에서 굴러 떨어지고, 곤마의 말이 달리는 대로 끌려 다니다가 그대로 목이 졸려 죽고 말았다.
마차 안에서 상황을 보고 있던 유경패도 그제서야 자신들을 쫓아온 게 누구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저 놈들이...!”
자신을 두억시니가 있는 감옥에 던져 넣을 때 보았던 구천락의 얼굴,
그 얼굴을 잊을 리 없었다.
그녀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아는 자들입니까?”
백사의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성산백의 수하들이에요. 제가 율도군과 만나지 못하게 하려고 여기까지 쫓아왔나 봐요.”
백사는 무슨 상황인지 빠르게 이해한 듯 결연한 말투로 말했다.
“...나에게 무기를 주십시오.”
“네?”
“당신이 없으면 율도군을 만나도 아무 의미 없어질 것입니다. 그럼 내 가족들도... 그러니 내게 무기를 주십시오.”
그녀가 다리가 보이도록 치맛자락을 올려 묶으며 말을 이었다.
“...당신을 지키겠습니다.”
비록 자신의 입으로 당신은 포로가 아니라고 말은 했지만 상대가 천제국의 기병대장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유경패도 잠시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구천락과 곤마가 자신들을 상대하러 온 무사들을 모두 쓰러뜨리고 마차가 있는 곳 가까이 다가오자, 더 이상 망설일 시간조차 없음을 깨달았다.
“우릴 지키는 군사들이 있으니 아직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될 거예요.”
유경패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호신용 단도를 백사에게 건네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안에 머물면 그저 도망갈 데 없는 사냥감이 될 뿐, 나가서 싸워야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백사는 단도를 빼어 들고 마차 문을 열고 나가려했다.
그때였다.
“저, 저기...! 유, 율도! 율도군이다! 율도군이 저기 있다!!!”
번군 중 하나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유경패도 놀라 창문을 열고 밖을 바라보았다.
정말로 200보 정도 떨어진 언덕 위에, 검은색 철갑주에 장창을 치켜들고 있는 수십여 명의 율도 기병들이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아, 율도군이...!”
유경패는 하마터면 눈물이 쏟아질 뻔 했다.
하지만,
율도군은 전혀 미동조차 없었다.
흡사 벌판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싸움을 구경하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저들이 명천번 군사들이 들고 있는 깃발을 본 모양입니다.”
“네?”
“명천번과 반란군들이 율도에 손을 벌리려는 것, 그걸 저들이 알 리 없습니다. 그러니 저들에게 명천번군은 당연히 성산번군과 같은 반란군일 뿐, 그래서 굳이 나서지 않고 멀리서 지켜만 보고 있는 겁니다.”
“그럼 어떡하죠? 도와달라고 소리라도 칠까요?”
“아니, 그러지 말고... 지금 무슨 색 속치마 입고 있습니까?”
“네????? 속치마요??????”
아무리 같은 여자라지만 이 상황에서 속치마 색깔 질문이라니,
유경패도 저으기 놀란 듯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난 속치마를 입고 있지 않으니 혹시 하얀색 속치마면 벗어서 주십시오. 군사들에게 주어 그걸 창에 걸고 백기처럼 흔들라고 해야 합니다.”
그제서야 유경패도 그녀의 말을 이해하고 안에 입고 있던 속치마를 벗어 밖에 무사에게 건네주며,
“빨리 이걸 창에 높이 걸고 율도군을 향해 흔드세요, 얼른!”
다급히 재촉했다.
명천번 군사들은 즉시 그녀가 시키는 대로 기다란 창자루 끝에 하얀 속치마를 백기처럼 걸고 율도군이 있는 언덕을 향해 마구 흔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벌판 위의 싸움을 관망하고 있던 율도군들이 무기를 빼어 들고 언덕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런 제길, 다 잡았는데 갑자기 율도군이라니...!!!”
구천락은 언덕 위에서 내려오는 율도의 기병들과 바로 20여보 앞에 있는 유경패가 탄 마차를 번갈아 바라보며 빠드득 이를 갈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말을 달리고 싸우느라 체력이 모두 소진된 상태,
이대로 수십여 명의 율도군을 상대할 순 없는 일이었다.
“모두, 다시 숲으로 들어간다! 서둘러!”
구천락과 곤마 등은 그대로 말머리를 돌려 숲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율도군들도 그들이 도망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도망치는 녀석들에게는 관심 없다는 듯, 눈길조차 주지 않고 백기를 들고 있는 명천번군들이 있는 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마차가 있는 곳 10보까지 왔을 때,
갑자기 율도군들이 매섭게 총과 활을 겨누고 그들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대월국 반란군이냐? 투항하러 온 거라면 순순히 무기를 모두 바닥에 내려놓아라.”
율도군 무관의 말에 명천번군 모두 장자검, 창 등 가지고 있던 무기들을 땅으로 내던졌다.
“누가 너희들의 지휘관인가? 지휘관은 앞으로 나서서 어떤 목적으로 이곳까지 왔는지 사실대로 고하라.”
그러자 마차 문이 열리고 유경패가 밖으로 나오며 말했다.
“이들의 지휘관이었던 맹약 무사는 아까 전투 중에 전사했어요. 비록 지휘관은 아니지만 제가 대신 말씀 올려도 괜찮으신지요?”
율도군 무관은 대월국의 의복을 입고 있는 아리랑 여인을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래, 어떤 일로 우리에게 백기를 흔들고 투항했는지 말해보시오.”
그러자 유경패는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간신히 참아 삼키며 말했다.
“...흑영단원 유경패, 임무를 마치고 율도군으로 복귀했음을 신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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